직장인의 시
문현기 지음 / 미디어샘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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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귀엽다. 페이지마다 그려져 있는 시크한 일러스트가 시의 내용에 잘 어울린다.

각종 풍자로 인해 즐겁게 읽을 수 있다. 시크함, 반항심이 만들어 내는 허풍, 그러면서도 진심이 깃든 눈물과 외로움이 느껴진다. 저자가 직접 느낀 직장인의 고뇌를 그대로 이 책 안에 담았다. 보이스피싱으로 연변에서 온 전화를 받고 그쪽 회사는 복리후생이 어떻냐고 물어보려던 저자의 시에서 미소가 지어진다.

 

지하철, 보이스피싱, 사내연애, 피로회복제, , 각종 벌레들, 서류 등

직장인이라면 누구든 만원 지하철을 겪는다. 야근으로 인한 서울의 아름다운 불빛에 대해 감상에 젖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기획서나 보고서를 쓰며 골치 아파본 적 있을 것이고, 직장 내 인간관계에 진절머리가 난 적도 있을 것이다. 일에 찌들어 있다가 만난 친구들로 인해 무한한 해방감을 느끼며 오늘 밤 죽자!’ 외치며 원샷한 적도 있을 것이고, 괴롭지만 벗어날 수 없는 현실에 허탈해 하면서도 내일도 열심히 일 하자고 마음 다잡은 적 있을 것이다. 그 모든 이야기가 담백하게 들어있다. 무심하게 자신의 말을 중얼거리는 것 같다.

 

지금은 주부지만 나도 치열하게 살던 몇 년 전 직장인 시절이 떠올랐다. 삶은 다 그런 거라고 스스로를 세뇌시키며 야근에 주말근무까지 불사하고 일에 매달렸지만 돌아오는 것은 피로회복제와 얼마 되지도 않는 월급이었다. 그렇다고 일하다 말고 창문 밖으로 훨훨 날아갈 패기는 없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그저 견디는 것 뿐. 시크하게, 별 일 없다는 듯, 남들도 다 그렇게 산다며 스스로를 위로하며 매일 회사에 나가는 것 밖에 없었다. 그럴때 이 책을 만났다면 매우 공감하며 읽었을 것 같다.


저자의 말을 읽어보면 정말 그렇다. 우리는 가족들의 얼굴보다 회사 동료들의 얼굴을 더 자주, 오래 마주한다. 나도 예전에 상사가 될 사람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다. ‘가족보다 더 오래 보고 살 건데 어떤 사람인지가 제일 중요하죠라는 말을.

작가는 그때 결심한 것 같다. 직장인들의 애환을 그린 시를 재미있고 유쾌하게 만들어 많은 이들에게 직장인들의 삶을 알리자고 말이다. 공감할 수 있게, 재미있게 만들어낸 시집이다. 지하철 오가면서 짧은 시간 사이사이에 읽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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