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보지 못할 밤은 아름다워
백사혜 지음 / 허블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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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권력을 쥔 영주들 사이의 우주 전쟁, 넘을 수 없는 격차가 뚜렷한 철저한 계급 사회. 영주가 아닌 인간은 그저 부속품에 불과한 세계. 딥하고 무거운 설정이 가득하지만, 의외로 전체 분위기는 잔잔하고 하늘하늘하게 흘러간다. 덕분에 ‘혹시 지나친 피폐물이 아닐까’ 하는 걱정없이 몰입해 읽을 수 있었다.

살아 있는 아이를 식물의 거름으로 쓰는 시즈 영주의 붕괴, 완벽한 사랑을 꿈꿨던 고티어 영주의 최후, 여덟 쌍둥이 이아몬의 몰락, 스눈 영주의 충신 쥬뱅씨의 불운, 에테르 세계와 물리 세계 사이의 간극, 거울처럼 산산조각난 행성의 날카로운 균열들은 모두 잔혹했다. 그럼에도 각자의 책임을 끝까지 다한 괴물들의 파멸은 어떤 면에서 아름답게 느껴졌다.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연작 소설이지만 다음 작품은에서 전작의 결말이 짧게 언급되는 장면에서는 저절로 탄식이 나오는 최후가 나온다.)

지구인과 외지구인 모두 고통스러운 수렁에 빠져 허우적대지만, 자각하지 못한 채 절망의 숲으로 더 깊이 들어가는 그들의 모습은 안타깝고 안쓰럽기까지 하다. 서툴지만 진심을 다한 사랑이 어쩐지 더 눈부시게 느껴진다. 아름답게 빛나지만 결코 발견되지 못할 그들의 사랑은, 마치 우리 머리 위의 별처럼 저 멀리서 반짝이고 있다.

파격적이고 암울한 세계관이 뚜렷한 우주 속에서도, 각 인물의 이야기에는 고결한 사랑이 존재한다. 백사혜 작가님은 복잡하게 얽힌 감정선을 섬세하고도 아름다운 문장으로 풀어내는 데 정말 능숙하다. 작가님의 소설 속에서 처절하면서도 서글픈 문장들이 자꾸 떠올라 곱씹게 된다. 일렁이는 감정을 다스려 보려 해도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이토록 모순과 궤변이 가득한 우주임에도, 그 안에 사랑이 또렷하게 차 있어 더욱 눈부시다. 백사혜 작가님이 만든 우주가 정말 매혹적으로 다가온다.

개인적으로 정말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다. 한동안 SF 소설에 감흥이 없어 손이 잘 가지 않았는데, 이 작품을 계기로 다시 SF를 읽고 싶은 마음이 샘솟았다. SF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꼭 한번 읽어보길 추천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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