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집과 꿀
폴 윤 지음, 서제인 옮김 / 엘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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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벌집과꿀 #폴윤 #엘다 ​#리뷰대회

수면 위를 부유하는 종이배처럼, 어느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한 채 떠도는 사람들의 이야기. 혹독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버텨야 했던 이들이 주인공이다. 그들은 나라를 떠났거나(탈북민), 전쟁을 겪었거나(피난민), 강제로 이주당한 뒤(고려인) 낯선 땅에서 막막한 현실과 마주한다. 삶의 모든 것이 불안정하고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그들은 묵묵히 모든 것을 견뎌낸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고통을 품고, 하루하루를 버티며 앞으로 나아간다.

폴 윤 작가의 문장은 고요하고 무덤덤하지만, 그 안에는 지금의 내가 온전히 헤아릴 수 없는 뜨거운 감정들이 깊이 매몰되어 있다. 마치 깊은 구덩이에서 스며 나오는 듯한 쓸쓸함과 상실감이 문장마다 서려 있다. 그럼에도 인물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벌집’과 ‘꿀’이 있는 곳, 안식과 위로가 기다리는 땅을 언젠가 만날 수 있으리라 믿으며 조심스레 발걸음을 내딛는다.

그들이 마침내 편히 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이 낯설고 차가운 세상 어딘가에 진정한 안식처가 있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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