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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같은 방 ㅣ 둘이서 2
서윤후.최다정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5월
평점 :
#협찬 #도서제공

어릴 적 우리 가족은 이사를 자주 다녔다. 내가 기억하는 이사만 여덟 번이다. 삼남매였기에 늘 여동생과 같은 방을 공유했다. 일 때문에 처음으로 혼자 살게 되었을 때, 그제야 비로소 온전히 나만의 방을 가지게 되었다.
멀리 부산까지 와서 지내며, 그 방을 둘러보며 혼자 생각에 잠기는 일이 많았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울적함이 밀려오곤 했고, 창문 너머로 보이는 바다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우리 같은 방>을 읽고 나서야, 그때 내가 느꼈던 울렁거림이 무엇이었는지 비로소 깨달았다. 아닌 척했지만, 나는 외로웠다. 부산까지 들고 온 사소한 물건들을 보며 나도 모르게 위로받고 있었구나.
어떤 날엔 방 안에서 서러웠고, 또 어떤 날엔 그 방 안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안심이 되었다.
시인 서윤후와 한문학자 최다정의 글은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는 ‘방’이다. 담담하게 이어지는 문장 속에 담긴 따뜻함이 읽는 이를 포근히 감싸준다. 그저 읽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얻는다.
<우리 같은 방>은 내가 지나온 방들과, 잊고 싶었던 혹은 기억하고 싶었던 감정들을 찬찬히 돌아보게 만드는 조용한 위로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