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윤 <담담> : 글에서 '적확하다'는 말이 나온다. 조금도 틀리거나 어긋남이 없이 정확하고 확실하다는 뜻. 혜재는 동성인 수윤을 사랑하고 헤어지면서 적확한 표현으로 설명할 수 없는 자신의 정체성을 정의하고자 한다. 그러다 아내와 딸을 잃은 은석을 만나게 된다.
네. 근데 혜재 씨한테는 그게 가장 중요한 정체성인가요? (296p)
한동안 저에게 가장 중요한 정체성은 유가족이었어요.
(중략) 혜재씨 그러니깐 제가 하고 싶은 말은요.
사람은 참 복잡하다, 뭐 그런 싱거운 얘기예요. (298p)
나는 더는 나를 설명하고나 증명하려고 안달하지 않는다. 내 안에 도사리고
있는 불안과 의심, 혼란을 상대에게 돌리지 않을려고 한다. (314p)
어쩌면 있어야 할 자리에 마땅히 있어야 할, 대체 불가능하고 적확한
단 하나의 무엇이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도. (316p)
수상작품집에서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이야기다. 결코 담담할 수 없는 서로의 정체성을 인정하고 받아드리면서 천천히,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혜재와 은석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