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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륨 존 전략 - 10년을 전망하는 한국 기업의 선택
이지평 지음 / 와이즈베리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용어는 '볼륨 존'이다. 일본 기업들이 지어낸 이 용어는 신흥국의 중간소득층 시장을 지칭하는 말이다. 그 시장은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어서 많은 기업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브릭스, 그러니까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은 물론 최근 부상하고 있는 인도차이나, 중동과 아프리카, 중남미 지역이 볼륨 존이자, "새로운 이노베이션의 산실"이다.
"미국의 금융위기와 유럽의 재정위기로 선진국 시장이 위축되면서 신흥국 시장에 대한 글로벌 기업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투어 신흥국 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신흥국 시장은 선진국 기업, 신흥국 기업 할 것 없이 기업 간 경쟁의 최대 격전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7p)
어찌보면 <볼륨 존 전략>은 철저히 기업의 입장에서 쓰여진 책이고, 철저히 그들의 관심을 대변한다. 이들이 볼륨 존을 주시하는 이유는 물론 이윤 창출의 가능성 때문이다. 많은 기업들이 예전처럼 이윤을 내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세계경제는 잠정적인 위기에 빠졌고, 기업은 이 영향을 받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글로벌 기업은 사상 최고의 이익을 갱신하고 있다. 콜게이트, 킴벌리, 유니참 등이 그러하다. 이 기업들은 볼륨 존의 현지 사정에 맞는 차별화 포인트를 갖추는 전략을 적절히 구사했기에 '사상 최고의 이익'을 낼 수 있었다는 게 저자 이지평의 진단이다.
볼륨 존 공략에 '기업의 사활'이 걸려 있다고 주장하는 이 책은 저성장 시대의 청사진이다. 부정적 세계화 시대에서 경쟁력 있는 글로벌 경영의 유효한 방법론이 빼곡히 담겨 있다.
그런데 앞서도 이야기했듯이 이 책은 철저히 기업의 입장에서 쓰여졌다. 저자는 '전 세계 중산층은 2020년에 30억, 2030년에는 54억에 육박하고 세계 경제성장의 75%가 신흥국에서 이루어질 전망'이라고 소리 높여 말하며 더욱 치열해진 경쟁에서 승리할 필승의 전략을 제시하지만 빈국은 얼마나 증가할 것인지, 노동에 대한 착취는 감소할 것인지, 한 끼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아이들이 얼마나 줄어들 것인지, 한 나라 안에서의 불평등은 얼마나 해소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철저히 무관심하다. 애초에 '경쟁을 완하하고 그 피해를 줄이자'가 아니라 '경쟁에서 승리하라!'는 자본 논리의 토대에서 쓰였기 때문이다.
부정적 세계화의 시대, 경제 성장은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까. 끊임 없는 경제 성장만이 지구촌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걸까. 경제 성장이란 게 단순히 몇몇 기업이 부를 독점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은 지난 2008년, 버락 오바마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문을 통해 탁월히 지적한 바 있다.
"우리는 경제의 힘을, 억만장자들이 몇 명이고 포춘지 5백 대 기업들의 이익이 얼마인지로 평가하지 않는다. 우리는 아이디어를 가진 누군가가 새로운 사업에 도전할 수 있는지, 손님에게 받은 팁으로 살아가는 웨이트리스가 일자리 잃을 걱정을 하지 않고도 아픈 아이를 돌보기 위해 하루 휴가를 낼 수 있는지를 가지고 평가한다. 우리는 노동의 가치와 존엄성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경제를 만들려 한다."
국민도 경쟁하고 국가도 경쟁하고 노동자도 경쟁하고 기업도 경쟁하는 세상이다. 그런데 나는 우리나라가 이 틀을 그대로 두고서 미래의 부를 쟁취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감격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그 이면의 희생과 차별 그리고 눈물을 직시하는 게 시급하다. 이 고민을 포함하지 않는, 중점으로 두지 않는 이윤 창출과 경제 성장은 악순환에 다름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