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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형의 신화 읽는 시간 - 신화에서 찾은 '다시 나를 찾는 힘'
구본형 지음 / 와이즈베리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자기계발 시대
‘초일류기업’ 삼성의 한 연구원은 ‘목숨 걸고 자기계발하라!’고 말했다. 이어 “자기계발에 목숨 걸지 않고 현재 상태에 만족하고 안주하는 사람은 자신의 미래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덧붙인다. 바야흐로 ‘자기계발의 시대’, '너 자신의 CEO가 되어라!'(대세에 동참하지 않는 사람은 도태되리).
자기계발을 역설하는 사람들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그러자 ‘엉망’인 자신을 발견한 사람도 늘어났다. 자기계발 담론가들은 이렇게 말한다. ‘넌 엉망이야!’. 저항 없이 나머지 사람들도 이렇게 말한다. ‘난 엉망이야!’. 자신의 무능을 발견한 직장인, 그리고 취업준비생 혹은 학생들은 ‘자기계발 스트레스’라는 만성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미친 노력’을 대담하게 권유해도 별 탈 없는 사회이기에 더 미쳐야 한다며 선지자 노릇을 하려는 사람들도 나타난다.
최근에 화제가 되고 있는 책 <대한민국 부모>의 저자는 자신이 만난 한 부모에 대해 말한다. “이웃집 아이의 스트레스로 인한 원형탈모증조차 부럽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우리 아이가 원형탈모증에 걸리더라도 공부를 잘하면 좋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발언을 서슴없이 하여도 아무도 지적하지 않는 사회에서 ‘자기계발로 경쟁력을 키워라!’ 따위의 문장은 일반 상식으로 통한다. 이러한 상식의 함의된 또 다른 상식은 경쟁력 없는 사람은 가난해도, 인정 받지 못해도, 범죄에 노출되어도 괜찮다는 것이 아닐까? 이 시간에도 자기계발의 값을 지불할 수 없는 많은 사람들은 자연스레 멸시받고 있다. 이것이 자기계발 사회의 이면이다.
신화 읽는 시간
일명 ‘변화경영사상가’라고 불리는 구본형은 초기부터 지금까지 자기계발 담론을 이끈 탁월한 작가이다. 구본형만큼이나 유명한 공병호와 함께 자기계발 분야를 책임지는 구루(guru)인 셈이다. 그의 이름은 이미 브랜드가 되었다. 이 성공한 ‘1인기업가’는 1990년대 중반부터 거의 매년 끊임없이 자기계발 분야를 대표하는 책을 출간하고 있다.
구본형은 어김없이 2012년에도 책을 출간하였다. 제목은 <신화 읽는 시간>. 다소 우회로이지만 이 책 역시도 자기계발(그는 자기경영이라는 용어를 쓴다)이라는 분야에 가닿는 책이다.
그가 말하는 신화란 특히 ‘그리스 신화’이며 크로노스, 아프로디테, 제우스, 오디세우스, 나르키소스 등이 등장한다. 그렇다면 이 책은 그리스 신화를 소개하는 책일까? 분명 그러한 역할도 담당하지만 그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의 관심은 그리스 신화를 ‘신화경영모델’로 변주하는데 있다. 이러한 프레임은 니체와 융의 이야기에서 ‘신화경영’을 도출해내는 신기를 보여주기도 한다.
새로운 독법
날카로운 사회비평을 내놓는 박권일이 “지금 한국은 미래를 살해하고 있다”고 말해야만 했을 만큼 한국사회는 병들었다. 수많은 자기계발적 주체가 미친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약속되었던 행복은 오히려 더 멀리 떠내려갔으며, 신자유주의라는 열차에 일찌감치 탑승한 승객들은 그것이 사실은 지옥행 급행열차라는 것 알아차리고서는 뛰어내리지 못한 채 벌벌 떨고만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유행을 끄는 것은 자기계발이라기보다는 힐링이다. 자기계발의 신화를 대표하는 구본형은 지금 이 시간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그가 꺼내든 카드는 ‘그리스 신화’다. 그리고 그것의 새로운 독법을 역설한다.
"신화를 읽을 때 우리는 그 독법을 알아야 한다. 이것은 신화라는 신비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열쇠와 같다. 만일 열쇠를 가지고 있지 않거나 전혀 다른 열쇠를 가지고 있다면, 신화는 원시적 인간이 꾸며낸 어리석은 이야기에 지나지 않게 된다."(12p)
그는 결국 신화에서 자기경영의 원칙을 발굴하려 했다. 그러나 세상에 ‘자기경영’을 할 만큼 여유 있는 사람들은 줄어가고 있다. 그들에게도 이 책이 무용하지 않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 책은 우리를 신화의 세계로 인도할 훌륭한 가이드이기도 하기에, 결국은 독법, 그러니까 해석의 문제가 중요하다. 통용되는 독법, 구본형의 독법의 이점 혹은 의문점을 발견하고 신화를 재전유하기 위한 독자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다면 어떠한 독법이 필요한 것일까? 이제는 자아를 가꾸는 일보다 자아의 외부를 발견하는 일이 중요한 것 같다. 그곳에는 ‘자아를 가꾸는 일, 즉 자기계발이 왜 미치도록 어렵게 되었는지’에 대한 비밀이 숨겨져 있을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