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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된다고 하지 말고 아니라고 하지 말고 - 임윤택 에세이
임윤택 지음 / 해냄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오는 8월 17일, 슈퍼스타K4가 시작한다. 참가자는 무려 208만 3447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라고 한다, ‘대국민’이라는 수식어가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만큼의 열기다. 더 놀라운 것은 몇 달 후엔 208만 3447명 중 단 한 명(혹은 한 팀)만 남는다는 것이다. TV 밖에서도 들어본 적 없는 2,083,447:1이라는 경쟁률은 가히 살인적이다. 저런 경쟁에서 이기려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려야 할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우승자’를 면밀히 조사해봐야 하는데, 우리는 이 경쟁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서인국, 허각 그리고 울랄라세션 - 이들은 저 살인적인 경쟁률을 뚫어낸 능력있는 ‘스타’다. 특히 가장 최근에 우승한 울랄라세션에 대한 기억은 각별하다. 한국 음악계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음악을 한다는 점이 대중들이 그들을 기억하는 가장 큰 이유겠지만, 리더 임윤택의 기고한 사연도 한 몫 한 것은 분명하다. 임윤택, 그는 춤과 노래는 물론 말도 잘하며 매사의 긍정적이고 리더십도 뛰어나다. 그러나 불행하다. 현재 위암 4기인 것이다. 어느 날부턴가 온갖 루머에 시달리고 있지만 기고한 운명임을 부정할 순 없다.
이러한 그의 삶을 더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책이 나왔다. 제목은 <안 된다고 하지 말고, 아니라고 하지 말고>이다. 이는 임윤택의 에세이다. 이 책의 출간은 그에 팬 혹은 슈퍼스타K의 팬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슈퍼스타K3의 뒷이야기가 담겨 있어, 그때의 재미와 감동을 되짚어 볼 수 있다. 책에 쓰여 있는 TV에선 보지 못한 도전자들의 모습이 새롭다.
"결승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잊지 못할 사연이 한 가지 생겼다. 방에서 쉬고 있는데 버스커 버스커의 브래드가 나에게 와서 무슨 말인가 열심히 했다. 그는 한국어를 못하고 나는 영어를 못한다. 진지한 표정과 분위기로 봐서는 무슨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가 한참을 내게 말하는데 도대체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때는 투개월의 대윤이 남아있을 때였고, 나는 도움을 청했다.
"대윤아, 얘 지금 뭐라고 하는 거냐? 답답해 죽겠다. 뭔데?"
"잠시만요."
한참을 듣던 대윤이 입을 열었다.
"브래드 말은요......누가 결승에서 우승을 할지 모르지만 만일 자신들이 우승하게 되면 우승 상금을 형에게 드리고 싶대요. 병 고치는데 도움을 주고 싶다면서요."
‘대결’을 강조해야 하는 서바이벌 형식의 방송에는 차마 담길 수 없었던 따스한 사연이다.
많은 사람들이 선망하는 실력을 지닌 ‘임윤택’이라는 본보기가 강조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러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5장(임윤택의 노력), 6장(임윤택의 생각)을 특히나 깊이 읽어 보았다. 춤, 노래에 대한 생각 뿐 아니라, 조금 더 큰 틀에서 ‘오늘을 살아가기 위해’, ‘성공하기 위해’ 어떠한 가치를 강조하는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세심히 읽어본 바, 그가 주장하는 것은 선망 받는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서 별다른 건 아니었다. 그의 성격을 요약하자면 ‘노력을 최선이라 생각하고 항상 완벽을 추구하는 성격’쯤 되겠다. 가령 이러한 문장에 삶을 대하는 그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아무리 어려운 동작이라도 포기하지 않고 연습만 하면 결국 내 것이 되었다."
적어도 춤과 노래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는 ‘노력의 아이콘’이라 불릴만하다. 또한 게으른 독자들을 자극할 ‘자기계발의 아이콘’이라 불러도 손색 없다. 많은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그처럼 자신의 분야에서 인정받으려면 어떠한 생활태도를 지녀야 하는지를 알게 될 것이다.
이처럼 그의 책은 오늘 행복을 내일로 미루지 않는 임윤택과 같이 살아가기 위한 지침이다. 그런데 과연 사회는 임윤택처럼 좋아하는 일에 열정을 다하는 사람들에게 행복한 삶을 보장해줄까? 글쎄다. 우리 사회는 행복을 쫓는 사람들의 삶을 위기의 연속으로 만든다. 사회는 ‘오늘 행복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가 아니라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라는 노동사회의 정언명령에 의거하여 설계되었기에 말이다. 임윤택은 "바로 앞에 어렵고 힘든 일이 있을지라도 너희가 하고 싶은 일이 결코 옳다!“고 말했지만 사실, 하고 싶은 일이 있을지라도 바로 앞에 어렵고 힘든 일이 있다면 옳지 않은 일이 될 수도 있는 게 현실 아닌가?
모두에게 실력을 인정받는 제 2의 임윤택을 꿈꾸며 열심히 달리는 사람들에 비해 임윤택의 자리는 턱없이 부족하다. 거의 품절에 가까워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면, 우리는 임윤택과 같은 ‘본보기’들의 성공보다는 수백만 이름 없는 도전자들의 실패에 관심을 갖는 편이 낫지 않을까? 슈퍼스타K와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없었다면 우리는 임윤택을 기억하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결국 임윤택은 승리했고 대중에게 기억됐지만 임윤택에 버금가는 노력을 했을 또 다른 참가자는 현장에서의 실패와 더불어 슈퍼스타K에서도 눈물을 흘렸을지 모른다. 우리 사회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에게 야박하기에 그들의 삶은 언제나 궁핍하다. 우울하게도 우리 또한 언제든 ‘그들’이 될 수 있다. 임윤택의 ‘경쟁력’에 취하기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해도 먹고 살만한 사회 안전망에 대한 요구가 필요한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