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의 추억
사이 몽고메리 지음, 이종인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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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돼지의 추억>은 참 독특하면서도 가슴이 따뜻해지는 책이다.
지금까지 동물과 인간과의 교감을 다룬 이야기들을 여럿 접해봤지만
이 책은 소재가 독특하달까, 흔히 그런 책들은 ‘애완동물’이거나 야생의 동물들인 경우가 많아서 돼지가 주인공이라는 자체만으로도 약간의 의구심과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것 같았다.

 

사실, 돼지라는 동물은 복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보통은 미련하거나 많이 먹는 사람에게 비유적으로 쓸만큼 부정적인 뉘앙스가 많았고
교감을 나누는 대상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식탁위에서 미각의 즐거움을 주는 ‘식품’으로의 이미지가 오히려 더 친근했기 때문에
돼지와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 간의 이야기라는 설정이 얼른 와닿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먼저 이 책을 읽은 어떤 사람의 말을 빌어
나또한 이 책을 읽고 난 후, 돼지에 대한 선입견을 완전히 뒤바뀌는 경험을 할수 밖에 없었다.

 

크리스토퍼 호그우드, 그는 정말 특별하고 사랑스러운 돼지이다.
내 머릿속에서 ‘먹는’ 대상으로서의 돼지의 위상을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는’ 대상으로 관점의 변화를 일으킨 영웅이랄까.

 

14년이라는, 일반적인 돼지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시간을
(보통 돼지는 일정한 몸무게가 되면 식용으로 도축되기 때문에

6개월 이상 살 수 없다고 이 책에서 밝히고 있다)
지극히 그를 사랑했던 가족들과 더불어
‘자연스러운 상태’로 지내는 축복을 누렸던 돼지 크리스.


누구나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무녀리 돼지였지만
살려는 의지와 살리려는 사랑속에서 오히려 희망의 상징이 되었던 그.

 

사랑의 눈으로 글을 써내려가는 사이 몽고메리의 회상속의 크리스는
때론 우아하고, 때론 장난꾸러기 같고, 때로는 따뜻한 눈길로 힘든 삶을 위로해주는
사람같은, 오히려 사람보다 더 나을지도 모르는 친구처럼 내게 다가왔다.

 

그런 따스함은 단순히
어릴적부터 또래 친구나 화려한 파티나 놀이보다
아프리카산 악어박제나 집 주변의 동물들과 어울리는 걸 더 좋아했던,
뼛속까지 동물학자일 것 같은 몽고메리의 성격때문만은 아닐것이다.

 

동물을 인간보다 하등한 존재라 여기는 오만함 대신
동일한 눈높이에서 동물들을 바라보고 진심을 담아 행동할 수 있었던 그녀의 용기가
버려질뻔한 무녀리 돼지 한 마리를 크리스토퍼라는 멋진 이름을 가진
사랑스런 존재로 만들어주었던 것이다.

 

일상의 소소한 기억들,
그속에서 크리스를 통해 얻었던 무한한 행복감과
가족을 넘어 작은 한 마을의 모두를 행복하게 해주었던 크리스.
크리스는 편견으로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던 단순한 돼지가 아니라
나에게조차 삶의 위로가 되고 따뜻한 미소가 되어주었다.

 

이기적이고 사랑할 줄 모르는 시대에 그래도 아직까지 따뜻함과 친절함이 남아있음을
크리스토퍼의 죽음 이후에 그를 기리던 사람들의 고백을 읽으며 새삼 깨닫게 되고 감사하게 된다.
그리고 나도, 크리스토퍼가 그랬듯
사랑을 나누는 존재, 행복을 전하는 희망의 존재가 되고 싶은 소망을 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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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자녀를 사랑하지 마라
이호분 지음 / 팜파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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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결혼전부터 즐겨부터 TV 프로그램 중 하나가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였다.
그때의 관심은 내 아이를 염두에 두고라기 보다는.
도저히 상식 선에서 존재할 것 같지 않은 별 희안한 아이들이 다 있구나 하는 호기심이랄까,
그러면서 참 저런 아이를 기르는 부모는 맘이 많이 상하겠다 싶은

동정심같은 것들에서 기인한 것이었고,
그런 감정들은 나를 본의아니게 그 프로그램의 열혈 시청자로 만들었다.

 

그 프로그램을 보며 나는 주로 문제가 있는 대상을 ‘아이들’로 인식했던 것 같다.
문제 상황을 다루고 후에 해결할 수 있는 조언과 솔루션을 제시해주는 자문 위원들을 보면서도
그냥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꼈을 뿐, 그 이상의 무엇을 깨닫지는 못했던 것 같다.

 

세월이 흘러, 이제 아이를 기르는 일이 바로 내가 매일 일상에서 겪는 가장 중요한 일이 되었고,
그 프로그램에서 다루던 상황들이 나와 전혀 상관없는 상황이 아닐 수도 있음을 알게 되고 나서야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 자체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게 되었다.

 

아무리 많은 책들을 들여다보고, 고민하고 공부해도 그 끝을 알수 없는 ‘자녀양육’의 문제,
부모된 입장에서 그냥 무책임하게 밥먹여 기르는 것이 다가 아님을 알게 될수록
제대로 된 가이드를 더욱 찾게 되었다.
이론만이 아닌, 누구나 다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들이 아닌,
정말 실용적이고 아 이거다 할 수 있는 그런 책을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차라리 자녀를 사랑하지 마라>는 내가 찾던 바로 그 책이었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의 자문위원이었던 전문가가 쓴 책이라 그런지
아이와 부모가 겪을 수 있는 문제 상황들에 대한 정확하고 예리한 분석,
그리고 하결을 위한 조언들과 과정 속에서 주의해야 하는 부분들에 대해서도
상세하고 실용적으로 소개해주는 점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지금까지는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보이거나 양육에 있어서 어려움을 겪을 경우면
으례 문제의 원인을 아이에게서부터 찾게 되곤 했었다.
백지 상태의 아이에게 어른인 부모가 가르치는 내용을 제대로 그 아이가 수용하지 못하는 것을
전적으로 아이 탓으로 은연중에 돌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내 아이에 대해 정말 모르는 것이 많았다는 걸 깨달았다.
아이들의 기질과 부모의 기질이 다를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서로가 서로의 기질대로 가르치고 수용하다보니 그 간격차에서 오는 이해의 부재 때문에
수많은 문제들이 발생한다는 것,
부모가 가장 자신의 아이를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는 것,
그러므로 아이의 기질에 따라 그 아이에게 꼭 맞춤인 양육 방법이 있다는 것 등
이런 사실들을 알게 되어 얼마나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지.

 

아직 아이가 세살 밖에 안되었지만,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양육 방법을 되돌아보고
잘했던 부분과 잘못된 부분을 점검해 볼 수 있어서
앞으로 내 아이를 어떤 식으로 대하고 문제행동을 바로잡아 주어야 하는지
확실한 개념을 잡을 수 있었다는 것이 이 책을 읽으면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이다.

 

그 조언이나 방법들이 무척 실용적이었다.
상황 자체도 일상에서 겪는 것들인데다가

책에서 예를 들고 있는 사례들이 어쩌면 나의 상황과 비슷한지,
어린 아이에서부터 부모의 품을 떠나 큰 변화를 겪는 초등학교 시기,
도저히 알 수 없을 것 같은 아이들의 사춘기 시기까지
자녀와 부모 사이에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사례들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어서
지금만이 아니라 앞으로도 내내 이 책을 가이드 삼아 내 아이에게 맞는 적절한 양육방법을

찾아나갈 수 있을 것 같다.

 

각 쳅터말미에 마련된 팁 부분도 참 유용한 내용들이었다.

 

우리 사회에서 아이를 기른다는 것,

외국인들이 쓴 자녀양육서도 많지만 무언가 2%쯤 부족하다는 걸 느끼게 될때가 많았는데

지극히 한국적인 상황과 사례들 속에서

지금까지 내 아이가 겪은, 그리고 앞으로 겪을 상황들에 대해 미리 대비하고

진짜 내 아이가 원하는, 부모에게도 스트레스나 어려움이 아니라 양육의 진짜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들을 찾아나가는데 꼭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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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부모 밑에서 좋은 자녀가 자란다 - 자녀, 뿌린 대로 거둔다
박경애 지음 / 작은씨앗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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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기르는 모든 부모들의 바람은 스스로가 ‘좋은 부모’가 되어서 내 아이를 ‘좋은 자녀’로 길러내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제 첫 아이를 기르는 초보 엄마지만 내 바람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어떻게 하면 아이에게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지 늘 고민하고 공부하려 노력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전에 비해 자녀 양육이나 부모로서의 자세에 대한 책들을 일부러 찾아보게 되었고 나름 그 책들 속에서 새로운 지식이나 노하우를 발견해 적용해 보는 즐거움도 누리고 있었다.

<좋은 부모 밑에서 좋은 자녀가 자란다>라는,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한 말을 제목으로 삼고 있는 책을 발견했을 때는 사실 이제까지 읽어 온 책들과 별반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다만 오랜 기간 상담을 실제로 해온 임상경험이 풍부한 상담사로서, 그리고 경험뿐만 아니라 상담 심리학이라는 학문적인 토대를 갖춘 저자의 책이라는 점이 신뢰가 갔다.

조금 어렵지 않을까, 너무 이론적이진 않을까 하는 걱정은 첫 쳅터 몇 페이지를 읽으면서 사르르 사라졌다. 수많은 아이들과 그들이 부모들을 상담하면서 느낀 경험들을 토대로 풀어나가는 책의 내용들은 읽기도, 이해하기도 쉬워서 수월하게 책을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좋은 자녀’로 키워내기 위해서 부모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초점을 두고 있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실로 많은 생각을 했고, 또 그동안 고민해왔던 문제에 대해서도 일말 해결점을 찾을 수 있었다.
많은 자녀양육 책들이 ‘아이들을 이렇게 변화시키도록 해야 한다’라는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이 책은 아이들의 변화를 원하기 전에 부모가 먼저 변해야 한다고 말해준다.
사실 내 아이를 잘 기르고 싶은 마음이 앞서, 정말 아이에게 필요한 제대로 된 부모노릇보다는 성공한 아이, 똑똑한 아이, 잘나가는 아이로 기르고 싶은 욕심으로 가득 차 그에 맞는 부모노릇만을 골라가며 아이에게 적용했던 내 모습이 떠올라 읽는 내내 부끄러웠고 아이에게 미안했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속담은 아이를 기르는 과정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내 아이를 좋은 아이로 기르고 싶다면 당연지사 나 또한 좋은 부모, 좋은 엄마가 되어야 한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행복하고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아이로 키우기 위한 노하우들이 가득한 첫 번째 파트는 그야말로 소중한 내 아이를 잘 기르기 위해 꼭 알아야 하는 내용들로, 자녀양육에 대한 기본적인 길잡이 역할을 해준다. 그동안 오해하고 있었던 아이들의 특징과 진짜 아이를 위한 일들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점검해 볼 수 있는 잣대가 되어 준 것 같다.

내가 읽으면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바로 제대로된 부모 역할을 조언해 주고 있는 두 번째 파트였다. 사실 일하는 엄마로서 엄마의 역할과 직장을 가진 사회인으로서의 역할 사이에서 작지만 무시할 수 없는 수많은 갈등에 고민하고 있었던 나였다. 지금 당장만이 아니라 앞으로 아이를 기르는 과정들 속에서 겪어야 할 고민의 순간들 때문에 쌓여가는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았다.
그렇지만, 이 책은 나에게 어떤 기준으로 내 역할을 정의하고 삶의 방향을 설정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알려 주었다. 그것은 바로 엄마역할의 소중함과 진짜 아이들이 바라는 엄마의 모습이 무엇인지에 대한 것이었다. 내가 고민하고 있던 문제에 대해 협박도 비난도 아닌, 그저 진짜 기억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따뜻한 목소리로 들려주었다. 그래서일까, 아직 완벽하다 할 수는 없지만 이제 정말 내가 어떤 모습의 엄마가 되어야 하는지를 분명히 알수 있게 된것 같다.

한국 부모들의 잘못된 자녀교육 신화를 꼬집고 있는 세 번째 파트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 부분은 특히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갈 연령이 되고부터 더욱 유용한 부분일 것 같았다. 알고는 있지만 내 아이가 뒤쳐질까봐 어느새 수많은 엄마들처럼 욕심을 앞세우며 아이를 힘들게 할지도 모르는 미래의 내 모습을 제어해주고 조절해주기 위해 두고두고 읽어두어야 할 것같다.

한 주제에 대해 부담스럽게 않은 분량으로 읽기 쉽게, 그리고 주제를 명확하게 알수 있도록 풀어내려간 저자의 솜씨가 감탄스럽고 부럽다. 읽으면서 밑줄치고 기억하려고 접어둔 부분이 유난히 많은 책이었다.
또 군데군데 실제로 도움이 되는 사이트나 정보를 따로 모아 구성해둔 부분도 독자를 위한 배려가 돋보여 너무 좋았다.

익살스러운 카툰과 깔끔한 편집, 무엇보다도 유용한 책의 내용들 덕분에 월척을 낚은 것처럼 흐뭇하고 든든한 마음을 갖게 해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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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를 죽였다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히가시노 게이고.

우연히 기회에 읽게 된 그의 소설은 지금까지 내가 가지고 있던 추리소설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아니, 그로인해 일말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일본 문학을 바라보던 시각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해야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내가 그를 죽였다>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연작 추리소설 <가가시리즈>의 4번째 책이다.
이 책 역시 읽는 내내 혀를 내두를 정도의 짜임새와 예상을 뒤엎는 장치들로
한순간도 다른 생각을 할 수 없게 만드는 책이었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일본 추리소설의 대가란 것도,
그가 쓰는 플롯들과 스토리의 전개가 늘 반전의 연속이란 것도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 책만큼 독자를 깊이 끌어당기는 책은 없을 것 같다.
또한 독자가 이렇게까지 책 속에 빠져들어 고민하고 머리를 쓰게 만들고야 마는 책도
없을 것이다. 분명.

그야말로, 읽는 사람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새 이 사건속에 깊이 개입되어 누가 용의자일까 어떤 경로로 일어난 사건일까
소설 속의 사람들보다도 더 고민하고 이리저리 연결하는 추리의 맛이란
진정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이미 주어져 있는 결론, 그 결론을 끌어내기 위한 형사의 활약상을 '구경'하는게 대부분인
수많은 추리소설과는 달리
읽는 사람이 끝까지 도저히 알 수 없는 사건의 전말을 밝혀내기 위해 스스로 고민하고
책 속으로 뛰어들어야 하는 게 바로 이 소설의 진짜 매력인것 같다.


 
베스트셀러 작가인 한 남자와
이제 막 떠오르는 신예 시인인 한 여자의 결혼식 날
힘차게 입장해야 할 남자는 결혼식장에서 독극물에 의해 살해되고
이 일을 둘러싸고 그 남자를 누가 죽였는지 치밀하고 교묘한 추리게임이 시작된다.

 
다른 추리 소설들은 보통 3인칭작가 시점으로 보통 사건을 맡은 형사를 따라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숨겨져 있던 플롯들을 토대로 사건의 전말을 밝혀가는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무서울 정도로 영리한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런 식의 당연한 추리소설의 흐름을 뒤엎는다.
그리고, 용의자들에게 각 장을 할애하면서 오히려 용의자의 시점으로 사건을 바라보게 한다.

 
이건 아마 지금껏 많은 추리소설의 당연한 름에
어쩌면 익숙해지다 못해 뻔하다 생각하는 독자들을 위한 의도적인 구성인걸까?
아무튼 책장은 계속 넘어가는데 조금씩 주어지는 단서들을 읽는 독자인 나 스스로 추리해가야 한다는
것은 지금까지의 소설들과는 사뭇 다른 흥분되는 경험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반전!!


사실 이 소설은 가가 형사가 등장하는 시점이 스토리의 후반부라
그의 역할이 그리 크다고 느껴지지는 않지만,
히가시노 게이고가 창조한 가가 교이치로라는 형사의 매력을 충분히 보여주고 남는 것 같다.
책을 읽는동안, 그리고 읽고 나서는 더더욱
<가가 형사 시리즈>를 꼭 찾아봐야겠다고 맘먹게 되었으니 말이다.

 
치열하고 교묘한 두뇌 게임을 즐기고 싶다면,
헉 소리가 날 정도의 반전을 원한다면,
뻔한 플롯과 더더욱 뻔한 결말에 지겨워 진짜 추리소설다운 걸 읽어보고 싶다면
주저 말고 이 책을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에 맹목적으로 열광하는 이유를 알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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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트 인 서울 Agit in Seoul - 컬처·아트·트렌드·피플이 만드는 거리 컬렉션 in Seoul 시리즈
민은실 외 지음, 백경호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아지트 인 서울.
형광 핑크의 바탕에 자유로운 글씨로 써내려간 제목,
그리고 띠지의 컬러풀한 일러스트가 돋보이는 이 책은 첫 만남에서부터  곧장
나의 '완소' 아이템이 되어버렸다.

 
이 책을 알게 될 즈음, 홍콩에 사는 친구가 동생을 데리고 한국엘 여행차 들어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년전, 내 동생과 함께 홍콩에 갔을때,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 남매를 위해
자기 휴가까지 반납하고 홍콩 구석구석을 안내해 주었던 친구 덕에
우리는 책이 소개하는 곳이 아닌, 현지인만 갈 수 있는 홍콩의 매력을 흠뻑 느끼고 돌아올수 있었다.
그때의 기억때문에 홍콩은 내게 늘 한번 더 가고 싶은 나라가 되어버렸다.

 
그런 친구가 온다니, 나도 우리 한국을 맘껏 자랑할 수 있는 기회란 생각이 들어
철저하게 준비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맘먹고 찾아보아도 외국 어느 도시에 대한 여행책은 많아도 정작 우리 한국을 외국 친구들에게 소개할 수 있는 책은 거의 없다는 걸 발견했다.
아무리 서울서 7년 가까이 직장생활을 했어도 정작
서울의 진면목을 모르던 나는 난감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다 눈에 딱 띈 책이 바로 이 <아지트 인 서울>이다.
정동길, 청담동(압구정로). 서래마을 서래길, 몽마르뜨길, 경복궁 옆 효자로, 이태원길,
신사동 가로수길, 홍대앞 다복길, 이태원 2동 길, 삼청동 화개길, 대학로 동숭길 등
12곳의 서울의 핫스폿을 '길'이라는 컨셉으로 나누어 소개해주고 있다.

 

표지부터 내지까지 어느하나 눈길을 뗄 수 없는 컬러풀한 색감과
이미 가본 곳이지만, 꼭 한번 더 가야봐야겠다고 마음먹게 만드는 감탄사 나오는 사진들,
그리고 위트있게 그려낸 일러스트와 섬세하고 풍부한 정보가 가득담긴 설명까지,
뭐하나 빼놓을 수 없는 요소요소들을 꼼꼼하게 기획한 그 기획력에 놀라게 된다.

 본 내용을 시작하기 전에 서울을 맘껏 즐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테마에 따라 사진과 간단한 설명을 위주로 미리 한 섹션을 구성해놓은건 정말 독자를 위한
절대적인 배려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그중 가장 좋았던 테마는 서울의 축제들을 소개한 장이었는데
평소에도 정보를 찾으려면 여기저기 인터넷을 온통 뒤지고 다녀야 했던 불편함을
이렇게 한눈에 시기별로 정리해주니 친구들과도 가족들과도 언제든 맘먹은 대로
서울의 또다른 얼굴을 즐길 수 있게 해준 부분이 너무 맘에 들었다.

 
이 책에 담긴 각각의 장소들은 단순히 인기 있거나 많이 알려진 곳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길'이라는 테마를 따라서 '느낌'을 가진 장소를 하나로 묶어 놓은 것이 가장 큰 미덕인것 같다.
보통 서울에 사는 사람들이건 서울에 관광하러 온 사람이건
수박 겉핥기식으로 며칠 서울을 죽 둘러보고 가기 마련이라
여행을 하고나면, 서울은 어떤 곳이다 라는 정체성이랄까 도시를 한마디로 표현해주는 느낌이랄까
그런 것들을 잡아낼 수 없고 그냥 놀다 온 기분인 것 같을 때가 많은데
이 책을 따라 원하는 느낌의 길들을 위주로 하나하나 찾아가다보면
서울의 팔색조 매력을 한껏 느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외국인 친구에게도 그냥 흔히 보여지는 남대문, 경복궁의 서울 이미지말고
훨씬더 서울의 속살을 비집고 들어와 느껴볼 수 있는 진짜 서울을 만나게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소개된 장소들중 내가 잘 아는 곳도 있었고,
어, 서울에 정말 이런곳이 있었단 말야? 하는 유쾌함과 왠지 모를 뿌듯함이 드는 낯선 장소도 있었다.
이미 알고 있는 길에서는 내가 가진 추억에 더해져 책이 주는 정보와 사진들과 함께
더더욱 방문해보고 싶고, 새롭고 느껴보고 싶은 소중한 장소가 되었고,
모르고 있었던 곳에 대해서는 꼭 한번 가보고 싶게 만드는, 그래서 책 갈피갈피 마다 표시를 해놓지 않고는 못배길 만큼 가슴을 설레게 하는 장소가 되었다.

 

각 길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함께 지도도 표기 되어 있어 처음 가는 곳이라도 금방 찾을 수 있도록
배려해준 부분이나, 곳곳에 숨어있는(?)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미니 인터뷰도 그 장소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이게 해주었다.
각 부분의 뒷부분에는 WALKING NOTES 라고 해서 그 장소의 가볼만한 곳들을
일목요연하게 사진과 함께 설명해 주고 있어서
이 책 한권이면 다른 안내책들은 전혀 필요없을 정도로 너무나 유용한 구성인 것 같다.

 
특히 뒷부분에 Talk on the Street 인터뷰라고 해서 유명인이나 그 길에 어울리는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실어 준 부분도 훨씬 이 책의 내용을 풍성하게 해주는 부분이었다.

이 책을 읽게 되어서,
홍콩에서 오는 친구와의 여행 계획부터가 너무 설레이고 기대감이 가득해진다.
그 친구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미쳐 알지 못했던 서울 곳곳의 느낌있는 진면목을 보여줄 수 있게 되서
왠지 여행을 떠나기도 전에 마음부터 뿌듯해진다.

 
바라기는 이런 컨셉의 책을 외국인들을 위해 영어나 일본어로 번역해 내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물론 비용을 감수해야하겠지만 말이다.
그만큼 한국인만 보기에는 아까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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