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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 앉아만 있는 아저씨 - 고정욱 선생님이 들려주는 사랑과 배려의 이야기
고정욱 지음, 김미규 그림 / 명주 / 2022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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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신간 도서로 출간된 고정욱 작가 단편집 <차에 앉아만 있는 아저씨>입니다. 제목부터 솔깃합니다. 총 8편의 동화가 실려 있는데 각각 어떤 내용을 담고서 사랑과 배려의 주제를 드러낼 지 궁금합니다.
목차

인상 깊은 몇 편을 소개합니다.
<어버이날 생긴 일>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홀로 두 딸을 키우며 일하는 엄마는 위해, 초등학생 두 아이가 엄마께 선물을 드리려고 준비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고 있습니다. 힘들게 일하고 돌아올 엄마를 위해 만둣국을 끓이기로 했는데 그만 접시를 떨어뜨리고 말아요. 바닥에는 깨진 접시가 가득하고 국은 끓어 넘쳐 흘러버리죠. 언니는 치우다가 깨진 조각에 발가락을 다치기도 하고요.
고단한 퇴근길에 집에 도착한 엄마는 이런 난장판을 보고 둘이 말썽을 피운 줄 알고 아이들에게 화를 내고 맙니다. 아이들은 전후 사정을 말도 못하고 그저 잘못했다고만 하고요. 나중에 엄마는 아이들이 써둔 편지를 발견하고 후회의 눈물을 흘려요.
이 작품은 부모라면 누구나 안쓰러운 마음이 들 수 밖에 없을 거예요. 내 몸이 편하면 문제가 발생해도 차분하게 대화로 설명하고 해결할 수 있는데, 몸과 마음이 지쳐 있으면 사소한 것에도 쉽게 짜증이 나고 화가 솟구칩니다. 아이들에게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훈육하라고 하지요. 감정을 담은 순간 그것은 훈육이 아니라 그저 체벌일 뿐이라고요. 엄마가 왜 화를 내는지 알지 못하고 그저 잘못했다고만 하는 순한 아이들, 그리고 엄마의 뒤늦은 후회. 육아하면서 겪어 본 상황들이기에 이 내용은 어른들에게 늘 반성을 하게 합니다. 그리고 사랑과 배려가 없다면 아이들도 화를 내고 엄마도 아이들에게 사과하지 않고 넘어갔겠지요. 가족의 사랑이 있기에 부모도 반성하고 자신을 다시 돌아볼 수 있는 것 같아요.
<차에 앉아만 있는 아저씨>는 주인공 가족이 여행을 가던 도중에 교통사고 현장을 목격합니다. 그런데 지나가던 차가 멈추더니 운전자 아저씨가 차에서 내리지는 않고 이런저런 설명만 합니다. 소화기를 주지만, 다친 사람을 건들지 말고 119 구급대원을 기다리라고만 해요. 나는 그런 아저씨가 도통 이해되지 않아요. 상황이 종결된 후 아빠가 그 아저씨와 대화를 나누고 다시 가족들은 여행지를 향해 달립니다. 차 속에서 나는 물어봐요. 저 아저씨는 왜 나오지 않고 구경만 했을까요? 아빠의 대답을 들으며 아이는 수긍합니다.
'차에 앉아만 있는 아저씨' 제목만 봤을 때는 구급대원들이 출동하고 거기서 현장을 지휘하는 분을 뜻하는 걸까 예상했었는데, 동화는 제 예상과 다르게 흐르더라고요. (전 주식하면 망하겠어요 ^^;;) 이 차에만 앉아 있는 아저씨는 예전에 교통사고를 당했고, 그 때 주변에서 아저씨를 구조했던 사람들의 거친 움직임으로 인해 허리뼈가 크게 손상되면서 하반신 마비가 된 사연이 있습니다. 병원에서는 구조 당시 조심했더라면 심하게 장애를 입진 않았을 거라고 했다지요. 그분의 사연이 밝혀진 순간, 먹먹한 한숨이 흘러나왔어요.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행동은 참으로 존경할 만합니다. 위험을 무릎쓰고 나서는 희생 정신이 있으니까요. 그러나 때에 따라서는 119 구급대원들을 기다리는 게 더 좋을 때도 있습니다. 심폐소생술이 필요할 경우, 아는 사람이 있다면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고 누구라도 나서서 해주면 좋습니다. 그렇지만 동화 속의 이런 경우처럼 몸을 다친 경우에는 함부로 들어 올렸다간 다친 이의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어요. 이런 점을 유념하면 좋겠습니다. 누군가를 위한 행동에도 적절하게 대처해야 진정으로 그를 구할 수 있다는 것을요.
<민규의 폐휴지>는 민규가 폐휴지를 주우며 지나가는 할머니를 보고, 안타까운 마음에 자신도 폐지를 집 지하실에 모아둡니다. 언젠가 할머니를 다시 만나면 전해주려고요. 이것을 부모님에게 들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부모님은 민규가 폐지를 잔뜩 모아둔 경위를 알게 되었지만 지하실에 계속 버려질 물건이 쌓이는 것이 못마땅합니다. 그 할머니를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니까요. 그래서 집이 깨끗해지도록 싹 다 치우기를 바라지요. 이런 부모님의 뜻에 민규는 저항합니다.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민규가 전한 진심은 무엇일까요? 책을 통해 확인해 주세요.
이 동화는 씁쓸한 면이 있습니다. 폐휴지를 줍는 할머니를 보고 나서 민규는 부모님께 왜 그 할머니는 그런 고생을 하시느냐고 물어봐요. 부모님의 대답이 조금은 아쉬웠어요. 가난은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인데, 동화 속에서 그것을 간과한 것 같아서요. 사랑과 배려라는 주제를 위해 단순하게 상황을 그려낸 것은 이해하지만, 그 처지에 있는 분들이 가족이 없거나 젊었을 때 노후를 준비하지 않아서라고 한 점은 아쉽습니다. 그러나 나라면 이 동화에서 부모님의 대답을 어떻게 바꿨을까 생각해 봤을 때, 저 역시 그렇게밖에 쓰지 못하겠구나 싶었어요. 사회 문제로 넘어가면 이야기의 방향이 바뀌어 주제가 달라질 테니까요. 현대판 고려장을 재해석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이 책에는 동화가 끝난 뒤 <재미있는 독후활동>이 이어 나옵니다. 독서논술 전문 교육업체인 '생각연필 독서논술'과의 제휴를 통해 독후활동지를 부록으로 수록한다고 설명이 나와 있어요. 초등학생들이 이 동화책을 읽고 부모님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볼 기회를 갖기 어려울 수도 있어요. 이러한 독후활동지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매력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컬처블룸 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지만, 솔직한 저의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