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행성
김소희 지음 / 아름드리미디어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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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 행성>은 <민트맛 사탕>을 그렸던 김소희 작가의 신작으로 한국만화 영상진흥원 선정작이기도 합니다. 이 만화는 먼 미래를 배경으로 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김소희 글,그림
나무가 많은 마을에서 그림으로 이야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10대 시절의 자전적 이야기 <반달>과 20대 시절의 이야기 <자리>, 숨 쉬기 힘든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서로 위안을 주고받는 가상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 <민트맛 사탕>을 만화책으로 내었습니다. <먼지 행성>에서는 물건도 사람도 쉽게 버려지는 시대에, 한 가족의 연대와 사랑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책의 줄거리

1. 쓰레기별



태양과 멀어 그만큼 춥고 어두운, 식물이 거의 자라지 않는 행성. 이곳은 다른 행성들의 청정 유지를 위해 그들의 쓰레기가 버려지는 곳으로 이 태양계의 쓰레기장입니다. 그래서 정식 명칭은 ‘먼지 행성’이지만 사람들은 ‘쓰레기 별’이라고 부르는 이곳에서 나오, 츄리, 리나, 펫봇인 깜이가 살고 있습니다.
그들은 각 행성에서 보내는 쓰레기 종량 캡슐에서 쓸 만한 물건들을 건져 다시 파는 것으로 생활하고 있어요.
이들 각자는 모두 버려진 사연이 있습니다. 유일한 시민권을 가진 관리자 나오는 딸과 연락이 끊겼고, 츄리는 시민권을 획득하지 못해 여기에 정착했고, 리나는 서너살 때 쓰레기 캡슐선을 타고 여기까지 왔다가 나오와 츄리에 의해 구출되면서 이름을 얻고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버려졌던 리나가 버려진 펫봇 깜이를 주워 새 가족이 되었습니다.

2. 모험



나오는 리나에게 위험한 곳에 가지 말고, 위험한 행동을 하지 말라고 당부합니다. 그러나 리나는 먼 곳에서 반짝이는 불빛을 보고 새로운 것을 발견하리라는 기대를 품고 나오와 츄리가 술에 취해 잠든 사이에 깜이와 함께 몰래 나가 불빛이 보이는 곳으로 향합니다.
리나가 찾아간 저 멀리 건너편 쪽은 먼지가 뒤덮인 곳이 아니라 호수가 있는 또 다른 세상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 빛을 내던 구식 기록봇을 발견하는데요. 그렇지만 이 모험으로 인해 위험에 처하게 되었다가 나오와 츄리의 도움으로 집에 돌아올 수 있게 됩니다.

집에 돌아온 넷은 기록봇의 기록을 보면서 깜짝 놀라게 되는데요. 눈보라가 치는 심한 맹추위, 그리고 먼지 행성 대신 최첨단 쓰레기 빔이 쓰레기를 처리할 것이라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이 가족의 앞날은 어떻게 될지는 책을 통해 확인해 주세요.




함께 이야기나눠요

버려진 자들의 연대 : 새로운 가족의 사랑법



등장인물 나오와 츄리, 리나와 펫봇 깜이는 각자 아픈 사연을 품고 있습니다. 그 중 리나는 아주 어릴 적에 이름도 없이 쓰레기 캡슐선 속에서 버려진 채 먼지 행성까지 왔다가 나오와 츄리에 의해 구해집니다. 두 사람은 각자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따서 지은 것 같은 리나라는 이름을 아이에게 붙여줍니다. 그런 리나도 자신처럼 버려진 펫봇 깜이를 줍게 됩니다.

버려지기 전의 기억을 지우지도 않고 고물처럼 버려진 펫봇. 시민권을 획득하지 못해 먼지 행성에 정착할 수 밖에 없었떤 츄리, 자신이 알코올 중독이라 딸이 연락을 끊은 것은 아닌지 대답조차 들을 수 없게 된 처지의 나오. 이들 모두는 누군가에게서 버려졌습니다.

그러나 이들이 가족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보통 버려진 상처를 가진 사람은 속이 여리고 그것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겉으로는 가시를 잔뜩 세운 채 타인과 함께 하기를 거부합니다.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도 많이 보았던 거죠.

하지만 나오와 츄리는 달랐어요. 이 먼지 행성에서 서로 모른 척하며 각자도생하며 살 수도 있었겠지만, 그들은 서로의 품을 내주며 우정을 쌓았고, 어린 리나를 부모의 마음으로 잘 키웠습니다. 상대방을 받아들일 수 있는 단단한 속마음을 가졌기 때문인데요. 밀어내지 않고 나에게 다가오는 걸 거부하지 않았던 그 따스한 마음, 이 마음이 어떤 형태든 아마 사랑이었겠지요.


사랑의 모습 : 바람직한 부모/어른이란?



모험편을 보면 십대의 리나는 위험한 행동을 하지 말라는 나오의 말을 어기고 몰래 집 밖으로 나갑니다. 그리고 가본 적 없는 저 멀리 건너편으로 향해요. 이러한 장면은 새로운 사건이 발생하기 위해서 진행되는 것이기도 하지만, 반짝이는 불빛에 호기심을 가지고 기어이 확인하는 리나의 모습을 보면 현실의 사춘기 십대 아이들의 모습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십대 아이들은 더이상 부모의 통제 속에서만 살지는 않지요. 통제라는 단어는 부모 입장에서는 안전을 뜻하지만, 아이의 입장에서는 자유에 대한 구속과도 같습니다. 스스로 선택하고 그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아이를 한 걸음 떨어져서 바라보고 응원해주는 게 진정한 부모의 역할일 텐데요. 이게 참 어려워요.

리나는 위험에 처할 뻔 하지만 결국 나오와 츄리에 의해 구조됩니다. 나오가 무사히 돌아온 리나에게 화내지 않고 품에 안아주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이 장면을 보면서 바람직한 부모상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머리로는 이해되면서도 내 아이가 그런 상황에 처했다면 나는 다독이는 걸로 끝낼 수 있을까, 더 내 통제 속에서 가둬두려 하지 않을까, 저를 반성하게 되더라고요.

또 이 가족들은 각자 버려진 사연을 품고 있잖아요. 그 사연들을 보면 비인간적인 어른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각자의 상황에서 보이는 어른들을 통해 어떻게 사는 게 바람직한 어른상인지, 어떤 모습이 진정한 인간다움인지 생각해 보게 해요.


먼 미래의 쓰레기 행성이 배경이라 SF 만화나 영화가 떠오르더라구요. 미국 영화 <에이 아이(AI)>는 펫봇 깜이의 이야기에서 떠올랐고요. 일본 애니메이션 <총몽>은 쓰레기 행성에서 사는 이들이 깨끗한 행성으로 가고 싶어하는 욕망도 나타나 있는데요. 이 책 <먼지 행성>은 가족의 사랑에 좀더 초점을 맞춰서 느낌이 많이 다릅니다.


가족과 싸웠을 때 이 책을 보면 자신을 반성하고 가족에 대한 사랑이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오게 만들 것 같은 <먼지 행성>. 초고학년 이상부터는 잘 이해할 것 같아요. 많은 이들에게 추천합니다.




이 책은 제이그림책포럼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았지만, 솔직한 저의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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