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와일드 나무픽션 1
니콜라 펜폴드 지음, 조남주 옮김 / 나무를심는사람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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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모든 동물 중 유일하게 자신의 보금자리를 파괴하는 동물이 있다면 이는 바로 인간이다’는 말이 우리에게 경고하듯, 우리 인간은 너무나도 많은 환경을 파괴해 왔으며, 그 파괴가 초래한 대멸종이 언젠가는 우리에게도 그 검은 손을 뻗을 것을 알면서도 이를 시종일관 외면했다. 그러던 중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되었다. 비말을 통해 전염되는 이 질병이 사람들의 잦은 왕래를 줄이고, ‘인공화’ 현상을 잠시 멈추게 했다. 그러자 자연이 회복되기 시작했다. 수년간 해변에서 자취를 감추었던 생물들이 다시 해변으로 돌아오는가 하면, 대기 환경이 개선되면서 야생동물들이 오랫동안 잃었던 보금자리를 되찾기도 했다. 인간이 멈춘 후에야 회복되는 자연, 그리고 ‘야생’. 코로나19 대유행 시작 전에 기획된 이 책에는 그 야생으로의 ‘귀환’과 ‘회복’이 담겨 있다.
‘리와일드’는 ‘다시’를 뜻하는 접두사 ‘Re’와 ‘야생’을 뜻하는 ‘Wild’가 결합된 말로, ‘다시 야생으로 (돌아가다)’ 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 책에서는 ‘리와일드 사건’이라는 이름으로 주로 언급되는데, 이는 인간의 환경 파괴가 결국은 인간의 멸종을 초래할 것이라 생각한 환경학자 집단 ‘리와일더’들이 진드기를 매개체로 하여 인간만 감염시키는 치명적인 세균을 퍼뜨린 사건을 의미한다. 많은 인간들이 속수무책으로 사망했고, 몇몇 정부는 특정 지역 ‘청정 구역’으로 만들어 진드기를 포함해 질병 전파 가능성이 있는 모든 생물로부터 차단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이렇게 해서 책 속 ‘도시’가 형성되게 된다. 야생으로부터 완전히 고립된 곳, ‘도시’는 이 책에서 ‘야생’과 거의 반대되는 말로 사용된다. 재난 그 후의 상황을 담고 있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시대를 배경으로 한 책이 모두 그렇듯, 주인공 ‘주니퍼’의 엄마 ‘메리언’과 도시 정부 고위층의 아들 ‘세바스찬’은 짙은 색체 뿐인 도시를 벗어나려는 계획을 세우고, 탈출하는 데 성공하여 ‘주니퍼’와 ‘베어’ 두 남매를 도시 밖 ‘에너데일’이라는 마을에서 낳게 된다. 그러나 ‘야생’ 이 익숙치 않게끔 진화한 인간들, 특히나 어른들에 비해 면역력이 약한 아기들이 이른 죽음을 맞는 것을 보며, 주니퍼의 부모는 도시 안에 있던 메리언의 어머니 애니 로즈에게 주니퍼와 베어를 보내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어렸을 적 이미 한번 탁 트인 넓은 야생에서 자란 적이 있는 주니퍼와 베어는 모든 것이 짙은 도시에서 잘 적응하지 못한다. 그리고 마침내 두 남매는 그들을 ‘살아 있는 면역 물질 공급원’으로 사용하려는 도시 정부의 손아귀로부터, 도시로부터 탈출해 험난한 야생의 삶을 살게 된다.
이 책에서 말하는 ‘도시’란 지금의 인간들이 숭배하는, 첨단 기술과 발전으로 휩싸인 희망차고 밝은 우리의 ‘도시’와는 다소 다른 의미를 가진다. 주니퍼가 살던 ‘도시’는 야생으로부터 완전히 고립됨으로써 정수할 물과 모두가 먹을 식량조차 부족한, 말로만 ‘도시’이지 사실은 ‘수용소’에 더 가깝다. 사람들은 일상생활을 하고 학교를 다니지만, 환경을 잃은 인간들은 그 직업이 약 세 가지 정도로 제한되어 있으며, 온전치 못한 음식과 편협된 교육을 받으며 마치 죄수처럼 살아가면서도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 반면 도시 밖의 사람들은 비록 도시의 ‘문명’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야생과 더불어 사는 행위의 중요성을 알고 그들과 온전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주니퍼와 베어를 보듬고 사랑하며, 주니퍼와 베어가 처음으로 ‘소속되어 있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는 집단이다. 도시 사람들이 갖지 못한 여유로움, 그리고 그들이 알지 못하는 트인 자연과 야생의 호흡에 대해 아는 이들을, 여덟 살 난 베어는 ‘숲 사람들’이라고 부른다.
책 속 주니퍼는 열다섯 살 소녀로, 리와일드에 대한 글을 쓰면서 많은 이들을 죽음으로 몰아간 그 ‘병의 미덕’에 대해 언급한다. 인간만을 감염시키며, 다른 동물들에게는 해를 주지 않는 질병의 미덕은 바로 자연을 회복시켰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진정한 메시지는 ‘인간이 모두 질병으로 죽어서 자연을 회복시켜야 한다’가 절대 아니다. 작가는 ‘숲 사람들’을 통해 자연과 함께 살아가려는 마음가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전하며, 또 자연의 경이로움에 감탄하며 야생의 일부가 되어 가는 주니퍼와 베어 남매를 통해 인간이 여지껏 ‘문명’을 앞세워 경시했던 ‘야생’과 그 ‘야생으로의 회귀’가 얼마나 숭고한 것인지를 드러낸다. 그리고 이제는 돌아서야 할 때라고 간절히 외친다. 우리 인간의 잘못을 인정하고, 환경 파괴를 동반한 잘못된 ‘문명’을 추구하는 것을 멈춘다면, 인간은 다시 자연의 일부가 되어 야생과 함께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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