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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따위, 잊고 살랍니다 - 지금 이 순간에 더 집중하게 만드는 마음의 주문
시모주 아키코 지음, 권영선 옮김 / 이터 / 2020년 7월
평점 :
[서평] 나이 따위, 잊고 살랍니다.
내나이 어느새 반백살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나이 따위, 잊고 살고픈 마음이 들었다.
이 책은 그런 나의 마음이 시키는대로 제목에 이끌려 선택하게 되었다. 책 표지의 초록티셔츠를 입은 여인처럼 나도 나를 폭 안아서 다독다독 사랑해주고 싶었다. 그림의 여인 머리위로 반짝반짝 빛이 나는게 참 곱게 느껴졌다.
이 책의 저자는 와세다대학교 교육학부 국문과를 졸업하고 아나운서로 활약하다 문필 활동을 시작한 시모주 아키코의 책이다. 옮긴이는 권영선 번역가로 건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10년 이상 출판 편집 일을 하다가 일본어 번역을 시작하며 저자의 뜻과 생각을 마음에 잘 스며들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마음을 담아서 우리말로 옮겨주었다.
도서출판 이터에서 출판하였다.
책을 펴고 첫장을 읽다보니 (나이를 잊고 살고픈 저자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저자는 생각보다 더 고령자였다. 1936년 5월 29일에 태어났다니 쉽게 계산이 나오지않았다. 우리 엄마보다도 많은 연세이신데 이렇게 글을 쓰고 왕성한 활동을 하는 저자분의 글을 보니 나의 앞서간 마음이 한번 더 죄송스러웠다.
이 책을 통해 접한 우리와 가까운 나라 일본은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사회를 맞이해서 였을까? 내나이에 아직은 조금 낯선 현실적인 이야기가 나왔다.
저자의 건강보험증에 '후기 고령자'라는 글씨가 커다랗게 쓰여 있다고 했다. 아직 우리나라는 주민등록증에 그렇게 적어서 구분하지는 않기에 조금 낯설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경로우대증이라는 것을 따로 발급해서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나 문화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사용하는 좋은 제도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저자는 노인복지시설에서 동요를 부르거나 색칠공부를 하게 하는 등의 유치한 것뿐이라고 토로하며 사람들은 자꾸 '후기 고령자'라고 세분화하고, 끝내는 알츠하이머병이라고 구별해 병상에 맞는 시설에 보내는 것으로 해결하려고 한다며
인간에게는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관리받지 않고 살아갈 권리가 있다고 전한다. 마음이 점점더 무거워지며 가슴이 아파왔다. 그리고, 슬퍼졌다.
저자는 하나하나 기억을 떠올리며 이집트에서의 생활을 전한다.이집트는 일본과 반대되는 가치관이 가득했는데, 그런 것들로 하여금 상처를 위로 받았다고 했다. 이집트에서 피라미드를 보러 갔을 때 사막을 향해 가는 노인을 보며 저자는 처음으로 시간은 지금부터 미래를 향해 간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이집트에서 진짜 인생을 배웠다.
이집트에서 저자는 라마단이라는 행사를 통해서 식사를 하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알게 되고 가사도우미와 운전기사의 소박하지만 따뜻한 마음을 통해 사람을 불신하던 마음도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이집트에서의 반년이 저자는 시간을 충실하게 산 날이라고 했다.
이후로 저자는 이집트 사막의 노인처럼 순간순간 집중하며 글을 쓰는데 본격적으로 집중하고 글을 통해서 생각이 결실을 맺어가는 것의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그해의 저자 나이 60세 그 때부터 저자는 60세의 파티를 60명의 지인들과 하고 60년의 세월과 작별을 했다. 이후로 저자의 나이는 0살부터 시작한다는 의미의 60세가 쭈~~욱 몇년이 지나도 60세라고 했다. 나이를 먹지 않으니 생일파티도 할필요가 없고 나이수대로 장미를 받을 때도 60송이 이상을 거절이라고 했다. 하지만 40년이상 계속된 모임에서 하나둘 세상을 떠나는 것을 보며 쓸쓸한 마음을 전한다. 자기 관리를 잘하고 스스로 자신을 관리하며 나이에 집착하지 않고 나이에 갇히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죽을 때까지 키워야 한다고 전하지면 위험을 감지하면 철퇴하기도 하는 지혜가 필요함을 전한다.
나이를 먹는 것은 한층 개성적이 되어가는 자유로워지는 것이며 하나씩 얽매임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저자의 이야기처럼~~
'나이 따위, 잊고 사는 것'은 누구에게나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시모주 아키코)
맨처음의 내의도와 많이 차이나는 내용이었지만 어쩌면 나는 저자보다 10년 먼저 나를 찾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저자가 토로한 현실에서 노인복지시설과 노인을 바라보는 사회의 불만은 우리나라에서는 개선되어지고 있다는 느낌에 일본사회가 머물러 서있는 듯 안타깝기만 했다. 이번 코로나19 대처만 보아도 일본은 머물러 있는 듯 하기에 더욱 안타깝다. 어쩌다보니 이 에세이집은 나를 감싸고 보듬기보다는 고령화사회를 살아갈 지혜를 얻은 듯하다. 살아온 시대가 다르고 나라가 다른 저자의 글에 깊은 공감은 힘들었지만......그래도 한발 앞선 인생을 살아온 저자의 거침없는 글에서 인생선배님의 조언을 얻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