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있는데도 집에 가고 싶어
권라빈 지음, 정오 그림 / 스튜디오오드리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평] 집에 있는데도 집에 가고 싶어

손을 쭈욱 펼쳐 올려 놓으니 손크기보다 아주조금 큰 보라빛의 작은 책이다. 표지의 그림이 우울하고 안쓰러워 보인다. 머리가 긴 여자는 다리를 한껏 두손으로 움켜쥔 채 바닥만 하염없이 보고 있다.

달팽이는 집이 가까워서 좋겠다는 영원한 보라색 달 <권라빈> 작가의 에세이다. 책읽는 내내 기분이 좋은 그림은 일러스트 <정오>의 작품이다.

기억의 조각을 줍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는 권라빈 작가의 이 책은 제목에서도 느껴지듯 외롭고 쓸쓸함으로 시작 될 거라 예상했지만 첫장부터 이렇게 극심한 우울증으로 시작될거라곤 예상치 못했다.

욕조에 온몸을 담그고 눈과 귀를 마고 물마개를 빼면 천천히 빠져 나가는 물처럼 제발 사라지길 간절히 바랬던 적이 있었단다. 무엇이 그리 힘들었을까? 천천히 읽어보았다.

독립해서 직장생활을 하는 작가의 힘든 생활이 느껴진다. 글 안에서 외로움과 지침이 느껴진다. 아빠가 그립고 집이 그리운 작가는 가족과 떨어져서 혼자 지내는 집이 외롭다. 그러한 이유로 이 책은 <집에 있는데도 집에 가고 싶어>인거다. 그래서, 외로운 작가는 강아지를 키우나보다. 강아지로 인해 외로움을 위로 받지만 어느날 보일러가 고장나 추운 공간에 있었던 강아지를 안아주며 하염없이 울기도 한다.

십대의 딸을 기르는 나는 너무 안쓰럽다. 작가는 각자의 아픔은 비교될 수 없음을 알려주었다. 맞다. 자신에게 다가온 아픔은 누구와 비교해서 크기가 다르다거나 하지는 않는 것이다. 자신의 아픔은 누구에게나 순도 100프로의 아픔이다. 타인이기에 그런 일로 힘들어 하냐고? 말하는 거다. 마치 위로 인것 같은 상처를 주는 줄도 모르고......그런 말을 서슴없이 던지는 이가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이면 더 아프다 상처에 소독약이 아닌 소금을 뿌리는 것처럼 ㅜㅜ

나역시 그랬다. 복권당첨보다 낮다는 아픔의 확률이 내아이에게 왔을 때 우리가족에겐 나에겐 우리아이에겐 100%였다. 더아픈 아이도 기르는 힘든 부모들 봐라는 말을 위로라고 요즘도 한다. 이젠 한귀로 듣고 흘리지만 너덜거리는 내가슴은 이제 꿰매고 싶지도 않다.
사람은 바뀌지 않기에 내가 그들을 위로해야하는 삶이니까 그냥 웃는다.

이 책의 글들은 마지막으로 갈수록 밝아진다. 사랑할수록 닮는다는 에세이 옆 그림이 날 미소 짓게 했다.
그녀가 바라보는 거울 속에는 그남자가 들어 있다.

누군가를 탓 할 수도 없는 현실을 고스란히 맞고 있는 나에게 나의 행복을 응원하는 영원한 보라색달 보랏빛 권라빈 작가와 정오 일러스트의 그림은 오늘도 새벽 오롯이 내 시간에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나를 감싸안아준다.

내일도 모레도 글피도 그렇게 널 열심히 사랑할꺼야. 그럼 너도 날 닮을 테지 ^^

집에 있는데도 집에 가고 싶은 모두에게 <나도 그래> 라며 그냥 듣고 위로 해주는 따뜻함이 있다. 그라고, 그에 딱맞는 미소짓게 하는 그림이 있다.


< 이 리뷰는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음을 알려드립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