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은 어떻게 행동이 되는가 - 목표를 세우고 성취하는 인지조절의 뇌과학
데이비드 바드르 지음, 김한영 옮김 / 해나무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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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뇌는 여전히 우주만큼이나 미지의 부분이 많다. 최근 기술의 발전으로 뇌의 구조는 조금씩 드러나고 있지만 그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한 부분이 많다. 이 책은 단순히 뇌에 대한 설명만 나열한 책도 아니고 그렇다고 자기 계발서도 아니다. 뇌에서 발생하는 '인지 조절 과정'을 통해서 우리의 행동을 얘기한다.


  인지하는 것과 아는 것 그리고 행동하는 것의 관계를 쉽게 재미나게 설명하는 이 책은 해나무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인지한다는 것은 우리가 안다는 것과는 사뭇 다른 기능이다. 이미 알고 있는 많은 것들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것 또한 인지와 지식이 별개의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전하고 싶은 말을 단어로 쉽게 옮겨내지 못하는 일이 생기듯 우리는 목표나 의도를  행동으로 바꾸는 것을 옮겨내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때때로는 규칙의 변화를 인지하지 못한 채 이전 규칙대로 행동하기도 한다. 이를 '보속증'이라고 하는데 이전에는 유효했지만 지금은 쓸모없게 된 행동을 멈추지 못하는 증상이다. 모든 규칙을 알고 있었지만 행동과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이 행동은 방금 야단맞은 일을 잊어버린 듯이 행동하는 아이들의 행동에서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인지 조절이 행동 그 자체와 혼동되어서는 안 된다. 행동을 실행하는 데는 온전한 인지 조절이 필요하지는 않다. 파블로프의 조건반사처럼 인간의 행동에는 '모방 행동'이라는 것이 있다. 심리학자들은 '자동 행동'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생각하지 않고 할 수 있는 행동들을 말한다. 


  인간의 인지 조절 시스템은 범용적이며 두 가지 큰 특징이 있다. 첫째는 한 번도 경험하거나 생각해보지 않은 미래의 상황과 목표를 상상하는 능력이고 둘째는 우리 조절계는 그 미래를 이루는 데 필요한 복잡한 행동을 마음에 그려볼 줄 안다는 것이다. 다른 종은 시행착오에 통해서만 어떤 행동이나 해결책을 발견하지만 인간은 생각과 행동을 쉽게 연결 짓는다. 이 차이는 오늘날 인공지능의 한계에서 명백히 드러난다.


  인지 조절의 이런 특징 때문에 우리의 기억은 완전하지 못하다. 우리의 기억 체계는 과거를 정확히 회상하는 능력보다 미래를 모델화하는 쪽으로 진화하였다. 지난번에 마주친 호랑이의 줄무늬가 정확히 몇 개였는지 잊었다고 해서 번식에 실패하지는 않는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다시 호랑이를 만나는 가상의 모델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 능력은 인간만이 가지는 '의도적 연습 능력'으로 이어진다. 당장에 필요하지 않지만 미래에 겪게 될 가상의 상황을 위해 자신의 능력을 향상하는 것은 인간만의 행동이다.


  인간의 기억에 관여하는 또 다른 것은 기억을 다시 불러낼 가능성이다. 머릿속에 저장된 항목이 과거에 얼마나 여러 번 쓸모 있었는지에 민감하다. 어떤 기억이 과거에 자주 유용했다면, 이번에도 유용할 확률이 높다. 또 다른 이유는 기억이 사용된 특별한 상황이다. 특별한 장소에서나, 특별한 과제를 수행하는 중에나, 특별한 감정을 느낄 때 그 기억은 유용할 거라고 여기지는 것이다.


  인간의 멀티태스킹 능력은 기본적으로 불가하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걸으면서 껌을 씹거나 하는 행동이 가능하기도 하다. 하지만 기본적인 인지 조절 체계에서 멀티태스킹은 불가하다. 이것은 두 요리를 해야 하는데 냄비가 하나뿐인 것과 같다. 그렇다면 여러 일을 한꺼번에 하는 것은 어떨까? 회사에서 요구하는 멀티플레이어는 실제로 효율이 높은 행동일까? 그렇지 않다. 산업화 이후 직업이 분업화가 되어온 것도 모두 이유가 있다. 우리의 인지 체계는 과제가 바뀔 때마다 새롭게 세팅해야 하는데 이를 mental set이라고 부를 수 있고 이때 필요한 비용을 과제 전환 비용이라고 한다. 냄비 하나에 요리를 하기 위해서는 하나를 하고 나서 다시 씻어줘야 하는 것과 같다. 비슷한 요리를 한다면 그대로 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인간에 있는 또 하나의 특징은 '억제'다. 정지가 필요한 모든 상황에서 멈출 수 있게 하는 조절 과정이다. 인지 조절이 생겨나기 전에 억제는 흔히 행동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다. 심리학에서는 억제는 본능을 억누르는 사회적 습관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행동 억제라는 것은 부적절한 것을 억제하는 게 아니라 적절한 것을 선택하는 인지 과정의 결과 일 수 있다. 


  인간의 인지 조절의 결정과 선택에는 가치가 필요하다. 문제의 가치는 개인의 가치 평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초등학생 딸이 만원을 받는 것은 직장인이 만원을 받는 것보다 훨씬 큰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다. 가치는 수많은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인간의 결정과 선택은 그만큼 다양한 결정과 선택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의 인지 수행 능력을 네 가지로 분류하면 어휘력, 유동적 지능, 기억력, 속도로 나눌 수 있다. 여기서 나이가 들어도 퇴화되지 않는 능력이 있는데 그것은 어휘력이다. 이것을 결정화된 지능이라고 하는다. 이는 저장된 지식과 기술을 단순 사용하는 능력이다. 나이가 들어도 우리의 지식에는 큰 변화는 없다. 쇠퇴하는 것은 문제 해결 능력 그리고 새로운 상황에서 민첩하게 행동하고 생각하는 능력일 뿐이다.


  인지를 하는 것은 사람의 행동에 큰 영향을 준다. 인지 조절이 발달을 하려면 경험을 통해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모아야 한다. 이 과정은 오랜 시간이 필요한데 통상 처음 15년의 표본이 이후 65년 동안에도 유효하다고 가정한다. 뇌는 좋은 모델을 구축할 때만 인지 조절이 제 기능을 발휘한다는 의미다. 최근 들어 행해지는 '헬리콥터 양육', '잔디 깎기 형 양육'은 아이가 자율성을 키우고 스스로 선택하여 성공하거나 실패할 기회를 완전히 제거해 버린다. 그런 교육이 현대에 어쩔 수 없음이겠지만 아이에게는 체계가 없는 놀이가 필요하다. 스스로 새로운 문제와 마주하고 애쓰고 실패하고 해결하는 기회를 다양하게 경험할 때 아이의 뇌는 좋은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 도서는 뇌 과학 중에서도 '인지 조절'에 대해서 아주 세세하게 다루고 있다. 책을 통해서 인간이 하는 행동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 인간의 행동에 대해 궁금하다면 이 책을 펴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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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지켜낸 어머니 - 이순신을 성웅으로 키운 초계 변씨의 삼천지교 윤동한의 역사경영에세이 3
윤동한 지음 / 가디언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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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적인 인물 중에 이상적인 어머니상이라고 하면 이구동성은 신사임당을 꼽을 것이다. 성리학자 겸 정치인 율곡 이이, 화가 이매창의 어머니이자 한 명의 여성으로서도 여러 방면에 해박한 지식을 지닌 인물이다. 한편으로 조선을 지켜낸 인물을 얘기하자고 하면 단연 '이순신'을 떠올리게 된다. 임진왜란에 그가 세운 말도 안 되는 업적은 오늘날에도 끊임없이 회자된다. 하지만 이순신을 길러고 정신적 지주가 되어준 어머니 초계 변 씨에 대한 얘기는 없었다.


  이순신의 집안을 들여다보며 초계 변 씨가 어떻게 이순신을 기르며 어떤 가르침을 줬는지에 대해 얘기하는 이 책은 가디언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이순신의 집안은 문신의 집안으로써 꽤 괜찮은 집안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할아버지 이백록이 국상인 줄 모르고 혼삿날을 잡아 혼례를 치르는 바람에 국상 중에 잔치를 벌인 죄를 물었다. 이준이 이백록의 무고함을 올려 그 죄를 받지는 않았다. 아버지 이정은 벼슬에 오르는 것을 번번이 실패해 가계가 기울었고, 초계 변 씨는 가족을 데리고 친정으로 이사를 가게 된다. 


  몰락한 가문이라는 평판을 지울 필요도 있었고, 이사한 아산 시곡은 초계 변 씨의 집성촌이었다. 그리고 이순신의 외가는 대대로 현감 이상의 벼슬을 지낸 명문 가문이었다. 어머니 초계 변 씨의 판단으로 이순신은 무신이 되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영의정 이준경은 수하의 정걸 장군에게 판옥선을 만들게 하고 왜란을 대비하라는 유언을 남긴 인물이었다. 이준경은 이순신의 뛰어남을 알아보고 국난에 대비해 이순신에게 방진의 집안과 중매를 해준다. 장인 방진은 국궁의 명인으로 이순신에게 활쏘기를 가르치기도 했으며 이순신을 무과에 합격시킨 셈이기도 했다.


  이순신이 벼슬로 인해 전국을 돌아다닐 때, 어머니 변 씨는 기울어져 가던 집안을 철저한 재무관리로 일으켜 세웠다. <별급문기>는 변 씨의 철저하고 청렴함을 보여준다. 시아버지의 억울함을 상소할 때에도 집이 모두 타버렸을 때에도 평상심을 잃지 않고 냉철했다. 이순신의 냉철하고 객관적인 정세 판단은 어머니 변 씨로부터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난중일기에서도 엿볼 수 있듯 어머니 변 씨는 이순신의 정신적 지주이기도 했다.


  어머니 변 씨는 "가서 나라의 치욕을 크게 씻어라"라고 팔순의 나이에도 아들보다 나라 걱정이 앞선 인물이었다. 이 멸사봉공의 정신은 임진왜란에서 목숨을 초개같이 버리며 나라를 지킨 이순신과 초계 변 씨 가문의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주기도 했다. 


  신사임당이 오만 원권으로 채택될 때 잡음이 많았는데, 그중 하나가 '현모양처'라는 이데올로기였다. 남성 중심 사회에 맞춰진 인물이며 유관순으로 하자는 얘기도 많았었다. 나는 광개토대왕이 되었으면 했지만 말이다. 각설하고 훌륭한 인물 뒤에는 훌륭한 부모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중에서도 어머니의 역할은 중요하다.


  역사에 기록이 많아 생각이 미치지 못하고 있었지만, 이순신을 낳고 기른 강한 정신적 지주였던 강인했던 어머니. 초계 변 씨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 소소한 재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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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이 지배한다는 착각 - 수학으로 밝혀낸 빅데이터의 진실
데이비드 섬프터 지음, 전대호 옮김 / 해나무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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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대선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의혹과 가짜 뉴스들, 편향된 보도 그리고 쏟아내는 네거티브 공세는 심적으로 힘든 시간이었다. 그동안 매주 여론조사들이 쏟아졌고, 많은 유권자들은 그 결과에 일희일비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여론조사도 18대 총선부터 제대로 맞질 않았다. 가장 눈여겨볼 수 있었던 것은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가 붙은 미국 대통령 선거였다. 누구도 트럼프가 이길 것이라고 예측하지 못했지만 빅데이터들은 트럼프의 당선을 예측하고 있었다. 구글의 딥마인드가 이세돌 9단을 이긴 이후로 급속도로 우리 속을 파고드는 빅데이터와 AI는 경이롭기도 하지만 두려움도 함께 주고 있다.


  세상을 움직이는 많은 곳에서의 알고리즘은 생각보다 완벽하지 못하다고 얘기하는 이 책은 해나무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신경망 회로가 세상에 나온지도 50년이 훌쩍 넘었다. 굉장히 많은 시도가 있었지만 많은 연산 때문에 잊힌 기술이 되었다. 2012년 알렉스 크리 제브 스키는 GPU 기반 딥러닝을 가지고 나왔다. 이는 기존의 기계 학습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그것이 Convolution Neural Network, CNN이다. 이때부터 급격히 발전해 기계학습은 구글과 페이스북 등 여러 회사로 흘러 들어갔고, 뉴스를 볼 때는 추천기사를 쇼핑을 할 때는 추천 상품을 SNS를 할 때는 친구 추천을 해준다. 사람들은 기계의 추천에 익숙해지고 더욱더 단조로운 삶을 살아가는 듯하다.


  그렇다면 결국엔 알고리즘이 지배하게 될 것인가?라는 의문이 필요하다. 실제로 기계가 '초지능'을 가지게 되었을 때 어떤 나쁜 일이 있을까 하는 토론이 열기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이 모든 것이 그럴만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알고리즘들의 문제와 편향에 대해서 수학적으로 접근한다. 최근에 논란과 공포심은 언론과 일부 전문가로 인해서 과장되었고 주장한다.


  기계 학습이라는 것은 그 말 자체로 한계를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불완전하고 오류 투성이인 인간을 학습해 봤자 얼마나 완벽해질까? AI가 체스를 이기고 바둑을 이기는 것에 그렇게 공포심을 가질 필요가 있을까? 그것들은 지능이라고 보다는 고도의 계산에 가깝다. 수천 개의 CPU와 GPU가 이뤄낸 결과다. 기계가 사람보다 많은 계산을 빠르게 할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AI가 갈 길이 아직 멀었다는 것은 자연어 처리를 보면 더욱 확고해진다. AI로 만들어진 많은 음식인식 시스템에서 우리는 거의 일방적인 대화를 하고 있다. AI는 생각보다 많이 수동적이고 순간 반응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에게는 기억이라는 것이 불완전하기 때문이다. 대화 중에 나오는 '그것'을 AI는 인지하지 못한다. 대화의 연속성에 대해서 반응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 책을 처음 펼쳐 50페이지가량 넘기고 나서는 엄청 빠르게 읽었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공자가 아니기 때문에 어떤 이유에서 알고리즘에 문제가 있는지 간단하게 알고 싶을 뿐 심도 있게 알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2부에 나온 '가짜 뉴스'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로웠고 알고리즘에도 인간을 학습한 만큼 인간이 가진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재미있었다.


  AI의 발전은 무시 못할 정도로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두려움에 떨기보다는 그로 파생되는 혜택을 누리면서 균형감 있는 감각을 유지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알고리즘에 대한 우리의 무비판적인 수용은 인간 자체를 편향되기 만들지도 모른다. AI가 추천해주는 것보다 더 많은 관심사가 있을 것이다. 과감히 '네가 추천하는 것이 다 맞지는 않아'라는 생각을 잊지 말자.


  전공자라면 꼼꼼하게 읽어보면 좋을 만큼 많은 레퍼런스들이 있다. 하지만 비전공자들에게는 다소 낯설고 어려운 얘기들이 많았다. 너무 힘들게 읽지 말고 흥미 있는 것만 꼽아 읽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좋은 방법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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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이도우 지음 / 시공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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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갑자기 닥친 한파처럼 얼어버린 마음도 봄날의 햇볕으로 서서히 녹아내리듯 인간의 마음도 사랑으로 녹아내리듯 하는 작품이다. 계절은 줄곧 겨울에 갇혀있지만 이야기는 봄 같은 따사로움이 있다. 날씨가 좋다는 것은 무엇일까? 사람의 마음속에 훈훈함이 생긴다면 혹은 기분 좋음이 함께 한다면 눈이 오던 비가 오던 그날은 좋은 날이지 않을까? 햇살이 쏟아지는 맑은 날만이 꼭 좋은 날은 아닐 거다.


  내 마음과 꼭 맞는 날씨를 만났을 때의 기분 좋음이 있는 소설이다. 특히 겨울이 지난 지 얼마 안 된 하늘에서 쏟아지는 햇볕을 맞는 듯한 따사로움이 있다. 격정적인 사랑을 다룬 소설도 좋지만, 은은하게 스며드는 이런 소설은 내 취향에 잘 맞는 듯하다.


  이 작품은 이치카와 다쿠지의 '지금, 만나러 갑니다'라는 소설과 같은 향을 내고 있다. 비가 내리는 날 돌아온 아내와 함께 하는 소소한 에피소드로 끌어가는 잔잔함과 따사로움이 이도우의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에서도 느낄 수 있다. 비가 오는 계절이라도 한파가 닥친 계절이라도 그들에게는 이보다 좋은 계절은 없을 듯싶다.


겨울이 와서 좋은 이유는 그저 한 가지,

내 창을 가리던 나뭇잎들이 떨어져

건너편 당신의 창이 보인다는 것.


  마음의 여유를 잃은 해원은 도피하듯 고향으로 내려오고, 그녀의 귀향을 늘 기다리는 은섭은 '굿나잇책방'이라는 서점을 하면서도 겨울 한 철 큰아버지의 논두렁 스케이트장을 도운다. 상처받지 않기 위한 마음으로 살아온 은섭과 상처를 받은 해원의 이야기다. 녹아내리는 해원의 마음과 온돌 같은 따스함이 있는 은섭의 마음을 보기 편한 수채화처럼 그려나간다. 너무 빠르지 않은 전개는 마음을 간지럽히듯 조금씩 파고든다. 예상할 수 있는 심리적 전개는 무료함보다 공감으로 이어진다. 정겨운 마을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소소한 즐거움 덤이다.


  조금 아쉬웠던 점은 갈등이 필요했을까. 였다. 세상에는 알지 않는 편이 나은 진실도 있듯 책 속의 내용도 굳이 드러내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갈등을 끄집어내어 꼭 다 풀어줘야 했을까.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맑은 날 갑자기 내린 소나기처럼 조금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그 또한 날씨라는 것의 매력이라면 매력일 테지 라며 이해하려 했다. 굉장히 많은 페이지를 가졌음에도 지루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마음이 드는 것 같다.


  겨울이 배경이었지만 봄 같은 작품이었고, 주인공들의 마음 변화에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소소하면서 기분 좋은 문장들이 담겨 있다. 날씨가 좋은 날 벤치에 누워 읽으면 더없이 좋을 기분 좋은 연애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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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은 넣어둬, 마음은 다를 테니까 - 본연의 나를 알아가는 깨달음의 여정
토마 당상부르 지음, 알렉시 누아이아 그림, 이세진 옮김 / 두시의나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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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제목이 나와 마주하는 몇몇의 인물에 대해서 해주고 싶은 말이어서 그런지 책을 고르다가 눈에 들어와서 그냥 픽했다. 상대가 친절을 보이지만 속 마음에서 나오는 것 같지 않은 느낌을 받는 어색함이 있는 경우가 있다. 그전에 관계에를 복귀해 보아도 나에게 이런 친절을 보일 이유가 없어보기도 한다. 나에게 얻고자 하는 것이 생길 때 보이는 친절 나는 그것이 너무 눈에 보여서 그 행동이 너무 싫지만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적당히 받아 준다. 그런 심리에 이 책이 궁금했다.


  책을 펼치면서 내 생각과 정반대의 책임을 알게 되었다. 적당한 글과 그림으로 중요한 부분만 콕콕 집으면서 얘기한다. 속 마음과 다르게 혹은 속에 품은 감정을 표출하지 못한 채 친절함을 보이다가 어느 순간 폭발하고야 마는 사람들에 대한 얘기였다. 친절한 아빠 노릇을 하다가 결국에 폭발하고 있는 나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기도 했다.


  '친절한 죽은 사람(nice dead person)'이라는 단어가 가슴을 콕하고 찌른다. 늘 예의 바르게 미소 짓지만 속은 두려움이 찌들어 죽어 버린 사람이라는 얘기다. 내면의 욕구와 감정을 분출하지 못한 채 만들어진 외형으로 살아간다는 얘기 같았다. 다른 말로 하면 '착한 사람 증후군'이라고도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뼛속까지 인자함이 넘치고 바다와 같은 포용력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지만 우리는 그럴 수 없다.


  '압력솥 메커니즘'이라는 것이 있다. '싫어'라고 외치면서 '좋아'라고 대답한다. 불일치와 좌절을 느끼면서도 그 느낌을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 자신의 분노와 슬픔보다는 타인의 시선과 비판이 두렵다. 사회에서는 온갖 규범을 종용한다. 바른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은 옳은 일이지만 자신을 무시하면서까지 할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사회 편입을 위해서 그것을 압박한다. 이 모든 감정은 부글부글 끓다가 결국엔 폭발한다. 폭발은 외부를 향한 공격성 혹은 내부를 향한 우울증이 된다.


  행복하게 살 것인가, 이기면서 살 것인가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해야 하는 근본적인 선택인 것 같다. 서로의 얘기를 들을 것인지 나의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해 싸울 것인지의 문제가 된다. 폭력의 대화법과 비폭력의 대화법은 이 선택에 따라 결정되는 것은 아닐까.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은 굉장히 중요하다. 순간순간 상황에서 맞이하는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고 그 감정이 어떤 욕구 때문인지 스스로 아는 것은 자신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힘이 된다. 자신을 상태를 잘 인지하고 사람의 관계에서도 적당한 선을 그어주는 것은 보인의 멘탈을 지키는 중요한 일이기도 하면서 갑작스러운 공격성이나 우울증에 빠지지 않는 사회적으로도 이로운 행동이다.


  이 책을 보면 '미움받을 용기'가 생각난다. 조금 단편적인 이야기의 엑기스을 뽑아 놓은 책 같았지만 메시지는 비슷한 것 같다. 자신을 돌보지 못하는 사람은 다른 이를 인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무조건적인 친절을 베풀기 전에 자신을 돌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유쾌하게 읽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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