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불 선진국 - 연대와 공존, 사회권 선진국을 위한 제언
조국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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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전쟁 이후 우리나라는 끊임없는 희생과 노력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다. 지원을 받던 나라가 지원을 하는 나라가 되었으며, 선진국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유일한 개발도상국이었다. 시설도 자원도 없던 나라. 나라를 위해서 간호사로 광부로 타국 멀리 떠난 분들이 계셨고 군부의 독재 아래 피를 흘리며 민주주의를 쟁취한 사람들도 있었다. 눈부신 발전의 밑거름이 되어 준 것들에 대한 희생을 잊은 채 앞만 보고 뛰어가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을 때가 많다.


  우리의 발전은 희생에 의해서 이뤄져 왔다. 선진국의 문턱을 갓 넘은 지금도 우리는 여전히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상위 10%의 부자들은 하위 50%의 가난한 자들보다 무려 14배에 달하는 부를 축적하고 있다. 0.5% 정도밖에 되지 않는 대기업은 나라 전체의 50%가 넘는 이익을 가져가고 있다. 


2020년 산업재해 사망자는 882명이다. 현대 아이파크가 붕괴되었고 현대 제철소 용광로에 사람이 빠지는 일이 연이어 일어났다. 여수 화학단지에서는 폭발 사고가 생겼다. 10대에서 30대의 사망 원인의 압도적인 1위는 자살률이다. 특히 20대 여성들의 자살률은 급등했다. 그럼에도 중대재해 법령이 기업의 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얘기를 당당하게 하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복지를 늘리려면 악을 쓰며 반대한다. 반대하는 사람들 중에 약자가 많다는 것이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도움을 받지 않겠다는 자존심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까지 약자의 희생을 담보로 발전을 얘기해야 할까? 주 52시간 근무가 최저임금제가 경제에 망조를 들게 만들 만큼 위험한 것인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은행이 매년 발표하는 '기업환경평가 순위'에서 늘 4 ~5 위를 하고 있다. 이미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을 만큼 친 기업적인 나라이다. 예전에 쉽게 쉽게 돈을 벌던 때의 문화를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기업 하기 어려운 것이다. 약자를 쥐여 짜면 쉽게 이익을 늘릴 수 있지만 기업 경영을 최적화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이제 마른걸레 짜듯 하는 경영은 그만두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가 주 52시간으로 죽겠다는 소리를 내고 있을 때에도 독일의 보쉬는 주 28시간을 시도하고 있다. 유럽의 여러 나라들은 4.5일 근무를 시도하고 있다. 오래 앉아 있다고 성과가 나는 것은 아니다. 많은 시간이 필요한 업무에 대해서는 근무시간 저축 은행 같은 개념을 도입해도 좋을 것 같다. 수명이 길어지고 있다. 평생직장을 제공해 주는 것도 아니다. 충분한 휴식은 근무 효율을 올릴 수도 있고 새로운 인생을 열어가는 준비의 시간을 제공해 줄 수도 있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로 우리나라의 자유권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정도다. 대통령에게 욕을 해도 잡혀가지 않는다. 언론 자유 지수는 아시아권에서는 2등이다. 하지만 약자의 희생 위에 올려진 거대한 부는 약자들의 사회권을 뺏어갔다. 코로나로 인해서 갑자기 늘어난 통화량에 부동산이며 주식이며 모든 것이 급등했다. 선진국 대비 잘 방어했다고 얘기해도 가지지 못한 자의 분노를 식힐 수는 없었다. 1948년에 만들어진 헌법 18조 '이익 균점권'을 지금 들먹이면 좌빨 소리를 들으니 우리의 사회권은 1948년보다 더 박탈된 상태인 것 같다.


  오늘날 살아온 이래 가장 심한 갈등을 보고 있는 것 같다. 정치권들은 대놓고 갈등을 조장한다. 공부하지 않으면 기득권 언론에 놀아나기 딱 좋다. 내 주위에 사람들이 모두 같은 말을 하고 있다면 의심하라. 정확한 데이터와 여러 방면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한다. 


  지난해 독일 잡지 <투리 투 에디션>으로부터 한국은 2021년의 승자들에 뽑혔다. <블룸버그>로부터는 코로나19 방역 MVP로 뽑혔다. 코로나19로 세계 경제가 휘청일 때도 우리나라는 세계 4등을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찬란한 업적을 견딜 수 없을 만큼 약자의 상처는 깊어졌다. 약자에게 가불 했던 '사회권'을 이제는 돌려줘야 할 때이다. 미국의 부자들은 자신보고 기부하길 바라지 말라고 한다. 적극적인 법 개정으로 정당하게 받아가라고 얘기하며 누진세 법을 스스로 얘기하기도 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있다. 


  헤겔은 '의무만 있고 권리 주장이 없는 사람은 노예다'라고 했다. 아무리 자유권이 주어진다 한들 사회권이 보장되지 않아 먹고살기 바빠 권리를 주장할 여유가 없다면 그것이 어떻게 선진국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 워크홀릭에 빠지면 일을 손에서 놓으면 굉장히 불안하다. 우리나라는 지금 나라 전체가 워크홀릭이 아닐까 싶다. 잠깐만 숨을 고르고 휴가를 떠나 병들었던 몸을 회복하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는 시기가 아닐까 한다.


  튼튼한 몸과 마음을 가진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 조금 다른 마음가짐과 여유를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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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길
제이슨 레이놀즈 지음, 이민희 옮김 / 밝은세상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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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의 시선에서 적어나간 열 편의 단편 소설. 소설이라기보다는 일기에 가까운 느낌이 드는 책이다. 첫 장부터 등장하는 코딱지에 대한 얘기는 독자를 당황하게 만들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유년 시절에 하굣길에서 일어날 법한 일들을 여러 가지로 적어 놓았다. 생각보다 심심하게 학교 생활을 했던 나에게는 눈으로만 보던 장난꾸러기 녀석들의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재미없는 이야기는 쓰고 싶지 않다는 작가의 다짐처럼 장난기 가득한 이 책은 밝은 세상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이 책도 사실 작은 오해로 시작할 수 있었다. 나의 상상력을 더하자면 가출 청소년들이 집으로 돌아오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지 않을까였다. 대단한 착각을 한 것이다. 이 책에는 초등학생 정도의 인물들만이 등장하고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스쿨버스에서, 아지트에서 일어나는 일을 유쾌하게 적어내고 있다.


  초등학생들 특유의 허세와 거리낌 없음이 장착된 이 작품들은 성인이 읽으면 조금 실없다는 느낌을 받는다. 유년시절의 추억 여행을 갈 수도 있지만 그 정도로 열린 마음을 나는 가지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가끔씩 피식할 정도의 일은 일어났지만 그땐 그랬지. 맞아.라는 감탄을 할 수 없는 것도 아마 다른 문화권의 이야기라서 그럴 거라 생각한다.


  아이들이 읽는다면 유쾌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어린이 도서로 구분되어야 하지 않았을까?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장난과 행동이 가득하다. 몇몇 작품들을 따라 한다면 부모님들에게 야단맞을지도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그렇게 흥미로운 작품은 아니었지만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이렇게 자연스럽게 적어나갈 수 있는 것은 작가가 아이들을 많이 좋아하는 듯했다. 아이들을 위한 교육 도서들도 좋겠지만 이런 종류의 아이들의 이야기를 적은 책도 어떻게 보면 그들만의 사회에서 꼭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이들이 가진 각자에 대한 고민들을 아이들만의 사회에서 풀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경험을 지켜볼 수 있는 작품이다. 불우하면 불우한 대로 불량하면 불량한 대로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그냥 일상을 그리듯 적은 그런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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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을 향해 날아간 이카로스
브라이언 그린 지음, 박병철 옮김 / 승산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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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브라이언 그린이 아이들을 위해서 적은 일러스트북이다. 사실 블랙홀에 대한 조금은 두꺼운 책일 줄 알았는데, 받아 들고는 조금 실망했지만 제대로 보질 않고 주문한 내 탓인 건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이 책은 아이들에게 보여주기 너무 좋을 것 같다. 상대성 이론을 공부할 거라며 허세를 부리는 둘째에게 대학교 수학까지는 공부해야 하질 않겠냐며 화두를 던졌는데, 조금 짜증을 내지만 곧잘 진도를 빼고 있다. 그런 아들에게 상대성 이론이 녹아 있는 이 책은 좋은 선물이 될 것 같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다이달로스는 아들 이카로스에게 날개를 만들어주고 함께 탈출을 시도했지만 비행에 취한 이카로스는 태양 가까이 다가가는 바람에 날개가 녹아내려 바다에 빠져버리고 만다.


이 책에서 이카로스는 스스로 만든 우주선으로 블랙홀 가까이 뛰어드는 모험을 한다. 글을 읽으며 신화 속 이카로스가 생각나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 버리지 않을까 했지만 아이들을 위한 책이라 이카로스는 결국 블랙홀 주위를 도는 비행을 성공하고 만다. 하지만 비행을 마치고 나온 우주는 이미 수천 년이 흘러버렸다. 블랙홀 주위에서 시간은 느리게 흘러가니까. 자신의 모험으로 아버지와 이별을 한 이카로스는 후회를 하게 된다.


브라이언 그린은 칼 세이건 이후로 가장 유명한 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다. 그는 과학을 어렵게만 설명하면 안 된다고 믿고 있다. 이런 일러스트북을 통해 아이들은 우주의 모습을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상대성 이론에 대해서도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다.


단순한 일러스트북이 아닐까 싶었지만, 내용은 지식과 교훈이 함께 들어 있었으며, 허블 망원경으로 찍은 놀라운 사진을 즐기는 경험도 할 수 있었다. 아이와 함께 떠나는 우주여행. 이 책과 함께 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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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볼트 - 지구의 재앙을 대비하는 공간과 사람들
시드볼트운영센터.산림생물자원보전실 생물자원조사팀.야생식물종자연구실 지음 / 시월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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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세기 노아의 방주라고 여겨지는 '시드 볼트'는 세계에 딱 두 군데 있다. 하나는 노르웨이의 스발바르 글로벌 시드 볼트이고 나머지 하나는 우리나라의 백두대간 글로벌 시드 볼트이다. UN의 지원을 받으며 세계적인 명성으로 거듭난 스발바르 시드 볼트와 다르게 백두대간 시드 볼트는 '인류 공헌'이라는 대명제 아래 거듭나려고 노력했다. 세계에서 2개뿐인 시드 볼트라 우리나라의 시드 볼트도 당연히 국제적 지원을 받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백두대간 시드 볼트는 경북 봉화에 자리 잡고 있다. 봉화군은 십승지라고 하여 예로부터 천재지변이나 전쟁이 일어나도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열 군데의 땅 중에 하나다. 실제 한국전쟁 당시에도 전쟁이 일어났는지 조차 잘 몰랐다고 할 정도였다. 그런 고산 지대의 지하 깊숙이 그리고 강화 콘크리트 벽에 3겹의 강철판으로 보호하고 있다.


  시드 볼트는 씨앗을 저장하는 그 자체에 목적을 두고 있어서 씨앗을 잠시 맡겨두는 시드 뱅크와는 그 목적이 조금 다르다. 시드 볼트에서 씨앗이 방출되는 것은 지구에 아주 큰 재앙이 발생했을 때뿐이다. 스발바르 시드 볼트에서 딱 한 번 씨앗을 방출한 적이 있는데, 그것은 시리아 내전으로 시리아의 종자은행이 부서졌기 때문이었다. 


  스발바르 시드 볼트가 작물 종자를 보관하는데 반해 백두대간 시드 볼트는 야생 종자를 보관한다. 야생 종자를 보관하는 일은 아주 중요한 일이면서 서둘러야 하는 일이다. 전 세계적으로 야생 식물에 대한 연구는 고작 10% 정도만 이뤄져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연구하는 속도보다 사라지는 속도가 더 빨라 오히려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을지도 모를 일이다. 시드 볼트는 종자를 단순 보관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매년 우리나라 각처를 돌며 야생 식물을 조사하고 채집한다.


  그렇다고 모든 씨앗을 보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씨앗마다 휴면할 수 있는 기한이 다르다. 그래서 실제 시드 볼트에 보관이 안 되는 것들도 많이 있다. 열대식물일수록 저장이 힘들다. 채집한 종자는 이물질을 제거하고 건조하고 씨앗이 얼마나 튼실한지도 체크해야 한다. 더불어 자생지의 정보와 함께 발화 조건 등을 테스트하고 기록하여 함께 보관해야 한다. 순수하게 종자만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정보를 함께 보관하는 것이다.


  시드 뱅크로도 충분할 텐데 왜 시드 볼트를 만들었을까? 어느 선진국에서도 하지 않는 일을 왜 우리는 시작하게 되었을까? 어차피 열어보지도 못하는 종자들을 많은 유지비를 들여가며 보관해야 할까? 그것은 우리나라가 이제는 그럴만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많은 식물들은 사라져 간다.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들은 종자를 처리하거나 보관할 능력이 떨어져 눈앞에서 사라져 가는 것을 보고 있을 수밖에 없다. 백두대간 시드 볼트는 범아시아의 방주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무엇보다 이런 전 세계적인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면 우리나라의 가치도 함께 상승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할지라도 보관하는 종자의 수가 늘어나고 예기치 못한 환경 문제가 닥쳤을 때 그 진가가 드러나지 않을까? 바나나만 해도 지금 멸종을 해결하기 위해 분투 중이다. 재배 작물로 만들면서 식물은 다양성을 잃었다. 전 세계적으로 재배하는 작물은 30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유전자적 단순함은 천적이 나타났을 때 멸종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그때를 위해서라도 야생종을 보관하여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


  식물 주권은 또 다른 중요한 문제다. 일제 강점기 때 일본은 우리나라의 식물을 관찰해서 도감을 만들어냈다. 울릉도에 서식하는 식물 중에는 '다케시마'가 학명으로 붙어 있는 것들도 있다.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 붙어버린 이런 잔재는 고치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미국은 우리나라의 엄청난 양의 종자를 가져갔다. 크리스마스트리로 사용되는 개량된 구상나무는 미국에 돈을 지불해야 할 정도다. 소위 선진국들의 약탈은 우리나라만의 얘기는 아니다.


  '내가 그 나무 아래에서 쉴 수 없더라도 나무를 심는 마음'이 시드 볼트를 운영하는 마음이라고 본다면, 환경오염으로 엄청난 속도로 망가져 가는 지구에서 살아야 할 후손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또 다른 미안함의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 우리나라가 인류를 위해 하는 공헌이라고 생각한다면 시드 볼트를 지키는 사람들의 노력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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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박완서 지음 / 현대문학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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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냉정과 열정 사이'가 두 세트가 되는 바람에 한 세트를 나눔 하려고 올렸더니 나에게 몇 권의 책을 선물로 도로 나눔 해 주었다. 박완서 작가는 귀에 익을 만큼 많이 들었지만 작품은 처음으로 접했다. 이 산문집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는 2010년 출판작이라 오래전 추억이 생각나기도 하다.


  책은 모두 3부로 이뤄져 있고 1부는 에세이, 2부는 도서 서평, 3부는 지난 인연에 대한 회상으로 이뤄져 있다. 여러 얘기가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1부가 좋았다. 


  6.25를 몸으로 겪은 작가는 그때의 경험을 자주 얘기한다고 했고 그것이 자신의 작품에 큰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고 한다. 원래는 작가가 될 생각이 없었지만 전쟁은 다른 인생을 강요했다. 자신이 원래 가보려 했던 길을 가지 못한 아쉬움은 지금의 성공이 크다하더라도 꿈꾸던 인생보다는 초라해 보일 수밖에 없다고 얘기한다. 그 시절에 초등학교도 졸업하기 쉽지 않았던 시절. 대학교까지 졸업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한국 전쟁에서 느꼈던 인간의 이기적인 마음. 2002년 축구로 하나가 되었던 그날의 열기 그 속에서 느꼈던 빨간색에 대한 거부감. 같은 해 일어났던 연평해전에 대해서 슬픔과 분노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두려움을 얘기한다. 1.4 후퇴 때 결국 피난길에 오르지 못한 이야기를 통해 가족을 버리고라도 도망쳐야 하는지 두려움과 이기심 그리고 책임감 사이의 고뇌를 느낄 수 있었고, 빨간색만으로도 빨갱이로 몰려 잡혀갔던 예전의 경험으로 be the reds라는 구호의 환희 속에서도 어쩔 수 없는 거부감이 있음을 고백했다. 연평해전으로 우리 군이 피해를 입었을 때는 잃어버린 아들을 떠올리기도 했다.


  소설을 쓴다는 것은 자신을 치유하는 방법 중에 하나라고 얘기하는 작가는 그런 글의 힘을 믿고 있고 조금은 비현실적이어도 너무 현실적으로 적지 않고 치유를 할 수 있는 게 어떨까라고 얘기하기도 한다. 


  그 외에도 전소되었던 남대문의 기억. 일본과 한국에서 만난 두 연변 동포의 처지에 대한 이야기. 고향 개성에서 자주 쓰던 '야바위 밑에서 주워 온 아이'라는 말에 대한 이야기 등이 재미나게 적혀 있었다. 최근에 나오는 에세이들보다 훨씬 예전의 이야기들이 적혀 있었지만 그래서 추억과 함께 소환되어 오기도 했다.


  2부에서 소개한 책들 중에는 이청준 작가의 '별을 보여드립니다'가 눈에 띄어 구매하려고 했는데.. 가격이 어마 무시해서 포기했다. 3부에서는 박수근 화백에 대한 추모가 좋았다. 인간의 환경에 어떻게 적응하고 이기적으로 변하는지 깨닫는 모습이 좋았다. 


  자신의 아픈 모습, 나쁜 모습을 글로 표현하는 작업은 쉬운 일은 아닐 터이지만 박완서 작가의 글에는 그런 망설임은 없다 오히려 지금 깨달았기 때문에 괜찮다고 얘기하는 듯했다. 이런 인간적인 솔직함이 이 작가의 묘미인지, 오랜 세월을 살아보니 통달하게 된 마음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인간 본연의 모습을 자신의 모습으로 묘사해서 조금 더 공감이 되었던 것 같다.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겠지만 지금까지 걸어온 길도 그렇게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그런 마음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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