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림과 울림 (한정판 리커버) - 물리학자 김상욱이 바라본 우주와 세계 그리고 우리
김상욱 지음 / 동아시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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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려운 과학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과학자 중 한 명을 뽑자면 바로 김상욱 교수다. 김상욱 교수의 설명에는 순수하게 과학적이면서도 인문학적 향기가 물씬 느껴진다. 이론적인 부분에서는 물리학자의 단호함이 보이지만 그것을 풀어내는 과정에는 이야기가 있다. 우주는 떨림이고 인간은 울림이라는 표현은 과학적 의미를 품고 있으면서도 너무 멋스러운 말이다. 


  경향신문에서 연재했던 '김상욱의 물리 공부'를 기초로 새롭게 만들어낸 책이다. 인간의 죽음이 단지 원자의 재배열이라는 무미건조한 물리학자의 시각을 가졌지만 무엇보다 인간들과 물리학이 가까워지길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엄청 어려운 이론들이 나열되어 있지만 김상욱 교수는 그냥 옛날이야기처럼 적어낸다. 어떤 과학 교양서보다 친근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총 4부에 거쳐 작성되어 있다. 우주, 시공간, 중력, 파동 정도의 키워드로 이런저런 얘기를 한다. 기본적인 이론 설명이기도 하고 과학사의 얘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곳에 철학을 한 스푼 올렸다. 과학적 낭만이 있다면 이런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 같으면서도 다르다', '우리는 믿는 것을 본다', '서로가 서로에게 낙하한다.', '사라지는 것은 없다. 변화할 뿐' 소 제목에서 보이는 철학적 제목들이 눈에 띈다. 지극히 과학적이지만 너무 멋진 것 같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 우주는 138억 년 전에 빅뱅이라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이 보통의 생각이다. 빅뱅이 일어나고 38만 년이 지나고 나서 빛은 그 존재를 드러냈다. 하지만 인간이 빛을 알게 된 것은 고작 150년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고 빛은 과학의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오늘날의 1m는 빛의 속도와 시간으로 정해진다. 길이는 시간이 되는 것이다. 1초라는 것은 세슘 원자가 내는 특정 진동수의 빛이 9,192,631,770번 진동하는 데 걸린 시간이다. 


   현재의 현상을 깨닫기 위해서는 세상이 시작된 장소를 알아야 한다. 과학에서 빅뱅이 가지는 의미다. 빅뱅을 본 사람은 없다. 하지만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들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결국 한 점으로 모일 수밖에 없다. 이것은 현재의 이론으로는 굉장히 과학적인 추론이며, 많은 이론들을 받쳐주는 근거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에서 갑자기 "꽝"하고 우주가 나타난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마찬가지로 세상이 왜 존재하는지에 대한 대답을 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주의 모든 것은 한 점에서 출발했고 세상이 나이고 내가 세상이라는 것은 철학적이면서도 과학적인 답변이 아닐까 싶다.


  다른 면에서 살펴보면 우리는 결국 원자로 이뤄진 하나의 집합체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느 날 원자들이 새로운 개체를 만들었고 죽으면 다시 산산이 부서져 또 다른 형태의 무엇인가가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불교의 윤회라는 것이 설득력을 가지는 것이 아닐까. 그러고 보면 동양 철학은 굉장히 과학과 가깝다. 최근에 등장한 양자역학에서 하나의 것이 서로 대립되는 성질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상보성'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중용', '정반합' 등처럼 정과 반이 공존한다는 개념을 받아들이는 동양인들은 양자역학을 이해하는데 거부감이 없다. 실제로 상보성을 주장한 보어는 중국을 방문해서 태극문양을 보고 감명을 받고 자신의 귀족 예복에 태극문양을 새겼다.


  평등하다는 것을 물리학적으로 설명하는 부분은 정말 신선했다. 여자와 남자는 99.5% 동일하게 이뤄져 있다. 태아는 안드로겐이라는 남성 호르몬에 노출되지 않으면 여성이 된다. 하지만 여성 호르몬은 그저 가슴과 엉덩이 그리고 월경 주기를 위해 필요할 뿐이다. 과학적으로 본다면 인간의 원형은 여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원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남성이 인간의 원형이라는 프레임이 과학적으로는 틀렸다는 것을 얘기하는 것이다. 난자 하나에 1억이 넘는 정자들이 경쟁하여 남성은 능동적이고 여성은 수동적이라는 프레임도 틀렸다. 임신 20주째 여성 태아는 700만 개에 달하는 난자를 갖지만 사춘기 즈음이면 40만 개만 남는다. 이것은 자체 경쟁을 통해서 최상의 난자만을 남기는 과정이다. 잘해야 몇 시간을 경쟁하는 정자에 비해 난자는 평생을 경쟁한다. 태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난자이기 때문이다. 생물학적으로 우월성을 논하기에는 이제 과학적으로 무의미하다. 오히려 인간과 99% 동일한 유인원들을 바라보며 인간과 동물의 평등에 대해서 생각할 지점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과학에서 가장 중요한 태도는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인정하는 태도다. 무지를 인정하고 아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말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과학은 불확실성을 안고 가는 태도다. 충분한 증거가 없을 때, 불확실한 전망을 하며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 이것이 과학의 힘이다. 과학은 논리라기보다 경험이며, 이론이라기보다 실험이며, 확신하기보다 의심하는 것이다. 과학이란 지식이라기보다는 태도인 것이다.


  천체물리학에서 양자역학까지 총망라된 교양도서다. 너무 쉽고 너무 재밌게 쓰여 있다. 과학적 지식이 없이도 즐겁게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인문학적이다. 어렵게만 느껴지는 과학 지식들이 어느샌가 더욱 친근하게 느껴진다. 어린아이가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설명할 수 없다면 그것은 아는 것이 아니다고 얘기한 아인슈타인의 말이 생각나는 도서였다. 과학에 흥미가 필요하다면 어떤 책 보다 이 책을 먼저 집어 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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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일리치의 죽음 창비세계문학 7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강은 옮김 / 창비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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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의 대문호이자 사상가로 잘 알려진 톨스토이의 작품 중에서 죽음을 대하는 인간의 모습을 담고 있는 책이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 매일을 사색하게 되는 이반 일리치의 모습에서 죽음과 삶의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게 된다. 특별할 것 없는 한 사람의 평범했던 삶과 불현듯 닥친 죽음. 나의 죽음에 대한 고통에 공감하지 않는 주변인들과의 간극에서 오는 분노. 너무 당연하듯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스케치한 모습에서 묘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작품은 이반 일리치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된다. 타인의 죽음에 대해 어떻게 애도해야 할지 모를 당황스러움과 남은 자들의 현실적인 심리가 그대로 나타난다. 세상을 구성하는 하나의 존재가 사라져 가는 슬픔보다는 사라진 그 틈이 어떻게 메워질지 자신에게는 어떤 득이 생길지 등을 고민하는 모습이 지금 나의 삶과도 그렇게 다르지 않아서 씁쓸하면서도 이해 가는 구석이 있었다.


  이반 일리치는 그저 잘 살기 위해서 노력하던 인간이었다. 그저 자신의 위치에서 더 나은 위치로 나아가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살았다. 적당히 똑똑하고 예의 바르며 자신의 의무는 곧잘 해냈다. 자신의 위치에 맞는 사람들과 적절히 지냈고 남들 못지않은 삶을 살아가려고 여러모로 노력했다. 결혼도 마찬가지였다. 남들보다 부족하지 않은 미모와 재력을 가진 집안의 아내를 맞았다. 문제가 생긴 건 아이가 생기고 나서다. 자신의 패턴대로 살아내기에는 아내의 요구는 외란 같았다. 그는 아내에게 원하는 것조차도 정의를 하여 행동할 만큼 자신의 목표가 뚜렷하고 그것에만 집중하는 삶이었다.


  그는 승승장구했지만 성공의 정점에서 알 수 없는 병에 걸린다. 대수롭게 여기지 않은 고통은 점점 심해져 갔다. 자신의 모습은 추해져 갔다. 이반 일리치는 왜 자신이 죽어야 하는지에 대해 거듭 질문하며 그 원인을 자신 밖에서 찾기 시작한다. 병명도 알아내지 못하고 그저 듣기 좋은 말로 치료비나 받아가는 무능한 의사들. 자신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고 자신들의 입장만 생각하는 무심한 가족. 그는 이런 현실을 저주한다. 


  밤이면 찾아드는 극심한 고통을 혼자 견디며 죽음과 대면했다. 죽음과 대면하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그저 두려워만 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항상 죽음과 고통과 함께 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괜찮아질 거라며 거짓으로 그를 대했고 그 모습에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과 함께 죽음을 진지하게 고민해줄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 와중에 하인 게라 심은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정면으로 마주해 주었다. 이반 일리치는 그에게서 안정을 찾았고 그와 있는 시간이 좋았다. 아픈 사람에게 할 수 있는 공감은 '괜찮아질 거야'가 아니라 '많이 아프지?'라는 말이 되는 것이다. 게라 심은 이반 일리치에게 자신은 죽음을 목전에 둔 이반 일리치를 위해서 조금 피곤해도 괜찮다고 얘기해 준다. 이반 일리치에게 게라 심은 안식처 같은 곳이었다.


  죽음과 사투를 벌이던 어느 날 이반 일리치는 영혼의 목소리를 듣는다. '네게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라는 물음에 '사는 것'이라고 대답한 이반 일리치. 그의 대답에 영혼의 목소리는 '어떤 삶을 사는 것이냐?'라고 되묻는다. 그가 '전에 살았던 것처럼 기쁘게'라고 대답하자 목소리는 '전에 어떻게 살았길래, 그렇게 기쁘고 즐거웠냐?'라고 묻는다. 이반 일리치는 지난 기억을 떠올려보지만 아주 어렸을 때의 기억을 빼고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즐거웠던 유년시절을 지나 현재에 가까워져 갈수록 역겹고 구역질 나는 기억들 뿐이었다. 자신의 삶이 왜 이렇게 무의미한지를 생각하면서 이반 일리치는 결국 자신이 잘못 살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죽음을 받아들이면서 더 이상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존재가 되며 편히 잠든다.


  이 작품은 톨스토이의 삶의 의미와 인간 존재의 의미에 대해서 얘기한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외적 태도와 내적 심리 사이에 간극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꼭 소설 속 인물들의 얘기가 아니라 지금 살아가는 우리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불일치를 인식하게 되는 순간은 죽음에 이르렀을 때 가능할까? 죽음 목전에 두면 주마등처럼 스친다고 한다. 우리의 삶에 대해서 그제야 인지하게 되는 것이다. 


  문명이 발전할수록 우리는 삶에 대해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여유가 점점 줄어든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보다 '살아가는 일' 그 자체에 더 집중한다. 생명을 유지하고 일상적인 삶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의 생명력 대부분을 쏟는다. 그러다 보면 우리의 삶은 사회라는 것에 수동적으로 살다 떠나버리게 되는 것과 같다. 도구적인 삶으로 전락해버리고 있는 오늘날의 개인의 존재를 깨닫기 위해서는 죽음 앞에서 삶과 죽음의 의미에 대해 치열하게 고뇌했던 이반 일리치가 아닌 조금 더 건강할 때 사색하는 여유를 가져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삶이 빨라질수록 톨스토이의 사색을 엿보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ps. 역자의 작품 해석이 너무 좋아서 책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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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할 땐 돈 공부
조성준 지음 / 경영정신(작가정신)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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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로 갑작스러운 경제 침체. 그리고 이어진 양적완화로 인한 부양 경제 시대. 엄청난 자금이 시장에 쏟아졌다. 갈 곳을 잃은 돈들은 부동산과 주식 그리고 가상자산들로 몰렸다. 부동산은 폭등을 시작하고 주식은 수 배가 넘는 종목들이 넘쳐났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엄청난 속도로 오르며 가상 거래소를 폭발적으로 늘렸다. '벼락 거지'라는 신조어가 유행했고 너도나도 재테크 시장으로 뛰어들었다. 준비되지 않은 마음들은 기회의 시간 속에서도 이득을 보지 못한 채 우울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주식을 도박이라고 여기던 관념에서 벗어나 자본의 운영에 관심을 가진 이 시점,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들을 중심으로 얘기하는 이 책은 작가정신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이 책은 주식과 부동산에 대해서 주로 다룬다. 자본주의에서의 돈을 대하는 마인드 그리고 앞으로 유망한 업종에 대한 얘기들을 한다. 대부분의 자산들은 증가하는 방향으로 가기 때문에 현금으로 그대로 두는 것은 자산을 잃는 것과 같은 행동이다. 모두가 함께 걷고 있을 때 혼자 멈추면 뒤쳐질 수밖에 없는 것과 같다. 그래서 최근 경제에 대한 SNS들의 인기가 엄청나게 높아지고 있기도 하다.


  사실 이런 종류의 책은 최근에는  쏟아져 나오는 정도로 표현될 정도로 많이 나온다. 그래서 이 책의 내용에 대해서 크게 새롭거나 하는 점은 없었다. 많은 부분에 대해서 가볍게 다루기 때문에 쉽게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은 독자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다. 하나하나의 내용은 깊이가 필요하기 때문에 따로 찾아 공부해도 괜찮을 것 같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돈에 대한 인식이다. 돈을 좋아하지만 돈을 탐하는 것은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돈을 모으기 위해서는 돈과 친해질 필요가 있다.  투자를 할 수 있는 곳은 많아졌다. 하지만 알지 못하는 곳에 투자하는 것은 무모한 것이다. 주식을 하려면 주식에 관련된 책과 기업에 대해 공부해야 하고 부동산을 하려면 발품과 정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높은 수입, 낮은 지출, 그리고 재테크가 있다. 이 모든 것은 중요하다. 자신의 전공을 더 강하게 할 수도 있고 부업을 할 수도 있다. 자산을 늘리려면 수입은 필수다. 그리고 시드 머니를 모으려면 낮은 지출은 중요하다. 그렇게 모은 자산으로 재테크를 하게 된다. 


  가장 재밌었던 부분은 코로나19 시대를 지내며 관심이 생긴 '파이어족'이었다. 나도 파이어족을 생각하며 여러 부업을 고민하고 도전하고 있기도 하다. 파이어족은 재테크 등을 이용하여 빠른 은퇴 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자칫 놀고먹는 사람들로 인식하기 쉽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뿐이지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다. 최근에는 당연시되고 있는 N 잡러 라는 인식도 빠른 경제 독립을 위한 부지런한 사람들의 노력인 것이다.


  책을 어떻게 정리할까 고민을 해봤지만 너무 여러 가지 얘기를 하고 있어서 통찰력을 얻기는 힘든 책이다. 그냥 이런 얘기도 있고 저런 세상도 있다 정도의 감각을 느낄 수 있는 정도다. 이미 여러 서적을 본 사람에게 이 책은 추천할 수 있는 책은 아니지만 지금 재테크나 투자에 대해 관심이 생긴 사람이라면 여러 영역을 가볍게 살펴볼 수 있다. 그렇게 해서 관심 분야를 발견하고 더 깊이 있는 책을 통해서 착실히 공부하다 보면 더 좋은 투자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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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턴 파괴 - 최적한 성과와 관계를 만드는 컬럼비아 대학교 갈등고리 해결 프로젝트
제니퍼 골드먼 웨츨러 지음, 김현정 옮김 / 흐름출판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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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턴 파괴라는 제목은 꽤나 신선하게 느껴졌다. 우리는 많은 패턴을 가지고 있다. 삶의 패턴, 생각의 패턴, 행동의 패턴 등 우리가 살아가는 대부분의 것들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지만 그 나름의 패턴이 있다. 우리의 뇌는 우리의 행동에 반복성을 더하려고 한다. 이것은 습관과 버릇이 되고 편견이나 고정관념으로 나타난다.


  이 책은 갈등 패턴에 대해서 얘기를 한다. 우리가 자라오면서 만난 여러 요인들에 의해서 여러 가치들이 몸에 베이게 되는데 그것들은 갈등의 순간에 나타나게 된다. 이를 갈등 습관 유형이라고 얘기하며 저자는 4가지로 분류한다.


  갈등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먼저 이 갈등 습관이 갈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야 한다. 상대의 책임이 나의 책임이 5퍼센트인지, 95퍼센트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모든 갈등은 여러 책임들이 모여 생겨났고 그 상황은 모두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내가 원한다는 이유만으로 상대가 바뀌기를 기대하면 오히려 상대를 자극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를 심리학자들은 '자기 위협'이라고 부른다. 모든 인간은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싶어 하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과 다른 정보가 들어오면 위협받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진실이기 바라는 것과 실제로 진실인 것을 혼동하는 사람은 현실에 대해 왜곡된 이미지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없다는 레이 달리오의 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의 감정 표현은 행동과 대화로 이뤄진다. 이것은 다시 건설적인 정도와 편안하게 표현하는 정도로 나눌 수 있다. 감정 표현 방식은 매우 건설적인 데에서 매우 파괴적인 데까지 이를 수 있다. 예를 들의 자신의 감정을 상태를 타인과 나누는 행동은 건설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타인에게 폭력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파괴적인 반응이다. 잔뜩 화가 난 고객의 전화를 받고 난 뒤 전화기를 쾅하고 내려놓는 문제도 파괴적인 행동일 수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최근에 유행하고 있는 '마음 챙김'의 훈련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우리는 늘 무언가를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 살아가기 때문에 이런 잠깐의 멈춤과 사색을 일종의 반란 행위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반란이 성공하면 해방을 가져오듯 분명 필요한 것들이다. 멈춤의 중요성은 흙탕물에 비유할 수 있다. 틱낫한은 감정은 흙탕물과 같다고 했다. 탁한 감정은 없애거나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가만히 있으면 자연스레 가라앉아 맑아진다. 감정이 탁해질 때 멈춤을 연습해야 하는 이유다.


  갈등은 나의 가치와 상대의 가치가 충돌하기 때문에 생겨나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모든 인간이 다르듯 갈등은 사피엔스에게는 불가결한 문제일지 모른다. 나의 가치만 주장하면 갈등은 강화될 수밖에 없다. 갈등을 해결하려면 결국 이렇게 얽히고설킨 갈등의 고리들을 제대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보이지 않는 블랙박스 속에서 빼내애서 제대로 마주할 필요가 있다.


  갈등의 해결법은 모두 아름답지만은 않을 것이다. 결국 최적의 결과를 얻는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저자는 이를 '최적의 결과 기법'이라고 한다. 갈등의 해소는 그것이 필요한 사람이 먼저 시도를 하게 되겠지만 그것이 잘 될지도 모르고 상대의 태도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갈등에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결과를 선택해야 한다. 아름답지 못하고 냉정해 보이더라도 그런 것이 기법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갈등을 관찰하고 갈등에 엮여있는 여러 요소들에 대해 나열해서 이상적인 미래와 갈등의 유지 혹은 갈등으로부터의 도피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어떤 선택을 하던지 우리에게는 꽤 큰 용기가 필요하고 지속할 동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것이 주는 영향력 또한 주위로 퍼져 나가게 될 것이다.


  이 책에서 말한 갈등에 대한 정의와 인식. 그리고 나의 가치와 상대의 가치. 이상적 가치와 그림자 가치 등의 여러 정의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있었고 잘 정리되어 있다고 생각했지만 갈등 고리를 드러내고 패턴을 파괴하고 새로운 경로를 설정하는 부분에서는 크게 새로움을 느낄 수는 없었다. 갈등 지도를 그리고 상대의 상태와 가치를 이해하려고 하는 것은 좋았지만 그것이 패턴을 파괴한다고 얘기할 정도의 일일까 의문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내가 이해하기로는 갈등은 그대로 두면 점점 더 강화되는 패턴이 있기 때문에 이를 끊어줘야 하는데 이때 강한 작용을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멈춤'을 연습하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나와 상대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 서로의 가치를 존중하고 가치들 중에 교집합을 찾아내어 이해의 폭을 넓혀 가다 보면 갈등은 조금 더 자연스럽게 풀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저자는 모든 갈등의 해결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과정이라고 했다. 사실 갈등 해결은 풀고 싶은 사람의 몫이다. 갈등 강화의 패턴 속에서 그대로 파괴적으로 상대를 대할 수도 지금까지의 패턴을 파괴하고 새로운 관계 설정을 위해 노력할 수도 있다. 그것에 대해 도전하고 새로운 국면에 들어서는 것은 모두 자신의 몫이다.


  지금 가진 갈등을 그대로 두고 싶지 않다면 당장 '멈추고' 서로에 대해 이해하려고 노력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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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열의 서방견문록 : 뉴욕 편 - 서양 문명의 종착지 뉴욕에서 여정을 시작하다
김재열 지음 / 트로이목마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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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방 견문록이라는 꽤 동양적인 이름을 가진 이 책은 '뉴욕'이라는 매력적인 서양을 탐방하고 온 사람의 기록물 같은 느낌으로 만들어져 있다. 미국에 발을 들였던 보잉사 견미 사절단의 느낌을 내고 싶었던 것 같다. 뉴욕을 여행하는 단순한 여행 기록물이 아니다. 뉴욕 와닿아 있는 역사의 끈을 잡고 세계의 어디로던지 떠난다.


  뉴욕에서 만나는 랜드마크들과 이어진 세계사와 한국사를 얘기하는 인문교양서라고 불릴만한 이 책은 트로이목마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책은 왜 뉴욕으로 떠나야 하는지를 얘기하며 시작된다. 뉴욕이 매혹적인 도시임은 틀림없지만 그런 흔한 이유를 얘기하지 않는다.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는 영어의 흔적들과 서양의 문화들을 얘기한다. 우리 속에 깊숙이 자리 잡아 이제는 엄청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서양문명들의 본체를 확인하기 위해서 여행을 시작해야 한다. 서양 문물이 모두 모여든 곳 세계 최고의 도시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뉴욕은 첫 방문지로 손색이 없다.


  이 책을 요약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공항에서 발길 닿는 곳으로 가다 보면 이내 회상에 잠긴다. 그곳의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면 이렇다. 브로드웨이에 도착하면 뮤지컬을 얘기한다. 뮤지컬을 얘기하다 보면 뮤지컬의 또 다른 메카 영국을 얘기한다. 그러다가 우리나라의 뮤지컬 실정을 얘기한다. 자연스레 우리나라 뮤지컬의 역사로 이어진다. 또 다른 예를 들면 타임스퀘어에 도착해서는 타임이라는 유례를 설명하다가 The Times를 설명하다가 전 세계에 있는 Times에 대해서 얘기한다. 뉴욕 공립도서관을 얘기하다 보면 어느새 구텐베르크 금속활자를 따라 고려의 금속 활자까지 나온다.


  가벼운 마음으로 뉴욕 여행길에 오르는 기분으로 책을 펼쳤지만 세미나에 참가하는 기분으로 책을 읽게 되었다. 엄청난 양의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와서 머릿속으로 정리가 되지 않았다. 이 책을 읽으려면 역시 넓고 얕은 지식이 필요한 듯하다. 과학에서 역사 그리고 예술까지 이어지는 엄청난 스펙트럼을 가진 책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는 흥미로운 얘기들이 있지만 천천히 곱씹지 않으면 금방 놓치고 만다. 안내자를 따라가다가 길을 잃어버린 아이처럼 이곳저곳을 헤매다가 다시 돌아오곤 한다. 서양 문화의 종착역인 뉴욕에서 작가는 하고 싶은 얘기가 너무 많았던 것 같다. 뉴욕을 기점으로 서양의 거점을 한 군데씩 방문하다 보면 조금 수월해질 것 같기도 하다.


  뉴욕으로 쏟아졌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한 번 펼쳐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하지만 롤러코스터 같은 화제 전환에 정신을 바짝 차릴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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