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탐사선을 탄 걸리버 - 곽재식이 들려주는 고전과 과학 이야기
곽재식 지음 / 문학수첩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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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 재밌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향으로 사건은 뛰어다닌다. 과거와 현재를 뛰어다니고 과거의 이야기를 현재의 시야로 풀어보고 신화에 과학을 빗대어보고 그런 시선이 좋았다. 단지, 표지는 내용을 잘 담고 있는데 제목은 조금 생뚱맞다. 화성의 얘기도 걸리버의 얘기도 잠깐 스치듯 지나가기 때문이다. 차라리 <타임머신을 탄 걸리버>가 나았을지도 멋스럽지는 않지만 말이다.

  길가메시 서사시부터 인도의 로켓 이야기까지 서로 연결되지 않을 것은 얘기를 절묘하게 이어가며 즐거운 이야기를 내어놓은 이 책은 문학수첩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SF 작가들 사이에는 <곽재식의 속도>라는 것이 있다. 반년에 네 편의 단편을 집필하는 속도다. 그만큼 다양한 분야에 대한 호기심과 방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문장 중에는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축복받은 일이라고 했는데, 작가가 딱 그런 사람인 것 같기도 하다. 얼마나 다양한 종류의 작가와 책을 언급하는지 서점 앱을 몇 번이나 들락날락했는지 셀 수가 없을 지경이다.

  길가메시가 있던 우루크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발생지 근처인 유프라테스 강과 멀지 않은 곳에 있었고 밀이 처음 탄생한 곳이었기 때문에 충분히 대도시를 이룰 수 있었다. 우트나피슈팀의 영원한 생명에 대한 에피소드는 재밌었다. 노아의 방주에 영향을 준 것도 이 신화일까? 실제로는 홍수가 아니라 기후 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이나 폭우였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해빙기에는 해수면이 200미터나 올랐다고 알고 있다. 

  길가메시에서 기후 변화로 일리아스에서 철기문화로 그리스 신화에서 콘크리트로 천일야화에서 알고리즘으로, 이런 식의 과거와 현대를 종횡무진 왔다 갔다 한다. 하지만 그 연결의 끈이 확실해서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리스에 예술품과 동상이 많았던 이유가 글을 아는 사람이 적었기 때문에 입으로 전해지는 전설의 실체를 보여줌으로써 기억을 자극하려고 했다는 점이 신선했다. 인도에서 0이 생겨서 인간의 수학적 상상력은 극대화되었다는 점과 알고리즘이 인도의 알콰리즈미라는 학자에서 유례 되었다는 점도 알게 되어 좋았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에서 강남은 서울이 아니라 송나라의 강남이었다는 것과 우리가 얘기하는 먼 거리 '9 만리'는 지구 상에 정반대 편에 있는 위치까지의 거리(6만 리 정도) 보다 멀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근데 9 만리 설명하다가 우리나라 대척점인 아르헨티나로 넘어가는 이 설정은 대단하다.)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이야기를 잘 엮는다는 것이다. 정말 하나의 연결 고리도 없을 것은 사실들로 이렇게 절묘하게 이어 붙이니 작가의 상상력과 지식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다. 재미난 사실이 넘쳐나고 좋은 책들 소개가 많았다. 8번째 챕터까지는 호기심을 느끼며 즐겁게 읽어 나갔고 나머지 5개 챕터는 문학적 사실과 시대 배경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즐겁게 읽어서 좋았지만 작가님이 너무 많은 작가와 좋은 책들을 소개해 놓아서 장바구니가 또 무거워졌다. 세상에는 아직도 모르는 작가와 책들이 많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며 너무 술술 읽혀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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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한 방울 - 이어령의 마지막 노트 2019~2022
이어령 지음 / 김영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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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8세의 나이로 작고하신 고 이어령 작가의 인생 마지막 작품집이다. 키보드를 누를 힘이 생기지 않아서 다시 펜을 쥐고 글을 작성하는 모습에서 생의 마지막에서까지 글을 놓지 못하는 문인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죽음의 앞에서 새로운 것을 깨닫고 지나온 삶을 반추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내일 아침이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안녕" "잘 자"라며 혼자 인사말을 스스로에게 건넨다. 피와 땀으로 이뤄진 역사 속에서 남을 위해 흘릴 눈물 한 방울의 소중함을 얘기하는 이 책은 김영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지난 코로나를 겪으며 자유와 평등을 외치던 서양 문명의 민낯을 보게 되었다. 그와 동시에 그는 죽음 앞에 서 있었다. 걷기가 힘들어지고 소변조차 쉬이 나오지 않는 순간에도 감각을 더욱 많이 느끼기 위해서 부단히 움직였다. 죽음 앞에 서보니 지금까지 모두 안다고 생각했던 것이 모를 것이 되어 버렸다. 풀 수 있었을 것 같았던 문제도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 되어 버렸다.

  지금까지 나는 그 바탕을 보지 않고 하늘의 달을 보고종이 위의 글씨를 읽었다. 책과 하늘이 정반대라는 것도 몰랐고,문자와 별이 거꾸로 적혀 있다는 것도 몰랐다.지금까지 나는 의미만을 찾아다녔다. 아무 의미도 없는의미의 바탕을 보지 못했다. 겨우겨우 죽음을 앞에 두고서야의미 없는 생명의 바탕을 보게 된다. 달과 별들이 사라지는것과 문자와 그림들이 소멸하는 것을 이제 본다. 의미의거미줄에서 벗어난다.

  '의미 있는'이라는 것을 소중히 하는 것은 우리에겐 보편적이다. 김춘수 시인의 <꽃>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던지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의 '네가 나를 길들이면... 너는 나에게 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존재가 되는 거고, 나는 너에게 세상에서 하나뿐인 존재가 되는 거야..."라는 말이 있듯 우리는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소중하게 대한다. 스치는 수많은 인연들을 인지하지 못한 채 흘러간다. 종이에 글을 쓰듯 의미는 여백을 살해할 때 만들어진다. 의미는 여백을 죽인 죄이고 그래서 사람들은 소중히 대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네 잎 클로버(행운)를 찾기 위해 세 잎 클로버(행복)를 밟고 다니고, 문명을 이끈 무명의 과학자보다 전쟁을 일으킨 자의 자손의 이름을 더 많이 기억한다. 우주의 3%인 별과 행성에 대해서만 환호하지만 나머지를 가득 채운 암흑에너지에 집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주목이라는 말은 익숙해도 유목이라는 말은 낯설다. 유목민은 아는데 말이다. 유목은 일정한 초점을 두지 않고 사방을 두리번거리는 시선이다. 물끄러미 바라보는 시선에서 우리는 더 넓은 세상을 만날 수 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겠지만 그저 시선을 두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때가 많이 있다.

  인간을 한낱 짐승이 아님을 보여주는 것은 결국 타인을 위해 흘리는 눈물 한 방울이다. 나의 의미만 찾아 헤매다가 주위에 많은 이들을 인지하지 못한다. 나를 위해서 그리고 타인을 위해서 우리는 마스크를 써 왔다. 말을 줄이고 눈으로 바라봤다. 서양인들은 마치 조로처럼 눈을 가리고 입으로 떠들어 된 것 같다. (유희적으로 표현하자면.. )

  일본에는 메이지유신 이전에는 'LOVE'라는 단어가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후타바테이 시메이는 '죽어도 좋아'라고 해석했고 나쓰메 소세키는 '달이 아름답네요'라고 번역했다고 한다. 문화는 명사를 만들어 냈지만 그 명사를 표현하려 부단히 노력한 동사의 모습은 너무 멋스러운 것 같다. 사막에는 눈에 관한 단어가 없고 북극에는 낙타라는 단어가 없다. 그렇다고 선을 긋고 경계할 필요는 없다. 시메이나 소세키처럼 노력하다 보면 아름다운 문장을 얻게 되는 것 아닐까.

  사람은 외로워지면 다른 이들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죽음 앞에서 누구보다 외로운 경험을 하고 있는 이어령 작가의 마음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에게는 타인을 위한 눈 물 한 방울이 소중해 보였다. 문명의 발달로 언제나 이어져 있지만 언제든지 끊을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 고독할 시간이 없어서 SNS에서 그 많은 분노와 악담을 쏟아내고 있는 걸까. 지금의 시대 무엇보다 필요한 건 고독일까. 

  여백을 느끼는 시간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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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철학 클럽 - 소설로 읽는 특별한 철학 수업 즐거운 지식 (비룡소 청소년)
로버트 그랜트 지음, 강나은 옮김 / 비룡소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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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면서부터 인간을 위한 기술인지 기술을 위한 인간지 모호한 상황이 종종 연출되기 시작하였다. 학교에서 가르치던 보편적인 교육은 쓸데없는 것으로 치부되고 바로 쓸 수 있는 기능적인 것들에 집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회사를 위해 일할 노동자를 위한 교육 말이다. 일의 가치는 소중할 수 있지만 창업자가 될 수도 있는 아이들에게 노동자를 권하는 사회가 되어 가고 있다. 마치 A학점 학생은 C학점 학생의 직원이 되고 B학점은 공무원이 된다라는 책이 생각나듯 말이다.

  아이들에게는 생각의 힘을 길러야 하고 스스로 판단하고 헤쳐나갈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 근원적인 질문은 철학으로 할 수 있다. 철학은 고리타분하고 어려운 것으로 생각될 수 있지만 삶 자체가 철학이기도 하다고 아이들에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얘기하는 이 책은 비룡소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그야말로 재미와 철학을 모두 잡은 좋은 책이었다. 누구나 바라는 평생 직업 보장 학교라는 타이틀은 소위 명문이라고 일컬어지는 학교와 닮아 있었다. 질문하지 말고 닥치는 대로 하다 보면 좋은 직장이나 직업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 닮았다. 학부모들은 이런 명문에 열광하고 학교가 하는 일에는 전적인 믿음을 보낸다. 학교에서 체벌이 생기면 학교를 뒤집는 학보모 들도 소위 일타강사들의 체벌은 당연하다고 받아들이기도 하는 것처럼..

  아이들을 세뇌시켜 일류 기업의 노예로 팔겠다는 교장이 있는 학교. 그들은 일등만을 노린다. 일등이라는 타이틀은 더 많은 사람들을 속이기 좋은 타이틀이었다. 부모들은 보장받는 듯한 미래에 전적인 신뢰를 보내고 아이들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 아이들은 그 속에서 점점 영혼을 잃어가고 로봇처럼 되어 간다. 어느 종교의 광신도 같은 느낌도 있었다.

  그 속에서 저항하는 아이들은 철학을 하는 선생님과 생각의 크기를 키워 나갔다. 열린 마음, 질문하는 자세는 있는 것을 그대로 보지 않고 사유하는 능력을 키웠다. 그들에게 세뇌는 쉽지 않았다. 소크라테스는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라고 얘기하며 많은 사람 들고 지혜를 나누는 것을 좋아했다. 샤르트르는 '인생은 B(출생)와 D(죽음) 사이의 C(선택)이다'라고 말했다. 살아가며 해야 하는 수많은 선택을 올바르게 할 수 있으려면 사유하는 능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젊은이를 망치는 확실한 길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보다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을 더 존경하라고 가르치는 것이다- 프리드리히 니체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우리의 옛말은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다. 일본의 '분위기를 읽어라'라는 것도 같은 맥락을 것이다. 돋보인다는 것은 목표가 될 수 있다는 위험한 행동으로 각인되어 있기도 했다. 튀는 인간을 공격하는 것은 나약한 자들의 질투이나 시샘일지도 모른다. '모든 잔인함은 나약함에서 나온다'라고 얘기한 세네카의 얘기와 이어지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다양한 방식으로 볼 수 있는 것은 결국 다양한 방법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게 해 준다. 하나의 길로 간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경쟁해야 할까. 얼마나 많은 낙오자가 발생할까. 삶의 종착점은 모두가 다를 것인데 모두 같은 방향을 향해 달리고 있다. 지도가 없던 시절에는 길을 헤매다 파라다이스를 찾을 수도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네이비게이션을 보고 달리니 속도 경쟁밖에 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인간의 합리성은 꽤나 우수하면서도 잔인하다. 합리적 인간은 세상을 더 나아지게 만들 수는 있어도 세상을 바꾸지는 못한다. 세상은 언제나 괴짜들이 바꿔 간다. 괴짜가 세상을 바꾼 뒤에는 사람들은 그 괴짜가 천재였다고 칭송한다. 괴짜가 많은 세상은 시끄럽다. 다른 생각이 많으면 논쟁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많은 생각이 모여 부딪치고 최선을 찾아가는 것이 민주주의인 것이다.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면 아무도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라는 아인슈타인의 말이 떠오른다.

  재밌는 이야기의 설정으로 단계마다 철학적 질문을 하는 이 책은 마치 <미움받을 용기>의 구성을 보는 것 같기도 했다. 아이들이 지루해야 하지 않을 이야기에 흥미로운 철학적 질문을 더했다. 그리고 너무 심오하지 않고 아이들의 상상의 범위로 갈무리해주는 점이 너무 좋았다. 철학이 너무 어려운 성인이 읽어도 즐겁게 읽을만했다. 아이에게 책을 선물하면서 부모도 읽어보면 너무 좋을 것 같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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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트 게임 - 세상에 없던 판도를 만든 사람들의 5가지 무한 원칙
사이먼 시넥 지음, 윤혜리 옮김 / 세계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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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든 서클로 유명한 사이먼 시넥의 새로운 책이 출간됐다. 회사가 존재하는 이유, 내가 일을 하는 이유 등을 "왜?"라는 질문으로 답을 구하라고 했다. "왜"라는 근본적인 질문으로부터 우리는 공유할 수 있는 무언가를 가지게 된다.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집단의 강함도 느낄 수 있다. 그런 그가 "대의명분"을 가지고 돌아왔다. 번역된 단어가 그렇게 세련되지 못하긴 하지만 기업을 이끌어가는 "가치관"을 더 강력하게 표현할 단어임에는 틀림없다.

  세상은 유한하지 않고 끊임없는 게임의 연속이다. 이 거대한 게임 속에서 자잘한 전투의 승리를 맞볼 수 있을 수 있지만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 왜냐면 시간은 무한하고 우리가 하는 게임은 끝이 없기 때문이다. 게임을 바라보는 시각과 행동을 바꿔야 한다고 얘기하는 이 책은 세계사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첫 장을 들추며 만난 첫 문장 "당신은 승리와 성취 중에 무엇을 택할 것인가?"을 마주하는 순간 소름을 돋았다. 그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본능적으로 느꼈다고나 할까. 책 곳곳에는 생각으로만 가득 찼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었던 그 모든 것들이 세세하게 적혀 있었다. CEO가 아니라 한낱 팔로워이기 때문에 공감할 수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꿈꾸는 회사를 그도 그리고 있었다. 아마 우리 모두도 그리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성공한 직후가 가장 위험하다.'라는 말이 있다. 기업이든 개인이든 마찬가지다. 어떤 복합적인 사안에 대한 결과일 뿐인 이 작은 사실 하나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사실 그 평가가 제대로 이뤄졌는지는 모를 일이기도 하다. 실적은 눈에 보이지만 심리적인 것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회사가 제대로 굴러가는지를 재무제표로만 보는 건 쉽지만 위험한 일이기도 한 것이다.

  가치관 경영이 유행하던 시절. 우리 회사에서도 컨설턴팅을 받으며 비전과 미션을 만들었다. 그 비전을 처음 보았을 때의 실망감은 아직도 생생하다. 가치관 경영이라는 책을 한 번이라도 읽어 보았다면 만들 수 없는 비전이었다. 싸구려 컨설턴팅다운 싸구리 비전이었다. 그 당시에는 피가 너무 끓었는지 납득할 수가 없었다. 중국 어느 공장에서 일하면서 꽤 긴 글을 적었고 귀국하자마자 사내 게시판에 투척했다. 덕분에 내 글은 성지가 되었고, 대표님께 잡혀가는 호사를 누리기도 했다. 그런 일이 있고도 회사의 변화는 생각과 정반대로 나아갔다. 결국 회사를 바꾸려면 내가 그 자리에 앉지 않고서는 안 되겠구나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고, 그저 본인의 업무만 적당히 잘 해내는 직원이 되려 했던 것 같다.

  이 책에 주된 내용은 회사에 출근한다는 것이 일한다는 것이 '가슴 뛰게 해야 한다'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일개 보험 팔이로 하대 받기 일수였던 보험설계사들에게 '우리는 고객의 미래를 설계해 주는 사람이다'라는 회사의 비전은 많은 설계사들의 실적을 개선시켰다. 이 책은 그것을 가치관 대신 '대의명분'으로 얘기하고 있다. 

  무한 게임에서 리더는 다섯 가지를 지켜야 한다. 대의명분이 있어야 하고 신뢰하는 팀을 만들어야 한다. 경쟁자를 선의의 라이벌로 대해야 한다. 본질 이외 것은 뭐든지 바꿀 수 있는 유연성과 선구자적 용기가 필요하다. 무한 게임의 법칙을 지키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대의를 가지고 창업하여 굴지의 회사로 성장했지만 잘못된 리더의 기용으로 창업자가 재 등판하는 경우를 우리는 심심치 않게 본다. 가장 유명한 사례가 스티브 잡스이고 최근에는 일본전산의 창업주 <호통의 리더십>의 나가모리 시게노부 회장이 10개월 만에 복귀하는 일이 생겼다.

  무한 경쟁을 하려면 직원을 자원으로 보면 안 된다. 인적 자원이라는 이 무시무시한 단어는 유한 게임. 단기적 성취의 산물이다. 인간이란 능력과 생산성만으로 평가될 수 없다. 능력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기댈 수 있는 사람은 의외로 리더의 자리에 맞을 수 있다. 단기 성과에 집착하면 해고나 비용 절감 등 쉽게 결과를 만들 수 있는 일에 집착한다. 더군다나 몇 해 CEO를 하다가 떠날 사람이라면 더더욱 자신의 가치를 단기에 평가받을 수밖에 없기도 한 것이다.

  불안한 환경에서는 방어적 기재가 발생한다. 실수와 문제는 숨기고 실적에는 집착하게 된다. 기업의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질 않는다. 구성원 간에는 협업이 이뤄지지 않고 실적을 위해서라면 비윤리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게 된다. 이런 조직에서 하나의 방향으로 함께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리더가 부하를 보호하고 회사에서 안정감을 느끼게 될 때 비로소 힘들어도 함께 하고 자발적으로 헌신하게 되는 것이다. 회사에서 복지에 대해 세세한 잣대를 들이대는 순간 직원도 회사에게 받아낼 수 있는 것을 모두 받아내겠다는 마음으로 바뀌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보아왔기 때문에 공감할 수 있었다.

  이런 무한 게임을 할 수 없는 큰 이유 중에 하나는 주주자본주의다. 투자자들은 회사의 성장에 대해 큰 관심이 없다. 자신의 투자 수익만을 생각한다. 단기적으로 성장하여 큰 수익을 얻은 뒤라면 기업이 망하더라도 신경 쓰지 않기 때문이다. 칼짜이스 같은 기업이 왜 상장을 하지 않고 가족 경영을 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주주자본주의는 지금 미국에서 꽤나 심각하기도 하다. 기업의 이윤이 노동자에게 가지 않고 주주에게 가고 주주에게 큰 이익을 안겨준 CEO에게 높은 연봉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CEO가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노동자의 300배나 되는 임금을 가져간다는 것은 납득하긴 어렵다.

  내가 회사를 다닌 이유는 언젠가 회장님과 담소 중에 "세대가 전환되는 때를 노리고 있습니다. 그때가 되면 한번 뒤집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고생스럽더라도 노력해주세요"라는 그 말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10년 남짓 회사를 다녔을 때 들었던 이 말은 가슴속에 잘 새겨져 있다. 세계 일등을 뒤집겠다는 그 포부는 가슴 뛸만했다. (사이먼이 얘기한 대의명분의 요건에 만족하진 않더라도) 하지만 회사는 더욱더 나락의 길로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혹시 가볍게 질문할 상황이 생긴다면 (이제는 이런 일도 어렵게 느껴질 정도로 친근했던 문화가 사라졌다)  물어보고 싶다. "꿈이 있으신가요?"라고.

  모든 공동체는 신뢰를 바탕으로 엮여 있다. 그 속에서 타인을 믿고 기댈 수 있는 것이다. 이해관계로 얽혀 있다면 공동의 적이 사라지거나 나쁜 상황에 빠지게 되면 서로에게 칼을 겨눌 수밖에 없다. 공동체는 함께 걸어가는 것보다 같은 곳을 바라보고 걸어가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닿지 않지만 닿고 싶은 그곳을 향해서 걸어가고 싶어졌다. 이내 현실로 복귀했지만 한동안 포기하고 있었던 이상적인 기업의 모습을 잠시나마 다시 그려볼 수 있었던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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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딜링 - 세계 금융시장을 움직이는 거인들의 6가지 목표 달성 법칙
김지훈 지음 / 플랜비디자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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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 계발서를 많이 읽었지만 항상 그 괴리감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 읽지 않았다. 고민보다는 행동의 문제라는 인식이 되었고 그들의 성공이 나의 성공이 될 가능성은 그렇게 높아 보이지도 않았다.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으로 얘기되는 미국의 억만장자들 대부분은 미국의 비약적인 발전의 시대를 함께 한 공통점이 있다. 알리바바의 마윈 또한 다르지 않다. 그들의 성공을 비판할 생각은 없지만 가질 수 없는 환경과 운이 작용한 성공에서 법칙 같은 것을 찾아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오랜만에 만나는 현실적인 자기 계발서다. 소확행의 분위기가 갑자기 한탕주의가 되어가고 있는 지금의 시대에 무조건 해봐 성공할 거야 라는 얘기를 하지 않는 책이기도 하다. 확신이 주는 신뢰의 힘은 크지만 인생을 고민하는 입장에서는 비판하며 받아들여야 한다. 인생의 성공을 복권이 아닌 복리 상품처럼 대하라고 얘기하는 듯한 이 책은 플랜비디자인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인생을 살아가는 목적과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 지금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고 조금 더 나은 삶을 찾아 방황하는 것 또한 하나의 방식이다. 모든 삶에는 어떻게 보면 대전제가 있을 것이다. 살아가다 보면 결국 "행복하게 살고 싶다"로 귀결할 것 같다. 그 행복의 방식과 방향은 다를지 모르겠지만 나아지려 하는 것도 유지하려 하는 것도 결국 행복하기 위한 노력이다. 나태가 행복이 아닌 포기 임도 인정해야 할 것 같기도 하다. 

  꿈을 찾기 위해서 우리는 배움과 경험을 해 간다. 아이들이 왜 공부해야 하냐고 물어볼 때에도 나중에 네가 꿈이 생겼을 때 더 쉽게 다가가게 해 줄 거야 라는 말로 대답해 주곤 한다. 꿈을 이루는데 필요한 많은 길을 만들어 놓는 것은 분명 중요하기도 하고 어릴 때 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일 것이다. 그 배움이라는 것이 꼭 국영수 같은 학습에만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다. 어떤 삶을 살고 싶다는 것은 삶의 이유가 되어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꿈은 삶의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판 같은 것이다. 그래도 동사로 얘기해야 한다. 종착지는 사실 없다. 그래서 우리는 목표라는 정류장을 만든다. 이것은 명사이거나 숫자이어야 한다. 살아가며 한 번씩 만끽하는 기쁨의 순간을 명사로 만든 정류장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정류장을 설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어느 지점에 어떤 정류장을 거쳐서 갈 것인지 정해야 한다. 때론 버스가 고장 나기도 하고 차를 놓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럴 때에는 택시를 찾아보던지 히치하이킹이라고 해야 한다. 경로와 시간을 정해놓은 삶은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게 만든다. 그저 흘러가며 살아가는 삶과는 사람의 자세가 달라지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리버스 엔지니어링'에 비유했다. 리버스 엔지니어링은 어는 시스템의 결과를 보고 시스템을 예측해 나아가는 방식이다. 즉, 내가 어느 나이에 어느 수준의 삶을 살고 싶은지를 정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매년 벌어야 하는 돈, 저축해야 하는 돈, 늘려 나가야 하는 수익의 수준 등을 설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해진 숫자에 놀라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그 숫자를 채워나갈 건지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이 정보다. 최근에는 정보의 접근이 쉬워진 방면에 잘못된 정보도 많다. 많은 SNS 속의 전문가들은 때로는 수익을 위해서 전문가 흉내를 내는 사람들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모든 정보는 믿지 말고 직접 확인한 정보를 믿어라고 한다. Linked-in 같은 곳에는 인물의 커리어 웨이가 표시되기 때문에 자신이 설계한 커리어 웨이와 비슷한 삶을 살았던 사람을 찾아서 직접 물어보는 행동까지도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면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는다. 그리고 행동하고 평가하고 수정해야 한다. 그것은 일반적인 PDCA 사이클과 다르지 않다. 인생 한방이라는 농담이 있지만 인생은 끊임없는 B플랜의 연속이다. 때로는 커리어의 전환도 필요하지만 그것 또한 자신의 커리어와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시너지를 만들면서 움직이여야 한다. 

  그동안 해오던 고민을 책 속에서 만날 수 있어서 반갑기도 했고 저자의 커리어 설계에 감탄하기도 하고 기준의 높이가 달랐음에 조금 괴리도 있었다. 그 속에는 아들러의 '라이프 스타일'도 언급되고 있었다. (아들러를 직접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목적 달성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행동들을 선택 및 반복하게 되고 이러한 행동들은 그 사람의 삶의 방식이 된다는 것이 아들러가 설명하는 라이프 스타일이다. 목표를 향한 라이프 스타일은 저자가 설명하는 주된 내용이기도 했다.

  삶에 대해 아등바등하는 사람들에게 조금 더 세밀한 조언을 주는 책이었다. 하지만 그 방법에 대해서는 스스로 찾아야 한다. 자신이 놓인 환경과 위치 그리고 목표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성공과 실패의 여부 또한 확신할 수 없다. 어떤 절차와 마음가짐으로 임하는 것이 좋은 것인지의 설명이다. 이렇게 하면 성공한다라는 확답이 아니라 더 좋았다.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그 방향에 대한 끊임없는 평가와 재설정이 필요하다. 알고 있지만 행동하기 어려운 우리가 알고 있는 그것 말이다.

 지금 삶에 대해 끊임없이 노력 중인 사람들에게 자신을 돌아보게 할 만한 좋은 책이었다. 모든 노력은 숭고하고 그 결과로 인생의 많은 이정표를 만들어 내겠지만 우리가 가는 길이 더 최단 거리인지 가기 편한 길인지를 살펴보는 것도 분명 필요함을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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