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 화폐 이데올로기·역사·정치 전환 시리즈 1
제프리 잉햄 지음, 방현철.변제호 옮김 / 이콘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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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옛날 조개껍데기를 교환의 수단을 사용하고부터 인간에게는 화폐의 개념이 생겨 났는지 모를 일이지만 본격적인 화폐는 여러 사건들을 겪으며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사회 구성 요소가 되었다. 화폐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던 초기의 화폐들은 금이나 은으로 만들어져서 화폐 그 자체로서 가치가 있었다. 물론 은의 생산량이 들면서 금화의 가치가 은화의 가치를 넘어서게 돼도 했지만 충분히 재화 그 자체로의 가치 또한 있었다. 가상 자산이 금융 시장을 들썩이게 만드는 지금의 시대 화폐는 어떤 시각으로 바라봐야 할까?

  거대한 조직의 지불 가능성을 믿는 '신용 금융'은 어떤 문제를 가져올 수 있는지 방대한 양의 자료를 제시하며 설명하는 이 책은 이콘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 볼 수 있었다.

  이 책은 굉장히 어렵다. 전문 용어가 난무하는 것이 첫 번째로 어려운 점이었고 문장 자체가 쉬이 읽히지 않는 것이 두 번째 어려움이었다. 방대한 양의 고증이 있는데도 200 페이지 가량이 담았다는 것은 읽는 사람에게 경제적 지식이 있을 거라는 조건이 있는 것 같았다. 경제학도나 금융 문제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을 위한 도서가 이 도서인 것 같다. 그럼에도 여러 모로 많은 얘기를 접할 수 있는 것은 장점이다. 조금씩 뜯어서 따로 공부해도 좋을 것 같다.

  화폐는 거대한 우리 사회를 움직이고 또 유지하게 해주는 중요한 사회적 기술이다. 하지만 여전히 논쟁의 중심에 서 있기도 하다. 돈의 문제는 삶에 직결되기 때문에 민감한 사안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발전해 오면서 화폐의 개념조차 확실하지 않다는 것은 놀랄 일이다. 지금의 경제학은 19세기의 의학 수준이라고 얘기한 한 경제학자의 얘기는 화폐의 정의에서도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화폐는 장기적으로는 생산능력을 넘을 수도 없고 넘어서도 안된다는 주류 경제학자들의 생각과 달리 '학문적'이지 않다. 화폐는 다분히 권력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어서 누가 어떻게 얼마나 생산하는 등의 통제권의 갈등이 발생하게 된다. 화폐는 상품의 단순 가치의 척도이면서도 수많은 논쟁 속에 있기도 하다. 화폐는 생산물이 소비될 만큼의 양만 있으면 되는데 그것을 늘리고 줄이는 일은 그렇게 녹녹하지 않다. 화폐가 모자라면 경제활동이 위축되고 너무 많으면 물가상승을 가져오게 된다. 

  자본주의에서 통화관리는 결국 두 개의 균형 잡기의 문제다. 화폐가 모자라면 경기 침체, 너무 많으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경기가 침체되면 '양적완화'를 그렇게 시중에 풀린 돈은 인플레이션을 일으키고 다시 '긴축'으로 이어진다.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이 가벼운 파동으로 연속에서 이어지는 것은 아주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모습이기도 하지만 그 파동이 심해지면 우리는 위기를 맞게 된다.

  따라서 중앙은행이라고 불리는 은행들은 인플레이션이 전혀 일어나지 않는 상태를 목표로 삼지 않는다. 그리고 디플레이션은 통화정책으로 해결되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양적 완화가 소비와 생산을 자극하지는 못한다. '아베 노믹스'로 십수 년간 엔화를 찍어내듯 한 일본에서도 여전히 '경기 침체'는 해결되지 않는다. 디플레이션은 심리적 위축이기 때문에 돈이 풀리면 소비가 아니라 저축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심해져 하이 인플레이션이 된다면 화폐 그 자체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라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게 된다. 

  화폐의 탄생은 '호황과 불황'의 파도의 원천과 같은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을 관리하기 위해서 중앙은행이 탄생했다. 법화라고 불리는 국가가 지정한 화폐도 그래서 존재하게 된 듯하다. 그리고 세계를 주름잡게 되면 주된 통화가 되면서 우리는 그것을 기축 통화라고 부른다. 지금은 달러가 전 세계의 통화를 지배하고 있다. 화폐의 권력은 그것을 인증하고 있는 권력의 크기에 비례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유로화는 특이하다. 많은 나라들이 사용하는 유로화는 특별한 점이 있다. 첫 번째로 재정과 통화의 영역이 분리되어 있다. 두 번째로 중앙은행에 주권이 미치지 못한다. 1999년에 도입된 유로화는 유럽 중앙은행에서 관리한다. 유럽은 단일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특정 국가의 상황에 대해서도 독립적이다. 나라 내 경제 상황에 따라 통화 정책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유로존에서 경제 경제력이 약한 나라는 통화 정책을 이용해서 수출을 늘이고 수입을 제한하는 정책을 사용할 수 없다. 유로존은 독일과 프랑스를 위한 제도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이런 중앙 집중적인 시스템에 대항하며 등장한 것이 비트코인이다. 가상화폐로 최근에 엄청난 이슈 몰이를 하면서 그 가치가 급속도로 상승했다. 비트 코인은 세 가지의 장점이 있다. 첫째로 암호로 짜인 공급 유한성은 금의 자연적 희소성에 비견된다. 둘째로는 블록체인이라는 기술로 인해 전통적인 통화보다 안전하다. 마지막으로 익명성을 가진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비트코인은 화폐 근본 기능을 수행할 수 없음이 입증되었다. 그 가치가 급등락 하여 상품의 가치를 매기는 데 사용될 수 없고 지급 수단으로도 인정받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이 상황은 17세기 중반 네덜란드의 튤립 버블에서 시작된 자본주의 투기적 열풍의 긴 행렬에서 마지막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가상 화폐는 화폐가 하지 말아야 하는 거래에 불확실성을 가진다. 언제 오를지 몰라 사용하기 꺼리고 언제 내릴지 몰라 수취하는 것을 주저하는 것은 화폐가 될 수 없다.

  화폐는 어느 순간부터 생산물보다 더 많아졌다. 은행은 가상의 것을 만들어 내어 상품을 만들어서 판다. 은행은 실제 지급해야 하는 현물만큼의 화폐만 보유하고 있으면 된다. 하지만 신용 카드나 전자 계좌를 사용함으로써 은행이 보유하고 있어야 할 지급 화폐도 보유하지 않게 되었다. 전산화되어 점점 더 e-머니로 바뀌게 되면 화폐는 얼마나 더 자유롭게 운영될지 모를 일이다.

  현물의 화폐가 아닌 신용의 화폐가 되면서 경기 부흥을 위해 다량의 재화 투입이 가능했지만 그것 자체가 가진 특징 때문에 많은 폐해가 생겨나고 있다. 리먼 브라더스의 일은 대표적인 사례에 불과하다. 사실 신용 금융의 폐해를 어렴풋이 알 것 같았지만 방대한 지식을 마구 쏟아낸 저자의 글을 얼마나 소화해 내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단지, 경제학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고 어려운 학문임을 알 수 있는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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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은 짧고 일 년은 길어서 - 레나의 스페인 반년살이
레나 지음 / 에고의바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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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때 제주도 한 달 살이가 꽤나 유행을 했었다. 쉼이라는 키워드로 자신의 시간을 멈추는 방법 중에 하나였다. 숨을 돌리고 에너지를 채워 다시 달릴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보통이지만 그저 그곳을 느끼고 싶어 떠나는 사람들도 많았다. 마음의 환기는 짧은 여행, 한 달 살이 아니면 조금 더 긴 여정으로 느낄 수도 있다. 다른 장소에서 다른 사람들과 살아 본다는 것은 꽤나 좋은 경험이 되기도 한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훌쩍 스페인으로 떠나 6개월을 지낸 작가의 일기 같은 이 책은 에고의 바다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멈춤은 변화를 위한 것도 아니고 우리는 모두 길을 잃을 자유가 있다고 얘기하는 저자는 그렇게 직장을 그만두고 스페인으로 떠났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하려고 했던 건 아니다. 6개월의 스페인 살이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같은 직종에서 근무한다고 했다. 커리어 단절은 생각보다 큰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새로운 커리어로 그것을 엮어 내고 책도 썼으니 손해 본 것 같진 않다. 무심코 잃었던 길에서 진주를 발견하기도 하니까.

  사실 스페인 살이라고 해서 스페인에서의 소소한 일상을 얘기할 줄 알았다. 맨 처음 등장한 발렌시아는 그런 느낌을 채워주었다. 열정의 나라 스페인은 작은 도시마저 아름다울 것 같았는데, 그곳을 살아가는 소소한 재미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하지만 잠깐의 여행이고 어학과 여행의 목적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일상을 살아가는 소소한 시선이 아닌 한 편에 기행문에 가까웠다.

  발렌시아가 지나곤 계속 다른 도시와 국가들이 등장한다. 벨기에, 스위스, 이탈리아, 모로코, 이집트, 오스트리아, 독일로 이어지는 기행기였다. 발렌시아는 유럽 여행을 위한 전초기지 느낌일까. 그래도 돌아와서 쉴 수 있다는 집이 있다는 사실은 참 좋은 것 같았다. 6개월 동안 스페인에 머물면서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던 이야기를 엮었는데 아마 그 점이 저자는 특별했던 것 같다. 

  그 긴 시간 동안 조금은 특별하지 않았을 발렌시아의 소소한 풍경들을 기대했던 나에게는 조금 주제를 벗어나는 글들이 많았다. 기행문을 읽고 싶은 생각은 없었기 때문이다. 실세 없이 전환되는 여행지로 여행을 즐기는 이들에게는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았으나 스페인 그 자체를 즐기고 싶은 나에게는 많이 아쉬운 부분이었다. 발렌시아에서 외국인 친구들과의 티 기타가가 나는 좋았다. 잘 통하지 않는 말에 세계 각 국에서 모인 친구들의 의사소통, 친구가 되어 서로의 국가로 초대하고 놀러 간 이야기. 함께 파티를 준비하기도 하고 식료품을 사러 여기저기 다닌 에피소드가 좋았다.

  문화도 성격도 다른 친구들이 모인 곳이라 서로를 이해하지 못할 법도 한데 발가락이라도 닮았지라는 옛말처럼 그 속에서 서로의 닮음을 인정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이 좋았다.

  사실 이 책은 소개에서 많이 비껴간 부분이 많다. 스페인에서 6개월 살이는 맞지만 책 속에는 스페인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스페인 그 자체에 집중된 에세이를 읽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아쉬움이 남는 책일 테고, 여행을 즐기는 이들에게는 스페인을 중심으로 둘레의 국가들을 여행 다니는 방법, 모습 그리고 소소한 팁들이 좋은 책일 것 같다.

  개인이 찍은 듯한 사진들이 함께 하고 있어서 그림으로 즐길 수 있는 그런 에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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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는 뇌, 망각하는 뇌 - 뇌인지과학이 밝힌 인류 생존의 열쇠 서가명강 시리즈 25
이인아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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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지능에 대한 꿈은 아주 오래전에 등장했다. 인간과 기계가 대화하는 모습을 기대했던 앨런 튜링은 '튜링 테스트'라는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여전히 그 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인간의 신경을 모방하여 처음으로 등장한 퍼셉트론의 등장으로 진일보하는 듯하였으나 그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인공지능은 긴 겨울을 겪게 되었다. 컴퓨터의 발달과 함께 21세기에 들어 등장한 딥러닝과 병렬 연산 처리 컴퓨터 시스템은 구글의 '딥마인드'와 함께 인류의 관심 속으로 재등장하였다. 단순히 게임뿐 아니라 자연어 처리나 미해결 수학 문제도 풀어냈고 각종 기술 영역에서 그 힘을 내어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인공 지능이 초지능을 가지거나 자의식을 가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 남아 있다. 그저 다 복잡한 문제를 빠른 속도로 풀어낼 뿐 궁극적인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뇌의 기능 중 '학습'이라는 테마에서도 일부를 취하여 만든 시스템이다. 우리의 뇌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다.

  우리의 뇌의 기능 중에서도 '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이 책은 21세기 북스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우리는 공부를 잘하려고 하고 또 그러려고 노력한다. 수많은 방법들을 찾아 해내지만 결국 이상적인 학습 방법은 '동기 부여'로 귀결된다. 이것은 단순히 학습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을 하는 것에도 살아가는 것에도 모든 '동기'는 중요하다. 개인에게는 꿈이나 신념이라고 얘기하고 공동체에서는 가치나 비전이라고 얘기된다. 근본적으로 움직이는 힘이 바로 '동기'가 되는 것이다.

  모든 동물에게 가장 강한 동기는 '생명 유지'다. 인간 또한 다르지 않다. 행동 기재는 두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나에게 위험으로부터 피하는 것'과 '나에게 이익이 되는 것을 취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는 위험을 피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에 위험을 피하는 것이 강하게 작동한다. 이것은 나쁜 기억이 좋은 기억보다 오래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상을 인지하는 것을 '재인'이라고 한다. 내가 이해하기로는 '재인식'이다. 기존의 보았던 좋았던 것과 나빴던 것을 인식해야 한다. 여러모로 대상을 인식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리고 우리는 무엇보다 빠르게 인식해내야 한다. 그래서 뇌는 '애매함'을 무엇보다 잘 처리한다. 여자 친구가 옷을 바꿔 입든 헤어스타일을 바꾸든 화장을 하든 잘 구별할 수 있다. (물론 화장도 정도가 있겠... ) 인공지능처럼 모든 패턴을 다 기억하고 학습하면 우리 머리는 아파 터져 버릴지도 모르고 그 많은 데이터베이스에서 대상을 찾다가 포식자에 잡아 먹혀 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뇌의 또 다른 학습은 '절차적 학습'이다. 어떠한 환경에 놓이면 평소에 하던 대로 자연스럽게 반응하는 것이다. 이것은 인지에 필요한 에너지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한 뇌의 노력이다.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도 자연스럽게 해내는 것들이 대부분 그렇다. 걷는 것이나 문을 열고 들어가는 행위가 그렇다. 습관과 루틴은 우리의 행동에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기 때문에 최근 자기 계발을 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는 것이다. 책에서 다루고 있진 않지만 이런 절차적 학습은 논리적인 상황에서도 적용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고정관념이나 편향이 생기는 것 같다.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얘기하는 시스템 1. 이것은 '절차적 학습'으로 이뤄진 시스템인 듯하다.

   그 외에 특별한 능력은 기억의 특정 지점을 꼽아 기억해 낼 수 있다는 점. 상대의 경험에 내 경험을 빗대어 공감하는 점. 비어 있는 기억을 적당히 채워 넣는 것들이 있었다. 

  인간의 뇌에 대한 연구는 여전히 진행형이고 신경 과학과 심리학이 엮여 새로운 학문으로 나아가기도 한다. 인공지능도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지만 어느 순간에 정점을 찍고 나면 또다시 겨울이 찾아올지도 모를 일이다. 몇 번의 겨울 겪으면 인간과 아주 닮은 인공지능이 나타날지도 모르겠지만 여전히 인공지능은 독립적인 개체라기보다는 도움을 주는 개체로 사용되고 있다.

  딱 하나 동의할 수 없는 것은 뇌는 우리에게 '완벽한 기억'을 제공한다는 내용이었다. 많은 책을 보아 오면서 우리 뇌는 경험한 것을 그대로 기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뇌는 생각보다 편집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나의 생존의 알고리즘을 유지하고 자하는 능력이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사실들이나 비어 있는 기억에 나의 패턴에 맞는 사실을 끼워 맞추기도 한다. 내가 아는 사실이 사실이 아닐 수 있다고 계속해서 의심하라고 하는 점도 바로 그것이다.

  사실 읽기 쉬운 문장은 아니었다. 어려운 뇌과학을 대중에게 쉽게 전달하고픈 저자의 노고가 드러나는 책이었지만 역시 학술적인 느낌이 많이 나는 점은 조금 아쉬웠다. 그럼에도 뇌과학에서 '인지'라는 부분을 떼어내어 자세하지만 어렵지 않게 설명하고 있는 책이라서 좋았다. 새로운 사실과 조금은 전문적인 용어도 익힐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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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개토태왕 담덕 2 - 천손신화
엄광용 지음 / 새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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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누구보다 큰 뜻을 가진 무 왕제의 큰 뜻일 잘못 이해한 하대곤 장수와 그에게서 길러진 해평. 인생은 누구에게서 태어난 것도 중요하지만 누구에게 길러졌는가도 중요하다. 자신의 권력을 위해서 기꺼이 손을 내밀고 잡는 권력의 모습. 그 속에서도 굳건한 대왕의 자세. 자신의 행동을 끝없이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현자의 자세. 새로운 대왕의 탄생을 알리는 시작이었다.

  광개토대왕의 출생과 소수림왕의 됨됨이를 알 수 있었던 이 책은 새움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늙은 대왕이 자리를 유지하고 있어 불혹을 넘긴 나이에 자식이 없이 홀로 태자에 자리에 있던 대왕 구부는 어쩐지 연약해 보였다. 능력 없는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고구려 연대표를 보고 그가 소수림왕이었다는 사실일 알곤 판단이 바뀌었다. 대왕 구부의 진가는 1권에서 진중하고 사료 깊다는 것이 중간중간 언급되었으니 대왕 사유의 아들이라는 점과 늙은 나이까지 태자였다는 점이 나에게로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 같다.

  소수림왕은 어떻게 보면 인내의 왕이다. 감정을 인내하고 국가의 기강을 잡고 나라가 강해지는 법을 알았다. 백성들의 세금을 감면해주고 농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전쟁을 피했다. 불교를 받아들여 백성들의 마음을 모으고 태학을 설립해서 문무를 겸비한 인재를 양성하였다. 출신에 연연하지 않고 인재를 등용했다. 주위의 말을 헤아릴 줄 알았고 또한 단호한 결의도 있었다. 그는 진정으로 성왕의 자질을 가지고 있었다.

  1권부터 등장하는 해평이 광개토대왕일까 잠시 생각이 들었지만 그의 저돌적이고 독단적인 행동은 아무래도 대왕의 면모가 아니었다. 2권에는 비로소 담덕이 출생하게 되고, 해평은 그저 반란의 중심에 있을 뿐이라는 생각이었다. 훌륭한 아비인 무 왕제의 바람 따라 훌륭한 장수가 될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쥐를 막다른 길로 몰지 말라는 말처럼 국사 을두미는 권문세가를 너무 밀어붙이지는 않았다. 권력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면 결국 사달이 나기 때문에 좋은 선택이라며 읽으면서도 끄덕일 수 있었다.

  대왕 구부와 을두미 국상이 한 자씩 내어 만든 '담덕'. '깊고 그윽하다'는 뜻의 '담'과 '은혜를 베풀다', '바로 서다'의 '덕'을 담아 만들었다. 대왕에 걸맞은 멋진 이름이었다. 자신은 아들이 없지만 동생이 아들을 낳은 것이 왕가에 더 없는 기쁨이라고 얘기하는 소수림왕의 됨됨이는 더 멋졌다. 왕권 찬탈로 얼룩져 있는 사극 드라마들만 보다가 이런 훈훈함을 보니 소수림왕이 더 존경스럽게 되었다.

  2권에서는 죽었을 것 같았던 두충이 조환으로 대상의 행수로 들어간 것과 추수가 살아 돌아왔다는 것이 좋았다. 모두 충심이 가득하고 됨됨이 괜찮은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멋졌던 것이 고구려와 백제의 전투 중에 백제의 태자 수가 독약을 썼다는데 크게 분노한 근초고왕이었다. 도의 어긋난 전투 방식과 상대의 국왕이 운명하여 '상'을 지내게 되자 순순히 병력을 물려주는 모습이 약탈의 전쟁이 아닌 자웅을 겨루는 전쟁이라는 것이 또한 대단했다. 그것을 기억해 수곡성을 수복하고 여세를 몰아 진격할 수 있었지만 그것이 근초고왕의 병세가 심해 지원군이 없었음 알고 더 이상 진격을 하지 않은 소수림왕의 결단도 멋졌다.

  2권은 광개토대왕의 탄생과 함께 소수림왕의 됨됨이를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짧게 소비하기엔 너무 매력적인 캐릭터인 두충과 추수의 소식을 짤막하게나마 전해줘서 좋았고 서역의 아가씨와 잘되었으면 좋겠다는 기대가 생겼다. 해평과 하대곤의 생각은 무 왕제의 생각과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왕위를 찬탈하라고 하기엔 무 왕제의 행동은 고구려 그 자체를 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갈수록 흥미진진한 광개토대왕의 이야기 3권에서는 거상 조환(두충)의 이야기가 많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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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개토태왕 담덕 1 - 순풍과 역풍
엄광용 지음 / 새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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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가장 훌륭한 왕을 언급하다 보면 세종대왕과 함께 어김없이 나타나는 왕이 있는데, 고구려의 광개토대왕이다. 이 좁은 땅에 사는 우리에게 광활한 광야를 평정했던 왕의 모습은 우리의 욕구를 채워주기 충분하다. 명장 이순신의 이야기도 충분히 훌륭하나, 때론 위기에서 나라는 구하는 얘기가 아니라 넓은 땅으로 의지를 내달리는 진취성을 보고 싶은 욕망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아주 오랜만에 만나는 장편의 역사 소설은 새움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고구려는 우리의 위대한 역사의 한 페이지를 담당하고 있지만 그 영토가 북한과 중국에 닿아 있어 우리나라의 역사 자료는 충분치 못하다. 오히려 북한의 역사학자들의 연구가 훨씬 정확하다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의 역사 인용 대부분이 조선에만 닿아 있어 아쉬울 때가 많다. 그런 아쉬움에서 시작된 이 소설은 분명 픽션이겠지만 최대한 역사에 가깝게 담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1권은 고구려 16대 왕(고국원왕, 사유)부터 18대 왕(고국양왕, 이련)까지 등장한다. 아직 신분을 숨기고 있는 해평이 광개토대왕인지는 아직은 알 수 없다. 연약해 보이는 태자 구부가 소수림왕이었다니 책을 리뷰하려고 검색해보다가 조금 놀라기도 했다. 이때 백제는 근초고왕의 시대였던 것 같다. 백제의 기세가 잘 드러나기도 한다. 우유부단하면서도 고집이 있는 대왕 사유와 차분했지만 후손이 없었던 태자 구부. 아직은 어리지만 왕손인 이련. 사실 해평이 역모를 일으키거나 해서 왕권을 잡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은 고구려 왕의 연대표를 보고 내려두게 되었다. 순리대로 왕이 되는구나.

  하가촌에서 종마장을 운영하며 서역과 교역을 통해 부를 쌓고 있는 하대용과 책성의 수장 하대곤은 1권의 주요 인물이다. 대왕 사유는 태산(백두산)에서의 행사를 겸해서 하대용의 종마장을 방문한다. 이때 아들 이련을 동행하게 하는데 이를 계기로 하대용의 딸 연화와 왕태제 이련은 연분을 쌓을 수 있게 된다. 연화는 하대용의 심복인 추수와 하대곤의 양아들인 해평도 연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경상도 여자가 서울 남자의 젠틀함에 끌리듯 그렇게 인연을 만든다.

  하대곤의 집사 두충은 말갈족이었지만 하대곤이 거둔 하대곤의 심복이다. 그는 하대곤을 위해 일하고 괴승 석정을 알아보고 그를 귀히 대한다. 그리고 하대용의 하인 중에 한 명이었던 사기를 거두는데 사기는 백제의 밀사였다. 책을 계속 읽다 보면 사기가 두충의 역 밀사(?) 일 가능성도 없지는 않을 것 같았다. 황개에게 곤장을 친 주유의 '고육지책'처럼 두충은 사기에게 당하는 것처럼 해서 사기에게 백제의 신임을 얻게 하려 했다고까지 생각이 들기도 했다. 두충이라는 인물이 너무 맘에 들어서 그가 당하는 모습이 괜히 안쓰러워 이런 생각까지도 들었다. 두충은 분명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하대용의 딸 연화의 왕자비. 자신을 죽이고 거상이 되려고 한 두충. 왕의 피를 가진 해평 그리고 그를 거둔 하대곤. 왕의 처가라는 권력을 잡았던 대사자 우신 그의 딸 소진. 결코 가볍게 소비되지 않을 인물들의 앞으로의 사건들이 기대된다. 

  백제가 평양성을 공격해 오고 대왕 사유, 태자 구부 그리고 추수, 해평 그리고 동수 장군의 아들 동관. 모두가 평양을 향하며 1권은 마무리된다.

  역사는 가장 완벽한 서사라는 얘기가 있다. 국사 시간에 지루하게 외우던 왕들의 이름이 이렇게 한 권에 책 속에 들어온다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이다. 이 책을 쓰기 위해 고구려에 대해 공부하고 고구려의 왕들이 내달렸을 광야를 보고 온 작가의 노력에 감사할 따름이다.

  민심을 거슬러고 하더라도 결국 민심의 바람에 이끌릴 수밖에 없고 바람의 방향이 바뀌더라도 그것에 따라 유연하게 살다 보면 꺾이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를 하는 듯한 내용을 가진 '순풍과 역풍'이었다. 광개토대왕이 등장하기까지 아직 꽤 많은 시간이 남은 듯 하지만, 오랜만에 만나는 고구려라는 이름만으로도 가슴 뛰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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