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치크래프트, 전환의 기술
일레인 폭스 지음, 함현주 옮김 / 김영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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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속도로 변하는 사회.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민한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어제의 사실이 오늘의 거짓이 되기도 하고 유행은 먼지처럼 날려간다. 생각의 빠른 전환은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는 듯했고, 심리적 관성은 오히려 멈추지 못하게 만들어 버리고 있는 것 같다. 그럼에 '적자생존'이라고 했듯 적응하는 자가 살아남는다. 꽤나 자극적인 캐치프레이즈이지만 이 또한 사실이다. 

  심리적 전환 기술(Switchcraft)을 위한 심리적 행동 개선과 방법을 개시하는 이 책은 김영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사실 기민한 사고방식은 멋스럽게 신조어를 사용해서 설명했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열린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것은 대척점에 있는 논리를 양분하지 않고 느슨하게 풀어놓아 어느 방향의 의견도 경청하고 때로는 수렴하는 행동 양식이다. 이런 심리적 기재는 외부에 크게 동요되지 않고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을 바탕으로 세상을 흡수하고 진화하게 된다.

  이런 기재를 또 다른 말로 표현하면 메타인지다. 자신의 상태를 사물화 하여 외부의 시선으로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이다. 편향된 인식이나 감정 숨김 등을 하지 않은 채 있는 그대로 자신을 받아들이는 자기 수용과 맞닥뜨린 현실에 대한 인지부조화를 줄여나가야 한다. 자신을 인식하고 마음을 열어두는 것에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기 때문에 꾸준한 자기 관리 또한 필요하게 된다. 프리츠 펄스는 이런 시간을 비옥한 공백이라 했다.

  회복 탄성력은 특별하다기보다는 닥친 상황에 생각보다 잘 견디는 사람을 얘기한다. 어느 책에는 선천적인 능력이라고 했고, 그렇기 때문에 사랑을 받지 못하며 자란 아이들 가운데서도 훌륭하게 자라나는 아이들이 있다고 했다. 선천적으로 이런 능력이 없는 아이들은 후천적으로 만들어야 하기도 한다. 그리고 지속적인 훈련을 통해서 나아질 수 있기도 하다.

  인간이 빠르게 변하지 못하는 것은 본능적인 것이기도 하고 생물학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다. 인간은 안정적인 상황과 예측 가능한 환경을 좋아한다. 뇌는 정해진 패턴대로 움직이길 좋아하고 늘 예측한 대로 반응을 한다. 하지만 미래는 늘 과거와 같지 않기 때문에 인간은 늘 불확실성 앞에 서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 펼쳐졌을 때의 반응을 연습하는 것은 중요하다.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은 '인정'이다. 지금 상황이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기 때문에 현실 부정과 자기부정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놓인 현실에 대해서 '왜?'라고 묻지 말라는 것이다. 우리는 5 Why 기법처럼 늘 '왜'라고 물어보라고 배웠는데, 지신의 심리를 파악할 때는 'How'로 물어야 한다. '어떻게 이렇게 되었지?'라고 묻는 방법은 감정을 배제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자신이 늘 틀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지적 겸손'은 다른 사람의 견해를 존중하고 자신의 의견을 기꺼이 수정할 수 있게 해 준다. 지적 겸손을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우리 뇌는 '인지적 구두쇠'이기도 해서 경직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지적 겸손을 유지하고 발달시키기 위해서는 상대의 말을 주의 깊게 듣는 태도와 성장하겠다는 마음가짐 그리고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세상에 변한다는 사실 이외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엔트로피 법칙'처럼 변화는 불가피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연구에서도 변화는 신체를 힘들게 하고 병들게 하기까지 한다. 그렇기 때문에 변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찾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누구보다 창의적인 사람은 누구보다 오랜 시간 함께한 물건이나 사람들이 함께 있다. 그들이 루틴을 만드는 것 또한 창의적 활동에 대한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굉장히 많은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지만 너무 많이 담으려고 했던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교양서를 넘어 교과서가 되어버릴 것 같은 전문용어들의 등장은 나를 유식하게 만들겠지만 조금 어려운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생각보다 새롭다는 생각은 들지 못한 것은 그동안 심리학, 뇌과학 책을 많이 읽어서이겠지만 그럼에도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굉장히 어려운 것들을 굉장히 쉽게 할 수 있을 듯 적어 놓은 점은 대부분의 자기 계발서의 표현이라 이해하기로 했다.

  생각보다 두껍고 생각보다 신선하지는 못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노력을 조금 더 보태서 <생각에 관한 생각>을 읽어보는 게 여러모로 더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 책이 너무 두꺼워 읽기가 두렵다면 이 책으로 대안을 삼아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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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사카모토 유지.구로즈미 히카루 지음, 권남희 옮김 / 아웃사이트(OUTSIGHT)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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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21년 1월 <귀멸의 칼날>의 칼날의 흥행을 누르고 1위에 올라선 이 영화는 일본 로맨스다움을 그대로 담고 있다. 애니메이션이 유독 강세를 보이는 일본 영화계에서 히트를 치기란 쉽지 않다. 이 영화는 6주 동안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작품은 영화를 바탕으로 소설화했다. 사실 영화를 소설화하면 스토리가 빈약해져 소설 특유의 섬세함을 느낄 수 없는데 영화를 보질 못한 상황이어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비어있는 여백이 의미 있을 만큼 좋았다.

  일과 삶이라는 인생의 높은 허들을 체감하며 둘만의 사랑이 말라감을 표현한 이 작품은 아웃사이트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무기와 키누는 막차를 타며 생활하던 대학생이었다. 같은 작가, 같은 공연을 좋아하고 똑같은 흰색 컨버스화를 신고 다닐 만큼 비슷한 취향을 가진 스물한 살이었다. 어느 날 막차를 놓쳐버린 날 둘은 우연히 만났지만 필연적으로 사랑을 했다. 젊은 날의 특별하나 존재. 꿈을 향해 가는 동반자. 젊은 날의 사랑은 조금 특별했다.

  사랑이 낭만적이라는 것은 사회에 발을 딛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사회로 나간다는 것은 취업을 한다는 것은 목욕탕에 들어가는 것과 같다고 했던 키누 어머니의 말이 명언이다. 들어가기 전에는 망설여지지만 우선 다녀오면 개운하다는 그 말. 사회에서 힘겹게 살아감에도 그 속에서 적당한 행복을 찾아낸 어른들의 말이다. 젊은 날의 두 커플은 행복의 허들을 낮춘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다 이렇지, 뭐, 하면서 허들 낮춰서 살고, 그런 게 좋아?키누는 자기가 유치한 소리를 하는 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조금쯤은 꿈을 꾸고 싶다. 희망을 품고 싶다.

  함께 프리터로 동거하다가 키누가 취업을 하여 사회생활을 함에 조급함을 느낀 무기는 어느 회사 영업직으로 입사하게 되고 빠르게 사회화되어 간다. 꿈은 현실에 묻혀 버리고 둘의 공감대 또한 함께 사라져 버렸다. 많은 것을 공감하고 나누고 싶었던 키누와 키누 그 자체만이 목적이 되어버린 무기의 이별은 당연한 수순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엉켜버린 이어폰 줄처럼 꼬인 사랑이고, 한쪽씩 나눠 낀 이어폰이지만 그 속에 흐르는 음악은 미묘하게 다르다. 어느 날 문뜩 서로에게 선물한 무선 이어폰은 꼬여버린 이어폰을 풀 행동조차 없애버림을 상징하는 물건이 되어 버린 듯했다. 나눠 낀 이어폰은 조금 다른 음악을 듣지만 각자 낀 이어폰에서는 완전히 다른 음악이 흐르기 때문일까. 둘은 그렇게 정중하게 이별한다.

  일본 로맨스의 특징은 흔한 소재를 아름답게 만들려는 노력이다. 설렁 그 결말이 행복하지 않더라도 애절함을 남겨둔다. 아주 오랜 시간 변하지 않는 공식 같은 전개이라서 신파라고 느끼는 사람도 밋밋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여전히 이런 장르와 이런 전개는 일본 로맨스의 강점이다. 단순한 스토리에 빼어난 영상미를 입히는 일본 감독들 특유의 노하우다. 

  영상을 글로 옮기면 영상미가 사라지고 빈약한 스토리가 채워지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영화에 감동해서 책을 들면 실망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은 영화를 보지 않은 상태로 판단할 수 없지만, 글 자체로는 잔잔한 로맨스다움이 있었다. 차분한 글귀에서 느껴지는 소소한 행복과 조여 오는 슬픔 그리고 담담한 이별. 그리고 에필로그에서 이뤄지는 회상. 일본 특유의 잔잔한 로맨스를 좋아하신다면 이 책 또한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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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완벽주의자를 위한 심리학 - 미루기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고 싶은 당신을 위한 심리 처방 게으른 완벽주의자를 위한 시리즈
헤이든 핀치 지음, 이은정 옮김 / 시크릿하우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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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작을 주저하고 일을 미루기만 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고민이다. 지금 당장 시작해라고 얘기하지만 잘 되질 않는다. 머릿속은 오만가지 생각으로 가득 차고 또 아무 일이 없다는 듯이 그날의 다짐은 사라진다. 우리는 이제까지 미룸을 단지 의지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단순한 의지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럼에도 해결책은 본인의 의지일 뿐이다. 자기비판적 사고에서 벗어나 긍정적으로 노력해 보자.

  미룸이라는 하나의 행동 패턴을 심리학적으로 풀어내고 있는 이 책은 시크릿 하우스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우리는 순간순간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할 것인가 말 것인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문제일 수도 있고 때로는 치명적인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결과를 뻔히 알면서도 미루기도 한다. 미루는 것은 단순히 이성과 의지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미루기에는 능동적 미루기와 수동적 미루기가 있다. '이것만 하고 해야지.'는 수동적 미루기다. 꼭 미루려는 의도는 아니지만, 시간을 계속 흘려보낸다. '압박감을 느껴야 능률이 더 오른다.'는 능동적 미루기다. 실제로 능동적 미루기는 높은 집중력을 가져다 주지만 일정 때문에 불만족스러운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 보통의 일이다.

  미루는 일은 누구나 한다. 하지만 모두가 미루는 것 또한 아니다. 미루기가 얼마나 습관화되어 일상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는지가 중요하다. 미룬다고 쉬는 것도 아니다. 중요하지 않은 일을 하며 모든 것은 바쁘고 시간이 없다고 합리화한다. 중요한 일을 미루고 재밌는 일로 채워 넣는다. 수많은 체크 시트를 확인하고 자기만족한다. 하지만 해야 할 일보다는 미루기를 더 많이 했을 뿐이다.

  미루기는 결국 우리 뇌와 연결되어 있다. 처음 겪는 환경, 불확실한 환경에 대한 뇌의 저항이다. 좋아하고 재밌는 일을 미루는 사람은 없다. 결국 미루게 되는 일은 힘들고 어려운 일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불편한 감정은 회피해야 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상황을 벗어나려는 미루기는 심리학적인 문제다.

  인간의 미래를 그리는 능력은 인간 발전에 큰 공헌을 하였지만, 반대로 두려움 울 만들었다. 나에게 일어나지 않은 수많은 경험과 감정은 그저 추상적인 것일 뿐인데도 인간의 이런 능력은 저항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잘못된 미루기로 인한 감정적 금전적 피해는 자기 비하로 되먹임 된다. 

  우리 뇌는 시간을 가늠하는 것에도 소질이 없다. 어떤 일을 끝내는 데 드는 시간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다. 때로는 소요되는 시간을 간과하여 빠듯한 일정을 만들기도 하고 너무 과하게 어림잡기도 한다. 손님이 오기 10분 전에 요리를 시작하는 것과 5분 걸릴 일을 20분이나 걸릴 거라 생각하고 포기하는 것 사이에는 결과론적으로는 차이가 없다. 

  미루기의 대표적인 핑계는 '완벽한 타이밍'을 재는 것이다. 하지만 완벽한 타이밍은 없다. 시기가 적절하지 않더라도 실행에 옮겨야 한다. 또 다른 핑계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다. 실패에 대한 우려는 불확실성에서 오는 두려움이다. 그 외에는 우울증처럼 에너지가 부족한 경우와 ADHD처럼 산만함 때문에 생기기도 한다. 

  우리 뇌가 단기적 행복에 집착하는 것은 예상 가능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인생의 중요한 일들은 대부분 장기적 과제이며 이것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을 예측 가능한 수준으로 바꾸는 노력은 필요하다. 과제를 세분화하고 과제를 이뤘을 때의 미래를 상세히 그리면서 부정적인 심리를 줄여간다. 체력은 모든 정신활동의 밑바탕이 되므로 충분히 쉬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는 것과 비하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미루기를 해결하려면 '심리적 저항', '감정'을 극복해야 한다.

  '간절히 원하면 이뤄진다.'라는 말이 있다. 간절히 원한다는 것은 자신의 미래의 모습에 대해 자세하게 상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 나도 어느 서점 앞에서 사인회를 하는 모습. 북 토크를 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기도 한다. 그런 모습이 구체화될수록 나는 어떤 사람이고 싶고 어떤 모습이고 싶은지를 알아갈 수 있다. 이런 작업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 경로를 정하는 것에도 중요하지만 지겨운 장기 프로젝트를 이끌고 갈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되기도 한다. 인간에게 꿈이라는 인생의 나침반 같은 것이라 뭔가를 알려주진 않지만 방향만은 명확히 가르쳐 주기 때문이다.

  미루지 않으려면 즉시 하는 것이 중요하며 하는 것을 유지하려는 것도 중요하다. 인간은 습관을 만들려면 짧게는 20여 일부터 길게는 200여 일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저 시간만 보낸다고 습관이 되질 않는다. 진지하게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주의력을 향상해야 한다. 미루기는 뇌에서 찰나에 결정해버리기 때문에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 또한 필요하다. 여러 방법 중에 타이머를 사용하는 것이 좋았다. 즐겨 쓰던 방법이기도 했다. 타이머는 내가 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인지하게 만들어 준다. 중간중간에 자극이 생겨도 행위를 유지하고자 하는 의지로 집중력을 더 유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결국 마무리 짓는다는 것을 느껴보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끝낸다는 건 시작하는 것보다 힘들다. 모든 행위의 종착점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판단했느냐의 의미도 되기도 한다. 빠르게 진도를 빼고 중간에 빠지는 업무가 주된 일이어서 나도 그런 '마감'의 행복을 느껴본 것은 정말 오래 걸렸다. '철수해도 좋습니다'라는 말을 들으려고 얼마나 오랜 시간을 기다렸는가라며 회고를 한 정도였으니, 그날의 감정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 외에도 도전하며 마무리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정상을 올라본 사람이 산을 더 끈질기게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받은 책이지만 정말 알차게 담겨 있었다. '어, 이거 내 얘기잖아'라는 생각을 몇 번이나 했다. 한 권의 책으로 미루기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얘기한 작가의 태도도 좋았다. 미루는 것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그 행동에 저항하는 감정의 이유를 찾아내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부정적인 감정을 긍정적으로 만들어낼 때 미루기는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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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올로구스 - 기독교 자연 상징사전
피지올로구스 지음, 노성두 옮김 / 지와사랑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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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세 유럽 사회는 가톨릭의 사회였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부분에서 그리스도의 영향을 받았고 예술의 영역에서는 더 많은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피지올로구스>는 사람의 이름이 아니라 '자연에 대해서 박식한 자'라는 뜻으로 쓰인다. 그저 구전과 민담으로 전해져 오던 내용이 서기 200년 전후로 문자화 된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일반적인 동식물과 광물을 뿐 아니라 상상의 것들도 기입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들의 특징을 그리스도의 교리에 맞추어 풀어내고 있다. 

  55장의 그림과 설명을 담아 중세 미술 그림 언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이 책은 지와 사랑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성서와 더불어 일차 문헌으로 뽑히다는 <피지올로구스>는 그리스도를 이해하는데 좋은 길라잡이가 될 것 같다. 많은 의미를 함축적으로 담은 그림은 하나하나가 상징적인 요소를 담고 있는데 이것을 해석하는 일은 쉽지 않고 인지하지 못하게 누락될 수도 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 머리에 앉아 있는 검은색의 정체. 사람들은 펠리컨이라고 했지만 그림을 이해하려면 조류도감보다 <피지올로구스>를 찾아봐야 한다. 펠리컨은 단순한 새가 아니라 제 옆구리 살을 부리로 찢어 흘러나온 피로 죽은 새끼를 살리는 상상의 새이기 때문이다. 자연을 창조주가 만들어낸 피조물로 해석하는 많은 부분에서 <피지올로구스>의 역할이 필요하다.

  피지올로구스 속의 생물들은 우리가 지금 인식하고 있는 동물의 이미지가 많이 다르다. 뱀의 경우를 보자. 뱀은 지혜의 동물이다. 뱀이 늙으면 다시 젊어지려는 작정으로 꼬박 사십일 동안 단식을 한 후 좁은 바위틈을 지나가며 낡은 껍질을 벗고 새로운 젊음을 얻게 된다고 한다. 이것은 구원으로 가는 길은 험하고 육신의 거죽을 털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고래는 어떠한가? 고래는 바닷속에 사는 괴물이다. 배가 고프면 큰 주둥이를 벌리고 주둥이 속으로 이끌려 온 물고기를 잡아먹는다. 때로는 크기가 섬과 같아서 배를 정박하고 그 위에서 모닥불을 피우면 뜨거움을 견디지 못한 고래는 바닷속으로 들어가고 선원들은 죽음을 맞이한다. 고래는 마귀나 이단으로 표현되며 마귀가 펼치는 헛된 희망이나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 것이 지옥 불로 떨어지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사자 개미는 사자와 개미를 부모로 두었는데, 두 성질을 모두 이어받아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죽고 만다. 두 개의 영혼을 가진 사람은 두 마음으로 의심을 품으니 마음이 헷갈려서 행동이 불안하다는 것이다. 방황하는 자는 결국 죄악에 빠지고 만다는 것인데, 독실한 신앙을 요구하는 것 같았다. 물론 옳은 것과 그른 것을 구분할 수 있는 식견은 가져야겠지만... 까마귀는 일부일처로 서로가 짝을 잃어도 새로운 짝을 찾지 않는다며 좋은 의미를 담아 주었다.

  책 말미에는 55가지의 상징을 담은 그림을 첨부해 놓아서 그것을 보는 즐거움도 있었다. 매 설명마다 '자연학자 피지올로구스는 ~~ 에 대하여 잘 설명하였습니다.'로 끝나는 문장은 중독성이 있기도 했다. 뭔가 진지한데 웃기는 그런 문장이었다. 종교를 떠나 상징을 만들고 의미를 부여하는 상상력이 돋보이고 또 그것을 즐기는 재미가 있는 책이었다. 뭔가 '박물지' 느낌도 있고, 판타지 소설을 읽는 듯한 즐거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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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린 왕자 - 내 안의 찬란한 빛, 내면아이를 만나다
정여울 지음 / CRETA(크레타)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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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왕자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보아뱀 그림이고 가장 많이 들은 것은 여우에 대한 이야기다. 어린 왕자는 당연하다는 듯한 마음들을 차분히 곱씹으면서 소화시키려는 노력을 보여주는 책이기도 하다. 생을 살아오며 당연한 것이라며 자신을 다독이던 세월 속에 상처받은 자아를 숨기고 살고 어느새 자신이 왜 화가 나고 왜 슬픈지 알 수 없게 된다.

  어린 왕자를 읽으며 내면의 아이에게 말을 걸어보고 자신을 치유하는 과정을 적어내는 정여울 작가의 에세이는 크레타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인간의 무의식 속에는 어린 시절의 아픔과 상처로 인한 자아가 있다고 생각하고 접근하는 이 심리 상담 기법은 카를 융의 원형(archetype)의 개념에서 분리돼 나왔다고 한다. 내면 아이의 개념은 심리학보다는 상담학에 가깝다고 한다. 작가 또한 니콜 르 페라의 <내 안의 어린아이가 울고 있다>에서 많은 것을 느낀 듯했다.

  책에서 작가는 자신의 내면 아이를 불러내어 이런저런 얘기를 하기 시작한다. 내면 아이는 '조이'로 정여울 작가는 '루나'로 서로를 부르며 지나간 상처에 대해서 얘기를 나눠 본다. 기억을 끄집어내어 살펴보고 그때의 감정이 틀리지 않았다고 다독인다. 어린 시절의 상처는 치유되지 못한 채 덮여 있었기 때문에 아물지 못했다는 것이다. 덧난 상처를 다시 살펴보고 아물 수 있도록 상처를 제대로 마주하는 것이었다.

  전교 일등, 서울대 독어독문학과, 스타 작가로 이어지는 정여울의 커리어에는 슬픔이 묻어나질 않을 듯 하지만 글 속에는 많은 상처들이 묻어났다. 그리고 내면 아이와 함께 공감하기도 하고 다독이기도 하고 반대로 치유받기도 하는 작업이었다. 상처 없는 작가는 없는 것일까. 섬세한 사람들의 상처. 그리고 그 당시에서는 당연함이라는 억압에 묻혀 버린 상처. 잘못이 아닌데 잘못이었던 행동. 잘 아물지 못하는 상처를 가진 이들에게는 하나의 위로가 될 것 같다.

  글 중간중간에는 어린 왕자의 글들이 인용되고 있는데, 아주 유명한 부분들이지만 다시 읽어도 좋을 것 같은 것들이었다. 그리고 작가의 고민과 독백에 잘 어울리게 정렬되어 있어서 읽는데 마음을 환기시켜주기도 하고 얘기를 좀 더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것 같았다.

  나는 내면의 아이를 만날 것 같지 않지만 글이 조금 오글거리기도 했지만 이해할 수 없는 기억이나 억울함은 다시 끄집어내어 판단하고 결정을 내려주는 것은 좋은 방법일 것 같았다. 그리고 작가의 고민이 나의 고민과 크게 다르지 않구나를 느낄 수 있었다. '내면의 자아는 또 뭘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만 이 방법은 나에게는 큰 감흥은 없었던 것 같다. 나는 어린 시절에 받은 상처도 아픔도 뚜렷하게 기억나는 것도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블랙홀 같은 상처가 나에게 없다는 것을 감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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