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에게도 말하지 마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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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모르는 작가였는데, 세계 3대 미스터리 문학상을 모두 석권한 최초의 작가라고 한다. 문장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고 스토리 수시로 전환되었지만 막힘없었다. 점점 고조되는 긴장감과 해결될 듯한 실마리 속에서도 끝끝내 잡아가며 마지막 한 페이지에서 조차 반전을 만드는 노력이 대가라고 부르는 사람의 작품이었다. 

  <밀약>으로 출판되었다가 절판된 이 작품은 복간되었고 시대의 감각을 넘어 여전히 스릴 넘치는 스토리를 제공하는 이 작품은 김영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아주 평범하게 시작되는 스토리. 8년 전 아내를 잃은 벡은 그날의 충격 때문인지 나이가 들어 철이 들었음인지 몰라도 뉴욕 빈민가에서 환자를 돌보며 살아간다. 평범한 삶이었지만 빈민가 아이들에게 애정이 있었는지 츤데레한 면도 없지 않아 있었다. 

  이야기는 어느 날 갑자기 날아든 메일 한통으로부터 고조되기 시작한다. 아내와 함께 기념일을 챙기는 시각에 확인할 수 있는 영상. 그리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고 적힌 메시지. 둘 만의 암호는 무언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게 해 준다. 사건이 있었던 그날의 호숫가에서 시체가 드러나고 주위 사람들이 죽는다. 갑자기 FBI가 드리 닥친다. 아내의 친구의 죽음에 누명을 쓰게 되는 부분에서부터는 수그러지지 않는 긴장감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사건이 해결될 듯 또 다른 실마리로 이어지며 높은 텐션 속에서도 출렁거림을 유지하며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게 한다. 아내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는 장인의 스토리로 이어지고 이내 벡의 아버지의 이야기로 전염된다. 모든 것이 펼쳐지고 사건의 뿌리에 닿았을 때 작가는 이야기를 뒤집어엎어버리며 작품을 마무리해버린다.

  하나의 사건이지만 자신의 믿기로 한 형태로 기억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서로 다른 믿음으로 스토리를 끌고 가지만 그 종착역은 모두 같은 방향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백인 경찰에게서 벡을 구해줄 수 있게 처음부터 빈민가의 부지런한 의사로 설정한 점도 미국의 슬럼가의 역할을 이용한 것도 작가의 의도가 잘 반영되었다. 도청 장치뿐만 아니라 아내의 암호화된 메시지 전달에도 세심함이 있었고, 서로 꼬여 있는 사건 또한 어색함 없이 잘 엮여 있었다.

  중간에 단 한번 등장하는 '넷스케이프'라는 용어로 이 작품이 오래된 작품을 눈치챌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넷스케이프를 응원했지만, 익스플로러에 이기질 못했다.) 그만큼 시대의 감각을 타지 않는 훌륭한 작품이었고 가랑비에 옷 젖듯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어 계속 책을 열어 보게 만들었다.

  그동안 영미 소설에서 느껴지는 문화적 어색함이 전혀 없었고 내가 아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문화만으로도 충분히 이해 갈 만한 것들이었다. 주인공에게 행운이 여러 번 따르는 것은 충분히 수렴할만한 이야기였기 때문에 너무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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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 드는 밤의 궁궐 기담 궁궐 기담
현찬양 지음 / 엘릭시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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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섯 편의 작품이 마치 하나의 작품인 듯이 같은 등장인물에 서로 이어지는 이야기가 나열되어 있었다. 작품의 설명을 읽지 않았다면 분명 하나의 작품으로 인식했을 것이다. 하나의 장면이 넘어갈 때 조금 뜬금없다 싶다가도 이내 이해할 수 있는 내용으로 수렴되곤 했다. 중간중간 조금의 상상력만 발휘한다면 말이다.

  조선 시대 경복궁에서 일어날 법한 기담을 만들어 모은 이 책은 엘릭시르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이야기는 누군가 들어주었기 때문에 완성되는 것이라는 말처럼 기담 또한 서로의 입에서 귀로 이어져 그것에 살이 붙기도 하고 조금씩 변해 새로운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이 책은 곽재식 작가의 <한국 괴물 백과>를 참고하여 궁궐의 기담을 완성해 내고 있다. 책 속에 등장하는 괴물들은 생소하면서도 기발했고, 그것을 적절하게 엮어서 잘 표현해 주었다.

  궁녀 백희는 고려에 한양에서 살았는데, 자신의 집은 도깨비 집터였고 자신의 오빠는 늘 병들어 있었지만 가계가 기울어도 어머니는 오빠를 간병했고 결국 가족 모두를 잡아먹은 도깨비는 결국 백희와 마주하게 된다. 으스스한 기분이 드는 순간 이야기를 접어 버렸지만 추후에 백희의 몸속에 자리하는 '비비'라는 괴물은 그 도깨비인 것이다. 태조가 조선을 건국하고 도깨비 집터에 궁궐을 세우니 궁궐에는 기담이 넘쳐 났다.

  빨래터에서 빨래하다 사라진 궁녀라든지, 벼락을 맞아 타버린 궁녀 또한 그랬다. 중간에 퇴마사처럼 등장했던 강수라는 인물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환관으로 궁궐 생활을 하게 되는데, 더 이상 스토리가 진행되지 않아서 조금 의아했다. 아무래도 이 연작 소설은 몇 편이 더 있을 것 같다. 백희는 강수를 경계하는 것에서 다음 이야기에서 백희의 존재가 밝혀졌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강수와 백희의 대립이 필요한데, 이 책에는 없다. 결국 2권이 나올 거란 얘기가 아닐까.

  춘향전의 각색이 재밌었다. 춘향은 몽룡을 기다렸지만 몽룡은 벼슬에 진출한 뒤에 기방을 드나들며 춘향을 추억팔이나 자랑에 사용했을 뿐이다. 춘향은 고장 사람들에게서 조차 손가락질을 받으며 죽음에 이르렀고 3년 넘게 남원에는 비가 내리지 않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도착한 무당은 한을 품고 죽은 여인이 있느냐고 물었고, 춘향의 한을 풀려면 굿으로 되질 않고 춘향을 찬양할 만한 이야기를 만들어 널리 퍼트려야 한다고 했다. 그런 뒤에야 가뭄은 사라졌다고 한다. 춘향전의 새로운 해석이 흥미로웠다.

  책의 말미에 곽재식 작가가 나와서 이 작가의 스펙트럼은 도대체 어디 까진 가며 감탄을 했다. 그리고 나 역시 <한국 괴물 백과>를 장바구니에 담아 두었다. 사실 작가가의 고전의 마귀들을 찾고 스토리를 잇느라 고생했겠다 싶었지만 이런 치트키 같은 책이 존재했다니.. 한국의 <박물지> 같은 책이 있었단 말인가.. 싶었다. 나도 괴담을 쓰게 된다면 분명 참고가 될 것 같다. 쓰게 된다면 말이다.

  도깨비 집터에서 잠깐 섬뜩했을 뿐 나머지는 가볍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괴담이나 괴물이 등장한다면 잔인한 장면이 나올까 긴장하게 되는데, 그저 편안하게 지나갔다. 역시 지난 기담을 읽듯이 흥미롭게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기분으로 읽어낼 수 있었다. 옛날이야기 같은 기담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읽어보면 좋겠지만 청양고추 같은 매운맛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너무 밋밋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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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선생님도 궁금한 101가지 세계사 질문사전 1 - 문명의 발생부터 근세 사회까지 101가지 질문사전
김영옥 외 지음, 서은경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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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사는 그 범위가 방대하고 문화적으로도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아서 생각보다 흥미를 가지기 쉽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세계사 속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읽게 되면 비로소 그 재미에 빠지게 된다. '역사보다 완벽한 서사는 없다'라는 말이 있듯이 인류가 살아온 이야기는 어느 소설보다 재밌고 완벽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비록 승자의 기록으로 남아 있을지라도 과거의 일을 돌아보고 지금의 일을 생각할 수도 있다.

  세계사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만 뽑아 101가지의 질문으로 시선을 끄는 이 책은 북멘토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질문 사전 답다고 할까. 3의 챕터로 나눠 놓았지만 서양과 동양 그리고 아랍, 아프리카까지 종횡무진한다. 서양의 이야기나 중국의 이야기는 자주 접하다 보니 익숙했지만 아랍과 아프리카의 이야기는 새로운 사실을 만날 수도 있었다. 첫 번째 챕터는 국가의 형성, 두 번째 챕터는 종교와 문화, 마지막 챕터에서는 교류와 변화에 대해 얘기한다. 처음에는 세계사는 왜 공부해야 하나라든지 유발 하리리의 사피엔스를 언급하길래 무슨 얘길 하고 싶은 건가 했는데, 이내 흥미로운 질문들을 쏟아낸다.

  메소포타미아 사람들이 7개의 별을 보고 일주일을 만들었고 60진법으로 시 분 초를 만들었다는 얘기라든지 아프리카의 카르타고가 유럽을 지배할 법한 이야기, 고대 중국에서는 셰프가 재상이었다는 사실 같은 흥미진진한 얘기들로 채워지고 있다. 물론 인도의 카스트 제도라든지, 진시황제, 로마, 그리스 이야기 같은 단골손님들도 물론 등장한다. 다른 책에서 잘 다루지 않는 중국사와 일본사도 함께 있어 진정한 세계사라고 얘기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우리가 즐겨 읽는 삼국지는 원래 '삼국지연의'로 나관중이 쓴 소설이었는데, 인기가 너무 많아서 원래 삼국지를 '정사 삼국지'로 불리고 '삼국지연의'가 삼국지로 불리게 되었다. 주객이 전도되어버린 상황이다. 최초로 천국과 지옥을 구분한 종교는 조로아스터교로 신, 천사와 악마, 메시아 등의 개념을 만들었고 유대교, 가톨릭 그리고 불교에까지 영향을 주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가톨릭과 이슬람교가 같은 뿌리에서 나온 종교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성경과 쿠란은 모두 구약 성경을 바탕으로 하고 있고 대신 가톨릭은 예수를 하느님의 아들로 보고 이슬람교는 하느님의 선지자로 본다는 점이다. 

   사마천이 환관이었다는 사실 또한 처음 알았다. 사마천은 아버지의 유지를 잇기 위해서 목숨을 구걸하여 환관으로 삶을 선택했고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사기를 완성했다. 대단한 집념인 것 같아서 사기를 꼭 읽어봐야 할 것 같았다. 제국을 이끈 왕들은 국제결혼을 자주 시도했었고 인류는 생각보다 많이 섞여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다시 해보게 되었다.

  청소년을 위한 책이기 때문에 흥미롭고 쉽게 적혀 있었다. 세계사를 처음 접하게 되더라도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이미 여러 책을 읽었는데도 새롭게 알게 된 사실들도 있었다. 중국의 시안이 장안이었다는 것이라든지 고딕(Gothic)이라는 뜻이 '낯선', '야만적인'인 뜻을 가리키며 게르만계 고트족을 경멸하는 단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네덜란드가 오렌지색을 상징으로 여기면서도 국기에 오렌지 색이 없다는 것이 염료 기술이 발달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빨간색을 사용했다는 점이며, 영국에서 V를 하는 것은 나는 아직 활을 쏠 수 있다는 인사를 의미하는 줄 알았는데, 그것은 적군인 프랑스 입장에서는 조롱의 의미가 된다는 사실도 알았다.

  조금은 논쟁이 있을 법한 부분은 역시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의 얘기였고, '천왕'이라는 호칭에 대한 설명과 그것을 사용하기 싫어하는 사람들의 얘기도 담겨 있었다. 그럼에도 그냥 그 나라의 호칭이니 그대로 쓰는 것도 괜찮지 않겠냐는 결론은 조금 납득이 가진 않았지만, 고대 일왕들에게는 천왕의 호칭을 서양의 대왕, 대제 그런 의미로 붙여주는 책들이 많기도 해서 그러려니 하고 넘어간다. 하지만 히틀러에게 우리가 총통이라는 수식어를 붙이지 않듯 역사의 감정은 이해되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책은 전체적으로 깔끔하게 편집되어 있고, 간단하지만 적절하게 표현된 삽화는 재미를 더한다. 게다가 전 페이지 컬러라는 높은 퀄리티를 보여주고 있다. 호기심을 자극할만한 101가지 질문은 재미를 가져다준다. 어느 페이지부터 읽어도 즐거운 책이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잠깐씩 즐길 수도 있고 아이와 함께 퀴즈처럼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게다가 교과서의 대단원 목차를 활용해 만들었다니 학업에도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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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제단
김묘원 지음 / 엘릭시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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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스터리이면서도 굉장히 가벼운 이런 작품을 코지 미스터리라고 했던 것 같다. <와카타베 나나미>의 작품들도 가볍다고 느꼈는데, 이 작품은 더욱 가벼웠다. 미스터리가 꼭 무서워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미스터리라고 분류할 수 있다. 다르게 보면 청소년 소설이고 성장 소설이다. 중학생인 주인공의 학교 생활과 학교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대한 해결 그리고 새롭게 맞이한 언니와의 관계가 엮여 있다. 

  고양이 한 마리의 죽음으로 시작되는 학교의 여러 사건들을 펼치고 모우는 묘미가 있는 이 작품은 엘릭시르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지후는 이 작품의 주인공이다. 채경은 그린 지후의 그림자 같은 또 하나의 자아 같은 지후의 새로운 언니다. 새로운 언니라는 것은 부모님들이 재혼을 했기 때문이다. 평범했던 지후의 가정과 조금은 특별한 채경의 가족의 결합은 묘하지만 안정되어 있는 느낌도 있다. 어떤 사건으로 자신을 가두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채경은 방에 머무르며 허가된 시간에만 얘기를 나누곤 했다. 지후는 그런 언니가 생각보다 편했고 여러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았다. 미스터리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채경의 관찰력과 추리력을 나누는 것을 좋아했다.

  타인을 관찰하기 좋아하는 채경은 지극히 냉소적이었다. 자신의 호기심에 대한 관찰로 욕구를 풀어나가는 존재였다. 위험의 순간에도 상대에게 경고를 주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이 어떻게 되는지 관찰하고자 했다. 독이 있는 협죽도가 교내에 있다는 사실을 안 뒤로도 그저 관찰만 하다가도 동생 지후가 그것에 노출되는 것은 싫었는지 알려 준다. 그리고 지후가 협죽도를 모르고 사용하려는 선배들을 막았을 때, 채경은 자신의 존재가 위험하다고 판단했는지 학교를 더 이상 다니지 않기로 했다. 미로 속에 갇혀 버린 미노타우로스처럼 말이다.

  지후는 교내의 탐정 같은 위치에 있다. 관찰력과 추리력이 좋은 것이다. 채경에게 조언을 구하기는 하지만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한다. 채경은 그런 지후로부터 바깥을 보곤 한다. 지후는 채경에게 아리아드네 같은 존재고 지후가 내민 감정들은 미로에서 채경을 안내할 아리아드네의 실이 된다. 타인의 일에 간섭하지 않겠다는 채경은 지후를 위해서 행동하게 되고 지후는 그런 사건을 추리해내며 그 끝에 채경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채경이 지후의 추리를 인정했을 때 지후는 화를 내지 않고 그저 '고맙다'라고 표현한다. 채경은 미로에서 벗어나기로 결심하며 작품은 마무리된다.

  밖에서 안으로 쉽사리 들어가지 못하도록 그려왔는데,안에서부터 출발하면 어떨까, 가운뎃손가락을 대고 천천히 옮겨본다.바로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왔다.

  작품에는 학교에서 일어나는 사건이기 때문에 많은 십 대들 이 등장한다. 그들의 행동과 심리는 미묘하게 다르고 사건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 또한 보는 재미가 있다. 인간은 언제나 자신의 입장에서 문제를 인식하고 풀어나가는 존재이며, 십 대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 관계 속에서 생기는 논쟁과 오해는 어쩌면 당한 것일 수도. 그래도 비열하고 악랄한 모습이 전혀 없고 친구들을 대하는데 나쁜 모습들이 그다지 보이질 않아 좋았다.

  이 작품은 사건을 풀어나가는 미스터리는 아니었다. 오히려 마음의 엉킴을 풀어나가는 소설이었다. 장르는 미스터리로 분류되어 있지만 스토리는 오히려 더 서정적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지후의 행동과 독백으로 풀어내어진 채경의 생각 사이에서 오는 묘한 재미가 있다. 우리는 모두 미로 같은 삶 속에서 헤매며 살아가고 있고 소설은 그런 모습을 그런 마음을 잘 설명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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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중심의 행성에서 살기 위하여 - 인류세 리뷰
존 그린 지음, 이진경 옮김 / 뒤란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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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부제에 인상이 깊어서 이 책이 '인류세'라는 책의 리뷰를 하는 책인 줄 알았다. 마치 책의 평과와 해설을 겸한 책 정도일 거라 생각했는데, 살아가며 느낀 인류세에 대한 자신의 이야기와 견해 그리고 서평가답게 깔끔한 별점으로 마무리하고 있었다. 인류세는 지구의 생태 환경이 인간의 영향을 많이 받기 시작하면서 제안되었는데 인간에 의한 지구 파괴를 강조하려는 정치적 목적 때문에 반대하는 학자들도 있었다. 그리고 지구의 삶에서 인간의 등장은 찰나에 지나지 않는데도 인간이 지구를 변화시켰다고 주장하는 것은 다소 과하다고도 주장하기도 한다. 

  인류세를 과학적이거나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시선 그리고 개인의 감정을 가지고 작성한 이 에세이는 뒤란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인류세라고 했지만 지구상에 닥쳤던 5번의 대멸종에 비하면 인간이란 재앙은 그렇게 대단한 것은 아니다. 흑사병, 콜레라, 말라리아 같은 질병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인간이 환경을 파괴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지구의 긴 역사에는 무수히 많은 생명체가 생겨났고 또 사라졌다. 인간이 6번째 대멸종의 대상이 되어 있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환경 운동은 지구를 위한 것이기 이전에 인간이 대멸종에 이겨나가기 위한 활동이다. 그리고 이겨낼지도 모를 일이다.

  예측할 수 있는 미래라는 것은 거의 없다. 그것은 늘 두렵게 만든다. 우리는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서 여전히 알 수 없다. 74년마다 돌아오는 헬리 혜성이 다음번에 나타나지 않을지도 모를 일 아닐까. 우리는 매일 같이 새로운 향을 만들어 내고 있으면서 또한 많은 향을 잃어버리고 있다. 지구상에 향기를 가진 많은 것들이 사라지고 있으니까. 그리고 유행처럼 예전의 향 또한 생산되지 않기도 하니까. 우리가 맡지 못하고 사라진 향기는 얼마나 많을까.

  어떻게 되었든 인간의 활동에 의해 생겨난 것들은 좋든 나쁘든 우리의 것이다. 경작하고, 나누고, 심지어 보호하는 것도 우리의 몫이다. 우세 종이라는 이유로 우리는 능동적이게 혹은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에 많은 종을 번식시키기도 멸종시키기도 하게 되었다. 

  마리오 카트는 선두와 뒤진 자에게 다른 아이템을 준다. 게임에는 밸런싱을 위한 많은 장치들이 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선두에 선 자에게 더 좋은 아이템을 계속해서 제공한다. 선두와 꼴찌와의 거리는 점점 멀어진다. 너의 성공과 나의 실패에 구조적인 문제가 없다고 얘기하기는 쉽지 않다. 이런 현실이 계속되면 게임 그 자체로부터 유저가 이탈할지도 모른다. 모두가 이길 기회를 갖는 게임. 어떻게 보면 중요한 시스템이겠지만 현실에 찌든 우리는 게임 속에서도 조금이라도 더 벌기 위해서 칼질을 하고 있을 뿐이다.

  이 책을 간추리기는 쉽지 않다. 인류세라는 커다란 전제를 두었지만 인간의 흔적을 살펴보고 자신의 견해를 얘기한 후 별점으로 마무리 지어버리기 때문이다. 하나하나 쪼개진 이야기며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부터 거시적인 시점까지 아우르고 있다. 혜성부터 시작한 관심사는 향기 나는 스티커, 음료, 에어컨에 이어 전염병, 세균 등으로 확장되기도 한다. 예술 작품들을 바라보는 시각과 자신의 근무했던 하비, 자주 사용하는 IOS 노트 앱, 쿼티 자판 등까지 얼마나 넓은 관심사를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것에서 많은 의미를 찾아내는 것이 멋진 작가의 모습이었다.

  로버트 펜 워렌의 "인간의 끝은 앎이다. 그러나 알 수 없는 것이 한 가지 있다. 그 앎이 자신을 구할지 죽일지는 알 수 없다."라는 말이 좋았다. 자연을 관찰하고 우주를 연구하며 인간의 능력을 확장하고 언젠가 닥칠 대멸종에 대비하고 있지만 그 진실의 끝에 답이 없거나 멸종으로 이어지는 확실함만이 남는다면 세상은 어떤 혼돈에 빠질까 싶기도 하다. 인류세를 모르고 살아왔을 때 인간은 발전만을 느끼며 즐겁게 전진했지만 최근에는 돌다리도 두들겨 보며 건너야 하게 되었다. 물론 그것이 더 좋은 세상을 가져올지도 모르고, 더 빨리 탈출해야 하는 시간 게임에서 발목을 잡고 있는 건지는 아무도 모른다.

  인류세를 개인적인 견해로 펼친 이 책을 읽으며 세상의 변화에 인식의 변화에 그리고 환경에 변화에 스스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 중요할 것 같았다. 인간이 선조들을 이해할 수 없어서 다행이다. 우리가 그들을 혐오할 수 있으니까. 우리 또한 우리 후대에게 혐오스러운 존재가 될지 모른다. 하지만 오늘을 살아가는 나는 나의 생각 나의 인식대로 살아간다. 대신 휘둘리지는 말자. 우리는 우리가 인식하는 것만큼만 인지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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