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조직은 무엇이 다를까 - 번아웃 전문가가 밝히는 단단하고 오래가는 조직을 만드는 법
제니퍼 모스 지음, 강유리 옮김 / 심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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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위기가 좋지 않은 요즘. 함께 일하던 옆 팀장님과 신나게 회사 뒷다마를 하다 첫 장을 펼치는 순간 이것은 놓칠 수 없겠다 싶어 사진을 찍어 팀장님께 보냈다. "이거 완전 우리 회사 얘긴데요." 라며 받자마자 맞장구를 쳤다. "그 회사는 사람이 남아나지 않아서 아무도 가려고 하지 않아요." 참으로 안타깝지만 최근에 회사 분위기가 이렇다. 실제로 어디부터 꼬여버린지 모를 서로 다른 생각들은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그저 흘러가고 있다. 이런 현장의 고민도 모른 채 경영진은 매번 또 뭔가를 하려고 한다. 다 같이 그게 아니야라고 외치지만 공허할 뿐이다. 그동안 무리했던 친구들은 지쳐 하나둘 새로운 자리로 떠나간다. 사람이 없는데 회사가 살아남으면 뭐하나. 그저 서서히 침몰하는 배가 될 뿐이다.

  잘 나가는 조직의 이유를 '번아웃' 관리로 설명하는 이 책은 푸른숲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이제껏 번아웃은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했다. 자기 관리는 미덕이었고, 강인한 정신력과 더불어 없어서는 안 될 재능과도 같았다. 프로는 승부에서 80% 이상의 능력을 발휘하지 않는다고 한다. 단 한 번의 폭발적인 결과보다 꾸준함으로 실력을 증명해야 한다. 그러 것들을 회사에서는 요구한다. 하지만 능력에 넘치는 업무에 어떻게 관리가 가능할까라고 생각하면 답은 현실에 있다. 조직의 번아웃은 개인이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있다. 조직은 업무량을 관리하고 개인이 번아웃에 빠지지 않도록 살펴야 한다. 번 아웃된 개인은 다시 돌아오기엔 너무 많은 자원이 필요하다. (회사는 쓰고 바꾸면 된다고 생각하는 건지도.. )

  하지만 중요한 것은 번아웃이라는 것은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쉽게 노출된다. 완벽주의자라면 더욱더 조심해야 한다. 하얗게 불태우고 나면 기력을 찾는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린다. 밤낮을 세워가며 일을 하고 나면 보람은 있었지만 몸은 거짓말을 못한다. 과장 때는 일주일이면 회복하던 몸은 부장이 되니 한 달은 걸렸다. 그래서 자연스레 업무량을 조절할 수밖에 없다. 개인이 업무량을 조절한다는 얘기는 슬프게도 '루팡'의 길을 걷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일을 너무 많이 하는 '루팡'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최근에 유행하는 '조용한 사직'을 이해할 수 있다. 조용한 사직이란 회사에서 시킨 일만 하고 자신을 최대한 숨기며 조용히 지내는 것을 말한다. 미국 MZ세대들로부터 출발한 이 유행은 그저 일하기 싫어일 뿐만은 아닐 거다. 어렵게 입사한 회사에서 승진도 하고 대우도 받고 싶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세대에는 '번아웃'에 너무 취약한지도 모를 일이다. 번아웃은 '외로움'에 비례한다고 한다. 네트워크로 24시간 연결되어 있지만 혼자임이 강한 개인주의는 화려함 속에 외로움으로 남아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게다가 자율성 높은 이 친구들은 가장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는 말단 사원이다. 회사는 공정하고 민주적이어야 한다는 이상을 품고 입사하였겠지만 회사는 엄연히 오너가 있는 나름의 독재 구조라는 것을 알고 나면 견딜 수 없는 '번아웃'에 직면하고 말 것이다. '조용한 사직'은 그들이 그들을 지켜내는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할 말은 많지만,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이 책은 시종일관 기업의 '번아웃'이 얼마나 치명적인가를 얘기하고 '번아웃'을 관리한 기업의 강점을 얘기한다. 회사의 일이 협업의 공간이 아니라 경쟁의 공간이 되면 번아웃 관리는 될 수 없다. 하지만 '운명 공동체'라는 신뢰를 얻기란 쉽지 않다. 꾸준한 소통과 행동만이 요구될 뿐이다. 회사에서 하는 일시적인 복지도 오히려 부정적인 요소로 다가갈 수 있다. 회식이나 송년회 그리고 아무 공감도 가지 않는 교육 등은 밀려 있는 일을 늘리는 스트레스밖에 될 수 없다. 아무리 돈을 많이 들인 레저 시설이라도 이용할 시간이 없이 먼지만 쌓여 간다면 그것 또한 손실이다. 회사 안에서도 모든 것을 다 해주려고 하지 말라. 일을 줄이고 빨리 퇴근시켜 각자의 시간을 주면 될 뿐이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기업은 개인의 능력이 부족해서 빨리 퇴근 못할 뿐이라고 몰아세울 뿐이다.

  저자가 얘기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잘 안다. 책에서 얘기하는 리더가 CEO임도 이제는 그냥 알 수 있다. 회사에서 중간관리자가 할 수 있는 별로 없다. 그냥 직원일 뿐이다. 책은 직원을 인간답게 보살피라고 얘기하지만 현실은 업무를 자동화하여 직원의 업무를 줄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업무가 줄어들면 그만큼 직원을 줄인다. 안타깝지만 세상은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런 세상에 경종을 울려주는 것은 좋으나 많은 기업들은 자신의 이익을 나눠 가질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많은 연구 자료와 함께 제시한 의견들은 충분히 공감을 했고 이상적이었다. 그럼에도 아쉬운 것은 어떤 방법들이 좋을까라는 뾰족한 수는 없었다. 물론 회사의 사정에 맞게 알아서 연구하고 제안하고 실천해봐야 한다. 내가 얻은 것은 공감하는 방법, 소통하는 방법 그리고 이슈에 대처하는 방법 등 몇 가지 팁은 얻을 수 있었지만 경고등을 켜주는 이상의 효과는 없을 것 같기도 했다. 

  업무량을 관리하지 못하는 기업의 직원들은 스스로 업무 관리를 한다. 많은 양의 업무를 받지 않으려고 지금의 일을 지연시키기도 한다. 부지런한 새는 더 많은 일을 받기 때문이다. 번아웃은 구조적인 문제이며, 해결할 의지는 기업의 차원에서 필요하다. 번아웃 해결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을 겪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회사를 위해 정말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잃어버린 민심은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틀어져 버린 문화는 바로잡기 어렵다. 소탐대실의 경영에 경종을 울리는 한 권의 책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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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생각이 많을까? - 머릿속의 스위치를 끄고 싶을 때 보는 뇌과학 이야기 나는 왜 시리즈
홋타 슈고 지음, 윤지나 옮김 / 서사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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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을 살면 반드시 선택을 하는 장면을 만나게 된다. 모두가 다 하면 좋겠지만 필연적으로 선택을 강요받게 된다. 선택을 위한 많은 정보와 조언들은 정보화 사회에 들어서면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우리는 선택에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필요하지 않은 정보를 걸러내야 하는 또 다른 작업을 하게 되었다. 생각은 선택을 하기 전까지 지속된다. 좋은 선택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선택을 하고 나면 우선 그 장면은 정리된다. 정보가 많을수록 좋은 선택을 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마는 안다. 중요하지 않은 정보에 휘둘리기도 한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생각을 줄일 수 있을까? 

  생각을 줄이고 머리에 쉼을 주는 것이 얼마나 많은 이유로 중요한 것인지 정리한 이 책은 서사원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불안하고 고민이 많은 것에 대해서 스트레스를 받지만 우리는 태생적으로 불안을 느끼게 되어 있다. 불안과 공포에 민감하다는 것은 생존을 위해 중요하다. 이제는 생태계 먹이사슬에서 벗어나버린 인간이지만 본능적인 '불안'은 사라지지 않는다. 세상에는 더 많은 종류의 불안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모든 이유를 떠나 우리가 가장 먼저 인정해야 할 것은 누구나 겁쟁이고 누구나 불안하다는 것이다. 불안을 거부하는 행동은 오히려 더 키울 수밖에 없다. 힘들어하는 이에게 '잘할 수 있어'라고 얘기하는 것보다 '충분히 잘하고 있어'라고 얘기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이것은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와 같은 얘기며 전문 용어로는 '백 파이퍼 효과'라고 한다.

  걱정이 현실이 될 확률은 5%가 채 되질 않는다. 이것은 천재지변에 가까운 것들이고 79%는 일어나질 않고 16%는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불안과 함께 살아가야 하고 그렇다고 그렇게 자주 일어나는 일이 아니니 불안을 이용해서 긍정적인 효과를 만들어 내어 보자. '불안'은 인간을 발전시킨 원동력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삶을 위한 모든 노력들은 모두 불안을 기초로 하고 있다.

  불안을 마주하고 인정하는 것은 가장 중요하다. 가장 많이 얘기하는 것들은 '긍정적 반응'이다. 긍정적이라는 것은 좋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오해를 하지만 우리말 사전에 찾아봐도 긍정은 '그러하다고 생각하여 인정하는 일'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불안하면서도 '난 안도하고 있어'라고 얘기하는 것이 긍정적인 마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긍정적 마음은 '그래 내가 지금 불안하구나'라고 인정하는 것이다. 문제를 인정하면 해결할 수 있다. 긍정은 곧 인정이다.

  긍정적인 마음을 갖는 것이 어렵다면 글로 적어보는 것도 좋다. 이때 사용하는 것을 '통찰 언어'라고 한다. 생각한다, 느낀다, 이해한다 등과 같은 사고나 이해에 관련된 말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런 글쓰기가 습관화되면 자연스레 감정 조절 능력도 좋아진다. 탭핑이라고 하여 손가락을 두드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욕망에 휩싸이면 손가락을 바닥을 지속적으로 두드린다. 욕구의 50%가 줄어든다는 연구 보고가 있다. 이는 집중할 때 잡생각으로 흐트러질 때 사용해도 효과적이다.

  정신도 결국 육체의 피로와 이어져 있기 때문에 가벼운 운동이라도 자주 해주는 것이 좋다. 카페인을 먹는 것보다 10분을 걷는 것이 졸음을 쫓는데 더 유리하며, 운동하지 않으면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 운동하는 것이 여의치 않다면 스트레칭을 자주 해 주자. 몸을 쓰는 것은 머리를 쓰는 것만큼 중요하다. 또한 쉼은 굉장히 중요한데, 멍 때리는 시간은 뇌가 학습한 것을 복습하는 시간이다. 자연 속에 들어가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피하지 않는 마음을 기르는 것은 중요하다. 병은 마음에서 온다는 말이 과학적이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것에는 노래 부르기나 귀여운 것들을 보는 것도 있었다. 화장은 아름다움을 위한 것이기 이전에 자신이 원하는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과정이기도 해서 중요하다는 내용도 있었다. 선글라스를 끼면 자신감이 올라가는 것과는 조금 다른 것 같았지만 신선한 내용이었다.

  '짧게 생각하고 빠르게 행동하기 위한 지첨서'를 지향하듯 정말 간단하고 쉽게 정리되어 있다. 짧게 쓰여있고 빠르게 읽어낼 수 있다. '장고 끝에 악수'라는 바둑 속담이 있다. 많이 생각한다고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하지 못해 후회하는 일이라고 줄여 보는 것이 어떨까? 

  코린 파월 미 국무장관의 의사결정의 공식 'P=40-70'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나는 공식 P = 40 - 70을 자주 사용한다.P는 성공할 가능성을 나타내며 숫자는 요구된 정보의 퍼센트를 나타낸다.정보의 범위가 40 ~ 70% 사이에 들면 직감적으로 추진하라.맞을 기회가 40% 미만일 정도로 정보가 적으면 행동을 취하지 말라.하지만 100% 확실한 정보를 갖게 될 때까지 기다릴 수만은 없다.왜냐면 그때가 되면 너무 늦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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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25
케이시 지음 / 플랜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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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0, 1, 2, 5' 이것은 돈을 다루는 숫자들의 모음이다. 하지만 이것은 달러이기 때문에 그렇게 지어진 것 같다. 암호 같은 제목에 갸웃했지만 지폐 한편에 쓰인 코드 번호 같기도 했고 그래서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조금은 토이스토리가 생각나고 조금 이름이 기억나질 않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닮았다. 지폐와 동전 친구들이 영혼을 받고 지갑을 타고 이동하며 겪는 이야기다. 돌고 돌아 결국 다시 처음으로 돌아오긴 하지만 많은 일들은 가지런히 정리되고 모두가 행복해지는 전형적인 만화의 마무리를 하고 있다.

  사람들의 사정을 살피고 또 그 속에서 여러 이야기 여러 깨달음을 얘기하는 만화 같은 이야기는 케이시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할머니와 손녀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이 책의 주인공은 의외로 '돈'이다. 처음 읽어 나갈 때에는 어떤 물건인지 감을 잡지 못하다가 이내 동전과 지폐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았다. 주된 내용은 그들을 소지하는 인간들의 이야기기도 했다. 소중한 물건을 만 번 소중히 대해주면서 영혼이 생기며 자신의 행동을 주인에게 들키면 그 영혼은 다시 사라져 버린다. 이 책에서는 그런 슬픈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런 규칙이 있다.

  할머니가 돌보는 딸아이를 거쳐 아주 잘 나가는 기업가의 아들에게 전달되었다가 금실 좋은 부부로 갔다가 마지막에는 수집가에게 전달된다. 만화 같은 설정을 하고 있지만 우리 인생의 고민들을 다루고 있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이혼 가정의 얘기 같았는데 그것보다는 할머니의 사랑에 대한 얘기가 더 주요했다. 성공한 아버지는 아들의 꿈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고 아들은 독립을 꿈꿨다. 금실이 좋은 부부는 얼마 전 유산을 하여 집안에 그림자가 생겼다. 신혼여행에 던지지 못한 나머지 하나의 아프로디테 동전을 발견하여 새로운 시작을 위해 함께 다시 여행을 떠난다. 할머니의 사랑을 받는 딸아이와 자신의 독립을 생각한 아들은 서로 버스킹 연주자와 관객으로 만나기도 한다. 

  아름다운 얘기 이면에는 많은 고민에 대한 답이 적혀 있었던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이 '돈' 친구들은 해결사이기 때문이다. 바람에 자신을 날려 상대에게 인지 당하기도 하고 잠든 밤에 속삭이며 꿈처럼 그들의 귀에 메시지를 전하기도 한다. 변화가 필요한 그 시점에 조언을 한다. '사랑'과 '간절함'을 담은 얘기들은 고스란히 전달되어 아름다운 마무리로 이어진다.

  등장하는 '돈'은 여러 특징이 있어 재미가 있었는데, 때로는 너무 전문적이라 살짝 읽는데 방해를 주는 경향이 없지는 않았다. 물론 이과인 내가 읽기엔 그렇게 이해하지 못할 부분은 없었지만 서정적인 부분에서 나오는 딱딱한 이과 용어들은 사실 갸우뚱했다. 과학자라는 설정이 있음에도 뭔가 몰입이 덜 되었나 싶기도 했다. 사실 '넛지'라는 단어가 자주 출몰하면서 계속 몰입이 깨졌는지도 모르겠다. 굉장히 함축적인 단어이고 훌륭한 단어이지만 작품의 색보다 더 강한 색을 가진 '단어'가 출몰하니 집중이 깨져 '넛지' 책이 생각나 버렸다. 이것은 '넛지'라는 단어가 나타날 때마다 그런 경험이 생겼다. 물론 나에게 한정된 경험일 수 도 있었다.

 애니메이션 같은 설정이었지만, 따뜻한 소설에 가까웠지만 다루는 내용은 가볍지 않았다. 뉴튼의 제2운동 법칙과 한나 아렌트의 사상도 잠시 언급되는 것 같았고 코딩 용어도 나오고.... (조금 신선했지만,) 어떤 문제에 대한 진지한 조언을 주기 위한 여러 말들이 등장했다. 그만큼 고민이 많았던 책인 것 같았다. 한 권의 소설책이기도 했고 한 권의 조언을 담은 책이기도 했다. 등장하는 캐릭터가 무겁지 않기 때문에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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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힘
마르쿠스 가브리엘 지음, 김남시 옮김 / 이비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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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를 이끌고 가는 것은 과학적 '환원주의'다. 그 근간에는 자연주의와 구성주의가 있다. 인간의 의식과는 상관없이 존재는 실재하며 실재는 하나의 것으로 환원될 수 있으며 그것은 과학으로 가능하다는 것이다. 사실보다 그것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지금의 생각들이 사회, 정치와 맞물려 인종주의, 포퓰리즘 등을 양산하고 지금의 문제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며 저자는 '신실재론'을 주장하고 있다. 신실재론은 어떻게 보면 현대의 문제에 대한 도전이며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어느 시대보다 막강한 자연주의를 넘어야 하지만 이런 도전은 긍정적이지 않을까?

  자연주의와 구성주의라는 두 주류에 대항하는 신실재론이 강종하는 예술의 급진적 자율성을 다루는 이 책은 이비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사실 가벼운 마음을 책을 집어 들었다. 두꺼운 책을 연달아 읽은 뒤에는 심리적 환기가 필요했고 '예술'이라는 단어는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100페이지 남짓의 이 책은 20페이지 남짓의 역자 해석을 읽지 않는다면 이해하기 힘든 책이었다. 마치 <너무 시끄러운 고독>을 읽는 기분이었다. 현재 주류 사상에 대항하는 새로운 사상과 같은 이 책은 기존에 흘러온 강력한 사상들과 대척해야 한다. 현재를 살아가는 철학자가 이렇게 치열하게 맞서는 것은 처음 겪는 일이라 어려우면서도 신선했다. 하지만 '미학'을 입문조차 하지 못한 입장에서는 굉장히 어려운 책이기도 했다. 헤겔의 미학 강의를 먼저 읽을 걸 하는 후회도 살짝 들었다.

  자연주의, 구성주의와 맞서기 위해서 가장 좋은 것이 아마 예술이 아니었을까 싶다. 구성주의의 입장에서 예술은 작품을 보는 자의 눈에 있고 제도록적으로 승인된다 주장이다. 예술 작품의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감상자에게 있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저자는 예술은 그 자체로 실재한다고 주장한다. 작품에 빨려 들어갈지 아닐지는 우리가 아닌 작품의 힘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감상자는 물론 창작자도 종속된다. 예술 작품 스스로가 존재하기 위해 우리를 참가자로서 창조한다고 주장한다. 미적 경험은 사전 훈련 없이도 가능하다.

  신실재론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의미장'이다. 여기서 '의미장'은 우리가 부여하는 '의미'와는 다르다. 여기서 '의미'는 고틀로프 프레게의 '동일성 수수께끼'를 가져올 필요가 있다. 금성은 '샛별', '저녁별'로 불리기도 하는데 이는 같으면서도 다르게 이해된다. 숫자 8은 4 + 4, 5 + 3, 1 + 7 등과 같이 표현될 수 있지만 이것은 '주어지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서의 8의 '의미'인 것이다. '의미'는 대상을 서로 다르게 '파악하는 방식'이 아니라 '주어지는 방식'이다. 서로 다르지만 동일한 정도로 참되고 객관적으로 참된 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무슨 얘긴지 잘 모르겠다.)

  현대는 기술과 과학의 시대이면서도 너무나도 미학적인 시대다. 예술은 도처에 숨어들어 있다. 포스트모던적 의미에서 신은 죽었지만 지금의 종교는 어느 때보다 강하다. 이것을 저자는 인간의 '상상'의 결실이라고 얘기한다. 인류가 만든 인공물들은 모두 인간의 상상에 의해 모습을 갖춰 왔다. 상상력은 우리를 지배하는 절대적인 힘을 갖는다. 그런 의미에서 신은 상상력의 심장에 위치하고 있다. 

  저자가 주장하는 지각의 문제, 해석의 문제, 수행  등은 사실 알면서도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우리는 대상을 지각하는 것이 그것과 관계가 생긴다는 것 의미론 해석은 구분이 잘되지 않았고, 청동의 조각상에는 그 자체로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 감상자에게 영향을 미치고 그 속에 들어간 우리는 해석하려 하는데 그것을 '수행'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는 무언가의 외부에서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장 속에 들어가 있다는 설명 같았다. (이해를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난해하다.)

  이는 얼마 전에 읽은 시간의 물리학과도 비슷한 측면이 있었다. 지금의 환원주의는 작은 계(field)를 만들어서 외부에서 관찰자의 시점으로 해석하지만 그것은 모든 영향을 완전히 분리할 수 없다는 주장이며, 우리는 결국 우주라는 계(field) 안에 있는 관찰자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예술 작품을 보는 것도 예술의 계(field) 속에서 서로 관계하는 영향을 얘기한다는 얘기로 일단 이해를 했다. 결국 예술도 본질적으로 본편적 법칙 아래에 둘 수 없다는 얘기였다.

  어려운 얘기로 무장한 이 책 그리고 '신실재론'이 얘기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예술을 접하는 우리에게 특별한 차이가 없다고 얘기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예술의 가치를 알아보는 것은 인간의 해석 능력이 아니라 예술 자체의 문제로 돌리며 우리는 보편적인 인간 자율성을 가진다고 얘기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우리는 자연이나 세상 속에 속한 하나의 구성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 한 명 한 명이 하나의 '존재'로 실재하고 있다고 얘기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아름다움'에 대한 보편적인 규범은 없다. 마네의 그림도 피카소의 그림도 모두 아름다울 수 있다. 예술은 인간이 그것을 좋아하는지 아닌지 묻지 않는다. 우리가 끌리거나 그렇지 않을 뿐이다. 이것은 예술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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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 투자 원칙 - 한 권으로 끝내는 버크셔 해서웨이 투자사의 결정판
애덤 J. 미드 지음, 이혜경.방영호 옮김 / 서울문화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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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하의 현자' 라고 불리는 워런 버핏과 그의 흔적인 '버크셔 해서웨이'의 이야기다. 올해 92세인 워런 버핏만큼 오래된 기업인 버크셔 해서웨이는 그 기록 또한 방대하다. 마치 기업의 역사를 기록한 이 책은 분명 투자자에게는 중요한 자료가 될 것 같다. 일반인들에게는 굳이 알 필요가 있을까 하는 부분까지 세세히 적혀 있지만 버크셔 헤서웨이가 걸어온 길과 워런 버핏의 원칙 그리고 주주 서한의 내용을 읽다 보면 그가 한 얘기의 의미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의 말들이 어떤 맥락에서 나왔는지 아는 것은 생각보다 깊은 깨달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워런 버핏의 55년의 투자와 함께 이제는 위대한 기업으로 성장한 버크셔 헤서웨이의 역사를 기록한 이 책은 서울문화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워런 버핏은 마치 승승장구한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불확실성이 많았던 시대에 충분한 자금이 있는 집안에 태어났다는 것과 미국이 고속 성장했다는 이유를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빌 게이츠를 얘기할 때에도 기술이 싹을 트고 있던 시기에 충분히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었고 대학교 랩실을 마음대로 들락거릴 수 있는 부모의 파워도 무시할 수 없는 것과 같은 맥락일 것이다. 하지만 혼돈의 시대에 평가절하된 기업을 찾는 눈과 잊을만하면 찾아오는 공황과 위기에 대한 대처는 오늘날의 워런 버핏과 버크셔 해서웨이가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독한 원칙주의자였으며 자신이 모르는 것에 투자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기회를 잡을 준비를 항상 하고 있었다. 좋은 투자는 지겹게 하는 것이라는 그의 말이 많은 것을 설명해 주고 있다.

손 안의 새 한 마리는 수풀 속에 있는 새 두 마리의 가치와 맞먹는다.- 이솝

  버크셔 해서웨이는 워런 버핏이 경영에 참여한 첫 회사이지만 지금과는 달리 '방직 회사'였다. 아무리 좋은 리더와 정책을 수반한다 하더라도 근본적으로 사양 산업에서는 이익을 얻기 힘들다는 사실을 배웠다. 그럼에도 방직 산업을 오랜 시간 유지한 것은 단순히 이익을 넘어 지역 경제의 영향과 고용에 대한 의무 때문이었다. 제조업은 새로운 장비로 무장한 후발 주자가 더 유리할 수 있었고, 지식은 독점할 수 없었다. 성장을 위해 투자가 필요하지만 투자 대비 이익이 발생하지 않는 (워런 버핏의 분류로는) 전형적인 나쁜 기업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워런 버핏이 가장 중요하게 본 것은 '투하자본 이익률(return on invested capitial : ROIC)'이다. 영업활동에 투입된 자본 대비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이익의 비율이다. 워런 버핏이 말하는 좋은 기업은 성장을 위해서 재투자를 할 수 있고 투자한 만큼 이익을 내는 기업이었다. 많은 이익을 내어주고 있어도 재투자가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는 기업은 좋은 기업이라고 얘기하지 않았다. 고인 물은 언제든 경쟁자의 위협을 받을 수 있기도 했다. 버크셔 해서웨이에 많은 이익을 안겨 준 '씨즈캔디'가 대표적이다. 

  막대한 투자로 인한 성장에는 중요한 요소가 있다. 바로 경쟁자가 쉽게 넘을 수 없는 '진입장벽'을 만드는 것이다. 책에서는 성의 둘레에 파 놓은 구덩이를 얘기하는 '해자(垓字)'로 표현했다. 업계 진출을 위해서는 막대한 자본을 쏟아부어야 하고 그 성공도 가늠할 수 없을 때 경쟁자는 망설일 수밖에 없다. 그야말로 '철옹성'이다. 워런 버핏은 이를 '좋은 기업'이라고 했다. 대표적으로 '플라이트세이프티'가 있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구조는 오늘날 많은 복합 대기업의 모델이 되곤 한다. 가장 인상 깊게 본 것은 소유한 회사들 중에 기술 기업이 그다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을 회사로 무장하고 있다.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보험업'이다. '가이코'는 태풍이 몰아친 2018년을 제외하고는 늘 좋은 실적으로 보답했다. 거기에 더해 '제너럴 리'를 비롯한 버므셔 해서웨이 보험이 있었다. 보험업은 버크셔 해서웨이의 막대한 자본을 업고 있음에 동시에 막대한 자본을 가져다주고 있었다. 그리고 기간산업인 '철도'나 미디어 산업인 '언론'을 가지고 있었으며, 신용평가 기간 '무디스'의 지분도 있었다. 코카콜라나 질레트가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져 있고 가장 최근에는 중국의 전기차 BYD의 지분으로 엄청난 수익을 얻기도 했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이런 지배구조는 '버크셔 숲'이라고 비유하곤 했다. 이 거대 기업의 가치를 이해하려면 개개의 기업을 평가할 필요가 없이 5개의 작은 숲만 이해하면 된다는 것이다. 첫 번째는 지분 80 ~ 100%의 '비보험 사업'으로 버크셔 해서웨이의 근간과 같다. 두 번째 숲은 '주식'이다. 세 번째는 지분 80% 이하의 '지배권을 공유하는 기업'이다. 네 번째는 '현금, 국채, 채권'이다. 이는 언제든지 투자할 수 있는 비상금 역할을 한다. 마지막 숲은 '보험'이며 앞의 숲을 지원하는 가치의 원천과 같다.

  워런 버핏의 투자를 보면 굉장히 보수적이며 유행을 타지 않는다. 시장에 대한 지배력이 있고 저평가된 기업만 철저하게 골랐다. 그리고 '투하자본 이익률'을 철저하게 따졌다. 자신이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는 투자하지 않았다. 초기 '애플'에 투자하지 않았던 것도 같은 이유다. 14명으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그를 설득하여 '애플'로 두 배 가까운 수익을 얻기도 했다. 투자의 대가라고 불리는 그는 투자 논지가 틀린 경우에는 늘 이를 인정했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인수 철학을 보면 독특했다. 좋은 기업도 중요했지만 '존경할 만한' 리더가 이끄는 기업을 고르는 것도 방법이었다. 그리고 인수 뒤에도 그들을 치켜세우며 경영을 맡겼다. 자신이 그들보다 더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좋은 기업에는 늘 좋은 리더가 있었고 그들은 워런 버핏의 투자에 답했다. 또 하나 신선한 것은 자회사에 돈을 빌려주더라도 꼭 이자를 받았다. 부자 아빠를 믿는 자회사는 안일해진다는 것이었다. 자회사가 독립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했다. 벤틀리를 팔 때 보험을 권하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그는 배당금 지불을 좋아하지 않았다. 배당금 지불은 회사에 악영향을 줄 수 있고 당장 수익실현을 하고 싶지 않은 투자자들에게 세금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이익이 나면 재투자로 더 큰 성장을 독려했고 주주들은 그를 믿었다. 주가가 저평가되었다고 생각되면 자사주 매입으로 주주의 이익을 실현했다. 매년 20%에 육박하는 성장을 하는 그를 믿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 같다. 버크셔 해서웨이 이사회에 참여하려면 자사 주식을 일정 이상 보유해야 했다. 이사회는 급료로 보상받는 것이 아니라 주주와 함께 이익 실현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자회사 경영자들을 평가할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또한 그는 단기적 보상을 지양했다. 수익으로 보상을 한다면 중요한 예산을 삭감하여 보상을 받아 결국 사업을 망치게 되기 때문이었다.

  두꺼운 책만큼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재무제표가 가득한 책이다. 그 속에는 워런 버핏의 성공과 실패가 함께 들어 있다. 그는 자신의 성공을 항상 비판적으로 바라보았고 실패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또한 그는 '투자는 아마추어가 프로보다 잘할 수 있는 영역이다'라고까지 말했는데, 그것은 자신이 잘 아는 분야에 투자하라는 것이었다. 그의 안목에 특별한 것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좋은 기업을 찾아내려면 기업의 제품, 유통, 재무만 살피면 된다는 기본을 그는 지켰을 뿐이다. 또한 유행처럼 번지는 잡음을 무시할 수 있었다는 것도 있었다. 닷컴이 호황 하던 시절에도 워런 버핏은 기술 기업에 투자하지 않았다. 

  이 책을 굳이 시간 내어 읽어야 할까라고 질문한다면 그렇지 않다고 얘기하고 싶다. 만약 이 책이 있다면 8장 이후를 읽는 것이 좋고 더 시간을 낸다면 챕터 마지막에 있는 시대의 교훈을 읽으면 좋을 것 같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는 것이 의미 없지 않은 것은 그의 말이 어떤 일로 나오게 되었는지 알 수 있고 체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금 더 전문적인 사람이라면 재무제표를 통한 투자의 무언가를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이제 그도 은퇴가 눈앞에 있다. 많은 자산을 빌 & 멀린다 게이츠 재단에 기부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버크셔 해서웨이가 건재할 것 같은 이유는 기업이 걸어온 길 그리고 그의 철학이 이사회에 잘 녹아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주주와 함께 하는 투자, 아는 곳의 투자 그리고 항상 준비하고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안목이 그들의 역사를 이어나가게 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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