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평전
이광호 지음, 평등하고 공정한 나라 노회찬재단 기획 / 사회평론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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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털웃음이 어울릴 것 같은 위트 넘치는 남자. 한 손에서는 블랙베리, 다른 한 손에는 아이폰을 쥐었던 얼리어답터. 늘 청소 노동자와의 식사로 시작과 끝을 함께 했던 사람. 백지에 잉크 한 방울 떨어트린 게 그렇게 부끄러웠을까. 온통 검은 색인 정치인들도 널리고 널렸는데.. 최고의 공격은 '농담'이라고 했던 우리 시대 서민의 언어로 정치를 했던 사람의 모습이 궁금해 책을 열었다. 그리고 책에서 우리 정치사에서 진보가 걸어온 길을 만날 수 있었다.

  평전이라고 하기보다는 일대기라고 해야 할 만큼 사실 위주의 서술을 하고 있는 이 책은 사회평론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노회찬 하면 바로 떠오르는 것이 바로 당 대표 수락 연설로 유명한 '6411 연설'이다. 4시 반에 출발하는 6411번 버스의 풍경을 그리듯 얘기한 즉흥적인 연설이었다. 여전히 그는 우리 시대에 주목받지 못한 사람의 편에 서겠다는 다짐이었고 그런 일을 하지 못한 당에 대한 통렬한 반성이었다. 

  노회찬은 삼성 X파일로 스타덤에 올랐다. 국내 1위 기업과의 대결은 말 그대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다. 알지만 터트릴 수 없는 사실은 지금의 시대에도 여전하지만 당시에 그것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은 노회찬 뿐이었다.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이라는 제도가 만들어진 이유를 잘 사용했지만 황교안의 검찰은 노회찬을 통신보안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삼성과 관련자들은 모두 무혐의되었고 이건희는 증인으로 나오지 않았다.

  연이어 노회찬은 우리 사회의 전관예우에 대해 터트렸다. '만인을 위한 법이 아니라 만 명을 위한 법이다'라는 그의 말은 모든 것을 담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더욱 가옥하 다루는 경제 사범, 법조계 사범들을 우리나라는 '그동안 기여한 ~~', '진심으로 뉘우치고 ~~' 등을 이유로 감형을 시도했다. 하지만 묵묵히 일하며 '사회에 헌신한~~~' 이유로 감형되는 일은 없었다. 가진 권력이 클수록 책임도 커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다. 전관예우는 지금도 여전히 팽배하다. 

  노회찬을 삶을 드려다 보면 한국 진보 역사 그 자체를 보는 듯하다. 한 명의 십 대가 '교과서와 같은 삶'을 지향하며 시작한 인생이었고 자본주의라는 괴물의 목줄을 걸어보겠다고 목숨 걸고 싸웠던 일생이었다. 위트 넘치고 사람 좋아 보였던 그가 마르크스주의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 노동자의 안녕과 권리를 사수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는 점은 새삼스러웠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에 좌측에 서 있는 사람은 몇 명 없는 것 같기도 했다. 오른쪽에 서 있는 사람과 아주 오른쪽에 서 있는 사람들뿐이다.

  아무런 지지 기반도 없이 부딪쳐온 인생이었다. 거대 양당에 치이기 일쑤고 당내에서도 지지기반은 없었다. 개인의 호감으로 선거를 했다면 지지 않았어야 할 순간에도 집단의 결정에 의한 투표에는 번번이 졌다. 대중에게는 호감을 사는 일은 잘했지만 개인에게 호감을 사는 일은 잘하지 못했다. 

  지금은 다시 한번 거대 양당의 소용돌이에 존재감이 사라진 진보정당이지만 그가 생전에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당사에서 국회까지 걸어서 5분 거리. 국회의원을 내기까지 50년이 걸렸다. 노동자는 삶이 힘들어 작은 이익에서도 서로 다툼이 생긴다. 하나의 민의로 이끌어낼 분노가 없다면 이내 사그라든다. 기득권은 살만하기 때문에 자신의 이득이 될 것 같은 긴 시간도 똘똘 뭉친다. 민중이 기득권을 이길 수 없는 이유다.

  혹자는 얘기했다. 가난한 사람일수록 보수파가 되는지에 대해. 진보와 혁신은 세상을 소란스럽게 만들고 변화는 늘 고통이 따른다. 가난할수록 이것을 견디기가 어렵다. 그래서 혁명은 늘 순식간에 이뤄줘야 한다. 눈 떠보니 세상이 바뀐 것처럼.. 다 같이 살자는 메시지가 너무한 것이라면 적어도 사람답게는 살아야 하지 않을까. 

  분단의 특수한 상황은 이념의 편향을 가져다주었고 상대를 빨갱이로 몰아세우는 게 가능했다. 세계에 가장 영향력을 준 철학자가 누구인가는 질문에 '마르크스'는 압도적인 일 위를 차지했다. 그의 사상을 펼치던 많은 정치가들의 방법이 잘못되어 많은 부작용을 가지고 왔지만 그로 인해 복지 국가는 하나씩 정착되어 가기도 한다. 노회찬이 영국 강연을 갔을 때 빨갱이라며 손가락질하던 한 사장은 다음 강연에는 천만 원을 기부했다. 그는 '노회찬 같은 빨갱이는 필요해'라고 대답했단다.

  우리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국가 모델은 북유럽이다. 노르웨이, 스웨덴이라는 넓은 땅과 풍족한 자원 그리고 적은 인구는 우리와 같을 순 없지만 그들은 사회 제도에 대한 효능감을 느끼고 있고 사회 제도를 위해 기꺼이 세금을 더 납부할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그 속에도 불만은 존재하겠지만 국가의 철학이 사회에 스며들었다는 것이 중요하다.

  노회찬은 그런 면에서 21세기의 진화된 사회민주주의를 우리나라에서 싹을 틔우려 했다. 꿈은 현실과 부딪쳐 나와야 하는 것이고 실현 가능한 것이라고 했다. 대학을 졸업하고서도 노동자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용접을 배우고 용접공의 삶을 살았다. 누구보다 그 일을 잘해야 그들의 삶을 이해할 있다고 생각했다. 신뢰는 논리와 지식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헌신과 애정으로부터 나온다는 그의 말을 우리 정치인들은 기억해야 할 것이다.

  기부금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서 어쩔 수 없이 했던 거짓말. 그건 자신이 지켜온 신뢰를 내다 버리는 일이었기에 그는 참 많이 부끄러웠나 보다. 오십억을 받아도 안 받았다고 떳떳한 인간들이 판치는 세상에 행정 업무 실수로 처리하지 못한 두 번의 이천 만원. 그는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 더 부끄러웠는지도 모를 일이다.

  세상은 여전히 험난하고 조금 더 사람다운 사람은 사라져 가는 세상이다. 정치가 실종된 2023년의 현재에 노회찬이 더욱 생각나는 것은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서민의 말로 싸워줄 사람이 필요하다. 꼰대 정치가들보다 더 기회주의자 젊은 정치인들이 판을 친다. 그래도 용혜인 같은 의원도 있어 희망은 있다.

  거대한 기류 속에 내가 해내겠다는 생각은 오만하다고 했다. 자신은 거대한 진보의 기류 속의 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을 뿐이라고 했던 노회찬 의원. 노무현 대통령이 그렇게 가시고 노무현 정신이 세상에서 자라듯 노회찬 정신도 그렇게 조금씩 움트길 기대해 본다.

  6411번 버스를 타고 투명인간처럼 세상의 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이들의 존재가 더 이상 투명하지 않은 세상이 되길 이 책과 함께 기원해 본다.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이 조금 먼 길이라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이해하고 인정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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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엔드 개발을 위한 핸즈온 장고 - 장고모델링과마이그레이션부터쿼리셋, DRF까지
김성렬 지음 / 한빛미디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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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고는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파이썬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풀스택 프레임워크이지만 백핸드 개발에 많이 사용된다. 프레임워크란 재사용이 가능한 모듈의 집합체로 S/W 엔지니어가 구현하고자 하는 것을 프레임 워크에 맡김으로써 개발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반대로 간단하게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내부 동작에 신경 쓰지 않게 된다. 하지만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이를 알아둘 필요가 있는데 이 책은 그런 면에서 도움이 된다.

  프레임워크는 개발자를 보조해 두는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그래서 프레임워크의 선택은 각자의 상황과 취향에 의해 선택된다. 플라스크나 FastAPI처럼 빠르게 동작하는 마이크로 프레임워크가 인기를 얻어가고 있다. 하지만 입문자나 아직 초급 개발자라면 장고를 배우는 것은 괜찮은 선택이다. 왜냐하면 접근성이 좋을 뿐 아니라 기술적인 성숙도도 가장 높기 때문이다. 마이크로 프레임워크들이 기능 추가에 소극적인 이유도 기능을 탑재할수록 자신들만의 강점이 사라지고 장고와 비슷해질 뿐이기 때문이다. 같은 것이라면 성숙도가 높은 것을 선택할 건 뻔하다.

  책은 장고를 사용하기 위한 여러 OS 환경에서의 설치부터 시작하여 여러 가지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장고가 가지고 있는 여러 기능과 그것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여러 기능들에 대해 꼼꼼한 예시를 보여주며 입문자들도 쉽게 따라올 수 있도록 구성하고 있다. 어떤 면이 실무적으로 유용한지 설명하기도 하고 단점과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책과 함께 진행한 토이 프로젝트는 따라 하며 익힐 수 있게 해 주었다. 프로젝트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필요한 기능과 사용법을 익히게 된다. 기능을 배우는 과정에서 따라 할 수 있다는 점은 꽤 큰 장점이다. 장고를 처음 접하는 나로서도 어렵지 않게 따라가고 있다. (아직은 그저 따라 해 보는 수준이지만)

  재밌는 것은 IT업계에 이력서를 제안하는 방법이 담겨 있었다. 분명 독자는 IT업계로 진출하려는 신입 개발자가 많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 같다. 나는 오히려 어떻게 이력서를 살펴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 기술 수준은 크게 다르지 않다. 열정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점은 나도 동의하는 부분이었다.

  백엔드 개발자는 아니지만 이 책을 통해서 말로만 듣던 백엔드의 맛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한빛미디어 <나는 리뷰어다> 활동을 위해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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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물리학
블라트코 베드럴 지음, 조은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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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품절


  고양이와 물리학을 엮으면 바로 슈뢰딩거의 고양이다. 양자역학에서 상징적인 역할을 하는 이 고양이는 특별하다. 그래서 이 책은 바로 양자역학에 대한 책임을 알았다. 이것을 알아챌 독자라면 이 책을 잘 읽어낼 수 있을 것 같다. 꽤나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흥미진진하다. 세상을 양자역학으로 얘기하려고 한다. 마치 마스터이론처럼.

  물리학의 언어로 모든 학문을 해석하려고 하는 이 책은 알에이치케이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대부분의 학문에는 딥러닝의 '히든 레이어처럼' 보이지 않지만 확실히 작용하는 것들이 있다.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대단하고 또 그렇게 많은 것을 해내고 있는 양자역학은 그런 면에서 가장 도드라지고 유행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굉장히 어려운 학문이지만 SF소설들과 함께 대중에 퍼지면서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양자역학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한다.

  우리는 모두 우주의 먼지로 이뤄져 있고 빅뱅이라는 것으로 시작해 지금의 복잡한 세상을 이뤘다. 별과 우리의 구성마저 크게 차이 나지 않지만 우리는 너무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같은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똑같은 법칙으로 설명될 수 있어야 한다. 많은 학자들은 세상을 깔끔한 하나의 방정식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최종이론의 꿈'은 모든 이론학자들의 꿈이기도 했다.

  특수, 일반 상대성 이론을 만든 아인슈타인도 그랬다. 그는 모든 것은 방정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 또한 양자역학에 기여를 했음에도 그는 확률로 얘기되는 양자역학을 좋아하지 않았다.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라고 얘기한 그는 죽는 날까지 양자역학을 대신을 것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시대는 흘러갈수록 양자의 파워는 강력해지고 있다. 그게 뭔지 잘 모르겠지만 점점 더 괜찮은 것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저자는 양자역학으로 '최종이론의 꿈'을 꾸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모든 학문에 있는 '끊어진 링크'를 바로 양자역학이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단언하지는 않다. 그저 현재의 학문의 위치에서 더 미시적은 영역으로 들어설 때 양자역학은 분명 큰 힘이 될 것이다. 그는 물리학을 시작으로 화학, 생물학, 자연과학, 경제학, 사회생물학까지 두루 건드리며 양자역학의 역할 가능성을 얘기한다.

  열역학이 고전 물리학과 양자 물리학 사이에서 살아남는 학문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나눠서 적용하는 것이 쉬웠던 두 이론 사이의 결합이 가능할까? 세상의 네 가지 힘으로 불리는 중력, 전자기력, 강력, 약력 중에 중력이 그저 열파동일 수 있다는 이론은 놀라웠다. 엔트로피라는 복잡성이 증가하는 흐름에 있는 것이 중력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중력이라는 건 힘이 아닐 수 있단다. 

  뿐만 아니라 생물의 탄생을 양자역학으로 이해하면 세포 원자의 변화도 양자역학에 기반을 두게 될지도 모르며 그것보다 더 대단한 이론이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세포 속 미토콘드리아의 행위가 마치 양자역학 같기도 하다는 얘기는 진화라는 것을 넘어 DNA의 전사와 세포 분열 등이 모두 양자적인 특성을 띄는 게 아닌가 의문을 던지게 된다. 이를 양자생물학이라고 한다. 도서를 찾아보니 몇 권 있는 걸로 봐서 하나의 학문인 듯하다.

   더 나아가서 양자심리학은 어떨까. 인간은 사물을 보며 여러 가지로 파악할 수 있는데 그 순간순간 이것도 되고 저것도 되곤 한다. 예를 들면 직육면체를 2차원 평면에 그렸을 때를 보면 우리는 두 가지의 직육면체를 인식할 수 있다. 모두 존재하지만 인식하는 순간 하나는 사라진다. 이는 수시로 반복될 수도 있다. 이는 뇌의 메커니즘도 양자적이지 않나라고 질문해 볼 수 있다. 그런 것에 기반한 인간의 행동은 도무지 예측 불가능한 경제학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중력이 양자를 어느 하나이게 강제한다는 이론이었다. 그래서 중력의 영향을 받으면 어느 하나로 존재해야 한다. 인간의 판단도 그런 게 아닐까 상상을 하는 저자의 글에 놀라움을 느낄 수 있었다. 

  책은 한 명이 썼다기에는 너무 여러 학문을 띄어 다니고 있었고 인용하는 책들도 그러했다. 저자는 양자역학을 연구하는 교수인지 학문 덕후인지 잠깐 혼란스럽긴 하다. 인간이 만든 학문의 아래에 흐르는 물리학적 흐름을 캐치하고 질문을 던지는 책은 신선함 그 자체였지만 꽤 어려워서 질문만 받고 대답은 이해되는 만큼만 이해하고 넘겼다.

  굉장히 어려운 얘기를 문장으로 풀어냈다는 게 우선 좋았다. (그럼에도 충분히 어려웠지만) 과학 덕후라면 양자역학 마니아라면 한 번쯤 펼쳐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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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평생 전학생으로 사는 운명이니까
케이시 지음 / 플랜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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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토리가 있는 에세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생각에 글을 더하는 그런 글들이 남겨져 있다. 첫 페이지를 넘기자마다 방이 열 개 달린 집을 가지고 있다고 하길래 내심 부러웠다. 부자라서 취미로 글을 쓰나라는 잠깐의 오해를 뒤로하고 그건 마음의 방이라는 것을 이내 알아챈다. 끊임없이 찾아오는 불청객 불안은 문전박대할수록 문을 더 심하게 두드린다. 그저 방한칸 내어주면 조용하다. 그렇다고 나머지 아홉 개의 방이 불안해지는 건 아니니까. 책은 그런 저자의 생각을 담아내는 곳이고 이 책은 에세이다.

  작가사 살며 보며 느끼며 때로는 비틀어 생각하는 이 글은 케이시 작가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마냥 작가로고만 생각했던 저자는 어떻게 보면 사업을 하던 사람이었다. 두 번의 스타트업을 실패하고도 자신에게 투자했다고 말할 수 있을 때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까. 글이 풍기는 삐딱함은 자신만의 경계를 긋고 있는 저자만의 자기 보호의 영역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까칠하지만 위로하는 글이라고 할까. 그건 독자에도 저자에게도 향하고 있는 것 같다.

  모든 경험은 사실 도움이 되는 것이고 성공은 어려움 속에서 탄생한다. 끝이라고 생각될 때 때론 끝이 아니지만 그래도 끝까지 견뎌내는 건 중요하다. 스스로 실패라고 정의할 때까지 유보라고 생각하는 나와 비슷하달까. 힘들다는 건 힘을 들이고 있는 중이고 인생은 언제나 좋은 것과 나쁜 것 사이를 오간다. 행복은 다정한 것에서부터 오지만 영감은 쓰레기로부터 온다. 부끄러움이 나의 몫이라는 건 사실 나만 신경 쓰고 있다는 건지도 모를 일이다.

  내 삶은 내가 정하는 것이며 내가 살아내야 하는 것이라 몸도 마음도 스스로 챙겨야 한다. 몸을 혹사시키면서 하는 건 다 부질없는 짓이다. 영양제를 챙겨 먹고 집중하던 일에서 잠시 눈을 떼어 보자. 훌륭한 사람들은 산책을 하는 습관이 있었고 아이디어는 오가며 발에 치이는 전단지 속에서 나올지도 모른다.

  불안하고 두려운 시대일수록 '양적완화'를 해야 한다. 미래의 자산을 현재에 끌어다가 투자해야 한다. 그건 국가의 행위이면서 개인의 행위다. 불안하면 자신에게 투자해서 계발해야 한다. 미래에서 끌어다 쓴 것보다 더 많이 벌 수 있길. 오타쿠처럼 뭔가에 미쳐 즐거운 삶을 살다 보면 어느새 장인이 되어 있을지도.

  어떤 일이든 초보자는 힘이 들어가고 고수가 되면 자연스럽다. 그건 운동이든 연기든 글이든 모두 같다. 자연스럽게 잘하려면 힘을 빼야 한다. 욕심을 내려둬야 한다. 자연스러움 속에 강함이 있다. 오래 잘하기 위해서는 힘을 줘선 안된다. 다칠 뿐이다. 아는 길도 물어가고 돌다리도 두들겨 보며 건너는 것이다. 많은 길을 다녀보면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많은 것을 알게 되면 길을 잃어버리는 것이 초조하진 않다. 길을 찾는 것에도 힘을 뺄 필요가 있다.

  속도와 경쟁은 언제나 마음속의 나와 하는 것이지만 우리는 늘 주위를 두리번 거린다. 내가 더 잘하는 것보단 내가 더 뒤처진 것을 살핀다. 강점을 더 강하게 하면 날카로워지지만 단점을 채우기만 하면 그냥 무난하게 된다. 사실 평범하게 사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다. 빈틈없이 채우는 게 얼마나 힘들까. 약점을 인정하고 그냥 외길 인생을 살아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살다가 길이 아닌 것 같으면 만들던지 돌아가던지 하면 된다.

  어쩌면 긴 여행의 시간. 얼마나 의미 있는 삶을 살았는가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즐겁게 살았다는 건 꽤 중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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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일 밤의 우주 - 잠들기 전 짤막하게 읽어보는 천문우주 이야기 Collect 22
김명진 외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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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들은 분명 나의 또래임이 분명하다. '돈데크만' 같은 얘기를 비롯한 조크가 나 정도의 나이가 되어야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문장이 친근해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이벤트 같은 단어와 만날 때면 과학 교양서라기보다는 친구 얘길 듣고 있는 기분이 들 정도다. 별들을 공부하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읽고 있지만 이렇게 많은 천문학자들과 한 권에 책에서 만나다니 기분이 좋다.

  천문학 에세이라고 하기엔 전문지식이 많고 그렇다고 과학 교양서라고 하기엔 문장이 너무 다정한 이 책은 동양북스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8분의 천문학자가 쓴 글이지만 마치 한 명이 쓴 글 같은 싱크로를 보인다. 편집자의 노력인지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에 다른 사람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래서 분명 책을 열었을 때 소개되었던 많은 저자들이 무색하게 그저 한 명이 쓴 책 같았다.

  글쓴이들은 모두 한국천문연구원에서 근무하는 듯하다. '별을 쳐다보면 밥이 나오냐'라는 옛날 어르신들의 말이 잠깐 스쳤지만 좋아하는 일하며 밥벌어 먹고사는 워너비 인생이라고 생각이 들지만 그들도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한 때 별자리 찍을 거라며 장비 알아보던 시절이 잠깐 생각났다. 밤을 새우며 별을 찍는 부지런함이 나에게 없음은 물론이고 그랬다간 아마 소박맞았으리라.

  90일. 90가지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익숙한 얘기들도 많았고 처음 듣는 얘기도 많았다. 특히 내 맘에 쏙 들었던 단어는 <카르만 라인>이었다. 인공위성들이 떠 있는 궤도라고 하는 이 단어는 <사건의 지평선>만큼 맘에 든다. 그리고 건담 마니아로서 건담을 만들 때 사용했던 지구에는 없는 광물 '건다늄'. 그런 것이 정말 있을까 궁금했는데 '곤드륨'이라는 이 광물은 지구에 없다고 한다. 태양계의 화석이라고 하는 이 '곤드륨'은 '건다늄'과도 닮았다. 건담 작가는 분명 '곤드륨'을 알고 있을 것 같다.

  이 책이 무엇보다 좋은 건 넓은 지식을 쉽게 그리고 간단하게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깊이가 없지도 않다. 무엇보다 컬러풀한 그림과 함께여서 눈이 즐겁다. 그리고 우리 생활과 관련된 얘기들도 많아 즐겁다. 천문학에 대한 역사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물론 '스타는 스스로 타는 별'이라는 아재 개그도 있다. (웃음)

  천문학에 호기심을 끌만한 많은 요소요소가 많은 책이다. 500페이지가 넘었는데 순식간에 읽어버릴 정도로 가볍게 읽기에 좋다. 너무 어려운 전문 용어는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만 쉽게 설명했다. 허블 망원경 에피소드나 장영실의 측우기 얘기와 같은 재미난 이야기도 있다. 책을 따라가면 천문학자들이 추천하는 책도 몇 권 만날 수 있는데 아쉽게도 대부분 절판이다.

  여전히 모르는 게 훨씬 많은 우주지만 또 한껏 따가운 우주라서 조금은 알아두면 유용할 그런 지식을 잘 담아두었다. 아이들과 읽기에도 충분히 괜찮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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