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에르 드 부아르 13호 Maniere de voir 2023 - 언어는 권력이다 마니에르 드 부아르 Maniere de voir 13
필리프 데캉 외 지음 / 르몽드디플로마티크(잡지)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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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글은 1443년 만들어지고 1446년 반포되었다. 언어학자가 필요에 의해 만들어낸 세계에서 유일한 문자다. 하지만 많은 양반들은 한글을 천한 것으로 여겼다. 진즉에 있어야 할 우리말 대사전은 일제 강점기가 되어서야 만들어졌다. 그 사이 새로운 것들은 모두 외국어를 한글로 대체되는 수준에 머물렀다. 한글이 우수하다며 국뽕이 차 있으면서도 우리말의 폭을 넓힐 생각은 도무지 없는 듯하다.

  언어가 어떻게 권력이 되는지 언어의 다양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는 이 글들은 르몽드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지난 교육부 업무보고에서 우리나라 대통령이라는 작자는 우리말을 왜 배우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어설픈 영어로 굳이 연설을 했다. 통역도 있었는데 왜? 이것이야 말로 지금 한글이 처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방송에는 보여주는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반은 영어를 쓰고 있다. 심하게 얘기하자면 한글은 조사뿐이다.  젊은이들이 한글 파괴한다고 하지만 소위 엘리트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한글을 아예 없애버릴 생각인 것 같다.

  언어는 인간이 만든 최대의 발명품이다. 언어가 만들어지면서 문명은 급속도로 발전했고 지식은 쌓였다. 강대국의 언어는 작은 나라의 언어를 소멸시켰다. 그 방법이 강압적일 수도 자연적일 수도 있다. 언어도 국가와 마찬가지로 쓰는 이들이 사라지면 함께 사리지게 되는 것이다. 제국은 늘 바벨탑을 짓는 모습을 상상한다. 제국 내 사람들은 하나의 언어를 써야 한다. 그것이 민족이다.

  아자 가트의 <민족>을 읽어보면 민족을 가르거나 융합하는데 언어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다. 나라는 언어권에 따라 분리주의를 요청할 수 있다. 각 나라가 자신의 언어를 지키려는 근본적인 이유는 여기에 있다. 실용적인 면만을 내세우는 것은 결국 속국으로 흡수되는 길이다. 부산을 영어 상용화 도시로 만들겠다는 박형준 부산 시장의 공약에 헛웃음이 나온다. 여긴 미국이 아니다.

  언어폭력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어쩌면 AI가 될 수 있다. 물론 방대한 데이터가 쌓여 언어끼리 직접 번역, 통역해 준다면 말이다. 지금은 영어를 거쳐 작업되기에 완벽하지 못하다. 그런 때가 오면 소수 민족의 언어가 견디기 훨씬 수월할 것이며 실용적인 면으로 압박하는 일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단지, 상대가 나의 언어로 말을 걸어올 때와 상대가 내가 말한 말을 알아들을 때와 같은 짜릿함은 사라지겠지만 말이다.

  자신의 언어로 생활할 수 있다는 건 여러모로 좋은 일이다. 그리고 언어에는 문화가 녹아 있다. 그리고 상대의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그런 문화를 배운다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전부 영어, 영어, 영어에 미쳐있다. 다른 언어학과들이 폐과를 할 정도로 영어에만 매진한다. 정말 실용적인 일일까? K-문화가 세계에 퍼져 나갈 때 우리가 그들의 언어를 모른다면 우리의 문화를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 모든 것은 상호 작용이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그런 사람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경제의 숫자 놀음에만 관심을 쏟지 말고 언어와 문화 같은 보이지 않는 힘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힘을 길러야 한다. 언어는 우리를 우리답게 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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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 디플로마티크 Le Monde Diplomatique 2023.11 2023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브누아 브레빌 외 지음 / 르몽드디플로마티크(잡지)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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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몽드 11월호는 파시즘이 고개를 드는 세계 정치와 하마스-이스라엘 전쟁 및 세계정세를 살펴볼 수 있었다. 많은 국가들이 국가 권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언론은 이에 반응하지 않는다. 지식인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동조의 목소리만 큰 것은 그들이 기득권이기 때문일까, 대상을 바라보는 다양성이 사라졌음일까, 권력에 굴복했음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무관심일까. 극우는 권력을 이용해 어느새 자신들이 정상이라고 말하며 정상인들을 극좌로 몰아가고 있다. 이런 일련의 현상들이 다른 나라의 이야기가 아닌 것 같아 씁쓸하다.

  훼손된 다양성과 미국 권력의 약화와 신흥국의 약진 그리고 한국의 위태로움에 대해 설명하는 르몽드 11월호는 르몽드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르몽드는 세계를 주시하긴 하지만 많은 프랑스에 관련한 지면이 많다. 프랑스 잡지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그 글 속에서 뽑아낼 수 있는 키워드와 문장은 우리나라 기사가 아닐까 싶을 정도다. 세계는 지금 급격하게 보수화 되어가고 있고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기득권의 이익을 위해 움직인다. 개인주의와 이기주의의 힘은 어느새 국가 단위로 번져버린 것 같다. 언론과 정치인이 언급하는 이방인은 '난민' 정도다. 이민에 대해서는 이보다 차별적일 수 없다. 

  집단 지성이라는 상징을 가진 단어 'Wiki'는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순수한 의도와 목적으로 운영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위키피디아'나 '나무위키' 그리고 권력 저항의 '위키리크스'가 그렇다. 하지만 얼마 전 등장한 김행 장관 후보자의 위키트리는 한국에서의 Wiki를 기이하고, 저속하고, 선정적이고, 인신공격하는 것으로 비틀어 버렸다. 전혀 Wiki적이지 않은 것으로 지극히 상업적으로 운영하여 큰돈을 벌었다. Wiki라는 이름이 혐오 장사에 쓰인 안타까운 사건이었다.

  파시즘 하면 히틀러가 바로 생각난다. 그만큼 우리에게는 꽤나 멀리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파시즘은 언제나 우리 곁에 도사리고 있고 영웅주의와 같은 형태로 미화되고 있다. 파시즘은 민주주의의 반대가 아니라 시대에 따라 나타나는 하나의 정치적 형태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옳다. 어떻게 보면 질서를 미끼로 강력하게 압박하는 경찰 권력도 상대를 지정해 놓고 마구잡이로 상대를 털어대는 검찰도 모두 파시즘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건지도 모를 일이다. 사회는 어느새 '폭력에 대한 변명'을 자연스레 이해하고 그 사실을 망각하게 되면 파시즘은 어느새 자리 잡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망각이라는 것 자체도 권력이다. 모순되지만 겪지 않은 사람만이 휘두르는 권력이다. 잊겠다고 마음먹은 사람만이 잊을 수 있는 것이다. 잊지 말아 달라는 호소를 어떻게 받아들일지의 문제다. 노란 리본은 벌써 몇 년째 사람들 기억에 남아 있고 얼마 전 일주기를 맞은 이태원의 영혼들도 잊히지 않길 기원해 본다. 망각이 권력이라면 기억은 권리다.

  이번 하마스-이스라엘 전쟁은 하마스가 미사일 테러로 민간인을 사상자가 나왔다는 점에 분명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국제 정세는 늘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는 사법 개혁을 강행하려다가 국내에서 강력한 저항에 부딪쳤다. 매주 극렬한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지난 6월에는 정부에 맞서는 군인을 러시아 민간군사조직 바그너라고 얘기하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테러가 일어났다. 그 많은 재래식 무기를 첩보의 고수인 이스라엘과 미국이 감지하지 못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스라엘과 수교를 맺으려고 함에 위기를 느낀 하마스가 테러를 감행했고 네타냐후는 국내 정세를 진정시켰고 하마스는 이슬람 국가의 단결을 이뤄냈다. 고통받은 건 민간인뿐이다. 슬픈 일이다.

  세계 정세의 가장 큰 변화는 중국의 부상도 신흥국의 약진도 아니다. 바로 미국의 쇠퇴다. 이제는 냉전시대처럼 이념으로 나뉘어 끈끈하게 모이는 시대가 아니다. 미국이 가하는 제재는 중국과 러시아라는 나라와 더불어 유럽의 느슨한 반응으로 더 이상 큰 힘을 쓰지 못한다. 이제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시대다. 기니에 쿠데타가 일어났지만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다.

  기니에는 많은 자원이 있고 미국이 제재해도 러시아와 중국이 이득을 챙겨갈 것이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경제 제재도 러시아의 엄청난 천연자연으로 득을 볼 수 없다. 그리고 세계가 엮인 지금의 시대에 무역제재는 양날의 검이다. 미중 갈등이 있지만 두 나라는 역대 최고의 무역량을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권만이 이념에 사로잡혀 행동대장 노릇을 하고 있다.

  지속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또한 이제 더 이상 러시아 침략이라고 얘기하지 않는다. 러시아로부터 자원을 싸게 구입해야 하는 나라들에게는 그들의 전쟁은 양쪽 다 이유가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의 어설픈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은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을 노리는 것이겠지만 그것에 대한 확실함은 없다. 되려 러시아의 무기가 북한으로 전달되는 명분만 줬다. 

  국제 사회는 굉장히 복잡한 이해관계에 엮여 있다. 외교는 어쩌면 외줄 타기처럼 섬세해야 한다. 전략도 기술도 없어 보이는 지금의 정권이 나라를 갈등의 소용돌이 속으로 밀어 넣지 않을까 매일이 조마조마할 뿐이다. 이럴 때일수록 세상을 더 부지런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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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들 : 우리는 매일 다시 만난다
앤디 필드 지음, 임승현 옮김 / 필로우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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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은 숨을 곳이 없을 만큼 촘촘히 연결되고 있지만 우리는 그 속에서 고독하다. 모두와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철저하게 홀로 있다. 외로움은 뉴노멀이 되어 가고 철저하게 개인화되어 간다. 적은 정보에 의한 연결에서 공감과 유대를 느끼기란 쉽지 않다. 낯선 만남을 가져 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하는가?

  낯썸이 가져다주는 것들에 대한 얘기는 필로우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매일 반복되는 일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라는 질문으로 글은 시작한다. 모든 일은 어느새 습관이 되어 버리는 삶 속에서 우리는 어떤 특별함을 혹은 새로움을 느낄 순 없을까? 

  길을 묻는 일도 택시 기사와 얘기를 나누는 것도 낯썸이다. 미용실에서는 낯선 이에게 온전이 자신을 내맡기기도 한다. 공원에서 영화관에서 그렇게 낯썸이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낯선 것을 방해로 여기게 되었다. 지금 우리에게는 낯선 사람에 대한 경험이 심각하게 부족하다.

  인터넷의 보급과 통화 그리고 화상통화는 낯썸에게서 회피하게 해 준다. 자동차 또한 개인적 고립을 하게 해 준다. 그리고 많은 장소들이 사라져 간다. 그 순서는 소수 이용자들이 이용하는 장소들부터 사라진다. 연결마저도 공평하지 못하다.

  소프트웨어에 의해 선택되는 정보를 소비하고 공공의 장소에서는 낯썸에 적개심을 품으며 자신을 보호하려 한다. 낯썸이 익숙하지 않기에 타인은 점점 더 먼 타자가 되어 간다. 인간 연대의 끈이 더 얇아지고 있는 건 어쩌면 기술의 발전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화상으로 만나는 수많은 타자에게서 우리는 낯썸을 느낄 수 있을까? 그리고 연대의 끈을 확인할 수 있을까? 시각과 청각으로 집중된 감각의 피로로 오히려 부작용만 생기지 않을까? 수많은 온라인 모임이 결국 오프라인 모음으로 이어지는 건 오감에 의한 제대로 된 감각의 공유가 있을 때 비로소 연결됨을 느낄 수 있는 게 아닐까?

  손을 잡는다는 행위는 타자와 연결에서 무엇보다 큰 의미를 지닌다. 로봇과의 만남에도 마주 보고 대화를 하는 것보다 손을 잡는 행위로 인해 더 빠르게 친밀감을 느낀다. 우리에겐 조금 더 잦은 낯썸이 필요하다. 그것은 인간의 진정한 연결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그런 행동들이 이제는 용기마저 필요한 행위가 되어 버렸지만 인류가 공동체로서의 감각을 잊지 않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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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고려 갈등사 2 - 폭발과 이행의 시대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고려 갈등사 2
역사돋보기 이영 지음 / 북스고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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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타깝게도 고려하면 가장 많은 기억나는 게 무신정변이고 정몽주와 정도전 그리고 최영과 이성계다. 훌륭한 이야기도 많은데 이렇게 좋지 않은 이야기가 주로 다뤄지고 있다는 건 참 안타까운 일이다. 그야 그럴 것이 무신 정권이 무려 100년이나 지속되었고 왕권을 회복하는가 싶다가도 능력 없는 왕족으로 파탄이 나기 일쑤였다.

무신 정변과 고려 말기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북스고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고려 역사의 긴 부분은 무신정권이 차지하고 있다. 예로부터 문신은 무신보다 위에 있다는 개념이 강했고 군대의 최고 수장도 늘 문신이었다. 시대가 흐르면서 무신은 자연스레 자신의 권력을 확장해 가며 어느새 동등한 수준 근처까지는 왔다고 느낄 즈음에 사달이 났다.

 김부식의 아들 김돈중의 못되 먹은 행동이 발단이었다. 섣달그믐 행상에서 느닷없이 정중부의 수염을 촛불로 불태워 벼렸고 이에 정중부는 손찌검을 했다. 김부식은 아들의 못돼먹는 행동을 뭐라 하지 않고 인종에게 정중부를 매질할 것을 허락받았다. 후에 인종은 김부식을 달래 흐지부지 넘어가게 되었다. 잘못한 놈이 성낸다는 꼴이 딱 이렇다. 막돼먹은 부모는 고려시대에도 있었던 거다.

  군부의 불만이 점점 쌓여 가다가 결국 쿠데타를 일으킨다. 그리고 문신은 죄다 척결하게 된다. 새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지만 평생 칼질만 하던 이들에게 정치는 그렇게 쉬운게 아니었다. 정중부가 죽고 나서 권력 다툼으로 자기들만의 싸움이 생겼다. 그리고 최 씨 집안이 70년을 권력을 잡게 된다.

  당시는 참 어려운 시기였다. 왕이라는 작자도 자격 미달이었고 귀족들은 자기 배부르기 바빴다. 게다가 몽골은 주기적으로 침입했다. 백성들은 참 살기 어려웠던 시기였다. 정치에 '정'자도 모르는 작자가 자기 신념에 휘두르는 칼이 얼마나 백성을 힘겹겠을까. 참 공감되는 요즘이다.

  그런 와중에서도 팔만대장경도 만들어졌고 삼국유사와 제왕운기도 집필되었다. 삼강청자는 고려의 대표적인 예술품이 되기도 했다. 게다가 최무선이 화포를 발명했으니 좋은 왕 아래였다면 부국강병의 조건이었을텐데 참으로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구의 약탈에 도방이 모두 파괴된 청자의 맥도 끊어져 버렸다. 약탈에 제대로 대응도 못하고 해변가에 살지 말라는 게 나라의 대책이라니 혀를 찰 수밖에 없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라고 했던가. 썩을대로 썩을 귀족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자연스러운 권력 이행을 바라던 이성계에게 이방원이라는 아들이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결국 급진적 신진사대부와 새로운 세상을 열게 된 것이 고려의 마지막 운명인 것 같다. 개혁은 혁명보다 어려운 일이니까.

  조선이 열리기 직전에 책은 끝을 맺는다. 찬란한 고려의 이야기를 담기에는 너무 많은 몽골과 거란의 침임 그리고 힘없고 카리스마 없었던 왕족의 이야기로 소위 '국뽕'을 느끼는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제목도 '갈등사'였을까? 세 나라를 합치면서 통합의 메시지가 결국 많은 권문세가를 낳았고 그들이 왕권을 흔드니 나라 또한 외세의 침약에 약할 수밖에 없었을 거다. 나라에 도둑이 많으니 나라가 바로 설 수 있을까.

  그래도 고려는 통일된 국가와 하나의 민족이라는 의미를 만들어낸 우리 역사의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관심있게 봐야 한다. 정치적인 부분에서는 안 좋은 얘기가 많았지만 청산별곡, 한림별곡과 같은 문학도 있으니 여러 방면으로 관심을 가져 보는 게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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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고려 갈등사 1 - 통합과 수성의 시대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고려 갈등사 1
역사돋보기 이영 지음 / 북스고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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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는 통일된 역사에서 중요한 길목에 있는 역사인데도 그 문헌이 많이 남아 있지 않아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없는 듯하다. 사극도 역사물도 대부분 조선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금 더 과거로 돌아가 우리 역사를 살펴 봄은 중요하다.

  오랜만에 만나는 새로운 고려 역사책은 북스고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 볼 수 있었다.

  이 책은 두 권으로 이뤄져 있고 고려사 전체를 두루 살펴보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500년에 가까운 역사를 두 권에 다루기 때문에 꽤나 핵심적인 사실들에 대해서만 얘기하는 것이 조금 아쉽기도 했지만 자주 만나지 못한 고려 역사 자체만으로 좋았다.

  태조 왕건의 이야기는 고려에서 가장 많이 다뤄지는 이야기다. 궁예, 견훤, 왕건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도 재밌고 드라마 '왕건'이 인기를 얻어 그럴 수 있다. (나만 재밌게 봤던가) 그리고 그다음으로 재미나게 본 이야기는 폭군 광종이다. 개국 공신의 틈에서 힘을 쓰질 못하던 왕권을 찾기 위해 처음에는 흥청망청하는 모습을 연기하기도 했지만 집권 후기에는 귀족이라면 다 숙청해 버리는 폭군이 되어 버리기도 한다.

  고려사에서 가장 관심 있는 부분은 역시 헌종이다. 헌종은 조선으로 치면 세종대왕으로 봐도 될 듯하다. 죽지 않기 위해 절 간 동굴에 숨어 지내다가 강조의 정변으로 천지가 개벽되어 갑자기 왕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오르자마자 두 차례 거란의 침입을 받게 되면서 그는 각성한다. 자신은 아는 게 없다며 많은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던 그는 진정한 소통의 리더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강감찬과의 케미는 고려를 번성하게 만들었다.

  고려의 정치가 안정기에 들어서면서 태평성대를 이룬다. 그리고 여진의 정벌 그리고 귀족들의 반란을 거쳤다. 그러는 동안에 고려는 꼬레라는 이름을 얻었고 지금의 korea가 되었다. 개성상인과 벽란도 그리고 고려청자는 고려에 대해 우리가 익숙하게 아는 이야기다.

  우리 역사는 언제 읽어도 약간 국사 공부 같다는 느낌이 지워지지 않는다. 야사 위주의 스토리텔링이라기보다는 역사적 사실 중에 굵직굵직한 부분을 얘기하고 있어서 가끔은 족집게 과외 느낌도 없지 않아 있다. 그래도 조선 역사에만 편중된 우리 역사에 이런 책을 만나는 건 기쁜 일이다.

  이제 무신정변을 향해 가야 한다. 2권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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