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그 이후 - 애플tv 플러스 드라마 원작
셰리 핑크 지음, 박중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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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남겠습니다. 지금 여기를 벗어나면 응급의가 된 의미가 없습니다.’ 도쿄 대지진이라는 가상의 시나리오로 일본에서 방영된 <구명 병동 시즌3, 2005년>는 국가적 재난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재난에 대처하는 병원 관계자들과 의료인들을 넘어 병원에 입원한 환자와 그 가족 나아가 재해 일선에서 재난과 싸우는 소방관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더불어 집단이기주의에 찌든 정치가가 사회의 재난 속에서 자신의 무력함을 느끼며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도 함께 다루고 있다. 이 드라마는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덮친 미국의 뉴올리언스 주의 메모리얼 병원에서 일어난 참사와 많이 닮아 있지만 재난에 대처하는 모습 사뭇 다르다. 드라마 <구명 병동>에는 국제인도 지원 의사 단 활동을 하며 많은 경험을 쌓은 신도라는 의사가 있었지만 메모리얼 병원에는 영웅이 없었다. 이 작지 않은 병원에서 발생한 재난은 미국이라는 나라에서도 재난 관리 시스템이 붕괴하면 환자가 내버려진 채로 있을 수 있다는 사실과 충격을 미국 사회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국가에 비하면 매우 작은 조직인 병원에서도 이런 충격적인 일이 일어나는데 국가에 재난 관리 시스템이 없다면 어떻게 될지 상상조차 하기 싫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여러 번 크게 작게 이런 재난을 겪고 있다.


  카트리나가 덮친 미국의 뉴올리언스 주는 멕시코만에 위치하고 있어 허리케인의 영향을 받기 쉬웠다. 허리케인이 발생 때에는 늘 침수가 발생했고 그들은 그런 침수 상황 속에서 허리케인에 대응하는 것이 익숙했다. 메모리얼 병원은 침수에 치명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것은 비상 발전 시스템과 그것을 관리하는 시스템이 지하에 있던 것이다. 이것은 비단 메모리얼 병원만의 문제는 아니었지만 침수 피해를 자주 받는 병원이 비상 시스템을 개선하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홍수로 불어난 물은 언제든지 병원의 전기가 끊어질 수 있는 원인을 제공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의 많은 재난 관련 보고서들은 병원들의 구조적 취약점을 지적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금액이 많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개선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카트리나로 인해서 큰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던 이유는 바로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재해나 재난은 실제로 일어났을 때의 손실보다 예방하는 비용이 더 저렴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항상 투입되는 자본을 핑계로 시도하지 않는다. 그리고 사고가 일어나고 나서야 여기저기서 소리 지르고 비판한다. 그러고 나면 개선이 이뤄질까? 쟁점은 늘 정쟁으로 넘어간다. 본질은 흐려지고 흐지부지 되거나 허술한 법안이 통과되며 마무리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들 하지만 다음 소는 잃지 않게 제대로 고쳤으면 한다. 그렇다면 카트리나의 재앙을 겪은 미국은 어떻게 되었을까? 의료인들은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며 위급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의료행위에 대한 의사 보호법을 만들게 하였다. 그러나 병원의 시스템이 개선을 얘기하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을 정도다. 병원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돈을 예방을 위한 개선에 투자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정작 주목받아야 하는 문제는 내팽개쳐졌고 의료인의 시시비비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나라에도 사회 안전망에 투자하는 돈을 아까워하는 시선들이 여전히 많다. 생명을 위한 일은 포퓰리즘이 되고 하나의 정치적 쟁점이 되어버리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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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시함은 분만실에 두고 왔습니다
야마다 모모코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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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를 놓고 우울해하던 아내를 위해서 구매했던 책이었다. 그 당시에 눈에 스치듯 지나간 이 책을 머릿속에 잘 기억해 두었다가 구매를 했던 기억이다. 엄마를 슈퍼우먼과 마치 금강경을 외는 부처를 만들려는 다른 책들과는 달리 마주한 현실을 솔직하게 적어내면서 웃픈 현실을 적어냈다.


  이 책은 글쓴이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내용을 책으로 엮어낸 것이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아이를 낳는 것뿐 아니라 그동안 지켜온 여리여리함이나 섹시한 몸매와 함께 머릿속에 있던 쪽팔림이라는 것도 함께 놓는 것 같다. 아이에게 오롯이 집중할 수밖에 없는 엄마의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없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엄마는 강해지나 보다.


  임신을 하고 열 달 정도를 행복한 그림을 그리며 아이를 기다리지만, 아이와 만나는 순간 현실이 기다린다. 아이는 엄마의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 엄마가 아니었을 때는 상상도 못 한 일들을 아주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 아이란 엄마에게 그런 존재다. 하지만 아무리 사랑스러운 존재여도 문득문득 멘탈을 때리는 현실의 나의 모습은 심한 자괴감을 낳기도 한다.


  산후 우울증이 괜히 생겼겠는가? 새끼를 놓은 어미를 건드리지 말라는 것은 어미의 보호 본능을 자극하지 말라는 것이겠지만, 더불어 육아로 시달리며 쌓인 스트레스를 한꺼번에 풀어낼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어미들이 놓치겠는가? 우리 남편들은 엄마들에게 잘해줘야 한다.


  산후의 심한 자괴와 우울을 해학으로 풀어낸 이 책을 웃음이 필요한 엄마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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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 (양장) 소설Y
이희영 지음 / 창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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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에서 진행되는 출간 전 블라인드 대본집 서평단이 보여서 신선해 보여서 참가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영화 대본집 같은 것을 기대했으나 내용은 소설이었고 그중에서 K-영 어덜트(청소년부터 성인까지 읽는 콘텐츠)에 속한다. 대본집 표지에 표시된 해시태그로 표시된 #영혼가출, #힐링판타지 에서 줄거리를 상상해볼 수 있었다.


  죽은 영혼을 데려가는 이를 '사령' 즉 저승사자라고 한다. 살아있는 영혼을 데려가는 사람을 이 작품에서는 '선령'이라고 말한다. 사람이 영혼이 없이 살아갈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이 작품에서는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다. 우리는 흔히 쓰지 않던가? '영혼 없는 대답', '영혼 없는 삶', '영혼을 갈아 넣는 행동' 등등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영혼과 안녕을 얘기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 책은 완전히 다른 것 같지만 닮은 두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한다. 명문고를 다니며 그 안에서 전교권을 석권하고 있는 수리라는 여학생과 지병을 안고 태어난 동생으로 인해 빨리 철들어버린 은류라는 남학생이다. 한 명은 수재, 다른 한 명은 YES맨이라는 완전 다른 삶이지만 그들에게도 공통점은 있다. 육체가 영혼을 거부하고 있다. 나라는 사람에게는 더없이 엄격한 나라는 영혼을 가진 사람이다.


  이 작품은 현재 청소년들의 극단적인 두 경향을 얘기한다. 첫 번째는 학업 성취를 위해서 자신을 갈아 넣고 있는 청소년들의 삶. 즉 수리의 삶이다. 넘어져도 괜찮고 다시 일어서는 법을 배워야 하는 나이에 폭주 기관차처럼 명문고, 명문대를 향해서 브레이크 없이 달린다. 어린 나이에 이미 완벽이라는 굴레를 둘러쓰고 산다. 두 번째는 아픔을 가지고 살아가는 삶. 즉 은류의 삶이다. 알아서 스스로 잘 해내야 했고 미움받지 않게 노력해야 했다. 배려라는 굴레를 쓰고 의욕 없는 삶을 살아간다.


   우리의 육체도 이런 비명을 지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부터 사랑하라'라는 말은 이 작품에 잘 어울리는 문장인 것 같다. 자신감이 넘치던 수리도 자포자기의 은류도 모두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육체로부터 거부한 것은 아닐까?


  나의 삶, 나는 누구인가를 생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단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너무 획일화된 사람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 살아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을 아이들에게 당부하는 좋은 마음이겠지만, 그것이 오히려 세뇌고 가스 라이팅이 아닐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살아가도 충분히 잘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작품은 지금의 시대를 살아가는 어른들에게도 청소년들에게도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과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잘 담고 있다. 재미는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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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지 않은데 괜찮은 척했다
글배우 지음 / 강한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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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배우>님의 이전 책에서 작가님의 힘겨움이 느껴져서 그것이 삶에 대한 힘겨움이지 글을 씀에 대한 힘겨움인지 알아낼 수는 없었지만, 현재의 나는 그때의 글쓴이보다 더 힘겹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힐링을 받기보다는 글쓴이에게 힐링을 주고 싶었다. 그런 책은 <윤지비>님의 <버티다 버티다 힘들면 놓아도 된다>라는 책과 많이 닮아 있었다. 그러고 보니 두 책도 모두 <강한별> 출판사 작품이다.


<글배우>님의 최근 작품 <괜찮지 않은데 괜찮은 척했다>는 강한별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게 되었다.


최근 나는 그렇게 힐링이 필요하지 않다. 업무 강도도 조절되었고 주말 부부지만 정서적으로는 더 안정된 것 같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시간도 생겼다. 그야말로 힘겨움에서 벗어난 시기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나에게 힐링 도서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을 알고 있고, 이 책을 읽어낸다는 것이 자칫 무미건조함이 될까 걱정스럽기는 하다.


이 작품은 그 간 간결했던 <글배우>님의 문장들에서 살이 많이 붙었다. 이런 산문의 느낌이 나는 글은 작가의 글에서는 처음 느끼는 생소함이다. 대신에 문장에서 작가가 조금은 편해졌구나 싶은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는 평이한 말들이 많았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나에게 어떤 힐링의 말도 큰 영향을 줄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강한 동기부여가 필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공감할만한 부분을 몇 가지 있었다.


📖속도를 맞춰라.

너무 빨리 앞으로 혼자만 가려고 하지 마라.

마음을 상하게 했다고 너무 거리를 두지 마라.

자주 옆을 쳐다보고 함께 걸어가라.


배우자는 인생의 동반자다. 인생을 함께할 누군가가 옆에 있다는 것은 소중한 일이다. 부부관계는 서로를 인정하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서도 함께 걸을 수 있게 항상 서로의 위치를 확인하며 걸어가는 것이 좋다는 말은 공감한다.


📖사랑은 소유가 아니다.

곁에 있으면 기분 좋아지는 달콤한 향기와 같다.


집착과 사랑은 그야말로 종이 한 장 차이다. 사람의 관계에는 산들바람이 불어갈 정도로의 거리가 필요하다. 너무 가까운 사람이라고 생각이 들수록 이 만큼의 거리는 필요하다. 꽃을 꺾으려 들지 말고 꽃의 아름다움과 향을 즐기는 것이 가장 좋은 사랑의 방법일 것이다. 꺾인 사랑은 늘 곁에 둘 수 있을 것 같지만 이내 시들어 버리고 만다.


📖우리는 삶에서 저마다 비 오는 날을 견디며 살아간다.

금 비가 온다고 너무 실망하지 말자.

이 비가 그치면

예쁜 무지개와 같은 일이 내게 찾아올 것이다.


비는 나도 자주 인용하는 소재이다. 내가 비를 정말 좋아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비가 오면 이내 맑은 하늘이 나오게 된다. 그 맑음이 너무 강렬하면 예쁜 무지개를 선물 받을 수 있다. 인생의 행복은 힘겨움이 없이는 알아채기 쉽지 않다. 힘겨움이 끝나기까지 너무 힘들지만 힘들어도 무지개를 생각하며 마음의 무게라도 조금 덜어내 볼 수 있을 거다.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구절은 "꽃은 모두 향기롭고 예쁩니다"라는 것이었다. 물론 모든 꽃이 예쁜 것도 향기로운 것은 아니겠지만 (과학적으로) 그래도 예쁘고 향기롭다고 하는 것이 좋다. 그런 것들은 모두 상대적인 것이니까. 우리도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살아가더라도 예쁜 사람이다.


📖꽃은 모두 향기롭고 예쁩니다.

당신이 어떤 모습이든 어딘가에 피어있든

당신은 예쁜 사람입니다.


나를 정성껏 다정하게 보듬어 주는 것 그것이 바로 힐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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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문학 강사 윤지원과 함께 하는 영화가 나를 위로하는 시간
윤지원 지음 / 성안당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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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아가면서 스스로를 위로하거나 주위 사람의 도움을 받거나 한다. 나 같은 경우에는 책 속에서 위로를 찾기도 한다.


<영화가 나를 위로하는 시간>은 영화가 어떻게 사람을 위로할 수 있는지를 궁금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성안당>에서 제공한 책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영화로부터 위로를 받기 위한 이 책의 활용법은 다음과 같은 순서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영화에 집중하고, 그런 다음 영화 속 인물의 마음을 헤아려 봅니다. 주인공의 선택과 마음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하려 해보고 나라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를 질문해 보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를 잡아낼 수 있다.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보면서 나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가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글쓴이는 총 17편의 영화에 대해서 얘기를 한다. 여러 영화를 소개하는데 영화를 많이 보지 않는 나로서는 보지 않은 영화에 대해서 설명할 때는 영화 장면을 머릿속에 그려내지 못해서 조금 많이 어려웠다. 책에서는 영화의 주요 장면들을 설명하고는 있지만 전체를 이해한 영화를 설명하는 챕터와 알지 못하는 영화를 설명하는 챕터에서 받는 느낌의 차이는 엄청났다. 완전 이해를 못하겠다는 편이 맞을 것 같다.


영화를 보며 어렴풋이 느끼던 것을 글로 풀어써놓아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있었지만 여러 방면으로 풀어놓아서 너무 많은 것을 얘기하려 하는 게 아닌지 생각이 들었다. 영화는 영상을 보며 나도 모르게 빨려 들어가는 감정의 진동으로 감명받고 위로받는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글로 풀어놓으니 가슴으로 느껴야 할 것이 머리로 계속 생각하게 만든다. 위로를 받는다기 보다는 분석한다는 느낌이 강했다.


가슴으로 영화를 보는 사람에게는 조금 어렵고, 영화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쉬운 책은 아니었다. 영화를 좋아하거나 이 책에 나온 영화를 본 사람에게는 또 다른 느낌이 들 것 같다. 책을 읽기 전에 영화를 보았거나 영화를 보고 책의 챕터를 음미하는 것이 책을 보는 좋은 방법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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