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널의 탄생 - 세계사를 바꾼 28가지 브랜드
세상의모든지식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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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 역사 속에서 브랜드가 고유 명사처럼 되어 버린 경우가 있다. 이것이 오리지널이 가지는 진정한 브랜드 파워가 아닐까 싶다. 나에게도 번뜩 생각나는 브랜드는 <사이다>, <대일밴드>, <맨솔레담> 같은 것들이 있다. 책에 나오는 <안티푸라민>이라 <가스활명수>도 기억 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다. 


  오랜 시간 사람의 머릿속에 잡리 잡은 강력한 브랜드 이야기를 소개하는 이 책은 21세기 북스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사실 책을 처음 받아봤을 때는 <오리지널스> 같은 책이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이 책은 세상을 이끌고 있는 혹은 이끌었던 브랜드의 탄생과 성장에 관한 아주 재미는 이야기들을 품고 있었다.


  '그거 상표였어?'라고 놀라는 것도 있고 이미 잘 알고 있는 제품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아마 <콜라>지 싶다. 콜라는 정말 많은 브랜드가 있지만 우리는 콜라는 코카콜라이고 나머지는 펩시콜라, 이마트 콜라, 815 콜라 등 풀네임을 부른다. 그 외에도 정말 익숙한 것이 있다면 <바셀린>, <누텔라>, <지포>, <폴라로이드>, <스팸> 같은 것들이 있지 않을까 싶다. 


  오리지널은 생활과 아주 가깝게 있다. 아마존의 CEO였던 제프 베이조스의 얘기를 빌려도 알 수 있다. "우리는 변하지 않는 것에 집중했다" 오리지널리티를 가지고 있는 제품들은 변하지 않는 것들이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제품이 없던 시절에 생겼다. 이 점은 소위 <운>도 있었다고 얘기할 수 있다. 


  많은 제품은 창업자의 호기심으로부터 시작되었지만 시대적 상황도 잘 맞아떨어졌다. 경제 대공황에서 살아남지 못한 기업도 있었지만, 2차 세계대전이나 미국 남북 전쟁 등으로 엄청난 군수 용품으로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철학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오늘날까지 살아남았을 것이다. 


  <콜라>가 코카인에서부터 시작되어서 몸에 안 좋은 것들이 잔뜩 들어 있을 거라는 얘기가 종종 있었다. 지금은 마약으로 분류되어 모든 마약 성분은 빠졌지만 여전히 <콜라>의 레시피는 엄청난 금고 속에 있고 세계에서 단 2명만 알고 있다. <누텔라> 역시 무더운 여름날 우연히 만들어진 초콜릿이지만 그 성분을 알고 있는 사람은 몇 되지 않는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콜라> 원액을 공급받지 못해서 고육지책으로 만들었던 것이 <환타>라는 사실은 재밌었다. 그런 지부장에게 인센티브는 안 주고 감사패만 딸랑 남긴 <코카콜라>에게는 화가 났다.


  <질레트>나 <포드> 같은 기업은 워낙에 기업 교육자료로 자주 인용되기 때문에 익숙했다. <캘로그>는 반죽을 내버려 뒀다가 바짝 마른 반죽을 버리기 아까워 구워낸 작품인 것이 재밌었고 페니실린 또한 배양접시를 제대로 세척하지 않고 놀러 갔다 온 연구원의 실수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인간은 자신의 생각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이런 실수들은 생각의 전환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다. 혁신적인 제품은 동전의 뒷 면에 있지만 우리는 그 동전을 뒤집기를 귀찮거나 두려워해서 여간 쉬운 일은 아니다.


  책은 27종의 브랜드의 역사에 대해서 서술해 놓았다. 세계 일류인 혹은 일류였던 제품들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흥미로웠다. 전쟁을 위해 폭스바겐을 만든 아돌프 히틀러의 이야기에서는 독재자의 잔인함이 유일한 박사의 유한양행 이야기에서는 감동이 있었다. 


  어렵고 전문적인 브랜딩 이야기 말고 즐겁고 재밌는 브랜드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읽어 보고 싶다면 이 책은 즐거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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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는다 작가정신 시그림책
박완서 지음, 이성표 그림 / 작가정신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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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박완서 님의 책이라고 해야 할지 이성표 님의 책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박완서 님의 시 '시를 읽는다'에 대한 아름다운 그림으로 시를 얘기하는 이 책은 그야말로 글과 그림이 절묘하다.


  박완서님의 시에 너무 잘 어울리는 그림. 그림과 너무 잘 어울리는 종이 재질 그야말로 삼박자가 잘 어울려진 이 책은 작가정신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우선 시가 너무 좋다. 이 시를 읽으면 예전에 시를 외우고 다니던 시절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왠지 나를 위로할 시 한 편을 외워야 할 것 같은 생각도 함께 든다. 


아주 가볍게 읽고 마음으로 음미하는 그림 동화 같은 책이었다.


시를 읽는다.


심심하고 심심해서

왜 사는지 모르겠을 때도

위로받기 위해 시를 읽는다.


등 따습고 배불러

정신이 돼지처럼 무디어져 있을 때

시의 가시에 찔려

정신이 번쩍 나고 싶어 시를 읽는다.


나이 드는 게 쓸쓸하고,

죽을 생각을 하면 무서워서

시를 읽는다.


꽃 피고 낙엽 지는 걸

되풀이해서 봐온 햇수를 생각하고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내년에 뿌릴 꽃시를 받는 내가

측은해서 시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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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5 SF 미스터리 나비클럽 소설선
천선란 외 지음 / 나비클럽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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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비 클럽 출판사의 9인의 작가들이 모여 SF에 관한 글을 모았다. 나비 클럽은 미스터리를 메인으로 출판하는 곳이기 때문에 SF와 엮인 미스터리가 무척 궁금했다. SF는 미스터리와 의외로 통하는 면이 많고 서로 자연스럽게 엮을 수 있다.


  무협, 미스터리, 스릴러 작가들이 적어 가는 새로운 면의 SF 소설은 나비클럽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이 번 소설 모음집의 큰 테마는 인간의 존재에 대한 의문과 난민에 대한 이야기가 주된 테마를 가지고 있었다. 많은 작품들이 열린 결말로 마무리되고 있었다. 최근 유행하는 SF의 주된 장르는 정세랑, 김초엽, 천선란 작가의 결핍에 대한 소수자의 이야기, 혹은 휴머니즘에 주된 축을 지고 있다. 이들의 글은 소설에서 넘어오기에 높지 않은 허들을 지고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것 같다.


  이 소설집은 SF 본연의 스릴을 살리고 있다. 철학적이고 사회 전반적인 디스토피아가 아니라 개개인이 마주칠 수 있는 위험이나 위협에 대한 얘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더 다이내믹하다. 미스터리를 주된 장르로 하고 있는 작가님들이 집필했기 때문에 스릴러 본연의 색을 잘 가지고 있다. 


  천선란 작가는 그 간 작품에서 보여주듯 편안하지만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옥수수밭과 형>은 완벽하게 닮은 존재가 같은 존재인지 완벽하게 닮은 기억을 가진 존재가 같은 존재인지를 묻고 둘 다 유일한 존재를 대신할 수 없음을 얘기한다. <고난도 살인>, <컨트롤 엑스>, <위협으로부터 보호되었습니다>등은 유전자 기술과 유전자 복제를 이용한 범죄 스릴러 장르로 스토리 자체로도 긴장감이 있지만 앞으로 기술이 가져 올 새로운 범죄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 <고양이의 마음>, <억울할 게 없는 죽음>, <며칠 늦게 죽을 수도 있지>에서는 난민에 대한 이야기와 이를 대하는 사회적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때로는 난민과의 마음을 공유하게 되는 과정을 때로는 가혹했던 난민에 대한 이야기를 따라가기도 했다. 


  새로운 세상을 이야기하는 SF에서 새로운 범죄와 미스터리를 얘기하는 것은 무궁무진하다. SF의 소재를 상상할 수 있을 만큼 미스터리나 스릴러를 만들어낼 수 있다. 한국 미스터리 대표 작가들의 SF와의 콜라보는 당연히 있어야 할 SF의 또 하나의 페이지를 열어 준 것 같다. 이런 도전이 많아져서 한국 SF의 스펙트럼도 넓어지면 좋겠다.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독자, SF를 좋아하는 독자 모두 즐겁게 볼 수 있는 책이었다. SF 본연의 때로는 짜릿하고 때로는 무서운 이야기 그 속에 있는 흥미로움을 느끼고 싶다면 이 책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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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다정한 우주로부터 오늘의 젊은 문학 4
이경희 지음 / 다산책방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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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 투 더 퓨쳐를 생각나게 하는 표지와 서정적인 제목. 그리고 천선란, 김초엽을 이을만한 작가라고 해서 두 작가님과 결이 같은 글을 쓰시는 분인 줄 알았다. 여러 작품을 쓰신 듯했지만 이 작품이 나에게는 처음이었고 재밌게 읽기에는 생경한 부분이 많았다.


  SF 세트 같이 많이 다른 6편의 단편을 가지고 있는 이 소설집은 다산책방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어디서 발췌했는지 너무 잘 알 것 같은 명칭들, 알 것 같은 전개, 다정하지 못했던 문장들. 이 책을 읽어가면서 느꼈든 것들이다. 작품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저자가 굉장히 많은 공부를 하고 있고 굉장히 넓은 스펙트럼의 글을 적을 수 있겠다는 정도였다. 그나마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작품은 <우리가 멈추면>과 <저 먼 미래의 유크로니아> 였다. <우리가 멈추면>은 가장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감동도 있었다.


  모든 작품의 소재에 SF적인 요소가 들어 있기는 했다. 최근 SF들이 사회 문제와 감동 위주로 쓰이고는 있지만 SF의 빠지지 않는 기본적인 요소는 재미다. 작품 속의 엔터테이너적인 요소가 가지는 장점이 있다. 광활한 우주를 여행한다던지, 우주 전쟁 같은 것들이 그것이다. 그런 면에서도 이 단편들은 어느 쪽에도 서 있지 않았다.


  여러 장르에 도전을 즐기는 분 같았다.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어느 정도 이해가 갔으나 전달하는 방법이 너무 생경했다. 알고 있는 단어지만 쏟아지는 전문 용어들은 그렇게 친절하지 않았다. 컴퓨팅 과학에 지식이 없는 사람이 읽으면 어떤 느낌일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지 문화평론가님의 긴 글이 마지막에 함께 실었나도 싶었다. 작품의 의미를 하나하나 설명하고 있어 읽는 것이 도움이 되긴 하겠지만 나에게는 '그 말인 건 알겠는데요' 정도의 감흥이었다. 어려운 작품이다. 학창 시절 국어 책에 실린 작품들은 죄다 어렵지만 의미가 있었다. 그런 소설을 읽는 소설을 읽는 듯했다. 그런 어려운 메시지를 해학적으로 풀어내려고 했다. 한국의 어느 고전들처럼.. 


  작가의 SF에 대한 대단한 덕심과 상상력을 느낄 수 있다. 스토리 전개는 누군가에게는 매혹적일 수도 누군가에게는 물음표를 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예술은 대중의 눈과 귀에 닿아야 한다는 어느 분의 말씀처럼 조금은 쉽고 친절한 문장이면 좋았을 것 같았으나 개성을 나무랄 수는 없다. 제목에서 말하는 우주가 <마음>이구나는 생각을 다 읽고 나서야 할 수 있었다. 잘 쓰인 글일 테지만 내 마음이 너무 다정하지 못해서 읽는데 많이 힘들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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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에게 물에 관해 묻는 일 뒤란에서 소설 읽기 1
캐서린 라이언 하이드 지음, 이진경 옮김 / 뒤란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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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고기에게 물은 어떤 의미일까? 그 답을 물고기에게 물을 수는 없다. 그래도 물이 물고기에게 얼마나 소중한지는 알고 있다. 물은 사람에게도 중요하다. 지구를 살아가는 모든 생물들에게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마실 물에 대해 걱정하지 물고기가 마실 물에 대해서는 그렇게까지 신경 쓰지 않는다. 사실 이렇게까지 확장해서 얘기하는 소설은 아니지만 우리는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모든 것에 대해서 조금은 더 다정함을 가져야 한다.


  우리 사회에 만연해져 가고 있는 편견과 차별 그리고 부족주의와 여전히 남아 있는 연대와 사랑에 대해 얘기하는 이 작품은 뒤란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92세 홀로 남겨진 시각장애인 할머니 밀리 구터만.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성격의 17세의 레이먼드 제페. 둘의 만남은 우리 사회에서 외면받는 두 부류의 만남이었다. 릴리 할머니는 자신을 돌봐 주던 루이스의 갑작스러운 부재로 문을 열고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지만 아무도 그녀에게 다가오지 않았다. 이성애자도 동성애자도 아닌 관계를 맺는 것 자체를 즐기지 않는 레이먼드를 이해하려는 사람도 없었다. 그들은 비정상적인 사람들일까?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할 때 그것이 얼마나 다수에 포함되어 있냐 것이라면 이들은 분명 비정상이다. 하지만 옳고 그름으로 얘기하자면 그들은 그냥 선한 평범한 인간들이다. 우리가 구분 짓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 책에서 찾은 한 단어는 '이유 없는 기피들'이었다. 사실 이유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 인간은 인간을 닮을수록 좋아한다. (구분될 수 없을 정도로 똑같아지는 건 좋아하지 않는 점은 논외로 하자. ) 그런 입장에서 릴리 할머니와 레이먼드는 분명 다른 면이 있는 사람들이다. 넓은 의미의 공동체에는 포함되지만 좁아질수록 공동체 밖으로 던져질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두 사람의 만남은 넓은 공동체의 삶을 대표할 수 있다. 그에 반해 죽은 루이스의 재판을 맡은 배심원들은 극히 좁은 공동체를 대표한다. 우리가 서로 보살피고 이해할 수 있는 범위에 따라 공동체의 크기는 달라진다. 극단적인 개인주의로 향해가고 있는 지금의 사회에서 그 크기는 가족 수준으로 좁아져 있다. 곧 개인 수준으로 좁아질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우리는 형태적으로는 많은 사람들과 엮여 있지만 연대감은 없는 삶을 살지도 모르겠다. 모든 사람들이 사이코패스가 되어 있을지도.. 지금의 인간의 진화 방향은 그쪽에 가깝지 않을까.


  그럼에도 희망은 있지 않을까? 레이먼드가 릴리 할머니를 위해 '루이스 찾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만난 수많은 루이스들에게서 알 수 있다. 모두 전화로 얘기할 때에는 귀찮다는 듯이 응대하지 않았지만 직접 찾아 직접 대면하게 되었을 때에는 그의 사정을 듣고 다정해 주는 사람이 많았다. (위험한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모두 자신의 작은 공동체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여유가 없었다고들 푸념했다. 마음을 나누지 못할 만큼 여유가 없다는 것은 핑계일지도 모르겠지만 현실이기도 하다.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에 급급하게 만들어지고 있기도 하다. 현실이다. 그럼에도 많은 SNS에서 훈훈한 이야기가 등장하면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받고 응원한다. 현실에서는 할 수 없었던 부채감을 털어내려는 듯하다. 사람들 마음속에는 여전히 다정함이 남아 있다고 느낀다.


  책은 1부에서 릴리 할머니와 레이먼드의 만남과 루이스의 죽음을 알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할머니와 레이먼드의 공감과 배려에 더하여 많은 루이스들의 친절함을 만날 수 있다. 2부는 루이스를 죽인 사람의 재판 과정을 그리며 우리 사회가 편견과 혐오에 대해서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서술한다. 우리와 그들로 나눠진 세상에서 사람들은 잔인하니만큼의 결정을 스스럼없이 할 수 있다는 것이 경악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남은 자들이 다정함으로 절망에서 다시 희망을 보게 된다. 


  모든 것은 양면을 가지고 있다. 좋은 점과 나쁜 점은 언제나 함께 있다. 절망이 있어야 희망을 느낄 수 있고 불행이 있어야 행복을 느낄 수 있다. 흑인과 백인 사이에서 태어난 레이먼드, 독일인과 유대인 사이에서 태어난 릴리 할머니. 그들은 딱 양면을 가진 사람이었다. 우리는 양면의 좋은 점을 보다는 나쁜 점에 주목한다. 나쁜 점을 보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이기 때문에 생각의 범위를 넓힐 수 있다. 우리는 같은 인간이고 지구를 살아가는 다 같은 생물일 뿐이다. 그 존재들이 옳고 그른 행동을 할 수는 있지만 존재 그 자체로 편견과 혐오를 하지는 말아야 한다.


  위에서 얘기하는 것들은 아마 많은 사람들이 다 알고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알고 있다. 단지 행동하기가 어려울 뿐이다. 주위의 눈치도 볼 수밖에 없다. 다정하게 구는 것이 오지랖이 되어 버린 사회. 더 나아가 다정하게 굴다가 위험에 처하게 된 사회. 사실은 이것 또한 닭과 달걀의 문제일 수도 있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다정하게 굴지 않는 나는 누군가에게 위험요소가 된다는 것도.


  이 작품은 17세 레이먼드의 성장 소설이면서 소수자에 대한 어려움을 얘기한다. 더불어 사회에 펼쳐져 있는 혐오와 편견을 보여준다. 하지만 여느 작품들과 다르게 릴리 할머니와 레이먼드의 공감과 유대 그리고 수많은 루이스들의 친절을 통해서 우리 사회는 여전히 다정함이 남아 있고 다정함만이 다정함을 불러올 수 있다고 얘기한다. 사회 문제에 대한 고발을 휴머니즘에 엮어 전개하는 방법은 다른 책들보다 더 깊은 울림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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