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 대한 두근거리는 예언
류잉 지음, 이지은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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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풋풋하면서도 달달한 청소년 시절의 이야기에 조금의 판타지적 요소가 담겨 있어 여러 가지 재미가 있는 작품이다. 청춘 로맨스는 감정에 대해서 조금 더 직설적이고 솔직한 것이 매력인 것 같다. 이 작품 역시 사랑에 대한 아픔보다는 행복이 많은 글이었다. 


  작품 초반에 나오는 짧은 타임리프는 한참 필사 중인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소환했고 잠깐의 실망을 주었지만, 청춘 로맨스 특유의 발랄함으로 모든 것을 잊게 만들었다. 고민과 사색이 필요하지 않은 있는 그대로 파고드는 청춘이라는 감정은 읽는 내내 미소를 끌어내었다. 그들에게는 갈등이고 아픔이고 행복이었지만 나에게는 추억이어서 그런지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귀엽게만 느껴졌다. 그래 청춘 소설의 문법은 이런 거였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깐 만나게 된 미래. 그것을 확인하는 과정도 피하려는 애씀이 있지만 이 책의 주요 포인트는 역시 청춘의 로맨스라는 것이다. 스토리에 기승전결이 있어야 해서 예지몽을 만들어 넣었게 되었는 것 같지만 그것이 아니라도 주인공의 로맨스만으로도 충분히 읽을 만했다.


  로맨스 장르답게 남자 주인공은 거의 완벽에 가깝게 등장한다. 마음이 여리지만 여자 주인공 또한 자신의 미래에 대항하여 부단히 애쓴다. 주인공을 죄였던 우등생 반과 다르게 강등되어 내려온 일반 반. 그 속의 친구들 또한 큰 갈등이 없이 행복에 가득한 이야기로 담겨 있다. 갈등과 분쟁이 가득한 현실 세계를 벗어나 온전히 행복한 스토리에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이런 책은 너무 자주 읽으면 무료해지겠지만 마음이 지칠 때 한 번씩 읽으면 마음에 생기를 불어넣기도 한다.


  청춘의 고민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지만 난잡하지 않았고 생각보다 문장은 고급졌으며 가끔씩 나오는 생각 깊은 문장들은 비문을 섞지 않은 채 아름답게 잘 담아낸 것 같다. 가끔씩 등장하는 어른들 또한 어른스러움을 잃지 않아서 전체적으로 부정적인 심리가 들지 않게 만든 작품이었다.


  누군가는 여자 주인공에 빙의되어 남자 주인공에 홀딱 빠지는 경험을 할지도 모르겠고 나처럼 발랄하고 귀엽게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마음이 시들 때 내리는 한 줄기 비처럼 그런 촉촉함이 있는 작품이다. 로맨스에 빠지는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은 공감할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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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Time for 클래식
김흥식 지음 / 그림씨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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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래식 음악이라고 얘기하면 서양 고전 음악들과 더불어 국악이나 판소리, 민요 또한 모두 클래식으로 불릴 수 있다. 하지만 서양 고전 음악이 가장 대중화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보통 클래식 음악으로 인지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우리의 관심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 책 또한 대부분을 서양 고전 음악에 페이지를 할당하고 있지만, 꽤나 근대의 작곡가도 소개하고 우리나라 고전 음악도 함께 소개한다. 


  대중적인 클래식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 같아 조금 더 깊이 들어가 설명하는 이 책은 그림씨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내가 클래식을 제대로 접하게 된 방법은 일본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였다. 조금 괴짜스러운 여성 캐릭터와 과도하게 진지한 남성 캐릭터가 어우러지는 드라마로 열연을 펼친 '우에노 주리'라는 배우와 함께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다. 이 작품을 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김명민 씨가 열연한 '베토벤 바이러스'로 인해 클래식을 접하게 된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그 외에도 '피아노의 숲', '4월은 너의 거짓말' 같은 많은 작품들을 통해서 자칫 지겨울 수 있는 클래식을 편하게 접할 수 있었다. 이렇게 클래식에 관심이 생기니 자연스레 클래식 음악을 찾아 듣게 되고 최근에는 <또모>라는 유튜브 채널과 좋아하는 연주자의 채널을 구독하여 보는 일도 생겨났다. 나는 '한수진' 바이올린리스트의 음악을 특히 좋아한다.


  그러는 와중에 손에 들어온 이 책은 클래식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대중적인 곡들보다 조금 더 깊이 있는 음악들의 소개가 많았다. 그리고 그 곡과 작곡가에 대한 스토리 그리고 저자의 생각 등이 적절하게 섞여 있어서 클래식 도서였지만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다.


  위대한 작곡가로 알고 있던 슈만보다 그의 아내 클라라 슈만이 더 유명했다는 것도 그녀에게 음악을 배우러 온 브람스가 그녀에게 반해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는 점도 너무 재밌었다. 그리고 9번 교향곡의 저주라는 것을 피하기 위해 트릭을 써보았지만 결국 9번 교향곡을 쓰고 죽은 구스타프 밀러의 이야기도 신선했다. 베토벤, 슈베르트 등도 10번 교향곡을 집필하다 사망했다. 바빌로프가 작자미상으로 헌정한 곡 '아베 마리아'가 다른 사람의 작곡으로 알려져 있다가 겨우 제 주인을 찾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브람스가 1번 교향곡을 만들기 위해 20년을 노력했다는 점이나 라흐마니노프가 피아노 협주곡 2번을 만들기 전에 악성 비평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치유되었다는 점은 많은 곳에서 들었지만 다시 한번 읽어도 대단하다고 느꼈다. 


  클래식을 좋아하지만 편식이 심한 나는 이 책을 통해서 많은 곡들을 소개받은 것 같다. 예술은 뒷 이야기나 작가의 의도를 알고 감상하면 분명 더 이해하기 쉽고 즐길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래서 작곡가가 제목을 붙여준 작품들이 인기가 많다. 작곡가 입장에서는 더 풍부한 상상을 할 수 있는 표제가 없고 번호만 붙은 음악은 왜 듣지 않는지 불평을 할지도 모르겠다.


  이미 대중적인 클래식이 귀에 익어 더 다양한 클래식을 체험하고 싶다면 이 책은 분명 좋은 길라잡이가 될 것이다. 간단한 스토리와 함께 광범위한 음악들을 소개해 준다. 우리가 알고 있는 단순한 클래식뿐만 아니라 한국의 소리, 발레 음악, 오페라 음악 등도 소개한다. 


따뜻한 봄이 찾아오면 베토벤 소나타 5번 '봄'을 들으며 햇살을 즐겨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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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인생의 이야기 (양장)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엘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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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을 읽고 나서 나는 테드 창에 대해서 궁금증이 생겼다. 다른 sf소설과는 결이 많이 다른 면이 있었고 굉장히 어렵게 적는다는 느낌도 있었다. 아이비리그 중 하나인 브라운 대학 컴퓨터 공학과를 졸업해서 그럴까? 싶기도 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전작인 이 책을 더 많이 추천했다. 사람들의 말과 같이 이 책은 테드 창이라는 작가의 진가를 보여주는 책이었다.


  테드 창의 글은 기본적으로 어렵다. 문장이 어렵게 꼬여 있는 것이 아닌 내용 그 자체가 어렵다. 굉장히 심오하면서도 전문적이다. 때로는 철학적이다. 어느 글은 수학적인 지식을 어느 글은 언어학적 지식을 그리고 또 어느 글은 신학적 지식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집요하도록 깊게 파고든다. 그 안에서 철학적인 얘기를 한다. 그의 SF는 지금에 집중되어 있다. 모든 질문은 현재를 얘기한다. SF 장르는 그것을 위한 것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8개의 단편들로 이뤄진 이 작품집에서 압도적으로 놀란 작품은 제목에 적혀 있는 <당신 인생의 이야기>다. '페르마의 최단 시간의 원리'를 이용해서 이런 작품을 만들 수 있는지 놀랄 뿐이다. 그리고 언어학자가 미지의 언어를 익힐 때 사용하는 기법의 디테일에서 작가가 얼마나 집요한 사람인지 느낄 수 있다. 헵타포드라는 외계 생명체와 화상으로 대화를 주고받는 장면과 자신의 아이에 대한 이야기가 교차하면서 진행된다. 시간의 방향은 반대다. 


  인과를 이용하여 인지하는 인간과 다르게 목적을 인지하는 헵타포드. 원인이 생겨서 결과가 나온 걸까. 결과를 이미 알고 있기에 그에 맞는 행동을 하게 되는 걸까. 이런 물음을 '페르마 최단 시간의 원리'를 이용하여 물음을 던진다. 미래를 두려워하지 말라. 나의 미래는 내가 어떻게 할 것인지 이미 잘 알고 있으니까. 이는 양자물리학의 변분 원리를 인생에 빗대어 얘기하는 것이다. 변분 원리를 이해하면 꽤나 똑똑하다는데.. 나도 잘 모르겠다. 단지 인과를 보면 현재는 모를 미래를 향해 가는 것이고 목적론으로 보면 지금의 나를 위해서 나는 과거처럼 행동한 것이다. 뭔가 뜬 구름 잡는 얘기 같지만 멋있고, 양자물리학을 공부하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이런 수학의 대단함을 역으로 이용한 작품 <영으로 나누면>은 수학은 모순된 체계이며 그것이 내포하는 놀라운 아름다움 모두가 사실은 환영에 불과하다는 증거와 직면한다는 것이 인간으로 경험할 수 있는 최악의 일이 될 거라는 생각에서 쓰인 작품이다. 일반인인 나는 잘 느끼지 못하겠지만 과학적 사실이 뒤짚힐 때마다 과학자들이 느끼는 좌절감은 이로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때론 평생의 연구가 물거품이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과학은 무엇보다 거짓에 민감하다. 어느 한 명의 잘못된 이론으로 수천에서 수만 명이 넘는 과학자들이 잘못된 길을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바빌론의 탑>은 신에 다 달았다는 인간들이 결국 만난 것은 또 다른 지상이었다는 인간의 욕심에 대한 허무함을 이야기하는 듯했다. <이해>는 뇌 손상을 치료하기 위해 나온 약품으로 인해 고도화된 지능을 가진 자들의 윤리적 대립에 대한 작품이었다. 재미로 보자면 이 두 작품이 가능 재밌었다. <인류 과학의 진화>와 <지옥은 신의 부재>는 꽤나 철학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서 어떤 말을 하려고 하는지는 알겠으나 이해가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담겨 있는 <외모 지상주의에 관한 소고 : 다큐멘터리>는 모두를 평범하게 보이게 만드는 장치를 이용해서 외모에 대한 차별을 없애고 생활하자는 어느 대학의 찬반 투표에 대한 이야기다. 꽤나 여러 생각을 해볼 수 있다. 외모를 제거하면 모든 사람의 내면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과 그것은 좋은 영향마저 없애버리기 때문에 교육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대립이 우선 있다. 아름다움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것은 외모에 대한 신경회로를 부여하고 발달시키는 '초자극'과 같다고 하는 것과 아름다움을 즐기는 것은 위대한 선수를 보는 것과 같은 경이와 같은 반응이라고 대립하기도 했다. 다들 인간의 내면을 봐야 한다고 하지만 첫인상이 감정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하지만 외모가 가져다주는 유대 또한 중요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완전히는 해결되지 못할 숙제인 것 같다.


  이번 책에서도 테드 창은 오롯이 과학 그 자체에 집중해서 작품을 만들어냈고 그것이 과거의 것이든 미래의 것이든 종교적인 것이든 중요하지 않아 보였다. 어느 소재든지 과학적 요소를 결합시킬 수 있다면 그것은 훌륭한 SF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이 점은 SF를 즐기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커다란 장벽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SF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왜 테드 창에 열광하는지도 이해가 가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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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화 도슨트 - 청소년을 위한 동양 미술 수업
장인용 지음 / 다른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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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도에서 동양은 아주 넓은 대륙이지만 동양화라고 하면 한중일 세 나라만을 의미할 정도로 좁아진다. 동양화의 의미는 단순히 동쪽의 나라에서 그린 그림이 아니라 붓과 먹 그리고 화선지로 이뤄지는 기법으로 분류되고 그런 기법으로 그림을 그린 나라는 아시아의 동쪽의 몇 안 되는 나라들이다.


  청소년을 위한 도서답게 크게 어렵지 않으면서 동양화 전반적인 역사를 설명하고 대표 작가와 작품을 얘기하는 이 책은 다른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동양화는 알겠는데, 도슨트는 뭘까? 잠시 궁금했다. 도슨트는 규레이터랑 비슷한 의미였다. 청소년을 위해 동양화를 친절하게 설명하겠다는 책답게 동양화의 전반적인 이야기와 아무리 봐도 비슷한 동양화의 분류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다. 단지 아쉬웠던 것은 우리나라는 조선 이전 시대의 그림이 거의 없다. 풍류를 즐기지 못해서일까. 전쟁으로 모두 훼손되었기 때문일까. 동양화가 중국에서 만들어지고 전해졌을 법한 고려 시대의 작품이 없어 설명하지 못하는 점은 저자나 나나 아쉬운 건 마찬가지였다.


  여러 그림이 그러하듯 동양화 또한 인물화로부터 시작되었다. 가장 실용적이며 왕과 같은 권위 있는 사람의 족적을 남기기에는 인물화가 제격이다. 원나라가 중국에 세워져 화원을 없앨 때에도 인물을 그리는 사람은 남겨 두었다. 당시에는 지위가 높고 권력이 강한 사람을 크게 그렸다. 인물화는 초창기 그림을 전문적으로 그리는 화원에서 그리던 기법이 있었고 원나라에서 쫓겨난 송나라 문인들이 그리던 그림이 있었다. 


  동양화에서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라면 단연 산수화를 들 수 있다. 서양과 다르게 두루마리 형식의 종이라 굉장히 장대한 그림을 그릴 수 있기도 했다. 초장기에는 북쪽에서 많이 살아 바위가 많고 장대한 풍경을 많이 그렸다면 남쪽으로 쫓겨난 문인들은 산과 강이 어우러지는 구도 그리고 새로운 기법으로 바뀌기도 했다. 우리가 가장 많아 알고 있는 사군자는 문인들의 예술이었다. 자신들의 인격과 품격을 닮은 대나무, 난, 국화, 매화 등을 그렸다. 사군자 또한 문인들의 거주지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북쪽에서 처음 만난 대나무를 보고 자신들과 닮아 지조 있고 곧고 청렴함에 반해 그렸고 남쪽으로 내려가 숲에서 칩거하면서는 난을 보고 똑같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대나무와 난은 글을 쓰던 문인들이 가장 잘 그릴 수 있는 그림이기도 했다.


  동양에도 지금처럼 전문화가가 있었으나 원나라의 통치하에서 모두 사라졌다. 이에 글을 쓰던 문인들이 그림을 그리게 되면서 그림은 추상적으로 변했다. 서양과 다르게 그림에 글이 잔뜩 들어 있는 작품이 동양에 많은 것 또한 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에는 추사 김정희가 있다. 


  그 외에도 풍속화나 민화 등이 있는데 풍속화는 백성들의 삶을 볼 수 있어 통치에 유용했다고 한다. 그리고 반대로 풍속화를 많이 그려냄으로써 왕이 백성들의 삶에 관심이 많다고 어필할 수도 있었다. 민화는 일본인이 한국에서 이 그림을 보고 이름을 붙이는 바람에 오해가 생길만한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민화는 백성의 그림은 아니기 때문이다. 민화에는 왕의 자리 뒤에 놓이는 일월오봉도가 있기도 하거니와 당시에 백성들은 그림을 취미로 그릴만큼 먹고살만한 처지가 아녔기도 했다. 오히려 장사로 통해서 부를 축적한 신흥 부자들이 집안으로 꾸미기 위해서 많은 구매 했다고 한다.


  동양화를 그리는 사람들은 먹을 5단계로 나눠 자유자재로 쓸 수 있다고 했다. 먹과 붓을 이용해 대작들을 그려낸 동양화의 대가들의 대단함이 엿보인다. 원색적이고 화려한 서양의 그림들이 눈에 띄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만 최근에 유행하는 파스텔톤처럼 동양화에는 은은함이 있다. 초장기 동양화의 디테일에 놀랍고 산수화에서는 스케일에 압도된다. 대원권의 '난'은 정말 멋들어진다. 김홍도나 신윤복의 그림은 말이 필요 없다.


  동양화가 어렵고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단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음악도 처음 듣는 장르는 생경한 것과 같다. 하지만 보고 이해하고 보면 정말 멋스러움이 느껴진다. 원초적인 자극이 아니라 스며드는 자극에 한참을 들여다보고 있게 된다. 동양화에 대해서 좀 알고 싶다면 '청소년을 위한' 이 수업을 들어보면 좋을 것 같다. 사실 일반인이나 청소년이나 동양화에 대해 잘 모르는 건 매 한 가지니까.


눈이 즐거워지는 이런 미술 책들은 항상 읽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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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발의 세계사 - 왜 우리는 작은 천 조각에 목숨을 바치는가
팀 마샬 지음, 김승욱 옮김 / 푸른숲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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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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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극을 보면 비효율적 이게도 깃발만 들고 뛰어가는 군사들이 있다. 저 인원이 창이나 검들을 들고 싸운다면 더 효율적이지 않나 싶은 생각도 잠깐씩 들기도 한다. 프랑스혁명으로 유명한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이라는 그림에서도 여인은 프랑스 기를 들고 있을 뿐이다. 남극과 북극 그리고 히말리아 산맥의 정상들에는 어김없이 깃발을 꼽고 심지어 달에도 깃발을 꼽는다. 우리는 왜 이 작은 천 조각에 목숨을 걸다시피 할까? 사실 그 의미를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깃발은 하나의 정체성이기도 하다.


  세계에 펼쳐진 국기부터 여러 단체에 쓰이는 깃발까지 세계사 속에서 깃발의 의미를 얘기하는 이 책은 푸른 숲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깃발이라고 하면 태극기, 성조기, 일장기 정도만 이름을 알고 있었다. 영국의 국기가 유니언잭이라는 사실도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았다. 사실 국기라는 것은 '어느 어느 나라의 국기'라고 하면 다 통하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럼에도 각 나라의 국기에 대한 자긍심은 대단한 것 같다. 솔직히 국민교육헌장을 외우던 나에게 태극기를 깔고 앉는 행동은 생각보다 많은 불쾌감을 주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 책은 굉장히 광범위한 내용을 쉴 틈 없이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 정신 잘 차리고 읽어야 한다. 세상은 넓고 깃발도 많기 때문이다. 그래도 미국의 성조기와 영국의 유니언잭의 설명은 굉장히 길어서 재미나게 읽어볼 수 있었다. 나머지 깃발들은 요약 느낌이 강해서 약간 공부하듯 읽어야 했다. 하지만 그 내용은 흥미롭다.


  미국은 연합에 참여하는 주가 늘 때마다 별 하나, 줄 하나를 늘리다가 그 수가 너무 많아져 줄의 경우는 최초 참가한 13개로 고정하고 별만 늘리고 있다. 남북 전쟁을 거쳤던 미국이었기 때문에 남쪽에 거주하는 보수진영들은 성조기보다 남방 기를 더 애호하기도 한다고 한다. 영국 국기가 위아래가 있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아무리 봐도 대칭인데 말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영국 국기를 보니 빨간 줄의 위치가 미묘하게 다르다.


  문화적으로 교류가 일어나면 국기는 서로 비슷하다.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등은 모두 한쪽으로 치우친 십자가다. 아이슬란드는 영국 위에 있지만 스칸디나비아와 교류가 많아서 이들과 비슷한 국기를 가지고 있다. 이슬람 국가들은 대체로 달과 별을 가지고 있고 인도는 차크라라는 수레바퀴를 가진다. 반대로 종교에 국가가 전복되지 않도록 깃발을 의도해서 만들기도 했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담아 검은색이 들어가는 편이고 더불어 자유를 상징하는 노란색을 더했다. 


  유럽의 국기들은 삼색기가 많은데, 이것은 격동의 시기에 천들을 모아 이어 붙여서 들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대표적인 깃발이 프랑스이고 이것은 단순히 프랑스 깃발이 아닌 자유, 평등, 박애라는 의미를 나타내기도 한다. 이런 색에 의미를 담아서 각 나라들은 자신만의 색을 정의하고 깃발로 만들었다.


  구 소비에트 연방의 국기는 사회주의의 노동자를 의미하는 망치와 낫으로 이뤄져 있었다. 중국의 국기는 큰 별은 공산당을 작은 네 개의 별은 노동자, 농민 등을 말한다. 이런 사회주의 국가들에게 붉은색은 투쟁과 혁명을 의미한다. 나치의 깃발의 바탕이 붉은색인 것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깃발을 설명하다가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지만 민주주의도 아니고 공화국도 아니라는 농담에 나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그 외에도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항복을 의미하는 백기라던지 해적 깃발 등의 설명도 있다. 파나마를 지날 때 혜택을 받기 위해서 전 세계 25%의 배가 파나마 국기를 달고 다니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성 다양성을 상징하는 LGBT 깃발, 레이싱 경주의 체크 깃발, 중립을 상징하는 적십자기, 5 대륙을 상징하는 올림픽기까지 정말 깃발이 가지는 의미는 다양했다.


  이런 강력한 깃발의 상징성은 제작과 폐기의 과정도 신성시되기도 한다. 미국 국기는 미국에서 만들어야 함을 주장하기도 했고 많은 나라의 국기는 깃발을 구기거나 쓰레기통을 버리는 것을 금하기도 한다. 심지어 깔고 앉기만 해도 법적 제재를 받기도 한다. 이런 강력한 힘을 가진 깃발의 역사를 알아보고 싶다면 이 책도 하나의 대안이 될 것이고 책 안에서 소개하는 많은 책들 또한 소개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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