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을 향해 날아간 이카로스
브라이언 그린 지음, 박병철 옮김 / 승산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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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브라이언 그린이 아이들을 위해서 적은 일러스트북이다. 사실 블랙홀에 대한 조금은 두꺼운 책일 줄 알았는데, 받아 들고는 조금 실망했지만 제대로 보질 않고 주문한 내 탓인 건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이 책은 아이들에게 보여주기 너무 좋을 것 같다. 상대성 이론을 공부할 거라며 허세를 부리는 둘째에게 대학교 수학까지는 공부해야 하질 않겠냐며 화두를 던졌는데, 조금 짜증을 내지만 곧잘 진도를 빼고 있다. 그런 아들에게 상대성 이론이 녹아 있는 이 책은 좋은 선물이 될 것 같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다이달로스는 아들 이카로스에게 날개를 만들어주고 함께 탈출을 시도했지만 비행에 취한 이카로스는 태양 가까이 다가가는 바람에 날개가 녹아내려 바다에 빠져버리고 만다.


이 책에서 이카로스는 스스로 만든 우주선으로 블랙홀 가까이 뛰어드는 모험을 한다. 글을 읽으며 신화 속 이카로스가 생각나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 버리지 않을까 했지만 아이들을 위한 책이라 이카로스는 결국 블랙홀 주위를 도는 비행을 성공하고 만다. 하지만 비행을 마치고 나온 우주는 이미 수천 년이 흘러버렸다. 블랙홀 주위에서 시간은 느리게 흘러가니까. 자신의 모험으로 아버지와 이별을 한 이카로스는 후회를 하게 된다.


브라이언 그린은 칼 세이건 이후로 가장 유명한 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다. 그는 과학을 어렵게만 설명하면 안 된다고 믿고 있다. 이런 일러스트북을 통해 아이들은 우주의 모습을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상대성 이론에 대해서도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다.


단순한 일러스트북이 아닐까 싶었지만, 내용은 지식과 교훈이 함께 들어 있었으며, 허블 망원경으로 찍은 놀라운 사진을 즐기는 경험도 할 수 있었다. 아이와 함께 떠나는 우주여행. 이 책과 함께 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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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볼트 - 지구의 재앙을 대비하는 공간과 사람들
시드볼트운영센터.산림생물자원보전실 생물자원조사팀.야생식물종자연구실 지음 / 시월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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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세기 노아의 방주라고 여겨지는 '시드 볼트'는 세계에 딱 두 군데 있다. 하나는 노르웨이의 스발바르 글로벌 시드 볼트이고 나머지 하나는 우리나라의 백두대간 글로벌 시드 볼트이다. UN의 지원을 받으며 세계적인 명성으로 거듭난 스발바르 시드 볼트와 다르게 백두대간 시드 볼트는 '인류 공헌'이라는 대명제 아래 거듭나려고 노력했다. 세계에서 2개뿐인 시드 볼트라 우리나라의 시드 볼트도 당연히 국제적 지원을 받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백두대간 시드 볼트는 경북 봉화에 자리 잡고 있다. 봉화군은 십승지라고 하여 예로부터 천재지변이나 전쟁이 일어나도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열 군데의 땅 중에 하나다. 실제 한국전쟁 당시에도 전쟁이 일어났는지 조차 잘 몰랐다고 할 정도였다. 그런 고산 지대의 지하 깊숙이 그리고 강화 콘크리트 벽에 3겹의 강철판으로 보호하고 있다.


  시드 볼트는 씨앗을 저장하는 그 자체에 목적을 두고 있어서 씨앗을 잠시 맡겨두는 시드 뱅크와는 그 목적이 조금 다르다. 시드 볼트에서 씨앗이 방출되는 것은 지구에 아주 큰 재앙이 발생했을 때뿐이다. 스발바르 시드 볼트에서 딱 한 번 씨앗을 방출한 적이 있는데, 그것은 시리아 내전으로 시리아의 종자은행이 부서졌기 때문이었다. 


  스발바르 시드 볼트가 작물 종자를 보관하는데 반해 백두대간 시드 볼트는 야생 종자를 보관한다. 야생 종자를 보관하는 일은 아주 중요한 일이면서 서둘러야 하는 일이다. 전 세계적으로 야생 식물에 대한 연구는 고작 10% 정도만 이뤄져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연구하는 속도보다 사라지는 속도가 더 빨라 오히려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을지도 모를 일이다. 시드 볼트는 종자를 단순 보관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매년 우리나라 각처를 돌며 야생 식물을 조사하고 채집한다.


  그렇다고 모든 씨앗을 보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씨앗마다 휴면할 수 있는 기한이 다르다. 그래서 실제 시드 볼트에 보관이 안 되는 것들도 많이 있다. 열대식물일수록 저장이 힘들다. 채집한 종자는 이물질을 제거하고 건조하고 씨앗이 얼마나 튼실한지도 체크해야 한다. 더불어 자생지의 정보와 함께 발화 조건 등을 테스트하고 기록하여 함께 보관해야 한다. 순수하게 종자만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정보를 함께 보관하는 것이다.


  시드 뱅크로도 충분할 텐데 왜 시드 볼트를 만들었을까? 어느 선진국에서도 하지 않는 일을 왜 우리는 시작하게 되었을까? 어차피 열어보지도 못하는 종자들을 많은 유지비를 들여가며 보관해야 할까? 그것은 우리나라가 이제는 그럴만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많은 식물들은 사라져 간다.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들은 종자를 처리하거나 보관할 능력이 떨어져 눈앞에서 사라져 가는 것을 보고 있을 수밖에 없다. 백두대간 시드 볼트는 범아시아의 방주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무엇보다 이런 전 세계적인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면 우리나라의 가치도 함께 상승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할지라도 보관하는 종자의 수가 늘어나고 예기치 못한 환경 문제가 닥쳤을 때 그 진가가 드러나지 않을까? 바나나만 해도 지금 멸종을 해결하기 위해 분투 중이다. 재배 작물로 만들면서 식물은 다양성을 잃었다. 전 세계적으로 재배하는 작물은 30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유전자적 단순함은 천적이 나타났을 때 멸종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그때를 위해서라도 야생종을 보관하여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


  식물 주권은 또 다른 중요한 문제다. 일제 강점기 때 일본은 우리나라의 식물을 관찰해서 도감을 만들어냈다. 울릉도에 서식하는 식물 중에는 '다케시마'가 학명으로 붙어 있는 것들도 있다.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 붙어버린 이런 잔재는 고치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미국은 우리나라의 엄청난 양의 종자를 가져갔다. 크리스마스트리로 사용되는 개량된 구상나무는 미국에 돈을 지불해야 할 정도다. 소위 선진국들의 약탈은 우리나라만의 얘기는 아니다.


  '내가 그 나무 아래에서 쉴 수 없더라도 나무를 심는 마음'이 시드 볼트를 운영하는 마음이라고 본다면, 환경오염으로 엄청난 속도로 망가져 가는 지구에서 살아야 할 후손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또 다른 미안함의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 우리나라가 인류를 위해 하는 공헌이라고 생각한다면 시드 볼트를 지키는 사람들의 노력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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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박완서 지음 / 현대문학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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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냉정과 열정 사이'가 두 세트가 되는 바람에 한 세트를 나눔 하려고 올렸더니 나에게 몇 권의 책을 선물로 도로 나눔 해 주었다. 박완서 작가는 귀에 익을 만큼 많이 들었지만 작품은 처음으로 접했다. 이 산문집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는 2010년 출판작이라 오래전 추억이 생각나기도 하다.


  책은 모두 3부로 이뤄져 있고 1부는 에세이, 2부는 도서 서평, 3부는 지난 인연에 대한 회상으로 이뤄져 있다. 여러 얘기가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1부가 좋았다. 


  6.25를 몸으로 겪은 작가는 그때의 경험을 자주 얘기한다고 했고 그것이 자신의 작품에 큰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고 한다. 원래는 작가가 될 생각이 없었지만 전쟁은 다른 인생을 강요했다. 자신이 원래 가보려 했던 길을 가지 못한 아쉬움은 지금의 성공이 크다하더라도 꿈꾸던 인생보다는 초라해 보일 수밖에 없다고 얘기한다. 그 시절에 초등학교도 졸업하기 쉽지 않았던 시절. 대학교까지 졸업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한국 전쟁에서 느꼈던 인간의 이기적인 마음. 2002년 축구로 하나가 되었던 그날의 열기 그 속에서 느꼈던 빨간색에 대한 거부감. 같은 해 일어났던 연평해전에 대해서 슬픔과 분노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두려움을 얘기한다. 1.4 후퇴 때 결국 피난길에 오르지 못한 이야기를 통해 가족을 버리고라도 도망쳐야 하는지 두려움과 이기심 그리고 책임감 사이의 고뇌를 느낄 수 있었고, 빨간색만으로도 빨갱이로 몰려 잡혀갔던 예전의 경험으로 be the reds라는 구호의 환희 속에서도 어쩔 수 없는 거부감이 있음을 고백했다. 연평해전으로 우리 군이 피해를 입었을 때는 잃어버린 아들을 떠올리기도 했다.


  소설을 쓴다는 것은 자신을 치유하는 방법 중에 하나라고 얘기하는 작가는 그런 글의 힘을 믿고 있고 조금은 비현실적이어도 너무 현실적으로 적지 않고 치유를 할 수 있는 게 어떨까라고 얘기하기도 한다. 


  그 외에도 전소되었던 남대문의 기억. 일본과 한국에서 만난 두 연변 동포의 처지에 대한 이야기. 고향 개성에서 자주 쓰던 '야바위 밑에서 주워 온 아이'라는 말에 대한 이야기 등이 재미나게 적혀 있었다. 최근에 나오는 에세이들보다 훨씬 예전의 이야기들이 적혀 있었지만 그래서 추억과 함께 소환되어 오기도 했다.


  2부에서 소개한 책들 중에는 이청준 작가의 '별을 보여드립니다'가 눈에 띄어 구매하려고 했는데.. 가격이 어마 무시해서 포기했다. 3부에서는 박수근 화백에 대한 추모가 좋았다. 인간의 환경에 어떻게 적응하고 이기적으로 변하는지 깨닫는 모습이 좋았다. 


  자신의 아픈 모습, 나쁜 모습을 글로 표현하는 작업은 쉬운 일은 아닐 터이지만 박완서 작가의 글에는 그런 망설임은 없다 오히려 지금 깨달았기 때문에 괜찮다고 얘기하는 듯했다. 이런 인간적인 솔직함이 이 작가의 묘미인지, 오랜 세월을 살아보니 통달하게 된 마음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인간 본연의 모습을 자신의 모습으로 묘사해서 조금 더 공감이 되었던 것 같다.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겠지만 지금까지 걸어온 길도 그렇게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그런 마음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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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 - 증보판
라인홀드 니버 지음, 이한우 옮김 / 문예출판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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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개인적으로 아는 것과 다른 행동을 하는 사람을 종종 볼 수 있다. 사람은 환경과 역할에 대한 페르소나가 있다지만 가끔은 이해를 벗어나는 행동을 보면 이해가 가지 않기도 한다. 개인의 도덕성은 사회적으로 확장이 불가능한 것일까?


  개인적으로는 도덕적인 인간이 집단에 속하면 집단적 이기주의자로 변모한다는 라인홀드 니버의 주장은 이성으로 역사를 이끌 수 있다고 믿었는 지식인들의 믿음을 뿌리부터 흔들어 놓았다. 그만큼 깊이가 있는 책이면서 어려운 책이었다. 첫 번째 독서라 눈으로 탐독을 하였지만 10%라도 이해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정리해가며 읽으며 사색해야 할 책임이 틀림없다.


  사회를 중심에 놓고 보면, 최고의 도덕적 이상은 정의다. 그리고 개인을 중심에 놓고 보면 최고의 도덕적 이상은 이타성이다. 사회는 여러 면에서 어쩔 수 없이 도덕성이 높은 사람들로부터 전혀 도덕적 승인을 얻어낼 수 없는 방법을 사용하게 될지라도 종국적으로 정의를 추구해야 한다. 그리고 개인 자신보다 뛰어난 것을 보고서 자신을 잃기도 찾기도 하면서 자신의 삶을 실현해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p363)


  집단에서는 불가피하게도 집단의 이익이 불가피하게 지배적인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이 속에서 개인의 가장 이타적인 모습은 집단의 행위에 도전하는 것이 된다. 즉 개인의 자기희생으로 집단의 도덕에 반대하는 것이 된다. 집단의 사회적 행위는 개인적인 윤리로는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정치의 영역들을 정당화해준다. 오늘날의 교육가들은 합리주의자처럼 이성의 기능을 지나치게 신뢰한다. 하지만 사실 역사 세계 자체는 이성적이지 않은 세력들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 따라서 집단들 간의 관계는 항상 윤리적이기보다는 지극히 정치적이다. 


  집단의 가장 대표적인 예인 국가에 대해 얘기해 보자. 개인의 정신이 국가의 의지에 영향을 미치기란 사실 쉽지 않다. 그 이유는 국가의 의지를 대변하는 정부의 의지는 일반 민중의 맹목적 정서와 경제적 지배계급의 교묘한 이기심 추구에 의해 좌우된다. 국가는 합리적인 정신과 지성보다는 폭력과 감정에 의해 유지되는 결사체라 할 수 있다. 국가의 태도는 윤리적 성격을 갖기 어렵다는 것도 당연한 사실이다.


  개인의 애국심에도 윤리적 역설이 내재되어 있다. 애국심은 개인의 희생적인 이타심을 국가의 이기심으로 전환해버린다. 국가에 대한 충성심은 어떻게 보면 고차적인 형태의 이타주의임은 분명하다. 따라서 국가에 대한 충성심은 여타 모든 이타적 충동의 원천과 동시에 국가에 대한 개인의 비판적 태도를 완전히 말살해 버리는 열정의 형태로 드러나는 일이 자주 있다. 개인의 비 이기성은 국가의 이기성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이타적 열정을 민족주의, 심하게는 국수주의로 바꾸기는 쉬워도 인류 전체를 향한 열정으로 바꾸기는 정말로 어렵다. 왜냐하면 인류 공동체에 대한 충성심이라는 것은 너무 막연하기 대문이다. (p160)


  합리적이고 정의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은 다름 아닌 기존의 사회 체제나 제도에 의해 가장 큰 혜택을 입고 있는 권력 있는 지배 집단의 이해관계이다. 일반 사회의 지적 능력이 사회의 비합리적인 부정과 불의를 일소할 만큼 높은 수준에까지 고양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분명 기분 나쁜 일은 아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지구 상에 이런 사회나 공동체는 존재한 적도 없고, 지금도 마찬가지로 없다. (p309) 사회의 관성이란 워낙 견고한 것이어서, 관념적으로나마 그것을 이겨낼 수 있으리란 확신 없이는 그 힘을 견뎌내기 어려울 것이다. (p319)


  이타심과 이기심 사이의 최고의 가치는 아마 '중용'일 것이다. 그 둘은 다르지 않으며 갈등과 분노는 어쩌면 사회를 움직이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집단적 행동을 위해서는 지식이 필요하고 정치적 기술이 필요하다. 정치적 귀족이나 경제적 부르주아 아래 착취당하던 사람들은 이겨낼 수 없었다. 


  특권 계급의 집단적 이기심으로부터 발생하는 사회적 부정의는 이성적으로 해결될 수 없다. 사회집단의 악을 견제하기 위해 폭력이나 강제력을 사용할 경우엔 이에 대해 다른 폭력이 나타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또한 혁명의 집단의 폭력은 바로 드러나지만 특권 계급의 폭력은 공권력이나 경제력으로 발휘되기 때문에 눈에 드러나지 않는다. 불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개인의 도덕과 사회-정치적 정의가 양립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에 대한 해답이 비폭력, 무저항 운동일지도 모르겠다. 


  공동체 속의 개인들의 갈등도 중요하지만 결국 공동체 간의 갈등을 해결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동체의 갈등은 더 큰 공동체를 만듦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면도 있지만 갈등과 분노는 제거할 수 없는 존재가 된 것이다. 또한 분노는 불의에 대한 감정의 이기적인 측면이기 때문에 분노가 전혀 없는 상태는 사회적 지성이나 도덕적 활력이 없는 상태이기도 하기 때문에 우리가 감수해야 하는 요소다. 분노에서 이기심을 빼는 일이 더 중요할 것이다.


  사실 굉장히 어려운 책이며 광범위한 철학적 지식이 필요하기도 하다. 사회를 움직이는 원천 그 속에 존재하는 도덕과 윤리에 대해 여러 방면으로 얘기하며 사회가 정의를 구현하려고 했던 방법에 대해서 얘기한다. 오늘날의 사회는 이 책이 나온 1932년에 비하면 더 심한 비도덕적인 사회다. 개인의 도덕성이 사회에 그대로 투영될 수 있는 방법은 여전히 없는 것일까. 서로에 날을 세우고 있는 2022년에 1932년의 통찰력의 향기나마 맡을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다.


  아마 앞으로 몇 번은 더 만날 책이 아닌가 싶다. 더 잘 이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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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지옥 - 세상 밖으로 쫓겨나는 노인들의 절규
<아사히 신문> 경제부 지음, 박재현 옮김 / 율리시즈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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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한국의 예상 출산율은 0.68명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연금 문제는 매번 쟁점이 되는 것들 중에 하나다. 경제생활을 할 수 있는 인구는 급속히 줄어들고 있고, 한 명당 부양해야 하는 노인의 숫자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우리는 어떤 대안을 가지고 있을까?


  존 리의 '엄마 주식 사주세요'라는 책을 읽어보면 아이들의 사교육에 올인하지 말고 부모의 노후를 위한 자금을 모아라는 말을 끊임없이 한다. 설득력이 있는 말이었지만 우리나라의 과열된 교육 경쟁 속에서 쉽게 받아들일 수는 없다. 그래도 능력 밖의 투자는 하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다. 우리의 노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암울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서 느낄 수 있다.


  이 책은 우리나라보다 먼저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일본의 사례다. 아사히 신문 경제부가 2014 ~ 2015년 간 인터뷰를 진행하며 일본 하류 노인 사회의 처참함을 알린 책이다. 아름다운 노년이 아니라 지옥에 떨어지지 않기 위해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에서 제대로 된 요양 시설에 머무리는 것은 쉽지 않다. 긴 대기와 함께 생각보다 높은 허들이 있다. 게다가 높은 비용은 많은 노인들을 제대로 된 혜택을 받을 수 없게 한다. 조금 저렴한 사설 요양원의 경우는 암울하다. 4-5명이 생활하는 곳에 10명이 넘는 노인들이 생활한다. 게다가 남녀 구분도 없이 마구잡이로 섞여 지낸다. 그런 모습이 안타깝지만 살기 위해서 노인도 가족도 모두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놓이게 된 것이다.


  '간병 실직'이라는 것이 있다. 부모가 나이 들어 아파 간병을 하다 보면 자식도 자연스레 실직을 할 수밖에 없다. 노인의 문제는 노인의 문제로만 끝나지 않는다. 80 ~ 90 세로 이어지는 초고령화 사회에서는 노인의 부양해야 하는 자식 또한 60대의 노년의 삶을 시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 궁핍함은 어느 한쪽이 부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연금이 많다고 안심할 수 있는 것 또한 아니다. 병에 걸리는 순간 나락으로 떨어진다. 매달 받는 연금으로는 치료비와 입원비를 감당할 수 없다. 돈이 있다고 해도 문제다. 애틋한 자녀가 없다면 자산을 관리해줄 사람을 선임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 치매가 걸린 노인에게 통장에게 돈은 있지만 의료비를 지급할 수 없는 것은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다. 대리인을 선임하는 것도 쉽지 않고 인지장애를 가진 이들의 돈을 노리고 접근하는 사람들 또한 적지 않다.


  열악한 돌봄 환경은 전문 요양사의 부족으로 이어진다. 이들의 처우가 개선되지 않기 때문에 지원자 또한 매년 줄어들게 되고 줄어든 지원자만큼 현장의 요양사의 노동의 강도는 엄청나다. 젊은이들의 유입은 늘지 않고 있고 결국 노인이 노인을 케어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이에 더불어 사회시설의 비리와 낙하산 인사는 더 많은 부작용을 가진다. 현장의 처우에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자신들의 이권을 위해 행동하면서 현장은 더욱더 참담해진다.


  이런 악순환은 계속되어 지옥으로 불릴만한 지경에 이르렀다. 의료보험비나 연금을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 생겨나고 그런 사람은 다시 혜택을 받지 못한다. 일본에서 고독사로 죽는 노인의 인구는 연간 6000천 명이 이른다고 한다. 자식이 있어도 없어도 모두 처참한 삶을 사는 노인들이 많다.


  지금을 살아내기 바쁜 나는 60대 이후의 삶을 생각할 겨를이 잘 없다. 책을 읽으면서 생겨나는 오싹함에 두려웠다. 아이들을 키운다고 저축하는 것이 쉽지 않은 지금의 상태를 유지해서 대학교까지 길러낸다면 나의 노후는 어떨까? 나는 몇 세까지 경제생활이 가능할까? 나이가 들어도 경제생활을 할 수 있는 기술을 익혀야 하지 않을까? 건강에도 더 많이 신경 써야 하지 않을까?라는 수많은 생각들이 머리를 스친다.


  나만 잘 살아서는 행복한 삶을 살 수 없다. 삶의 경계에 놓인 사람들은 위험한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사회적 비용에 대해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사회가 원활하게 돌아가기 위해서 악순환의 고리를 어디선가 끊어내야 한다. 지금 당장 나의 당연한 행복이 나중에도 당연하지 않다는 생각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 나는 뭘 해야 하고 우린 뭘 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아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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