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미스터리 2023.봄호 - 77호
염건령 외 지음 / 나비클럽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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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간 미스터리 봄호는 특집으로 인구 구조와 범죄 유형에 대해 다루고 있다. 한국전쟁 후 농업을 위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던 인구는 공업 사회로 전환하면서 '둘만 놓고 잘살자'등의 캠페인으로 바뀌었다. 결과 우리나라는 세계 최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 노인 인구의 증가와 홀로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이들을 노리는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고립된 인간들은 사회성 결여, 정신적 결핍으로 이어지고 공감력이 떨어지게 된다. 인구정책은 미래를 보고 준비되어야 한다.


  미스터리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제공하는 계간 미스터리 봄호는 나비클럽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봄호에는 미스터리에 대해 생각해 보는 칼럼이 실려 있다. 가장 넓은 범위에 닿아 있는 SF와 어디에 넣어도 장르가 되는 미스터리와의 만남은 어떨까? 둘의 만남은 미스터리의 영역을 무한히 확장시켜 줄까? 미스터리는 단독 장르일 때보다 서브 장르로 활용될 때 가장 빛나는 장르가 아닐까 논평한다. 다양한 작품에서 액세서리처럼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정통 미스터리는 매우 엄격하고 치열한 장르다.


  고전적인 미스터리의 질문을 새롭게 갱신하는 SF에 주목하는 이유는 다시금 정체성의 수수께끼에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로봇과 AI의 등장 그리고 가상현실 등은 새로운 정체성의 물음을 던지고 있다. 사회적 구조 속에서 스스로를 숨길 수 있는 익명의 존재 그리고 사회적 위험은 새롭게 등장한다. 그것을 드러내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SF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치밀한 추리는 미스터리에서 꽤나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이것만이 추리의 자질을 따진다면 수학이나 물리학자만큼 적합한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미스터리에서 더욱 중요한 것은 '사건은 왜 발생하는가?'라는 문제를 다루는 것이다. 수학처럼 치밀해야 하지만 철학적인 질문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사건의 치밀성을 가지고 있지 않아도 인간 탐구라는 의미로 훌륭할 수 있다는 것을 멜리 셸리는 <프랑켄슈타인>을 통해서 보여줬다. 미스터리의 심리 기제를 발동시켜 호기심-혼란-공포의 조합을 부른 뒤, 그 무대 위에서 인간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내어 보인다. 


  봄호 신인상 작품인 고태라 작가의 <설곡야담>은 설화의 존재를 밑바탕에 깔아 공포의 무대를 만든 뒤 그 위에서 벌어지는 살인과 그것의 답을 찾아가는 등장인물들의 이야기였다. 그간 계간지에서 읽은 작품 중에서는 완성도가 높은 편이었었나 살인 사건을 대하는 등자인물들이 하나 같이 형사의 마인드가 될 수 있다는 것과 같은 인물과 역할에 대한 부조화가 있었지만 잘 짜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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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교도 미술 - 신과 여신, 자연을 숭배하는 자들을 위한 시각 자료집
이선 도일 화이트 지음, 서경주 옮김 / 미술문화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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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교도는 특정 종교를 지칭하지 않는다. 이도교가 신을 믿지 않는 용어로 만들어진 기독교적인 용어라 이교도라기보다는 전통 종교와 같은 용어가 더 적합하다. 그런 노력도 이뤄지고 있고 하지만 학술적인 용어도 페거니즘은 여전히 유효하다. 


  수많은 신과 자연을 숭배하던 이들이 만들어 낸 걸작을 감상하는 시간은 미술문화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이 책의 진가는 책을 펴 봐야만 알 수 있다. 미술문화 출판사는 늘 퀄리티 좋은 책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름다운 그림을 보고 있자니 그 아름다움에 홀리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글로 리뷰한다는 게 조심스러운 책이다.


  유일신은 하나의 신을 믿는 것이면서 다른 신을 부정하는 것이다. 그러기엔 우리에겐 너무 많은 신들이 존재한다. 유일신을 믿는 사람들마저도 귀신이나 유령을 무서워한다. 그리고 악마의 존재를 인정하는 순간 유일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비판적인 사고를 거둬두고서라도 세상은 수많은 종교들로 넘쳐 난다. 오랜 시간을 거쳐 유지되어 온 종교 이외에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종교도 존재한다. 


  이교도의 세 가지 핵심 요소라고 한다면 다신론, 자연과의 관계, 마법과 점괘로 말할 수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나 북유럽의 토르, 인도의 시바신, 일본의 아르테미스 등 같은 존재들은 판타지나 게임에서 단골손님처럼 등장한다. 모든 신의 뿌리는 길가메시 서사시에서부터 출발했을지 모르겠지만 저마다 독특한 신들을 가지고 있고 현대의 우리에게 풍부한 상상력을 가져다준다.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위칸이나 드루이드교를 보면 조금 신선했다. 환경오염과 기후 문제가 대두되기 때문에 자연 종교라고 불리는 이들의 정체성은 더욱 강화되는 것 같다. 자연에 신, 정령, 요정이 깃들어 있다는 종교는 자연 파괴에 브레이크 작용을 할 수 있을지 사뭇 궁금하다.


  세계의 전통 종교들이 남긴 흔적의 아름다움을 만나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단지, 일본 신화는 자주 등장하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무당으로 딱 한번 등장했다. 그러고 보면 우리의 신화는 생각보다 덜 알려져 있고 흥미로움이 떨어지는 듯하다. 그리스 로마 신화 같은 서사를 우리 신화에도 많이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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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롭힘은 어떻게 뇌를 망가뜨리는가 - 최신 신경과학이 밝히는 괴롭힘의 상처를 치유하는 법
제니퍼 프레이저 지음, 정지호 옮김 / 심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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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괴롭힘은 반복되는가? 의도적인 괴롭힘을 반복하는 사람과 괴롭힘을 받으면서도 가해자를 옹호하는 피해자의 행동 패턴. 이것을 '괴롭힘의 패러다임'라 한다. 괴롭힘은 인간의 뇌를 파괴하고 뇌신경 사이의 연결을 약화시킨다. 가해자에게 의존하게 되고 복종하게 된다. 인간 생존을 위해 필요했던 스트레스는 상대를 파괴시키는 방법이 되었고 지속적인 스트레스의 노출은 생명 보존이라는 명제 이외의 것을 생각할 수 없게 만들었다. 더 이상 생존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하는 뇌는 인간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


  사회 속에 자연스레 녹아 있는 괴롭힘의 패턴과 피해자로 둔갑되는 가해자의 모습들을 통해 사회는 가해자를 가해자로 명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피해자는 강력하게 저항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이 책은 푸른숲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우리 뇌는 위험에 노출되면 코르티솔과 아드레날린을 분비한다. 위험 상황에서 초인적인 힘이 필요했다. 스트레스는 생존을 위한 강력한 신호였다. 하지만 현대에는 이렇게 오랜 시간 코르티솔과 아드레날린을 분비해야 할 일은 그렇게 많지 않다. 만성적 스트레스는 뇌를 코르티솔에 절어 버린다. 뇌는 모든 신경을 차단한 채 생존에만 집중한다. 판단과 기억의 영역이 동작하지 않는다.


  일상에는 수많은 괴롭힘이 있다. 성공이라는 두 글자에 우리는 학대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 "고통 없이는 얻는 게 없다"라고 말하거나 피와 땀, 눈물과 같은 혹독한 시간이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고 말한다. 학대를 일삼는 상사가 거물급 고객을 낚아오게 되면 학대는 필요악이 되어 버린다. 금메달을 위해서 체벌과 폭행을 눈감는 일은 뉴스에서 종종 목격하곤 한다. 멀리 볼 것도 없이 부모는 매번 아이들에게 복종을 요구하고 있다. '너 잘되라고 하는 말이야'라는 말을 뱉으며 복종을 강요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아이들에게 체벌은 뇌를 망가트리고 사회적 공감력을 저하시킬 뿐이다. 아이에게 엄격한 것과 비하하는 것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 도전에는 안전, 믿음, 공감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인간이 변화하지 못하는 이유는 불안하기 때문이다. 변해도 안전하다는 믿음이 있어야만 인간은 도전할 수 있다. 어른은 아이들에게 그런 환경을 만들어 줄 의무가 있다.


  동물들에게는 거울 신경 세포라는 것이 있다. 모든 새끼 동물들은 어미의 행동을 보고 배운다.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강요하면서 어른들은 정작 그렇게 해내지 못한다. 폭력적이며 기만적이다. 너네는 왜 그렇게 배워먹었냐고 묻지 마라 어른들이 그렇게 보여준 것이다. 학대와 괴롭힘을 받는 뇌는 공감 능력을 잃어가고 자기 파괴적인 성향으로 바뀐다. 이런 행동 패턴은 결국 피해자를 더욱 궁지에 몰아넣었는다. 내가 잘못해서 그런 거야. 너는 그래도 돼 라는 인식이 자라나게 되는 것이다.


  첫째도 둘째도 예방이지만 우리의 뇌는 가소성이 있기 때문에 희망을 버릴 필요는 없다. 인간은 쓰지 않는 뇌신경을 단절시키고 자주 사용하는 뇌신경을 유지하려고 한다. 끊어진 기능을 다시 연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뇌는 즉각 거부할 것이다. 에네지가 많이 소비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연결된 다음에는 뇌 스스로가 유지하려고 노력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성장형 인식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남들과 비교하지 않으며 자신에 집중해야 한다. 아주 어린 시절 우리는 누구와도 경쟁하지 않으며 스스로를 성장시켜 왔다. 뒤집고 기었다. 수 천 번을 넘어지며 일어서 걸었고 또 달렸다. 조금 늦을 수 있지만 그런 것에 스트레스받지 않았다. 뇌 또한 성장할 수 있다. 어릴 때처럼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수천번 넘어져서 다시 일어설 수 있을 정도 자기 성장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쉬운 일은 아니다. 주위에서 그들의 성공을 지지해 줄 사람도 분명 필요하다.


  '나는 못 한다'라고 스스로 포기하는 말을 하면, 어마어마하게 파괴적인 결과가 나타난다. 뇌는 이런 부정적인 메시지를 기록한다. 자주 되뇌는 말은 그것이 '자기 충족'이라고 뇌에게 학습시키는 것과 같다. 자기 성장의 믿음과 유산소 운동 (이왕이면 자연 속에서) 그리고 명상과 같은 마음 챙김은 뇌의 회복에 중요한 요소다. 그래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대와 괴롭힘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와 가해자를 가해자로 인식할 수 있는 교육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우리는 변할 수 있다. 그렇기에 아이들을 잘 교육시키고 가해자를 옹호하지 말고 피해자에게 손가락질하지 않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자신을 사랑할 수 있도록 사회가 지지해 주는 노력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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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는 어디에서 오는가 (초판본 금장에디션) - 1910년 초판본 표지디자인 부는 어디에서 오는가
월리스 D. 와틀스 지음, 이수정 옮김 / 더스토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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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10만 부 작가만 되면 앞집 산다.", "내가 공방 차려서 벤츠 사줄게"는 우리 부부가 웃으면서 던지는 농담이다. 내가 만든 작은 자기 확언이며 무의식 중에 작업 중인 가스라이팅이다. (웃음) 되고 싶은 것을 그리고 더 자세히 그리고 촘촘히 상상하라. 우리가 성공 처세술 관련 책을 읽으면 마주하게 되는 보통의 문장이다. 1910년에 발간된 이 책은 우리가 만나는 모든 자기 계발서, 성공 처세술의 원점과 같다.


  부는 어디서 오는지 그것은 경쟁이 아닌 창조의 영역이라고 얘기하는 이 책은 더스토리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이 책의 언어는 확고하다. 기분 나쁠 정도로 자신감이 넘친다. 부를 향한 강한 열망을 얘기하는 모습에 거부감이 들기도 한다. 돈을 좋아해야 돈이 따라온다는 그런 단순한 말 이상이다. 모든 생명체는 성장하며 그것은 의무면서 당연한 것이라 한다. 부에 대한 열망은 당연한 것이면서 정당한 것이라고 말한다.


  4장 정도까지 책의 뉘앙스는 마치 물질만능주의 같았다. 기분 나쁠 정도로 물질을 탐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오해는 금방 풀렸다. 책에서 말하는 부라는 것은 단순히 '돈'에 관한 것이 아니었다. 부라는 것은 인간이 상상한 것을 실체화한 것이다. 그것을 다른 언어로 얘기하면 가치다. 가치는 사람마다 다르며 내가 강렬히 원하는 것을 받고 상대가 강렬히 원하는 것을 제공함으로써 서로 부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받는 가치보다 상대가 받을 가치가 더 크길 노력해야 한다. 


  세상엔 무한으로 존재하는 물질이 있고 인간은 그것을 부로 만들어낼 능력이 있다. 그것의 크기 또한 사람마다 다르다. 인간은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의 부에 닿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부는 동물적 욕망도 아니며 극단적 이타주의도 아니다. 나를 성장시키는 가치 그것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것이다.


  자기 계발서 중에는 종종 재산을 털어서 호화로운 생활을 해보라고 권한다. 그것이 모두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해 보는 경험을 얻는다. 때론 부자들이 사는 동네에 가서 그들의 라이프를 따라 해 본다. 그기에선 어떤 것을 얻을 수 있을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그들의 삶을 부러워해서 그런 경험을 하는 것은 아닐 거다. 그런 삶을 살기 위해선 어떤 마인드가 필요한지 알고 싶은 것이고 그래야 그것의 가치가 있다.


  어쩌면 우리들도 매일 그것을 하고 있다. 조금은 무리가 있어 보이는 도전, 저축, 생활이 조금씩 나아지는 삶을 만들어가고 있는지 모른다. 흥청망청 쓰는 것이 아니다. 부를 향한 강한 열망이다. 그런 라이프를 유지하고 싶은 강한 열망은 노력하게 만들고 꾸준함을 만들어주고 해결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게 한다. 



  사실 굉장히 극단적이면서도 확실한 방법이다. 자신의 부에 대한 열망을 잃지 않는 것은 곧 자신의 성장을 이끌게 될 것이다. '부'라는 극단적인 말을 썼지만 자신을 이끌 강력한 동기부여이기도 하다. 책에서 말하는 강한 믿음, 평범한 것들에 대한 감사함, 자기 성장을 잃지 말라는 것이 포인트다. 부는 경쟁이나 착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강한 열망과 자신을 담금질하는 노력에서 나오게 되는 것이다. 그런 노력 속에서 상대에게 가치 있는 것을 제공하려는 노력이 더해진다면 부는 자연스레 따라오게 된다.


  생애 처음으로 외제차를 샀다. 생활비를 계산해도 빠듯했다. 보수적인 투자여도 우상향 하기에 충분히 견딜만할 것 같았다. 약간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블로그를 열었다. 블로그는 하루 1 포스팅 이상을 하려고 노력했다. 자연스레 많은 책을 읽게 되고 많은 글을 쓰게 되었다. 어쩌면 중학교 때 상상했던 내 책을 가지는 일도 수년 내에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지금 당장 하는 것뿐이다. 우리는 과거와 미래, 지금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서 할 수 있는 일 따위는 없다. 존재하고 있는 지금 여기에서 할 수 있는 것뿐이다. 지금을 바라고 지금 최선을 다 해라. 이미 이룬 것처럼 상상하고 나의 가치를 제공할 방법을 찾아라. 그것은 끊임없는 내 성장을 만들 것이고 결국 부에 이르게 만들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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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에 관한 거의 모든 이야기
빌 슈트 지음, 김은영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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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이 머릿속에 있다는 걸 인지하고부터일까. 세상은 심장보다 뇌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심장 없는 뇌는 있을 수 없다. 사람들이 마음이 있었다고 믿었던 곳. 여전히 따뜻함을 가지고 있는 곳. 생명의 동력 장치. 심장에 관한 책은 그래서 흥미롭다. 동물들이 가진 다양한 심장과 그 역사에 대해 알아보는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생명마다 다른 모양과 구조를 가지고 있는 심장. 자연이 빚어낸 다양한 심장을 만나는 시간은 글담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글은 고래 심장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고래는 죽으면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것이 보통이며 뭍으로 쓸려 오더라도 대부분 부패된다. 탄탄한 근육 덕분에 죽은 고래는 풍선처럼 부풀고 결국엔 폭발한다. 그래서 고래 시체 근처에는 가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운 좋게도 차가운 바다를 가진 마을에 쓸려온 고래의 시체에는 심장이 부패하지 않았다. 그렇게 고래의 심장은 대중들 앞에 서게 된다.


  고래의 심장은 생각보다 작았다. 하지만 덩치가 큰 동물일수록 심장의 크기는 작아진다. 인간의 경우 심장의 질량은 몸무게의 0.6%에 불과하지만 가면뒤지의 경우에는 몸무게의 1.7%나 된다. 작은 동물일수록 더 많이 더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심장은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 벌새의 날갯짓이나 쥐들의 행동을 보면 금방알 수 있다. 그들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또 먹어야 한다. 반대로 남극빙어나 송장개구리 같은 경우는 심장을 아예 멈출 수도 있다. 추워지면 그 자체로 얼어버리는 송장 개구리는 냉동인간이라는 꿈을 실현시켜 줄 자연 표본일지도 모른다.


  인간의 심장은 2심 방 2 심실이지만 모든 동물들이 인간과 같은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동물들은 심장을 가지고 있다. 지렁이는 세 개의 큰 혈관이 심장의 역할을 하고 오징어는 심장이 세 개나 있다. 키다리 기린의 경우에는 심장의 역할이 이외에도 근육의 역할이 중요하다. 강함 펌프질에 혈압이 높아지는 걸 방지하는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허벅지는 제2의 심장이라는 말이 허투루 나온 말이 아니다. 발까지 온 피는 심장으로 돌아가기 위해 다리 근육의 도움을 받기 때문이다.


  물고기의 부레가 호흡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상어와 같은 물고기는 부레가 없기에 가만히 떠있을 수 없고 필요한 산소를 공급받기 위해 끊임없이 헤엄쳐야 한다고 알았는데, 그 이유가 부레에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부레를 가진 물고기는 부레를 통해서도 산소를 흡수할 수 있다고 했다.


  인간이 폐순환계를 가지고 있기에 개방순환계에 대해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자연은 역시 대부분을 가지고 있다. 조개류와 두족류, 거미 등은 개방 순환계를 가진다. 그들은 헤모글로빈이 아닌 헤모시아닌을 이용하여 산소를 운반하기 때문에 파란 피를 가진다. 헤모시아닌은 구리이온 때문에 파랗게 보이고 헤모글로빈은 철이온 때문에 붉게 보이는 것이다. 헤모글로빈은 한 번에 산소원자 4개를 운반할 수 있지만 일산화탄소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인간이 일산화탄소 중독을 특이 조심해야 하는 이유다.


  남극빙어의 피는 투명하다. 이들은 헤모글리빈을 가지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부동 단백질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남극의 기온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 이들이 충분한 산소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추운 바다에는 많은 산소가 녹아 있다는 점과 비늘이 없어 피부로도 호흡할 수 있다는 점이 있었다. 남극 빙어의 이 부동 단백질은 아이스크림이 녹았다가 다시 얼어도 맛없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것으로 쓰인다.


  책 속에서 가장 아픈 이야기는 투구개였다. 투구개는 개방순환계 생물이며 5번의 대멸종을 이겨낸 몇 안 되는 생물이다. 이들의 면역체계는 독특하다. 체내로 침입한 박테리아를 응고시켜 버린다. 그 덕분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다. 이를 인간들이 가만히 둘 리 없다. 내독소를 감지하기 위해 투구개의 혈액을 채취하기 시작했다. 매년 산란을 위해 뭍으로 올라온 투구게 대부분은 트럭에 실려 어느 공장에서 심장의 피를 채혈당한다. 드라큘라 백작도 울고 갈 정도다. 회사들은 생명에 지장 없을 정도로 채혈한다고 하지만 면역 체계인 피가 모자란 상태의 투구개가 독소 가득한 환경으로 돌아가서 살아낼 수 있을까? 인간의 잔인함에 또 한 번 혀를 내두르게 되었다.


  책은 자연의 심장 이야기와 인간의 심장의 역사를 얘기하고 있다. 인간이 심장에 대한 오해와 그것을 풀어가는 과정이 담겨 있다. 혈관에 우유나 염소 피를 수혈하는 무지를 보며 경악한 순간도 많았다. 결핵은 미인박명 병으로 인식하는 모습에서도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심장을 재생하는 물고기가 있다. 인간도 수명을 다해가는 장기를 재생하거나 교체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돼지나 원숭이 심장을 이식하려고 했던 노력은 인간 대 인간의 이식술로 완결되었지만 유전자 조작 기술을 이용한 면역 거부가 없는 인공 심장을 위한 노력도 진행형이다. 줄기 세포를 이용한 심장 성장도 마찬가지다. 인간이 장기를 교체하며 살아갈 날도 그렇게 먼 미래 같지 않아 보인다.


  심장만 덩그러니 내놓으면 흡혈귀가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모든 장기가 중요하지만 그중에서도 꼭 필요한 심장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역사. 인간의 아둔함을 넘어 잔임 함까지 얘기하는 이 책은 뇌과학 책만큼이나 읽어볼 만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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