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자료 구조와 알고리즘 - 상식으로 이해하는 자료 구조와 알고리즘!, 개정2판
제이 웬그로우 지음, 심지현 옮김 / 길벗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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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 구조라고 하면 굉장히 복잡하고 어려운 학문으로 생각할 수 있고 쉽게 시작하기에도 어려움이 있다. 그럼에도 자료 구조는 데이터가 넘쳐나는 시대에 꼭 필요한 학문이기도 하다. (물론 잘 만들어진 알고리즘을 가져다 사용해도 되지만..) 이왕 데이터를 다루기로 마음먹었다면 자료 구조를 공부해 봄이 좋다.


웹사이트를 검색하다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추천하는 책이었다.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와 함께.. 그렇게 나도 구입해서 펼치게 되었다. 최근 DB와 연동해서 무언가를 만들면서 자료 구조에 대한 나의 관심도 높아졌기 때문이기도 했다.


  수학 용어나 전문 용어가 아니라도 이해한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상식적으로 아는 게 많으면 이해가 빠른 것도 맞다.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가 있다면 더 빠르게 이해할 수 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런 카피를 납득할 수 있는 이유는 각 알고리즘에 대해서 step by step으로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조금 능숙한 사람이라면 이런 걸로 지면을 낭비하나 싶을 정도지만 정말 데이터 하나하나가 이동하는 모습을 그림으로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자료 구조에서 알고리즘의 중요성을 얘기하면서 시작하며 성능을 확인할 수 있는 빅오 표기법을 먼저 설명해 준다. 그 뒤로는 아주 기초적인 알고리즘부터 범용으로 쓰는 알고리즘까지 이어진다. 그야말로 원시적인 알고리즘에 의문으로 던지고 그것을 해결한 다음 알고리즘을 설명하는 식으로 스토리텔링을 하고 있다. 지겹다고 바로 마지막 장으로 간다면 이해가 어려울 수도 있지만 차근차근 밟아가면 조금씩 머리가 트이게 된다. 


  단지 예제 코드가 한 번은 ruby였다가 한 번은 python이었다가 했는데, 코드가 그렇게 어렵지 않아서 모두 C++로 변환해서 실습할 수 있었다. 자료 구조를 볼 정도면 어느 언어 하나쯤은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마지막 알고리즘에서는 예제로 결과를 얻기가 조금 어려워 코드를 만지작 거리면서 결국 해결했지만 잘했는지는 모르겠다.


  자료 구조에 대한 실전 예제이면서도 가볍도 알차게 구성된 책이었다. 사람들이 왜 하나 같이 추천하는지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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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모자, 여행을 떠나 시체를 만났습니다 옛날이야기 × 본격 미스터리 트릭
아오야기 아이토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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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스터리와 스릴러의 장르의 확장은 얼마나 더 이뤄질 수 있을까? 이 탐정물은 사건을 우리가 아주 잘 알고 있는 동화와 연결 지어 새로운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잔혹동화처럼 되어 있기도 하다. 동화 속에는 범죄가 있고 빨간 모자는 범죄를 해결하며 자신의 목적을 향해 나아간다.


  힘 없이 당하기만 했던 슬픈 아이들이 야망을 가지고 다시 태어나게 만든 이 소설은 한스미디어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정말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목이었다. 우리가 알고 있던 귀여움의 빨간 모자가 탐정이 되어 여행 중에 많은 사건을 해결한다는 설정 자체마저도 귀엽다. 내용도 그렇게 귀여울까? 신데렐라와 헨델과 그레텔은 살인마였다. 잠자는 숲 속의 공주가 사는 왕국은 비밀들을 간직한 사람들의 나라였고 성냥을 태우며 추위에 죽어간 성냥팔이 소녀는 야망 있는 아이였다.


  잔혹 동화를 아이들의 정서로 미화시킨 작품들은 많다.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장화홍련전>도 잔혹했던 <백설공주>도 그런 동화 중에 하나다. 이 작품은 그 과정을 거꾸로 했다. 매 장 배경이 바뀌어 다른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탐정물로 설정했기 때문에 스토리의 끊김은 없다. 동화를 모티브로 했기 때문에 스토리에 허술함이 있을 거란 너그러움으로 보았지만 사건으로 전개도 무난했고 의문이 드는 점은 없었다. 동화를 완벽하게 추리 소설로 탈바꿈하였다.


  소재가 신선했고 동화의 내용을 다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작가가 각색해 내는 부분이 신선했다. 그 소재가 유쾌한 소재는 아니지만 동화가 겹치면서 묘한 감정을 일으켰다.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빨간 모자의 추리력 또한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악당으로 등장한 마지막의 성냥팔이 소녀는 슬프게 죽어간 아이에게 플렉스(flex)할 수 있는 서사를 만들어 주어서 그 나름 동정의 마음이 간 것도 사실이다.


  범죄의 잔혹함을 비판하며 읽어야 하는데 동화 속의 주인공들의 삶이 마음속에 밟혀 측은해지는 면이 계속 생겼다. 이것이 범죄에 대한 측은한 마음이 생기는 문제로 발전할까? 아니면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것에 다가가는 것일까? 좋아하는 사람이 잘못을 하면 무슨 이유가 있겠지라고 받아들이고 싫어하는 사람이 잘못을 하면 내가 그럴 줄 알았지라고 하는 마음이 소설을 읽는 동안에도 느껴져서 참 묘한 기분이다.


  동화 속 주인공들과 범죄에 동행하기도 하고 그 범죄를 풀어가기도 하는 재미를 가지고 싶다면 이 책은 충분히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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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이 뻥 뚫리는 친구 고민 상담소
김민화 지음, 시은경 그림 / 개암나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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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인관계에 대한 기술은 어린이들 뿐 아니라 성인도 사회생활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 목적에 의해서 만나는 성인들에 비해 친구라는 존재로 사회에 적응하는 아동기에는 친구에 대한 고민은 사회성을 발달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친구에 대한 고민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한 이 책은 개암나무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건전한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경험이 쌓여야 한다. 예전에는 그런 관계를 연습할 수 있는 시기가 많았던 것 같지만 아이를 키워보니 문센(문화센터) 동기가 평생 간다라는 말이 어떤 말인지 알 것 같았다. 문화센터부터 이어지는 엄마 네트워크를 아이들은 쉽게 벗어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초등학교를 들어서니 전에 모르던 친구도 알게 되고 엄마들의 네트워크도 함께 넓어지는 것 같았다.


  책은 어린이들의 교우관계에 대해서 일문일답으로 꽤나 명쾌하게 적어놨다. 인간관계가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야라고 말하 싶은 부분도 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어른들의 인간관계였다. 그럼에도 어른들에게도 아주 유용한 답변을 하고 있었다. 


  친구는 가족이라는 경계를 넘어선 첫 번째 관계로 꽤나 특별한 위치에 있는 존재다. 그리고 내가 선택한 첫 번째 관계이기도 하다. 친구와 맺는 관계는 앞으로 사회적 활동을 하게 될 때의 토대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그 중요도는 꽤나 높고 성인의 고민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이기도 하다.


  책은 다섯 개의 챕터로 좋은 친구가 되기 위한 나의 마음가짐, 친구에게 다가가는 방법, 친해지기 위한 노력, 친구와 갈등, 우정을 지켜 나가기로 구성되어 있다. 성인의 인간관계에 대한 조언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을 보면 인간관계라는 것이 나이를 떠나서 복잡하기도 하고 근본적으로는 같은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상담 전문가인 저자가 실제 아이들의 고민을 책으로 엮어서 어렵지 않게 어린이들의 언어로 이해할 수 있는 책이었다. 어른이 읽어도 충분히 좋을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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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마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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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대 문명으로 시작하여 중세 유렵을 거쳐 나아가는 주인공 소마의 약 80여 년 정도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은 아이의 삶에서 노년의 삶까지 인생의 굴곡을 그리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면서 삶 그 자체에 돌아보고 질문한다. 


  쏘아진 화살처럼 옆에서 보면 굴곡진 인생이지만 위에서 보면 곧은 우리 삶을 생각해볼 수 있었던 이 작품은 웨일 북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아프리카 어느 작은 마을이라고 보일 듯한 한 마을에서 소마는 제사장으로 보이는 아버지를 두고 있다. 성인식을 보이는 듯한 의식으로 소마의 아버지는 활과 화살을 가져오라 한다. 소마는 누구보다 빠르게 활과 화살을 어머니에게 받아가지만 어머니는 마냥 걱정스러운 표정이다. 아버지는 넓은 들판으로 활을 쏘곤 소마에게 화살을 찾아서 돌아오라 한다. 소마는 처음으로 집을 떠나 여정을 떠나게 된다. 아버지는 올곧은 화살과 올곧은 여행자는 삶의 여정에서 길을 잃더라도 자신을 믿고 곧게 나아가면 결국엔 무사히 도착하게 될 것이라 했다.


  1장은 소설 전체가 던지는 질문과 답이 모두 들어있다. 지대넓얕을 지필 했던 저자답게 단순한 흥미보다는 철학적 질문을 계속 던지고 있다. 1장에서는 알 수 없는 어느 신에 대한 절대적 복종에 대한 선택을 종용받지만 소마는 스스로 살아가기로 결정한다. 그런 뒤 돌아온 마을은 모두 불탔고 소마는 유럽의 어느 집에서 사무엘이 되었다.


  1장과 2장의 장면 전환이 너무 심하게 되어서 사무엘로 불리는 아이가 소마일 것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마을로 돌아왔을 때의 충격으로 기억을 대부분 잃어버린 것과 이미 삶에 대한 큰 답을 얻은 듯한 해탈한 행동이 알 수 없는 불안감을 주기도 했다. 


  세상 물정 모르던 소마는 기사단에 들어가서 '고네'를 만나며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되고 자신에게 누명을 씌우려는 인물들 때문에 채찍에 독이 발린 지도 모른 채 고네의 형벌을 자신이 집행하게 된다. 그렇게 자신을 세상에 눈을 뜨게 해 주고 연모하는 마음을 품었던 '고네'의 죽음은 사무엘을 소마로 되돌려 놓았다. 그는 영웅이 되었다.


  대부분의 소설이라면 이 정도에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하겠지만 이 작품에서는 소마에게 다시 몰락을 가져다준다. 그리고 진정한 삶, 진행한 행복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만든다. 한 쏘아진 화살은 잠깐 헤매지만 결국 제 길을 찾고 가고자 하는 종착지에 도착하게 될 것이라는 소마의 아버지의 말이 생각나게 한다. 무엇을 깨달았는지 물어보는 아버지의 환영은 스토리를 다시 처음으로 돌려놓는다. 그리고 다시 한번의 삶을 원하느냐는 질문은 삶에 후회가 있는지 물어보는 것 같았다.


  첫 장에 묘사한 신의 모습. 보는 자, 듣는 자, 말하는 자, 냄새 맡는 자, 느끼는 자. 인간의 오감을 극으로 체득한 자가 신이 되지만 모두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얘기하면 시작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사랑과 부도 권력도 삶에 흘러가는 가운데 만나는 하나의 풍경이었고, 결국 오롯이 혼자만 남게 되었다. 


  굉장히 넓은 폭을 가진 이야기. 철학적인 질문을 종종 던지기도 하고 스토리 내내 이쯤이면 되었냐는 내면의 질문과 조금 더 살아보겠다는 의지. 이 삶이 네가 원하는 삶이냐고 물어보는 것 같기도 하고 너는 길을 헤매고 있으니 포기하라는 얘기이기도 했다. 소마는 아버지의 말처럼 곧은 화살이었고 헤매었지만 여정은 결국 마무리되었다.


  인생은 희노애락으로 가득 해지만 결국 홀로 살아가는 고독한 삶이다. 삶의 지속력은 결국 내면의 내가 던지는 유혹과 질문에 계속 답하는 것이다. 내 삶을 지속하는 나의 의지. 내 삶에 대한 질문의 소중함. "인생의 여정에 두고 온 것은 없는가?"를 질문하며 다시 찾으러 나설 것인지도 본인의 몫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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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킬레우스의 노래
매들린 밀러 지음, 이은선 옮김 / 이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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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자식은 아비를 훨씬 능가할 것이다. 태티서가 들은 이 예언은 제우스도 포세이돈도 태티서에게 구애를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들보다 능가하는 신이 존재하는 것은 자신의 자리가 위험하다는 얘기와 같았다. 제우스는 아비보다 훨씬 능가해도 자신에게 대항하지 못하게 인간에게 태티스를 중매했다. 그는 왕이었고 제우스의 손자 <펠레우스>였다. 그럼에도 아킬레우스는 <최고의 전사>라는 예언을 받게 된다.


  브로맨스를 넘어 퀴어에 가까운 아킬레우스와 파트로클로스의 이야기는 이봄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태어날 때부터 최고의 전사라는 예언을 받은 아킬레우스와 모든 것이 모자라 보였던 파트로클로스. 그들의 인연은 파트로클로스가 자신을 괴롭히는 귀족을 밀쳐 본의 아니게 살인을 저질러 추방당해 펠리우스의 나라로 오게 되면서 시작된다.


  왕자는 동무를 지정해야 하는데 모든 사람에게 동경의 눈길을 받던 아킬레우스는 파트로클로스를 동무로 정하게 된다. 그들은 함께 지내며 죽을 때까지 그리고 죽고 나서도 늘 함께 였다. 둘은 정반대의 성격이었지만 서로가 서로를 보완하는 관계에 있었고 그렇게 서로를 채워주고 있었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서 아킬레우스는 자신의 명예와 자존심 때문에 그리스가 모두 죽임을 당해 갈 때도 전장에 나서지 않았지만 파트로클로스의 죽음을 접한 뒤로 광전사처럼 전장을 누볐다고 했다. 그런 이유에 대해서 자세히 기록되지 않았지만 이후 둘의 관계에 사랑이 있었다는 해석이 있었고 파트로클로스는 <사랑받는 자>라는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작가는 그 점을 파고들어 대학살의 주체였던 아킬레우스에게 서사를 만들어주고 있었다.


  왜 예언은 바뀌지 않는 것일까? 그런 사실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자신의 운명으로부터 처절하게 벗어나고자 했던 아킬레우스와 파트로클로스. 그들이 운명에 가까워져 가면서도 도망치려 했던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다. 케이론에게 배움을 받을 때의 모습은 천진난만했고 태티스의 명령으로 어쩔 수 없이 정사를 치른 후의 아킬레우스와 파트로클로스 사이의 감정의 선의 묘사도 좋았다. 전장에서 죽음에 대해 경험해버린 아킬레우스가 명예에 집착하는 모습에 대비해 케이론에게 배운 의술로 명성을 얻어가고 있는 파트로클로스의 미묘한 교차점. 그리고 아킬레우스의 명예를 위해 목숨을 던진 파트로클로스와 그의 죽음에 광분한 아킬레우스. 처절하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브로맨스에서 나올 수 있다니 감탄하면서도 생경한 마음도 들었다.


  죽어서까지 대학살의 장본인 아킬레우스로 남겨지지 않길 바랬던 파트로클로스는 사람들에게 그의 다른 면도 기억해 주길 바랐다. 그것이야 말로 진정한 명예였다. 최고의 전사는 단순히 전투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작가도 그런 파트로클로스에게 탄복했는지 아킬레우스에게 이렇게 긴 서사를 만들어 주었다. 일리아스를 아직 읽어보지 않았지만 위키백과만 보더라도 그의 능력에 대해서만 논하고 있다. 작가는 분명 파트로클로스의 소원을 들어주고 있다.


  두 사람은 상호보완 관계일 수도 있고 한 사람의 내면에 존재하는 두 개의 마음일 수도 있다. 후반부에 들어 두 사람의 이야기를 읽으니 <바람의 검심>의 켄신과 토모에가 생각났다. 한 사람은 검이었고 한 사람은 검집이었다. 아킬레우스는 무자비하게 휘두르는 검이었다면 파트로클로스는 검에게 명예를 안겨줄 수 있는 검집이었던 것이다. 켄신이 살생을 위한 칼부림에서 대의를 위한 칼부림으로 바꾼 것도 대의를 이룬 후 속죄의 삶을 살아간 것도 모두 검집의 역할을 했던 토모에의 역할이었다. 이 책에서 토모에는 파트로클로스였다.


  아킬레우스의 위대함을 얘기할 것 같았던 작품이었지만 감동은 파트로클로스에게 받게 된다. 두 인물은 방황하고 고뇌하는 시간이 달랐다. 어린 시절에는 특유의 밝음과 긍정적인 에너지로 아킬레우스가 파트로클로스를 이끌었다면 트로이 전쟁에서는 파트로클로스가 아킬레우스의 광기를 안았다. 남자들 사이의 사랑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두 인물이 서로 의지하고 배려하고 희생하는 모습에서 오는 감동이 너무 컸다. 저자는 아킬레우스 같이 능력 위주로 인간만을 요구하는 현대 사회에 파트로클로스 같은 인간도 필요하다고 얘기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작품 역시 <키르케>와 마찬가지로 단편의 조각으로 긴 서사를 만들어준 작가의 노력에 감탄을 받는 좋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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