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학이 중요하다 - 세계는 지리로 작동한다
알렉산더 머피 지음, 김이재 옮김 / 김영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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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국은 지도의 획득으로 점차 세력을 확장해 나갔고 그 속에서 또한 많은 부가 획득되기도 했지만 약탈과 같은 부조리도 많았다. 지리학은 개개인의 삶 속에서도 중요했지만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학문이었다. 기술이 발달하고 세계가 이어져 있다시피 한 지금의 시대. 지리학은 지도를 보고 나라와 도시를 외우는 단편적인 학문으로 치부되기 십상이다. 하지만 여전히 고립되어 있는 사람들이 전체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더 거시적인 안목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기르기 위해서는 지리학이 필요하다.

  현시점에서 지리는 왜 중요한지를 얘기하는 이 책은 김영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현대에 문해력이 부족하다는 얘기는 자주 언급되곤 한다. 이 문해력은 지리학에서도 발생한다. 소위 '지리 문맹'이라고 불리는 이것은 지도를 단순히 2차원적인 그림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현대의 지도는 실생활에 사용하기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자세하다. 우리는 내비게이션으로 목적지를 찾고 구글어스로 세상을 들여다 보기도 한다. 지구가 하나의 나라이고 우주가 하나의 이웃이 되어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내비게이션으로 이동하던 사람이 불어난 강물에 휩쓸려 가기도 하고, 경로 추천을 받은 사람은 폭풍우가 몰아지는 파도에 삼켜지곤 했다. 우리에게 노출되는 지리의 정보는 일반적이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일반적이지 않다.

  지리학은 '어떤 현상이 어디에서 발생한가?'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왜 그곳에서 발생했고, 그것이 어떤 의미 지를 지는가?'를 지속적으로 질문하는 학문이다. 공간적인 배치와 변이가 어떤 상호 연결성을 갖는지를 탐구하는 학문이다. 현상은 공간에 따라 달라진다. 장소에 기반한 환경, 사회, 인간-환경을 둘러싼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이런 현상이 어디에서 발생했는지에 주목한다. 

  최근에 소위 전문가, 인플루언서, 정치인들은 단편적인 부분을 인용하며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알래스카의 빙하는 녹기도 다시 생성되기도 하는데 이를 생성되는 부분만 떼어내어 지구온난화는 걱정 없다는 식의 반박은 잘못되었다. 이런 잘못된 해석에 대해 휩쓸리지 않으려면 지리적 문해력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지리를 공부한다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현대의 문제는 세계적인 문제다. 중국이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이 된 것은 선진국들이 제조업이나 유해한 물질이 나오는 산업을 모두 중국에 몰어줬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탄소세라는 것을 탄소 방출이 아닌 수입하는 제품을 생산할 때 나오는 탄소까지 합산해서 계산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 그것이다. 

  정치적인 문제도 마찬가지다. 지금의 시대 단일 민족을 이루는 국가는 없다. '민족 국가'라는 단어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종교 또한 마찬가지다. 여러 종교가 섞여 있기도 하고 같은 종교 내에서도 모두 과격하거나 온순하지 않다. 하나의 장소에서 일어나는 일은 결국 단순하지 않고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나비효과라는 우리가 아주 잘 아는 사실이 있다. 나비의 날갯짓이 엄청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세상은 그만큼 서로 얽혀 있다. 모든 현상은 지구적인 관점에서 살펴보아야 하면서도 지역적으로도 살펴보아야 한다. 최근에 문제를 인식하는 것은 단일 학문으로 풀어나갈 수 없다. 자연과학, 사회과학, 인문학 등 여러 학문이 통합해서 접근한다. 같은 숲이라도 서식하는 식생의 조합이 정말 다르고 그것에 미치는 환경이 또한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예측 모델로 실제 일어나는 일을 포착할 수 있다는 믿음은 대단한 착각인 것이다.

  지리 교육은 단순히 땅에 대한 공부가 아니라 세상에 대한 공부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나의 지역을 넘어 선 상대에 대한 상호 이해를 증진시킬 수 있다. 이것은 다른 곳에서 사는 사람의 시각을 통해 세상을 보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닫게 할 수 있다. 다른 장소와 다른 사람에 대한 오해와 비난을 멈출 수 있는 시작이 될 수 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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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1 - 문지원 대본집
문지원 지음 / 김영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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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권의 즐거움을 이어 2권을 그대로 이어 읽었다. 2권은 9화에서부터 16화의 내용이 들어 있었고, 로펌에 어느 정도 적응한 우영우의 얘기보다는 사건과 우영우의 태성에 대한 얘기에 집중이 되었다. 조금 더 극적으로 치다를 수 있는 사건이었지만 좋은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어 자연스럽고 기분 좋게 마무리되었다.

  영우와 준호와의 좀처럼 진행되지 않는 연애가 한참을 돌아 제자리 돌아가려는 명석 그리고 우영우의 가족의 이야기를 구성된 이 작품은 김영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2권에서는 사회적 문제에 조금 더 집중하는 편이었다. 어린이들이 놀이에서 배제되고 학원에서 갇혀 살아가는 모습, 자폐증 환자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 그리고 여성 차별 문제를 다루고 있었다. 

하나! 어린이는 지금 당장 놀아야 한다!둘! 어린이는 지금 당장 건강해야 한다!셋! 어린이는 지금 당장 행복해야 한다.

  어린이 해방 운동을 위해서 이름까지 방귀뽕으로 개명한 학원 원장의 아들의 투쟁이 조금 억지스러우면서도 너무 감동적이었다. 자신의 신념을 대해 굳건할 뿐 아니라 그런 방귀뽕의 범죄를 사상의 문제로 해석해주는 우영우의 말이 좋았다. 법정에서 애들과 함께 선언을 낭독하던 그 순간은 괜한 감동이 찡함을 남겼다.

  그래도 2권의 백미는 준호와 영우의 연애였다. 쉽지 않은 사랑이었기에 작품 전체에 걸쳐 있는 둘의 마음은 흔들렸다 굳었다를 반복했다. 가볍게 만나고 헤어지고 할 수 있는 가벼운 문제가 아니었기에 작가도 감독도 신중을 기했던 것 같다. 서로 자른 입장의 이해가 필요했기 때문에 점점 이해하고 사랑에 다아선 둘의 모습은 너무 좋았다.

저와 하는 사랑은... 어렵습니다.

  그래도 나는 명석이 사랑에 다시 돌아가는 모습이 좋았다. 너무 외로워서 이혼을 했다는 지수. 그것을 너무 늦게 깨달은 명석의 후회와 도전은 계속 응원하게 만들었다. 일에 적응해 버리는 몸과 마음에서 벗어나 동반자를 다시 찾아가는 그 마음은 어떤 마음인지 알 것 같은 기분도 계속 들었다. 아마 명석이 바르고 능력 있고 좋은 사람이어서 그랬던 것 같다.

  자신에게는 좋은 엄마는 아니었지만 동생에게는 좋은 엄마로 남아 달라는 말을 태수미가 순순히 받아 들렸다는 사실은 마지막까지 악역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버리고 해피엔딩을 만드는 마무리였다. 모든 것들을 갈무리해서 마무리한다는 것은 이 작품이 좋은 작품임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드라마만큼 좋았던 대본집. 물론 박은빈의 연기가 글자를 살려 완벽한 드라마로 만들어 냈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천천히 읽는 드라마 같은 기분으로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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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1 - 문지원 대본집
문지원 지음 / 김영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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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얼마 전까지 '우 to the 영 to the 우'를 외치며 dab 동작을 하던 것이 유행이었다. 천재 자페 스펙트럼 환자는 우영우의 활약상을 얘기하는 이 드라마는 자폐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너무 미화되었다는 반발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자폐는 예비 범죄자로 인식되어 가지는 지금의 상황에서 인식 개선을 위에 나쁜 방향은 아녔다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한다.

  장애인을 인식하는 사회의 태도와 독립해 가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이 대본집은 김영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일본에서 소뇌척수변성증을 겪은 키토 아야가 수기로 남긴 <1리터의 눈물>은 화제가 되어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다. 그때 어머니의 바람은 좋은 남자 친구가 있는 설정이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이 병 또한 드라마에서 미화된 점이 있었지만 희귀병을 세상에 알린 계기가 되기도 했다.

  우리가 이 드라마에 열광하게 되는 것은 비단 뛰어난 연기와 연출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자페 스펙트럼 중에서도 특이 케이스를 가져왔지만 병에 대한 얘기와 변호사들이 볼 때에도 바람직한 판례들은 분명 기초가 탄탄한 이야기의 힘이 아닐까 싶었다. 

  스토리는 우리가 너무 잘 아는 얘기라 굳이 살필 필요가 있을 정도다. 수제였던 아빠와 엄마 사이에서 태어나 천재성을 가진 자페 아이. 그것은 모든 스토리의 시작이었다. 스스로 헤쳐나가는 것이 아니라 아빠의 인맥으로 특정 위치까지 올려 둔 배경 또한 현실과 크게 괴리는 없었다. SF소설에서 만나게 되는 천재 자폐인들의 한 편이 드라마 속에 들어왔다니 반갑기도 했다. (불론 현실에서 장애를 겪고 있거나 주위에 그런 경우가 있는 힘겨움의 크기를 가늠할 수 없겠지만)

  대본집이라 정말 빠르게 읽어나갈 수 있었고, 드라마를 정주행 하지 못해 짧은 영상만 본 나에게도 중간중간 이미지가 맞춰져서 즐거웠다. 그리고 1권에서는 두 부분이 너무 좋았다.

만약에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 결혼식을 한다면, 동시입장을 하겠습니다.아버지가 배우자에게 절 넘겨주는 게 아니라 제가 어른으로서 결혼하는 거니까요.

이 부분은 너무 좋아서 나중에 딸이 자라 결혼을 하게 된다면, 그냥 동시 입장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좌절해야 한다면 저 혼자서, 오롯이 좌절하고 싶습니다.저는 어른이잖아요.

이것은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이 아닐까. 최근에는 아이들을 부모가 너무 보호하며 키워서 독립성이 약해지는 경우가 많다.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에게 의지하고 사는 삶을 사는 이들도 부지기수다. 스스로 도전하고 좌절하고 다시 일어서는 것은 본인의 몫이다. 부모는 그 모습을 지긋이 바라봐줘야 한다.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말이었다.

  드라마를 미리 봤지만 8화까지 대본을 싣고 있는 1권에서는 아버지의 사랑, 정명석 변호사 같은 멘토, 든든한 친구 동그라미, 봄날의 햇살 같은 최수연 그리고 빠질 수 없는 러브라인 이준호의 조화가 좋았다. 질투는 있되 악역은 없었고 판례는 훌륭했고, 로맨스에 치우지지 않아서 좋았다. 우영우라는 캐릭터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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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뮤지컬 - 전율의 기억, 명작 뮤지컬 속 명언 방구석 시리즈 1
이서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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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을 처음 보게 된 건 <클레오파트라>였다. 아내와의 훌륭한 데이터를 위해 나름 VIP석에서 관람했다. 당시에도 지금도 영화에 그렇게 취미가 없던 나는 <시카고>, <캣츠>등을 보러 다녔던 아내에 비하지 않더라도 그야말로 입문자였다. 공연이 시작되고 세트가 움직일 때까지만 해도 별 감흥이 없었지만 주연을 맡았던 김선경의 첫 소절을 듣자마자 소름이 돋았다. 사람들이 왜 라이브를 보러 그렇게 큰돈을 주고 오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지방에서 뮤지컬을 접하기란 쉽지 않다. 덕분에 티켓 경쟁도 심하다. 그 뒤로 인연이 닿은 작품은 <노트르담 드 파리>였다.

  대중들에게 익히 알려져 있는 30편의 뮤지컬. 그것들의 줄거리와 주요 가사들을 담은 이 책은 리텍콘텐츠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책 속에는 익히 들은 뮤지컬들이 자주 등장하고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것들이 많기 때문에 익숙한 내용들이었다. 시작부터 <노트르담 드 파리>인 것이 익숙하기도 해서 친근한 마음도 들었다. 그 뒤로도 너무나 유명한 작품들이 이어진다. 펜데믹 전에 공연하던 유명했던 작품들은 대부분 실려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명성황후는 없었지만.. 지금도 엄청 많은 뮤지컬은 공연 중이다.)

  좋았던 만큼 아쉬움이 큰 것도 사실이다. 우선 하나하나에 대한 설명이 빈약하다. 줄거리를 적고 노랫말을 발췌한 것이 대부분의 구성이기 때문이다. 공연 전에 받아보는 시놉시스보다 빈약한 느낌이다. (이미지가 없기 때문에, QR코드로 보완하지만,) 방구석에서 뮤지컬의 감동을 느끼려면 아무래도 세세한 부분을 캐취 하고 설명하고 추가적인 에피소드가 가미될 것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대부분 작품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제공해주는데 이 책은 그런 면에서 많이 아쉬웠다.

  아마 뮤지컬을 충분히 즐긴 사람들에게 그날의 감동을 되살아나게 하는 힘은 있을지 모르겠으나, 뮤지컬을 즐기지 못한 사람에게는 하나의 안내서 정도의 역할만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다. 작품 수를 줄이고 중간중간 눈으로만 즐겼을 때 놓치기 쉬운 '복선'이나 특별한 의미의 오브젝트, 클리셰 등을 곁들어 주었으면 어땠을까 싶었다. 클래식을 설명할 때 작품의 배경 작곡자의 상황 등을 들려주는 것처럼 말이다.

  이제는 공연이 활발해지기 시작하고 있다. 뮤지컬의 매력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어떤 작품을 볼까 고민된다면 이 책에 설명된 작품을 둘러보며 고르면 좋지 않을까? 충분히 좋은 작품들로만 구성되어 있기에, 선택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매 장마다 QR코드로 안내된 링크를 살펴보면 뮤지컬을 가볍게 맛볼 수 있다. 걱정 없이 라이브의 전율을 느낄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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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 국선변호사, 세상과 사람을 보다
정혜진 지음 / 미래의창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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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스쿨은 노무현 대통령이 만든 제도다. 부자들을 위한 음서제다 뭐다 말이 많지만 생각보다 장학금 제도도 잘 되어 있는 것 같다. 산속에서 몇 년을 공부해 고시에 합격하던 시대는 지나서 사시 또한 고시촌에서 이뤄진다. 둘 다 돈이 필요함은 어쩔 수 없다. 그럼에도 사회로 배출되는 법조인이 많아지면 가난한 사람도 조금 더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당직처럼 돌아가며 서던 국선 변호사는 이제는 하나의 직업이 되기도 했다. 국선 변호사는 변호사를 구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제도이기도 하다. (물론 개선점도 필요하지만.)

  한 명의 국선 변호사가 뉴스에는 다뤄지지도 않을 법한 생활 밀착형 범죄들을 변호하며 느낀 기억과 감정을 공유하는 이 작품은 미래의 창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온통 뉴스에 도배되는 사건들은 우리 삶으로 비춰보면 그렇게 흔한 일은 아니다. 나라에 큰 도둑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매일 뉴스를 채울 정도로) 서민들의 팍팍한 삶에서 일어나는 생계형 범죄들은 얼마나 많을까 상상이 되질 않는다. 검사들은 정치부나 경제 사범을 잡는 특수통들만 승진하고 형사 사건 검사들은 수많은 사건들을 떠맡으면서도 대우를 받지 못한다. 명예라는 것이 평등할 거라는 착각을 하지 말라던 얘기가 떠오른다.

  국선 변호사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이 이야기들은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정말 빙산의 일각일지도 모른다.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질러 아무도 변호를 맡고 싶지 않을 때 마지못해 해 주는 것이 국선 변호사라는 이미지가 있지만 사실 돈의 문제가 더 크다. 변호사 선임은 적으도 몇 백이 든다. 일반인들은 감당하기 힘든 금액이다. 생계형 범죄나 탈선 등은 사회적 약자들이 더 많이 노출되는 환경이고 그들에게는 변호사가 필요한 것이다. 물론 돈이 많음에도 국선 변호사를 선호하기도 한다. 단진, 변호사비를 아끼고 싶은 마음도 있을 터이고, 거드름 부리고 싶은 사람도 분명 있었다. 이 점은 분명 개선이 필요한 제도임을 알 수 있었다. 

  국선 변호사는 변호사에게도 좋은 점이 있었다. 수임료를 받는 것이 아니라 피의자의 눈치를 보질 않고 사건 그 자체를 바라볼 수 있고 주체적으로 사건을 대할 수 있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무죄 판결을 많이 받아낼수록 자신의 커리어도 쌓을 수 있고 여러 법정에서 경험을 쌓을 수도 있다.

  책 속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모두 자신만의 사정이 있었고 그것은 개인만의 것이 아닌 경우도 많았다. 사회가 인간을 범죄자로 몰고갈 수 있음을 또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생계가 급박해서 재판받는 것마저 어려운 경우도 많았다. 가끔은 피의자들에게서 깨달음을 얻는 경우도 있었고 반대로 배려라고는 전혀 모르는 정말 진상 고객도 있었다.

   국선 변호사로서 일을 하면서 생긴 자신의 오만과 실수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적었다. 실수는 누구나 하는 것이지만 후회만 해서는 바뀌질 않는다. 저자는 반성을 하고 개선하려고 했다. 책에서 인용된 독일 어느 학자의 이야기는 인상 깊었다. 사례 문제를 풀 때 법적 사고방식을 체계적으로 동원해 결론에 도달한 후에는 그 결론이 정의의 관점에서 수긍할 만한 것인지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쉽게 얘기하자면 "우리 할머니는 이 결론에 대해 뭐라 하실까?"라는 질문을 던진다는 것이다. 일반인에게도 상식적인가. 지금의 판결들을 보면 지극히 상식적이지 못한 것이 너무 많지만 적어도 그런 질문은 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이 단지 피하기 위한 용도가 아니라면 말이다.

  몇 해전 AI 법률 조문 서비스가 시작되었다. 모든 판례를 AI가 찾아준다. 그럼에도 변호사가 필요한 사건들은 여전히 필요하다. 법전을 외우고 판례를 찾는 기계를 벗어나 정의를 고려하지 못한다면 법조인의 자리도 AI에게 내어줘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단순히 잘 외우는 것은 컴퓨터가 우리와 비교할 수 없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매번 읽는 법조인들의 글이 따뜻한 법조인들의 글이라서 아직은 그래도 희망이 있나? 그런 생각이 든다. 돈과 권력을 쫓는 법조인보다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법조인이 더 인정받는 사회가 꼭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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