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을 왜 자연에서 찾는가? - 사실과 당위에 관한 철학적 인간학
로레인 대스턴 지음, 이지혜.홍성욱 옮김 / 김영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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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고 보니 오해가 있었다. '도덕을 왜 자연에서 찾는가?'라는 질문은 '왜 자연에서 찾지?'라는 대답을 해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굉장히 복잡하면서도 의외로 명확한 규칙을 보여주는 자연은 우리에겐 무한 신뢰의 대상이며 굳이 증명하지 않아도 지속적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나 또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의 제목은 또 다른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을 책의 말미에 이르러서야 알게 되었다. 인간의 도덕을 왜 자연에서 찾느냐? 왜 자연의 당위성을 인간의 규범에 빗대어 권력을 양산하려 하느냐? 의 질문과 답으로 이어졌다.


  자연에 대해 제대로 이해도 하지 못하면서 티클만큼의 사실을 가지고 인간을 족쇄에 옭아매는 규범에 대해 비판하는 이 책은 김영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칸트는 인간의 이성은 인간만의 것이라고 했다. 우리가 말하는 이성은 인간의 특정한 성질의 상징일 뿐 이성적인 존재 그 자체를 대표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어떤 철학자는 소의 이성을 알 수 있다면 그들의 신은 소의 형태를 띠고 있을 거라 했다. 외계 생명체를 모두 인간의 형상으로 상상하는 것 또한 어떻게 보면 인간의 이성에 기반한 것이다. 우주에 '이성'이라는 것은 존재하겠지만 인간으로만 대표될 수는 없다는 게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자연은 무엇인가? 자연은 굉장히 넓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자연은 존재들의 본질 그 자체라고 얘기할 수 있다. 자연이 가져다주는 의미는 시대와 맥락 그리고 위치에 따라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다. 이렇다는 것은 자연은 그 자체로 무엇으로든지 해석이 가능하다는 얘기가 된다. 그렇기에 철학자들은 자연에 어떠한 가치도 없다고 주장해왔다. 자연은 단순한 사실인 것이다. 그 '사실'은 '당위'가 필요한 인간 행위의 강요나 투영을 받아들일 뿐이라는 것이다.


  "개미처럼 일해야지"

  "꿀벌처럼 협력해야 해"

  "동성혼은 자연의 섭리에 어긋나"


  더 나아가는 우생학이나 사회진화론에까지 퍼져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생명체는 야생적이며 적응한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것은 자연의 사실에 인간의 도덕을 투영한 결과다. 하지만 개미라고 모두 열심히 일하는 것도 아니며 자웅동체나 암컷끼리 교배를 진행하는 도마뱀을 보더라도 우리가 얼마나 좁은 식견으로 '당위'를 만들어내는지 알 수 있다. 


  자연의 질서에서 특징적인 형태를 정의하고 이를 훼손하는 괴물, 불균형, 비결정주의 정을 배격해 왔다. 자연의 질서에 대한 이런 부자연스러움들은 공포, 두려움, 경이로움과 같은 반응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질서 그 자체도 악몽이 될 수 있지만 과도한 질서조차 무질서 앞에서는 무색하다. 끝없는 내전은 독재보다 더 큰 재앙으로 느끼는 것처럼. 


  사람이 질서를 원하는 것은 과거를 비추어 미래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인간 사회의 '규범'이며 이것은 공동체를 함축한다. 더 중요하게는 미래로 뻗어나가는 시간적 지평선을 암시하는 것이다. 규범은 내일도 유지될 것이라는 믿음을 보장하기에 충분한 질서가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왜 인간의 질서는 자연의 질서에 호소해야만 하는 것일까? 그것은 인간이 항상 자연을 모방해 왔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자연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고 이용할 수 있고 그래서 친숙하다. 자연에는 수많은 질서가 존재하기 때문에 인간이 상상하는 질서는 모두 자연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규범은 질서를 요구하고 자연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질서의 예시를 가지고 있다. 


  반대로 생각하면 서로 상이한 규범이라고 할지라도 자연에는 존재하는 것이다. 하나의 규범이 자연을 인용해 '당위'를 얻어내려고 한다면 그 반대의 규범 또한 자연을 인용해 '당위'를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 된다. 자연에 빗댄 규범이 사람들을 압도할지 몰라도 자연에 빗대는 순간 그 당위성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인간의 일은 인간이 끈질기게 토론하며 만들어 가야 하는 게 아닐까. 자연의 사실로 상대를 압도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가장 좋은 규범을 만들어 내는 것. 다르게 얘기하면 무수히 많은 자연의 질서 중에서 인간에 맞는 질서를 찾아내는 것 그것은 인간의 일이지 자연의 일이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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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3줄 영어 일기 - 조금씩, 매일, 계속! 영어가 일취월장하는 3대 습관 자기계발은 외국어다 1
ALC 편집부 지음, 정은희 옮김 / 한빛비즈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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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어를 연습하는 좋은 방법은 꾸준함이다. 우리는 외국어에 노출될 상황을 만들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쉽지 않다. 자기 전에 혹은 일어나서 영어 일기를 쓴다면 정말 좋은 노출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영어로 된 여러 가지 질문과 예제 문장을 제공하는 이 다이어리는 한빛비즈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영어를 늘리기 위해 단순히 읽고 필사하는 것도 좋지만 자기만의 문장을 만들어 보는 것은 많은 도움이 된다. 고민한 문장은 기억 속에 오래 남기 때문이다. 게다가 매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책은 단순히 일기를 위한 책은 아니다. 영어로 된 여러 질문을 하고 있다. 일상적인 질문부터 재밌는 문장까지 다양하다. 하루에 딱 한 페이지 3 문장을 완성하면 되기에 부담스럽지 않다. 꾸준히 하다 보면 자연스레 실력이 쌓인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점점 쌓이는 실력은 어느새 부쩍 성장해 있다.

  딸아이는 이 책으로 일기를 시작했다. 새로운 도전을 좋아하는 (하지만 진득이 잘 못하는) 딸아이에게 딱 맞는 책이 아닌가 싶다. 예제 문장을 따라 해 보며 자신의 단어를 넣어 문장을 만들어보기도 하고 자신의 문장을 넣어 보기도 한다. 예문의 단어는 새로운 어휘를 제공하며 하루 분량의 암기를 제공하기도 한다.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가볍고 꾸준히 할 수 있는, 영어와 가까워질 수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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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 행동의 심리학 (리커버 특별판) - 말보다 정직한 7가지 몸의 단서
조 내버로.마빈 칼린스 지음, 박정길 옮김 / 리더스북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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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년간 FBI에 근문하며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한 저자는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며 그들이 몸으로 드러내는 감정을 캐치했다. 그는 상황에 따라 나타나는 행동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고 여러 연구에 의해서 그의 주장의 근거는 뒷받침되었다. 우리는 상대에게 말하지 않아도 그의 행동과 분위기를 보면 어떤 상황인지 짐작할 수 있다. '눈치'라고 얘기하는 이 능력은 상대를 관찰하는 능력에 좌우된다. 나 밖에 모르는 사람은 눈치도 배려도 있을 수 없다. 타인에 대한 관찰은 오랜 시간 연습하면 자연스러워진다. 


  사람의 행동이 주는 메시지를 담은 이 책은 웅진 지식 하우스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사람의 소통에는 두 가지가 있다. 언어를 이용하여 직접 소통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행동으로 얘기하는 비 커뮤니케이션이 있다. 언어는 인간이 가진 아주 고등한 영역으로 뇌의 '신피질'에서 일어난다. 고도로 이성적인 이 영역은 인간이 컨트롤 가능하여 그것만으로는 상대를 알아채긴 쉽지 않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줄곧 거짓말을 했기 때문에 너무나 능숙하게 거짓말을 하기 때문이다. 나는 거짓말을 한 적이 없는데?라고 생각하지만 우리에겐 사회적 적응을 위한 거짓말을 지속적으로 해 왔다. 매너와 예의라는 것을 지키기 위해 수많은 '~척'을 해야 만 했다. 거짓말은 사람이 사회를 이뤄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술인 것이다. 


  하지만 동물의 뇌라고 할 수 있는 변연계는 그야말로 본능을 표현한다. 변연계는 무의식 중에 많은 정보를 외부로 흘린다. 그것을 관찰하고 잡아내는 것은 상대를 파악하는데 아주 중요한 일이 된다. 인간이 외부로 표현할 수 있는 부위는 크게 얼굴, 팔, 손, 다리, 몸통 등이 있다. 싫은 상황이 되면 얼굴이 찡그려지게 되고 놀라운 일은 동공이 커진다. 보고 싶지 않으면 눈을 가리고 싫은 것은 몸에서 멀리 두고 싶어 한다. 이 모든 것은 우리가 외부로 표현하는 무의식적인 언어가 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언어들도 개인별로 차이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평상시 모습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평상시 모습을 잘 파악해 두면 그들의 변화된 모습을 캐취 할 수 있다. 그리고 관찰을 할 때에는 자연스럽게 할 필요가 있다. 관찰당한다는 것을 의식하면 그들은 그들의 행동을 숨길 수 있기 때문이다. 관찰력을 지속적으로 연습하다 보면 보다 자연스럽게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 책과는 별개로 이 행동의 심리학을 거꾸로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는 '웃음 치료'에서 알 수 있듯 우리 뇌는 행동에 영향을 받기도 한다. 의도적으로 웃으면 뇌는 행복해진다. 역시 마찬가지로 발표 전에 가슴을 오픈하고 편안한 자세를 취하고 있으면 심리적으로 안정이 된다. 회의 시간에 허리춤에 손을 올리는 행동으로 자신감을 표출할 수 있다. 양손으로 탁자를 짚음으로써 강력한 주장을 표출하기도 한다. 행동을 보고 심리를 파악할 수 있지만 행동을 통해서 나를 컨트롤할 수도 있다.


  이 책은 막연한 행동 심리를 설명하는 책이 아니라 행동 하나하나를 예를 들어가며 어떤 행동과 심리를 설명한다. 그리고 하나의 행동에 대한 중복적인 의미가 존재할 수 있음도 설명하기도 한다. FBI라서 범죄 행동을 기대했지만 내용은 일상에서 자주 만나는 행동들에 대해 얘기한다. 상대를 설득하기 위한 히틀러의 손의 사용에 대한 부단한 연습에서 볼 수 있듯 사람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에는 이런 행동의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상대를 이해하기 위해, 나의 심리를 조정하기 위해 그리고 프레젠테이션이나 연설과 같이 상대를 설득시키기 위해 우리는 행동에 대해 알아둘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좋은 길라잡이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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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전략을 위한 AI 인사이트
이호수 지음 / 한빛비즈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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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세돌 9단을 이긴 딥마인드의 알파고의 등장으로 딥러닝은 AI와 동일시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인간이 AI에게 완패했다는 사실은 사람들을 충격에 몰아넣기 충분했고 그 와중에서도 한판을 이긴 이세돌 9단은 그야말로 감동의 드라마를 남겼다. 그해를 넘기곤 아무도 알파고에게 이길 수 없었다. 프로 기사마저 3점을 뒤진다고 말할 정도다. 알파고의 등장으로 바둑 기보는 승리를 위한 잔인함만 남았고 바둑판의 미학은 사라졌다. 일부 기사들은 회의감을 보이며 씁쓸히 퇴장했다. 지금은 AI를 하지 않으면 큰일 날 것 같은 분위기다. 초지능은 곧 다다를 것 같이 광고한다. 하지만 AI겨울은 늘 여름 뒤에 다가왔다. 지금의 AI를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AI가 왜 당신의 사업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는지도 알아야 한다.


  AI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비즈니스에 AI를 도입할 때 어떤 시각으로 접근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이 책은 한빛비즈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AI는 이제 트렌디하며 소위 대세가 되었지만 70여 년을 이어온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인간의 뇌를 정확하게 알기 전부터 인간은 인간을 흉내 내는 기계를 만들 수 있다고 믿었다. 인간의 뇌가 하는 행동을 모방하면 분명 그 결과는 뚜렷해 보였다. 초기 AI를 연구하던 사람들의 형태는 이와 비슷했다. 하지만 인간은 그렇게 단순하게 동작하지 않는다. 마빈 민스키가 말한 AI에 대한 역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인간에게 어려운 일이 AI에게 쉽고, 인간에게 쉬운 일은 AI에게 어렵다.

  AI는 인간이 할 수 없을 것 같은 복잡한 일을 빠른 시간에 정확하게 처리해 준다. 반대로 일어서고 말하고 걷고 하는 유아기의 인간의 능력에 대해서는 너무 어려워한다. AI가 인간보다 높은 지능을 가질 거라는 주장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 AI는 이제 걸음마를 떼었을 뿐이다. 몇몇 분야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지만 그것은 인간의 지능에 비해 아주 좁은 능력이다. 알파고는 바둑판을 벗어나면 무지하다. 많은 AI들이 그렇다. 아주 한정된 영역에서 최고의 스킬을 구사하는 그들은 정말 하나밖에 모르는 바보다.


  AI학회는 존 매카시가 주관한 포럼에서 출발한다. 그들은 AI라는 용어를 만들었는데, 범용 의사소통 학문인 '사이버네틱스'와 구별하기 위함이었다. 선구자답게 그는 가장 큰 족적을 남겼으며, LISP라는 최초의 프로그래밍 언어도 만들었다. 여기서 앨런 튜닝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AI의 아버지라고 불리며 '튜닝 테스트'라는 기계 지능 테스트를 진행하였다. 이 또한 허점이 있다. 그럼에도 이를 통과한 AI는 유진 구스트만이 유일한 것 같다. (그는 화제 전환에 딴 소리로 대처하였다.)


  새로운 기술은 많은 사람의 호응 속에 발전한다. 지금의 빅 테크 기업들의 주가가 뚜렷한 실적이 없음에도 고공행진을 하는 것은 미래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하지만 일정 기간 동안 결과를 내보이지 못하면 세상의 관심은 싸늘하게 식는다. AI 또한 그런 시대를 거쳐왔다. 이를 'AI 겨울'이라고 한다. AI 연구가들은 계속해서 눈앞의 복잡한 문제들을 풀어내지 못했다. 난관론들은 회의론으로 바뀐다. 투자 자금이 말라버리면 연구도 지지부진하게 된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한 여러 보고서가 제출되면 어김없이 겨울이 찾아왔고 또 새로운 알고리즘의 등장으로 가능성을 타진하게 되면 관심이 폭발하여 여름이 된다. 그리고 지금은 3번째 맞이하는 한여름이다. 딥블루가 체스 챔피언을 이겼고, 이미지 인식 대회에서 알렉스 넷의 압도적인 성능에 사람들은 고무되었다. 그리고 알파고-이세돌의 대결은 그 정점에 섰다. 지금은 풀리지 않을 것 같은 일이면 '딥러닝'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광고로 도배되고 있다.


  이번 여름은 꽤 긴 편이지만 그럼에도 겨울을 준비해야 한다. 상업적 성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시장은 또다시 회의적인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게 된다. AI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생각보다 넓다. 우선 인간이 하는 일을 압도적으로 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압도적으로 이겼기 때문에 이렇게 관심이 집중될 수 있었다. 비슷했다면 AI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정도로 치부될 것이다. AI가 해낸 어려운 일은 해내는 순간 당연히 해내야 하는 일이 되어 버린다. 이점은 AI가 넘어야 할 가장 큰 숙제다. 인간만큼 해서는 기존 시스템을 대체하지 못한다. 지금처럼 AI가 범람하는 시대에서도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 사업체는 고작 2.5%(한국 기준)에 불과하다. 그것도 빅 테크 기업에 편중되어 있다.


  AI는 범용 모델이 없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이 발달하고 있지만 범용 지식을 획득하는 것은 어마어마한 정보가 필요하다. 지금의 AI는 잘못된 정보를 수정하는 것 또한 어렵다. 때에 따라서는 재학습을 시도해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 학습할 수 있어야 한다. AI는 인간의 학습을 흉내 내고 있을 뿐이다. 그곳에는 오염된 데이터나 편향된 데이터가 존재한다. 어떻게 보면 학습된 차별이다. 이 모든 것을 차지하고라도 AI는 여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그저 인식할 뿐이다. 이해하지 못하는 지식은 다리가 하나 없는 개를 개로 인식하지 못하고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에 대처하지 못한다. 인간도 인간의 마음을 모른다. 우리가 가장 잘하는 것을 제일 모른다. 그런데 어떻게 기계에게 가르친단 말인가.


  지금은 팔아야 할 시간이라 마이크 파워가 센 사람들은 마치 정상이 눈앞에 있다고 떠들어 댄다. 하지만 AI의 길은 여전히 험하다. AI의 겨울은 혹독할 것이다. 지금은 AI 연구를 민간이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겨울이 오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겨울이 오게 되면 산업도 영향을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AI는 만능이 아니다. AI가 가장 잘하는 것을 제대로 알고 사람의 일을 도와주는 협업의 파트너로 생각하는 것이 가장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위한 방법이다. 넷플릭스나 아마존과 같이 추천 알고리즘이나 블루리버 테크놀로지의 정밀 농업, 스티치 픽스의 AI스타일리스트 등이 바로 그런 방법이다. 인간에게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오래 걸리는 일을 빠르게 처리해 줌으로써 사업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AI는 분명 시대를 이끄는 기술이다. 하지만 기대가 높아지는만큼 실망도 큰 법이다. 실망이 크면 겨울은 불가피하다. 대책 없는 오피니언들의 호언장담이나 장밋빛 미래를 거두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차근차근해나가야 한다. 비즈니스에 AI 도입이 필요하다면, AI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고 정밀한 곳에 처방을 내릴 줄 아는 인사이트가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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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 이야기 - 빛의 개념부터 시간여행까지, 세상의 모든 것을 설명하는 양자역학 안내서
팀 제임스 지음, 김주희 옮김 / 한빛비즈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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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자역학은 최근 과학을 이끌어 갈 만큼 트렌디하다. 각종 SF소설에서도 이를 차용하여 많은 작품들이 쏟아져 나온다. 어려울 것 같기만 했던 양자역학이 친숙하게 다가오기까지 한다. 그중에서도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많은 사람들도 알고 있을 만큼 유명하다.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를 이 좀비 고양이는 양자역학의 한 부분이면서도 이전 양자역학의 '중첩'을 반론하기 위한 예였다. 그래서 조금 까탈스럽게 나누자면 슈뢰딩거부터 양자역학이라 얘기하고 그 전의 이론은 양자학이라고 부른다. 


  세상의 규칙을 뒤죽박죽으로 만들어버린 듯한 양자역학의 긴 역사를 한빛비즈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양자역학의 시작은 빛으로부터 시작된다. 빛은 인간이 오랜 시간 연구해 오고 있는 대상이 기고 많은 문제를 해결해 준 물질이기도 하다. 빛이 입자인지 파동인지의 논란으로부터 시작된 논의는 결국 입자이기도 파동이기도 하다는 애매모호한 결과로 갈무리된다. 이것이 아마 양자역학의 시작이었는지 모른다. 이중 슬릿 구조를 이용한 발견은 하이젠베르크에 이뤄 모든 상태는 중첩될 수 있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하지만 슈뢰딩거는 파동 방정식으로 이를 반박했고 '양자 얽힘'이 대세가 된 것 같다.


  아인슈타인은 누구보다 양자역학에 대해 잘 알고 있었지만, 방정식으로 표현할 수 없는 확률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자연으로 거대한 법칙으로 동작한다는 그의 신념에 반하기 때문이었을 거다.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라고 얘기하며 끝까지 방정식으로 그것을 증명하려 했다. 그래서 양자역학에서 그의 위치는 다소 초라해 보이기도 한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수많은 입자들이 발견되고 중성자, 양성자, 전하, 양전하를 비롯해서 미립자, 중성미자, 쿼크 등이 등장하면서 양자역학은 점점 체계화되고 있다. 하지만 양자역학이 넘어야 할 산은 그 자체에 있다. '그 일이 왜 일어나냐'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을 해야 한다. 언제까지 '그냥 일어나는 것'이다 라며 얼버무리며 넘길 순 없다. 관측되지 않는 이론은 언제까지 이론일 뿐이다. 


  세상을 이루는 많은 물질이 이 작은 것들에 위해 유지되는 것이 신기하다. 이 조그마한 세계의 결합이 얼마나 강하길래 우리 몸은 이렇게 형체를 잘 유지하고 있을지 신기하다. 우리 삶 그리고 우주가 이 작은 입자와 필드의 상호 작용으로 이뤄진다. 우리는 이제 이런 현상을 이야기할 수 있는 언어를 갖추었을 뿐이다. 여전히 양자 이론이 나가야 할 길은 멀다.


  이 책은 양자역학의 역사를 스토리텔링으로 기술하고 있다. 여기저기서 우후죽순 발표되었던 이론들을 역사 순이 아니라 맥락에 맞춰 이어 나간다. 그래서 마지막엔 연도 표를 따로 추가해서 두었다. 재미나게 그린 손그림과 위트 섞인 말투는 정신없이 몰아치는 양자 이론들 속에서 여유를 찾게 해 주었다. 하지만 어려운 학문인만큼 읽다 보면 이게 '뭔 소린지..' 하는 순간을 자주 만나긴 하는 것도 사실이다.


  내용의 난이도를 떠나서 읽히기는 것은 잘 읽힌다. 주인공이 계속 바뀌며 스토리만 나아가는 어쩌면 양자 자체가 주인공인 그런 소설일까? 양자역학의 긴 시간을 가볍게 훑어야 한다면 가볍게 만날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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