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캐럴 푸른숲 주니어 클래식 3
찰스 디킨스 지음, 이아코포 브루노 그림, 윤경선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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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크루지 할아범으로 유명한 이 작품이 무려 디킨스의 작품이었다는 것을 이번에 읽어보면서 알고 있었다. 책을 읽은 기억은 없지만 내용은 모두 알고 있었다. 그만큼 많은 매체로 만들어지고 전해진 스크루지 할아범의 이야기는 유명하다. 인색하기만 스쿠루지 할아범이 주위를 둘러보고 나눔의 기쁨을 알게 된다는 교훈을 담고 있는 얘기이기도 하다.


  이미 시중에 수많은 크리스마스 캐럴이라는 작품이 있지만 이번에는 푸른숲주니어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보게 되었다.


  어릴 땐 그저 스크루지 영감은 나빠라고만 인식했다. 우리는 나눔이 정의고 도덕이었다. 지금의 시대에도 그런 가르침은 유효하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다시 보니 스크루지 영감은 생각보다 합리적인 사람이고 슬픈 영혼의 소유자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을 위한 책이며 교훈을 담고 있다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기에 조금 비틀어서 생각을 해볼까. 스크루지 영감은 '냉혈한' 이라기보다는 '인색한'이라고 표현해야 맞다. 근검절약이 몸에 베인 사람이다. 냉난방비를 아끼고 인건비 관리를 잘할 뿐 아니라 부지런하기까지 하다. 그는 사회 시설에 일정량의 기부도 하고 있다. 감성에 호소하는 지출을 하지 않을 뿐 그는 나름의 철학대로 살고 있다. 그렇다고 그의 가게가 파리 날리는 것도 아니었다. 


  그에게는 아픈 과거가 있다. 그는 왕따였다. 그가 겪은 경험은 사회와의 단절을 의미하기도 했다. 더 악착같이 벌어서 얕보이지 않으려 했던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도제 시절의 이야기만 봐도 그는 천성이 나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세 명의 유령을 만나 변해갈 수 있다는 것도 그의 착함이 존재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는 아끼던 동생을 잃었고 사랑을 실패하기도 했다. 행복하기에는 시련이 너무 많았다. 부자라서 베풀어야 한다는 상황보다 그가 얼마나 악착같이 살았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그런 경험이 축적되어 습관이 되어 버렸지만 그는 한량인 조카와 담을 쌓지도 않았고 직원에 대한 고용불안을 야기시키지도 않았다.


  자기 고립 중인 스크루지 영감을 갱생시키기 위해 유령들은 폭력적인 방법을 썼다. 명예와 인정이 그렇게 중요한가도 반문할 수 있다. 충격 요법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마치 심판 내리는 듯한 모습에 유쾌할 수 없다. 돈을 모으는 것이 죄악이지는 않으며 스크루지 영감처럼 하지 않고 자수성가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부자가 왜 그래가 아니라 그렇게 했기에 부자가 된 것이다.


  마지막에 마음을 열고 행복을 나누는 모습에 진정한 기쁨을 나눌 수 있었지만, 부는 죄악이라거나 기쁨은 돈으로 살 수 있다고 잘못 해석되진 않을까. 책 곳곳에 담긴 가난한 이들의 소소한 행복보다 마지막에 돈을 펑펑 쓰며 기뻐하는 스크루지 영감의 모습에 더 큰 임팩트를 받았다면 분명 다른 느낌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워낙 유명한 소설이고 글에서 느껴야 하는 교훈마저 정답처럼 남아 있는 동화이기에 조금 뒤틀어 생각해 봤다. 여름 초입에 읽는 크리스마스 캐럴의 맛이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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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생존 코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 비즈니스의 미래를 재설계하는 혁신의 비밀 서가명강 시리즈 29
유병준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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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전환, 디지털 트윈 등과 같은 단어는 꽤나 오래전부터 주목받아왔다. 빠르게 디지털로 전환한 기업들은 크게 성장했고 빅테크라는 이름으로 우리 곁에 있기도 하다. 애플이나 구글과 같은 세계적인 기업을 차치하고서라도 카카오, 네이버, 토스, 배민 같은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이 등장했다. 언텍트였던 코로나 특수를 타고 급격한 발전을 이룬 이 기업들은 디지털 전환의 급속적인 속도를 경험했고 이제는 더 이상 선택의 영역이 아님을 얘기하고 있었다.


  디지털 전환으로의 마지막 지점. 전환할 것인가 소멸할 것인가의 문제일 뿐이다. 21세기 북스에서 제공받은 이 책과 함께 디지털 전환의 가치와 필요성, 사례에 대해 알아갈 수 있었다.


  앞에서도 얘기했든 우리는 플랫폼 비즈니스의 위력을 실감했다. 사실 플랫폼 시장은 독점 시장과 다르지 않기도 하다. 대신에 수많은 수익모델을 만들어 줌으로써 공생하기도 한다. 구글과 애플의 스토어는 개발자와 플랫폼 사이의 공생이다. 네이버나 카카오의 스토어나 창작플랫폼들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점점 더 비대면 서비스를 선호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은 선택의 영역이라기보다는 필수의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다. 하드웨어 중심의 사회에서 소프트 파워 중심의 사회로 넘어왔다. 그렇다고 해서 제조업의 중요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정보의 관리와 사업의 확장은 디지털의 전환이 필요하다. 나이키나 아디다스, 스타벅스와 같은 회사들도 모두 제조업에 가깝지만 디지털 관리와 서비스를 도입했다. 애플은 복합적인 기업이지만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북과 같은 제품들을 모두 디지털로 판매한다. 그런 면을 따지고 본다면 아마존은 단연 선두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의 전환은 다가오는 MZ세대를 겨냥하기도 좋다. 얼마가 지나지 않으면 MZ세대는 주요 소비층이 될 것이다. 그들의 성향은 명료하게 편리한 것을 좋아한다. 콜포비아, 폰포비아처럼 대화보다 문자가 더욱 편하다. 디지털로 쉽게 접근해서 선택하는 것은 중요하다. 게다가 AI가 취향을 분석해 제안을 할 수도 있다. 디지털 전환은 시장 조사에도 중요한 빅데이터를 제공해 줄 것이며 생산량 관리 같은 곳에도 쓰일 수 있다.


  점점 더 빨라지는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면 살아남질 못한다. 속도는 무엇보다 중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도 디지털 전환은 필수적이다. 변화는 힘들고 귀찮은 일이지만 살아남을 수 있게 해 준다. 소멸보다는 힘겨움이 낫지 않을까? AI가 우리의 곁으로 더욱 가까이 다가왔다. 디지털 전환은 이제 더 이상 선택의 영역이 아닐지 모른다. 


  디지털 전환이 필요한 이유와 실패하는 이유에 대해 알아본 뒤, 디지털 전환을 훌륭히 한 사례를 살펴보며 우리가 디지털 시대를 어떻게 준비해야 고민해 볼 수 있게 해 주었다. 기업은 변해야 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격언은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새로운 도약의 기회이고 우리는 가치 향상을 위해 지금 바로 시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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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 - 삶, 사랑, 관계에 닿기 위한 자폐인 과학자의 인간 탐구기
카밀라 팡 지음, 김보은 옮김 / 푸른숲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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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제목과 추천글을 떠나 무작위로 읽는 이유는 바로 이런 책을 만나기 위해서다. 자페 스펙트럼을 가진 저자가 쓴 너무나도 철학적인 제목. 솔직히 흥미롭지 않았다. 하지만 페이지를 넘기면서 너무나도 즐거웠다. 과학덕후가 아니면 '뭘 이렇게까지'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건조하고 진지한 글 속에 희로애락이 담겨 있다. 


  너무 진지해서 더 웃기면서도 더 많이 슬펐던 이 책은 푸른숲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발달 범주에 따라 병명을 구분하였던 병명들 독립된 장애가 아니라 동일한 연속선상에 있다는 것으로 판단한 뒤부터 사용되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이 증상은 세상에 좀 더 알려지게 된 것 같다. 이 책의 저자도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어느 수준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책의 깊이로 보아 우영우에 뒤지진 않을 것 같은 지적 수준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나에겐 우영우 이상의 흥미로움으로 가득 찬 책이었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처리하고 이해하기가 더욱 힘든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사람들. 어떻게 보면 그들은 세상을 편견 없이 보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같은 행동이 다른 상황에서 발생했을 때를 구분하기 힘들다고 했다. 저자는 그런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였고 과학이라는 도구를 사용하였다. 공식처럼 해석될 수 있는 과학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는 구세주와 같지 않았을까. 절묘하게 해석되는 과학의 이론들을 보며 저자의 대단함과 함께 얼마나 눈물겨운 노력이 있어왔을까 하는 아림이 있었다.


  알 수 없는 인간의 행동을 파악하기 위해 '인간 사용 설명서'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사실 불가능하다. 알면 알수록 더 많이 생기는 질문 때문에 절대적으로 충분한 지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훌륭한 정보가 아니지만 늘 시작할 만큼은 충분하다. 내 지식의 한계를 인정하고 이미 모은 정보를 통해 해석하고 가치를 만들어갈 뿐이다. 똑같은 외모가 똑같은 성격을 말하지도 않고 똑같은 행동과 말이 똑같은 의미를 지니는 것도 아니다. AI가 인간의 영역에서 헤맬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여기에 있을까? 마치 슈퍼 AI 같은 저자의 글에서 초지능의 미래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저자가 이어놓은 과학과 사회의 끈은 정말 기발할 정도다. 웃음이 터져 나올 정도로 기가 막힌다.


  우리는 모두 하나의 줄기세포에서 분화했기에 그 기원은 같다. 그저 조금 다르게 분화했을 뿐이다. 서로 다름을 존중하자. 신생아가 18년을 자라야 완성되어 가듯 하루아침에 서로를 이해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인내심을 가지자. 인간의 관계도 생물과 같아서 자라나면서 더욱 복잡해진다. 서로에게 관대한 처음에 비해 사이가 깊어 갈수록 상대의 행동에 엄격해진다. 무지가 행복이라면 지식은 책임을 뜻한다. 상대방에 대한 증거가 축적될수록 공감에 대한 욕구는 빠르게 증가한다.


  세상에는 0과 1과 같이 나뉘는 일은 거의 없다. 빨간 소파를 살지 파란 소파를 살지 같은 문제에 옳은 답은 없는 것과 같다. 우리에겐 퍼지 집합 사고가 필요하다. 내가 절대적으로 옳다는 사고방식으로 논쟁을 시작하지만 우리는 그저 상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뿐일지도 모른다. 사람의 관계는 tan(탄젠트)로 설명할 수 있다. 안정기도 있지만 무한히 닿질 못하는 어려운 영역도 분명 존재한다. 인간관계는 공유결합처럼 다소 느슨하기도 하고 이온 결합처럼 서로 부족한 걸 채우주는 강한 결함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관계라는 건 수소결합처럼 공유결합, 이온결합 양측 측면을 모두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인간관계는 물처럼 다채롭고 다재다능한 모습을 띄는 건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는 중력처럼 약하지만 어디에서나 미치는 끌림에 놓여 있으며 전자기력처럼 불꽃 튀는 로맨틱한 관계를 가질 수도 있다. 강력에 의해 강하게 결합되기도 하고 약력에 의해 서로 헤어지기도 한다. 우리의 관계는 이런 힘뿐만 아니라 환경 변화에 의해서도 생긴다. 모든 화학 결합은 깨진다. 문제는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가이다. 물이 뜨거울수록 소금은 더 잘 녹는다. 물은 얼음이 되기도 수증기가 되기도 한다. 우리의 관계도 그렇다.


  우리는 머신러닝처럼 꾸준히 학습하고 베이즈이론처럼 가진 증거로 확률을 계산하기도 하며 의사 결정 나무처럼 수많은 선택지를 따라간다. 우리는 실수했을 때 오류를 생각하고 시스템의 실패로 결론 내리곤 한다. 하지만 진실은 대게 평범하다. 그저 예측된 시나리오에 대해 다른 작용이 있었을 뿐이다. 1분의 차이로 기차를 놓칠 순 있겠지만 그렇다고 이제껏 쌓아온 의사 결정을 모두 포기해야 할 만큼의 증거가 될 순 없다.


  우주의 엔트로피는 자연스레 증가하기 때문에 우리의 방은 지저분해진다. 무질서에서 질서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한데 우리의 방이 깨끗해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가 원하는 질서를 위해서는 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 한정된 에너지를 쏟을 것을 정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물론 나의 질서와 타인의 질서는 서로 영향을 주게 된다. 우리는 '평형 상태'를 찾을 필요가 있다. 물론 나 자신과의 타협에도 평형감각은 중요하다. 


  인간은 개인의 진폭을 가지고 있다. 저자도 자신만의 진폭을 찾고 있었다. 우리는 만남을 통해 자신의 진폭을 증폭시켜 주는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상쇄시키는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하지만 무조건 같은 진폭의 사람을 만나는 것이 좋은 건 아니다. 나의 진폭이 흥분 상태에 닿을 때 이를 감쇄시켜 주는 진폭을 가진 사람도 필요하고 진폭이 약해질 때 이를 증폭시켜 줄 사람도 필요하다. 서로가 서로를 채워주고 감싸주는 진폭을 가진 사람을 만나는 건 중요한 일이다.


  과학철학의 진면목을 보는 듯한 책은 읽는 것이 너무 즐거웠다. 거의 모든 과학 지식을 담은 책이면서도 너무 철학적이다. 무덤덤하고 건조한 문체가 그런 감정을 더욱 증폭시킨다. 굉장히 어려운 과학 지식도 인간사에 빗대니까 너무 쉽게 다가왔다. 과학 덕후에겐 철학에 대한 얘기를 철학자에겐 과학에 대한 설명이 될 법한 글들로 가득했다. 글과 함께 실려 있는 그림들은 너무나 절묘해서 웃음이 날 정도로 감탄스럽다.


  내 존재가 잘못된 것이 아니다. 감성적 렌즈를 내려두고 과학적 렌즈로 바라본다면 자신의 존재는 그저 확률적으로 잘못된 결론을 내렸을 뿐이다. 피드백을 적용하여 개선하면 된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이해하려고 편 책은 나를 이해하게 만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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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클 씽킹 - 단순한 생각을 멋진 아이디어로 성장시키는
윤태성 지음 / 시크릿하우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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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tGPT가 등장한 지금의 시점에 저자는 스스로 생각하는 것을 강조한다. 자료를 검색하는 시대에서 이제는 AI가 우리에게 자료를 추천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넘치는 정보 속에서 더 적은 정보와 접하는 모순적인 상황에 놓이게 된다. 더 편향적이고 더 편협한 인간이 되어 간다. AI는 집요하게 나의 취향을 강요한다. 비판적인 사고는 힘든 일이지만 우리는 비판적 사고가 더욱 절실한 시대를 살아가야 한다.


  AI 시대에 인간이 잃어서는 안 되는 창의의 영역에 대한 이 책은 시크릿하우스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인간은 모두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다. 학문에 따라 정점에 도달하는 시간은 서로 차이가 있다. 창의적이기에 늦은 나이란 없다. 끊임없이 문제를 찾아내고 해결법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매일 15분 생각을 실천한다. 완벽함 보다는 뼈대를 만드는 것이 더욱 집중한다. 일론 머스크는 물리학의 제1원칙 추론을 사용한다. 유추에 의한 추론이 아니라 가정을 세운 뒤 질문하고 대답하며 해결법을 찾는 방법이다. 다른 사람의 방법을 통해 유추하다 보면 모두 같은 답에 도달하게 된다. 결국 문제의 본질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아이디어는 결국 문자로 표현되어야 한다. 생각을 글자나 그림으로 옮겨낼 수 없다면 그것은 여전히 불완전한 것이다. 메모하는 습관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빈치나 에디슨은 끊임없이 노트에 무언가를 적었다. 인간의 인지력은 많은 것을 다룰 수 없기 때문에 하나의 단위로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럴 청크(Chuck)라고 한다. 하나의 제목에 3개의 분류 그 아래 3개의 상세설명이면 된다. 이를 1-3-3 메모라 한다. 


  명사는 뇌가 편하기 위해서 인간이 만들어 놓은 문자다. 이름을 붙인다는 것은 무수한 정보를 함축해 놓는 것과 같다. 생각에 이름을 붙이는 일은 중요하다. 이름을 붙인다는 것은 생각을 실체화한다는 것과 같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많은 어휘를 알고 있을수록 좋다. 


  우리는 다양한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연습을 해야 한다. 하나의 질문에 서로 다른 입장에서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것에는 감정적인 부분을 뺀 뒤 논리적으로만 연습해 본다. 이를 1구 2언 훈련이라고 한다. 하나의 상황에 대해 다양한 입장을 주장하는 일은 공감은 물론 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임장은 무한대로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의 중반부 이후부터는 생각의 틀을 깨고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도구들을 설명하고 있다. 사분법이라던지 연상, 질문법, 프레임, 매트릭스 같은 것들이다. 인문학적 질문과 실용적인 방법론이 함께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직접 실습해 보면서 생각을 확장할 수 있기도 하다. 


  AI 시대에 인간은 그것을 최대한 활용하되 중독되지는 않아야 한다. AI가 내어주는 답은 누군가를 학습한 결과물이고 그것을 선택한 것은 그것을 학습시킨 특정 인물들이다. OpenAI의 CEO의 인터뷰에서 보듯 그들은 자기들이 가장 정의롭다는 뉘앙스를 지속적으로 내보인다. 굉장히 무서운 일이다. 


  독도에 대한 질문에 ChatGPT는 일본이 주장하는 자료들만 토해냈다. 그것이 정의인가? 인간은 답을 찾을 수 없는 담론에 대해 치열하게 토론하고 결론을 낸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시대가 바뀌면 자연스레 바뀌게 된다.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AI의 정보에 함몰되고 편향되면 우리는 그저 소수의 엘리트들에게 세뇌되는 것 밖에 되지 않는 게 아닐까. 


  OpenAI CEO도 걱정했던 환각(할루시에이션)은 우리 스스로의 비판적 사고로 지켜내야 한다. AI가 뱉어내는 말의 원문을 꼭 확인해야 하며 대조 작업도 필요하다. 세상엔 다양한 의견이 있으며 누군가의 필터를 거쳐 나온 답을 그대로 믿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 삶은 노필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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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미스터리 2023.봄호 - 77호
염건령 외 지음 / 나비클럽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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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간 미스터리 봄호는 특집으로 인구 구조와 범죄 유형에 대해 다루고 있다. 한국전쟁 후 농업을 위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던 인구는 공업 사회로 전환하면서 '둘만 놓고 잘살자'등의 캠페인으로 바뀌었다. 결과 우리나라는 세계 최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 노인 인구의 증가와 홀로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이들을 노리는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고립된 인간들은 사회성 결여, 정신적 결핍으로 이어지고 공감력이 떨어지게 된다. 인구정책은 미래를 보고 준비되어야 한다.


  미스터리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제공하는 계간 미스터리 봄호는 나비클럽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봄호에는 미스터리에 대해 생각해 보는 칼럼이 실려 있다. 가장 넓은 범위에 닿아 있는 SF와 어디에 넣어도 장르가 되는 미스터리와의 만남은 어떨까? 둘의 만남은 미스터리의 영역을 무한히 확장시켜 줄까? 미스터리는 단독 장르일 때보다 서브 장르로 활용될 때 가장 빛나는 장르가 아닐까 논평한다. 다양한 작품에서 액세서리처럼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정통 미스터리는 매우 엄격하고 치열한 장르다.


  고전적인 미스터리의 질문을 새롭게 갱신하는 SF에 주목하는 이유는 다시금 정체성의 수수께끼에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로봇과 AI의 등장 그리고 가상현실 등은 새로운 정체성의 물음을 던지고 있다. 사회적 구조 속에서 스스로를 숨길 수 있는 익명의 존재 그리고 사회적 위험은 새롭게 등장한다. 그것을 드러내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SF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치밀한 추리는 미스터리에서 꽤나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이것만이 추리의 자질을 따진다면 수학이나 물리학자만큼 적합한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미스터리에서 더욱 중요한 것은 '사건은 왜 발생하는가?'라는 문제를 다루는 것이다. 수학처럼 치밀해야 하지만 철학적인 질문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사건의 치밀성을 가지고 있지 않아도 인간 탐구라는 의미로 훌륭할 수 있다는 것을 멜리 셸리는 <프랑켄슈타인>을 통해서 보여줬다. 미스터리의 심리 기제를 발동시켜 호기심-혼란-공포의 조합을 부른 뒤, 그 무대 위에서 인간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내어 보인다. 


  봄호 신인상 작품인 고태라 작가의 <설곡야담>은 설화의 존재를 밑바탕에 깔아 공포의 무대를 만든 뒤 그 위에서 벌어지는 살인과 그것의 답을 찾아가는 등장인물들의 이야기였다. 그간 계간지에서 읽은 작품 중에서는 완성도가 높은 편이었었나 살인 사건을 대하는 등자인물들이 하나 같이 형사의 마인드가 될 수 있다는 것과 같은 인물과 역할에 대한 부조화가 있었지만 잘 짜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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