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고려 갈등사 1 - 통합과 수성의 시대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고려 갈등사 1
역사돋보기 이영 지음 / 북스고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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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는 통일된 역사에서 중요한 길목에 있는 역사인데도 그 문헌이 많이 남아 있지 않아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없는 듯하다. 사극도 역사물도 대부분 조선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금 더 과거로 돌아가 우리 역사를 살펴 봄은 중요하다.

  오랜만에 만나는 새로운 고려 역사책은 북스고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 볼 수 있었다.

  이 책은 두 권으로 이뤄져 있고 고려사 전체를 두루 살펴보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500년에 가까운 역사를 두 권에 다루기 때문에 꽤나 핵심적인 사실들에 대해서만 얘기하는 것이 조금 아쉽기도 했지만 자주 만나지 못한 고려 역사 자체만으로 좋았다.

  태조 왕건의 이야기는 고려에서 가장 많이 다뤄지는 이야기다. 궁예, 견훤, 왕건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도 재밌고 드라마 '왕건'이 인기를 얻어 그럴 수 있다. (나만 재밌게 봤던가) 그리고 그다음으로 재미나게 본 이야기는 폭군 광종이다. 개국 공신의 틈에서 힘을 쓰질 못하던 왕권을 찾기 위해 처음에는 흥청망청하는 모습을 연기하기도 했지만 집권 후기에는 귀족이라면 다 숙청해 버리는 폭군이 되어 버리기도 한다.

  고려사에서 가장 관심 있는 부분은 역시 헌종이다. 헌종은 조선으로 치면 세종대왕으로 봐도 될 듯하다. 죽지 않기 위해 절 간 동굴에 숨어 지내다가 강조의 정변으로 천지가 개벽되어 갑자기 왕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오르자마자 두 차례 거란의 침입을 받게 되면서 그는 각성한다. 자신은 아는 게 없다며 많은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던 그는 진정한 소통의 리더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강감찬과의 케미는 고려를 번성하게 만들었다.

  고려의 정치가 안정기에 들어서면서 태평성대를 이룬다. 그리고 여진의 정벌 그리고 귀족들의 반란을 거쳤다. 그러는 동안에 고려는 꼬레라는 이름을 얻었고 지금의 korea가 되었다. 개성상인과 벽란도 그리고 고려청자는 고려에 대해 우리가 익숙하게 아는 이야기다.

  우리 역사는 언제 읽어도 약간 국사 공부 같다는 느낌이 지워지지 않는다. 야사 위주의 스토리텔링이라기보다는 역사적 사실 중에 굵직굵직한 부분을 얘기하고 있어서 가끔은 족집게 과외 느낌도 없지 않아 있다. 그래도 조선 역사에만 편중된 우리 역사에 이런 책을 만나는 건 기쁜 일이다.

  이제 무신정변을 향해 가야 한다. 2권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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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를 놓는 소년 바다로 간 달팽이 24
박세영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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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주수'. 평안북도 안주 지방에서 전문적으로 수를 놓던 남성 집단이다. 작가는 이 사실을 바탕으로 글을 적어 나간다. 병자호란을 역사적 배경으로 두고 청에 볼모로 잡혀간 이들의 이야기다. 여성의 당참을 얘기하며 얘기하는 것과 달리 남성의 부드러움을 도드라지게 만들며 성평등에 대한 다른 접근을 제공한다. 게다가 평등과 자유로운 삶에 대한 고민도 하게 만든다.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간 윤승이 겪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여러 메시지를 전달하는 이 책은 북멘토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아이들의 책에 종교적인 색이 들어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나에게는 좋은 인상을 주진 않는다고 한 가지만 꼬집을 생각이다. 사실 앞부분이 너무 좋았기에 '왜 그랬어?'라는 생각이 들 정도랄까. 내가 민감한 편이라 그렇지 사실 별거 아니다. 청나라는 서학을 수용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관련 책도 많이 출판되었으니까. 그런 면에서 서학과 예수의 인용은 타당하다. 그냥 내가 불편할 뿐이다.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적었으니 주인공 윤승은 청이 조선을 침략했을 때 볼모로 잡혀가 노예가 된 어린 소년이다. 다른 노예와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았으나 심성이 고와 다른 이를 구하려다가 삶의 기로에 선다. 그리고 그는 독특하게 수를 잘 놓았다. 그의 어머니와 누나는 수를 놓아 끼니를 연명하던 집이었기 때문이었다. 아픈 누나를 대신해 수를 놓다 보니 자신의 재능을 찾았다.

  작품은 여러 가지 생각해 볼 점을 제시한다. 재능이라는 것은 남자다움 여자다움을 벗어나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은 첫 번째 메시지다. 어쩌면 남성다움의 틀에 갇혀버린 남성의 해방을 얘기하는 또 다른 형태의 페미니즘이랄까.(확대 해석하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자신의 계획 이외의 횡재에 대해 확인해야 하는 것을 얘기한다. 갑자기 들이닥친 횡재가 되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세 번째는 자유다. 양반집 대문 밖을 나서지 못할 정도의 속박된 삶을 사는 노예의 삶을 얘기하며 자유롭게 보고 듣고 맛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꿈'에 관한 얘기다. '왜 하느냐'에 대한 질문은 아이들에게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성인들에게도 중요한 질문이다. 그리고 그 대답은 조금씩 바뀌어 간다. 단순히 그 일 자체에 흥미를 느끼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크고 멀리 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다른 이의 꿈을 위해 살아가게 되며 때론 그것이 하나의 부속품이 지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호의로 시작한 일이 함정이 되고 위기에 몰리게 되지만 그런 일을 겪으며 성장하고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물론 재밌네, 재미없네라고 끝나버릴지도 모르겠지만 어렴풋이 자신의 꿈은 자신이 만들어 가야 한다는 걸 느끼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지 않을까.

  깔끔하고 재밌게 전개되어 단숨에 읽어버리는 청소년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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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2024 - 트렌드 & 활용백과
김덕진 지음 / 스마트북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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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초였던가. chatGPT가 한국에 상륙한 이후로 세상은 요동쳤다. GPT에 대해서 그렇게 큰 기대감이 없어서 개인적으로는 무덤덤했지만 세상은 참 많이 떠들썩했다. 배우지 않으면 마치 낙오자가 될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학습에 관한 여러 오류와 한계성을 보아왔기에 재미로 몇 번 질문하고 답하고 해 봤을 뿐이다. 그리고 공부는 하지 않았지만 어떤 트렌드로 변하는지만 눈여겨봤다. 근데 지금에 와서 조금 더 정성을 들여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을까? 처음 만났을 때조차 들지 않았던 불안감이 이제야 스멀스멀 올라온다.

  GPT를 이용한 여러 기술을 소개하고 설명하는 이 책은 스마트북스 출판사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지인 중에는 ChatGPT를 유료 결제해서 사용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지금은 퇴사를 하여 컨설턴트 업체를 차렸다. 채팅방에서는 틈만 나면 ChatGPT 덕분에 일이 너무 수월해졌다는 얘기를 한다. 물론 나도 GPT를 이용해서 책의 목차를 뽑거나 하는 정도의 활용은 해보았지만 적극적으로 이용해 볼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나의 고민은 GPT의 활용이 아니라 엔진 쪽에 더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극히 공학적인 마인드다. (배울게 산더미 같아서 한숨이 나오지만..)

  그런데 세상에는 정말 많은 ai가 나와 있다. 굳이 나만의 뭔가를 해본다는 게 중요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보안이 철저해야 하는 기업도 아닌 개인이 말이다. 그래서 그 지점에서 살짝 고민이 된다. 반대로 지금에야 신박한 결과물을 내놓지만 결국엔 전부 비슷비슷해지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이제 시작될 저작권 전쟁은 어떻게 마무리될지도 관심사긴 하다.

  불과 일 년도 지나지 않았다. 이미 수십 종이 넘는 ai 엔진들이 세상을 차지하고 있다. 세상은 오히려 ai에 때문에 망할지도 모른다는 얘기도 있다. ai가 사용하는 전력량이 장난이 아니기 때문이다. ChatGPT를 만든 openAI 역시 매달 적자가 상상 이상이다. ai는 유료화 전환을 시작했고 여기서 차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어느 지점에 어떤 ai에 올라 탈지 고민이 깊어진다.

  이 책은 최대한 많은 종류의 ai들을 소개해 주고 있다. 자신의 하려는 업무에 맞춤형 ai를 찾아낼 수도 있다. 그리고 해당 ai를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잘 설명하고 있다. 그야말로 활용백과라는 말이 잘 어울린다. 더불어 ai가 만능이 아님을 설명하고 ai를 어떻게 활용할 건지에 대한 고민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ai에게 질문을 잘하는 방법인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에 대해 예를 들며 설명하고 있다. 격언 만들기, 가사 쓰기, 보고서 만들기 등의 예제가 있다.

  GPT는 검색 엔진은 아니다. 대신에 업무를 대신해 줄 만큼 정보 정리에 능하다. 지시만 잘 내린다면 에세이 정도는 거뜬하게 쓸 수 있다. 하지만 기획과 확인은 여전히 인간의 몫으로 남겨져 있다. 우리는 ai를 하나의 도구로 보고 잘 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인간은 늘 인간보다 강한 것들을 길들이며 발전해 왔다. 최초에는 대량 가축이 그랬을 것이고 어느 순간부터는 기계가 그랬다. 그리고 이제 데이터가 그 대상이 되었다. 인류의 한 사람으로서 데이터를 길들이는데 동참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고민이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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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꿈은 우연이 아니다 - 뇌가 설계하고 기억이 써내려가는 꿈의 과학
안토니오 자드라.로버트 스틱골드 지음, 장혜인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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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면에 관한 책은 어느 정도 과학적이면서 고개가 끄덕여지는 면이 있다. 그리고 뇌와 수면은 여러모로 연관성이 높기 때문에 수긍이 가는 부분도 많다. 하지만 갑자기 꿈을 가지고 나오면 조금 당황스럽다. 꿈이라는 게 지극히 주관적인 부분이고 확인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꿈을 설명하려고 노력한다. 꿈 자체가 판타지적인 느낌이 강하다 보니 과학서적인지 비과학 서적인지 조금 혼동스럽기도 했다.

  꿈을 과학적 방법으로 접근해 보려 노력하는 이 책은 청림출판사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꿈은 우리에게 익숙하다. 매일 밤 꾸기 때문이다. 꿈을 꾸지 않는 사람도 기억하지 못할 뿐 매일 꿈을 꾼다. 수면 상태에 들어간 뇌는 느슨한 연결을 시도하며 깨어 있을 때의 강력한 결합에서 벗어난 여러 조합을 테스트해 본다. 그 과정에서 전혀 연관성이 없을 것 같은 일들을 이어 본다. 꿈은 우리가 고민하고 있는 것을 여러 연관성을 이은 스토리와 같다.

  수면은 생존에 불리한 행동이다. 포식자에게 잡혀 먹힐 수 있는 가장 취약한 행동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수면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은 생리학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까지의 수면의 역할은 깨어 있을 때의 기억을 연결하고 재배치하여 패턴을 만들어내는 작업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부단히 연습한 상태에서 자고 일어났을 때 갑자기 더 잘되는 것도 연습했던 기억들을 자는 동안 뇌가 정리를 하기 때문이다. 

  꿈은 여러 판타지적인 요소도 가지고 있다. 하늘을 난다던지 괴물과 싸운다던지 현실에서 할 수 없는 일들을 해낸다. 그 또한 나의 여러 기억이 연결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인식을 했지만 인지하지 못했던 사실들이 뇌는 서로 이어 붙이기도 하는데 우리는 그것을 예지몽처럼 받아들이기도 한다. 뇌는 이미 알고 있었던 내용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기도 하다. 물론 우연의 요소도 없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이 책에서 주로 언급하는 것은 램수면과 넥스트업이라는 꿈 연구 이론이다. 램수면은 뇌는 여전히 각성 상태이지만 몸의 긴장도는 0(마비와 같은 상태)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램수면이 길수록 꿈은 또렷하다. 그리고 수면과 비수면 상태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유지하는 것이 자각몽이라고 할 수 있다. 꿈인걸 알지만 꿈을 꾸고 있는 것이다. 자각몽은 꾸는 것보다 길게 유지하는 것이 더 어렵다. 꿈이란 걸 인지하는 순간 잠에서 깨기 때문이다.

  뇌가 각성 상태로 돌아왔지만 근육의 긴장도가 돌아오지 않는 경우를 '수면마비'라고 한다. 이를 우리는 가위눌렸다고 표현한다. 반대로 램수면에 들어갔지만 근육의 긴장도가 낮아지지 않게 되면 몸이 움직이게 된다. 이를 램수면장애 즉 몽유병이 된다. 

  수면은 우리의 기억을 응고화 시켜 장기 기억으로 만들어 주기도 하고 때론 감정을 무뎌지게 만들기도 한다. 기억해야 할 것이 많은 유아의 경우 수시로 잠드는 것이 이 때문이다. 어릴 때와 기억 와 나이 들었을 때의 기억이 달라지기도 한다. 이를 기억 진화라고 하기도 한다. 외상 후 스트레스(PSTD)의 경우에는 호르몬이 램수면을 방해해서 기억이 무뎌지는 것을 방해한다. 적당한 수면은 건강에 여러모로 중요하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책은 초반부터 프로이트를 비판하면서 시작한다. 그의 주장은 이미 다른 이들의 주장을 모아둔 것에 불과한 듯한 발언을 한다. 아들러나 융에 대해서도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다. 현대 과학의 입장에서 보면 잘못된 주장일지도 모르겠다. 

  인간은 각성을 하게 되면 유사한 것들을 동시에 활성화한다. 패턴화의 결과다. 옳음이 제시되면 그름이 동시에 활성화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완전히 다른 곳에 있는 기억을 끄집어내는 것은 시간이 다소 걸린다. 하지만 수면 상태에 들어가면 전혀 연관성이 없을 것 같은 기억끼리 붙여 보는 작업을 뇌는 한다. 때로는 굉장히 창의적인 때로는 괴상한 꿈으로 결과는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모든 것은 인간의 의식 속에서 행해지는 것일지 모를 일이다.

  사실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이것은 과학서적인가 비과학서적인가 갸우뚱해졌다. 꿈이라는 것 자체가 과학적으로 다루기가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꿈에 대해 연구한 수많은 학자들의 역사와 함께 수면에 대한 여러 과학적 결과를 확인해 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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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커플링과 공급망 전쟁 - 미중 전쟁과 뉴노멀 그리고 위기의 대한민국
이철 지음 / 처음북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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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2차 대전으로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았던 미국은 단숨에 세계 최강이자 기축통화국으로 올라서며 세계 최강의 자리에 오른다.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무기가 아닌 돈줄을 죄며 상대를 무너트렸다. 그리고 그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잠재적 경쟁자는 아군이든 적군이든 가리지 않았다. 최강의 자리를 유지한다는 것이 바로 미국의 전략이다. 소련이 그렇게 무너졌고 일본이 그렇게 장기 침체에 들어갔다. 세계 기구를 좌지우지하는 정치력과 기축통화의 힘은 무섭다. 그리고 지금 중국에게 그 힘을 쓰고 있다.

  미중 갈등의 본질과 우리의 대책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이 책은 처음북스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미국은 그동안 세계의 경찰로서 신뢰를 쌓아갔다. 하지만 그것은 미국 자체로보면 좋은 일만은 아니었다. 자국의 세금을 외부에 쏟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국내의 실업자의 복지를 외면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트럼프는 '아메리칸 퍼스트'로 정권을 쥐었다. 그리고 중국과의 무역 전쟁을 시작한다. 팬데믹은 세계 공급망의 취약점을 드러냈고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었지만 위기에서 이기적이었다. 어쩌면 중국이 빌미를 만들었고 트럼프는 노련하게 명분을 만들었다.

  트럼프의 계획은 약간의 경제적 이득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중국의 힘을 등에 업었다는 루머가 돌았던 바이든에게는 어떤 정책적 선택권도 없어 보였다. 트럼프를 넘어서는 제재를 가동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은 이미 깊숙이 엮여 있었기에 양쪽에게 치명적이었다. 중국은 미국의 식량 자원이 필요했고 미국은 중국의 많은 중간재들이 필요했다. 가장 효율적이고 가장 저렴한 세계의 공장에 제재를 가하는 순간 모든 제품의 원가는 상승했다. 미국 기업 자체의 경쟁력도 나빠졌고 결국 물가가 떨어지지 않았다. 인플레이션은 미국의 중국 제재의 역할이 적지 않다.

  예전과 같이 세계의 경찰 역할을 하지 않는 미국은 신뢰를 많이 잃었다. 미국이 더 이상이 지켜주지 않는다는 사실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미얀마에서 나타났다. 그리고 기축 통화인 미국은 자국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달러가 세계에 미치는 영향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점도 주변국들의 불만이었다. 그래서 미국의 중국 제재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는 모양새다.

  많은 유럽 국가들은 실제로 둘 사이에서 저울질하며 자신의 이득을 챙기고 있다. 많은 나라들이 차이나 런을 하는 동안에도 중국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기업들이 있다. 독일, 네덜란드는 물론이고 테슬라나 애플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제조업에 필요한 최적의 조건을 가진 것도 사실이며 무시할 수 없을 만큼 큼 시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국가는 정치적으로 움직여도 기업은 돈의 논리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회사를 분할하여 양쪽의 실익을 모두 얻으려는 기업도 생긴다. 물론 중국 내 기업들의 탈출도 만만치 않게 많아졌다.

  미중 무역 갈등은 두 강대국의 자존심 싸움 같다. 미국은 정치적 패권을 잃지 않으려는 모습이지만 경제적 실리를 얻기 위해 중국과 꾸준히 무역하고 있다. 둘은 디커플링 할 수 없다. 양쪽을 겨누는 칼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자국으로 기업이 돌아오는 리쇼어링을 기대하지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난감하다. 생산 기반은 건물 하나가 옮겨 오는 것이 아니다. 도시가 통째로 이동하는 것과 비슷하다. 중국의 애플 공장 10%를 옮기는데 7~8년이 걸린다고 한다. 중국을 대신할 마땅한 곳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

  결국 교착점에 있는 나라들이 이득을 보고 있다. 가장 이득을 많이 보는 나라는 베트남이다. 베트남은 적당히 괜찮은 입지 조건과 더불어 많은 중간재를 중국에서 바로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선택된다. 기업들이 베트남으로 이동한다는 것은 그저 정치의 눈 밖에 나지 않으려 하는 대안일 수도 있다. 중국의 공급 사슬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건 아니다. 인도네시아나, 인도의 경우에는 아직까지 인프라가 미흡하다. 멕시코는 부패가 심하다. 그리고 중국 시장만큼의 메리트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미국이 어떤 마음으로 이 전쟁을 시작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중국의 입장에서는 전쟁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가장 많이 챙기는 것이 식량 주권이다. 식량 최대 생산지는 역시 미국이기 때문이다.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어 보이지만 우리나라도 식량부족 국가다. 세계 공급망이 차단되면 우리 역시 쉽지 않다. 중국은 대만 전쟁을 염두에 두고 정책을 시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얼마 전에 인터넷 먹방을 차단하는 일도 있었는데, 중국이 식량에 대해 진심임을 알 수 있다. 

  미국에서 가져온 반도체 전쟁은 우리에게 꽤나 아프다. 중국은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의 40%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미중전쟁 덕분에 우리의 반도체 수출은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이에 정부의 대책은 없다. 기업은 이 소용돌이 속에서 스스로 살아남아야 한다. 미국이 강하게 제재한 덕분에 중국에서는 반도체를 핵전쟁에 맞먹는 수준으로 대처하고 있다. 중국 최고의 대학이라고 하는 칭화대에서 반도체 학과를 개설했고 여러 대학들이 반도체 관련 학과를 계속 오픈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답게 소재 부분에서 국산화를 진행했고 기술력이 다소 낮은 부분에 대해서는 장비 국산화를 50%에 가깝게 이뤘다. 중국이 실제로 두려워하는 것은 하이테크 반도체가 아니라 다량으로 쓰이는 적당한 수준의 제품이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반도체를 성공하는 것은 영웅과 같은 것이 되어 버렸고 국가도 무제한 지원을 선언했다. 중국에서는 반도체 산업이 호황기며 각국에서 푸대접받던 많은 반도체 인력들이 중국을 향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중국의 고립은 중국의 자립을 향해 가고 있다. 

  세계는 급박하게 변하고 있고 각 나라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분주하다. 마냥 미국의 편을 드는 시대도 지났다. 미국도 결국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아무 대책 없이 미국 뒤에 선다면 우리는 그저 일본 아래쯤의 중요도를 가지게 된다. 지금의 한국의 대만보다 중요하지도 않다. 아무런 잡음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교차시장에서 싸워야 하는 기업에 대해서도 각자도생을 주문한다. IMF에서 줄이지 않았던 R & D 예산을 삭감했다. 무제한 지원을 받는 다른 나라 기업들과 싸워야 한다. 이길 수 있을까?

  지금 세계는 공급망 전쟁이다. 서로의 아군을 찾기 위해 바쁘다. 중국은 러시아와 긴밀해진다. EU가 러시아와 대척하는 동안에 인도는 러시아로부터 천연자원을 값싸게 얻어 왔다. EU는 미국에 동조하듯 하면서도 중국에 투자를 감행한다. 많은 기업들은 중국을 떠나지 못한다. 반대로 중국 기업들은 투자가 막히는 것을 염려해 외국으로 돈을 옮긴다. 싱가포르의 부동산 급등은 중국돈의 탈출이 원인이다. GM은 중국의 CATL의 배터리를 사용하기로 했다.  전 세계는 국가별로 기업별로 계산기를 두드르기 바쁘다. 그런데 우리 정부만이 이념을 내세우며 불 속에 뛰어드려 하고 있다.

  중국의 횡포에 등을 돌린 나라. 미국의 달러에서 해방되고자 하는 나라. 소외 좀 산다는 나라들이 싸우는 동안 제3세계라고 불리는 나라들을 신경 쓰는 나라는 아무도 없다. 기후 위기 같은 것은 그냥 빛 좋은 개살구다. 세계 공급망이 깨져버리는 지금은 자체 공급망을 신경 써야 하고 그 속에서는 석탄도 원자력도 모두 중요한 자원이 된다. 돈을 보며 움직이는 듯 하지만 다들 전쟁을 불사한다는 자세로 임한다. 우리 정부의 대책 없음이 안타깝다.

  이 책의 저자는 중국통에 가깝기 때문에 중국 쪽의 입장이 더 자세히 기술되어 있다. 지금 정적 싸움이나 하고 있는 우리 정부와 정치권이 얼마나 한가한 사람들인지 뼈 저리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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