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비즈니스 트렌드 코리아 - 월스트리트 출신 경제 전문가의 매크로웨이브 산업 전망
권기대 지음 / 베가북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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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연말이 다가오면 늘 다음 해를 전망하는 책이 쏟아진다. 예전에는 10년 50년 단위로 전망을 내어놓았지만 지금은 한 해를 예측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물론 거시적 관점과 미시적 관점은 분명 필요하지만 당장은 내년의 소식이 궁금할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세상을 바라보고 나의 길이 잘못된 방향이 아닌가 잠깐 가늠해 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조금 더 미시적이다. 기술적 트렌드가 아니라 비즈니스에 집중했다. 그래서 경제 뉴스를 유심히 봤던 사람이라면 익숙한 내용들이다. 한 해의 경제 총정리 같은 이 책은 베가북스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경제를 하나의 관점에서만 바라보면 꽤나 냉정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팬데믹과 미중 무역 갈등으로 시작된 글로벌 벨류 체인의 붕괴는 무난할 것 같았던 경제를 요동치게 만들었다. 게다가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에 대해 러시아는 무력으로 저지함으로써 전쟁이 시작되었고 서방 세력은 즉각 제재를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우크라이나의 곡물과 러시아의 천연자원이 원활하게 유통되지 못해 세계 경제는 또 한 번 덜 썩였다.

  이런 분위기 속 외교는 줄타기와 같다.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 미국과 중국이 싸우지만 둘의 무역 거래는 오히려 늘었다. 유럽은 미중 두 나라 사이를 오가며 이득을 취하고 있다. 러시아 경제 제재는 결국 유럽에게 폭탄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줄타기를 거부했다. 경제는 세상의 모든 것이 엮여 있어 어렵다. 이제는 일기예보 보다 더 믿을만한 게 못될 정도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현재 상황을 꼼꼼히 적어두었다. 아직은 덜 익은 혹은 이제 막 개화하기 시작한 산업이나 기술보다는 당장 먹고살만한 것에 집중했다. 저자가 월가에서 지내서 그런지 애널리스트 리포트와 비슷한 느낌이다. 그렇다. 산업 동향이라고 보면 더 적절할 것 같다.

  책의 전반부에는 세계의 상황을 간략적으로 설명한다. 중국 리스크는 독재라는 정치 체제와 세계 최강을 내어놓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미국의 알력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달러를 자기 마음대로 찍어내고 또 자기 마음대로 디폴트를 선언하려고 하는 미국의 모습이 개그 같지만 팬데믹이 지나 덮친 인플레이션은 세계 경제의 문제임은 분명하다. 팬데믹과 홍콩, 대만 사태에서 보여줬던 중국의 고압적 태도는 기업들의 탈출을 가속화시켰고 중국 내부의 경제도 무너져 내리고 있다. 

  이전 정부가 추진한 아세안을 고려한 신남방정책, 중앙아시아 및 러시아를 고려한 신북방정책은 그런 면에서 탈 중국을 준비하는 자세이기도 했다. 지금은 되려 미국에 고립되는 듯한 모습이라 조금 안타깝다. 그리고 언제나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는 인도와 화석 에너지의 힘이 끝나기 전에 경제 전환에 힘쓰고 있는 중동의 오일 머니는 우리가 노려도 될만한 거대한 시장이다. 

  세상이 전쟁 속으로 들어가는 건 안타까운 일이지만 세계에서 몇 남지 않은 분단국가의 특수성으로 만들어낸 무기 기술은 전 세계로 팔려 나가고 있다. 어떻게 보면 북한과 남한 두 나라가 세계 전쟁의 주축이 된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해본다. 그 외에도 저출산-고령화 문제, 가게 대출 문제도 예사롭지 않다. 

  책은 파트 2에서 현재 우리나라 주력 산업의 현주소와 대책에 대해 정리해 두었다.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산업, 방산, 모빌리티, AI, 건축, 원전, 재생에너지를 설명한다. 파트 3은 잘 풀리지 않고 있는 산업들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다.

  정리한 자료를 보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게 보는 부분도 있고 더 나쁘게 보는 부분도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바이오산업의 소부장 쪽에 관심이 생겼다. 국산화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니 기회가 있을 듯했다. 배터리는 중국의 CATL을 과소 평가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책에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중국 자동차 BYD의 기세도 무섭긴 마찬가지다. 태양광 산업 또한 중국 점유율이 80%며 셀의 핵심 소재는 97%가 중국이다.

   소형 원자로 SMR에 대해서도 정책 기조가 바뀌었으니 해 볼만한 산업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SMR이 핵잠수함이나 우주선 추진 엔진으로 필요한 것도 사실이지만 애초에 효율도 낮고 폐기물도 여전히 생기는 기술. 그리고 잠수함처럼 실거주지 바로 옆에 두어야 하는 사실을 받아들일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싶기도 하다. RE100으로 가는 추세를 CF100으로 하자고 하는 게 우리만 외친다고 될 일인가 싶다. RE100을 선언한 삼성전자를 걱정한다면 그걸 도와줄 수 있는 쪽으로 정책을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책이 미래보다 현재를 적고 있다 보니 현실감이 확확 와닿았다. 미래의 기술이라면 배운다는 자세로 그저 읽었을 텐데 지금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내 생각과 다른 점, 내가 모르고 있던 점 등을 찾아가며 읽는 공부가 된 듯하다. 이 책은 그야말로 한 권의 산업 동향 분석서로서 나에게 현재를 다시 한번 정리하는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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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를 날리면 - 언론인 박성제가 기록한 공영방송 수난사
박성제 지음 / 창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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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력이 정권을 잡으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가 검찰, 감사원, 국정원 같이 감찰기관을 길들이는 것이다. 두 번째가 바로 언론 길들이기다. 이 시나리오는 늘 우리나라 보수라는 사람들이 집권하면 일어나는 일이다. 개인적인 생각에서는 진보 인사가 정권을 잡고 보수 언론을 싹 날려버렸으면 좋겠지만 같은 종자가 되려고 하지 않았기에 늘 코너에 몰려 있는 느낌이다. 이번 정부도 KBS, MBC와 같은 공영방송을 흔들기 시작했다. YTN은 민영화에 돌입시키고 TBS는 수입을 막아버렸다. 노골적이다. 예전 보수 정부들보다 훨씬 노골적이다.

  '바이든', '날리면'으로 시작된 언론 탄압의 화살은 공영 방송 mbc를 향했다. 140개의 언론이 내보냈지만 그 대상은 mbc였다. 본보기일 수도 있고 그들이 장악하고 싶은 언론이 mbc이기도 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수난을 겪었던 mbc의 수난사를 적은 이 책은 창비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 볼 수 있었다.

  시작은 소고기 파동이었다. 대부분 나라가 20개월 이하 소고기를 수입하고 있었다. 30개월 이하에서도 살코기만 수입했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뼈와 내장을 포함한 30개월 이상, 대부분의 특정위험부위를 포함한 30개월 미만'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을 체결했다. FTA에서 굉장히 좋은 카드로 쓰일 수 있었는데 덜컥 체결했다. 이 속에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다수 발생하더라도 우리는 임의로 수입 중단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30개월 이상 특정위험부위가 함께 수입되어도 알아채기가 어렵다. 그런 사실들은 소 학대 영상, 광우병 영상들 함께 세상을 휩쓸었다.

  지지율 10%까지 떨어진 이명박 정부는 바로 mbc를 때렸고 미디어를 하수인으로 만들었다. 그 선봉장이 지금의 방통위원장 이동관이다. KBS의 수신료 징수를 가지고 KBS부터 압박하고 있다. 누가 봐도 치사한 방법이라 어느 진형에서도 쓰질 않는 방법이다. 정말 부끄러움이 없는 정권이다. 검찰과 국세청을 동원하며 mbc를 조이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언론사를 항의하러 방문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검찰이 일개 독립언론 뉴스타파를 압수수색 했다. 전형적인 본보기다.

  지금은 언론 지형이 많이 변했다. 국내 언론이 정부에 아부하는 뉴스를 내보내도 현장에 있던 개인들이 촬영한 영상이나 해외 언론들의 보도자료를 접할 수 있다. 국내 언론들이 칭찬할 때 해외 언론들은 조롱했다. 해외 언론이 우리를 걱정해 줄 지경이다. 뉴요커는 '우리가 압수수색 당할 거다'라는 농담을 기재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때 쫓겨났다가 mbc 재건에 힘을 쏟는 박성제 전 mbc 사장의 경험담은 그래서 중요하다. 보도국은 철저하게 신뢰를 바탕으로 보게 된다. 세월호 이후 수많은 기레기가 탄생했다. 정권의 하수인이 되어 버린 mbc는 '엠빙신'이 되어 있었다. '만나면 좋은 친구'가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예능처럼 재밌으면 돌아서 보게 되는 게 아니기에 긴 세월이 걸렸다. 

  그런 mbc를 좌편향되었다고 때린다. 오른쪽 끝에 붙어 있는 조중동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일 대 일로 출현하는 프로그램에서도 좌편향된 보수 인사를 패널로 초청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종편에서는 보수 세 명에 진보 한 명으로 패널을 구성하기도 한다. 누가 편향과 기울어진 운동장을 탓하는 게 맞을까? 좌편향된 게 아니라 그만큼 논란거리가 많다는 생각은 해보질 않았을까? 조국 가족이 검찰에 난도질당하는 동안에도 문제가 많던 장관 후보자들은 논란만 일으키고 사라졌다. 그들의 논란거리가 지방대 표창장 보다 더 심해 보였는데도 말이다.

  '중립적이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인간의 고통 앞에 중립은 없습니다'

  한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월호 유적을 만난 뒤 노란 리본을 달고 한 얘기다. 이태원에서 수많은 목숨이 사라졌는데도 놀다 그런 거라 괜찮단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져 반지하에서 사람이 유명을 달리했을 때도 왜 피하지 못했냐고 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 때에도 교사들의 자살이 이어지고 있어도 왜 더 참지 못했냐는 뜨뜻미지근한 반응뿐이다. 인간의 고통 앞에선 얼마든지 편파적이어도 괜찮다는 교황의 말에 괜히 부끄러운 나라가 되고 만다.

  mbc 아니 저널리즘을 지키려 하는 많은 언론은 위기 앞에 놓여 있을지 모른다. 이 책은 mbc에 대한 얘기를 넘어 권력이 어떻게 언론을 파고드는지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그리고 썩은 언론에 다시 새싹이 나기까지 얼마나 오랜 노력이 필요한지도 얘기하고 있다.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나는 관심을 잃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공영 방송이 점령당해도 풀뿌리 언론에게서 독립 언론에서 그리고 해외 언론에게서 사실을 알아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알기 쉽게 정리해 주는 개인들도 많아졌다. 우리가 관심을 잃지 않는다면 언론에 대한 그들의 횡포가 별 영향이 없다고 판단이 된다면 이런 불행한 일이 앞으로는 일어나지 않게 될 거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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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 디플로마티크 Le Monde Diplomatique 2023.10 2023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브누아 브레빌 외 지음 / 르몽드디플로마티크(잡지)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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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9세의 르몽드가 한국어판을 출판한 지도 벌써 15돌이 맞았다. 많은 소식들이 있지만 르몽드 자체에 관한 얘기를 먼저 하지 않을 수 없다. 목수정 작가의 경험담이 서늘하게 가슴을 스친다. 눈앞에 많은 구름이 있음에도 맑아질 거라는 일기예보를 믿고 기다리는 모습에서 우리는 눈앞의 현상보다 언론의 말을 더 신뢰한다는 점을 느낄 수 있다. 반대로 우리는 우리가 믿는 말을 하는 언론을 신뢰하는 것일 수 있다. 어느 쪽이든 언론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저널리즘이 사라지고 상업주의에 찌든 언론이라도 제대로 된 역할을 해낼 언론이 필요하다. 르몽드는 그 자리를 굳건하기 지켜주길 바란다.

  10월은 좌파를 집어삼킨 우파의 얘기와 그 속에서 좌파의 역할의 중요성을 얘기하는 듯했다. 더불어 독립 운동가를 폄하한 윤석열 정부의 행태를 지적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의 잘못된 점도 매몰차게 몰아붙이는 10월호는 르몽드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최근 공교육의 문제가 사회 전반적으로 드러났다. 사실 공교육의 문제는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많은 나라에서 선생님이 되려 하지 않는다. 선생님을 구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 되어 버린 나라도 있다. 하지만 교육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핀란드는 달랐다. 부러운 일이다. 그럼 프랑스는 어떨까? 프랑스는 최근 대안 교육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는 있다. 대안 교육 대부분이 비싼 학비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저소득층 지역에서는 사립학교로 인해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교육 민주주의를 내세우고 있지만 교육은 여전히 불평등하다. 실제로 대안 교육은 부유층 부모들이 더 나은 교육 환경을 찾는 목적으로도 이용된다. 대안 교육이 사교육 조장이라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저소득층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야 할 것이다.

  '빨갱이'는 군사독재 시절에 권력의 하수인들이 즐겨 사용했던 단어다. 대표적인 매카시즘 용어다. 물론 요즘도 극우 성향의 사람들은 이 단어를 남발하고 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지지하는 색이 '빨간색'이라는 건 좀 모순적이기도 하다. 빨강은 인류가 사랑하는 색이다. 그리고 저항의 색이다. 프랑스혁명의 붉은 깃발도 바로 그것을 상징한다. 빨강은 혁명의 색이다. 우리 선조들이 독립을 위해 민주주의를 위해 땅 위에 흘린 피의 색도 빨강이다. 21세기 우리에겐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은데 해묵은 이념 논쟁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좌파는 정치적 노선이 꽤나 어렵다. 기득권이 차지할 이익은 분명하고 확실하다. 하지만 가난한 자들에게 이익이 돌아가기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장애물도 많다. 약자들이 소리를 내지 않으면 모든 정치는 기득권을 위한 도구가 되고 만다. <진보와 빈곤>에서는 저자는 가난한 자는 진보의 시끄러움을 견딜 만큼 부유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냥 현실에 안주하고 만다고 했다. 그래서 진보가 승리하려면 순식간에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미국은 이제 조금 늦은 것 같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과 공화당을 지지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뚜렷하게 나뉘는 점이 있지만 그것이 더 이상 기득권과 약자가 아니다. 미국에는 보수와 보수만 있을 뿐이다. 그들에게는 이제 서로에게 권력을 내주지 않겠다는 다짐이 더 강한 듯하다. 미국보다 더 미국 같다는 우리나라도 별반 다르지 않다. 괜찮은 진보 세력이 없다. 극우들은 민주당이 좌파라고 얘기하지만 내가 보기엔 극우와 보수만 있는 것 같다.

  신자유주의는 여러모로 많은 부작용을 가지고 온다. 양극화의 주범이기도 하지만 과거의 망령들을 불러오는 것 같기도 하다. 시대에 대한 혐오는 과거에 대한 향수로 이어진다. 자칫 그 방향이 분노를 가지게 되면 옛날 좋았지라는 생각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최근 사회는 '능력', '공정'이 키워드가 되는 것 하다. 능력이라는 것에 도덕적 잣대가 해이해지는 것 같다. 많이 벌고 많이 가진 사람이 능력 받고 존경받아야 하는 사람이 되어 간다. 재능만 중요시하는 사회에서 파시즘의 악령들을 재평가하려는 시도가 이뤄진다. 잘 났으니까 그랬겠지라는 기함할 일이 생겨나는 것이다. 미국이 트럼프를 뽑은 것도 별반 다르지 않다. 많은 나라에서 강한 지도자를 원한다. 무섭도록 말이다. 나치즘도 그렇게 생겨 났지 않았던가.

  그런 면에서 평화로워 보이는 싱가포르의 내면도 아름답지 않다. 싱가포르의 이주자의 삶이 절망적이라는 다큐를 본 적이 있는데 여전한가 보다. 싱가포르는 70년 넘도록 총리가 3 명 밖에 없었다. 그리고 두 명은 부자 관계다. 투표권이 존재하지만 야당에 대한 규제도 있다. 반자유적 민주주의 표본이다. 파업은 불법이지만 조세피난처를 자처한다. 이민자를 받을 때에도 등급을 나눈다. 하지만 싱가포르 경제를 굴러가게 만드는 건 경제활동인구 40%를 차지하는 이민자들이다. 기본 급여도 없고 고용인이 부르면 언제든지 가야 한다. 싱가포르 경제는 핍박받는 이민자들 위에 세워져 있다.

  세상 여러 이야기들이 들어 있었고 전체적으로 보면 혁명, 쿠데타 그리고 자유에 대한 얘기들이었다. 쿠데타의 얘기부터 안락사의 얘기까지 모두 흥미로웠다. (조금 어렵기도 했고) 이렇게 또 세상에 대한 견문을 넓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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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패턴 쓰기 노트 (스프링) - 매일 일본어 문장 쓰기 루틴
넥서스콘텐츠개발팀 지음 / 넥서스Japanese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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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이 책을 만나기 전까지 어느 정도 수준의 일본어인지 알 수 없었기에 고민이 많았다. 혼자 일본어 공부를 곳이 있었는데 그곳은 인지도도 팔로우도 높지 않았다. 그럼에도 넥서스 출판사는 나에게 이 책을 사용해 볼 것을 권했다.

  필사하며 자연스레 일본어와 친근하게 만드는 이 책은 넥서스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이 책은 일본어를 시작한 사람 중에 '이제 나도 JLPT N5 도전해 봐야지'라는 생각이 든 사람에게 유용할 수준의 문장들이 담겨 있다. 왼쪽은 따라 쓰기, 오른쪽은 한글을 일본어로 바꾸어보기로 구성되어 있고 각 문장들은 mp3로 제공해 준다. 핸드폰으로는 표지 뒤에 찍힌 QR코드로 mp3를 들을 수 있도록 해놓았다.

  하루 10분 정도 투자하면 한 장을 소화할 수 있다. mp3를 들으며 따라 써보고 우리말을 일본어로 적으면서 단어를 자연스레 암기하게 된다. 조금 어렵다 싶다면 구석에 써가며 연습할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한 여백도 장점이다. 300개의 문장을 20 문장씩 15일 동안 연습하면서 일본어와 친해질 수 있다.

  학습을 목적으로 하는 책들은 딱딱하며 지루한 면이 없지 않다. 그것은 더 나은 실력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지만 때론 긴장을 풀고 가볍게 즐길 필요도 있다. 쉬는 시간에서 공부할 수 있다면 실력은 더 좋아질 거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너무 무겁지도 않아 적당하다. 부담감을 내려두고 그저 적어 보는 거다. 비슷한 문장의 반복은 어느새 문장의 익숙함으로 다가온다. 딱 보름만 재미나게 해 보자. 일본어가 조금 더 친근해지게 될 거다.

  본인이 일본어가 익숙해졌다고 생각되는 사람에게는 꽤 많이 쉬울지도 모르니 목차와 내용을 확인해 볼 필요는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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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프랑스 - 100개의 테마로 이야기하는 프랑스 문화 프랑스 문화 3부작
이상빈 지음 / 아트제ARTSEE(주)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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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00페이지의 두툼한 책에 '나의 프랑스'라는 제목이 붙었다. 에세이라고 하기엔 너무 두껍고 프랑스 관련 서적이라기 하기에는 개인적인 의견이 많이 녹아 있다. 저자가 어떤 분류로 거부했지만 책은 '인문'으로 분류되어 있다. 사실 나는 에세이로 되어 있을 줄 알았다. 저자가 꽤 오랜 시간 프랑스라는 나라를 보고 느끼며 작성한 기록이라는 설명이 딱 어울린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편집위원, 번역위원장을 역임했다는 것에서 느낄 수 있다. 프랑스에 대한 단순한 나열이 있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프랑스라는 나라의 사회, 문화 전반적인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아트제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100가지 주에 대한 100개의 칼럼을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프랑스라는 나라를 여행하면 단순히 열거하는 것도 아니면서 유구한 역사에 대해 얘기하는 것도 아니다. 저자가 프랑스에서 직접 보고 느낌을 것을 기록하는 것들이어서 시점은 현재에 있지만 그 고찰은 세대를 넘나 든다. <르몽드>에서 일해서인지 프랑스에 한국을 투영해 그 속에서 느낄 수 있는 것들도 공유한다.

  나는 후반부에 등장하는 음악, 식도락, 영화, 여행 같은 곳보다 초반에 등장하는 문화, 사회, 세계와 같은 파트가 좋았다. 책을 읽는다는 느낌을 넘어 신문을 보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프랑스의 모습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을 얘기하는 것이 좋았다. 

  문화 강국 프랑스는 나라 자체로 이미 엄청난 콘텐츠를 가진 나라이다. 문화는 모든 국민이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문화 민주주의'를 만들 가고 있다. 무료이거나 저가인 공연도 많으며 특히 우리나라 같은 경우 비싸서 관람하기 부담스러운 공연에도 저렴한 좌석이 있다. 물론 자리가 좋지는 않지만 적어도 공연장에 들어가는 것이 부담스럽게 만들지는 않겠다는 생각이다. 문화에 대한 해석은 개인의 몫이지만 문화를 경험하는 것이 어려워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다언어주의 유럽을 얘기하는 부분도 좋았다. 유럽은 EU로 하나의 연합체를 이루고 있지만 여전히 각자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타 언어를 모른다는 것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될 수 있지만, 언어를 안다고 해서 서로를 이해하는 것 또한 아니기 때문에 유럽의 다양성은 중요하다. 오히려 하나의 언어를 쓰게 된다는 것은 같은 목소리를 내는 전체주의 사회와 별 다르지 않을 수 있다. 유럽은 언어 다양성을 가지는 것으로 이미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독서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크세주 문고'에 대한 얘기는 눈에 띈다. '모든 대답에 하나의 질문'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있는 이 문고 시리즈는 '내가 아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의미한다. 1941년부터 현재까지 4,000종 이상이 출간되었다. 모든 분야를 망라한 하나의 방대한 백과사전이라고 해도 될 정도다. 형태도 분량도 가격도 동일하다. 

  일단 편을 나누면 상대의 얘기를 들어보려고 하지 않는 우리나라와 다르게 프랑스는 대담을 중요시한다. 그리고 지식인에 대한 생각도 남다르다. 적어도 사회적 신분이 높다면 세상사에 대해 일정한 수준의 격조와 논리를 가지기를 요구한다.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도 예외가 아니다. 그것이 그들의 교육의 효과일 지도 모를 일이다. 

  프랑스는 파업 또한 잦다. 프랑스 광장의 도로가 엄청 넓은 것은 플래카드를 걸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라는 얘기를 어디서 들은 적이 있다. 엄청 불편할 텐데도 프랑스 사람들은 그들의 주장이 옳다고 생각되면 기꺼이 그들의 편을 들어준다. 그래야 우리가 옳은 주장을 할 때 그들도 우리를 지지해 줄 거라 믿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읽은 '분노하라'의 저자 에셀 또한 프랑스인을 생각해 보면 <저항>이 프랑스인에게는 내재되어 있다는 느낌이다.

  또 재밌는 부분은 중산층에 대한 기준이었다. 프랑스 중산층의 기준은 1. 외국어 하나 정도는 잘할 수 있고 2. 직접 즐기는 스포츠가 있고 3.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있으며 4. 남들과는 다른 맛을 내는 요리를 할 수 있고 5. 공부에 의연히 참여하며 6. 약자를 도우며 봉사활동을 꾸준히 하는 것 등이다. 모든 것을 '돈'으로 기준을 정하는 우리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프랑스 중산층 기준에는 '사회 약자에 대한 연대' 정신이 필수인 것이 눈에 띈다. 동시에 프랑스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들도 대부분 사회적 약자에 대해 헌신한 사람들이 순위에 들어 있다. 우리처럼 '왕'들이 있지는 않다.

  책은 프랑스의 자랑과 같은 역사와 혁명 그리고 수많은 문인들에 대해서도 얘기한다. 문화를 어떻게 아끼고 즐기는지도 알고 있는 듯하다. 세계가 최첨단을 달리고 있는 동안에도 프랑스는 무심한 듯하다. 프랑스 국적의 전자제품 기업이 하나 정도랄까. 그들은 급변하는 세계에서도 '느림의 미학'을 실천하고 있는 건지도 모를 일이다.

  느리다는 건 더 자세히 보기 위함이고 더 진지하게 대하고 있음인지도 모를 일이다. 속도 경쟁에 헤어날 수 없는 우리에게는 조금 부러운 대목이기도 하다. 세계 속의 한국 문화가 어떻게 정체성을 만들어갈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할 것 같다. 일만 잘하는 아시아인이 아닌 멋진 문화 민족으로 알려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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