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의 역사 - 로빈슨 크루소에서 해리 포터까지, 우리 삶에 스며든 모든 우산 이야기
매리언 랭킨 지음, 이지민 옮김 / 문학수첩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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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는 하나의 물건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많다. 여름철이면 하나쯤 가방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우산에 집착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책으로까지 나올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지만, 이런 독특한 책을 문학수첩에서 지원해 준 이 작품으로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에는 역사 속이나 문학 속에 등장하는 우산의 다양한 모습들을 표현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는데, 제목답게 우산이 역사 속에서 지니는 의미와 책이나 영화에서 표현되는 우산을 소개하면서 흥미롭게 해 주었다.


  우산은 아주 고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왕의 권위를 뜻하는 물건이었다. 태양으로부터 군주를 보호하는 것이기도 했으며 왕 위로 뻗은 하늘이기도 했다. 우산은 왕의 신성한 지위를 상징하는 물건이었다. 천주교에서는 교황의 머리 위를 우산으로 덮었으며, 중국에서는 우주의 상징이었다. 불교에서는 부처를 상징하는 여덟 개의 표식 중 하나로 여겨지기도 했었다. 인도에서는 우산을 쓰지 않으면 왕족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근대에 이르러서는 우산은 <차별의 징표>였다. 우산은 실용적이지 못했고 여러 장식을 달아 호화스럽게 만든 장식품이었기 때문이다. 우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돈이 있는 사람으로 여겨졌으며, 가게에서도 우산을 가진 사람에게는 선금을 받지 않아도 될 만큼의 신뢰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우산에게도 시련이 있었다. 부정적인 시선의 시작은 우산 자체에 있었다. 전혀 실용적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드레스 코드와 맞추는 등 여성들이 압도적으로 많이 사용했기 때문에 남성들에게 기피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는 하늘의 의도 즉, 사람을 젖게 만들려는 것에 저항한다는 이유였다는 것이었다. 과학이 아닌 의식주에서도 종교의 탄압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참 놀라웠다. 모자도 같은 이유로 억압당했다고 하니 우산은 오죽했을까 싶다.


 그럼에도 우산이라는 것이 보편적인 물건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실용적이었기 때문이다. 우산의 보호라는 근본적인 기능이 우산을 계속 쓰게 만들었고 문학에서도 우산은 보호의 상징이었으며 우산을 쓰지 않은 것은 고난이거나 고난을 이겨내는 강인함 등으로 표현되었다.


  이렇게 보편화된 우산은 새로운 영감을 주었다. 하늘에서는 낙하산을 연상시켰고 바다에서는 돛으로 이어졌다.


  우산은 보호의 기능도 하지만 개인적인 공간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지붕 아래 나의 공간도 중요하지만 우산은 이동하는 나만의 공간이 된다. 특히 비가 오는 날 우산 속은 세상과 어느 정도의 벽이 만들어진 내 세상이다. 나는 비가 오는 날을 좋아했다. 비만 오면 우산을 쓰고 이어폰을 끼고 마냥 걷는 것을 좋아했다. 나무가 우거지거나 숲 속에서 비가 나뭇잎에 부딪치는 소리가 좋았다. 


  지금은 너무 저렴한 우산이지만 귀빈 대접받던 시절도 있었고, 탄압을 받던 시절도 있었다. 개인 차량을 이용하면서 예전만큼 각별한 사이가 되지는 못하지만 삶 속에 녹아든 우산의 역사를 읽는다는 재미는 느끼기에는 충분히 괜찮았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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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이면 행복해야지
도대체 지음 / Lik-it(라이킷)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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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나무 서포터즈 2번째 도서는 도대체님의 <이왕이면 행복해야지> 다.


  프리랜서를 선언하고 어려움을 겪던 시절에 <도대체>님은 반려견 <태수>와 함께 산책을 다녔다. 그 길에서 만난 길고양이들과의 인연과 에피소드를 고스란히 담았다. 길고양이를 애정 어린 눈으로 보았을 때에만 관찰할 수 있는 순간과 에피소드가 좋았다.


  나도 어린 시절 야생 고양이를 키운 적이 있다. 시골이었기에 길고양이라기보다는 야생고양이라고 얘기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그들은 사실 길고양이들보다 더 사람을 경계한다. 닭들을 키웠던 작은 방에 넣어두고 매일 같이 밥을 주며 정을 나누었던 예전 생각이 많이 났다. 사나웠던 고양이가 나에게 사납지 않게 되었다는 것은 엄청난 기쁨이었고 어느 날 어머니가 갑자기 다른 사람에게 고양이를 줘 버렸던 날의 슬픔은 이로 헤어릴 수 없었다.


  나는 동물은 마당에서 키워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동물은 그들만은 영역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 또한 내 생각이었지만 추운 겨울 길고양이 여럿의 죽음을 본 <도대체>님이 길고양이를 안고 허겁지겁 작업실로 들어가는 모습이 예전 그날의 나를 생각나게 해 버렸다.


"그래. 나도 동물들 참 좋아했었는데.."


  작품 속에서는 길고양이들을 좋아하는 <도대체>님과 더불어 동네 마실을 나서는 할머니와 아주머니들의 고양이에 대한 애정이 볼 수 있어 기분 좋게 읽을 수 있다. 더불어 길고양이에 대한 인식도 조금이나마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사실 내 품의 자식이라고 하지만 동물은 원래부터 내 품에 없었고, 그런 동물도 사랑했으면 한다.


 책 속에 글귀를 인용하자면


  "괴롭히지 않아도 충분히 괴롭습니다" 


자연과 동물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다면 그 또한 행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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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같다는 환상 천재를 죽이지 않는 사회 - 천재 프로그래머 장관 오드리 탕, 일곱 시공의 궤적
아이리스 치우.정쭝란 지음, 윤인성 옮김 / 프리렉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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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이 책이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제목의 역할이 컸다. <모두가 같다는 환상, 천재를 죽이지 않는 사회>라는 제목은 마이클 샌델 교수의 <공정하다는 착각>이라는 책을 떠올릴만한 것이었다. 하지만 제목과 다르게 내용은 <오드리 탕>의 일대기와 대만의 사정에 대한 얘로 이뤄져 있다.


  이런 <오드리 탕>의 얘기를 읽을 수 있도록 프리렉 출판사에서 지원해 주었다.


  오드리 탕이라는 천재를 전면에 내보인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바라는 것은 <천재를 죽이지 않는 사회>라는 내용이 언제 나오느냐는 것이었다. 천재를 죽이지 않는 사회는 없었으며 천재 자신과 가족이 스스로 만들어 갔다는 것에 오드리 탕의 어머니의 대단함을 느끼는 동시에 김 빠짐 또한 느낄 수밖에 없었다. 나는 미국이 영재를 지원하는 시스템을 다루는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는데 그런 내용을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런 기대를 제외한다면 이 책은 <오드리 탕>의 평전이라고 해야 옳다. 대만 최연소 장관인 그녀는 꽤 많은 수식어가 붙어 있다. Perl 6 개발 커뮤니티를 운영한 천재 프로그래머이며 트랜스젠더이다. 천재성을 공공성에 기여하는 시빅 해커이면서 10대 스타트업 CEO였고 시인이기도 하다. 


  그녀의 어린 시절은 힘겨움의 연속이었다. 천재를 품을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은 대만에도 없었다. 일반 학교에서 천재는 시기의 대상일 뿐이다. 어머니의 노력으로 천재성을 알아보는 교수와의 인연을 만들었고 대학생들이 주체하는 철학 모임에도 참석할 수 있었다. 그리곤 독일로 향하게 된다. 독일에서의 교육은 대만과 완전히 달랐다. 천재성은 스스로 길러야 했지만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채워준다. 천재이면서도 부족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했을 것이고 학력을 모자라지만 어른스럽고 자신감 있는 독일 친구들에게서 많은 것을 느끼게 된다.


천재로 간주되지 않는 많은 사람에게는 자신만이 가진 빛이 있습니다.

또 천재로 보이는 많은 사람에게는 자신만이 아는 어둠이 있습니다.

둘 다 멋지고 아름답습니다.

실재하는 것은 IQ가 아니라, 이러한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그녀가 다시 대만으로 향한 것은 대만의 교육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었는데, 이것은 사실 그의 어머니가 하고 있는 일이다. 이 책에서 독일 교육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으며 어머니의 대단함도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생각에 맞춰 가족회의를 열고 변론하고 결정하는 그들의 문화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오브리 탕이 트랜스젠더가 되려고 했을 때도 상급 학교로 진학하지 않으려 했을 때에도 부모는 그녀를 믿어줬다. 결국 천재를 죽이지 않는 사회라는 것은 그들의 가족이었던 것 같다. ( 아버지와의 마찰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아버지도 스스로 뉘우친다. )


  결국 모두가 같다는 환상이라는 것은 소수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회를 비판한 것 같았고 천재를 죽이지 않는 사회는 이상향이었다. 젠더라는 것은 성별과 다르게 남녀 이분법이 아니듯 천재라는 것도 그냥 특정 부분이 뛰어난 인간이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은 아닐까. 


<오드리 탕>이라는 멋진 사람을 소개하는 책이었다. 중간에 대만의 근대 사정을 많이 집필했지만 그곳에 그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인터넷 커뮤니티라는 평등한 사회에서 민주주의를 겪어 온 그녀만이 할 수 있는 평등하고 투명한 정책들이 대만 사회를 어떻게 바꾸어 놓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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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이면 행복해야지
도대체 지음 / Lik-it(라이킷)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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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길고양의 동거.. 재밋고 흥미로운 스토리가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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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만든 사람들 - 과학사에 빛나는 과학 발견과 그 주인공들의 이야기
존 그리빈 지음, 권루시안 옮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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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하는 과정은 개인적인 것이지만 과학 자체는 본질적으로 비개인적인 것이다. 과학은 절대적, 객관적 진실을 다루는 것이지만 과학사는 역사처럼 다루는 사람들만큼의 다양한 시각이 있을 수 있다.


수많은 과학사 중 하나의 시각으로 봐달라는 이 책은 #진선BOOKS 의 지원으로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은 말하고자 하는 큰 줄기는 과학은 과학사를 이룩한 사람들의 업적이 차곡히 쌓여서 올린 업적이며, 누구 하나의 업적으로 이룩된 것이 아니다는 것이다. 과학사 안에는 위대한 과학자로 추앙받는 사람들도 있고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과학자들도 많다. 개인의 천재성으로 추앙받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야말로 운이 작용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하나의 위대한 법칙이 발견되기 전에 이미 선대 과학자들이 대부분 이룩해 놓아 비교적 쉽게 명성을 떨친 이들도 있고 완벽한 가설을 세웠지만 기술의 발전이 따라주지 못하거나 죽음으로 더 이상 연구하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때로는 자신의 공로를 세상이 인정해 주지 않아 자살을 시도한 이들도 있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중세시대의 과학의 발전은 종교와의 싸움이었다. 코페르니쿠스나 갈릴레이 같이 천동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종교의 교리에 위배된다 하여 논문 발표가 쉽지 않았고 강경하게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던 몇몇 학자들은 단두대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이 종교와의 싸움은 천문학뿐 아니라 과학 전반적인 부분에서 이뤄졌다. 진화론과 생물학 등은 신이 생명을 만들었다는 교리에 위배되면 안 되었기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으며 대륙 이동설이나 원자물리학 등도 지구의 나이가 신이 창조했다고 기록한 날보다 더 오래되면 안 되었기에 과학의 발전을 종교가 집요하게 잡아둔 것이다. 혹자의 얘기에 따르면 종교 때문에 유럽의 과학은 100년 이상 뒤쳐졌다 한다.


근래의 과학은 늘어난 인구만큼 늘어난 과학자들로 인해서 서로 상충되는 이론의 싸움으로 과학의 발전이 다소 더뎌졌다. 서로가 서로의 학문을 증명하고 일반적인 이론이 될 때까지 그만큼의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때로는 반대를 위한 실험을 하다가 상대편의 이론을 확실하게 해주기도 했다.


과학은 종교나 기자재의 문제로 천문학과 물리학이 가장 먼저 발전했고, 실험 기자재의 발전을 이룬 이후에나 화학과 생명 공학, 양자물리학 같은 것이 발전할 수 있었다. 과학은 세분화되었지만 서로가 서로의 발전에 영향을 주었으며, 여러 이론들이 학문의 카테고리를 넘어서 적용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과학은 이렇게 서로의 지식 위에 자신의 지식을 쌓아 올리는 일이 된 것이다.


책은 9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내용으로 꽤 긴 역사를 담고 있다. 등장하는 과학자만 해서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배경 지식 없이 술술 읽을 수는 없지만, 과학에 흥미가 있고 천문학, 물리학, 화학, 생명공학 등에 대해서 얇게라도 관심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과학의 역사 속에의 대소사를 느끼며 즐거운 독서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예전에 김상욱 교수가 과학자의 윤리에 대해서 얘기한 적이 있는데, 과학자가 의도적으로 거짓을 공유하는 것은 그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 이론을 이어갈 수많은 과학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 책을 읽으면 그 말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인간이 이룩한 과학사는 굉장히 복잡하게 얽혀 있으며 지금도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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