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기 베인
더글러스 스튜어트 지음, 구원 옮김 / 코호북스(cohobooks)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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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의 나의 시점으로 본다면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작품이다. 영미 소설은 여전히 정서적으로 생경함이 앞선다. 책을 덮고 나서도 무엇을 얘기하려고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단지 셔기 베인이 마음의 짐을 내리고 그나마 말동무가 되어주는 리앤이 옆에 있어 줬다는 것으로 안도감을 가질 수 있었다. 부커상을 받은 대부분의 이야기는 비슷한 면이 있다. 어려운 시절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그들의 타락을 읽고 있음에 짜증이 밀려오고 답답했다. 이건 또 다른 공감일까?


  1980년대의 암울했던 글래스고의 한 여자의 처절한 삶과 그 옆에 끝까지 지켜낸 한 소년의 이야기는 코호 북스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셔기 베인은 소설 전체를 이끌고 있는 애그니스 베인의 막내아들이다. 애그니스 베인은 가톨릭을 믿는 전 남편에 회의를 느껴 이혼했으며 카사노바인 빅 셕 베인에 의해서 철저하게 망가졌다. 한 때 그녀는 일 년 넘게 술을 끊은 적도 있었지만, 자신의 사랑이 알콜 중독자임이 혼란스러웠던 유진이 애그니스에게 술을 조용하는 바람에 모든 행복은 부서져버리고 말았다.


  매일 술과 욕지거리로 사는 어머니와 자신을 호모라고 놀리는 친구들 속에서도 셔기 베인은 흔들림 없이 곱게 자랐다. 그의 누나와 형도 차례대로 집을 떠났지만 그들도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반듯하게 자랐다. 충분히 삐뚤어질 수 있는 가정환경이었는데 어머니의 행복만을 바라는 셔기 베인의 마음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어느 대목에서 감동을 받아야 할까? 이 작품은 여성의 서사인가 아이의 서사인가 조금 혼동스럽다. 제목은 셔기 베인이지만 모든 스토리는 애그니스가 끌고 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셔기 베인이 성인이 되기도 전에 이야기는 마무리되어버리기까지 한다.


  소설의 대부분의 남성들은 악당 같다. 조선소가 문을 닫으면서 실업이 급증했다. 다들 실업 급여를 받아서 술을 마시고 유흥을 즐기기에 바빴다. 남성들 또한 가정을 지킬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여자들은 살아가기 위해서 몸을 내어 주는 일이 허다했던 것 같다. 맨 정신으로 살아가기 어려운 삶 속에 알콜 중독자들도 많았던 것 같다. 이런 전제를 깔아 준다면 술이 찌들어서 아이들을 내팽개치고 사랑에 목말라 헤매는 이 여성에게 측은한 마음이 들까? 알콜 중독이라는 것이 헤어 나오기 너무 힘든 병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녀의 아픔을 쉽게 공감해 주지 못했다.


  단지 왜 남자들은 저 모양일까 싶었다. 셕 베인은 이미 죽일 놈이었고 유진이 애그니스에게 술을 지속적으로 권할 때 걷어낼 수만 있다면 책 속에서 걷어내고 싶었다. 그런 분노가 유혹을 이기지 못한 애그니스에게로 전해지면서 독서에 화가 묻었다. 불 같이 화를 내며 유진에게 달려든 장남 릭의 모습에 백번 공감이 갔다. 왜 사람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지 못하는 것일까. 이해할 수 없었다.


  그 결정적인 사건 이후로 쭉 힘든 독서였다. 작품 속에서는 샤기 베인이 홀로 분투하고 있었고 가끔은 집을 떠난 릭이 마음을 한 번 쓸어주고 갈 뿐이었다. 불현듯 나타난 리앤 덕분에 샤기 베인의 마음의 짐이 조금이나 덜어지는 것이 그냥 고마운 느낌이었다.


  작품이 당시의 시대를 잘 대변하는 것은 인정한다. 사랑에 목매인 여성의 알콜 중독 또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단지 왜 사랑에 그렇게까지 목을 맬까는 이해할 수 없었다. 처절하게 환경을 이겨내는 스토리도 아니었다. 절망에서 절망으로 이어지는 이야기. 잠깐의 반짝임으로 더 절망스럽게 만들었던 작품이었다. 시종일관되게 어두운 작품에 그나마 밝음으로 남아 있을 수 있는 샤기 베인의 <사랑>. 그래서 제목을 샤기 베인으로 정했을까?


  떠나간 남자에게 복수하는 방법은 '존나 잘살면 된다'라는 대목에서 잠깐 희망의 복선이 있었지만 다 거둬 가버렸고, 마지막 장면에 셔기 베인이 웃을 수 있게 된 것 만으로 만족하게 되었다. 나이가 들면 이해의 폭의 넓어진다고 했던가. 그럼에도 나는 이상적인 사랑의 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애그니스가 못 마땅한 현실적인 사랑을 하는 인간이었음을 다시 한번 느꼈다.


영미 소설의 문화적 낯섦이 얼마나 더 많은 책을 읽어야 익숙해질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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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자료 구조와 알고리즘 - 상식으로 이해하는 자료 구조와 알고리즘!, 개정2판
제이 웬그로우 지음, 심지현 옮김 / 길벗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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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 구조라고 하면 굉장히 복잡하고 어려운 학문으로 생각할 수 있고 쉽게 시작하기에도 어려움이 있다. 그럼에도 자료 구조는 데이터가 넘쳐나는 시대에 꼭 필요한 학문이기도 하다. (물론 잘 만들어진 알고리즘을 가져다 사용해도 되지만..) 이왕 데이터를 다루기로 마음먹었다면 자료 구조를 공부해 봄이 좋다.


웹사이트를 검색하다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추천하는 책이었다.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와 함께.. 그렇게 나도 구입해서 펼치게 되었다. 최근 DB와 연동해서 무언가를 만들면서 자료 구조에 대한 나의 관심도 높아졌기 때문이기도 했다.


  수학 용어나 전문 용어가 아니라도 이해한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상식적으로 아는 게 많으면 이해가 빠른 것도 맞다.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가 있다면 더 빠르게 이해할 수 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런 카피를 납득할 수 있는 이유는 각 알고리즘에 대해서 step by step으로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조금 능숙한 사람이라면 이런 걸로 지면을 낭비하나 싶을 정도지만 정말 데이터 하나하나가 이동하는 모습을 그림으로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자료 구조에서 알고리즘의 중요성을 얘기하면서 시작하며 성능을 확인할 수 있는 빅오 표기법을 먼저 설명해 준다. 그 뒤로는 아주 기초적인 알고리즘부터 범용으로 쓰는 알고리즘까지 이어진다. 그야말로 원시적인 알고리즘에 의문으로 던지고 그것을 해결한 다음 알고리즘을 설명하는 식으로 스토리텔링을 하고 있다. 지겹다고 바로 마지막 장으로 간다면 이해가 어려울 수도 있지만 차근차근 밟아가면 조금씩 머리가 트이게 된다. 


  단지 예제 코드가 한 번은 ruby였다가 한 번은 python이었다가 했는데, 코드가 그렇게 어렵지 않아서 모두 C++로 변환해서 실습할 수 있었다. 자료 구조를 볼 정도면 어느 언어 하나쯤은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마지막 알고리즘에서는 예제로 결과를 얻기가 조금 어려워 코드를 만지작 거리면서 결국 해결했지만 잘했는지는 모르겠다.


  자료 구조에 대한 실전 예제이면서도 가볍도 알차게 구성된 책이었다. 사람들이 왜 하나 같이 추천하는지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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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모자, 여행을 떠나 시체를 만났습니다 옛날이야기 × 본격 미스터리 트릭
아오야기 아이토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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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스터리와 스릴러의 장르의 확장은 얼마나 더 이뤄질 수 있을까? 이 탐정물은 사건을 우리가 아주 잘 알고 있는 동화와 연결 지어 새로운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잔혹동화처럼 되어 있기도 하다. 동화 속에는 범죄가 있고 빨간 모자는 범죄를 해결하며 자신의 목적을 향해 나아간다.


  힘 없이 당하기만 했던 슬픈 아이들이 야망을 가지고 다시 태어나게 만든 이 소설은 한스미디어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정말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목이었다. 우리가 알고 있던 귀여움의 빨간 모자가 탐정이 되어 여행 중에 많은 사건을 해결한다는 설정 자체마저도 귀엽다. 내용도 그렇게 귀여울까? 신데렐라와 헨델과 그레텔은 살인마였다. 잠자는 숲 속의 공주가 사는 왕국은 비밀들을 간직한 사람들의 나라였고 성냥을 태우며 추위에 죽어간 성냥팔이 소녀는 야망 있는 아이였다.


  잔혹 동화를 아이들의 정서로 미화시킨 작품들은 많다.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장화홍련전>도 잔혹했던 <백설공주>도 그런 동화 중에 하나다. 이 작품은 그 과정을 거꾸로 했다. 매 장 배경이 바뀌어 다른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탐정물로 설정했기 때문에 스토리의 끊김은 없다. 동화를 모티브로 했기 때문에 스토리에 허술함이 있을 거란 너그러움으로 보았지만 사건으로 전개도 무난했고 의문이 드는 점은 없었다. 동화를 완벽하게 추리 소설로 탈바꿈하였다.


  소재가 신선했고 동화의 내용을 다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작가가 각색해 내는 부분이 신선했다. 그 소재가 유쾌한 소재는 아니지만 동화가 겹치면서 묘한 감정을 일으켰다.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빨간 모자의 추리력 또한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악당으로 등장한 마지막의 성냥팔이 소녀는 슬프게 죽어간 아이에게 플렉스(flex)할 수 있는 서사를 만들어 주어서 그 나름 동정의 마음이 간 것도 사실이다.


  범죄의 잔혹함을 비판하며 읽어야 하는데 동화 속의 주인공들의 삶이 마음속에 밟혀 측은해지는 면이 계속 생겼다. 이것이 범죄에 대한 측은한 마음이 생기는 문제로 발전할까? 아니면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것에 다가가는 것일까? 좋아하는 사람이 잘못을 하면 무슨 이유가 있겠지라고 받아들이고 싫어하는 사람이 잘못을 하면 내가 그럴 줄 알았지라고 하는 마음이 소설을 읽는 동안에도 느껴져서 참 묘한 기분이다.


  동화 속 주인공들과 범죄에 동행하기도 하고 그 범죄를 풀어가기도 하는 재미를 가지고 싶다면 이 책은 충분히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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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이 뻥 뚫리는 친구 고민 상담소
김민화 지음, 시은경 그림 / 개암나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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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인관계에 대한 기술은 어린이들 뿐 아니라 성인도 사회생활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 목적에 의해서 만나는 성인들에 비해 친구라는 존재로 사회에 적응하는 아동기에는 친구에 대한 고민은 사회성을 발달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친구에 대한 고민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한 이 책은 개암나무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건전한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경험이 쌓여야 한다. 예전에는 그런 관계를 연습할 수 있는 시기가 많았던 것 같지만 아이를 키워보니 문센(문화센터) 동기가 평생 간다라는 말이 어떤 말인지 알 것 같았다. 문화센터부터 이어지는 엄마 네트워크를 아이들은 쉽게 벗어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초등학교를 들어서니 전에 모르던 친구도 알게 되고 엄마들의 네트워크도 함께 넓어지는 것 같았다.


  책은 어린이들의 교우관계에 대해서 일문일답으로 꽤나 명쾌하게 적어놨다. 인간관계가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야라고 말하 싶은 부분도 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어른들의 인간관계였다. 그럼에도 어른들에게도 아주 유용한 답변을 하고 있었다. 


  친구는 가족이라는 경계를 넘어선 첫 번째 관계로 꽤나 특별한 위치에 있는 존재다. 그리고 내가 선택한 첫 번째 관계이기도 하다. 친구와 맺는 관계는 앞으로 사회적 활동을 하게 될 때의 토대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그 중요도는 꽤나 높고 성인의 고민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이기도 하다.


  책은 다섯 개의 챕터로 좋은 친구가 되기 위한 나의 마음가짐, 친구에게 다가가는 방법, 친해지기 위한 노력, 친구와 갈등, 우정을 지켜 나가기로 구성되어 있다. 성인의 인간관계에 대한 조언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을 보면 인간관계라는 것이 나이를 떠나서 복잡하기도 하고 근본적으로는 같은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상담 전문가인 저자가 실제 아이들의 고민을 책으로 엮어서 어렵지 않게 어린이들의 언어로 이해할 수 있는 책이었다. 어른이 읽어도 충분히 좋을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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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마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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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대 문명으로 시작하여 중세 유렵을 거쳐 나아가는 주인공 소마의 약 80여 년 정도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은 아이의 삶에서 노년의 삶까지 인생의 굴곡을 그리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면서 삶 그 자체에 돌아보고 질문한다. 


  쏘아진 화살처럼 옆에서 보면 굴곡진 인생이지만 위에서 보면 곧은 우리 삶을 생각해볼 수 있었던 이 작품은 웨일 북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아프리카 어느 작은 마을이라고 보일 듯한 한 마을에서 소마는 제사장으로 보이는 아버지를 두고 있다. 성인식을 보이는 듯한 의식으로 소마의 아버지는 활과 화살을 가져오라 한다. 소마는 누구보다 빠르게 활과 화살을 어머니에게 받아가지만 어머니는 마냥 걱정스러운 표정이다. 아버지는 넓은 들판으로 활을 쏘곤 소마에게 화살을 찾아서 돌아오라 한다. 소마는 처음으로 집을 떠나 여정을 떠나게 된다. 아버지는 올곧은 화살과 올곧은 여행자는 삶의 여정에서 길을 잃더라도 자신을 믿고 곧게 나아가면 결국엔 무사히 도착하게 될 것이라 했다.


  1장은 소설 전체가 던지는 질문과 답이 모두 들어있다. 지대넓얕을 지필 했던 저자답게 단순한 흥미보다는 철학적 질문을 계속 던지고 있다. 1장에서는 알 수 없는 어느 신에 대한 절대적 복종에 대한 선택을 종용받지만 소마는 스스로 살아가기로 결정한다. 그런 뒤 돌아온 마을은 모두 불탔고 소마는 유럽의 어느 집에서 사무엘이 되었다.


  1장과 2장의 장면 전환이 너무 심하게 되어서 사무엘로 불리는 아이가 소마일 것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마을로 돌아왔을 때의 충격으로 기억을 대부분 잃어버린 것과 이미 삶에 대한 큰 답을 얻은 듯한 해탈한 행동이 알 수 없는 불안감을 주기도 했다. 


  세상 물정 모르던 소마는 기사단에 들어가서 '고네'를 만나며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되고 자신에게 누명을 씌우려는 인물들 때문에 채찍에 독이 발린 지도 모른 채 고네의 형벌을 자신이 집행하게 된다. 그렇게 자신을 세상에 눈을 뜨게 해 주고 연모하는 마음을 품었던 '고네'의 죽음은 사무엘을 소마로 되돌려 놓았다. 그는 영웅이 되었다.


  대부분의 소설이라면 이 정도에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하겠지만 이 작품에서는 소마에게 다시 몰락을 가져다준다. 그리고 진정한 삶, 진행한 행복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만든다. 한 쏘아진 화살은 잠깐 헤매지만 결국 제 길을 찾고 가고자 하는 종착지에 도착하게 될 것이라는 소마의 아버지의 말이 생각나게 한다. 무엇을 깨달았는지 물어보는 아버지의 환영은 스토리를 다시 처음으로 돌려놓는다. 그리고 다시 한번의 삶을 원하느냐는 질문은 삶에 후회가 있는지 물어보는 것 같았다.


  첫 장에 묘사한 신의 모습. 보는 자, 듣는 자, 말하는 자, 냄새 맡는 자, 느끼는 자. 인간의 오감을 극으로 체득한 자가 신이 되지만 모두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얘기하면 시작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사랑과 부도 권력도 삶에 흘러가는 가운데 만나는 하나의 풍경이었고, 결국 오롯이 혼자만 남게 되었다. 


  굉장히 넓은 폭을 가진 이야기. 철학적인 질문을 종종 던지기도 하고 스토리 내내 이쯤이면 되었냐는 내면의 질문과 조금 더 살아보겠다는 의지. 이 삶이 네가 원하는 삶이냐고 물어보는 것 같기도 하고 너는 길을 헤매고 있으니 포기하라는 얘기이기도 했다. 소마는 아버지의 말처럼 곧은 화살이었고 헤매었지만 여정은 결국 마무리되었다.


  인생은 희노애락으로 가득 해지만 결국 홀로 살아가는 고독한 삶이다. 삶의 지속력은 결국 내면의 내가 던지는 유혹과 질문에 계속 답하는 것이다. 내 삶을 지속하는 나의 의지. 내 삶에 대한 질문의 소중함. "인생의 여정에 두고 온 것은 없는가?"를 질문하며 다시 찾으러 나설 것인지도 본인의 몫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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