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에게 물에 관해 묻는 일 뒤란에서 소설 읽기 1
캐서린 라이언 하이드 지음, 이진경 옮김 / 뒤란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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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고기에게 물은 어떤 의미일까? 그 답을 물고기에게 물을 수는 없다. 그래도 물이 물고기에게 얼마나 소중한지는 알고 있다. 물은 사람에게도 중요하다. 지구를 살아가는 모든 생물들에게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마실 물에 대해 걱정하지 물고기가 마실 물에 대해서는 그렇게까지 신경 쓰지 않는다. 사실 이렇게까지 확장해서 얘기하는 소설은 아니지만 우리는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모든 것에 대해서 조금은 더 다정함을 가져야 한다.


  우리 사회에 만연해져 가고 있는 편견과 차별 그리고 부족주의와 여전히 남아 있는 연대와 사랑에 대해 얘기하는 이 작품은 뒤란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92세 홀로 남겨진 시각장애인 할머니 밀리 구터만.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성격의 17세의 레이먼드 제페. 둘의 만남은 우리 사회에서 외면받는 두 부류의 만남이었다. 릴리 할머니는 자신을 돌봐 주던 루이스의 갑작스러운 부재로 문을 열고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지만 아무도 그녀에게 다가오지 않았다. 이성애자도 동성애자도 아닌 관계를 맺는 것 자체를 즐기지 않는 레이먼드를 이해하려는 사람도 없었다. 그들은 비정상적인 사람들일까?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할 때 그것이 얼마나 다수에 포함되어 있냐 것이라면 이들은 분명 비정상이다. 하지만 옳고 그름으로 얘기하자면 그들은 그냥 선한 평범한 인간들이다. 우리가 구분 짓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 책에서 찾은 한 단어는 '이유 없는 기피들'이었다. 사실 이유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 인간은 인간을 닮을수록 좋아한다. (구분될 수 없을 정도로 똑같아지는 건 좋아하지 않는 점은 논외로 하자. ) 그런 입장에서 릴리 할머니와 레이먼드는 분명 다른 면이 있는 사람들이다. 넓은 의미의 공동체에는 포함되지만 좁아질수록 공동체 밖으로 던져질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두 사람의 만남은 넓은 공동체의 삶을 대표할 수 있다. 그에 반해 죽은 루이스의 재판을 맡은 배심원들은 극히 좁은 공동체를 대표한다. 우리가 서로 보살피고 이해할 수 있는 범위에 따라 공동체의 크기는 달라진다. 극단적인 개인주의로 향해가고 있는 지금의 사회에서 그 크기는 가족 수준으로 좁아져 있다. 곧 개인 수준으로 좁아질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우리는 형태적으로는 많은 사람들과 엮여 있지만 연대감은 없는 삶을 살지도 모르겠다. 모든 사람들이 사이코패스가 되어 있을지도.. 지금의 인간의 진화 방향은 그쪽에 가깝지 않을까.


  그럼에도 희망은 있지 않을까? 레이먼드가 릴리 할머니를 위해 '루이스 찾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만난 수많은 루이스들에게서 알 수 있다. 모두 전화로 얘기할 때에는 귀찮다는 듯이 응대하지 않았지만 직접 찾아 직접 대면하게 되었을 때에는 그의 사정을 듣고 다정해 주는 사람이 많았다. (위험한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모두 자신의 작은 공동체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여유가 없었다고들 푸념했다. 마음을 나누지 못할 만큼 여유가 없다는 것은 핑계일지도 모르겠지만 현실이기도 하다.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에 급급하게 만들어지고 있기도 하다. 현실이다. 그럼에도 많은 SNS에서 훈훈한 이야기가 등장하면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받고 응원한다. 현실에서는 할 수 없었던 부채감을 털어내려는 듯하다. 사람들 마음속에는 여전히 다정함이 남아 있다고 느낀다.


  책은 1부에서 릴리 할머니와 레이먼드의 만남과 루이스의 죽음을 알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할머니와 레이먼드의 공감과 배려에 더하여 많은 루이스들의 친절함을 만날 수 있다. 2부는 루이스를 죽인 사람의 재판 과정을 그리며 우리 사회가 편견과 혐오에 대해서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서술한다. 우리와 그들로 나눠진 세상에서 사람들은 잔인하니만큼의 결정을 스스럼없이 할 수 있다는 것이 경악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남은 자들이 다정함으로 절망에서 다시 희망을 보게 된다. 


  모든 것은 양면을 가지고 있다. 좋은 점과 나쁜 점은 언제나 함께 있다. 절망이 있어야 희망을 느낄 수 있고 불행이 있어야 행복을 느낄 수 있다. 흑인과 백인 사이에서 태어난 레이먼드, 독일인과 유대인 사이에서 태어난 릴리 할머니. 그들은 딱 양면을 가진 사람이었다. 우리는 양면의 좋은 점을 보다는 나쁜 점에 주목한다. 나쁜 점을 보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이기 때문에 생각의 범위를 넓힐 수 있다. 우리는 같은 인간이고 지구를 살아가는 다 같은 생물일 뿐이다. 그 존재들이 옳고 그른 행동을 할 수는 있지만 존재 그 자체로 편견과 혐오를 하지는 말아야 한다.


  위에서 얘기하는 것들은 아마 많은 사람들이 다 알고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알고 있다. 단지 행동하기가 어려울 뿐이다. 주위의 눈치도 볼 수밖에 없다. 다정하게 구는 것이 오지랖이 되어 버린 사회. 더 나아가 다정하게 굴다가 위험에 처하게 된 사회. 사실은 이것 또한 닭과 달걀의 문제일 수도 있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다정하게 굴지 않는 나는 누군가에게 위험요소가 된다는 것도.


  이 작품은 17세 레이먼드의 성장 소설이면서 소수자에 대한 어려움을 얘기한다. 더불어 사회에 펼쳐져 있는 혐오와 편견을 보여준다. 하지만 여느 작품들과 다르게 릴리 할머니와 레이먼드의 공감과 유대 그리고 수많은 루이스들의 친절을 통해서 우리 사회는 여전히 다정함이 남아 있고 다정함만이 다정함을 불러올 수 있다고 얘기한다. 사회 문제에 대한 고발을 휴머니즘에 엮어 전개하는 방법은 다른 책들보다 더 깊은 울림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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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을 위한 컬러 사전 - 의미가 담긴 색채 선택의 기준
션 애덤스 지음, 이상미 옮김 / 유엑스리뷰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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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색을 잘 쓰는 건 시각적인 예술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색이라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다. 아름다움의 기준이 모두에게 다르듯, 같은 색깔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해도 된다. 이것은 수년간 예일대학교에서 색채학을 가르쳤던 요제프 알버스(Josef Albers) 교수의 얘기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인 중 한 명인 션 애덤스가 얘기하는 색 활용에 관한 이 책은 유엑스 리뷰의 지원으로 볼 수 있었다.


  어릴 때부터 스케치는 그럴듯하게 하면서 색칠만 하면 엉망진창이 되는 나에게 색이라는 것은 꽤나 어려운 영역이었다. 분명 공식 같은 색 조합이 있을 것 같아서 이 책을 기대하며 읽게 되었다. '들어가며'에 적힌 저자의 생각은 내가 생각하는 바와 달랐다. 저자는 "잘못된" 색 조합은 없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이 책은 디자인 카피할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라 디자이너들이 자신감 있고 효과적으로 색을 사용할 수 있도록 격려하기 위해서 적었다고 한다.


  새로운 조합은 늘 새로운 활력을 가져오기 때문에 비난받을 이유는 없다. 디자인은 상대를 납득시키는 일을 하는 것과 같기 때문에 상대를 잘 이해해야 하기도 한다. 누군가에게 좋은 디자인은 누군가에게는 형편없을 수도 있다.


  책은 대표적은 색깔을 선정해서 설명하고 어떻게 활용되었는지 예시를 제공한다. 그리고 컴퓨터 팔레스 상의 위치와 CMYK 값도 알려주고 있다. 색깔의 의미와 문화적 의미를 함께 설명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빨강의 경우 급진적이며 극단적인 느낌을 준다. 열정과 에너지, 생명과 같은 느낌뿐만 아니라 폭력, 분노 등을 나타내기도 한다. 아시아권에서는 빨강이 행운(특히 중국)의 의미가 있지만 서양의 경우 빨강, 파랑, 흰색은 애국심을 빨강, 노랑, 파랑은 어림을 빨강, 검정은 파시즘을 나타내기도 한다. 빨강 하나를 두고도 많은 해석을 할 수 있다. 어디에서 누구를 상대로 어떤 의미를 상징할 것인지에 따라 어떻게 색을 선택해야 하는지 간단하게 가이드해 준다.


  이렇게 전문적이게 디자인할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오고 가며 보는 디자인을 조금 더 유심히 관찰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간단한 인포그래픽을 할 때에도 유용할 것 같다. 색의 의미와 활용에 대해 간단하게 라마 알게 되었다. 사실 '들어가며'에서 적힌 색과 디자인을 대하는 저자의 생각이 더 좋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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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 Novel Engine POP
나나츠키 타카후미 지음, 주원일 옮김, Renian 그림 / 데이즈엔터(주)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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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로맨스를 들었다.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를 다시 읽어보기로 했다. 이 책을 읽을 때마다 영화 여주인공이었던 코마츠 나나의 표정이 계속 떠오를 만큼 인상 깊었던 스토리와 영화였다. 사실 이 책을 읽은 후 유튜브에서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의 티저를 발견하자마자 해외직구로 구매해서 봤다. 짧은 일본어지만 소설의 대화가 머릿속에 남아 있어서 감동은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모든 사실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다시 펼친 이 책은 첫 장부터 너무 슬펐다. 여주인공 후쿠주 에미의 슬픔이 콕콕 박혔다. 처음 읽었을 때에는 마지막에 쓰나미처럼 몰려드는 슬픔이었다면 두 번째 읽는 이 소설은 스펀지에 스며드는 잉크처럼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었다.


두 사람이 사는 세상이 각각 서로 다른 방향으로 시간이 흐른다는 설정을 하고 있다. 운명 같은 사랑은 이유가 있는 것이고 그것이 꼭 행운을 뜻하지 않을 수 있음을 얘기한다. 정해진 만남, 정해진 이별. 두 사람이 기록해 놓은 삶은 흔적을 그대로 따라가며 그 사랑을 소중히 하는 슬프지만 아름다운 20살의 연인의 이야기다. 40일간의 기록만으로 이런 긴 여운과 감동을 남길 수 있는 것은 그들이 놓인 특별한 사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 작품을 처음 만난다면 비밀을 알기 전과 후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너무 풋풋하고 달달한 젊은 날의 연인의 모습을 잘 그려내고 있다. 운명적처럼 만나 사랑하는 이의 모습은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다. 비밀을 알고 난 뒤의 모습은 애절하다. 그 슬픔을 이겨내는 마음. 그리고 상대를 이해하고 소중히 하는 감정선이 더없이 소중하다. 남자 주인공 미나미야마 타카토시가 에미의 입장을 이해하는 그 순간 울컥하게 되는 건, 처음이나 두 번째나 여지없다.


"그랬다. 에미는 언제나 울고 있었다."


짧으면서도 울림이 있는 두 문장이다. 지나왔던 에피소드가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그리곤 뜨거운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부분은 언제 읽어도 좋다. 그냥 흔한 사랑 얘기가 될 법한 이야기를 감동의 스토리로 바꾸어 놓았다. 읽는 내내 느낄 수 있는 복선들은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암시하기도 한다. 다시 한번 읽는다면 숨은 그림 찾기처럼 그 복선을 찾는 즐거움도 있다.


이 작품의 결말은 슬프지도 기쁘지도 않다. 둘은 또 다른 상대를 만나러 떠나는 여정에 올랐다. 사랑의 형태가 조금 바뀌었지만 서로의 인생을 모두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슬프지만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흔한 로맨스 소설로 느끼는 분들도 있겠지만, 두 주인공의 심리의 변화가 절묘했던 훌륭한 작품이었다. 소설도 있고, 만화도 있고, 영화도 있으니 취향대로 즐기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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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의 기억, 베스트셀러 속 명언 800 - 책 속의 한 줄을 통한 백년의 통찰
김태현 지음 / 리텍콘텐츠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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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아온 인생이 다르듯 우리가 읽으면서 밑줄을 치거나 스티커를 붙이는 문장은 분명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아주 좋은 문장은 많은 사람들이 꼽는 것을 많은 SNS에서 볼 수 있다. 심지어 출판사에서 꼽은 문장 하고도 종종 일치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꼽는 문장들은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분명 큰 줄기는 같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인생사 다 비슷하지 않겠는가.


12개의 테마로 800개의 문장을 꼽아 모운 이 책은 리텍콘텐츠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은 명언 한 줄 정도는 지니고 다녔던 시기가 있었을 것이다. 자신의 의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 많이들 사용한다. 혹은 글을 적을 때 인용하기도 하고 때때로는 교육자료로 사용되기도 한다. 좋은 문장은 책 속의 문맥을 떠나서도 좋은 의미를 담고 있다.


 어떤 종류의 사람들에게는 사랑이란 게 지극히 하찮은, 혹은 시시한 데서부터 시작되는 거예요. 거기서부터가 아니면 시작되지 않는 거지요.

무라카미 하루키 '상실의 시대'


굉장히 많은 도서에서 발췌했기 때문에 저자의 노력이 돋보이기도 한다. 아니면 원래 독서를 엄청나게 하는 분일 수도 있겠다. 인용된 도서의 수가 많기도 하거니와 그 장르도 굉장히 넓었다. 자기 계발서부터 소설, 인문학, 역사 등 다방면의 도서들이 인용되어 있다. 좋은 문장을 알아가는 것 못지않게 좋은 책들을 알아갈 수 있었다. 나는 특히 <모모요는 아직 아흔 살>이라는 책의 인용구가 좋아서 그 책을 장바구니에 담아 두었다.


 자신이 살아남았다는 것은 많은 사람을 떠나보냈다는 말이 된다. 나는 내가 세상을 떠나는 것보다 그 편이 괴롭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러나 할머니는 그런 사건 하나하나에 매듭을 짓고 긍정적으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무레 요코 '모모요는 아직 아흔 살'


책에서 좋은 문장을 만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좋은 사전 같은 책이다. 좋은 문장을 만나면 역으로 그 책을 구해 읽어보면 그 문장의 맥락까지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보물 찾기처럼 손에 닿는 대로 읽어가며 주옥같은 문장을 만나는 기쁨이 나에게는 더 갑지지만, 시간을 아끼고 싶은 사람들에게 문장을 먼저 만나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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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4막, 은퇴란 없다
윤병철 지음 / 가디언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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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생직장은 없다는 구호로 인생 2막을 준비해야 한다는 책은 많았지만 갑자기 4막을 얘기해서 깜짝 놀랐다. 수명이 아무리 길어졌기로서니 4막까지 준비해야 한다고? 라며 이제는 나이 들어도 N잡 시대인 건가라며 얕은 한숨을 쉬었다. 책 장을 넘기며 읽어보니 오해가 있었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인생은 4막으로 이뤄진 한 편의 연극 같고 각 구간 별로 설계 해고 준비해야 하는 것들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인생의 4막을 앞두고 있는 저자가 살아온 인생의 순간마다 필요한 것들에 대한 얘기를 적은 이 책은 가디언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인생은 4막이다. 태어나서 배우고 익히며 자신의 방향을 잡아가는 10~30대는 1막이다. 익힌 것을 토대로 사회에 기반을 만들고 성공을 위해 질주하는 시기는 40~50대 2막이다. 퇴직을 하고 아직은 쓸만한 육체를 가진 60 ~ 70대는 3막이다. 스스로 거동하기 힘들어지는 80대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가 4막이다. 2019년 통계자료에 따라면 한국의 남성 기대 수명은 80.3세, 여성은 86.3세다. 이제는 4막까지 별 무리 없이 살아가야 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인생에 대해서 철저하게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지는 않았지만 어렴풋이 40대, 50대, 60대를 생각하고 있다. 그러다 보면 수익의 연속성과 아이들의 학비 그리고 출가를 위한 조그마한 선물들을 생각하다 보면 한 숨이 나기 마련이다. 조금씩 늘어나는 수입은 더 많이 늘어나는 교육비에 묻혀버려서 저축을 한다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물며 대학이라도 들어가면 지금 아무리 계산기를 두들겨도 답이 나오질 않는다. 어느 회사 임원이라도 되거나 로또라도 당첨되어 수입이 팍팍 늘어나지 않으면 매년 마이너스 인생이 될 듯하니까.


  책을 읽다 보면 이런 불안감은 조금씩 증폭된다. 어떤 준비를 할까 보다 어떤 시련들이 닥칠까에 대한 생각이 많아진다. 대처법을 곰곰이 생각해도 쉽지 않다. 지금 더 잘 살아내야 하는 방법뿐이다. 노후를 살아내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저축과 투자가 필요하다. 수입이 아무리 늘어도 좋아지지 않은 것은 소비가 고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자금들은 차치하고서라도 노후자금은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이쯤에서 메리츠 투자증권의 존 리 대표가 생각난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소위 영끌하여 자식의 교육에 투자한다. 엄청난 자금은 평범한 직장인이 되기 위해서 투자하는 게 아닐까 싶다. 학원이며 과외를 시킨다고 모두가 고수익 직종으로 갈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가 공부에 큰 흥미가 없다면 경제 교육을 시키고 교육비를 모아 투자를 해서 아이가 하고 싶은 일이 생겼을 때 밀어주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 아닐까라고 생각해 보게 되었었다. 하지만 교육이라는 게 아이가 어디에 흥미가 있는 찾기 위해서도 교육을 시켜야 하는 현실이니 말처럼 그렇게 쉽지는 않다.


  적어도 나의 노후자금까지 아이의 교육에 쏟아부으면 안 된다. 나중에 자식에게 의지하고 간섭하게 되기 때문이다. 하나의 인간으로 독립시키기 위해서는 경제적으로 서로 분리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인생의 2-3막은 그래서 중요한 것 같다. 시드머니를 만들고 투자하고 부풀려야 한다. 


  이 책의 내용은 여타 자기 계발서와 다르지는 않지만 저자가 살며 겪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적혀 있어서 읽는데 어려움이 없다. 미래 사회에 대한 부분을 설명할 때에는 전문가들이 설명할 때보다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었지만 그 사이사이 자리하고 있는 인생의 노하우가 담긴 문장들이 좋았다.


  내 인생이기 때문에 내가 계획하고 살아내는 거지만 그래도 먼저 살아 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본다고 해서 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요즘은 꼰대라는 단어 하나로 귀를 막고 들으려고 하지 않는 문화도 있는 것 같다. 귀를 열어 둔다는 것은 중요하다. 그리고 선택은 자신이 하면 된다. 


  살아가는 것이 실패의 연속임은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원래 그런 것이고 그런 반복이 체화될 때 비로소 습관이 된다. 잘하고 싶은 일은 시간이 걸린다는 아주 당연한 이야기가 담겨 있지만 좋은 어른에게 삶의 철학을 전해 듣는 듯한 그렇게 어렵지 않고 편안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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