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발의 세계사 - 왜 우리는 작은 천 조각에 목숨을 바치는가
팀 마샬 지음, 김승욱 옮김 / 푸른숲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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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극을 보면 비효율적 이게도 깃발만 들고 뛰어가는 군사들이 있다. 저 인원이 창이나 검들을 들고 싸운다면 더 효율적이지 않나 싶은 생각도 잠깐씩 들기도 한다. 프랑스혁명으로 유명한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이라는 그림에서도 여인은 프랑스 기를 들고 있을 뿐이다. 남극과 북극 그리고 히말리아 산맥의 정상들에는 어김없이 깃발을 꼽고 심지어 달에도 깃발을 꼽는다. 우리는 왜 이 작은 천 조각에 목숨을 걸다시피 할까? 사실 그 의미를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깃발은 하나의 정체성이기도 하다.


  세계에 펼쳐진 국기부터 여러 단체에 쓰이는 깃발까지 세계사 속에서 깃발의 의미를 얘기하는 이 책은 푸른 숲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깃발이라고 하면 태극기, 성조기, 일장기 정도만 이름을 알고 있었다. 영국의 국기가 유니언잭이라는 사실도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았다. 사실 국기라는 것은 '어느 어느 나라의 국기'라고 하면 다 통하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럼에도 각 나라의 국기에 대한 자긍심은 대단한 것 같다. 솔직히 국민교육헌장을 외우던 나에게 태극기를 깔고 앉는 행동은 생각보다 많은 불쾌감을 주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 책은 굉장히 광범위한 내용을 쉴 틈 없이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 정신 잘 차리고 읽어야 한다. 세상은 넓고 깃발도 많기 때문이다. 그래도 미국의 성조기와 영국의 유니언잭의 설명은 굉장히 길어서 재미나게 읽어볼 수 있었다. 나머지 깃발들은 요약 느낌이 강해서 약간 공부하듯 읽어야 했다. 하지만 그 내용은 흥미롭다.


  미국은 연합에 참여하는 주가 늘 때마다 별 하나, 줄 하나를 늘리다가 그 수가 너무 많아져 줄의 경우는 최초 참가한 13개로 고정하고 별만 늘리고 있다. 남북 전쟁을 거쳤던 미국이었기 때문에 남쪽에 거주하는 보수진영들은 성조기보다 남방 기를 더 애호하기도 한다고 한다. 영국 국기가 위아래가 있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아무리 봐도 대칭인데 말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영국 국기를 보니 빨간 줄의 위치가 미묘하게 다르다.


  문화적으로 교류가 일어나면 국기는 서로 비슷하다.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등은 모두 한쪽으로 치우친 십자가다. 아이슬란드는 영국 위에 있지만 스칸디나비아와 교류가 많아서 이들과 비슷한 국기를 가지고 있다. 이슬람 국가들은 대체로 달과 별을 가지고 있고 인도는 차크라라는 수레바퀴를 가진다. 반대로 종교에 국가가 전복되지 않도록 깃발을 의도해서 만들기도 했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담아 검은색이 들어가는 편이고 더불어 자유를 상징하는 노란색을 더했다. 


  유럽의 국기들은 삼색기가 많은데, 이것은 격동의 시기에 천들을 모아 이어 붙여서 들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대표적인 깃발이 프랑스이고 이것은 단순히 프랑스 깃발이 아닌 자유, 평등, 박애라는 의미를 나타내기도 한다. 이런 색에 의미를 담아서 각 나라들은 자신만의 색을 정의하고 깃발로 만들었다.


  구 소비에트 연방의 국기는 사회주의의 노동자를 의미하는 망치와 낫으로 이뤄져 있었다. 중국의 국기는 큰 별은 공산당을 작은 네 개의 별은 노동자, 농민 등을 말한다. 이런 사회주의 국가들에게 붉은색은 투쟁과 혁명을 의미한다. 나치의 깃발의 바탕이 붉은색인 것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깃발을 설명하다가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지만 민주주의도 아니고 공화국도 아니라는 농담에 나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그 외에도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항복을 의미하는 백기라던지 해적 깃발 등의 설명도 있다. 파나마를 지날 때 혜택을 받기 위해서 전 세계 25%의 배가 파나마 국기를 달고 다니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성 다양성을 상징하는 LGBT 깃발, 레이싱 경주의 체크 깃발, 중립을 상징하는 적십자기, 5 대륙을 상징하는 올림픽기까지 정말 깃발이 가지는 의미는 다양했다.


  이런 강력한 깃발의 상징성은 제작과 폐기의 과정도 신성시되기도 한다. 미국 국기는 미국에서 만들어야 함을 주장하기도 했고 많은 나라의 국기는 깃발을 구기거나 쓰레기통을 버리는 것을 금하기도 한다. 심지어 깔고 앉기만 해도 법적 제재를 받기도 한다. 이런 강력한 힘을 가진 깃발의 역사를 알아보고 싶다면 이 책도 하나의 대안이 될 것이고 책 안에서 소개하는 많은 책들 또한 소개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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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엘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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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F 팬이라면 아이작 아시모프는 교과서처럼 테드 창의 소설은 참고서처럼 읽는다는 느낌이 강했지만 여러 장르를 섭렵하느라 테드 창의 책은 처음 열어보게 되었다. 자칫 어렵게 다가올 수 있는 구성이지만 굉장히 치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 책은 정성 들여 읽어야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이 책은 9개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초단편부터 중단편까지 길이는 가지각색이다. 그나마 최근에 발간된 책임에도 그렇게 먼 미래를 얘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과거의 얘기를 꺼내어 놓음으로써 나에게 SF라는 정의를 다시 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Science Fiction은 가까운 미래나 아주 먼 미래를 얘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것이 당연하다고 여긴다. 이 책은 SF는 과학을 이용한 픽션이라는 그 자체라는 것을 첫 작품부터 여지없이 보여준다.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은 과거 연금술이라는 과학을 이용한 스토리를 전개해 간다. 연금술사의 문이 만들어진 그날부터 그 문을 이용한 사람은 자신의 미래 혹은 과거의 자신과 만날 수 있게 된다. 그 문을 통과한 세 명의 이야기가 꽤 철학적이어서 꼭 탈무드를 읽는 느낌이었다.


  테드 창의 진가를 본 작품은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였다. AI를 하나의 소프트웨어로 볼 것인지 하나의 생명체로 볼 것인지에 대해서 얘기한다. AI는 어떻게 진화시킬 것인지, 상품이 아니라 하나의 반려동물처럼 지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 고민하는 AI 훈련사의 이야기다. AI로 만들어진 '디지언트'라는 것이 성장하고 자신의 세계를 이해하는 과정 그리고 상업적으로 가치를 부여할지 동반자로 인정받을 수 있을 때까지 노력할지의 갈림길에 놓인다. 모든 산업은 자본을 보고 움직이지만 인간이 부여한 지능이 어떤 방향으로 자라나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잘 묻어 있는 작품이었다.


  <사실적, 감정적 진실>은 굉장히 철학적인 이야기였다. 문자가 발명 전의 문명에서의 글자의 출현은 그 사람의 감정 상태를 기록하지 못한 채 사실적인 기록에 치중된다. 기억이라는 것은 사실적인 내용에 감정이 묻어 미화되거나 폄하되기도 한다. 반대로 조금만 더 미래로 가보면 우리는 글자 대신 영상으로 모든 것을 기록하고 있을지 모른다. 글자에 묻은 감정마저도 완전히 지워진 있는 그대로의 사실적 진실만 남게 된다. 주관적 진실이 모두 사라진다면 우리는 인간일 수 있을까? 그저 인지를 할 줄 아는 사이보그가 되는 것은 아닐까? 기억이라는 것은 모든 사실이 공평하게 기록된 것이 아닌 살아오면서 애써 선별해 놓은 기록이기 때문에 더 소중한 것이 아닐까?


  기존에 읽어오던 SF 소설들은 결핍의 요소를 과학의 기술로 채워놓음으로써 그것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고 공감을 불러일으켰다면 테드 창의 작품은 인간 그 자체에 대한 의미를 얘기한다. 내용은 굉장히 전문적이고 치밀해서 읽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 나 역시 몇몇 작품은 무슨 얘기지 하면서 그저 페이지만 넘기다가 어느 순간에 '아~' 하는 순간을 만나게 되었다. 


  집중력이 떨어지는 순간 이야기를 놓치게 되어버리는 어려움이 있었던 책이지만 문장이 굉장히 깔끔했다. 편하게 읽지 못하는 점에서 난이도가 조금 있는 책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SF에 대한 스펙트럼을 넓혀줄 뿐 아니라 깊이 있는 생각을 유도하는 좋은 책이었다. 다음번에는 조금 더 느리고 깊게 읽어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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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니슨의 캔들차트 투자기법 (리커버판, 양장) - 캔들차트 분석의 바이블, 기술적 분석 혁명을 일으킨 세계적 베스트셀러
스티브 니슨 지음, 조윤정 옮김, 김정환 감수 / 이레미디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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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시국에 폭락했던 시장은 양적완화로 인해 엄청난 자금이 풀리면서 많은 자금이 일시에 시장에 몰려들었다. 예상보다 좋았던 대외 경기에 기업들의 주가는 급등했다. 용기의 투자의 결과로 많은 사람들이 이득을 얻었다. 2021년 하반기로 들어서며 인플레이션 우려가 나왔고 주가는 보합을 유지하다가 2021년 말부터는 테이퍼링과 금리 인상이라는 긴축 재정 정책을 시행하며 주식 시장은 강한 조정을 받고 있다.


  주식 투자자들의 심리를 이용한 기법 중에 가장 많이 보게 되는 캔틀 차트. 캔틀 차트의 모양은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줄 수 있는지 적혀 있는 이 책은 이레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기본적인 투자는 긴 호흡으로 투자하는 것이 맞다. 왜 샀는지와 왜 팔아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해 둔 채 노후자금으로 생각하며 투자를 하는 것이 보통 권하는 방식이다. 경기는 요동쳐도 기업과 산업은 발전할 것이고 거기에 돈의 가치는 떨어지게 될 것이니 우량주에 돈을 맡겨 놓는 것은 필승이라는 공식이다. 하지만 요동치는 시장에서 자신의 신념을 가지고 꾸준히 투자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고 좋은 기업도 한순간 망할 수 있기 때문에 꾸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 견물생심이라고 했던가. 차트를 들여다볼수록 급등하는 종목에 눈이 가고 매도와 매수를 반복하는 일이 생기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인 것 같다.


  단기간에 많은 수익을 올리고 싶은 사람들에게 기술적 분석은 매력적인 기법이다. 주가는 정보가 대부분이지만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지금에도 개인투자자들의 정보력은 전문 투자자나 투자기업을 따라갈 수 없다. 그때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기술적 분석인 것 같다. 기술적 분석은 과학보다는 예술의 영역에 속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정보와의 연계는 반드시 필요하다.


  기술적 분석 중에서도 캔틀 차트는 많은 HTS의 기본 차트가 될 정도로 많이 쓰이고 있다. 이 책은 캔틀 차트의 패턴으로 알 수 있는 종목의 변곡점을 얘기한다. 반전이 일어나는 패턴, 지속형의 패턴, 추세선, 이동 평균, 수렴/확산 지수, 주가 변동 측정 등의 광범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캔틀 차트 분석의 많은 부분을 할당하고 있으나 기본적인 투자 지식이 필요할 것 같다. 그래서 책을 권하는 사람 중에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사람이 포함되어 있다. 그렇다고 전문가만을 위한 책은 아니다. 몇 가지 간단한 패턴은 투자를 결정하는데 조금 더 쉬운 판단을 할 수 있게 해 준다.


   가장 흔하게 쓰이는 것은 '추세선'이다. 상승/하락 지지선 혹은 상승/하락 저항선으로 불리며 차트 분석 때 가장 흔하게 그어 놓고 설명하는 선들이다. 박스권에 들어간 종목들이 어떻게 이탈할 것인지 예상할 수도 있다. 그다음에 유용할 것 같은 것은 반전 패턴이다. 주식은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서 팔아라는 격언이 있듯이 반전 패턴을 익히면 무릎을 잡을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반대로 상승이 꺾이는 지점 투자자들은 손절을 잘하지 못하는데 매도의 판단을 하는데도 많은 도움이 될 듯하다.


  사실 기술 분석이라는 것은 예측과 같아서 정확하지는 않다. 기업에 투자하는데 기업의 실적과 재무를 가장 먼저 보아야 함은 분명하다. 그리고 앞으로의 먹거리에 관한 뉴스도 빼놓지 말아야 한다. 그럼에도 다르게 움직이는 주가는 우리를 곤욕스럽게 한다. 기술 분석이 할 수 있는 것은 투자자들의 심리를 분석하는 것이다. 반전이 일어날 때의 투자자들의 투자 패턴, 강한 상승을 할 때 혹은 손절할 때의 투자자들의 투자 패턴으로 주가의 동향을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저자도 얘기하듯 캔틀 차트 기법이 만능일 수 없다. 여러 다른 기법과 상호 보완적으로 확인이 필요하다. 차트의 해석은 유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기술적 분석이 도움을 될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투자의 기본은 길게 보는 것이다. 자신이 더 좋은 주식을 발견했을 때, 혹은 매도나 매수가 필요할 때 조금 더 적기를 찾기 위해 사용하는 보조적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


  이 책의 몇 가지 패턴을 알고 나면, HTS를 열 때마다 만나는 캔틀 차트를 보며 조금은 더 즐겁게 투자를 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하지만 투자는 늘 신중하고 객관적인 사실에 바탕을 해야 함은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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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철 전 카이스트 총장의 대한민국 과학기술 미래전략
신성철 지음 / 김영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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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는 지난해 선진국 지위를 획득했다. 1964년 UNCTAD(유엔 무역 개발회의) 설립 이래 최초로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지위를 인정받는 나라가 되었다.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우리나라의 발전은 여러 개도국들의 롤 모델이 되었고, 이제는 그들의 발전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이제는 선두 그룹에서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야 한다.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미래엔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한일 무역전쟁으로부터 미중 무역 분쟁은 세계는 이미 기술패권주의로 흘러감을 알 수 있다. 지금 시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볼 수 있는 이 책은 김영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4차 산업 혁명의 시대로 들어서면서 디지털로의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그리고 갑자기 나타난 코로나19는 디지털로의 전환을 강요했다. 많은 산업은 비대면으로 바뀌면서도 연결되었다. 화상회의와 화상 교육 그리고 재택근무 등이 자연스럽게 일상이 되었다. 'ontact'는 이제 트렌드가 되었다. IOT, AI, Big Data 등의 기술은 중요해졌고 더불어 친환경과 우주로 향하는 기술은 산업의 명운이 걸려 있기도 하다.


  빠르게 선진 기술을 익히던 그동안의 산업 구조로는 앞으로 살아남기 쉽지 않다. 기술패권주의와 더불어 승자독식은 더욱더 심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몇 해전 일본이 기초 기술로 우리나라 산업 전반을 흔들려고 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앞으로 이런 일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중국은 자본으로 여러 나라의 경제를 흔들려고 했지만 미국은 특허권과 핵심 기술 수출 금지를 함으로써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21세기 모든 나라는 기술 독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는 선진국다운 과학기술 거버넌스를 만들어야 한다. 대기업 중심의 발전을 해온 우리나라에 모든 자본은 대기업에 집중되었고 기술 또한 기업 간 중복 투자로 인한 효율이 낮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회사의 운명이 나라에 너무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많은 정치가들이 과학에 대한 정책들을 내어 놓고 있지만 일반인들의 빅 사이언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지금까지처럼 단기적인 성과에 집중하게 된다. 많은 과학자들이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라고 입을 모아 얘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노무현 정부 시절의 과학기술부총리 제도는 좋은 제도다. 백악관 직속 과학기술정책실처럼 국가 과학기술 정책과 연구개발비 투자를 통합 관리하여야 한다. 그리고 산, 학, 연의 각자의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교에서는 새로운 발견을 연구소에서는 응용 가능성을 산업체에서는 제품으로의 가능성을 진행해야 한다. 각 역할 별로는 뛰어넘기 어려운 강들이 흐르고 있다. 모든 것을 기업이 한다는 것은 굉장한 부담이다. 미국만 보더라도 우주항공을 연구하는 NASA와 의료를 책임지는 NIH가 있다. 이번 코로나 시국에 화이자와 모더나가 빠르게 백신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은 NIH의 방대한 자료를 사용했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다.


  이제부터 미래기술은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이다. 하나같이 빅 사이언스다. 우리는 계속해서 패스트 팔로워 스탠스를 취하면 발전해 왔기 때문에 돈이 되지 않은 기술에 대한 반감이 심하다. 정책도 하나 같이 다음 세대의 먹거리에 대한 문제다. 반도체가 1위고 배터리 산업을 주도하더라도 우리나라에게는 핵심 기술은 여전히 부족하다. 삼성은 반도체 에러 검증 회로 때문에 미국 TI에 연간 1조 가량의 로열티를 주었고, 지금의 리튬 배터리를 처음 만든 것은 일본의 과학자들이다. 누군가는 핵심 기술을 만들어 줄 것인데 우리는 돈만 되는 것 하면 돼.라는 생각을 한다면 우리나라의 산업은 풍전등화일 수밖에 없다.


  미국이나 중국처럼 거대한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EU처럼 공동 연구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앞으로의 기술은 천문학적인 자본을 투자해야 한다. 모든 것을 잘할 수는 없다. 내가 가장 잘하는 분야를 만들어서 다른 나라와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위치에 서야 한다. 한국의 핵융합 기술은 가장 좋은 예다. 기술력만으로 ITER(국제 열핵융합 실험로)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실패해도 누리호를 발사해야 한다. 미국의 아르테미스 플랜에 10번째 국가로 참여하게 된 것은 좋은 기회다. 이제는 패스트 팔로우가 아니라 선진국들과 상호 보완할 수 있는 위치를 꾸준히 유지해야 한다.


  이제부터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산업을 대해야 한다. 하지만 더 먼저 풀어야 하는 것은 미래 산업에 대한 인식 변화이다. 현재 한국 사회는 여유가 없다.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투자하는 것을 낭비라고 생각한다. 핵융합에 투자하는 것, 로켓에 투자하는 것에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당장 내 집 앞에 건물 지어주는 것은 좋아한다. 삶에 당장 득이 되는 듯한 정책은 좋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멀리 보고 투자하는 정책 또한 이해해 주면 좋을 것 같다.


  선진국이라는 단어에 환호만 하지 말고 선진국다운 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우리의 선입관도 함께 바꿔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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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여행하는 초보자를 위한 안내서
마이크 둘리 지음, 권경희 옮김 / 김영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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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F를 위한 안내서 혹은 과학 교양을 위한 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의 글 정도로 생각하고 부리나케 선택을 했지만 어느 철학자의 에세이였다. 느지막이 아이를 얻은 아빠가 세상을 살아가게 될 아이에게 해주는 500여 편의 편지를 모은 에세이다. 글이 너무 HOLY 해서 살짝 거리감이 들었지만 아이를 위한 아버지의 마음이 잘 담겨 있었다.


  아이에게 곧은 자존감과 함께 세상을 살아가는 관계를 얘기하는 이 책은 김영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부부에게 아이는 하나 같이 축복이지만 늦둥이야 말로 사랑을 먹고 자라는 생물이라고 할 수 있다. 늦은 나이에 만난 딸을 위해 철학자 아빠는 존재에 관한 이야기, 세상에 관한 이야기, 관계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깊은 영혼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딸을 위한 잠언집인 이 책은 오로지 긍정적인 표현만을 하고 있다. 딸이 얼마나 소중했으면 온 우주라고 표현을 했을까? 1장과 2장은 부모의 마음이면서 자존감의 얘기이기도 했다. 자식이 소중한 존재임은 맞지만 이렇게까지 성스럽게 표현할 줄은 몰랐다. 잠시 아이를 이 정도까지 대하는 것이 정상적인가? 싶은 생각이 잠시 들 정도였다. 3장, 4장, 5장은 살아가는 지혜 마지막 장은 신념을 가지는 방법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 같았다.


  이 책을 아버지의 편지라고만 생각하고 읽으면 일단 닭살 돋는다. 그리고 이렇게까지 소중하게 다룰 수 있구나라는 괴리감이 있다. 현실 육아는 전쟁인데... 그런 사실에서 조금 멀어져서 쳐다보면 이 책은 철학서로 볼 수 있다. 삶을 살아가는 나의 마음가짐과 행동과 신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다. 무엇보다 독자를 소중히 대하는 글이기 때문에 좌절하고 주저앉을 정도로 힘든 사람에게는 힐링의 요소도 있을 것 같다. ( 독자가 딸이기 때문에 다독거림이 느껴진다. )


  딸에게 밝은 세상을 선물하고 싶은 아버지의 인생철학을 담은 이 책은 좋은 글들을 많이 담고 있다. 자신을 축복하는 법, 인생의 무거운 짐을 이겨내는 법, 내 삶을 살아내는 법 등이 얘기한다. 삶이 무거워 자신을 돌보지 못하고 여기저기 끌려다니듯 바삐 살아갈 때 여유를 찾아줄 따뜻함을 가진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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