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편이 없는 자, 이방인을 위한 사회학 - 익숙한 세계에서 낯선 존재로 살아가기
김광기 지음 / 김영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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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당신이 다수 속에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땐 언제나 잠시 멈추어서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라는 말을 남겼다. 군중의 열기와 선전 속에서 나는 올바른 생각을 하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는 모두 이방인이면서 이방인이길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익숙한 세계에서 낯선 존재로 살아가야 하는 이유와 방법에 대해서 고찰해보는 이 책은 김영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책을 처음 접했을 때에는 난민이나 이민자들의 얘기가 아닐까 싶었다. 먼 존재로 각인되어 있는 이방인. 고립되어 있는 사회에 무턱대고 나타난 사람들만이 꼭 이방인일까 라는 질문으로 책은 시작한다. 하지만 원래부터 이방인이 아닌 사람은 누구일까? 우리는 어디선가 와서 어디론가 떠난다. 결국은 사회는 이방인들의 만남으로 이뤄져 있다. 그 만남의 시간이 길고 짧음만으로 이방인을 구분 짓고 있다.


  이방인의 반대되는 의미로 토박이가 있다. 토박이는 자연적 태도에 절어 있는 상태다. 자연적인 태도는 안전감을 주기 때문이다. 사회에 동화되어 튀지 않는 행동을 하는 것은 익명성을 유지하는 것과도 같다. 익명성은 치러야 할 대가가 있다. 그것은 '의심하지 말고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태도'다. 이런 태도는 우리 몸에 습관이 되고 습관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의심을 더 빨리 사라지게 하고 의심이 끼어들 여지를 차단해 버린다. 담배 피우는 것이 몸에 해롭다는 것을 알지만 담배를 피우는 동안에는 그 의심을 접어두게 된다.


  이방인은 호기심의 사람이고 모험의 사람이다. 변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다. 신체와 정신 모두가 역동적인 사람이다. 얻어터지고 깨어지더라도 살아 있음을 느끼려면 이방인의 자리에 있어야 한다. 그것은 살아 있다는 증거다. 신념의 가축 상태에서 벗어나길 원한다면 낯섦을 마주해야 한다. 


  영어의 Person은 페르소나에서 나왔다. 즉 인간은 가면인 셈이다. 수많은 가면을 썼다 벗었다 하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나는 무엇인가? 나는 아버지이며, 가장이며, 남편이며, 누구의 친구 등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 그것은 사회적 역할에서 나오는 가면들 뿐이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무대에 올라 각자의 역할을 편하게 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 많은 철학자는 '나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그렇게 고민했는지도 모르겠다. 무대 위에서 역할 놀이만 하다가 떠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고독과 외로움은 혼자됨을 나타내지만 다른 의미가 있다. 신학자 폴 틸리히는 외로움은 "홀로 있음의 고통", 고독은 "홀로 있음의 영광'이라고 표현했다. 토박이에게 혼자됨은 외로움일 테고 이방인에게 혼자됨은 고독일 것이다. 이방인에게 홀로 있다는 것은 고통스럽거나 회피하고픈 것이 아닌 반드시 있어야만 할 필수품이기 때문이다.


  외국에 나가보면 그 나라 사람들은 왜 저렇게 행동할까라는 궁금증이 드는 때가 있다. 자연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가 드는 행동이다. 그 사회를 지탱하기 위해서 자신의 행동을 그곳에 억지로 맞추다 보니 어색해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그 속에 있어서는 그것을 알지 못한다. 스스로 이방인이 되어보면 그 부자연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이방인이 된다는 것은 두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스스로 행동하고 스스로 책임져야 하기도 하지만 아무런 이유 없이 조롱받거나 핍박받기도 한다. 하지만 세상을 이끌었던 천재들은 모두 괴짜였다. 그들은 주류 문화에서 벗어난 이방인들이었다. 모두가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돈다고 하던 시절에도 생명은 신이 만들었다고 생각하던 시절에도 의심을 품고 이방인으로 살았던 사람들이 세상을 바꿨다.


  익숙한 세계에 몸을 던진 채 흘러가듯 살아갈 것인지 들판에 홀로 서 있을 수 있는 낯선 존재로 살아갈 것인지는 자신의 몫이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이방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면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눈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방인이 되어야 한다고 노력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내 속의 이방인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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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2 - 10년 후 미래를 먼저 보다 메타버스 2
김상균 지음 / 플랜비디자인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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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이스북의 마크 저크버그는 갑자기 회사 이름을 '메타'로 변경한다. 이제는 메가 트렌드가 되어버린 메타버스에 과감히 뛰어들겠다는 메시지였던 것 같다. 메타버스라는 용어가 처음 나오고 나서 많은 사람들은 이에 집중했지만 한국에서는 관심만 무성할 뿐 확신을 가지고 뛰어드는 회사가 많지 않은 것 같다. 네이버의 제페토만이 익숙할 뿐이다.


  전작 메타버스를 출간한 뒤 받은 수많은 질문에 대한 대답을 위한 이 책은 플랜비디자인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메타버스는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 우주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현실을 디지털 기반의 가상 세계로 확장해 가상공간에서 모든 활동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시스템을 통칭한다. 소위 VR, AR, XR을 많이 들어봤겠지만 이것은 하나의 기술적인 용어이고 이 전체를 아우르는 폭넓은 의미다.


  코로나19와 함께 갑자기 불어닥친 돌풍과도 같은 현상이었다. 미국의 로블록스는 격리 중인 사람들의 마음을 분출하는 공간이 되었다. BTS와 블랙핑크도 가상공간에서 콘서트를 열었다. 한국에는 제페토가 있다. 제테포 내의 부동산 가격이 치솟고 있다는 얘기도 뉴스로 접하게 된다.


  메타버스에 대한 중국의 관심은 단연 압도적이다. 미국의 거대 빅 테크 기업들은 일치감치 메타버스를 위한 빠른 투자를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메타버스라고 외치지만 정착 산업의 빠르기는 몸으로 와닿지 않는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불가항력적으로 비대면 기술은 적용되고 있다. 비대면으로 하는 많은 업무들과 함께 재택근무도 시행하고 있다. 가상공간에 모여서 토론을 하기도 하고 자신의 공간을 꾸미기도 한다.


  사실 메타버스라는 것은 그렇게 새로운 것은 아니다. 우리는 꽤 오랜 시간 동안 가상현실에 익숙하기도 하다. 아주 쉽게는 mmorpg와 같은 게임의 내부라던지, SNS을 통한 아바타를 사용하는 것은 단편적으로나마 우리가 메타버스를 경험하고 있었다는 것을 얘기해 준다. 게임 속에 광고가 등장하고 이벤트를 하고 캐시템(Cash + Item)을 구매하기도 하는 이런 과정이 모두 메타버스다. 단지 게임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모든 것이 그곳에 담기게 되는 것이다.


  앨빈 토플러의 미래 쇼크나 제3의 물결을 보면 경험 경제가 등장하고 재택근무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경험을 돈을 주고 사는 시대가 온다고 예언을 했을 뿐 아니라 재택근무로 인해서 주거지에 대한 개념이 달라질 것이며 교통체증도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60년도 더 된 책에서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있다.


  앞으로의 세상은 아바타끼리만 소통할 수도 있다. 가상 세상에 세워진 기업들은 직원들이 서로 모른 채 협업을 하고 생산활동을 이어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전통적인 생산활동을 제외하면 모든 것이 그곳에 존재하게 될 것이다. 유통과 소비뿐만 아니라 유통과 언론까지 모두 이동하게 될 것이다. 


  사실 메타버스로의 가는 것이 꼭 좋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단조로워질 수 있을 뿐 아니라 범죄로 인한 많은 데이터가 해킹될 수도 있다. 기술의 발전에는 양면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좋은 영향이 더 많을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도 교육적으로도 준비가 필요해 보인다.


  메타버스 자체에 대한 궁금점이 있다면 이전 '메타버스'를 읽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메타버스와 사회 그리고 나아갈 방향에 대한 고민이 있다면 이 책을 읽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가상의 세상이 현실만큼의 정보량을 채우려면 아직 많은 시간이 걸릴지 모르지만, 이미 메가 트렌드로 들어 선 기술이라면 관심을 가지고 알아 두는 것이 좋을 듯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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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역사산책 : 한국사편 골목길 역사산책
최석호 지음 / 가디언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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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목길 역사 산책은 어떤 지역을 선정해서 역사가 흐르면서 변했던 그곳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전 서울 편과 개항 도시 편에 이은 세 번째 도서로 한국사 편으로 이름 지어졌다. 앞서 나온 책들에 비해 뚜렷하게 알 수 없지만 한국사에서 흥미로운 도시를 꼽아 얘기하고 있다.


  남촌, 운주사, 강릉, 경주를 둘러가며 역사의 흐름 위에 있었던 네 도시를 이야기하는 이 책은 가디언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남촌의 대한민국길은 꽤나 근대의 얘기들로 채워져 있다. 남촌에는 독립운동과 민주주의 흔적이 남아 있다. 신민회 탄생과 함께 한 우당 이회영의 이야기, 서울역 광장에 서 있는 이름 모를 동상의 주인공 강우규 의사의 이야기.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 등과 함께 남산골 한옥마을, 혜민서 터에 대해서 얘기한다. 독립전쟁과 민주주의로 다져진 대한민국길을 책과 함께 걸어 보자.


  구름이 쉬다가는 곳 운주사. 운주사에는 고려가 담겨있다. 전남 화순군 도암면에 위치한 운주사는 불교와는 연관이 없는 듯한 이름과 지명을 가지고 있다. 불교와 도교가 섞여 있는 듯한 곳이다. 운주사의 이야기는 도선과 시작된다. 도선은 왕건을 예언한 인물이다. 운주사의 하늘길에는 정말 많은 석탑과 부처상이 있다. 영구의 스톤헨지나 모아이 석상도 비할만하다. 운주사 하늘길을 따라 고려를 느껴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오늘날 강릉은 커피의 메카다. 매년 열리는 커피 축제로 인산인해를 이루기도 한다. 강릉 하면 대표적인 곳이 오죽헌이다. 강릉에는 율곡 이이가 있고 신사임당이 있다. 그리고 허균과 허난설헌이 있다. 조선시대의 이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시 읽어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근대로 넘어오면 7.24 사건과 함께 초당마을, 초당두부에 대한 얘기를 알 수 있다. 몽양 여운형이 초당 의숙을 세워 가르침을 나누는 사이 우익은 초당마을을 좌익의 소굴로 지목하고 7.24일 쳐들어 갔다. 우익들과 초당마을 사람들이 맞서 싸우는 일이 생겼다. 이를 초당리 7.24 사건이라 부른다. 한국전쟁 후 생계가 막막했던 초당리 사람들은 두부를 내다 팔았는데, 소금을 살 돈도 없었을까? 그래서 바닷물을 간수로 쓰는 초당두부를 만들었을까?


  마지막으로 들릴 길은 천년의 역사가 함께 하는 경주다. 경주는 신라 그 자체라고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이야기가 있다. 무열왕과 김춘추, 천마총과 월정교, 둥궁과 월지 그리고 첨성대. 경주하면 생각나는 것들을 얘기하고 있어서 재밌는 이야기는 없었지만 새롭게 정리되는 기분이 들었다.


  역사서들은 시대에 집중하여 집필하는 책들이 많다. 그 시대를 알아가는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 책이 좋은 점은 제목처럼 산책을 하듯 읽기에 좋다는 점이다. 한 권의 역사 가이드처럼 지역을 여행할 때 찾아보며 지역의 역사를 파노라마처럼 펼쳐볼 수 있을 것 같다. 삼국시대부터 근대까지 지역의 문화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너무 옛이야기만 아닌 근대의 역사를 알아갈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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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다가 웃었다 - 김영철 에세이
김영철 지음 / 김영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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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은 실없이 보일 정도로 오버스러운 개그맨 김영철의 에세이다. 그의 호들갑은 나에게는 그렇게 호감은 아니었지만 무언가를 꾸준하게 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다시 보게 하는 계기가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아는 형님>에서는 존재감 없음이 존재감이지만 라디오에서는 쉴 새 없이 떠드는 에너자이저이기도 하다.


  개그맨 김영철의 살아온 이야기가 담긴 이 에세이는 김영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하춘화를 모창 하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 개그맨이면서 귀가 따가울 정도로 시끄러운 캐릭터인 것만이 머릿속에 남아 있다. <아는 형님>에서는 무시당하는 케릭이기도 하지만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녹아드는 것이 오히려 호감이 된 캐릭터기도 하다. 어디서나 잘하거나 잘 못하거나 하는 사람이 섞여 있다. 자신의 위치를 인정하고 조화를 이루는 행동도 필요하지만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의 끝없을 것 같은 에너지는 어머니의 피에서 온 듯하다. 그의 외가는 동네의 스피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선천적인 DNA가 그렇더라도 힘든 일은 누구에게나 힘들다. 김영철의 마음가짐은 '행복은 빈도다'라는 챕터를 통해 알 수 있다. '행복한가?'라는 질문에 무조건 'So Happy'라고 얘기하는 그는 행복을 느끼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고 얘기한다.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이기 때문이다. 일단 행복하다고 얘기하다 보면 행복한 일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겸손에 대한 생각도 신선했다. 우리는 칭찬에 그저 감사합니다라고 대답한다. 나 또한 그렇다. 하지만 '잘하는구나'라는 반응에 '나도 알고 있어요!'라고 대답할 수 있으면 어떨까? 내가 부족하고 완벽하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그렇게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 자신감과 오만함은 해석의 차이에 있을 뿐이니까. '잘하네'라고 얘기할 때 '타고났지. 올림픽에 나갈 정도는 아니지만'이라고 얘기해 보는 것도 즐거울 것 같다.


  김영철은 영어 잘하는 개그맨으로도 유명하다. 서경석이 진행하던 스타특강쇼나 세 바퀴 등에 나와서 강의하는 거의 모습에서는 유쾌함에 더불어 유창함이 있다. 그가 영어를 꾸준히 열심히 하는 이유는 미국에서 활동을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실제로도 미국 프로에도 출연했다. 꿈을 얘기하면 의아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는 많다. 응원해주는 사람도 있지만 불가능한 일을 한다는 듯 애처롭게 보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뭐 어때. 우리는 우리만의 속도로 가면 되는 게 아닐까. 사과나무와 떡갈나무가 같은 속도로 클 수는 없다. 그저 각자의 능력에 맞게 커 가다 보면 그 속에서 자신만의 장점도 생기고 하는 게 아닐까 싶다.


  인생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없는 사람이 없겠냐마는 김영철은 생각보다 많은 비아냥을 받는 연예인이었다. 그 속에서 발견한 옥석 같은 댓글로 연예인을 이어가는 원동력을 찾았다고도 했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삶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는 항상 웃고 있었고 에너지가 넘치고 있다. 매일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잘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겸손함 뿐 아니라 그 자리의 중요함에 대해서도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유쾌하기만 할 것 같았던 개그맨 김영철의 아픈 곳과 그것을 이겨내는 마음을 알아가는 에세이였다. 힘든 자신을 응원하는 김영철만의 방법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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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은 어떻게 행동이 되는가 - 목표를 세우고 성취하는 인지조절의 뇌과학
데이비드 바드르 지음, 김한영 옮김 / 해나무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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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뇌는 여전히 우주만큼이나 미지의 부분이 많다. 최근 기술의 발전으로 뇌의 구조는 조금씩 드러나고 있지만 그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한 부분이 많다. 이 책은 단순히 뇌에 대한 설명만 나열한 책도 아니고 그렇다고 자기 계발서도 아니다. 뇌에서 발생하는 '인지 조절 과정'을 통해서 우리의 행동을 얘기한다.


  인지하는 것과 아는 것 그리고 행동하는 것의 관계를 쉽게 재미나게 설명하는 이 책은 해나무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인지한다는 것은 우리가 안다는 것과는 사뭇 다른 기능이다. 이미 알고 있는 많은 것들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것 또한 인지와 지식이 별개의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전하고 싶은 말을 단어로 쉽게 옮겨내지 못하는 일이 생기듯 우리는 목표나 의도를  행동으로 바꾸는 것을 옮겨내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때때로는 규칙의 변화를 인지하지 못한 채 이전 규칙대로 행동하기도 한다. 이를 '보속증'이라고 하는데 이전에는 유효했지만 지금은 쓸모없게 된 행동을 멈추지 못하는 증상이다. 모든 규칙을 알고 있었지만 행동과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이 행동은 방금 야단맞은 일을 잊어버린 듯이 행동하는 아이들의 행동에서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인지 조절이 행동 그 자체와 혼동되어서는 안 된다. 행동을 실행하는 데는 온전한 인지 조절이 필요하지는 않다. 파블로프의 조건반사처럼 인간의 행동에는 '모방 행동'이라는 것이 있다. 심리학자들은 '자동 행동'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생각하지 않고 할 수 있는 행동들을 말한다. 


  인간의 인지 조절 시스템은 범용적이며 두 가지 큰 특징이 있다. 첫째는 한 번도 경험하거나 생각해보지 않은 미래의 상황과 목표를 상상하는 능력이고 둘째는 우리 조절계는 그 미래를 이루는 데 필요한 복잡한 행동을 마음에 그려볼 줄 안다는 것이다. 다른 종은 시행착오에 통해서만 어떤 행동이나 해결책을 발견하지만 인간은 생각과 행동을 쉽게 연결 짓는다. 이 차이는 오늘날 인공지능의 한계에서 명백히 드러난다.


  인지 조절의 이런 특징 때문에 우리의 기억은 완전하지 못하다. 우리의 기억 체계는 과거를 정확히 회상하는 능력보다 미래를 모델화하는 쪽으로 진화하였다. 지난번에 마주친 호랑이의 줄무늬가 정확히 몇 개였는지 잊었다고 해서 번식에 실패하지는 않는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다시 호랑이를 만나는 가상의 모델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 능력은 인간만이 가지는 '의도적 연습 능력'으로 이어진다. 당장에 필요하지 않지만 미래에 겪게 될 가상의 상황을 위해 자신의 능력을 향상하는 것은 인간만의 행동이다.


  인간의 기억에 관여하는 또 다른 것은 기억을 다시 불러낼 가능성이다. 머릿속에 저장된 항목이 과거에 얼마나 여러 번 쓸모 있었는지에 민감하다. 어떤 기억이 과거에 자주 유용했다면, 이번에도 유용할 확률이 높다. 또 다른 이유는 기억이 사용된 특별한 상황이다. 특별한 장소에서나, 특별한 과제를 수행하는 중에나, 특별한 감정을 느낄 때 그 기억은 유용할 거라고 여기지는 것이다.


  인간의 멀티태스킹 능력은 기본적으로 불가하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걸으면서 껌을 씹거나 하는 행동이 가능하기도 하다. 하지만 기본적인 인지 조절 체계에서 멀티태스킹은 불가하다. 이것은 두 요리를 해야 하는데 냄비가 하나뿐인 것과 같다. 그렇다면 여러 일을 한꺼번에 하는 것은 어떨까? 회사에서 요구하는 멀티플레이어는 실제로 효율이 높은 행동일까? 그렇지 않다. 산업화 이후 직업이 분업화가 되어온 것도 모두 이유가 있다. 우리의 인지 체계는 과제가 바뀔 때마다 새롭게 세팅해야 하는데 이를 mental set이라고 부를 수 있고 이때 필요한 비용을 과제 전환 비용이라고 한다. 냄비 하나에 요리를 하기 위해서는 하나를 하고 나서 다시 씻어줘야 하는 것과 같다. 비슷한 요리를 한다면 그대로 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인간에 있는 또 하나의 특징은 '억제'다. 정지가 필요한 모든 상황에서 멈출 수 있게 하는 조절 과정이다. 인지 조절이 생겨나기 전에 억제는 흔히 행동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다. 심리학에서는 억제는 본능을 억누르는 사회적 습관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행동 억제라는 것은 부적절한 것을 억제하는 게 아니라 적절한 것을 선택하는 인지 과정의 결과 일 수 있다. 


  인간의 인지 조절의 결정과 선택에는 가치가 필요하다. 문제의 가치는 개인의 가치 평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초등학생 딸이 만원을 받는 것은 직장인이 만원을 받는 것보다 훨씬 큰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다. 가치는 수많은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인간의 결정과 선택은 그만큼 다양한 결정과 선택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의 인지 수행 능력을 네 가지로 분류하면 어휘력, 유동적 지능, 기억력, 속도로 나눌 수 있다. 여기서 나이가 들어도 퇴화되지 않는 능력이 있는데 그것은 어휘력이다. 이것을 결정화된 지능이라고 하는다. 이는 저장된 지식과 기술을 단순 사용하는 능력이다. 나이가 들어도 우리의 지식에는 큰 변화는 없다. 쇠퇴하는 것은 문제 해결 능력 그리고 새로운 상황에서 민첩하게 행동하고 생각하는 능력일 뿐이다.


  인지를 하는 것은 사람의 행동에 큰 영향을 준다. 인지 조절이 발달을 하려면 경험을 통해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모아야 한다. 이 과정은 오랜 시간이 필요한데 통상 처음 15년의 표본이 이후 65년 동안에도 유효하다고 가정한다. 뇌는 좋은 모델을 구축할 때만 인지 조절이 제 기능을 발휘한다는 의미다. 최근 들어 행해지는 '헬리콥터 양육', '잔디 깎기 형 양육'은 아이가 자율성을 키우고 스스로 선택하여 성공하거나 실패할 기회를 완전히 제거해 버린다. 그런 교육이 현대에 어쩔 수 없음이겠지만 아이에게는 체계가 없는 놀이가 필요하다. 스스로 새로운 문제와 마주하고 애쓰고 실패하고 해결하는 기회를 다양하게 경험할 때 아이의 뇌는 좋은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 도서는 뇌 과학 중에서도 '인지 조절'에 대해서 아주 세세하게 다루고 있다. 책을 통해서 인간이 하는 행동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 인간의 행동에 대해 궁금하다면 이 책을 펴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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