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는 어떻게 삶을 파고드는가 - 최신 신경생물학과 정신의학이 말하는 트라우마의 모든 것
폴 콘티 지음, 정지호 옮김 / 심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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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을 살아가다 원치 않게 그어진 기억의 상흔들. 그 아픔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심리적 힘듬을 겪는 것을 보통의 트라우마라고 생각한다. 보통 마음의 상처라고 불리는 이것은 개인의 자존감을 떨어트리며 부정적 피드백을 되풀이하게 만든다. 점점 더 깊은 심연의 영역으로 자신을 몰아넣는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증상은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인데, 트라우마는 이것보다 더 넓은 영역에 걸쳐 있다.

  트라우마가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사회가 트라우마에 대해 너무 일차원적으로 대응하고 하는 것이 아니라 더 세심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 책은 심심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나는 아들러 심리학을 좋아하기 때문에 '트라우마'라는 단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과거의 아픔으로 인해 현재가 계속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숙명적인 일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과거를 인정하고 최대한 버텨내는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아들러 심리학은 현재의 나의 심리를 정당화 혹은 보호하기 위해서 과거의 기억을 맞게 가져다 쓴다는 논리이기 때문에 과거의 아픔을 이겨내는 것은 현재의 문제라서 능동적으로 이겨낼 수 있다.

  둘 사이에는 정의가 다른 것일 뿐 당사자의 어려움과 영향에 대해서는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게다가 트라우마는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정의이기도 하기 때문에 이해해 두는 것은 꽤 중요한 일이다. 이 책에서 트라우마는 개인적인 문제이면서도 사회적인 문제이다. 사회가 개인의 트라우마를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개인의 아픔에 대해 공감하고 배려하는 것이 아니라 기피하고 조롱하는 문화는 개인을 움츠러들게 만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트라우마를 이겨내는 것은 개인이 아닌 모두가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 글쓴이의 주된 주장이었다.

  트라우마를 '오염'과 '기생충'으로 표현하는 부분이 독특했다. 맑은 물에 잉크를 떨어트리듯 상처가 생기면 잉크가 물에 퍼져서 다시 투명해지더라도 그 전의 물만큼 맑을 수 없다는 것이다. 상처는 겉으로 표현되지 않을 뿐 없앨 수 없다는 것이다. 기생충은 숙주에서 끊임없이 번식을 한다. 부정적인 생각은 다시 부정적인 생각을 낳는다. 점점 심해지면 모든 것을 자기 탓으로 돌리는 '자기부정'의 상태에 이르게 된다. 

  트라우마는 폭력이나 성폭행, 따돌림 혹은 전쟁과 같은 특수한 상황이나 가까운 사람의 갑작스러운 죽음 등의 일반적인 상황에서도 생길 수 있다. 인간의 위험에 대한 본능은 좋은 기억보다 위협의 기억을 더 잘 기억하기 때문에 부정적인 기억은 몸속에 자리 잡게 된다. 수많은 전쟁과 학대, 학살 등은 알게 모르게 우리의 DNA에 새겨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레이디 가가의 추천 문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사실 개인적인 심리를 보듬는 힐링 도서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트라우마 전반을 다루고 트라우마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반대로 사회가 트라우마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서 광범위한 영역을 다루고 있다. 심리학이면서 사회학적인 요소가 순간순간 나타났다. 독특하고 긴 사례들은 새로운 경험담을 들을 수 있어 좋았지만 방법과 대책에 대해서는 그렇게 세심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이 책은 트라우마를 이겨내는 그런 방법론적인 심리학 책이라기보다는 트라우마의 전반적인 이해와 영향에 대해 저술한 책이었다. 생각과 다른 조금 광범위한 내용이라 읽으면서도 정리가 잘 안 되어 집중을 잘 못했던 것 같다. 대화 형식을 빌리고 싶었다는 저자의 생각과는 달리 많은 사례는 생각보다 트라우마에 대한 깊은 이해를 돕는 것은 잘 되지 않았던 것 같다. 단지, 트라우마가 어떤 방향으로 어떤 형식을 띠면서 나타날 수 있는지 광범위한 예를 보여줬기 때문에 트라우마가 우리 사회에 생각보다 만연하다는 것은 공감할 수 있었다.

  아들러 심리학에 심취한 나여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잘 읽히지는 않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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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따라하기 하와이 - 오아후.마우이.라나이.빅아일랜드.카우아이, 2022-2023 최신 정보 수록 무작정 따라하기 여행 시리즈
박재서 지음 / 길벗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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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 하와이는 부유한 사람들이나 가는 곳 정도로 인식하고 있었는데, 최근에는 유럽이나 남미까지 원하면 갈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물론 코로나19로 한동안 갇혀 있기도 했다. ) 주위의 몇몇 분들은 하와이를 다녀오는 것을 보니 조금만 노력하면 한 번쯤은 가볼 수 있는 곳이지 않을까란 생각은 늘 하고 있었다. 문학 속에서 가끔 등장하는 하와이의 모습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하늘 길이 다시 열리기 시작하는 지금 다시 여행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많은 관광지들은 침체되었던 분위기를 띄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호기심 가득했던 하와이와 그 여행 방법을 알려주는 이 책을 길벗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하와이에 대해 아는 거라고는 미국 땅이면서 '알로하'라는 인사와 '훌라춤'이다. 그리고 소설에 가끔 등장하는 사탕수수 밭 정도가 전부였는데, 여행 서적인 이 책에서 꽤 많은 정보를 얻었다. 이 책은 가지고 다니기 편하도록 '테마북'과 '코스북'으로 나눠져 있다. 테마북에서는 하와이의 역사, 뷰포인트 그리고 명소를 얘기한다. 더불어서 음식과 쇼핑에 대해서도 더 붙여 얘기한다. 코스북은 그래도 무작정 따라 하기 쉽게 설명되어 있다. 하와이에 가는 방법부터 오아후, 마우이, 라나이, 빅아일랜드, 카우아이를 여행하는 코스를 설명해 주고 있다.


  코스북은 하와이로 여행을 떠난다면 꼭 챙겨야 할 책 같았고 테마북은 하와이 그 자체를 알아가는데도 좋았다. 하와이는 12달 평이한 온도를 유지하는 기후부터 미국의 50번째 주가 된 역사적 배경까지 알 수 있었다. 하와이에도 왕조가 있었고 서양 문명이 닿아 많은 원주민들이 죽은 슬픈 기록도 있었다. 왕조와 원주민의 몰락이었는데 '50번째 주로 승격'이라는 문장은 조금 씁쓸하기도 했다. 여행 서적에서 역사를 느끼다니 나는 참 별나다.


  관광 명소답게 눈이 번쩍 뜨이는 풍경들이 많았고 엄청나게 많은 음식들의 유혹을 견뎌야 했다. 회사 식당 밥을 먹고 온 지금 너무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큰 섬이다 보니 바다체험과 육지에서 체험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이 있었고 원주민들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었기 때문에 박물관 등이 있었다. 


  과학 덕후인 나에게 가장 눈에 뜨였던 것은 가장 높은 곳에서 일몰을 바라볼 수 있는 마우나케아 천문대였다. 고도가 꽤 높아서 탄산음료가 금지된다는 것은 처음 알게 된 사실이기도 했다. 기회가 되면 천문대를 이용해 보고 싶기도 했다.


  너무 많은 볼거리 너무 많은 먹을거리. 쉽게 갈 수 없을 것 같은 하와이 여행. 꼼꼼하게 준비된 여행 정보를 보며 눈으로 먼저 즐기며 알찬 여행을 계획해 보자. 열심히 벌자. 그리고 떠나자. 꼭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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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사라진 스푼 - 주기율표에 얽힌 과학과 모험, 세계사 이야기
샘 킨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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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학은 실험을 제대로 할 수 있기 전에는 연금술이라는 이름으로 사용되었고 물리와 같은 다른 과학들의 발전으로 인해 실험을 원활해지면서 화학은 본격적인 발달을 하기 시작했다. 과학사 책들을 읽어보더라도 가장 오래된 역사는 천문학과 물리였다. 보이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알아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과학사 서적은 늘 천문학과 물리가 대부분의 페이지에 차지하고 있고 그 속에는 의학과 화학이 빈자리를 메우고 있다.


  보이지 않지만 강력한 힘을 가진 화학을 단일 주제로 흥미롭게 모아둔 이 책은 해나무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원소는 하나하나 흥미롭고 많은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다. 주기율표는 세상을 이루는 원소들 중에서 우리가 발견한 것을 정리해 둔 것이다. 그것은 엄청난 이야기 꾸러미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주기율표는 암기의 대상이었기 때문에 즐거운 마음으로 마주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런 주기율표와의 친근함을 위해서 이 책은 재미난 이야기를 품고 있다.


  사실 보이지 않는 것을 설명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인류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여러 경험을 했다. 세계사 속에 숨어 있는 미스터리한 사건의 이면에는 바로 원소가 있었을 것이다. 그런 원소들을 성질에 맞게 배열해 놓은 것이 주기율표다. 주기율표는 네모 반듯하지 않고 양쪽이 치솟은 산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그리고 몇몇은 아예 따로 표시되어 있기도 한다. 


  화학의 역사를 얘기하기 위해서는 역시 주기율표의 역사부터 살펴야 한다. 그리고 주기율표의 위치에 따른 원소들에 대해서 이야기해본다. 예전의 주기율표와 지금의 주기율표가 사뭇 다르다는 점도 알 수 있다. 지금은 양성자 수에 따른 배치를 하는 모즐리의 방식을 보통 채택하고 있다. 주기율표의 완성도는 아직까지 찾지 못한 원소를 찾는 길이 되어 주었다. 주기율표는 화학을 위한 지도 같은 것이다.


  주기율표의 얘기 뒤로는 원소 별 에피소드로 이뤄져 있다.


  전쟁 속에서 화학은 독가스나 핵폭탄 등 사람을 죽일 수 있는 화학이 발전하게 되었고, 그런 독가스의 해독제는 기적적인 의약품이 되기도 했다. 원소는 그 자체로 돈이 되기도 하고 귀하게 여겨져 전쟁을 부추기기도 했다. 세슘처럼 시간을 측정하는 기준이 되어 주기도 한다.


  가장 흥미로웠던 에피소드는 뢴트겐의 이야기였다. 다른 과학자들은 모두 자신의 업적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것 같았지만 뢴트겐은 자신이 발견한 것을 부정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뢴트겐의 X선은 자신의 뼈 모양을 보여주었고 그것은 악마의 마술 같은 것이라 생각이 들만 했기 때문에 그는 더욱더 매진하여 결국 그것이 마술이 아니라 과학적 현상임을 밝혀 주었다.


  이 책은 <사라진 스푼>을 조금 더 쉽게 적은 책이라고 한다. 자칫 어렵고 지겨울 수 있는 화학의 세계를 과학사와 세계사를 엮어 스토리텔링으로 풀어가며 흥미를 유지하려고 노력하였다. 사실 그럼에도 쉬운 책은 아니었다. 화학이라는 것이 삶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보고 느낄 수 있는 경우가 많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천체물리학처럼 거대하고 웅장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화학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삶과 생명에 가장 가까운 학문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는 것은 좋은 행동인 것 같다. 책을 조금 피곤한 상태에서 읽어 집중을 많이 하지 못했지만 누구에게나 몇 개 정도의 재밌는 에피소드는 만날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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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을 뿌리는 사람의 우화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장성주 옮김 / 비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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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씨앗, 우화 그리고 SF. 그것들에게서 느낄 수 있는 것은 미래 그리고 희망이다. 희망을 바라기 때문에 현실은 절망적일 것이다. 그런 생각 속에 첫 장을 넘겼다. 너무나 익숙하지만 절망적인 모습들이 펼쳐져 있었다. 이 책의 장르를 SF로 구분할 수 있을까? 수년 후에 이 책은 일반 소설이 되어 있을 것이고 수 십 년이 지난 뒤에는 고전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고작 2 ~ 5 년 후로 설정한 시대의 모습은 지금보다 그저 더 암울해져 있을 뿐이었다. 


  자신의 터전에서 더 살 수 없음을 자각한 주인공이 자신의 터전을 잃고 방황하며 사람들과 유대를 형성하고 공동체를 이룰 수 있는 곳까지의 여정을 담은 이 책은 김영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이 책을 일반 소설의 장르에 넣을 정도로 현실과 동떨어져 있지 않다는 느낌을 받은 것은 저자의 상상력이 지금 현재를 관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1993년에 발간된 책이기 때문에 발간된 당시에는 충분히 미래를 얘기하는 책이었을 것이다. 기후 환경, 첨단 과학 등을 배제하고 순수하게 인간의 모습을 그렸다. SF는 과학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과감히 비틀고 사회적인 문제를 담고 있다.


  약탈과 방화 등 범죄가 일상화된 미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거대 기업들은 도시를 만들었고 그곳에는 굶주린 사람들에게 최저의 임금으로 일자리를 제공하고 빚을 지게 만들어 평생 일하게 만든다. 신 노예제도이다. 그것은 최악의 양극화는 물론이거니와 노숙자와 부랑자들을 만들었다. 돈이 있는 자들은 무장을 한 사설 경비가 지키는 공간 안에서 생활했으며, 일자리라도 있는 사람들은 작은 공동체를 만들어 바리케이드를 치고 스스로를 지켰다. 그것마저 불가능한 사람들은 모두 잠재적 범죄자였다.


  주인공은 '초공감능력'이라는 특수한 능력을 가졌다. 상대가 느끼는 아픔을 그대로 느끼는 병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고통받지 않으려면 상대를 해치지 않거나 한 방에 목숨을 걷어야 한다. 물론 죽음을 이럴 때의 아픔마저 주인공은 느낀다. 주인공에 주어진 이 능력은 공동체의 필요와 타인을 함부로 해칠 수 없는 것에 대한 암시가 있다. 우리가 사는 사회가 그랬으면 좋겠다는 작가의 생각인 것 같다. 극한으로 양극화된 사회에서 서로를 돕는 공동체 '지구종'을 만들어내기 위해 주인공이 나아가는 길이다.


  '지구종'의 하느님은 <변화>다.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꼭 필요한 것이다. 극심하게 양극화된 사회 그로 인한 불만과 증오 그리고 범죄들 그것은 사회가 변해야만 한다. 그것은 사람이 변해야만 한다. 점점 더 심해지는 사회의 모습에서 작가는 <변화>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듯했다. 


  변화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엔트로피 얘기하는 거야?'라고 혼자 웃으면서 페이지를 넘겼는데, p384에 갑자기 엔트로피가 등장해서 깜짝 놀랐다. 변화는 신이며, 신은 거스를 수 없는 존재라고 했다. 자신이 가는 변화의 방향이 신이 원하는 변화의 방향일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주인공은 자신의 철학을 굳건히 하며 사람들 마음에 씨앗을 뿌리며 정착지를 선택하며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작품의 세계관은 지금의 현실이 디스토피아라고 얘기하는 듯했다. 그 속에서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인간의 숙명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를 도울 수 있는 공감능력이 필요하다 얘기한다. 그 표현에 있어서 작품 속 세계는 지금의 세계보다 조금 더 암울했고, 주인공의 공감능력은 초공감능력으로 변형되어 있다. 글을 따라가다 보면 마주할 미래가 예언처럼 적힌 듯하여 우울해지지만, 종점을 향해 갈수록 응원하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의지할 곳을 찾고 그러다 가족을 이루고 공동체를 이루게 된다. 개인주의가 시대의 방향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사피엔스에게 사회는 그저 힘을 얻기 위한 명목 상의 모임만은 아닐 것이다. 그런 시대에 우리는 모두 사이코패스가 되어 있지 않을까. 변화의 방향을 조금 더 사람에게 향했으면 좋겠고,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국민이 욕심을 부리지 않아도 의식주 정도는 해결해야 하는 세상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발전도 좋지만 발전해도 삶이 더 나아지지 않는다면 발전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주위를 돌아보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 내가 가진 걸 모두 맡길 정도의 믿을 만한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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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선택의 재검토 - 최상을 꿈꾸던 일은 어떻게 최악이 되었는가
말콤 글래드웰 지음, 이영래 옮김 / 김영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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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술 문명의 발달은 많은 장점을 가지면서 또한 단점을 가지고 있다. 새로운 혁신이나 아이디어는 세상을 뒤집어 놓을 거라고 확신을 하곤 한다. 그리고 모든 것이 좋아질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SNS는 소통의 창구에서 억압의 창구로 자동차는 이동의 편리함에서 교통 체증의 문제로 이어지곤 했다. 모든 사실은 이면을 가지고 있다. 말콤이 얘기하고자 하는 '선택'은 무엇일까?


  전쟁. 그 안에서도 폭격기의 운영에 대한 상반된 리더의 선택을 비교하며 얘기하는 이 책은 김영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말콤 그래드웰 하면 유명한 저서가 많다. 그의 저서에는 늘 생각을 깨는 통찰력이 있었다. 사실 이 책도 '선택'이라는 보다 보편적인 부분에서 이야기할 줄 알았다. 선택은 항상 갈림길에서 내려야 하는 판단이고 그런 선택들은 늘 다른 면을 가지고 있다. 선택은 시간이 지난 후에야 평가받을 수 있다. 그런 사회학적인 내용을 기대했는지 모르겠다.


  이 책은 '폭격기'라는 것에 대한 내용이다. 폭격이라는 것은 대량 살상 무기이면서도 아닐 수도 있다. 폭격기가 등장한 배경에는 전쟁에서 전면전은 양측 모두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히기 때문에 아군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등장했기 때문이다. 인명 피해를 줄이는 <바람직한 방법>은 압도적인 공격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 책에서 시종일관 얘기하는 <선택>은 폭격에 대한 두 가지 선택에 대한 이야기다.


  일본은 왜 일본 폭격의 장본인인 '커티스 르메이'에게 훈장을 수여했을까? 일본을 미친 듯이 폭격한 사이코패스 같은 인물에게 게다가 전쟁의 최전선을 이끈 적국의 장군에게 말이다. 2차 세계대전 막바지에 미국의 무자비한 공습은 결국 일본의 항복을 받아냈다. 일본 입장에서는 아픈 부분이지만 만약 공습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연합군의 상륙이 시작되고 분단국 가는 한국이 아닌 일본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해석하는 일본의 입장을 잔인하다고 해야 할지 냉철하다고 해야 할지 의문이 남는다.


  폭격기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오늘날에는 <핵무기>가 이를 대신한다. 소위 <게임 체인저>라고 얘기되는 비대칭 전력무기다. 이것을 사용하는 것은 진정 전쟁의 빠른 종결을 가져다줄 것인가? 그 해답은 쉽지 않다. 작은 나라를 굴복시키는 데는 더할 나위 없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의 러시아-우크라이나와 전쟁만 보더라도 쉽게 사용할 수 없다. 그것은 더 큰 전쟁을 불러올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말콤이 얘기하려는 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납득하기는 많은 부분이 아쉬웠다. 1부와 2부 시작 부분에 적어 놓은 그의 질문만 남아 있을 뿐 폭격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머릿속에 남아있질 않다. 연관성 없는 이야기가 그저 나열되어 있는 글들은 어떠한 스토리텔링도 없었다. 그의 통찰력은 서문에 던진 질문이 전부였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전쟁 자체의 내용에 관심이 없는 나에게는 많은 아쉬움이 남는 책이었다.


  양심과 의지로 분류할 수 있는 헨셀과 르메이의 행동을 전쟁에서 승리한 한셀, 전투에서 승리한 르메이라고 마무리해버리면서 <선택의 재검토>는 독자의 몫으로 넘겨준다. '<폭격기의 달이 뜨면>을 읽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책장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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