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너는 무엇을 했는가 그날, 너는 무엇을 했는가
마사키 도시카 지음, 이정민 옮김 / 모로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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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집착'에 대한 단어를 '가족'에 이어 붙여 스토리를 전개해 가는 이야기는 그렇게 신선한 소재도 아니고 기분 좋게 마주할 수 있는 이야기도 아니다. "왜, 너여야만 했나"라는 평범하면서도 간절한 질문은 이 작품을 끌어가는 원동력이다. 사건 그 자체보다는 슬픔과 집착이라는 심리적인 상태에 더욱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미스터리라고 분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잠시 들게 했다.

  사랑의 광기로 묻어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로 엮여 있는 이 작품은 모로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미즈노 다이키라는 소년의 죽음으로 출발해서 그 소년의 죽음에 대한 이유를 생각해보며 마무리된다. 완전히 다를 것 같은 두 사건은 하나로 이어져 있었고 그 중심에는 다이키의 엄마인 미즈노 이즈미가 있었다. 15년의 거리가 있는 두 사건을 무심한 듯 바라보는 한 형사의 감각으로 이어 붙여서 끌어간다. 사건에 대한 치밀함이나 해법의 독특함은 없었다. 오로지 "왜 죽었는가"라는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스토리를 끌고 간다.

  이 책을 읽고 있자니 일본 드라마 '그녀가 죽어버렸다'가 생각났다. 약혼자가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그녀가 남긴 메시지. 그리고 그녀의 휴대폰을 의지해서 그녀의 죽음의 이유를 찾아가는 안타깝지만 웃기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이야기의 마지막에 도착하는 것은  "戀"이 아닌 "愛"입니다'라는 메시지는 이 책의 내용과 미묘하게 닮아 있기도 하다.

  가족의 죽음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그렇게 이상한 일은 아닐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을 놓아주지 못하고 품고 산다면 결국 자기 합리화를 하게 되고 그것이 증오의 형태로 표출되기도 한다. 등장하는 인물은 모두 사랑에 대한 광기가 있었던 것 같다. 다이키도 이즈미도 노노코의 남편의 어머니도.. 

  조금 특이한 형사의 행동과 이해할 수 없는 질문을 어린 시절 살인으로 어머니를 잃은 경험으로 사건과 연관성을 만들고 중2병과 같은 행동. 순간 기억과 같은 능력을 부여했다. 15년 전 사건을 해결한 것에 무심한 보였고 오히려 사건 중에 죽은 소년의 이유에 더 관심이 많았다.

  읽는 동안 스토리에 완전히 끌려갈 만큼의 매력이 있었냐고 하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사건의 치밀성이 여타 미스터리에 비해서 약했고 이야기를 끌어가기 위해서 여러 부분에서 의문이 들게 하는 정당성을 부여했다. 아마 여러 부분에서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 그랬던 것 같다. 문화적 차이일 수 도 있고 불편한 이야기라 느껴서 그랬을 수도 있었던 것 같다.

  팽팽한 긴장감과 사건의 꼼꼼함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힘 빠지는 책이 될 수 있다. 죽은 이에게 던져야 할 질문은 '왜 너여야만 했냐'가 아니라 '사는 동안 행복했냐'라는 질문을 해야 한다는 다소 철학적인 메시지를 가진 작품이었다. 그런 선에서 읽어 낸다면 사건이 아니라 심리를 느끼면 읽는다면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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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다시, 일본 정독 - 국뽕과 친일, 혐오를 뺀 냉정한 일본 읽기
이창민 지음 / 더숲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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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것이라면 모든 것이 좋았던 시절을 겪고 자란 세대라서 그런지 UNCTAD(유엔 무역 개발회의)가 생긴 이래 처음으로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분류가 바뀐 첫 사례가 한국이라는 점은 감개무량하다. GNI(국민총소득)은 몇 해 전부터 일본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아베 정부로부터 시작된 무역보복조치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지나가고 있다. 역사적인 앙금과 오랜 시간 가져온 열패감은 승리의 감각이 필요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코로나19와 미중 무역 갈등 그리고 우크라이나 사태를 겪은 최근의 사태를 보면 글로벌 무역 체인이라고 불리던 세계적인 공급망은 무너지고 있다. 우리는 일본의 무역조치로 인해서 전초전을 겪었다고도 볼 수 있다. 일본과의 무역관계 그리고 일본을 바라보는 시선을 다시 한번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해주는 이  책은 더숲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 피해자들의 승소로 결정 난 직후 일본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면서 반도체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세 가지 핵심 소재에 대해 엄포를 놓았다. 글로벌 공급망에 불안 요소를 스스로 만들었고 신뢰가 무너진 약속은 대안을 준비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일본에 대한 이유가 어떻든 한국이 느끼는 감정은 역사의 사실에 대한 불복이었고 힘의 논리로 승부하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게다가 한국의 대표기업과 차세대 먹거리를 겨냥했다는 괘씸함은 한국인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양국의 분위기가 격화되는 가운데 기업은 새로운 전략을 국민은 불매운동으로 응수하게 되었다. 

  일본의 피해를 연일 보도하며 국뽕을 자극하는 미디어들의 말은 어느 정도까지 사실일까? 닛산이 한국에서 철수하고 일본 지방 소도시의 관광산업이 무너진다는 것은 팩트일 것이다. 하지만 한 때 세계 2위의 경제대국 일본은 저무는 나라일지라도 여전히 그 건재함은 남아 있다. 

  '일본에 삼성 같은 기업이 없다. 도요타도 삼성에 대적할 수 없다'라며 국뽕에 차오를 때가 아니다. 일본에는 강소기업들이 너무 많다. 그들은 팔 곳이 많다. 세계 반도체를 주도하는 삼성과 SK가 한국에 있어서 어려움을 겪는 회사는 스미모토나 스텔라 케미컬 같은 곳일 뿐이다. 야스가와, 미쯔비시, 파나소닉, 오므론, 키엔스 등과 같은 자동화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 시네츠, 스미모토처럼 소재 업체, 일본 전산이나 쥬켄공업 같은 모터나 기어 업체, PDI, MDI, TOKI, 히다치, 캐논, 시바우라 등 일반인은 모르는 기업들이 셀 수 없이 많다. 그리고 CNC(정밀가공기)는 일본의 화낙이 세계 점유율이 80%에 육박한다.

  삼성전자 덕분에 EUV를 생산하는 ASML이라는 기업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장비 한 대 가격이 3000억에 육박하는 네덜란드 기업이다. 반도체 미세공정은 이 장비를 구매할 수 있을까 없을까로 정해진다. LCD 공정에서 캐논의 위치가 반도체의 ASML의 위치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일본에는 갑에게 휘둘리지 않는 을의 기업들이 너무 많다.

  그럼에도 일본이 기울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모양새다. 많은 정책들은 실패하고 있고 저온 호황으로 불리는 상황에서도 국민의 삶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급격히 늘어가는 부채 또한 부담이다. 현지화를 위해 해외로 생산 시설을 옮긴 기업들이 늘어가고 국내에 투자되지 않음으로 겪는 산업의 낙후 또한 문제다. 도요타처럼 통합형 생산에 특화된 일본이 모듈형 생산이라는 트렌드에 적응하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다. 과잉 품질과 과잉 기술이라는 일본의 장인 정신도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러 지표들로 승리에 도취되어 제대로 봐야 하지 못하는 부분이 생겨서는 안 된다. 우리는 여전히 일본과 중국 사이에 갇혀 있다. 일본과 중국의 것을 모아서 만들어 파는 가마우지 경제를 벗어나지도 못했다. 세계가 만들어 온 공급망은 그렇게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닐 거다. 그동안 양국 사이가 아무리 틀어져도 경제적인 부분에 대해서 간섭이 없었던 것도 그 때문이다. 지금 러시아를 제재하고 있지만 유럽은 여전히 러시아의 가스를 끊을 수 없다. 세계 공급망을 위협하는 국가는 결국엔 배제될 수밖에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단기간에 새롭게 배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라는 말은 투자에만 국한되는 말은 아닌 듯하다. 우리가 일본을 역전한 것은 우리가 발전한 것도 있지만 일본이 많이 후퇴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는 일본이 걸어갔던 길을 그대로 걷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우리보다 10배 가까운 투자자산을 가지고 있고 기축통화국에 가까운 위치에 있으면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노령화는 피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고민이 필요하다.

  GDP가 늘어나고 기업은 성장하지만 개인의 삶이 어렵다. '부자국가, 가난한 국민'으로 불렸던 일본의 모습 그대로다. 자원은 없고 인재만 많은 국가 모형도 비슷하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현지화를 위해 해외로 진출한다. 선진국의 지위를 길고 행복하게 보내기 위해서는 지금 일본의 모습을 냉정하게 쳐다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일본의 경제뿐만 아니라 문화를 함께 엮어주어 너무 재미나게 읽었다. 익숙한 기업과 <한자와 나오키>라는 드라마 소개, 레미오로멘의 '코나유키'라는 노래 소개까지 무거운 얘기 가운데 녹아 있는 가벼움이 좋았다. (물론 익숙한 사람들에게만) 성공한 이후가 가장 위험하다는 얘기가 있다. 국가라고 해서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일본을 냉정하게 봐야 하는 지금 이 책을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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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하는 뇌 - 뇌를 재구성하는 과학적 마음 훈련
다니엘 골먼.리처드 J. 데이비드슨 지음, 미산 외 옮김 / 김영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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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Q 감성지능>의 저자 대니얼 골먼은 EQ의 과학적 증진 방법으로 '명상'을 얘기한다. 뇌는 변할 수 있다는 신경가소성에 관한 발표가 있은 후 그는 더욱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수많은 명상가와 티베트의 수련자까지 만나가며 과학적 증거를 만들어내려고 노력했고 그 과정의 이야기를 담았다.

  뇌는 변할 수 있다는 강한 확신으로 연구를 시작했지만, 과학의 발전보다 연민하는 인간의 마음을 먼저 되찾아야 한다고 얘기하는 저자들의 이 책은 김영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명상'이라는 것은 과학으로 접근하는 것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인간의 수련의 결과는 명확하게 보이는 면도 있지만 그것을 과학적 증거로 나타낸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돈벌이로 '명상'을 하는 이들 때문에 생긴 비뚤어진 시선과 과학적 검증을 하지 못한 채 쏟아지는 논문들 때문에 더욱더 힘든 실정이었다. 이 책의 절반은 그런 잘못된 인식에 대한 입장과 명상이 과학적으로 증명되기 위해서 입증해야 하는 많은 부분에 대해서 얘기한다.

  과학으로서 인정받으려면 '재현 가능'해야 한다. 그것은 해당 연구를 하는 사람의 의지치가 적용되지 않은 상태로도 만들 수 있는 객관성의 확보이기도 하다. 하지만 오늘날 많은 과학적 연구는 '재현'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창조를 원하지 검증을 하고자 하지 않기 때문이다. 레퍼런스로 사용할 때조차 '재현'을 해보지 않은 채로 가져다 쓴다. 이런 무질서 속에서 '명상'에 대한 연구는 주목받지 못했다.

  '명상' 연구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어떻게 측정하는 것이었다. EGG나 fMRI가 발명되기 전에는 뇌를 직업 관찰할 수 없었다. 심장 박동수나 표피에 생기는 땀을 측정하기엔 관계되는 변수들이 너무 많았다. 게다가 인간의 정신력과 관계가 있었기 때문에 피실험자가 되는 사람들은 의식적으로 기대에 부흥하려고 노력하는 '호손 효과'가 생기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었다. 게다가 명상하는 방법의 다양함과 얼마나 오랜 시간을 얼마나 집중적으로 했는지에 대한 것도 다양했다. 실험 모델을 만드는 것부터가 어려웠다.

  그럼에도 과학자들은 '명상'과 뇌파에 대한 연구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내기 시작했다. 티베트의 수련자들처럼 명상의 고수들은 주의력이 탁월했다. 그들은 자극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나 자극이 사라지면 곧장 원래의 상태로 회복하였다. 자극을 자극 이상의 것으로 인지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뇌가 아무 일도 하지 않을 때 생기는 디폴트 모드가 줄어 있었다. 디폴트 모드는 뇌가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활성화되는 것인데, 이 책에서는 '방황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명상을 통해 주의력이 높은 수행자들은 '방황하는' 일이 적다는 얘기다. 일반인보다 오랜 시간을 흐트러짐 없이 집중할 수 있었다.

  수련자들은 명상을 돌입하고는 시간도 무척 짧았으며, 특정한 정신적 행위와 상관없이 뇌 전체의 감마파 수준이 높았다. 그들은 명상을 하고 있지 않을 때조차 명상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저자는 이것을 '변성된 특성'이라고 했다. 다른 뇌과학 책에서는 '디폴트 모드'의 중요성을 얘기했지만 저자는 이 '디폴트 모드'를 명상을 통해 '변성된 특성'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음이 방황하지 않으면 ADHD나 PSTD를 개선할 수 있다. 게다가 명상을 통해 자극과 고통의 분리를 통해서 불치병 환자들의 통증 완화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얘기하며 시스템을 만들어 가고 있다.

  저자들은 수십 년 동안 명상을 수련하면서 과학으로 접근을 계속해서 이어오고 있다. 그들은 의학처럼 사람에게 맞는 명상법을 제안하는 것이 목표처럼 보였다. 세상에는 수많은 명상법이 있지만 자신에게 맞는 명상법을 찾아야 하고 명상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의 명상법도 많다고 했다. 전혀 과학적이지 보이지 않는 '명상'을 과학적으로 접근하기 위해서 회의론자나 명상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에게도 설득력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그럼에도 가장 좋았던 것은 명상을 통한 연민과 그것으로 인한 사람들 사이의 공감이 예리해져서 인간다움을 더 개선되면 좋겠다고 얘기하는 부분이었다. 너무나 과학적인 접근이면서도 너무나 인간다운 모습이 좋았다. 명상에 대한 방법론적인 접근도 아니고 명상을 마냥 찬양하는 것도 아니다. 명상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기 위한 가이드라인과 주의점을 얘기하고 자신들은 어떻게 노력했다는 명상 연구의 정당함을 얘기하는 듯했다. 

  책이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간단하다. 명상은 분명 과학적으로도 효과가 있지만 여전히 입증해야 하는 것이 많다는 것과 과학적인 것을 떠나서라도 명상을 통해 공감을 예리하게 하고 주위의 사건을 외면하지 않은 사회가 되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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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공부 - 어떻게 배우며 살 것인가
최재천.안희경 지음 / 김영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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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재천 교수를 처음 알게 된 것은 '통섭'이라는 책에서부터다. 그 책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마음에 쏙 들었다. 사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읽고 있지는 않았다. 사실 그 뒤로도 최재천 교수의 책을 알게 모르게 사고 있었다. (저자를 확인 안 하고 구입하는 경우가 많아서.) 여전히 쌓여 있을 뿐 아직 제대로 읽은 책이 없었다. 그에 반해 강의는 자주 찾아들었다. 세바퀴나, 체인지 그라운드 그리고 여러 방송을 통해서 그의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통섭 때부터 여러 지식을 통합하는 자세. 공진화 그리고 다양성의 중요성을 한결 같이 얘기하던 최재천 교수의 말을 한 권의 책 속에 잘 담은 이 책은 김영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최재천의 공부는 통섭이라고 얘기하면 된다. 통섭은 미국의 학자 에드워드 윌슨 박사의 <Consilience>를 최재천 박사가 번역한 책이기도 하다. 한 우물만 파면된다는 우리 사회에 파장을 일으킨 책이기도 하다. 통섭은 "지식의 통합"으로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연결하는 통합 학문이다. 시간이 지나 단일 학문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많아졌고, 학문과 학문의 콜라보는 중요해졌다. 하나를 깊게 나머지를 두루 알아야 하는 T형 인재상이 중요해졌다. 시간이 흐르며 π형 인재상을 요구하기까지 했다. 시중에는 <얕고 넓은 지식>이 유행하였다.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치는 우리나라와 다르게 미국의 교육은 꽤나 듬성듬성 가르친다는 점이 좋았다. 많은 것을 겪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분야를 채워가며 자신이 하고자 하는 학문을 찾을 수 있었다. 자연스레 넓은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환경이기도 했다. 시도에 대해서 비난하는 사람이 없지만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엄격했다. 정해진 길을 걷지 않으면 걱정과 비아냥이 난무하는 우리나라와 사뭇 다른 환경이 부럽기도 했다.

  컴퓨터와 AI가 발전할수록 우리나라의 공부는 쓸데없이 많이 가르친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미국이 무엇을 가르칠까라고 고민한다면 우리나라는 다 가르치려고 노력한다는 느낌이다. 노력에 비해서 효율이 없다. 암기하는 시간에 상상하고 사유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일전에 서양의 어느 교수가 한국 학생들은 걸어 다니는 사전 같다고 했다. 찾아서 사용할 수 있는 지식을 외우는데 시간을 너무 들이는 게 문제다. 인간의 최고 장점인 이전 세대가 이룩해놓은 지식의 토대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을 살려야 한다. 

  미국의 학생들은 인문계라도 수학을 배우고 이공계라도 글쓰기를 배운다. 그들에게 2-3주의 시간을 내어주면 제출하지 못할 리포트는 없다. 어떻게 접근하고 어떻게 풀어내야 하는지 알기 때문이다. 사유하고 토론하고 글로 적어내는 작업을 그들은 꾸준히 하고 있다. 최재천 교수가 비교한 우리나라와 외국 대학의 학구열을 보면 나라의 앞날이 그리 밝지 않은 것 같다. 

  독서는 원래 힘들게 하는 것이다. 책이라는 것이 원래 지식을 전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 인간의 눈은 입체적인 것을 인식하기 위해 만들어졌는데, 2차원적인 글자를 읽느라 그렇게 혹사당하는데 그렇다면 힘들게 읽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독서가 아니라면 그냥 읽지 않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최재천 교수의 방법이 부러워만 해야 하는 선진국의 방법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바뀌지 않으면 늘 그대로일 뿐이다. 20년 후를 살아가야 할 아이들에게 20년 전의 학습법으로 대한다. 앞으로는 시험만 잘 봐서 잘 살 수 있는 세상이 아닐 수도 있다. 최근에 그 공식은 점점 부서지고 있다.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며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많아지고 있기도 하고 국영수를 하지 않고도 잘 사는 법을 찾아내고 있다.

  그럼에도 공부는 중요하다. 이제 인생은 너무 길어져서 하나의 기술로 살아가기 힘들다. 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익히고 써먹고 익히고 써먹고 해야 하는 날의 연속이다. "쓸데없는 배움은 없다"라는 말처럼 세상을 호기심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조금은 두서없이 익히더라도 그 노력을 그만두지 않는다면 어느샌가 그들 사이에 네트워킹이 형성되어서 큰 도움이 된다. 

  스티븐 잡스는 모든 창의성은 커넥팅이라고 했다. 내가 아는 것 네가 아는 것을 절묘하게 연결시킬 때 새로운 것이 탄생한다는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만드는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은 아주 극소수의 사람들이 인생을 바쳐야 만들 수 있을까 말까 한 것이다. 그들이 만들어낸 것들을 가치를 최대로 활용하는 것이 창의성이 아닐까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두루 살피고 배워야 한다.

  A 건물의 2층에서 3층이 보이지 않지만 B 건물의 4층에서 A건물의 3층을 쳐다볼 수 있듯이, 학문의 발전은 서로를 상호 보완할 수 있다. 어쩌면 학문의 정점은 한 곳을 향해 가는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사실 최재천 교수의 강의로 두서없이 잡식하는 나의 학습 취향에 대한 불안함을 덜어낼 수 있었다. 이 책은 그간의 최재천 교수의 강의를 잘 담아 놓았다. 오히려 요약 없이 담겨 있어서 좋았다. 최재천 교수의 에피소드는 다시 읽어도 감동이었다.

  호기심 많고 여기저기 잡식으로 공부하는 사람들들에게 위안을 주는 이 책이 나는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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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습관 - 하버드, 옥스퍼드, 케임브리지 세계 엘리트들의 공통된 9가지 습관
오카다 아키토 지음, 이정미 옮김 / 더퀘스트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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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부는 죽을 때까지 하는 거라는 얘기는 우리가 자주 얘기하는 말 중에 하나다. 특히 변화무쌍한 지금의 시대에는 조금이라도 긴장을 늦추면 뒤쳐지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자신의 의지에 맞게 묵묵히 배워나가면 진전이 있지만 다들 허겁지겁 달려들다 지치게 된다. 혹자는 이런 자기 계발을 자기 학대라고 얘기하기도 한다.

  이 책은 배움의 습관을 들이는 책이 아니라 배움의 기초가 되는 항목들에 대한 열거가 담겨 있다. 오카다 아키토가 그동안 배워왔던 많은 것들을 정렬해서 나열해 두었다. 배움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을 만날 수 있는 이 책은 더퀘스트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습관은 인간이 같은 동작을 반복하다 보면 자연스레 몸에 베이게 되는 것들이다. 하지 않으면 몸이 불편해질 정도까지 되는 경지로 짧게는 66일 길게는 18개월이라고 얘기하곤 한다. 배움을 몸에 익히려면 무엇을 배워야 할지가 중요하다. 최신 기술을 쫓기에는 너무 방대하고 빠르다. 그래서 전통적인 배움을 익히고 기술적인 것은 때때로 익히는 게 어떨까 싶다.

  책을 받아 들고 오해했던 부분은 강성태의 66일 공부법 같은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다. 패턴을 만들고 습관으로 체화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지 않을까 했던 것이다. 그것보다는 '관찰하기', '경청하기', '생각하기', '모방하기', '기록하기', '의견 제시', '질문하기', '비판하기', '퍼포먼스'로 이뤄져 있어서 배우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배우는 습관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더 잘 배울 수 있는 습관을 얘기하고 있었다.

  예를 들면 '관찰하기'에서는 조지 베레디어의 <교육의 비교법>을 얘기하며, 기록, 비교, 해석, 병치, 비교의 흐름을 얘기한다. 앨버트 메라비언 교수의 '감정이 드러나는 7가지 지점'을 예를 들며 사람에 대한 관찰에 대한 예도 설명하고 있다. '청취하기'에서는 셰도우, 미러링, 페이싱 같은 기법을 간단하게 설명한다. '기록하기'에서는 코넬식 필기법을 소개한다. 에세이 쓰기, 의견 제시하기, 비판적 사고하고 자문하기 그리고 프레젠테이션 이야기까지 한다.

  얘기한 것처럼 이 책은 배움을 잘하기 위한 습관들을 항목 별로 나누어 좋은 기법들을 소개하고 있다. 사실 이 책은 읽고 남기는 것은 경우에 따르는 방법론들이다. 챕터마다 나오는 기법들은 또 한 권의 책으로 소개될 만큼 방대한 양일 것이다. 하지만 배움을 위한 하나의 쿡북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것 같다. 실제로 읽으면서 새로운 지식들을 많이 얻었던 것 같다.

  읽고 깨달음을 얻는 책이 아닌 생각날 때 한 번씩 찾아보는 사전처럼 곁에 두기 좋은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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