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한 방울 - 이어령의 마지막 노트 2019~2022
이어령 지음 / 김영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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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8세의 나이로 작고하신 고 이어령 작가의 인생 마지막 작품집이다. 키보드를 누를 힘이 생기지 않아서 다시 펜을 쥐고 글을 작성하는 모습에서 생의 마지막에서까지 글을 놓지 못하는 문인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죽음의 앞에서 새로운 것을 깨닫고 지나온 삶을 반추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내일 아침이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안녕" "잘 자"라며 혼자 인사말을 스스로에게 건넨다. 피와 땀으로 이뤄진 역사 속에서 남을 위해 흘릴 눈물 한 방울의 소중함을 얘기하는 이 책은 김영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지난 코로나를 겪으며 자유와 평등을 외치던 서양 문명의 민낯을 보게 되었다. 그와 동시에 그는 죽음 앞에 서 있었다. 걷기가 힘들어지고 소변조차 쉬이 나오지 않는 순간에도 감각을 더욱 많이 느끼기 위해서 부단히 움직였다. 죽음 앞에 서보니 지금까지 모두 안다고 생각했던 것이 모를 것이 되어 버렸다. 풀 수 있었을 것 같았던 문제도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 되어 버렸다.

  지금까지 나는 그 바탕을 보지 않고 하늘의 달을 보고종이 위의 글씨를 읽었다. 책과 하늘이 정반대라는 것도 몰랐고,문자와 별이 거꾸로 적혀 있다는 것도 몰랐다.지금까지 나는 의미만을 찾아다녔다. 아무 의미도 없는의미의 바탕을 보지 못했다. 겨우겨우 죽음을 앞에 두고서야의미 없는 생명의 바탕을 보게 된다. 달과 별들이 사라지는것과 문자와 그림들이 소멸하는 것을 이제 본다. 의미의거미줄에서 벗어난다.

  '의미 있는'이라는 것을 소중히 하는 것은 우리에겐 보편적이다. 김춘수 시인의 <꽃>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던지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의 '네가 나를 길들이면... 너는 나에게 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존재가 되는 거고, 나는 너에게 세상에서 하나뿐인 존재가 되는 거야..."라는 말이 있듯 우리는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소중하게 대한다. 스치는 수많은 인연들을 인지하지 못한 채 흘러간다. 종이에 글을 쓰듯 의미는 여백을 살해할 때 만들어진다. 의미는 여백을 죽인 죄이고 그래서 사람들은 소중히 대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네 잎 클로버(행운)를 찾기 위해 세 잎 클로버(행복)를 밟고 다니고, 문명을 이끈 무명의 과학자보다 전쟁을 일으킨 자의 자손의 이름을 더 많이 기억한다. 우주의 3%인 별과 행성에 대해서만 환호하지만 나머지를 가득 채운 암흑에너지에 집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주목이라는 말은 익숙해도 유목이라는 말은 낯설다. 유목민은 아는데 말이다. 유목은 일정한 초점을 두지 않고 사방을 두리번거리는 시선이다. 물끄러미 바라보는 시선에서 우리는 더 넓은 세상을 만날 수 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겠지만 그저 시선을 두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때가 많이 있다.

  인간을 한낱 짐승이 아님을 보여주는 것은 결국 타인을 위해 흘리는 눈물 한 방울이다. 나의 의미만 찾아 헤매다가 주위에 많은 이들을 인지하지 못한다. 나를 위해서 그리고 타인을 위해서 우리는 마스크를 써 왔다. 말을 줄이고 눈으로 바라봤다. 서양인들은 마치 조로처럼 눈을 가리고 입으로 떠들어 된 것 같다. (유희적으로 표현하자면.. )

  일본에는 메이지유신 이전에는 'LOVE'라는 단어가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후타바테이 시메이는 '죽어도 좋아'라고 해석했고 나쓰메 소세키는 '달이 아름답네요'라고 번역했다고 한다. 문화는 명사를 만들어 냈지만 그 명사를 표현하려 부단히 노력한 동사의 모습은 너무 멋스러운 것 같다. 사막에는 눈에 관한 단어가 없고 북극에는 낙타라는 단어가 없다. 그렇다고 선을 긋고 경계할 필요는 없다. 시메이나 소세키처럼 노력하다 보면 아름다운 문장을 얻게 되는 것 아닐까.

  사람은 외로워지면 다른 이들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죽음 앞에서 누구보다 외로운 경험을 하고 있는 이어령 작가의 마음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에게는 타인을 위한 눈 물 한 방울이 소중해 보였다. 문명의 발달로 언제나 이어져 있지만 언제든지 끊을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 고독할 시간이 없어서 SNS에서 그 많은 분노와 악담을 쏟아내고 있는 걸까. 지금의 시대 무엇보다 필요한 건 고독일까. 

  여백을 느끼는 시간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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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철학 클럽 - 소설로 읽는 특별한 철학 수업 즐거운 지식 (비룡소 청소년)
로버트 그랜트 지음, 강나은 옮김 / 비룡소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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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면서부터 인간을 위한 기술인지 기술을 위한 인간지 모호한 상황이 종종 연출되기 시작하였다. 학교에서 가르치던 보편적인 교육은 쓸데없는 것으로 치부되고 바로 쓸 수 있는 기능적인 것들에 집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회사를 위해 일할 노동자를 위한 교육 말이다. 일의 가치는 소중할 수 있지만 창업자가 될 수도 있는 아이들에게 노동자를 권하는 사회가 되어 가고 있다. 마치 A학점 학생은 C학점 학생의 직원이 되고 B학점은 공무원이 된다라는 책이 생각나듯 말이다.

  아이들에게는 생각의 힘을 길러야 하고 스스로 판단하고 헤쳐나갈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 근원적인 질문은 철학으로 할 수 있다. 철학은 고리타분하고 어려운 것으로 생각될 수 있지만 삶 자체가 철학이기도 하다고 아이들에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얘기하는 이 책은 비룡소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그야말로 재미와 철학을 모두 잡은 좋은 책이었다. 누구나 바라는 평생 직업 보장 학교라는 타이틀은 소위 명문이라고 일컬어지는 학교와 닮아 있었다. 질문하지 말고 닥치는 대로 하다 보면 좋은 직장이나 직업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 닮았다. 학부모들은 이런 명문에 열광하고 학교가 하는 일에는 전적인 믿음을 보낸다. 학교에서 체벌이 생기면 학교를 뒤집는 학보모 들도 소위 일타강사들의 체벌은 당연하다고 받아들이기도 하는 것처럼..

  아이들을 세뇌시켜 일류 기업의 노예로 팔겠다는 교장이 있는 학교. 그들은 일등만을 노린다. 일등이라는 타이틀은 더 많은 사람들을 속이기 좋은 타이틀이었다. 부모들은 보장받는 듯한 미래에 전적인 신뢰를 보내고 아이들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 아이들은 그 속에서 점점 영혼을 잃어가고 로봇처럼 되어 간다. 어느 종교의 광신도 같은 느낌도 있었다.

  그 속에서 저항하는 아이들은 철학을 하는 선생님과 생각의 크기를 키워 나갔다. 열린 마음, 질문하는 자세는 있는 것을 그대로 보지 않고 사유하는 능력을 키웠다. 그들에게 세뇌는 쉽지 않았다. 소크라테스는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라고 얘기하며 많은 사람 들고 지혜를 나누는 것을 좋아했다. 샤르트르는 '인생은 B(출생)와 D(죽음) 사이의 C(선택)이다'라고 말했다. 살아가며 해야 하는 수많은 선택을 올바르게 할 수 있으려면 사유하는 능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젊은이를 망치는 확실한 길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보다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을 더 존경하라고 가르치는 것이다- 프리드리히 니체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우리의 옛말은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다. 일본의 '분위기를 읽어라'라는 것도 같은 맥락을 것이다. 돋보인다는 것은 목표가 될 수 있다는 위험한 행동으로 각인되어 있기도 했다. 튀는 인간을 공격하는 것은 나약한 자들의 질투이나 시샘일지도 모른다. '모든 잔인함은 나약함에서 나온다'라고 얘기한 세네카의 얘기와 이어지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다양한 방식으로 볼 수 있는 것은 결국 다양한 방법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게 해 준다. 하나의 길로 간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경쟁해야 할까. 얼마나 많은 낙오자가 발생할까. 삶의 종착점은 모두가 다를 것인데 모두 같은 방향을 향해 달리고 있다. 지도가 없던 시절에는 길을 헤매다 파라다이스를 찾을 수도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네이비게이션을 보고 달리니 속도 경쟁밖에 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인간의 합리성은 꽤나 우수하면서도 잔인하다. 합리적 인간은 세상을 더 나아지게 만들 수는 있어도 세상을 바꾸지는 못한다. 세상은 언제나 괴짜들이 바꿔 간다. 괴짜가 세상을 바꾼 뒤에는 사람들은 그 괴짜가 천재였다고 칭송한다. 괴짜가 많은 세상은 시끄럽다. 다른 생각이 많으면 논쟁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많은 생각이 모여 부딪치고 최선을 찾아가는 것이 민주주의인 것이다.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면 아무도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라는 아인슈타인의 말이 떠오른다.

  재밌는 이야기의 설정으로 단계마다 철학적 질문을 하는 이 책은 마치 <미움받을 용기>의 구성을 보는 것 같기도 했다. 아이들이 지루해야 하지 않을 이야기에 흥미로운 철학적 질문을 더했다. 그리고 너무 심오하지 않고 아이들의 상상의 범위로 갈무리해주는 점이 너무 좋았다. 철학이 너무 어려운 성인이 읽어도 즐겁게 읽을만했다. 아이에게 책을 선물하면서 부모도 읽어보면 너무 좋을 것 같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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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트 게임 - 세상에 없던 판도를 만든 사람들의 5가지 무한 원칙
사이먼 시넥 지음, 윤혜리 옮김 / 세계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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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든 서클로 유명한 사이먼 시넥의 새로운 책이 출간됐다. 회사가 존재하는 이유, 내가 일을 하는 이유 등을 "왜?"라는 질문으로 답을 구하라고 했다. "왜"라는 근본적인 질문으로부터 우리는 공유할 수 있는 무언가를 가지게 된다.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집단의 강함도 느낄 수 있다. 그런 그가 "대의명분"을 가지고 돌아왔다. 번역된 단어가 그렇게 세련되지 못하긴 하지만 기업을 이끌어가는 "가치관"을 더 강력하게 표현할 단어임에는 틀림없다.

  세상은 유한하지 않고 끊임없는 게임의 연속이다. 이 거대한 게임 속에서 자잘한 전투의 승리를 맞볼 수 있을 수 있지만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 왜냐면 시간은 무한하고 우리가 하는 게임은 끝이 없기 때문이다. 게임을 바라보는 시각과 행동을 바꿔야 한다고 얘기하는 이 책은 세계사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첫 장을 들추며 만난 첫 문장 "당신은 승리와 성취 중에 무엇을 택할 것인가?"을 마주하는 순간 소름을 돋았다. 그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본능적으로 느꼈다고나 할까. 책 곳곳에는 생각으로만 가득 찼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었던 그 모든 것들이 세세하게 적혀 있었다. CEO가 아니라 한낱 팔로워이기 때문에 공감할 수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꿈꾸는 회사를 그도 그리고 있었다. 아마 우리 모두도 그리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성공한 직후가 가장 위험하다.'라는 말이 있다. 기업이든 개인이든 마찬가지다. 어떤 복합적인 사안에 대한 결과일 뿐인 이 작은 사실 하나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사실 그 평가가 제대로 이뤄졌는지는 모를 일이기도 하다. 실적은 눈에 보이지만 심리적인 것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회사가 제대로 굴러가는지를 재무제표로만 보는 건 쉽지만 위험한 일이기도 한 것이다.

  가치관 경영이 유행하던 시절. 우리 회사에서도 컨설턴팅을 받으며 비전과 미션을 만들었다. 그 비전을 처음 보았을 때의 실망감은 아직도 생생하다. 가치관 경영이라는 책을 한 번이라도 읽어 보았다면 만들 수 없는 비전이었다. 싸구려 컨설턴팅다운 싸구리 비전이었다. 그 당시에는 피가 너무 끓었는지 납득할 수가 없었다. 중국 어느 공장에서 일하면서 꽤 긴 글을 적었고 귀국하자마자 사내 게시판에 투척했다. 덕분에 내 글은 성지가 되었고, 대표님께 잡혀가는 호사를 누리기도 했다. 그런 일이 있고도 회사의 변화는 생각과 정반대로 나아갔다. 결국 회사를 바꾸려면 내가 그 자리에 앉지 않고서는 안 되겠구나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고, 그저 본인의 업무만 적당히 잘 해내는 직원이 되려 했던 것 같다.

  이 책에 주된 내용은 회사에 출근한다는 것이 일한다는 것이 '가슴 뛰게 해야 한다'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일개 보험 팔이로 하대 받기 일수였던 보험설계사들에게 '우리는 고객의 미래를 설계해 주는 사람이다'라는 회사의 비전은 많은 설계사들의 실적을 개선시켰다. 이 책은 그것을 가치관 대신 '대의명분'으로 얘기하고 있다. 

  무한 게임에서 리더는 다섯 가지를 지켜야 한다. 대의명분이 있어야 하고 신뢰하는 팀을 만들어야 한다. 경쟁자를 선의의 라이벌로 대해야 한다. 본질 이외 것은 뭐든지 바꿀 수 있는 유연성과 선구자적 용기가 필요하다. 무한 게임의 법칙을 지키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대의를 가지고 창업하여 굴지의 회사로 성장했지만 잘못된 리더의 기용으로 창업자가 재 등판하는 경우를 우리는 심심치 않게 본다. 가장 유명한 사례가 스티브 잡스이고 최근에는 일본전산의 창업주 <호통의 리더십>의 나가모리 시게노부 회장이 10개월 만에 복귀하는 일이 생겼다.

  무한 경쟁을 하려면 직원을 자원으로 보면 안 된다. 인적 자원이라는 이 무시무시한 단어는 유한 게임. 단기적 성취의 산물이다. 인간이란 능력과 생산성만으로 평가될 수 없다. 능력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기댈 수 있는 사람은 의외로 리더의 자리에 맞을 수 있다. 단기 성과에 집착하면 해고나 비용 절감 등 쉽게 결과를 만들 수 있는 일에 집착한다. 더군다나 몇 해 CEO를 하다가 떠날 사람이라면 더더욱 자신의 가치를 단기에 평가받을 수밖에 없기도 한 것이다.

  불안한 환경에서는 방어적 기재가 발생한다. 실수와 문제는 숨기고 실적에는 집착하게 된다. 기업의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질 않는다. 구성원 간에는 협업이 이뤄지지 않고 실적을 위해서라면 비윤리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게 된다. 이런 조직에서 하나의 방향으로 함께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리더가 부하를 보호하고 회사에서 안정감을 느끼게 될 때 비로소 힘들어도 함께 하고 자발적으로 헌신하게 되는 것이다. 회사에서 복지에 대해 세세한 잣대를 들이대는 순간 직원도 회사에게 받아낼 수 있는 것을 모두 받아내겠다는 마음으로 바뀌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보아왔기 때문에 공감할 수 있었다.

  이런 무한 게임을 할 수 없는 큰 이유 중에 하나는 주주자본주의다. 투자자들은 회사의 성장에 대해 큰 관심이 없다. 자신의 투자 수익만을 생각한다. 단기적으로 성장하여 큰 수익을 얻은 뒤라면 기업이 망하더라도 신경 쓰지 않기 때문이다. 칼짜이스 같은 기업이 왜 상장을 하지 않고 가족 경영을 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주주자본주의는 지금 미국에서 꽤나 심각하기도 하다. 기업의 이윤이 노동자에게 가지 않고 주주에게 가고 주주에게 큰 이익을 안겨준 CEO에게 높은 연봉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CEO가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노동자의 300배나 되는 임금을 가져간다는 것은 납득하긴 어렵다.

  내가 회사를 다닌 이유는 언젠가 회장님과 담소 중에 "세대가 전환되는 때를 노리고 있습니다. 그때가 되면 한번 뒤집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고생스럽더라도 노력해주세요"라는 그 말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10년 남짓 회사를 다녔을 때 들었던 이 말은 가슴속에 잘 새겨져 있다. 세계 일등을 뒤집겠다는 그 포부는 가슴 뛸만했다. (사이먼이 얘기한 대의명분의 요건에 만족하진 않더라도) 하지만 회사는 더욱더 나락의 길로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혹시 가볍게 질문할 상황이 생긴다면 (이제는 이런 일도 어렵게 느껴질 정도로 친근했던 문화가 사라졌다)  물어보고 싶다. "꿈이 있으신가요?"라고.

  모든 공동체는 신뢰를 바탕으로 엮여 있다. 그 속에서 타인을 믿고 기댈 수 있는 것이다. 이해관계로 얽혀 있다면 공동의 적이 사라지거나 나쁜 상황에 빠지게 되면 서로에게 칼을 겨눌 수밖에 없다. 공동체는 함께 걸어가는 것보다 같은 곳을 바라보고 걸어가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닿지 않지만 닿고 싶은 그곳을 향해서 걸어가고 싶어졌다. 이내 현실로 복귀했지만 한동안 포기하고 있었던 이상적인 기업의 모습을 잠시나마 다시 그려볼 수 있었던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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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딜링 - 세계 금융시장을 움직이는 거인들의 6가지 목표 달성 법칙
김지훈 지음 / 플랜비디자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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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 계발서를 많이 읽었지만 항상 그 괴리감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 읽지 않았다. 고민보다는 행동의 문제라는 인식이 되었고 그들의 성공이 나의 성공이 될 가능성은 그렇게 높아 보이지도 않았다.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으로 얘기되는 미국의 억만장자들 대부분은 미국의 비약적인 발전의 시대를 함께 한 공통점이 있다. 알리바바의 마윈 또한 다르지 않다. 그들의 성공을 비판할 생각은 없지만 가질 수 없는 환경과 운이 작용한 성공에서 법칙 같은 것을 찾아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오랜만에 만나는 현실적인 자기 계발서다. 소확행의 분위기가 갑자기 한탕주의가 되어가고 있는 지금의 시대에 무조건 해봐 성공할 거야 라는 얘기를 하지 않는 책이기도 하다. 확신이 주는 신뢰의 힘은 크지만 인생을 고민하는 입장에서는 비판하며 받아들여야 한다. 인생의 성공을 복권이 아닌 복리 상품처럼 대하라고 얘기하는 듯한 이 책은 플랜비디자인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인생을 살아가는 목적과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 지금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고 조금 더 나은 삶을 찾아 방황하는 것 또한 하나의 방식이다. 모든 삶에는 어떻게 보면 대전제가 있을 것이다. 살아가다 보면 결국 "행복하게 살고 싶다"로 귀결할 것 같다. 그 행복의 방식과 방향은 다를지 모르겠지만 나아지려 하는 것도 유지하려 하는 것도 결국 행복하기 위한 노력이다. 나태가 행복이 아닌 포기 임도 인정해야 할 것 같기도 하다. 

  꿈을 찾기 위해서 우리는 배움과 경험을 해 간다. 아이들이 왜 공부해야 하냐고 물어볼 때에도 나중에 네가 꿈이 생겼을 때 더 쉽게 다가가게 해 줄 거야 라는 말로 대답해 주곤 한다. 꿈을 이루는데 필요한 많은 길을 만들어 놓는 것은 분명 중요하기도 하고 어릴 때 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일 것이다. 그 배움이라는 것이 꼭 국영수 같은 학습에만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다. 어떤 삶을 살고 싶다는 것은 삶의 이유가 되어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꿈은 삶의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판 같은 것이다. 그래도 동사로 얘기해야 한다. 종착지는 사실 없다. 그래서 우리는 목표라는 정류장을 만든다. 이것은 명사이거나 숫자이어야 한다. 살아가며 한 번씩 만끽하는 기쁨의 순간을 명사로 만든 정류장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정류장을 설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어느 지점에 어떤 정류장을 거쳐서 갈 것인지 정해야 한다. 때론 버스가 고장 나기도 하고 차를 놓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럴 때에는 택시를 찾아보던지 히치하이킹이라고 해야 한다. 경로와 시간을 정해놓은 삶은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게 만든다. 그저 흘러가며 살아가는 삶과는 사람의 자세가 달라지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리버스 엔지니어링'에 비유했다. 리버스 엔지니어링은 어는 시스템의 결과를 보고 시스템을 예측해 나아가는 방식이다. 즉, 내가 어느 나이에 어느 수준의 삶을 살고 싶은지를 정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매년 벌어야 하는 돈, 저축해야 하는 돈, 늘려 나가야 하는 수익의 수준 등을 설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해진 숫자에 놀라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그 숫자를 채워나갈 건지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이 정보다. 최근에는 정보의 접근이 쉬워진 방면에 잘못된 정보도 많다. 많은 SNS 속의 전문가들은 때로는 수익을 위해서 전문가 흉내를 내는 사람들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모든 정보는 믿지 말고 직접 확인한 정보를 믿어라고 한다. Linked-in 같은 곳에는 인물의 커리어 웨이가 표시되기 때문에 자신이 설계한 커리어 웨이와 비슷한 삶을 살았던 사람을 찾아서 직접 물어보는 행동까지도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면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는다. 그리고 행동하고 평가하고 수정해야 한다. 그것은 일반적인 PDCA 사이클과 다르지 않다. 인생 한방이라는 농담이 있지만 인생은 끊임없는 B플랜의 연속이다. 때로는 커리어의 전환도 필요하지만 그것 또한 자신의 커리어와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시너지를 만들면서 움직이여야 한다. 

  그동안 해오던 고민을 책 속에서 만날 수 있어서 반갑기도 했고 저자의 커리어 설계에 감탄하기도 하고 기준의 높이가 달랐음에 조금 괴리도 있었다. 그 속에는 아들러의 '라이프 스타일'도 언급되고 있었다. (아들러를 직접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목적 달성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행동들을 선택 및 반복하게 되고 이러한 행동들은 그 사람의 삶의 방식이 된다는 것이 아들러가 설명하는 라이프 스타일이다. 목표를 향한 라이프 스타일은 저자가 설명하는 주된 내용이기도 했다.

  삶에 대해 아등바등하는 사람들에게 조금 더 세밀한 조언을 주는 책이었다. 하지만 그 방법에 대해서는 스스로 찾아야 한다. 자신이 놓인 환경과 위치 그리고 목표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성공과 실패의 여부 또한 확신할 수 없다. 어떤 절차와 마음가짐으로 임하는 것이 좋은 것인지의 설명이다. 이렇게 하면 성공한다라는 확답이 아니라 더 좋았다.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그 방향에 대한 끊임없는 평가와 재설정이 필요하다. 알고 있지만 행동하기 어려운 우리가 알고 있는 그것 말이다.

 지금 삶에 대해 끊임없이 노력 중인 사람들에게 자신을 돌아보게 할 만한 좋은 책이었다. 모든 노력은 숭고하고 그 결과로 인생의 많은 이정표를 만들어 내겠지만 우리가 가는 길이 더 최단 거리인지 가기 편한 길인지를 살펴보는 것도 분명 필요함을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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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호 박사의 빅히스토리 공부 - 우주의 탄생부터 인간 의식의 출현까지
박문호 지음 / 김영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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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가 하나로 묶이기 시작하면서 제국의 역사를 넘어선 인류의 역사나 우주의 역사를 다루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는 사피엔스나 총균쇠가 그런 장르 중에 하나이다. 이를 통틀어서 빅 히스토리라고 한다. 앞의 언급한 두 권의 책이 인류사라고 하면 이 책은 또 다른 인류사이다. 한 챕터가 한 권의 책으로 다룰 만큼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대부분의 내용을 담으면서 300페이지가량으로 함축할 수 있다는 것은 대가의 솜씨가 아닐까 싶다.

  138억 년 전 빅뱅이 생기고 사피엔스가 등장하기까지. 인간의 사고를 가지는 내용까지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거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이 책은 김영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두꺼운 양장 커버에 클래식한 커버. 눈에 익은 폰트와 그림 그리고 목차까지. 처음 만나자 말자 강의 교재 같은 느낌이 강했다. 마치 교과서를 만난 기분이었다. 사실 전공 서적만큼 제대로 설명하는 책은 찾아보기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꽤나 함축적으로 기술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전문 용어가 출몰하며 알 수 없는 연결을 만나곤 한다. 하지만 작은 챕터 하나하나가 전공서적 한 권을 품고 있을 정도니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읽어보자. 이순신 장군이 여울목에서 거의 한 척의 배로 백 척이 넘는 배를 막아선 말로 안 되는 사실을 감탄하며 읽고 넘어갈 수 있는 것처럼 경이로운 우주의 이치를 모두 이해하려 들지 않고 그저 읽어 나가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모든 것은 빅뱅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우주의 모든 것들은 동일한 원소로 이뤄져 있다. 우주는 엄청 복잡하고 경이로우면서도 의외로 단순하기도 하다. 운동 방정식, 상대성 이론, 양자 이론 등은 어려운 이론이지만 우주를 수식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는 우주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단순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자연 현상은 전자, 양성자, 광자의 상호작용일 뿐이다. 우주로 나아가더라도 중력을 제외하면 다르지 않다. 빅뱅이 일어난 찰나 우주는 양성자, 전자, 광자가 전부였다. 원자들은 양성자의 숫자로 특징이 결정된다. 원자의 본질은 양성자의 개수인 것이다. 양성자의 개수에 변화하는 원자는 규칙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완벽함이 아닐까 싶다.

  우주에는 네 가지의 힘만 존재한다. 중력, 전자기력, 강력, 약력이다. 우주를 지배하는 것이 중력이라면 물질을 지배하는 것은 전자기력이다. 이것은 금속 결합, 이온 결합, 공유결합의 세 가지 결합을 만들어 낸다. 원자들은 결합해서 별이 되고 지구가 되고 생명이 되곤 한다. 자연현상이란 다른 의미로 원자와 분자들의 배열의 변환의 과정이다.

  지구의 진화는 광물과 생물의 공진화로 볼 수 있다. 생물의 광물화는 생물 조직 속으로 광물이 들어와서 생체 조직의 일부를 담당하는 현상이다. 척추동물의 뼈는 인산칼슘이다. 반대로 식물에 의해서 광물이 분해되면서 토양은 형성된다. 우주적 존재들은 서로 영향을 받는다. 세포 속 탄화수소 분자들과 광물에서 빠져나온 금속 양이온들이 결합하여 생화학 작용이 일어나게 된다. 생물의 진화는 본질적으로 광물학적 현상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 흙을 빚어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터무니없는 말이기도 하지만 의미 상으로만 본다면 그렇게 틀리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미토콘드리아나 엽록체는 박테리아가 숙주 세포와 공생하는 과정에서 하나로 합쳐지게 되었다. 미토콘드리아는 산소 호흡에 성공한 박테리아며 엽록체가 된 시아노박테리아는 물을 분해하여 산소를 내놓는 광합성의 핵심 과정을 진행하게 된다. 이 두 박테리아 덕분에 광합성과 산소 호흡이라는 유기적인 체인이 형성될 수 있었다. 특히 시아노박테리아는 물속에 있는 산소를 대기 중으로 다량 내보내면서 진구 진화의 혁혁한 공을 세웠다. 대기 중으로 나온 산소는 지구 표면을 모두 산화시키며 3000여 종류의 산화 광물을 만들어 냈다. 이를 1차 산소 혁명이라고 한다. 대기 중에 사노가 축적되면서 산소 호흡이 진화되며 진핵세포가 출현하게 되었다.

  생물이 물에서 육지로 올라서게 된 것은 인간에 달에 간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족적이다. 생물이 육지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폐호흡과 더불어 수분 유지가 필요했다. 이때 등장한 것이 양막이었다. 양막은 산소는 통과시키면서 수분의 증발을 막는 역할을 했다. 파충류 조류의 알이나 포유류의 태반 등이 그러하다. 하지만 양서류나 어류의 알은 그렇지 못하다.

  중생대에는 현무암 홍수 사건으로 불리는 것 때문에 생태계에 변화를 가져왔다. 정확하게 기입되어 있지는 않지만 대규모의 마그마가 분출되는 현상인 듯했다. 현무암 홍수 사선이 발생하면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가 급격하게 늘어나는데 중생대에는 해수면이 무려 200미터나 상승했다고 한다. 이렇게 발생한 탄소는 식물의 성장에 영향을 주며 식물은 엄청나게 자라났지만 영양분은 결핍된 상태가 되었다. 공룡은 더 많이 먹기 위해서 몸의 거대화로 진화했다. 하지만 포유류는 저산소 상태에 적응하기 위해서 뇌를 진화시켰다.

  이 책은 얇았지만 빅 히스토리 책답게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핵심 되는 내용은 놓치지 않으려고 했기 때문에 기존에 벽돌에서 놓치기 쉬웠던 지식들도 정리된 문장으로 만날 수 있었다. 전문 용어가 많고 대단히 입에 착착 달라붙지 않는 문장들이 많아서 전문용어가 많아서 페이지 수에 비해서 읽어내는 속도는 더뎠다. 하지만 이런 책 한 권 있다면 큰 그림을 머리에 그려낼 수 있고 흥미로운 부분은 더 세세한 전문서와 함께 공부하면 좋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뇌과학 전문가로 알고 있는 저자의 폭넓고 깊은 지식에 탄복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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