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녀로운 조선시대 - 궁녀의 시선으로 다시 읽는 역사
조민기 지음 / 텍스트CUBE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남성 위주의 역사 속에서도 불쑥 등장하는 천재 여성 과학자, 철학자, 예술가들이 있다. 그들의 옆에는 그들을 지지해주고 영향력을 줄 수 있을 만큼 대단한 사람들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역사의 기록에 잘 드러나지 않지만 이렇게 불쑥 역사의 한 페이지를 찢고 나오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군력의 중심부에서 살았던 궁녀들 중에서는 알지 못하는 이야기가 많을 것 같다. 사극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장희빈. 이제는 로맨스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많은 궁녀들의 모습들은 낯설지 않다. 조선시대에 영향을 끼쳤던 궁녀들의 이야기를 모아 두었다. 

  조선 시대의 기록을 더듬으며 궁녀의 기록을 살펴보는 이 책은 텍스트 CUBE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힙한 외모에 단아한 한복을 입은 여성의 커버는 단연 눈에 띌 수밖에 없다. 우리가 알고 있던 모습과 다른 모습을 기대하며 책을 만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약간의 사실에 픽션인 소설일 것이라는 기대는 가지런한 목차에서 이미 사라졌다. 역사를 기반으로 쓰인 역사서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8명의 궁녀의 이야기 여기엔 우리에게 잘 알려진 희빈 장 씨도 있었다. 근데 유독 숙종, 영조, 정조 시대에 몰려 있는 것은 조금 특이하긴 했다.

  8명의 궁녀는 1부에서는 본문을 지킨 궁녀, 2부에서는 사랑받은 궁녀, 3부에서는 정치적이었던 궁녀, 마지막 4부에서는 권력형 궁녀였다. 왕의 사랑을 받은 이 중에 유명할 수 없는 것은 장희빈이며 왕의 열렬한 사랑으로 왕비의 자리까지 오른다. 역사에서 희빈을 매우 악랄하게 다루고 있지만 그것은 잘못되었다는 것이 최근에 등장하는 많은 이야기다. 인현왕후는 노론 집안의 출신이며 노론의 권세 회복은 곧 인현왕후의 복권과도 닿아 있었다. 불세출 집안 덕분일까 실록 편찬을 노론에서 작성했으며, <인현왕후전> 또한 인현왕후의 집안에서 쓰였다는 것이 최근의 주장들이다. 픽션과 논픽션을 섞어 역사를 왜곡하는 방법은 아주 오래전부터 이용하는 방법인 듯하다.

  매력적인 궁녀들 중에서도 4부에 등장하는 조두대와 김개시가 가장 매력적인 인물인 것 같다. 조두대는 비천한 신분이었지만 언어를 익하는 것에 남다른 재주가 있어 세력가 집안사람들도 잘 모르는 한자를 금방 익혀냈으며, 이두나 범어도 능숙하게 다뤘다. 세종대왕의 훈민정음을 제대로 통달한 사람은 조두대 일 것이라는 사료도 있다. 궁녀들의 서체 '궁체'의 창시자 기도 하며 불경 번역 작업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이었다. 김개시는 노비였으나 영특하였고 한자를 이미 익히고 있었다. 임진왜란에 선조를 따라다니며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았고 왕들의 총애를 받아 비선 실세의 지위를 마음껏 휘둘렀다.

  노론에서 장희빈의 자리를 꽤 차기 위해 투입했던 숙빈 최 씨는 신비로운 인물이다. 모든 절차를 무시한 채 왕과 접견이 가능했다는 것은 뒷배가 얼마나 든든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 자신과 왕을 위험에 빠트리지 않기 위해 성은을 여러 번 거부한 의빈 성씨 또한 대단한 인물이다. 그 당시 성은을 거부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왕이 얼마나 총애하였으면 그런 거부도 인정하며 십수 년을 계속해서 찾아갔을까.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후대에 이를 선대의 역사를 고쳐 적는 일은 자주 목격하는 일이다. 우리 근대의 역사 또한 역사 왜곡을 하려고 호시탐탐 노리는 이들이 많다. 모두가 일정 이상의 교육을 받은 지금의 사회도 이런데 고대 문자를 아는 사람만이 했던 역사적 기록은 얼마나 많은 왜곡이 있을까. 역사학자들은 여러 사료들의 행간의 의미를 파악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 궁녀에 대한 이해는 이 책에서 시도하고 있다. 

  물론 역사는 해석의 영역일 수 있다. 같은 마음과 행동을 가질 순 없다. 조금은 다른 삶을 살려고 했던 궁녀들의 이야기를 담았는지 모르겠다. 많은 역사 사료를 바탕으로 그 속에서 궁녀들의 이야기를 찾아 서로의 이야기를 엮고 있다. 주류 속에 살고 있었으면서도 조망받지 못한 궁녀들의 이야기 (사실 책 속의 궁녀들은 충분히 주류들이지만...)가 담겨 있다. 역사를 여러 면으로 본다는 것은 흥미로우면서도 중요한 일이다. 많이 언급되지 않기도 하고 때론 왜곡되기도 하는 그네들의 이야기를 이 책과 함께 만나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 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은찬이의 연주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 12년 4개월, 짧은 생이 남기고 간 한 줄기 빛
이보연 지음 / 봄름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상에 존재하는 희귀 질환은 6000 ~ 7000개에 달하며 이를 앓고 있는 사람은 인구의 약 3.5 ~ 5.9%로 2억 6천에서 4억 4천 명 정도에 이른다. 희귀병은 병에 걸린 사람도 많지 않아 치료제를 개발에 들어간 비용을 소수의 인원이 지불해야 하는 방식이라 고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부분은 치료제도 개발되지 않고 전문가도 많지 않다. 치료제나 시술이 있다면 그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아예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삶의 절반 이상을 백혈병과 투병한 은찬이의 이야기는 이런 문제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보게 했다.

  어른보다 더 묵묵히 병과 싸웠던 은찬이와 그 가족의 투병기는 봄름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킷토 아야의 '1리터의 눈물'을 보면 희귀병의 투병에 있어 용기는 의사가 주는 것이 아니라 의사가 환자에게 받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은찬이 또한 다르지 않았다. 백혈병에 걸려 투병 생활을 하는 은찬이는 삶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으며 어른도 견디기 쉽지 않은 수많은 치료들을 잘 이겨냈다. 희귀 병동은 늘 죽음이라는 단어와 멀지 않은 느낌이라 의사와 간호사에게 희망이라는 단어의 무게를 느끼겠지만 은찬이처럼 스스로 무너지지 않는 강인한 환자를 보면 자신의 마음을 다잡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누구보다 예뻤을 아이를 먼저 보낸다는 것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한 번 하기도 어려운 치료를 3번이나 받았다. 그럼에도 공포에 떨지 않고 되려 자신은 치료가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으니 좋은 의사가 될 수 있을 거라 다짐하곤 했다. 틈만 나면 공부하고 틈만 나면 연습했다. 저자가 얘기하는 마치 천사가 내려왔다 다시 돌아갔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그야말로 '엄친아' 같은 모습이었다. 지쳐도 벌써 지쳤을 투병 생활, 가족이 견딜 수 있었던 것도 은찬이의 의지 때문이었으리라.

  백혈병 치료가 힘들다는 것은 글로 보고 말로 들어 알았지만 골수 이식 이전에 자신의 면역력을 모두 제거하는 치료를 하는 어려움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그리고 신약을 적용하는 어려움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신약은 개발 단계에서는 임상 단계에 참여할 수 있기도 하다. 이것은 희귀 질환자들의 동아줄 같은 것이다. 하지만 희귀병 자체에 대한 연구 진행이 많지 않음도 안타까운 일이다. 신약이 개발되면 적용되는 것도 쉽지 않다. 세게에서 가장 비싼 약으로 알려진 척수성근위축증의 치료제 '졸겐스마'는 25억이다. 

  이런 희귀병을 앓는 사람에게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것은 인간의 생명을 지키는 중요한 일이다. 그리고 희귀병은 선천적이기도 하지만 살아가면서도 생길 수 있다. 희귀병을 넘어 장애라는 것 또한 언제 나에게 올지도 모를 일이다. 희귀병의 건강보험 지정으로 부담되는 몇천 원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반대하는 것을 보면 또 씁쓸하다. 나누면 나에게 손해라는 인식이 이미 사회 깊숙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지출은 신경 쓰질 않는다. 회사의 발전보다 내 책상의 크기가 더 중요하다고 여기는 지금의 인식 수준이기도 하다. 아이와 같이 희귀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위한 자리에 저자는 함께 했다. 사회가 변한 건지, 사회의 변화에 작은 영향이라도 줬을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사회가 뒤로 가질 않게 지지하는 것은 우리들의 몫으로 남아 있다.

  자연은 적응하는 자만 고르고, DNA는 더 많은 퍼트릴 수 있는 성질을 택한다. 유전병은 세상에 적응하려는 DNA의 또 다른 선택이다. 초등살 모양의 적혈구는 몸에 심각한 빈혈이나 여러 가지 병을 유발하지만 말라리아가 잘 증식하지 못하도록 한다. 아프리카에서 생겨난 유전병이라는 얘기도 많다. 희귀 질병을 가진 자들은 유전자의 또 다른 선택을 받는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인간은 유일하게 적자생존의 원칙을 깨는 종이다. 약한 자를 보듬고 함께 가려고 한다. 이제는 사람속 에서 유일하게 남은 종이다. 사피엔스의 전멸은 사람속의 전멸이다. 100명이 3명을 도운다는 생각으로 관심을 기울이면 인간은 다양한 유전자가 공존할 수 있지 않을까. 서로를 생각하는 '측은지심'의 마음이라면 더욱 좋겠지만, 바이러스가 창궐해 유일하게 생존할 수 있는 인간에게 도움을 받았던 영화 <데스노트 : L 새로운 시작>에서 처럼 희귀한 일에서 우리가 도움받을 일이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사는 게 팍팍하기는 하지만 자신만의 작은 마음까지 거두어드리는 사회가 되질 않으면 좋겠다. <1리터의 눈물>은 희귀병을 미화한다는 반론도 적지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 책에 또한 희귀병을 대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작은 힘이 되길 기대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만화로 배우는 요리의 역사 - 선사시대 불의 요리부터 오늘날 비건까지, 요리의 위대한 진화 한빛비즈 교양툰 20
브누아 시마 지음, 스테판 두에 그림, 김모 옮김 / 한빛비즈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리의 역사는 아마 인류가 불을 사용하면서부터 시작되지 않았을까 싶다. 수렵과 채집을 통한 간단한 잡식이 아니라 본격적인 조리를 시작한 것이 익혀 먹기 시작하면서부터다. 호모 에렉투스는 불을 직접 일으켜 사용한 최초의 인류였으며, 전 세계로 여행을 떠난 인류이기도 했다. 음식은 농경 사회가 시작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발전했고, 그리스, 로마를 거치면서 부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호화로운 연회에는 그에 어울리는 음식이 필요했다. 그리고 반대로 하층민들의 음식도 발달했다. 대항해시대는 세계의 음식 교환이 이뤄지기도 했다. 인간은 점점 다양하고 많은 것을 먹게 되었지만 이제는 적게 먹거나 채식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불의 요리부터 비건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문명보다 오래된 음식의 역사를 만화로 알려주는 이 책은 한빛비즈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책은 선사 시대부터 문명이 시작되는 시대의 음식부터 그리스와 로마 그리고 중국에 이르는 제국의 시대, 세계가 연결되었던 대항해 시대를 쉴 새 없이 소개한다. 그 뒤로도 프랑스혁명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여러 요리를 소개한다. 먹을 만큼 음식을 구하는데 시간을 소비했던 오랜 조상들과 달리 근대로 올수록 욕망과 과시욕으로 더 많이 탐하고 더 많이 버려지기도 했던 것 같다. 음식은 신에게 바치는 데 사용되었고 음식은 계급을 가르는데 중요한 지표가 되었다. 

  패스트와 기근은 엄청난 위기였지만 아메리카에서 넘어온 감자는 이들을 살렸다. 귀족들이 나눠주는 먹다 남은 음식으로 만든 훈제 소시지는 피시 앤 칩스 같은 것은 인간의 지혜를 보여주기도 한다. 음식은 현대로 넘어오면서 패스트푸드와 같은 요리가 생겨났고 이에 반대로 슬로 푸드도 생겨났다. 적게 먹기 위한 운동, 채식을 하는 비건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고대부터 주요 요리사가 남성이었다는 점이 독특했고, 개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천한 인간도 먹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던 귀족의 행동에는 경악했다. 빙하기 시대에부터 현대까지 식인 습관은 인류의 생존의 문제였다. 화석에서 목 부위에 날카로운 것으로 공격당했다는 흔적을 만나볼 수 있다. (리뷰가 옆으로 샜다.)

  이름조차 알 수 없는 많은 음식들이 등장하며 어쩌면 지금은 볼 수 없는 음식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대량생산이라는 미명 아래 식재료의 종류가 기하급수적으로 줄기도 했거니와 지구상의 생물 또한 많이 변했을 테니까. 무엇보다 인간의 입맛의 변화가 가장 주요하지 않을까 싶다.

  책을 통해 여러 음식을 구경하고 음식을 둘러싼 역사적 사실도 알아가는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음식에 관한 책이기 때문에 이런 그림책은 더 흥미로울 수 있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만화로 배우는 불멸의 역사 - 연금술사에서 사이보그까지, 인류는 어떻게 불멸에 도전하는가 한빛비즈 교양툰 19
브누아 시마 지음, 필리프 베르코비치 그림, 김모 옮김, 홍성욱 감수 / 한빛비즈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불로장생을 꿈꾸는 이들은 문명의 역사와 함께 하고 있다. 1세기에 생겨난 그노시즘은 신의 반열에 들어서는 인간을 꿈꿨다. 우리에게 익숙한 진시황이 불로초를 구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과학이 발달하며 불멸의 존재는 생명 연장을 넘어 사이보그에 이르게 되었다. 과학기술을 이용해 인간의 정신적, 육체적 능력을 개선하려는 트랜스 휴머니즘이 바로 그것이다. 초인간주의라고 불리는 이것은 기술을 통한 인간의 개조를 이야기한다. 다르게 얘기하자면 '인간 강화'이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길가메시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인간의 영생에 대한 욕구는 끝나지 않는다.

  불멸의 존재가 되고 싶은 인간의 욕망과 그것을 이어가고 있는 트랜스 휴머니즘을 다룬 이 책은 한빛비즈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죽고 싶지 않다는 욕망은 인류 문명의 기원에 가까운 길가메시 서사시에도 등장한다. 그만큼 오래 살고 싶다는 욕망은 인류의 역사만큼 길다. 종교가 생겨나면서 인류는 신이 되려는 노력을 했다. 인간의 거죽을 입은 고귀한 존재는 구원과 윤회를 통해 찬란한 존재가 되고자 했다. 그 욕구는 이내 현실로 옮겨와 직접 그 실체를 만들고자 했던 '연금술'의 시작을 가져왔다. 우수한 인류만이 살아남아야 한다는 '우생학'은 어떤 의미에서 인간 개선을 위한 이기적인 노력이었다. 

  과학의 발달은 다른 의미에서 인간의 수명을 늘려나가고 있다. 인체의 신비는 하나씩 밝혀지고 있고 질병에 대한 노력도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인류는 더욱 오래 살게 되었다. 인류를 더욱 강하게 더욱 지적인 존재로 만들려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가운데 인간의 거죽을 벗으려는 시도도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뇌 정보를 스캔해서 코드화 하는 작업은 인류의 사이보그화, 노화하지 않는 몸을 가지려는 시도다. 또한 창조주가 되려고 한다. AI로 불리는 이것을 신인류로 만들려는 노력이다.

  윤리적으로도 논쟁이 많은 트랜스 휴머니즘이지만 이미 세상에 스며들어 있다. 간단하게 보더라도 안경이나 보청기가 그렇고 라식 수술이나 성형 수술 또한 인간 개조의 한 부분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이런 긍정적은 효과 때문에 트랜스 휴머니즘의 파워는 막강하다. 이제는 뇌에 칩을 이식하거나 인간 DNA 그 자체를 편집하려는 시도도 생겨나고 있다. 윤리적인 문제도 안고 있는 트랜스 휴머니즘이지만 더 강한 인류의 탄생은 뒤처지면 안 된다는 불안감을 조성하게 될 것이고 결국 거스를 수 없는 물결이 될까 두렵기도 하다.

  인간 발달의 낙관주의에 모든 것은 자유로워야 한다는 자유지상주의는 이를 추종한다. 트랜스 휴머니즘은 기술을 넘어 종교에 가까운 수준이 되어가고 있다. 영생을 꿈꾸는 과학계의 이단 종교일 수도 있고 돈 있는 사람만 개조될 수 있는 권리를 누리는 현대판 우생학일 수도 있다. 영생을 누리는 인간에게 출산은 무의미해질 것이고 번식할 수 없는 인간은 또 다른 의미의 멸종을 향하게 될 것이다. 

  감각이라는 것은 자신을 보호하려는 것이기 이전에 상대를 이해하는 능력이다. '접촉'이라는 것은 서로 닿게 되는 것이다. 감각을 잃은 인류에게는 어떤 미래가 있을까. 지금도 충분히 자연에 무감각한 인류는 더 빠른 속도로 파멸의 불구덩이로 뛰어들진 않을까. 인류에게 무관심한 AI의 등장은 인류를 미워해서가 아니라 그저 동물 사냥하듯 인류를 사냥하게 되지는 않을까? 모든 것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사고를 낳는다. 인간이 하는 모든 일에는 사고가 생긴다. 인간 강화와 인조인간이라는 것에도 사고는 생길 수밖에 없다.

  인간의 욕심은 더 강한 존재에 대한 집착을 가져오고 있다. 트랜스 휴머니즘이 인류에게 가져다주는 장점은 분명 많이 있다. 하지만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면 그것을 지켜낼 수 있을까? 지구라는 한 바구니에 담긴 인류는 한순간에 멸종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의 우주로의 진출은 필요할 것이고 강화된 인간이나 새로운 거죽은 필요할지도 모른다. 어느 것이 정답인지는 알 수 없지만 태어나면 필히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은 변함없을 것 같다. 그저 조금 더 길어질 뿐..

  만화로 쉽게 만나는 인간 불멸의 역사를 통해 이런 생각들을 해보는 것이 어떨지 고민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잘나가는 조직은 무엇이 다를까 - 번아웃 전문가가 밝히는 단단하고 오래가는 조직을 만드는 법
제니퍼 모스 지음, 강유리 옮김 / 심심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분위기가 좋지 않은 요즘. 함께 일하던 옆 팀장님과 신나게 회사 뒷다마를 하다 첫 장을 펼치는 순간 이것은 놓칠 수 없겠다 싶어 사진을 찍어 팀장님께 보냈다. "이거 완전 우리 회사 얘긴데요." 라며 받자마자 맞장구를 쳤다. "그 회사는 사람이 남아나지 않아서 아무도 가려고 하지 않아요." 참으로 안타깝지만 최근에 회사 분위기가 이렇다. 실제로 어디부터 꼬여버린지 모를 서로 다른 생각들은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그저 흘러가고 있다. 이런 현장의 고민도 모른 채 경영진은 매번 또 뭔가를 하려고 한다. 다 같이 그게 아니야라고 외치지만 공허할 뿐이다. 그동안 무리했던 친구들은 지쳐 하나둘 새로운 자리로 떠나간다. 사람이 없는데 회사가 살아남으면 뭐하나. 그저 서서히 침몰하는 배가 될 뿐이다.

  잘 나가는 조직의 이유를 '번아웃' 관리로 설명하는 이 책은 푸른숲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이제껏 번아웃은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했다. 자기 관리는 미덕이었고, 강인한 정신력과 더불어 없어서는 안 될 재능과도 같았다. 프로는 승부에서 80% 이상의 능력을 발휘하지 않는다고 한다. 단 한 번의 폭발적인 결과보다 꾸준함으로 실력을 증명해야 한다. 그러 것들을 회사에서는 요구한다. 하지만 능력에 넘치는 업무에 어떻게 관리가 가능할까라고 생각하면 답은 현실에 있다. 조직의 번아웃은 개인이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있다. 조직은 업무량을 관리하고 개인이 번아웃에 빠지지 않도록 살펴야 한다. 번 아웃된 개인은 다시 돌아오기엔 너무 많은 자원이 필요하다. (회사는 쓰고 바꾸면 된다고 생각하는 건지도.. )

  하지만 중요한 것은 번아웃이라는 것은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쉽게 노출된다. 완벽주의자라면 더욱더 조심해야 한다. 하얗게 불태우고 나면 기력을 찾는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린다. 밤낮을 세워가며 일을 하고 나면 보람은 있었지만 몸은 거짓말을 못한다. 과장 때는 일주일이면 회복하던 몸은 부장이 되니 한 달은 걸렸다. 그래서 자연스레 업무량을 조절할 수밖에 없다. 개인이 업무량을 조절한다는 얘기는 슬프게도 '루팡'의 길을 걷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일을 너무 많이 하는 '루팡'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최근에 유행하는 '조용한 사직'을 이해할 수 있다. 조용한 사직이란 회사에서 시킨 일만 하고 자신을 최대한 숨기며 조용히 지내는 것을 말한다. 미국 MZ세대들로부터 출발한 이 유행은 그저 일하기 싫어일 뿐만은 아닐 거다. 어렵게 입사한 회사에서 승진도 하고 대우도 받고 싶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세대에는 '번아웃'에 너무 취약한지도 모를 일이다. 번아웃은 '외로움'에 비례한다고 한다. 네트워크로 24시간 연결되어 있지만 혼자임이 강한 개인주의는 화려함 속에 외로움으로 남아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게다가 자율성 높은 이 친구들은 가장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는 말단 사원이다. 회사는 공정하고 민주적이어야 한다는 이상을 품고 입사하였겠지만 회사는 엄연히 오너가 있는 나름의 독재 구조라는 것을 알고 나면 견딜 수 없는 '번아웃'에 직면하고 말 것이다. '조용한 사직'은 그들이 그들을 지켜내는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할 말은 많지만,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이 책은 시종일관 기업의 '번아웃'이 얼마나 치명적인가를 얘기하고 '번아웃'을 관리한 기업의 강점을 얘기한다. 회사의 일이 협업의 공간이 아니라 경쟁의 공간이 되면 번아웃 관리는 될 수 없다. 하지만 '운명 공동체'라는 신뢰를 얻기란 쉽지 않다. 꾸준한 소통과 행동만이 요구될 뿐이다. 회사에서 하는 일시적인 복지도 오히려 부정적인 요소로 다가갈 수 있다. 회식이나 송년회 그리고 아무 공감도 가지 않는 교육 등은 밀려 있는 일을 늘리는 스트레스밖에 될 수 없다. 아무리 돈을 많이 들인 레저 시설이라도 이용할 시간이 없이 먼지만 쌓여 간다면 그것 또한 손실이다. 회사 안에서도 모든 것을 다 해주려고 하지 말라. 일을 줄이고 빨리 퇴근시켜 각자의 시간을 주면 될 뿐이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기업은 개인의 능력이 부족해서 빨리 퇴근 못할 뿐이라고 몰아세울 뿐이다.

  저자가 얘기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잘 안다. 책에서 얘기하는 리더가 CEO임도 이제는 그냥 알 수 있다. 회사에서 중간관리자가 할 수 있는 별로 없다. 그냥 직원일 뿐이다. 책은 직원을 인간답게 보살피라고 얘기하지만 현실은 업무를 자동화하여 직원의 업무를 줄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업무가 줄어들면 그만큼 직원을 줄인다. 안타깝지만 세상은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런 세상에 경종을 울려주는 것은 좋으나 많은 기업들은 자신의 이익을 나눠 가질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많은 연구 자료와 함께 제시한 의견들은 충분히 공감을 했고 이상적이었다. 그럼에도 아쉬운 것은 어떤 방법들이 좋을까라는 뾰족한 수는 없었다. 물론 회사의 사정에 맞게 알아서 연구하고 제안하고 실천해봐야 한다. 내가 얻은 것은 공감하는 방법, 소통하는 방법 그리고 이슈에 대처하는 방법 등 몇 가지 팁은 얻을 수 있었지만 경고등을 켜주는 이상의 효과는 없을 것 같기도 했다. 

  업무량을 관리하지 못하는 기업의 직원들은 스스로 업무 관리를 한다. 많은 양의 업무를 받지 않으려고 지금의 일을 지연시키기도 한다. 부지런한 새는 더 많은 일을 받기 때문이다. 번아웃은 구조적인 문제이며, 해결할 의지는 기업의 차원에서 필요하다. 번아웃 해결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을 겪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회사를 위해 정말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잃어버린 민심은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틀어져 버린 문화는 바로잡기 어렵다. 소탐대실의 경영에 경종을 울리는 한 권의 책이라고 볼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