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지구 - 당신의 눈앞에서 펼쳐지는 가장 작은 종말들
데이브 굴슨 지음, 이한음 옮김 / 까치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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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먼 미래를 살피는 일을 그렇게 능숙하게 해내는지는 못하는 것 같다. <기후 위기>가 한참 이슈인 지금의 순간에도 대부분의 노력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나 또한 조금 걸으면 될 것을 차를 이용하고 중요하지 않은 것을 구매하고 위해 쇼핑몰을 기웃거린다. 환경에 대해 전혀 모르는 정치인들이 기후 위기에 역행하는 정책을 펼쳐도 혀만 차고 남들의 비판에 좋아요를 누를 뿐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할 께 없으면 담벼락에 대고 욕이라도 하라고 했는데 그 정도의 적극성도 없는 지금의 나의 모습은 지구에서 살아가는 대부분의 인간과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레이첼 카슨이 <침묵의 봄>을 쓴지도 반세기가 흘렀지만, 이제는 무덤덤해져 버린 농약과 비료의 사용이 기후 위기 이상으로 인간의 멸종을 가속화시키는지 얘기하는 이 책은 까치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책은 곤충과 함께 하는 삶으로부터 시작한다. 어릴 적 시골에서 자랐던 나는 수많은 곤충들과 함께 였다. 방학 숙제는 늘 곤충 채집이었고 드문드문 식물 채집도 했다. 나무에 올라 매미를 잡고 여러 종류의 잠자리와 장구벌레, 물방개 등도 늘 함께 였다. 흙놀이를 하면 지렁이와 함께 도롱뇽, 하늘 강아지도 있었고 냄새나는 방귀벌레도 있었다. 몰론 모두 맨손으로 가지고 놀았다. 조금 위험해 보이는 녀석들로는 지네나 쉰발이(돈벌레, 그리마) 그리고 아름다운 색으로 치장한 거미들이 있었다. 밤이면 엄청난 수의 하루살이와 나방 그리고 날파리들이 달려들었고 그 아래엔 여러 마리의 두꺼비가 식사를 하고 있었다. 불과 20-30년 전의 일이다. 하늘에 별을 다 헤아리지 못한 채 평상에서 누워 잠든 별이 안 보이게 된 만큼 곤충들도 사라졌다. 

  바퀴벌레만 기겁하는 아내나 산속 펜션에 날아더는 풍뎅이에 벌벌 떠는 다 큰 어른들을 보면 우리가 얼마나 곤충과 떨어져 사는지 알 수 있다. 집안에 모르는 사람이 불쑥 찾아온 듯한 공포와 비슷하지 않을까. 벌레를 손으로 잡아 밖에다 놓아주면 나를 무척이나 용감한 사람처럼 바라본다. 어릴 때 늘 함께 놀든 벌레 친구들이 위험하지 않다는 걸 아는 나는 그 시선이 조금 이상할 뿐이다.

  인간이 자연에 대한 공감력을 잃어버리는 것은 주거지의 도시화 때문이다. 도시는 곤충이 살기 힘들뿐더러 인간이 만들어 놓은 환경은 해충이 살아가기에 더 좋다. 원시림에는 모기가 번식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지만 인간이 만들어놓은 많은 물웅덩이들은 이들의 번식을 증가하게 만들었다. 그들을 잡기 위해 뿌려대는 살충제는 더 많은 곤충들을 사라지게 만들었고 잠시 줄었던 해충은 천적이 사라져 더 많이 번식하게 된다. 먹이 그물의 불균형은 생태 시스템의 파괴를 가져 오지만 인간은 그다지 체감하지 못한다.

  인간이 먹이 사슬에서 배제된지는 오래되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을 직접 기르거나 사냥하지 않는다. 게다가 조리를 하지 않는 인간도 많다. 우리는 우리가 무엇을 먹어야 되고 무엇을 먹지 말아야 되는지 모른다. 그야말로 먹이 사실밖에 존재하고 있다. 이런 인간이 생태계의 그물망에 관심이 적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자연의 복잡함을 계속 임기응변으로 막으려고 한다. 하나의 해충을 막기 위한 조치는 수많은 사슬들을 끊어버린다. 하나의 식물이 멸종되면 식물에 의존하는 곤충들도 모두 멸종된다. 곤충이 별종 되면 곤충을 먹이로 하는 포식자들이 사라진다. 우리는 코끼리나 고래가 멸종하는 것을 걱정하지만 나무나 곤충이 멸종하는 것에는 관심이 적다.

  몇 해 전 벌들이 멸종될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기생충인지 전염병인지로 인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책을 읽어보니 농약에 의한 멸종이 더 빠를 듯했다. 농약을 코팅한 씨앗은 발화하며 농약을 지니게 되고 그 농약은 꽃까지 전달된다. 벌이 따는 꿀 속에도 농약이 남아 있다. 살균제는 곤충에게는 해롭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곤충과 공생하는 많은 균들이 죽어나가며 곤충을 질병으로부터 취약하게 만든다. 그것은 인간도 마찬가지다. 인간에게 해롭지 않은 양이라고 광고하지만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수많은 균들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장 속에 이런 균의 종류가 줄어들수록 인간의 면역력은 약해진다.

  인간이 지배 종이라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먹이 사슬의 한 부분을 채우고 있을 뿐이다. 곤충은 관찰한 이래로 70%가 줄어들고 있다. 알지 못하고 측정하지 못한 개체수까지 더하면 90%가 넘을 거라고 예상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려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정책 결정자들을 움직일 만큼의 힘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독일은 가장 나아 보인다. 어려서부터 생태교육을 필수로 하는 독일은 오프라인 서명에 200만 명이 서명함으로써 국회를 움직였다. 독일의 집권당은 '보수의 가치는 생태 보호에 있다'라고 까지 말했다. 유권자의 힘이다. 그리고 교육과 관심의 힘이다.

  이 책은 비과학, 유사과학에서 과학을 구하려고 노력했던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와 닮아 있다. 무분별한 우주 경쟁 속에서도 우리가 잊으면 안 되는 것들에 얘기했듯 이 책에서는 우리 주위의 곤충에 대해 얘기한다. 마치 '곤충계의 코스모스' 같은 책이다. 귀 기울이는 사람은 이미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다. 관심 없는 사람들에게 전해지려면 '코스모스' 같은 책이 필요하다. 그리고 더 강력한 연대가 필요하다.

  곤충은 인간보다도 더 기후 변화에 취약하다. 생태계는 동시에 변화해야 하는데 그 속도가 너무 빨리 따라잡을 수 없다. 기온이 변하는 만큼 서식지를 이동해야 하는데, 인간들이 막아 놓았다. 우리는 베스나 뉴트리아 그리고 황소개구리 같은 것들을 생태 교란종이라고 얘기하지만 지구상의 가장 큰 생태 교란종은 인간이다. 인간이 무분별하게 꼬아놓은 생태 그물은 찢긴다. 인간의 책임을 통감한다면 곤충과 친해지는 연습을 해야 한다. 필요할 때만 찾지 말고 평소에도 친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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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미래전략 2023 - 기정학技政學의 시대, 누가 21세기 기술 패권을 차지할 것인가?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미래전략연구센터 지음 / 김영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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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말이 되면 어김없이 출판되는 미래전략 시리즈들 중에 올해는 카이스트에서 내놓은 이 책을 가장 먼저 만날 수 있었다. 예전에는 5년 혹은 10년 단위로 미래 예측을 했는데 지금은 매년 나오는 것을 보니 세상이 얼마나 빠르게 바뀌는지 실감할 수 있다. 수많은 집필진이 모여 작성한 이 책은 그만큼 깊이가 있고 다른 책들에 비해 두께도 두꺼운 편이다. 중요한 것은 미래 기술에 대한 분석뿐만 아니라 역사적 배경과 장점과 단점, 그리고 행동 요령들을 제시하고 있다. 2023년을 준비하기 위해 읽는 것 이상의 것을 얻을 수 있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리고 있는 세계정세 속에서 우리나라의 위치와 대책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이 책은 김영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미국의 트럼프, 중국의 시진핑이 집권하고부터 두 나라의 패권 경쟁은 심상치 않았다. 미국은 중국을 세계의 공장으로 만든 뒤 고부가 가치를 독식하려 했지만 세계의 생산 공장인 중국은 그동안 벌어들인 돈으로 엄청난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의 최대 장점인 국가 주도 계획들은 거칠 것 없이 실행되었고 이제는 미국을 따라잡으려 하고 있다.


  팬데믹이라는 엄청난 재난을 겪으면서 글로벌 벨류 체인은 망가졌고 중국에 몰려 있는 제조업에 대한 위기감은 현실이 되었다. 탈중국이라는 명분으로 패권 경쟁은 가속화되었고 화웨이의 휴대폰이나 중국 어플들이 정보를 누출한다며 강하게 때렸다. 미국이 최대 주주로 있는 스위스 기계에 스파이 기능을 심어 놓은 미국이, 휴대폰으로 전 세계 정보를 싹쓸이하고 있는 구글과 애플을 가진 미국이 그렇게 중국을 때리고 있다.


  디지털 대전환이라는 키워드로 시작된 인더스트리 4.0은 이제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고 있다. 산업의 체질은 바뀌고 있고 서로의 경계가 허물어져 간다. 이를 '빅 블러 현상'이라고 부른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무너지는 '프로슈머'의 등장은 이미 시작되었고, 올 한 해를 뜨겁게 달구었던 메타버스와 NFT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지우고 있다. 제품과 서비스의 융합을 얘기하는 서비타이제이션도 있다. 그럼에도 가장 많이 체감할 수 있는 것은 전기차다. 이미 내연기관을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한 업체들이 많다. 자동차라는 하나의 탈 것은 이제는 모빌리티가 되어 어떤 형태든지 이동 수단의 역할을 해내면 되게 되었다. 


  첫 번째로 주목되는 기술은 바이오다. 이번 팬데믹에서 미국의 화이자라는 거대 제약사가 얼마나 큰 부를 쓸어 담는지 볼 수 있었다. 전염병은 계속해서 등장할 것이고 이를 위한 mRNA기술은 각국의 중요한 지식 기술이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변해가는 지구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인간 자체를 혹은 동식물 자체의 유전자를 수정해야 할 것이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세상을 바꾸고 있지만 특허권 분쟁 또한 심각하다. 이를 대체하는 유전자 가위 개발에 많은 나라들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유전자 가위로 만들어진 식물에 대해서는 GMO와 다르게 취급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두 번째로 AI다. 이세돌 9단을 이긴 구굴의 딥마인드의 기억이 이제는 무덤덤해졌을 만큼 AI는 세상 깊숙이 들어왔다. 가깝게는 자신에게 맞는 물건이나 정보를 찾아주는 알고리즘에서부터 범죄자를 인식하거나 산업에서의 최적화를 위해 AI는 꾸준히 학습하고 있다. 하드웨어의 발달로 급속적인 성장을 한 AI지만 이제는 도리어 하드웨어의 발전에 의해 발목이 잡힌 상태다. 양자컴퓨터와 이를 이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은 중요하다. 


  세 번 째는 6G 이동통신, 이차 전지 그리고 우주탐사를 들 수 있다. 이제는 충전이 가능한 배터리의 시대로 갈 수밖에 없다. 화석연료 사용을 멈추기 위해서는 결국 전기를 담아둘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화석 연료는 자연스레 재생에너지로 넘어가게 될 것이다. 더 싸고 더 가볍고 더 오래가는 배터리 기술은 중요하다. 6G는 차세대 통신이다. 지금의 50배에 달하는 속도를 가지며, 위성에서 바로 전파를 받아낼 수 있다. 세상은 더욱 강하게 연결되고 비행기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수많은 장치들은 무선으로 연결될 것이다. 우주 패권 경쟁은 십수 년째 계속되고 있다. 세계 최초로 달 뒤편에 탐사선을 보낸 중국의 약진이 무서울 정도다.


  이 책의 좋은 점은 바로 기술 소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래 기술이 가져 올 혜택과 재앙에 대해서 설명하고 이에 대처하는 방법도 제안한다. 모든 기술의 발달은 양날의 검이다. 새로운 것이 생기면 또 사라지는 것들이 있다. 새로운 기술은 비싸기 때문에 양극화는 더 심해질 수 있다. 기술로 미래를 준비하면서도 노령화되는 사회를 돌봐야 한다. 기술이 발달해도 사회 자체가 붕괴되면 아무 소용없다.


  세계는 치열한 경쟁 속에 있다. 어느 시기보다 더 국가주의로 변했다. 기존의 세상이 사상으로 분열되었다면 지금의 세상은 지식 패권을 위해 분열된다. 'all or nothing'. 기술은 발전할수록 승자독식으로 변한다. 기술의 조그마한 차이는 넘을 수 없는 간극을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먹히지 않으려면 맹렬히 나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추격자의 자세'로는 안된다. 이제는 2등에게 떨어지는 콩고물은 없기 때문이다.


  기술의 투자와 발전은 무엇보다 국민의 공감대가 필요하다. 공감대가 생기려면 그것을 즐겨야 한다. 더욱 즐겁고 재밌는 과학 수업, 과학 커뮤니케이터가 필요하다. 그리고 많은 과학자를 배출해야 한다. 정부 또한 정권이 바뀐다고 뒤집어 버리지 말고 꾸준한 투자와 일관된 정책이 필요하다. 미국에는 NASA가 있고 중국에는 국가항천국이 있다. 기술이 융합되는 세상이다. 국가의 조직 또한 융합된 조직의 활성화가 필요한 것이다.


  기술의 발전뿐만 아니라 사회를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다. 노령화는 이제 피할 수 없는 재난이다. 지구 온난화보다 더 심각한 문제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젊은이의 자살률뿐 아니라 60대 이상 자살률도 OECD 중 1등이다. 가장 빠르게 늙어가는 나라다. 그것과 더불어 식량안보에도 신경 써야 한다. 우리는 먹을 것이 넘치는 것 같지만 식량 부족 국가다. 이런 인식을 전 국민이 할 수 있도록 공감대를 형성해야 할 뿐만 아니라 농촌 환경 개선에도 일관된 정책이 필요하다.


  정권만 바뀌면 이전 정권의 것이라면 다 폐기해버리는 치졸하고 옹졸한 방법으로는 미래가 없다. 옛날 과기부가 사라졌을 때는 정말 분노했다.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50년 넘게 우주에 매년 10조 이상의 투자를 하고 있고 미국 이상의 성과를 올리고 있다. 통일 전 독일은 보수파가 집권했을 때에도 진보가 하던 햇빛 정책을 이어나갔다. 통일 같은 위대하고 장기적인 계획은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는 이유였다. 우리는 어떤가? 누리호 발사 성공을 이뤘던 항공우주연구원의 박사들의 연봉은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낫다. 그리고 인원의 구성원의 숫자 또한 적다. 휴가를 반납하고 철야를 하며 연구하고 예산이 넉넉하지 못해 실패하면 안 되는 분위기도 있었다.


  실패해도 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실패할 만큼 어려운 일에 도전할 수 있다. 과학에 관심을 가지고 뻔한 성공보다 위대한 실패를 지지해줄 수 있는 사회 인식이 생겨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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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물리학 - 우리가 사는 행성의 구조와 작동 방식 DEEP & BASIC 시리즈 6
윌리엄 로리 지음, 김희봉 옮김 / 김영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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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관심이 모두 우주로 향해 있는 동안에도 지구에 대한 연구는 계속되었다. 지구를 연구하는 학문이 지질학이라 생각했는데 지구물리학이라는 학문도 있었다. 처음 접하는 학문이지만 익숙했고 지구과학 시간에 배웠던 얘기도 있었지만 새롭게 알게 된 내용도 많았다. 잡은 물고기보다 잡지 못한 물고기에 관심이 더 가듯 그렇게 지구 자체에 관심이 적었던지도 모를 일이다. 지구의 구조와 운동, 지진과 화산 그리고 대륙의 이동. 자전과 공전 같은 지구의 이야기를 알아볼 수 있다.


  지구를 물리학으로 연구하고 풀어가는 지구물리학에 대한 이야기는 김영사의 지원으로 읽을 수 있었다.


  지구는 태양계를 이루는 행성 중에 하나로 인간이 살고 있는 푸른 별이다. 태양을 중심으로 회전하고 있는 이 행성은 태초의 열을 가진채 여전히 활동하고 있다. 지구라는 행성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학문은 지진학이다. 단순히 지진으로부터 피해를 줄이기 위한 연구로 인식하기 쉽지만 지구의 운동 자체가 응력과 변형이기 때문에 지진학 그 자체가 지구의 운동과 다르지 않다. 이런 진동을 측정하는 것은 지진학의 기본이다.


  지진파는 층이 밀리면서 전달되기 때문에 액체 상체에서는 전달될 수 없다. 그리고 암석을 이루는 매질에 따라 속도가 달라진다. 이런 특성을 이용해서 지진파를 이용하면 지하 구조를 파악하여 지구의 구조를 알 수 있고 광물의 종류를 파악할 수도 있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핵폭발 실험을 감지하기도 한다. 핵폭발과 지진은 완전히 다른 형태를 띠기 때문이다. 지진학 또한 상업적 목적을 위해 탄생했다. 귀한 광물이나 석유, 지하수 등을 찾는데 이용되었다. 이제는 전 세계에 설치된 측정장치를 이용해서 일반적인 학문의 목적으로도 이용하고 있다.


  지구물리학의 발전에 큰 영향을 준 것은 인공위성과 GPS 기술이다. 이 기술을 이용하여 진구 전체를 스캔할 수 있게 되었다. 우주 측지학이라고 불리는 이 학문은 지구 표면의 변화를 기록할 수 있다. 최신 기술은 1mm 단위의 변화도 감지할 수 있는 수준이니 그 옛날 발로 뛰며 측정하던 것에 비하면 개벽할 일이다. 뿐만 아니라 특수하게 제작된 위성은 지구의 자기장도 측정할 수 있는데, 이를 이용하여 지구 자기장도 측정할 수 있다.


  지구는 타원 모양을 하고 있는데, 이는 지구가 완벽하게 단단한 물질이 아니라 연성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전에 의해서 원심력이 가장 센 적도는 부풀고 양쪽 극지방은 부풀지 않는다. 실제로도 적도는 극점보다 0.5%의 중력이 약하다. 뿐만 아니라 지구는 가까이 있는 달과 중력에 영향을 주고받는다. 바닷가에서 생기는 밀물과 썰물이 바로 달의 영향을 받는 현상이다. 하지만 물뿐만 아니라 땅도 그렇다고 한다. 느낄 만큼 크지 않을 뿐이다.


  지구의 자기장은 태양에서 날아오는 태양풍으로부터 지구 생물들을 지켜준다. 태양풍을 견딜 만큼의 자기장을 가지지 않은 행성들은 대기를 가질 수 없다. 달이 대표적이다. 태양풍에 대기가 모두 날아가 버리기 때문이다. 지구가 가진 자기력은 역사를 분석하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 뜨거운 상태에서 빠르게 식은 암석들은 모두 자성을 띄는데 시대마다 생긴 암석의 자성 방향을 살피면 대륙이 어떻게 이동했는지 파악할 수 있다. 


  오랜만에 지구 그 자체에 대한 책이라 그저 반가웠다. 최근에 이런 책은 잘 나오질 않았던 것 같다. 지구에 사는 생물, 인간의 역사 아니면 우주로 넘어 가버린다. 지구 그 자체에 집중한 책이 나와서 좋았다. 미래를 그리는 일도 좋지만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지구를 이해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구과학 수업을 다시 듣는 느낌도 있었지만 수업시간에는 알려주지 않는 지식이 있어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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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기쁨 혹은 가능성 - 세상의 미로에서 헤매지 않기 위해 지금 필요한 공부 굿모닝 굿나잇 (Good morning Good night)
김민형 지음 / 김영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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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학은 세상을 이해하려는 학자들의 노력의 산물이면서 괜히 어려워 보여 시작도 하기 전에 포기를 하기 만드는 녀석이기도 하다. 세상은 사칙 연산만 하면 살아가는데 큰 무리가 없고 공업적 지식이 약간 가미되더라도 그렇게 깊이 있는 수학이 필요하지는 않다. 진정으로 전공을 살릴 때에 필요한 듯하다. 게다가 어렵다. 수학의 재미를 느끼는 사람은 퍼즐을 맞춰가는 듯한 체계적인 감각과 딱 맞아떨어지는 정답을 좋아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수학에 어떤 기쁨이 있을지 어떻게 풀어갈지, 과연 수포자는 이 이야기를 즐길 수 있을지 궁금한 이 책은 김영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모든 과학자가 그렇지는 않지만 많은 과학자들은 세상을 수식 안에 가두고 싶어 한다. 그 어려움을 잘 알고 있으면서 그 어려움을 즐긴다. 마치 철학자가 사유를 하듯 과학자들은 수식을 풀어낸다. 피타고라스의 "모든 것은 수다"라고 말은 학자들이 얼마나 세상을 알고 싶어 아는지 알 수 있다. 행성의 움직임도 세상에 울리는 소리도 수식으로 나타내라고 했다. 수학은 예지력을 가지고 싶은 인간의 과학적 접근의 산물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피타고라스의 정리가 세상에 나온 이후로 수학의 파급력은 대단했다. 산의 높이를 구하는 것은 물론 지구의 크기도 알 수 있었다. 더 나아가 태양계나 우주의 크기마저도 측정할 수 있게 됐다. 수학이 가져다준 혜택은 우리 일상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수학을 잘 모른 채 잘 사용하고 있다. 굳이 알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알게 되면 더 재밌게 즐길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학문의 발전은 전쟁의 역사와 함께 한다. 나라를 유지하고 강하게 만드는 것에는 효율적인 비용 지출을 따지지 않기 때문이다. 속도경쟁이라는 단순한 게임은 압도적인 금전적 지출을 허용하기 때문이다. 우주를 향하고 있는 지금의 로켓 기술 또한 그렇다. 포탄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탄도학을 기초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은 더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수학을 하는 사람은 오히려 줄고 있다. 세상은 편하게 조작하길 원하고 그 이면에는 더욱 복잡해지는 수학이 존재한다. 세상은 편하게 사는 것이 좋겠지만 그러면서 오히려 문명 진화의 주도권은 소수의 사람에게 집중된다. 그것이 분업이라고 얘기하고 싶겠지만 적어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는 있지 않을까 싶다.

  경제나 권력뿐 아니라 지식과 사상 또한 편중되고 독식하게 되면 부작용이 생긴다. 문명이 발달한 시대라고 자랑스럽게 떠들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원시인들보다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없기도 하다. 세상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 그것이 문학이든 정치든 그리고 수학이든 중요할 것이다. 복잡한 세상이라 외면하지 말고 작은 것에서나마 관심을 기울이는 노력은 필요할 것이다. 

  ps. 조금 더 실생활에 가까운 즐거운 이야기였으면 좋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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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시계의 교양 - 내 손목에 있는 반려도구의 인문학
시노다 데쓰오 지음, 류두진 옮김 / 한빛비즈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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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의 외로움을 달리기 위함인지 최근에는 '반려 동물', '반려 식물' 심지어 '반려 공구'까지 등장했다. 기술은 점점 더 발전해 가는데 사람들은 더욱더 고립된다. '반려자'보다 좋은 단어는 없겠지만 현대의 시대에는 쉬운 일은 아닌 듯하다. 그런 이유를 설명하지 않더라도 인간이 아닌 것이 인생의 동무가 되는 일은 흔한 일이다. 오랫동안 함께 한 가구라든지 앞뜰에 자란 나무 또한 그럴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우리는 '애착'을 형성해 가는 것이 자연스럽기 때문이 아닐까. 역사를 돌아보면 인간과 오랜 시간을 함께 한 것이 있다. 그것이 바로 시계다. 스마트 폰에게 그 자리를 뺏기긴 했지만, '~ 워치'라는 이름을 달고 새롭게 나오는 것을 보면 시계라는 것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인간의 '반려 도구'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팬데믹으로 외출이 잦아들고 스마트폰의 발전으로 항상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도구가 마련된 지금의 시점에 시계는 어떤 의미를 지닐 수 있을까? 이런 회의감을 무색하게 시계의 매출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요즘 같은 시대에 누가 손목시계로 시간을 봅니까?


  위블로의 CEO, 장 클로드 비버는 앞으로 손목시계가 사회적 지위를 보여주는 아이템이자 자기 자신의 표현 수단이 될 것임을 예견했다. 실용적인 시계는 많은 기능과 정확도를 목표로 발전되어 왔지만 지금의 원자시계만큼 정확할 수 없다. 매 순간 GPS로 시간을 갱신하는 핸드폰과 어떻게 경쟁을 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시계는 계속해서 발전해 왔다. 그리고 그것을 인증하는 제도 또한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많은 기능을 구현하려고 했던 복잡한 기계적인 요소들은 이제는 그 자체가 예술이 되었다. 시계는 성능이 가격인 시대에 매뉴얼 시계가 더욱 비싸다. 수많은 톱니바퀴들은 시계의 가치를 나타내고 있다. 시계를 바라보는 시야는 다양하다. 명품으로 가기 위한 아주 세밀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이런 시계는 해시계에서부터 출발하였고 대항해시대를 열어주기도 했다. 실용적이었던 시계는 귀부인들의 요구에 따라 점점 소형화되어 갔으며 허리춤에 차던 샤틀렌뿐 아니라 펜던트나 브로치로 사용하기도 했다. 1810년에 이르러서는 최초로 손목시계가 등장했다. 나폴리 왕비 카롤린 뭐라가 주문한 시계가 바로 그것이다. 아름답고 앙증맞은 시계를 차고 싶다는 여성의 욕망은 시계를 발전시켰다. 남성의 시계는 전쟁으로 탄생하였다. 전쟁 중에 회중시계를 꺼내볼 여유는 없었다. 팔에 감싸는 시계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기계식 시계들을 괴롭히는 것은 '물'이었다. 습기는 그 자체로도 문제였지만 부품들을 녹슬게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에는 '자성'이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 온갖 곳에 전자기기가 널려 있고 손에 차는 팔찌에도 여성의 핸드백에도 자석은 존재한다. 시계 부품이 자성을 가지게 되면 정밀한 움직임에 오차가 발생한다. 이것은 시계의 운명을 가를 중대한 문제였는데 오메가에서 실리콘으로 된 스프링을 제작해서 어느 정도 해결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시계는 정기적으로 점검을 받아야 한다. 이를 '오버홀'이라고 하는데 부품을 세척하고 재조립하는 작업을 말한다. 귀금속으로 치면 세척과 같은 것이고 자동차로 치면 정기점검 정도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오버홀의 가격은 제품가의 10%라고 하니 명품은 가지는 것보다 유지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말이 이해가 간다. 그럼에도 시계의 가장 큰 적은 인간이다. 인간의 쓰임에 의해 만들어진 시계이기 때문에 자신을 얼마나 애지중지 하는 인간을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 시계 제조사들도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파텍필립, 바쉐론 콘스탄틴, 오데마 피게, 브레게, 랑에 운트 죄네 까지, 세계로 손꼽히는 5개의 명품 브랜드라는데 얼마 전 소설에서 읽은 바쉐론 콘스탄틴을 제외하고는 처음 듣는다. 그렇게 따지만 대중적으로 유명하고 소비를 일으키는 롤렉스가 투자의 목적으로 이용되는 이유도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시계에 대한 기본적 상식,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법, 명품을 가르는 기법 등 손목시계를 취미로 즐기기 위한 기본적인 지식에 더해 손목시계 그 자체의 역사까지 알아보는 시간이었다. 시계를 취미로 하기 전에 가볍게 읽어보길 좋은 책인 것 같으나 책 속에 아름다운 시계들을 보고 있자니, 괜히 눈만 높아져서 무리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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