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나라 경제툰 - 만화로 배우는 돈의 원리 한빛비즈 교양툰 21
무선혜드셋 지음 / 한빛비즈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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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미왕국과 꿀벌왕국 그리고 가끔 등장하는 흰개미 왕국과 장수말벌 왕국. 간략화된 모형으로 화폐의 생성과 경제 제도의 발전에 대해서 얘기한다. 물물교환부터 시작해서 화폐의 생성, 분업화, 주식에 대해서 얘기한다. 선물이나 옵션 같은 전문적인 내용도 간략히 설명하고 있다. 그 중간중간에는 빈부 격차라든지 대공황, 인플레이션, 디플레이션, 스태그플레이션 그리고 대공황의 얘기까지 담았다.


  하나의 경제 키워드를 두세 장의 툰으로 이해할 수 있게 쉽게 그려진 이 책은 한빛비즈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이제는 버는 것만으로 살아가기 힘든 시대가 되었다. 재테크는 이제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 되어 버렸고, 팬데믹 동안 양적완화로 통한 화폐의 가치 하락으로 벼락 거지라는 용어도 탄생했다. 최근에는 경제가 다시 주춤하여 쪽박을 찬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처럼 경제는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한다. 항상 오르막길은 없다. 하지만 큰 그림을 보면 항상 성장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긴 하다. 돈이 계속 풀려서 그런지도 모를 일이지만..


  이제 주식은 누구나 알 정도로 평범한 투자 방식이고 조금 위험하지만 선물이나 옵션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도 많다. 책에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코인도 이제는 누구나 알만한 것이 되었다. 하지만 투자는 때론 제로섬 게임으로 누군가 버는 만큼 누군가는 잃는 것일지도 모른다. 양적 성장에 따른 전체의 볼륨이 커지는 효과가 아니라면 분명 잃는 사람이 존재하므로 위험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하이 리스트, 하이 리턴'은 조급해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제는 마약과도 같은 것이 되어 버린 것 같다. 


  내용은 가볍지 않은데 표현이 재밌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아들도 솔깃해서 쳐다본다. 만화답게 많은 글을 사용하지 않고 많은 것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네덜란드의 '튤립' 이야기를 개미들의 독버섯으로 비유한 것도 재밌었고 세계대전을 장수말벌과의 전쟁으로 비유하는 것도 좋았다. 인간은 때로는 쓸데없는 것이 혹하기도 한다는 것을 우리는 튤립을 통해서 알 수 있다. 그리고 자본주의의 성장을 위해서는 끊임없이 생산해야 한다는 것도 책은 잘 표현하고 있다. 생산하려면 소비되어야 하는데 가진 것을 파괴하는 것은 전쟁만 한 것이 없다. 전쟁은 파괴적인 것이면서 성장의 원동력이 되는 모순을 가지고 있다. 다른 이의 피해를 이용해 부를 얻는 시스템이라 잔인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내용은 미국 경제를 기본으로 삼았던 것 같다. 일련의 사건들이 모두 미국의 얘기 같았다. 하지만 경제라는 것이 나라마다 가진 특수성을 제외하면 기본적으로는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즐겁게 그리고 유익하게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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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개토태왕 담덕 4 - 고구려 천하관
엄광용 지음 / 새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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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개토태왕의 일대기를 그리는 소설 담덕 4번째의 이야기는 역모가 실패하자 담덕을 해하려 했던 해평과 이를 피해 마동과 함께 물살에 휩쓸려 서해 바다로 떠내려간 담덕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4권은 조금 각색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광개토태왕의 넓은 안목과 세계관을 형성하는 중요한 사건들이 모여 있었다. 그리고 각자의 이야기로 전개되었던 추수와 두충이 담덕과 연이 닿으면서 하나의 스토리로 묶이는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위대한 대왕으로 불리는 고구려의 광개토태왕의 이야기인 '담덕'은 새움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바다에서 표류하던 마동과 담덕은 어느 상선에 의해 구조된다. 보살핌을 받아 기력을 회복한 둘은 어리지만 훌륭한 무술로 상단의 대행수를 해적으로부터 구하게 된다. 상단과 함께 백제 땅을 밟아보기도 하고 중원에 나아가 서역까지 겪어본다. 당시에는 돈주고도 하기 힘든 경험을 담덕과 마동은 그렇게 세상을 겪어보게 된다. 세상은 참 넓었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생각은 그렇게 차이가 없었고 그저 주어진 환경에 맞춰 살아가고 있을 뿐이었다. 인간에 대한 동질성과 이질성에 대해 제대로 느낀 담덕은 어린 나이지만 혜안을 가지게 된다. 뿐만 아니라 승상의 거처에서 지내며 그에게 세상의 이치와 병법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깨닫게 된다.


  산둥에서 고구려 유목민을 모으고 일목 장군의 도움을 받아 태극부대를 창설한다. 고국양왕(이련)이 요서를 공격할 때 적 후방에서 전술을 펼쳐 늠름한 모습으로 부자 상봉을 이뤘다. 믿기지 않았지만 담덕의 나이 11세였다. 어찌 11세의 나이의 아이가 검을 휘두르고 성인을 제압할 수 있는지 상상이 되질 않지만 워낙에 강골이었던 것 같다. 이순신의 장검을 보면 이순신이 얼마나 장신이었는지 알 수 있듯 광개토대왕도 엄청난 덩치를 자랑하지 않았을까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담덕을 태자로 삼을 당시에도 세상은 요동치고 있었다. 중원은 새로운 주인을 쟁취하기 위해 전쟁이 일어났고 백제 또한 반란이 일어났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했던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가장 훌륭한 전략이라는 태공망의 뜻을 제대로 이해한 담덕이 성군이 될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까.


  나라 안이 평안해야 국력이 강해지듯 백성을 살피는 담덕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큰 인물은 마음의 씀씀이 가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유독 빠르게 읽혔던 4권. 고구려의 별이 될 담덕의 이야기. 그가 호령할 세상이 궁금해지는 4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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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처럼 말하고 주인공처럼 산다 - 말하기가 두려운 사람들을 위한 현역 배우의 스피치 과외
오정훈 지음 / 가디언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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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 생활을 하면 기본적인 능력도 중요하지만 쓰기와 말하기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내 일만 묵묵히 해서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은 생각보다 쉽게 닿질 않는다. 직장 내에서도 자기 PR은 중요하다. 특히 직급이 올라갈수록 보고서와 프레젠테이션의 회수 또한 증가한다. 보고서는 글쓰기와는 사뭇 다른 면이 있지만 부담스럽진 않지만 말하기는 생각보다 부담스럽다. 여러 번 고쳐 쓰기가 가능한 글과 달리 말은 '단판 승부'의 느낌이 있기 때문이다. '평가'에 민감한 사람의 심리가 정말 평가되는 직장에서 말하기는 긴장을 불러일으킨다. 수많은 연습과 긴장 완화가 도움이 된다지만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의 차이는 크다. 스피치 학원이 드문드문 보이는 이유도 우리 사회에 말하기를 잘하고 싶은 사람이 많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다.


  배우의 연기는 최고 난이도의 스피치인 것 같다. 현직 배우가 말하는 여러 가지 말하기의 방법과 마음가짐에 대해 얘기하는 이 책은 가디언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말하기가 힘든 이유는 뭘까? 우리는 평상시에는 정말 쉼 없이 떠들어대다가도 막상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 말을 잘하지 못하게 된다. 아마 그것은 타인의 평가에 민감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사실 타인은 나에 대해서 그렇게까지 관심이 없지만 우리는 매 순간 타인의 눈을 의식한다. 스스로 위축되는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만든 가면 '페르소나'를 유지하고 싶기도 하기 때문이다.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은 이미지만 보이려는 행동은 자기기만의 행동일 수 있다. 자연스럽지 못한 나를 연기하는 것은 능숙할 수 없다. 나다운 나를 표현하려고 하면 결국 자신을 잘 알아야 하고 그로부터 나오는 자신감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말하기는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아닐지도 모르고 때로는 굉장한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말하기를 잘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종류 중에 나는 아마도 '발표와 무대 공포증 극복이 목적인 사람'의 부류에 속할 것 같다. 난상토론은 잘하지만 여러 사람 앞에서 주목받은 채 하는 말하기는 너무 긴장되기 때문이다. 방어 본능이 강한 은둔형은 이렇게 방호가 없는 벌판에 서 있는 것이 두렵다. 완벽한 자기 방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말하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호흡이다. 긴장하면 호흡이 불규칙해진다. 끊어 읽기를 실패하고 숨이 찬다. 성대는 좁아지고 약간의 하이톤이 되며 떨리는 음정은 듣는 사람마저 불안하게 한다. 자신의 호흡을 느껴보는 훈련은 그래서 필요하다. 목소리는 타고나는 것이라 늘 부러움이 있지만 저자는 좋은 목소리는 내 생각을 나다운 목소리로 표현할 수 있다면 그것이 좋은 목소리라 했다. 자연스러운 내 목소리는 나만의 매력을 표현하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것이기 때문이다. 성대의 긴장을 풀고 편안하게 진동을 느껴 보는 것이 중요하다.


  편안함을 느낀다고 좋은 말하기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분명 연습은 필요하다. 말하기는 한 자 한 자 소중하게 말해야 한다. 1만 가지 이상의 소리를 내는 한글의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다. 책은 모음 발음, 자음 발음 연습뿐만 아니라 끊어 말하기, 억양 바꾸기 등 말하기의 여러 측면을 다룬다. 


  말하기는 구어체로 해야 한다. 그래서 연습 지문은 모두 영화 대사나 수상 소감문 혹은 '세바시' 같은 강의 프로그램을 인용한다. 문어체로 말하면 어색한 면이 있기 때문이다. 베테랑 연기자들의 스킬을 분석하며 최상의 연기자들은 어떻게 말하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영화 지문이라 재밌고 특히 봤던 영화의 경우는 머릿속에 이미지가 떠올라 따라 읽기가 조금 더 수월한 면도 있다.


  본인의 노하우를 압축적으로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것을 알 수 있었지만 역시 연습해야 실력이 늘 수 있는 것은 당연하고 직접 배울 수 있다면 분명 더 좋아질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의심'은 연습할 때 끝내고 실전에서는 자신을 100% 믿어줘야 긴장은 설렘으로 바뀔 수 있다고 했다. 어떤 일이든 준비를 많이 했을수록 자신감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다. 즉흥적인 말하기는 오랜 시간 다뤄온 자신만의 영역에서도 가능하다. 연습은 자신을 믿을 수 있는 밑바탕이 될 것이다.


  말하기가 고민인 나에게 좋은 피드백을 기대한 책이었고 좋은 내용이 많았다. 말하기는 결국 많이 말해봐야 하고 현장에 익숙해져야 하는 것이기에 책 한 권으로 갑자기 좋아질 거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한 번에 모든 것을 연습할 수 없으니 하나씩 연습하고 적용해 보며 나의 말하기도 개선해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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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섹타겟돈 - 곤충이 사라진 세계, 지구의 미래는 어디로 향할까, 2023 세종도서 교양부문
올리버 밀먼 지음, 황선영 옮김 / 블랙피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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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기후 문제가 심각함을 인지하고 있지만 그것을 지구 전체의 문제로 뭉뚱그려 얘기한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임팩트가 없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지구의 문제는 지구를 살아가는 모든 것들의 문제며 그 원흉은 인간이다. 지구를 이상하고 자기 파괴적인 방식으로 재단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인간이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얼마나 이롭냐를 기준으로 가치를 평가하고 분류한다. 하지만 생태계는 굉장히 복잡하게 얽혀 있고 인간에게 이롭고 해롭고를 떠나 각자의 역할을 가지고 있다. 어느 하나가 무너지면 많은 것이 무너져 내린다. 그 아랫부분을 지지하는 것이 바로 곤충이며 그들의 사정은 우리가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하다.


  곤충 + 아마겟돈의 합성어인 인섹타겟돈은 곤충 전멸의 경각심을 이끌어 내기 위해 만들어진 단어다. 우리가 곤충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지 알 수 있게 해 준 이 책은 블랙피시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몇 달 전 곤충계의 코스모스라고 느껴질 만큼 임팩트가 강했던 책 <침묵의 지구>는 더 이상 곤충이 울지 않는 지구를 얘기하고 있었다. 곤충이 없는 곳에는 새도 없다. 지구는 아름다운 소리를 잃어버리게 된다. <침묵의 지구>의 저자 데이브 굴슨은 이 책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곤충학자들은 심각한 속도로 사라지는 곤충에 대해서 경고를 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도 반대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곤충은 줄었다가 늘었다고 하도 제시한 자료가 증거가 될 수 없다는 식이다. 하지만 곤충은 우리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고 여전히 미지의 세계다. 그럼에도 여러 연구에서 발표된 결과는 충분히 경악할만한 수준이었다. 곤충들은 매년 9%의 속도로 사라지고 있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많은 곤충들이 인간에게 발견도 되기 전에 사라져 버렸을 수도 있는 것이다.


  곤충에게는 기후로 인한 환경의 변화도 치명적이지만 오랜 시간 인간이 사용해 온 살충제의 문제가 심각하다. <침묵의 봄> 이후로 DDT가 금지되었지만 인간은 더욱 강력한 살충제를 만들어내고 있다. 네오니코티노이드는 씨앗에 농약을 코팅하여 식물 내에 농약을 머금게 해서 실제로 농약을 뿌리지 않아도 된다고 광고한다. 하지만 실제로 식물로 흡수되는 양은 10%에 불과하고 90%는 땅 속으로 흘러든다고 했다. 그리고 식물에 흡수된 성분은 잎에도 줄기에도 그리고 꽃가루에게도 포함되어 있다. 물론 열매에도 있을 거다. 꽃가루를 모아 꿀을 만드는 꿀벌들에게는 치명적이다. 그들이 먹은 농약은 그들의 면역성을 도와주는 많은 박테리아들을 죽게 만들며 전염병에 약하게 만든다. 벌의 떼죽음은 단순히 전염병 때문만은 아닐 수 있다.


  식물이 열매를 맺으려면 수분을 해야 하는데, 이를 대부분 곤충들이 담당하고 있다. 바람에 의해 수분이 이뤄지는 몇몇 종을 제외하면 곤충이 사라지면 더 이상 이런 열매는 더 이상 값싸게 얻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약품이나 기계에 의한 수분은 곤충의 수분에 비해 효과도 능률도 좋지 않다. 드론 벌이 수정한다고 생각한다면 과일이 얼마나 비싸질지 상상도 되질 않는다. 그렇게 보면 양봉은 또 다른 노동착취 같다. 미국에선 수십만 마리의 벌들이 호두나무 수분을 위해서 장거리 이동을 한다. 그리고 또 다른 수분을 위해 이동한다. 원래 2km 남짓만 이동하는 벌들이 이렇게 장거리를 이동하는 것은 벌들에게도 생태계에도 좋지 않다. 벌들은 스트레스를 받고 농약에 노출되며 그들이 가져간 질병이 야생 곤충들에게 전염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곤충을 보호하자라는 말이 효과가 잘 생기지 않는 건 곤충이라는 것에 대해 심어진 혐오 때문이다. '벌레만도 못한 놈'처럼 벌레는 꽤 무시되는 경향이 있다. 파리나 모기 그리고 바퀴벌레 등을 얘기하면 기겁하기 바쁘기 때문이다. 벌레에게 수많은 도움을 받고 있지만 우리는 자동차 앞 유리를 더럽히는 존재 이상으로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좋아하는 곤충은 기껏해야 꿀벌이나 나비 정도가 아닐까 싶다. 


  모기는 3500종에 이르지만 인간에 병을 옮기는 모기는 10종에 불과하다. 그리고 모기가 수분에 참여하는 식물도 여럿 있다. 파리가 사라지면 세상은 시체더미가 될지도 모른다. 온갖 똥들이 말라 붙은 채 여기저기에 널려 있을 거다. 그리고 초콜릿이 사라진다. 코코아나무의 수분은 파리종이 하기 때문이다. 식물과 곤충은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꿀벌은 대부분의 수분을 담당하고 꿀을 만들어내지만 그들이 수분에 참여하지 않은 식물도 참여할 수 없는 식물도 존재한다. 진동을 이용한 수분은 호박벌이나 벌새 같은 곤충이 필요한 것이다. 꿀벌만을 키우는 것은 생태계를 단순화시키고 야생을 죽이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꿀벌을 이용한 캠페인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은 그들이 인간에게 가장 친근하기 때문이다. 콜럼버스는 세계를 통합하는 일을 해내었지만 생태계에는 치명적인 혼란을 가져오는 첫걸음을 가져왔다. 밸런스 있던 생태계는 일명 '교란종'이라는 이름으로 악명이 씌워지기도 한다. 


  인간은 지구를 지배하고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자만하고 있다. 하지만 어쩌면 지구를 지배하고 있는 종은 곤충일지도 모른다. 그들은 인간보다 훨씬 오랜 시간 지구에서 살아왔고 5번의 대멸종에도 살아남았다. 6번째 대멸종은 인간이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그 시각이 조금 다를 수 있지만 곤충이 사라지면 그것을 감당해 내야 하는 것은 곤충일까? 인간일까?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은 또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바퀴벌레의 생명력은 경이로울 정도다. 곤충이 사라진 세상에서 인간은 어떤 기술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고릴라 하나를 연구하기 위해 5만 명의 연구자가 몰두하고 있지만 한 명의 연구자가 5만 종의 곤충을 연구하는 것이 현실이다. 곤충을 연구하려 연구 과제를 승인받으려면 그 효용성을 증명해야 하지만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연구가 필요한 여전히 공감대가 낮고 어려운 실정이다. 우리는 여전히 3500만 종 아니 그 이상 존재하고 있을지 모를 곤충에 대해서도 연구할 필요가 있다. 징그럽고 혐오스럽게 느껴지는 곤충에게서 백신의 힌트를 얻고 미래 기술의 메커니즘을 만들어 간다. 인간은 자연을 흉내 내면서 진보하고 있다. 


  곤충에 대한 관심이 낮은 것은 곤충과 친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생태 교육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시골에서 자란 나는 수많은 곤충을 보아왔지만 도심에서 자란 아이들은 개미 정도나 친근할 뿐이다. 곤충에게는 능력이 있다. 인간은 그들에게 시간과 공간을 내어줘야 한다. 살충제에 면역이 생긴 모기가 얼마나 무서워지는지, 천적이 사라진 들판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해충들은 또 어떤 살충제로 막아내려는 것인지. 자연을 파괴하며 발전한 인간이 자신마저 파괴하는 일을 이제는 멈춰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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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력 쫌 아는 10대 - 왜 잘 읽고 잘 써야 하나요? 진로 쫌 아는 십대 3
박승오 지음, 신병근 그림 / 풀빛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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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심심한 위로를 드립니다.'라는 문장 때문에 소위 '요즘 애들 문해력 논란'이 있었다. 여기서 '심심'은 '깊을 심', '마음 심'으로 마음 깊이 위로한다는 얘기다. 문자 어휘를 많이 사용했던 우리는 '심심한'이 한국말인가 착각할 정도지만 최근에는 낯선 어휘가 되어버린 모양이다. 하지만 굳이 우리말로 표현할 수 있는 문장에 한자를 써야 할까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사대부가 사용하던 한문은 언어 계급을 만들기 위함도 분명 있었기 때문이다. 모두가 사용하는 언어로 표현할 수 있다면 그 또한 좋을 일이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많은 어휘를 익히는 것이 필요한 것은 우리는 우리의 감정과 생각을 알고 있는 어휘만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미디어 속에 놓인 아이들에게 독서가 왜 중요한지를 얘기하는 이 책은 풀빛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문해력을 늘리려면 '독서'와 '글쓰기'를 벗어날 수 없다. 남들이 소화시켜 내놓은 글을 보는 것만으로는 내 것으로 만들 수 없다. 우리는 엄청난 양의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실제로 씹고 소화해서 내 것으로 내놓는 작업은 거의 이뤄지고 있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자주 언급되고 있는 '디지털 리터러시'는 디지털 문해력이고, '리터러시'는 바로 문해력이다.


  문해력을 키우는 것이 꼭 성적을 위하는 것은 아니지만 문해력은 성적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최근에 아주 길어진 지문들은 질문의 요지를 빠르고 정확하게 잡아내는 능력을 필요로 한다. 수학 문제조차도 필요 이상으로 길게 나오고 있어 산술 연산의 능력 평가에 문해력 평가를 더하고 있다. 책을 읽고 저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능력은 초중고를 지날수록 더욱더 필요한 능력이 되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독서를 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 학생들의 평균 스마트폰 노출 시간은 4시간이다. 독서는 한 시간이 될까? 인터넷과 영상의 문제는 이미 소화된 것들을 접한다는 것이고 이것들을 보면서는 깊은 사고를 할 수 없다. 마치 풀이과정 없이 정답이 나와버린 수학문제 같은 느낌이랄까. 오트밀을 먹는 것과 입에 닿으면 녹아 버리는 케이크를 먹었을 때 소화 능력의 향상을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일수록 도움이 된다.


  하지만 독서 그 자체가 재밌어야 하기 때문에 무작정 어려운 책을 읽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다. 자신이 흥미를 가지고 읽을 수 있는 책, 작가를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계속 읽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점차 난해한 책으로 빠져들게 된다. 미술관을 처음 갔을 때랑 여러 번 다닐 때가 다르듯이 소화력은 중요하다. 그리고 읽은 책을 이용해서 자신만의 글쓰기를 하게 된다면 더욱 좋다. 글쓰기 자체가 부담스럽다면 비밀 일기를 써보는 것도 좋다. 내면의 악마까지 끄집어낸다는 느낌으로 솔직하게 적어보는 것도 좋다. 글이 술술 적힌다는 경험이 중요하다.


  회사에서 책을 읽다 보면 '어떻게 그렇게 책을 많이 읽을 수 있어요?'라고 물어보면 일단 읽어라고 얘기한다. 독서에도 관성이 있어서 어느 수준까지 독서를 유지하면 자연스레 책을 읽고 있게 된다. 그것이 습관이라고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독서의 관성'이라는 표현이 좋다. 독서를 일정 기간 멈추면 책을 드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면 마중물을 붓듯 또 의식하며 읽어 나가야 한다.


  아이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스스로 책을 들고 읽어 주면 좋겠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책에 조금만 관심을 보여도 바로 펴서 읽어줘야 한다. 그러길 몇 번 하다 보면 인생책을 만난다. 입에 단내 나도록 반복해서 읽어주면 아이가 어느새 책을 외우고 있다. 책을 들고 책을 읽고 있고 있다 보면 벌써 한글을 깨쳤나라고 놀라지만 외워서 읽고 있는 것이다. 읽어준 나도 외우질 못한 책을 듣고 있던 아이는 기억한다. 그렇게 관성이 붙으면 책을 마구 뽑아 오다가 어느 날 한글을 깨쳐 있다. 그리고 엎드려 책을 읽는 아빠 옆구리에 기대 책을 읽고 있는 아이를 만날 수 있다.


  니체가 그랬단다. '책을 많이 읽어야 하지만 많은 책을 읽을 필요는 없다'라고 다독은 원래 뜻이 같은 책을 여러 번 읽는 것이다. 한 번 읽을 때와 두 번 읽을 때의 느낌이 다른 책이 좋은 책이다. 저자도 2000여 권의 책 중에 20권 남짓이 그런 책이라고 했다. 모두에게 인생책이 같다면 고르는 수고가 덜할 수 있겠지만 내 인생책을 찾기 위해 오늘도 마구잡이로 읽고 있다. 읽다가 읽히지 않으면 덮어둬도 된다. 아직 소화력이 부족하거나 맞지 않는 책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책은 10대를 위한 독서의 필요성, 독서와 친해지는 방법, 글쓰기와 친해지는 방법을 적어두고 있지만 사실 성인에게도 충분히 좋은 내용이었다. 독서와 쉽게 친해지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읽어보고 저자의 방법을 실천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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