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에 관한 거의 모든 이야기
빌 슈트 지음, 김은영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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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이 머릿속에 있다는 걸 인지하고부터일까. 세상은 심장보다 뇌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심장 없는 뇌는 있을 수 없다. 사람들이 마음이 있었다고 믿었던 곳. 여전히 따뜻함을 가지고 있는 곳. 생명의 동력 장치. 심장에 관한 책은 그래서 흥미롭다. 동물들이 가진 다양한 심장과 그 역사에 대해 알아보는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생명마다 다른 모양과 구조를 가지고 있는 심장. 자연이 빚어낸 다양한 심장을 만나는 시간은 글담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글은 고래 심장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고래는 죽으면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것이 보통이며 뭍으로 쓸려 오더라도 대부분 부패된다. 탄탄한 근육 덕분에 죽은 고래는 풍선처럼 부풀고 결국엔 폭발한다. 그래서 고래 시체 근처에는 가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운 좋게도 차가운 바다를 가진 마을에 쓸려온 고래의 시체에는 심장이 부패하지 않았다. 그렇게 고래의 심장은 대중들 앞에 서게 된다.


  고래의 심장은 생각보다 작았다. 하지만 덩치가 큰 동물일수록 심장의 크기는 작아진다. 인간의 경우 심장의 질량은 몸무게의 0.6%에 불과하지만 가면뒤지의 경우에는 몸무게의 1.7%나 된다. 작은 동물일수록 더 많이 더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심장은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 벌새의 날갯짓이나 쥐들의 행동을 보면 금방알 수 있다. 그들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또 먹어야 한다. 반대로 남극빙어나 송장개구리 같은 경우는 심장을 아예 멈출 수도 있다. 추워지면 그 자체로 얼어버리는 송장 개구리는 냉동인간이라는 꿈을 실현시켜 줄 자연 표본일지도 모른다.


  인간의 심장은 2심 방 2 심실이지만 모든 동물들이 인간과 같은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동물들은 심장을 가지고 있다. 지렁이는 세 개의 큰 혈관이 심장의 역할을 하고 오징어는 심장이 세 개나 있다. 키다리 기린의 경우에는 심장의 역할이 이외에도 근육의 역할이 중요하다. 강함 펌프질에 혈압이 높아지는 걸 방지하는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허벅지는 제2의 심장이라는 말이 허투루 나온 말이 아니다. 발까지 온 피는 심장으로 돌아가기 위해 다리 근육의 도움을 받기 때문이다.


  물고기의 부레가 호흡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상어와 같은 물고기는 부레가 없기에 가만히 떠있을 수 없고 필요한 산소를 공급받기 위해 끊임없이 헤엄쳐야 한다고 알았는데, 그 이유가 부레에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부레를 가진 물고기는 부레를 통해서도 산소를 흡수할 수 있다고 했다.


  인간이 폐순환계를 가지고 있기에 개방순환계에 대해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자연은 역시 대부분을 가지고 있다. 조개류와 두족류, 거미 등은 개방 순환계를 가진다. 그들은 헤모글로빈이 아닌 헤모시아닌을 이용하여 산소를 운반하기 때문에 파란 피를 가진다. 헤모시아닌은 구리이온 때문에 파랗게 보이고 헤모글로빈은 철이온 때문에 붉게 보이는 것이다. 헤모글로빈은 한 번에 산소원자 4개를 운반할 수 있지만 일산화탄소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인간이 일산화탄소 중독을 특이 조심해야 하는 이유다.


  남극빙어의 피는 투명하다. 이들은 헤모글리빈을 가지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부동 단백질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남극의 기온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 이들이 충분한 산소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추운 바다에는 많은 산소가 녹아 있다는 점과 비늘이 없어 피부로도 호흡할 수 있다는 점이 있었다. 남극 빙어의 이 부동 단백질은 아이스크림이 녹았다가 다시 얼어도 맛없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것으로 쓰인다.


  책 속에서 가장 아픈 이야기는 투구개였다. 투구개는 개방순환계 생물이며 5번의 대멸종을 이겨낸 몇 안 되는 생물이다. 이들의 면역체계는 독특하다. 체내로 침입한 박테리아를 응고시켜 버린다. 그 덕분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다. 이를 인간들이 가만히 둘 리 없다. 내독소를 감지하기 위해 투구개의 혈액을 채취하기 시작했다. 매년 산란을 위해 뭍으로 올라온 투구게 대부분은 트럭에 실려 어느 공장에서 심장의 피를 채혈당한다. 드라큘라 백작도 울고 갈 정도다. 회사들은 생명에 지장 없을 정도로 채혈한다고 하지만 면역 체계인 피가 모자란 상태의 투구개가 독소 가득한 환경으로 돌아가서 살아낼 수 있을까? 인간의 잔인함에 또 한 번 혀를 내두르게 되었다.


  책은 자연의 심장 이야기와 인간의 심장의 역사를 얘기하고 있다. 인간이 심장에 대한 오해와 그것을 풀어가는 과정이 담겨 있다. 혈관에 우유나 염소 피를 수혈하는 무지를 보며 경악한 순간도 많았다. 결핵은 미인박명 병으로 인식하는 모습에서도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심장을 재생하는 물고기가 있다. 인간도 수명을 다해가는 장기를 재생하거나 교체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돼지나 원숭이 심장을 이식하려고 했던 노력은 인간 대 인간의 이식술로 완결되었지만 유전자 조작 기술을 이용한 면역 거부가 없는 인공 심장을 위한 노력도 진행형이다. 줄기 세포를 이용한 심장 성장도 마찬가지다. 인간이 장기를 교체하며 살아갈 날도 그렇게 먼 미래 같지 않아 보인다.


  심장만 덩그러니 내놓으면 흡혈귀가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모든 장기가 중요하지만 그중에서도 꼭 필요한 심장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역사. 인간의 아둔함을 넘어 잔임 함까지 얘기하는 이 책은 뇌과학 책만큼이나 읽어볼 만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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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다녀왔습니다 - 무작정 떠난 세계 여행 1330일
임윤정 지음 / 비즈토크북(Biz Talk Book)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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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가 터지고 나서 여행업계는 큰 타격을 받았다. 막혀버린 입출국에 여행은커녕 업무로 해외를 나가는 일조차 쉬운 일이 아니었다. 비자 발급을 아예 해주질 않은 곳도 있고 발급받더라도 그 절차는 복잡했다. 입출국 시 수시로 코를 파고드는 면봉의 고통을 이겨내야 했다. 그런 시절에 작가는 이 책을 썼다. 


  이 책은 '여행을 부탁해'라는 여행 업체의 사장님의 부탁으로 읽기 시작했다. 자신의 직원이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다시 함께 일할 수 있게 된 게 감사하다며 직원의 책을 홍보하고 싶다 했다. 어떻게 보면 이 책은 사장님이 만든 작은 감동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여성이 홀연단신으로 세계여행을 나선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몇 년 동안 다니고 있는 중국이라는 나라가 나에겐 여전히 불안한 곳임에 비하면 저자의 세계 여행 코스는 걱정스러울 정도였다. 라오스, 캄보디아를 거쳐 인도, 파키스탄 그리고 치안이 열악하기로 소문난 아프리카의 나라들을 지난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일까 싶다. 아무리 여행을 좋아한다고 해도 나처럼 방구석 여행을 즐기는 사람에겐 그저 딴 나라 이야기 같다.


  다른 여행 안내서와 달리 에세이 북이다. 사실 처음 받을 때엔 가이드 북일 거라 생각했는데 책에는 세계 곳곳의 명소보다는 그곳을 지나는 생생한 모습이 담겨 있다. 사기꾼과 강도와 만나는 장면에서는 가슴이 덜컹거렸고 좋은 사람들과 만나는 장면에서는 신기하기도 했다. 저자의 친화력이 좋은 건지, 여행자들은 서로를 이해하는 능력이 좋은 건지 궁금하기도 하다. 사실 사기를 당하거나 강도를 당하면 마음을 열기 쉽지 않을 텐데 이내 사람들과 함께 하는 모습에서 저자는 분명 초긍정주의자임이 틀림없음을 생각하곤 했다.


  세계 여행 에세이는 사실 보기 쉽지 않은 글이라 희소성이 있다. 1330일을 한 권에 함축해 놓다 보니 장면 전화이 빠르고 지루할 틈이 없었다. 널리 알려지지 않은 곳들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기도 했다. 세렝게티 초원은 꼭 가보고 싶긴 했는데 아프리카라는 곳도 잘 준비하면 다녀올 수 있을 것 같다. 누군 배낭 하나 매고 갔는데 말이다.


  여행을 위해 얼마나 준비했을지 궁금했고 영어도 잘 통하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었을 텐데 현지를 적응하며 이동하는 모습에는 대단함이 느껴졌다. 여행은 여행지 그 자체보다는 그것을 관통하고 지나간 자신만의 무언가 중요하다. 함께 했던 사람들과 그곳에서의 에피소드들 속에 보관되는 것이다.


  사실 나는 여행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다른 사람의 여행 이야기는 재밌게 보는 편이다. 그야말로 방구석 여행자다. 그럼에도 저자와 함께 세계를 돌아본 느낌이다. 여행 책에서 흔히 보는 명소의 위대함이 아닌 저자의 여행 그 자체를 전달받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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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1%는 빨리 걷는 사람과 일하지 않는다
장샤오헝 지음, 하은지 옮김 / 토마토출판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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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은 빨리 돌아가고 책들은 빨리 살지 말라하고 참 모순적인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둘 다 틀리진 않은 것 같다. 빨리빨리 하려면 분명 느리게 가야 할 부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성장은 폭발적으로 튀어 오르는 것 같이 보인다. 사람들은 그곳에는 법칙과 비밀이 있을 거라 믿는다. 그러곤 한탕을 위해 꾸준함을 잃는다. 이를 복권주의라고 나름의 이름을 붙여 본다.


  조급함은 실수를 만들고 빠른 아웃풋은 알맹이 없음을 드러나게 만든다. 동기와 계획이 없는 실행은 방향을 잃고 달리는 기관차와 같다. 우리는 더 자세히 볼 필요가 있다. 세상에 휩쓸려 가지 않는 자세를 얘기하는 이 책은 토마토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나는 빨리 걷는 사람과 일하지 않는다"는 알리바바 그룹의 마윈의 말이다. 그는 왜 그런 말을 하게 되었을까? 빨리 걷는 사람에게는 두 가지 부류가 있다. 허겁지겁 좇아가기 바쁜 사람과 목적지가 명확하기에 망설임이 없는 사람이다. 우리는 어느 쪽에 가까운 사람인지 우선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목적지가 명확하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출발하기 전에 모든 것을 명확하게 해 두었을 가능성이 크다. 길을 잘못 들어서도 이내 바로 찾을 수 있다. 부산을 가려다가 삼천포로 빠지는 일이 없는 거다. 허나 삼천포로 좀 빠지면 어떤가. 가시 회 한사리 하고 가면 되지. 사실 이런 여유는 우리 사회가 용납하지 않는다. 그 거센 파도에 우리는 몸을 던진 상태다.


  현대의 사람들은 급하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수한 것들이 쏟아져 나온다. 갈피를 잡지 못한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 채 끌려 다니기 바쁘다. 여유란 없다. 내가 바뀌는 속도보다 세상이 바뀌는 속도가 바뀌니까. 시계를 나에게로 가져올 필요가 있다.


  많은 것이 쏟아져 나오더라도 부화뇌동하면 안 된다. 기본이 되는 혹은 기준이 되는 지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변화하는 수많은 것들 대부분은 유행이 지나지 않으면 생기는 만큼 또 소멸한다. 유행을 좇다 보면 결국 버려야 할 것들만 익히고 있을지 모른다. 세상엔 많은 일이 있고 개인은 그 일을 다 해낼 수 없고 또 그래서도 안된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책은 빠름보다 꼼꼼함을 얘기한다. 급히 움직이는 것보다 주위를 살피는 것을 강조한다. 그냥 해내는 것이 아니라 잘 해내는 것. 천천히 하는 것이 아니라 완벽히 해는 것에 대한 얘기를 한다. 쏟아지는 것들 중에 자기만의 것을 찾으라 말한다. 성장은 복권처럼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고 얘기한다.


  사실 책에는 조금 의아한 부분도 없지 않아 있지만 인풋 없는 아웃풋은 없다는 나의 생각과 많은 부분이 일치했다. 하지만 마냥 묵묵히 걷는 것만이 최선인 세상은 아니다. 최선을 다하면서도 자신을 내보여야 하는 시대다. 그런 게 아니라면 정말 압도적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


  장인은 사람들이 찾아오게 만들지 찾아가지 않는다. 책의 메시지는 비교적 명확하다. 다른 사람이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돼라. 완벽하고 명확한 가치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돼라. 느리더라도 자신만의 속도로 끈기 있게 해내라. "인간의 고귀한 힘은 인내하는 시간에서 비롯된다"라는 발자크의 말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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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티움 해전 - 로마 제국을 만든 전쟁
배리 스트라우스 지음, 이종인 옮김 / 책과함께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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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마 제국의 시작과 고대 이집트의 역사를 종결짓는 전쟁.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의 사랑으로 유명한 이야기. 그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는 악티움 해전이 있다. 승자의 이야기로만 채워진 사료들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며 아우구스투스가 철저하게 조작했던 승자의 기록을 살펴본다.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한다. 새로운 제국이 시작되는 시대의 영웅들의 이야기를 자세히 살펴본다.


  승자의 기록을 비틀어 다른 역사적 사건들의 전개와 비교하며 악티움 해전에서의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을 재조명해 보는 이 책은 책과 함께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하지만 옥타비아누스(아우구스투스)와 안토니우스의 사료는 지나치게 한쪽으로 쏠려 있다. 옥타비아누스는 정보를 자기편으로 만들 줄 아는 정치가였다. 17세부터 양아버지인 카이사르의 권력만큼을 가질 거라 얘기했고 또 이뤄냈다. 이 야심 찬 인물은 처일의 말처럼 "나 자신이 역사를 쓰고 있다."를 실천하는 듯하다. 그는 '회고록'을 통해 모든 역사를 자신에 끼워 맞췄다. 게다가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 측의 자료는 전무하다. 진짜 이야기는 아무것도 모른다.


  키케로나 플루타르코스, 카시우스 디오도 모두 자신이 듣고 보고 한 내용으로 이야기를 재구성했을 가능성이 크다. 대부분의 이야기는 옥타비아누스에게 유리하게 해석되었고, 안토니우스는 무능력하고 클레오파트라의 여색의 취한 인물로 저평가된다. 그러나 한 제국의 선봉에 서 있는 거의 실세에 가까웠던 인물인 안토니우스가 그렇게 저평가할 수 있을까라는 점에는 의문을 품을 수 있다. 서로마의 아폴론과 동로마의 디오니소스의 대결로 비유할 수 있는 둘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게다가 아우구스투스를 있게 했고, 안토니우스와도 결혼했던 옥티비아의 지략과 결단. 클레오파트라의 강인함과 매력에 대해서도 알아갈 수 있다. 역사는 두 명의 대결로 얘기하고 있지만 어쩌면 네 명의 이야기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사랑과 권력 사이에서 이성과 감성이 섞으며 진행되었던 역사. 혹자는 로마 제국의 탄생을 혹자는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의 사랑을 혹자는 옥티비아의 킹 메이킹 얘기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우구스투스는 로마제국을 아주 긴 시간 통치해 낸 첫 번째 황제이다. 그의 이야기와 업적은 후세에 전해지며 퍼져나가야 했을 것 같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우구스투스와 안토니우스도 클레오파트라에게 완패한 듯하다. 지금의 시대에도 클레오파트라의 매력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 매력적 이과 강인한 여왕은 단순히 섹슈얼리티로 사람을 유혹한 것이 아니다. 그녀만이 풍기는 아우라는 사람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이 여성은 완벽하게 이집트어를 구사했으며 이집트의 여신 이시스와 동일시되었다. 이집트의 완벽한 부흥을 목전에 두기도 했으나 결국 안타깝게 왕국의 마지막을 맞이하게 된다.


  옥타비아누스의 포로가 된 여왕은 결국 자살로 생을 마무리한다. 가장 여왕다운 면모로 포로가 되어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되길 거부한다. 그리고 왕손을 보호하기 위해서 어쩌면 옥타비아누스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자신이 자연스럽게 사라짐으로써 안토니우스와의 세 자식을 살려낸다. 


  책은 악티움 해전의 전후 사정을 면밀히 검토하며 사료에 제시된 내용을 뒤틀며 여러 가지 질문을 한다. 다른 시대에 태어났다면 제국의 통일을 이뤄냈을 만큼 걸출했던 인물들이 사료에 적힌 모습 이상의 전략을 펼쳐 보인 것이라면 어떨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하지만 역시 어떤 것도 진실을 확인할 수 없다. 모든 진실은 역사 속에 묻혔기 때문이다.


  저자는 안토니우스에 대한 재평가를 하려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다. 사료에 의한 옥티비아누스의 해석은 이미 많아서 이기도 할 것이지만, 약자의 역사를 해석하는 것은 그 시대를 가장 제대로 볼 수 있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차치하고서라도 이 책에서 승자는 클레오파트라다. 그녀의 매력은 도무지 헤어 나올 수 없다. 


  성적 매력으로만 소비되는 현대적인 콘텐츠에 그녀가 가졌던 강인함, 결단력 그리고 여왕으로서의 도도함이 더해지니 누구라도 넘어가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남자의 세상이었던 로마 시대에도 특별 지위를 부여받았던 옥티비아, 걸출한 왕에게도 뒤지지 않을 만큼의 강력한 여왕 클레오파트라. 역사 속에 수없이 반복되는 영웅들의 이야기보다 그녀들의 이야기가 더 흥미롭고 관심을 끄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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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개토태왕 담덕 5 - 영락태왕
엄광용 지음 / 새움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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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덕 5권은 봄날의 새싹 같은 초록으로 디자인되었다. 무성하게 피어날 나무처럼 담덕은 고구려의 큰 기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무명선사로 무명검법의 전수자가 되며 추후 고구려의 큰 힘이 될 왕당군을 조직한다. 백제의 관미성을 함락시키며 담덕의 존재를 알린다. 그동안 흩어져 펼쳐진 추수, 조환의 이야기까지 모두 한대 모아내며 광대토태왕의 시대를 알린다.


  광개토태왕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새움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부소갑. 지금의 개성은 예로부터 인삼 생산지로 국가의 부를 창출하는 중요한 곳이었다. 게다가 관미성은 바다로 둘러싸인 군사적 요충지였으며 고구려의 남하로이자 백제 북방의 요충지였다. 일목장군 추수의 수군과 담덕이 키워온 왕당군은 관미성을 함락시키는 데 성공한다. 이 전투로 인해 백제는 왕까지 교체된다. 여세를 몰아 담덕은 중국의 황제와 격이 같은 '태왕'의 지위에 오른다. '영락'이라는 연호를 쓰며 주변국과 등거리 외교를 펼친다.


  백제와는 적을 두고 신라로부터 왕자를 인질로 잡아 둔다. 부여 우가부 족장의 딸 아미령을 아내로 맞는다. 이는 주위에 영향을 끼치는 동시에 국내 정세의 기울어짐 없이 왕권을 강화하기에도 좋았다. 담덕을 암살하려고 했던 연나부의 수장 우신은 담덕에게 지난날의 과오를 용서받는다. 소금상단을 이끌며 모은 철과 금괴로 고구려에게 큰 힘을 보탤 뿐 아니라 연나부까지 끌어안게 되는 고구려 왕실에 보탬이 된다.


  5권의 주요 내용은 관미성 전투이며, 지난날의 근구수왕에게 받은 원수를 갚는 전투였다. 부여로는 우신이 소금행단을 벌어들인 철과 이제부터는 조환의 행단으로 벌어들이게 될 부소갑의 인삼은 고구려의 세력 강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담덕의 외가인 하가촌에서 만들어내는 배들로 인해 해상력도 장악하게 되어 서해안 무역을 크게 키울 수 있을 것이다.


  담덕 이야기는 이제 막이 오르고 있다. 남쪽을 정리했으니 이제 북쪽을 정벌하러 나서게 될 것이다. 후연에게 뺏긴 요동성을 되찾고 만주 벌판을 내달릴 일만 남았다. 그리고 장수왕의 등장 또한 멀지 않았다. 담덕 이야기의 클라이맥스가 될 것 같은 6권이 벌써부터 기다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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