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4대 비극 - 햄릿, 오셀로, 맥베스, 리어왕 대가 고전·인문 시리즈 (LINN 인문고전 시리즈) 9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김성진 옮김 / 린(LINN)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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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는 일상에서도 자주 사용하는 <햄릿>의 대사다. 셰익스피어가 쓴 이 비극적 연극 4편은 우리가 흔히 4대 비극으로 알고 있는 작품들이다. <햄릿>, <맥베스>, <리어왕>, <오셀로>가 그 네 편의 작품이다. 모두가 몰락의 길로 향해 가고 결국엔 시체만 널려 있는 이 작품은 인간의 악함과 어리석음을 얘기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독자의 눈에서 보는 그들의 판단과 행동이 동의하기 힘들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을 친절한 설명과 함께 제공하는 이 책은 린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네 편의 작품 중에서는 <리어왕>이 가장 가독성이 좋았는데 속 마음과 다르게 겉으로 번지르르한 말을 듣고 싶었던 왕은 감정적으로 행동한다. 첫째와 둘째 딸의 세치 혀에 놀아나며 셋째 딸의 진심을 외면해 버린다. 모든 것을 물려준 왕은 두 딸에게 박대를 당한다. 그리고 프랑스 왕비가 된 딸은 그런 왕을 구하러 전쟁을 일으킨다. 왕국의 건설 담대한 계획만 생각했던 왕은 비참해지면서 세상을 더 넓게 보고 이해하게 된다. 자신이 살피지 못한 것들에 대해서도 뉘우친다. 하지만 이미 그는 왕이 아닌 자. 반성만 할 수 있을 뿐이다. 4편의 작품 중 유일하게 회개의 장면이 있다. 물론 모두 죽지만..


  어리석은 리어왕과 고약한 고너릴과 리건이라는 두 딸. 그리고 야욕을 채우기 위해 가족을 배신한 에드먼드. 그럼에도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심성 고운 코델리아와 왕을 끝까지 지켰던 켄트 백작과 복수를 위해 몸을 숨긴 에드거가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광대의 위트 또한 이 작품의 재미라고 할 수 있다.


  그에 반해 <오셀로>는 정말 기분이 나쁠 정도로 최악의 느낌을 받았달까. 주인공 오셀로부터 질투의 화신이며 끊임없이 이간질을 하는 이야고의 말을 읽고 있으면 짜증이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이 모든 것을 예상한 셰익스피어일지는 모르겠지만 <오셀로>는 다시 읽고 싶지 않을 정도다. ㅎㅎ 사랑을 위해 과감한 선택을 한 데스데모나였지만 남편에 대해서는 왜 이렇게 수동적이었을까. 오셀로는 왜 삼자대면을 하지 않았을까. 자신의 부인을 욕보이는 이야고의 말에 화를 내지 않았을까. 


  <맥베스>는 이간질이라는 부분에서는 <오셀로>와 같을 순 있지만 이것은 마녀들의 <예언>이었고 야망은 맥베스와 맥베스 부인의 선택이었기에 그 스토리는 흥미가 있었다. 다른 이의 예언에 자신의 운명을 던진 꼴이다. 결국 그 예언대로 죽음을 맞이한다. 권세와 평안한 삶 중에 어느 것이 더 의미 있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충분히 훌륭한 삶을 살았던 맥베스였지만 그 자신과 부인의 야망의 소용돌이가 휩쓸려 파멸하고 만다. 예언 풀이가 재미를 더해주기도 한다.


<햄릿>은 철학적 물음으로 우리에게 유명하지만 그 자신은 꽤나 우유부단했던 것 같다. 아버지의 유령을 만난다는 설정으로  이야기를 끌어 가며 아버지를 암살하고 어머니의 새 남편이 된 클로디어스에 대해 증오하는 마음을 품지만 그 결단을 내리는 일은 쉽지 않다. 그가 사랑했던 오필리아는 결국 자살을 하게 되고 나머지 인문들도 서로 겨루다 혹은 독으로 목숨을 다한다. 그야말로 전멸.


  이 책은 <4대 비극>을 모아둔 책이지만 그 두께가 상당히 두껍다. 그 이유는 각 장이 끝날 때마다 설명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이 공연되는 당시의 상황과 셰익스피어 스타일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작품의 앞뒤 구성과 복선에 대해 얘기하고 대사와 행동의 의미를 설명해 준다. 


  스토리가 끊어진다는 느낌이 있다면 글만 읽고 설명은 나중에 읽어도 괜찮을 것이고 아니면 각 장의 의미를 밟아가며 읽어 나가는 것도 괜찮은 선택일 것 같다. 글 이외에 연극의 장면과 배우가 집중에서 표현하려고 하는 부분도 가끔씩 짚어줘서 연극을 보는 기분이 어떨까라는 생각도 하며 읽는 재미도 더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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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지 못해도 여전히, 나는 나 - 알츠하이머와 함께 살아가는 1인칭 안내서
사토 마사히코 지음, 성기옥 외 옮김 / 세개의소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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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는 동안 나도 모르게 드리우진 그림자. 누구나 걸리지만 언제 걸릴지 모를 기억력 소실의 병. 알츠하이머를 우리는 파멸적인 질병으로 얘기하곤 한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목숨을 가져가지 않는 이 병을 우리는 함께 하는 법을 배워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그들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세상의 부정적인 시선 속에서 묵묵히 자신답게 살아가기 위해 노력했던 저자의 모습을 보며 치매의 새로운 모습을 알아 가게 된다.


  치매 환자가 직접 적은 글. 그들의 목소리를 느낄 수 있는 이 책은 세개의소원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지하철을 점거하고 농성을 하던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모습은 측은하기도 하면서도 왜 저렇게까지 할까라는 생각이 많았다. 오히려 역효과만 날 텐데, 저렇게 해선 지지받을 수 없을 텐데 라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우연히 그 사실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몇 호인지 기억나지 않는 <창작과 비평>에는 지방 소멸에 대한 얘기가 나와 있었다. 토론을 하는 분 중에 한 분이 굉장히 과격하게 얘기를 했다. 사회자가 너무 과격하게 얘기하시는 게 아니냐고 묻자 그분은 이렇게 해도 이슈가 되질 않는다. 이슈만 된다면 더 과격하게 하고 싶다고 답했다. 우리 사회의 시선을 받기 위한 작은 움직임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치매 또한 마찬가지다. 많은 책들이 의사와 간병인의 입장에서만 얘기하고 있다. 환자 본인의 말은 드러나질 않는다. 치매는 굉장히 부정적인 모습을 하고 있고 사회는 그들을 격리시키려 한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환자 스스로가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사라져 가는 기억에 대처하는 방법을 고민한다. 혼자서 생활하고 더 나아가 사회에 기여할 것들을 찾는다. 병은 움직이고 의미를 찾을 때에만 지연시킬 수 있다. 자포자기는 자기 파괴로 들어서는 길이다.


  저자는 치매 환자가 혼자 살아가기 위한 여러 노하우를 얘기해 준다. 그리고 무섭더라도 꼭 밖으로 나가보라 권한다. 잊어가는 만큼 또 배우고 사라지는 것이 괴롭겠지만 그 속에서도 새롭게 배울 수 있고 여전히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니 감사하게 살아보자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치매환자는 많은 도움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니 치매 환자 스스로가 필요한 것을 얘기하자 얘기한다. 조금 더 행복하고 인간답게 살아보고 싶다는 그의 생각과 행동은 많은 것을 잊어버린 투병 10년째는 그를 여전히 문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용기를 주는 것 같다. 


  치매는 마치 안갯속을 걷는 느낌이라 했다. 기억의 상자에는 여전히 기억이 있지만 열쇠를 잃어버린 사람들이다. 기억력은 외부 저장 장치로 보안하며 습관을 만들고 알람을 설정하며 보완할 수 있다. 치매지만 여전히 배울 수도 있다.  환자의 존엄성은 환자 스스로가 챙겨야 한다고 얘기하는 그는 오늘도 그것을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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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캐럴 푸른숲 주니어 클래식 3
찰스 디킨스 지음, 이아코포 브루노 그림, 윤경선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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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크루지 할아범으로 유명한 이 작품이 무려 디킨스의 작품이었다는 것을 이번에 읽어보면서 알고 있었다. 책을 읽은 기억은 없지만 내용은 모두 알고 있었다. 그만큼 많은 매체로 만들어지고 전해진 스크루지 할아범의 이야기는 유명하다. 인색하기만 스쿠루지 할아범이 주위를 둘러보고 나눔의 기쁨을 알게 된다는 교훈을 담고 있는 얘기이기도 하다.


  이미 시중에 수많은 크리스마스 캐럴이라는 작품이 있지만 이번에는 푸른숲주니어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보게 되었다.


  어릴 땐 그저 스크루지 영감은 나빠라고만 인식했다. 우리는 나눔이 정의고 도덕이었다. 지금의 시대에도 그런 가르침은 유효하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다시 보니 스크루지 영감은 생각보다 합리적인 사람이고 슬픈 영혼의 소유자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을 위한 책이며 교훈을 담고 있다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기에 조금 비틀어서 생각을 해볼까. 스크루지 영감은 '냉혈한' 이라기보다는 '인색한'이라고 표현해야 맞다. 근검절약이 몸에 베인 사람이다. 냉난방비를 아끼고 인건비 관리를 잘할 뿐 아니라 부지런하기까지 하다. 그는 사회 시설에 일정량의 기부도 하고 있다. 감성에 호소하는 지출을 하지 않을 뿐 그는 나름의 철학대로 살고 있다. 그렇다고 그의 가게가 파리 날리는 것도 아니었다. 


  그에게는 아픈 과거가 있다. 그는 왕따였다. 그가 겪은 경험은 사회와의 단절을 의미하기도 했다. 더 악착같이 벌어서 얕보이지 않으려 했던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도제 시절의 이야기만 봐도 그는 천성이 나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세 명의 유령을 만나 변해갈 수 있다는 것도 그의 착함이 존재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는 아끼던 동생을 잃었고 사랑을 실패하기도 했다. 행복하기에는 시련이 너무 많았다. 부자라서 베풀어야 한다는 상황보다 그가 얼마나 악착같이 살았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그런 경험이 축적되어 습관이 되어 버렸지만 그는 한량인 조카와 담을 쌓지도 않았고 직원에 대한 고용불안을 야기시키지도 않았다.


  자기 고립 중인 스크루지 영감을 갱생시키기 위해 유령들은 폭력적인 방법을 썼다. 명예와 인정이 그렇게 중요한가도 반문할 수 있다. 충격 요법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마치 심판 내리는 듯한 모습에 유쾌할 수 없다. 돈을 모으는 것이 죄악이지는 않으며 스크루지 영감처럼 하지 않고 자수성가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부자가 왜 그래가 아니라 그렇게 했기에 부자가 된 것이다.


  마지막에 마음을 열고 행복을 나누는 모습에 진정한 기쁨을 나눌 수 있었지만, 부는 죄악이라거나 기쁨은 돈으로 살 수 있다고 잘못 해석되진 않을까. 책 곳곳에 담긴 가난한 이들의 소소한 행복보다 마지막에 돈을 펑펑 쓰며 기뻐하는 스크루지 영감의 모습에 더 큰 임팩트를 받았다면 분명 다른 느낌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워낙 유명한 소설이고 글에서 느껴야 하는 교훈마저 정답처럼 남아 있는 동화이기에 조금 뒤틀어 생각해 봤다. 여름 초입에 읽는 크리스마스 캐럴의 맛이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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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생존 코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 비즈니스의 미래를 재설계하는 혁신의 비밀 서가명강 시리즈 29
유병준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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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전환, 디지털 트윈 등과 같은 단어는 꽤나 오래전부터 주목받아왔다. 빠르게 디지털로 전환한 기업들은 크게 성장했고 빅테크라는 이름으로 우리 곁에 있기도 하다. 애플이나 구글과 같은 세계적인 기업을 차치하고서라도 카카오, 네이버, 토스, 배민 같은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이 등장했다. 언텍트였던 코로나 특수를 타고 급격한 발전을 이룬 이 기업들은 디지털 전환의 급속적인 속도를 경험했고 이제는 더 이상 선택의 영역이 아님을 얘기하고 있었다.


  디지털 전환으로의 마지막 지점. 전환할 것인가 소멸할 것인가의 문제일 뿐이다. 21세기 북스에서 제공받은 이 책과 함께 디지털 전환의 가치와 필요성, 사례에 대해 알아갈 수 있었다.


  앞에서도 얘기했든 우리는 플랫폼 비즈니스의 위력을 실감했다. 사실 플랫폼 시장은 독점 시장과 다르지 않기도 하다. 대신에 수많은 수익모델을 만들어 줌으로써 공생하기도 한다. 구글과 애플의 스토어는 개발자와 플랫폼 사이의 공생이다. 네이버나 카카오의 스토어나 창작플랫폼들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점점 더 비대면 서비스를 선호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은 선택의 영역이라기보다는 필수의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다. 하드웨어 중심의 사회에서 소프트 파워 중심의 사회로 넘어왔다. 그렇다고 해서 제조업의 중요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정보의 관리와 사업의 확장은 디지털의 전환이 필요하다. 나이키나 아디다스, 스타벅스와 같은 회사들도 모두 제조업에 가깝지만 디지털 관리와 서비스를 도입했다. 애플은 복합적인 기업이지만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북과 같은 제품들을 모두 디지털로 판매한다. 그런 면을 따지고 본다면 아마존은 단연 선두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의 전환은 다가오는 MZ세대를 겨냥하기도 좋다. 얼마가 지나지 않으면 MZ세대는 주요 소비층이 될 것이다. 그들의 성향은 명료하게 편리한 것을 좋아한다. 콜포비아, 폰포비아처럼 대화보다 문자가 더욱 편하다. 디지털로 쉽게 접근해서 선택하는 것은 중요하다. 게다가 AI가 취향을 분석해 제안을 할 수도 있다. 디지털 전환은 시장 조사에도 중요한 빅데이터를 제공해 줄 것이며 생산량 관리 같은 곳에도 쓰일 수 있다.


  점점 더 빨라지는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면 살아남질 못한다. 속도는 무엇보다 중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도 디지털 전환은 필수적이다. 변화는 힘들고 귀찮은 일이지만 살아남을 수 있게 해 준다. 소멸보다는 힘겨움이 낫지 않을까? AI가 우리의 곁으로 더욱 가까이 다가왔다. 디지털 전환은 이제 더 이상 선택의 영역이 아닐지 모른다. 


  디지털 전환이 필요한 이유와 실패하는 이유에 대해 알아본 뒤, 디지털 전환을 훌륭히 한 사례를 살펴보며 우리가 디지털 시대를 어떻게 준비해야 고민해 볼 수 있게 해 주었다. 기업은 변해야 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격언은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새로운 도약의 기회이고 우리는 가치 향상을 위해 지금 바로 시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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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 - 삶, 사랑, 관계에 닿기 위한 자폐인 과학자의 인간 탐구기
카밀라 팡 지음, 김보은 옮김 / 푸른숲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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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제목과 추천글을 떠나 무작위로 읽는 이유는 바로 이런 책을 만나기 위해서다. 자페 스펙트럼을 가진 저자가 쓴 너무나도 철학적인 제목. 솔직히 흥미롭지 않았다. 하지만 페이지를 넘기면서 너무나도 즐거웠다. 과학덕후가 아니면 '뭘 이렇게까지'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건조하고 진지한 글 속에 희로애락이 담겨 있다. 


  너무 진지해서 더 웃기면서도 더 많이 슬펐던 이 책은 푸른숲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발달 범주에 따라 병명을 구분하였던 병명들 독립된 장애가 아니라 동일한 연속선상에 있다는 것으로 판단한 뒤부터 사용되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이 증상은 세상에 좀 더 알려지게 된 것 같다. 이 책의 저자도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어느 수준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책의 깊이로 보아 우영우에 뒤지진 않을 것 같은 지적 수준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나에겐 우영우 이상의 흥미로움으로 가득 찬 책이었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처리하고 이해하기가 더욱 힘든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사람들. 어떻게 보면 그들은 세상을 편견 없이 보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같은 행동이 다른 상황에서 발생했을 때를 구분하기 힘들다고 했다. 저자는 그런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였고 과학이라는 도구를 사용하였다. 공식처럼 해석될 수 있는 과학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는 구세주와 같지 않았을까. 절묘하게 해석되는 과학의 이론들을 보며 저자의 대단함과 함께 얼마나 눈물겨운 노력이 있어왔을까 하는 아림이 있었다.


  알 수 없는 인간의 행동을 파악하기 위해 '인간 사용 설명서'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사실 불가능하다. 알면 알수록 더 많이 생기는 질문 때문에 절대적으로 충분한 지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훌륭한 정보가 아니지만 늘 시작할 만큼은 충분하다. 내 지식의 한계를 인정하고 이미 모은 정보를 통해 해석하고 가치를 만들어갈 뿐이다. 똑같은 외모가 똑같은 성격을 말하지도 않고 똑같은 행동과 말이 똑같은 의미를 지니는 것도 아니다. AI가 인간의 영역에서 헤맬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여기에 있을까? 마치 슈퍼 AI 같은 저자의 글에서 초지능의 미래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저자가 이어놓은 과학과 사회의 끈은 정말 기발할 정도다. 웃음이 터져 나올 정도로 기가 막힌다.


  우리는 모두 하나의 줄기세포에서 분화했기에 그 기원은 같다. 그저 조금 다르게 분화했을 뿐이다. 서로 다름을 존중하자. 신생아가 18년을 자라야 완성되어 가듯 하루아침에 서로를 이해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인내심을 가지자. 인간의 관계도 생물과 같아서 자라나면서 더욱 복잡해진다. 서로에게 관대한 처음에 비해 사이가 깊어 갈수록 상대의 행동에 엄격해진다. 무지가 행복이라면 지식은 책임을 뜻한다. 상대방에 대한 증거가 축적될수록 공감에 대한 욕구는 빠르게 증가한다.


  세상에는 0과 1과 같이 나뉘는 일은 거의 없다. 빨간 소파를 살지 파란 소파를 살지 같은 문제에 옳은 답은 없는 것과 같다. 우리에겐 퍼지 집합 사고가 필요하다. 내가 절대적으로 옳다는 사고방식으로 논쟁을 시작하지만 우리는 그저 상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뿐일지도 모른다. 사람의 관계는 tan(탄젠트)로 설명할 수 있다. 안정기도 있지만 무한히 닿질 못하는 어려운 영역도 분명 존재한다. 인간관계는 공유결합처럼 다소 느슨하기도 하고 이온 결합처럼 서로 부족한 걸 채우주는 강한 결함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관계라는 건 수소결합처럼 공유결합, 이온결합 양측 측면을 모두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인간관계는 물처럼 다채롭고 다재다능한 모습을 띄는 건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는 중력처럼 약하지만 어디에서나 미치는 끌림에 놓여 있으며 전자기력처럼 불꽃 튀는 로맨틱한 관계를 가질 수도 있다. 강력에 의해 강하게 결합되기도 하고 약력에 의해 서로 헤어지기도 한다. 우리의 관계는 이런 힘뿐만 아니라 환경 변화에 의해서도 생긴다. 모든 화학 결합은 깨진다. 문제는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가이다. 물이 뜨거울수록 소금은 더 잘 녹는다. 물은 얼음이 되기도 수증기가 되기도 한다. 우리의 관계도 그렇다.


  우리는 머신러닝처럼 꾸준히 학습하고 베이즈이론처럼 가진 증거로 확률을 계산하기도 하며 의사 결정 나무처럼 수많은 선택지를 따라간다. 우리는 실수했을 때 오류를 생각하고 시스템의 실패로 결론 내리곤 한다. 하지만 진실은 대게 평범하다. 그저 예측된 시나리오에 대해 다른 작용이 있었을 뿐이다. 1분의 차이로 기차를 놓칠 순 있겠지만 그렇다고 이제껏 쌓아온 의사 결정을 모두 포기해야 할 만큼의 증거가 될 순 없다.


  우주의 엔트로피는 자연스레 증가하기 때문에 우리의 방은 지저분해진다. 무질서에서 질서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한데 우리의 방이 깨끗해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가 원하는 질서를 위해서는 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 한정된 에너지를 쏟을 것을 정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물론 나의 질서와 타인의 질서는 서로 영향을 주게 된다. 우리는 '평형 상태'를 찾을 필요가 있다. 물론 나 자신과의 타협에도 평형감각은 중요하다. 


  인간은 개인의 진폭을 가지고 있다. 저자도 자신만의 진폭을 찾고 있었다. 우리는 만남을 통해 자신의 진폭을 증폭시켜 주는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상쇄시키는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하지만 무조건 같은 진폭의 사람을 만나는 것이 좋은 건 아니다. 나의 진폭이 흥분 상태에 닿을 때 이를 감쇄시켜 주는 진폭을 가진 사람도 필요하고 진폭이 약해질 때 이를 증폭시켜 줄 사람도 필요하다. 서로가 서로를 채워주고 감싸주는 진폭을 가진 사람을 만나는 건 중요한 일이다.


  과학철학의 진면목을 보는 듯한 책은 읽는 것이 너무 즐거웠다. 거의 모든 과학 지식을 담은 책이면서도 너무 철학적이다. 무덤덤하고 건조한 문체가 그런 감정을 더욱 증폭시킨다. 굉장히 어려운 과학 지식도 인간사에 빗대니까 너무 쉽게 다가왔다. 과학 덕후에겐 철학에 대한 얘기를 철학자에겐 과학에 대한 설명이 될 법한 글들로 가득했다. 글과 함께 실려 있는 그림들은 너무나 절묘해서 웃음이 날 정도로 감탄스럽다.


  내 존재가 잘못된 것이 아니다. 감성적 렌즈를 내려두고 과학적 렌즈로 바라본다면 자신의 존재는 그저 확률적으로 잘못된 결론을 내렸을 뿐이다. 피드백을 적용하여 개선하면 된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이해하려고 편 책은 나를 이해하게 만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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