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개토태왕 담덕 6 - 상업의 길
엄광용 지음 / 새움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국사를 배우면 매번 드는 아쉬움은 '왜 고구려가 삼국을 통일하지 않았을까'였다. 고구려는 백제와 신라 모두를 신하국으로 만들었을 뿐 완전한 멸망을 시키지 않았다. 완벽하게 불씨를 끈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 후방의 평화를 도모하며 국정을 살피는 것이 더 효율적이었을지도 모른다. 언제든지 멸망시킬 수 있다는 힘만 보여주면 모든 것은 만사형통이었을 거었다. 부국강병의 길을 걸었던 광개토태왕의 또 하나의 묘수는 바로 문화와 경제였다.

  천하를 호령하던 광개토대왕의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새움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이제는 중원의 거상이 된 조환과 해상을 장악한 추수 그리고 북방의 소금 거상이 된 우신이 역할을 하게 되었다. 더불어 백제로부터 탈환한 개성과 강화도의 인삼으로 무역은 더욱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을 바탕이 되었다. 게다가 외조부인 하대용의 집안 또한 고구려 상업을 일으켜 세우기엔 충분했다.

  담덕은 조환과의 대화에서 상업과 문화를 키우는 것이 어떤 일인지 알게 되었고 대국으로서의 면모를 보이기로 했다. 상업이 발전해야 나라에 부를 축적할 수 있고 장터로 몰려드는 세작에 대한 걱정은 더 많은 정보 수집으로 만회할 수 있을 거라 생각을 했다. 그리고 개방하는 그 자체가 자신감이었기에 강한 나라의 모습도 보이기로 했다.

  그리고 장터를 떠돌며 정보 수집을 하는 군사를 따로 키우며 역참을 활성화시켜 정보 전달의 속도를 높였다. 그러면서 비밀리에 군대를 키워 나갔다. 백제의 도발에 강하게 응징했고 부여로 통하는 상업로를 열었다. 백제를 멸망시켜야 한다는 신하들의 의견에 자신의 꿈을 얘기하는 장면에서는 신하들만큼이나 나에게도 뜨거운 것이 올라오는 듯했다.

  우리나라가 언제 그렇게 큰 꿈을 꾼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 고구려를 읽으면 언제나 그런 대리 만족이 있다. 강대국에 대해서 떳떳한 자세가 늘 기분 좋음을 전달했다. 그래서 고구려 통일을 더 원했는지도 모른다. 당나라에 사대에서 뒤통수치듯 고구려와 백제를 멸망시킨 신라를 그렇게 좋게 볼 수 없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 아쉬움을 책을 말끔히 씻어주었다. 광개토태왕의 큰 그림을 잘 전달해 줬다. 그 정도의 큰 꿈을 꾸었다면 백제, 신라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겠지. 그것이 우리가 열광하는 광개토태왕의 진면목임을 이해할 수 있었다. 요동성을 넘어 중원으로 달려갈 마지막 7권이 벌써 눈앞에 펼쳐진 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웃음이 닮았다 - 과학적이고 정치적인 유전학 연대기 사이언스 클래식 39
칼 짐머 지음, 이민아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류의 기원. 생명의 기원을 좇는 것은 우주의 탄생만큼이나 흥미로운 일이면서 중요한 일이다. 인류는 그것을 이해하려고 부단히 노력하기도 하고 신이라는 것을 만들어 '창조론'을 얘기하기도 했다. 우주의 기원을 '빅뱅'이라는 하나의 가설을 기반으로 연구하듯 생명의 역사 또한 단세포가 두 개의 세포가 되는 과정을 여전히 증명할 수 없다. 생명의 역사는 어느 순간 갑자기 드러났으며 그 사이에 일어난 일은 안갯속 풍경처럼 어설프게 알 뿐이다.

  발가락이 닮았다는 우리의 속담처럼 외모는 차이가 나더라도 우리는 거의 똑같은 구조를 가진 존재이다. 생명의 변화 그리고 유전학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이 책은 사이언스북스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진화'라는 것은 굉장히 파괴적인 개념이었다. 인간은 신으로부터 나와 빚어진 생명체라고 믿는 사람들에게 그 근본을 뒤엎는 진실이었다. 그 역사를 좇다 보면 인간이 만든 신화보다 더 긴 세월을 거슬러 오르게 된다. 진화는 (인간 시간을 기준으로) 아주 천천히 때론 아주 빠르게 진행되었다. 생명이 발생한 뒤 한 참 뒤에나 '멘델의 법칙'은 유전학의 기초가 되었지만 뉴턴의 법칙이나 상대성 이론처럼 널리 적용되진 않았다. 그야말로 우주의 역사에서 아주 짧은 생명의 역사만을 얘기할 수 있을 뿐이었다.

  유전이라는 말은 '상속'이라는 말에서 유래되었다. 어버이의 물리적 재산을 물려받는 것과 마찬가지로 생물학적 상속이라는 말이다. 여성이 재산으로 인식되는 시절에는 오롯이 정자에 의해 유전이 진행될 거라 믿었지만 사실 유전에는 난자가 훨씬 더 영향력이 있는 듯하다. 그야말로 수 억 대 일의 경쟁률에서 뭐가 더 중요할지는 뻔하니까. 상속의 개념은 마치 '서러브레드'를 만들듯이 왕가의 혈통을 보존하기 위한 근친 간 결혼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런 행태는 유전병을 더욱 도드라지게 만들 뿐이었다. 과학적 지식이 없던 당시에는 유전병을 단순히 신의 형벌로만 생각했을 뿐이다.

  유전이라는 것은 '품종'이라는 개념에 닿아 인종 차별의 도구로 사용되기도 했다. 그 중심에는 '우생학'이 있다. 멘델의 유전학은 인간에게도 분명 더 좋은 씨가 있을 것이고 그것만으로 교배를 하면 우월한 인간을 만들어갈 수 있을 거란 생각으로 이어졌다. 가난한 자, 노예는 하나 같이 열등한 자로 분류되었다. 사회진화론과 우생학은 인종 차별의 근거로 쓰였다. 인간의 DNA에서 네안데르타인이나 크로마뇽의 DNA를 찾으려고 했던 사람들이 또한 그런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 사피엔스는 그들을 완벽하게 멸종시켰고 일부 인류만이 3% 정도의 DNA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인류의 기원이 아프리카로 결론 나게 되고 인류의 유전자는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밝혀지면서 잠잠해지기 시작한다. 더불어 인간은 유전자의 영향 이외의 것에 영향을 받기도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멘델이 발견한 것처럼 3:1로 진화한다는 것은 아주 일부에 불과했다. 이를 유전력이라고 한다. 유전자 하나가 정확하게 그 형질에 관여를 한다면 그것은 유전력이 100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키나 지능과 같은 것은 유전력이 높지 않다. 우선 키에 관련된 유전자만 해도 800여 개가 넘는다. 그리고 유전자보다 식습관에 더 영향을 받기도 한다. 알려진 유전자로 자랄 수 있는 것은 약 3cm 남짓하다. 성장 호르몬 조절이 되지 않아 생기는 거인병과 같은 것은 별개로 하자면 말이다. 유전자는 서로 복잡하게 연관되어 있다. 마치 생태계처럼.

  유전자는 끊임없이 돌연변이를 만들어 낸다. 잘못된 유전자나 파손된 유전자는 주위 유전자로부터 복사해서 대체하기도 한다. 어쩌다 자리 잡은 유전자를 가진 생명체는 또 한 번 적자생존의 선택을 기다린다. 그렇기 때문에 진화는 아주 긴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건 인간의 시간에서 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대장균은 3000배에 달하는 항생제를 단 3일 만에 적응해 냈다. 물론 순차적으로 강도를 조절했지만 인간이 보기엔 엄청 빠르다. 대장균의 3일은 인간의 1만 2000년이라고 한다. 돌연변이의 생성 속 와 생명주기에서 인간은 약자가 된다.

  인류가 어떻게 지능을 가지게 되었을까라는 질문에 개인적으로 가장 신뢰하고 있는 이론은 바이러스 이론이다. 인체에 침입한 바이러스가 인류의 DNA를 바꿨다는 것인데 모든 생명체에는 바이러스의 흔적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세포 수준의 생명체가 침입자를 방어하는 수단에서 비롯되었다. 그들은 항체나 백혈구를 가지고 있지 않기에 크리스퍼라는 독특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바이러스의 DNA를 절단하는 DNA이다. 바이러스가 침투에 자기 복제를 시작할 때 이 크리스퍼를 만나면 복제 도중에 해체되어 버린다. 이것과 유전자 가위로 얘기되는 CRISPR는 같은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포유류는 태반을 통해 자손을 놓게 되는데 이때 모체와 태아는 영양분뿐만 아니라 DNA도 주고받게 된다. 임신을 하게 되면 엄마의 체질이 바뀐다고 하는데 이는 이것과 연관되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모체의 DNA를 분석해 보면 태아의 DNA가 체내에 남아 있는 경우가 종종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죽을 때까지 간직하고 있기도 한다. 같은 태반에서 자란 쌍둥이의 경우는 5% 정도가 DNA를 교환하고 세 쌍둥이의 경우 20%가 넘었다. 두 가지 DNA를 가진 사람을 키메라라고 하는데 전달받은 DNA는 점점 줄어들어 사라지기도 한다. 마치 드라마 'M'을 보는 것 같다.

  뿐만 아니라 생명체는 미생물을 공유하며 진화하기도 한다. 우리 몸은 세포보다 많은 수의 미생물과 함께 살아간다. 그들이 없다면 아마 살아 있지 못할 거다. 가장 대표적인 미생물은 식물의 엽록체와 동물의 미토콘드리아다. 그 외에도 장내 미생물도 있다. 각종 험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생물들은 미생물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다. 미생물은 숙주가 원하는 능력만 빼고 모두 퇴화시키며 숙주는 미생물에게 영향분과 안전을 공급하게 되는 것이다. 산도로 통해 태어난 아닌 그 과정에서 어미의 미생물을 받아들인다. 같은 음식을 먹으며 미생물을 갖추기도 한다. 조류의 경우에는 어미가 소화시킨 먹이를 새끼에게 나눠줌으로써 미생물을 전달한다. 위가 산성화 되기 전에 많은 미생물을 갖추는 건 건강에 꽤 중요하다. '똥 의학' 연구가 중요하다고 얘기하던 의사 분이 생각났다.

  인간의 경우에는 거울 신경 세포 덕분에 '학습'이라는 것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가르치고 배우는 것은 많은 생명체들이 하고 있지만 인간만큼 특별한 경우는 없다. 그렇게 문화를 만들게 되었고 이를 도킨스는 '밈'이라고 했다. 밈은 세계적인 유행을 탔고 밈이 밈이 되는 현상이 되었다. 

  유전자 가위의 등장은 인간을 신의 영역에 한 발짝 더 가깝게 해 주었다. 양날의 검은 유전자 가위는 생각보다 가공할만한 것이었다. 빠르게 합의점에 이를 필요가 있었다. 치료약이 없는 난치병에 한해서 유전 치료를 하자고 협의했지만 인간 개량의 욕구는 막을 수 없는 수순이 될 듯하다. 그 속에서 또 한 번의 차별이 생겨나게 될지도 모른다. 부유한 집안은 자식들은 단점을 모두 개량한 뒤에 세상에 태어나게 될 것이다. 어쩌면 임신 자체를 하지 않아도 될지도 모른다. 혈연관계라는 것이 무색해질지도 모른다.

  인간이 생태계에 새로운 방법으로 개입하려 하고 있다. 그것이 축복일지 재앙일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유전자 가위는 헬리오스의 태양 마차와 같다. 파에톤은 아버지 헬리오스에게 태양 마차를 빌렸지만 그것을 능숙하게 타진 못했다. 유전자 가위는 엄청난 도구임은 확실하다. 하지만 여전히 인간은 아는 것이 별로 없다. 유전자 변형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행스러운 것은 오랜 시간 만들어진 유전 시스템은 단편적으로 수정된 유전자를 고쳐 쓰는 능력도 가지고 있다. 세대를 거칠수록 변형된 유전자의 수는 줄어드는 것도 그런 이유다.

  신의 영역에 들어서려는 인간은 태양 마차를 얼마나 잘 탈 수 있을지 걱정하며 천천히 채찍질을 시작하고 있다. 아프리카 대륙을 불태우고 결국 제우스의 번개 맞고 죽은 파에톤의 운명이 될지 헬리오스가 그 자체가 될 수 있을지 두려우면서도 기대가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추천 시스템 입문 - 개인화된 콘텐츠 제공을 위한 추천 시스템 설계부터 UI/UX, 구현 기법, 평가까지
가자마 마사히로.이즈카 고지로.마쓰무라 유야 지음, 김모세 옮김 / 한빛미디어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직접 검색하던 능동적인 행위는 이제 시스템이 추천해 주는 행위로 바뀌고 있다. 웹상에서 하는 행위는 수집되어 무심코 화면 앞에 앉아 있는 나에게 뭔가를 보여준다. 정보의 양이 많아질수록 검색하는 행위는 품이 많은 행위가 되었고 알아서 찾아주는 시스템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 되었다. 많은 플랫폼 기반 산업은 추천 시스템을 반드시 탑재해야 하게 되었다.

  막연히 AI로 학습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막상 그것이 어떻게 시스템 속으로 들어가 작동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이것을 알려면 기초부터 차근차근 알아가야 했다. 추천 시스템 관련 도서 자체가 많이 없기 때문일까. 이 책은 기초부터 활용까지 설명하고 있다. 뒤로 갈수록 어려워져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것도 사실이다.

  처음 4장은 추천 시스템과 그것의 중요성에 대해 얘기한다. 어떤 이유로 추천 시스템이 필요하고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에 관한 것들이다. 그리고 취급하는 정보에 따라서 다른 추천 아이템이 필요하며 상대에 따라서도 변화가 필요하다. 단순히 관심사와 비슷한 것들을 보여줄 수도 있고 관련된 상품을 추천할 수도 있다. 막연히 둘러보러 온 고객에 대해서는 다양한 정보를 보여줘야 한다. 다른 사람들의 정보를 이용한 랭킹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자주 들리지 않는 고객에는 맞춤형 정보를 적당한 간격을 두고 발송하는 것 또한 추천시스템이 몫이다.

  추천 시스템은 그야말로 '없으면 안 되는 기능'이 되어 버렸다. 추천의 정확도가 높아지고 있기도 하며 데이터 또한 점점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추천 시스템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주의할 점도 있다. 바로 편향 데이터를 추천하게 되는 부분인데 이것은 편향의 문제를 넘어 차별의 문제로 번질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5장부터는 파이썬을 이용한 알고리즘을 실습해 볼 수 있다. 마지막 부근에서는 AI에 대한 설명도 잠깐 해주기도 한다. 간단한 실습이 끝나면 실제 운영에 대해 설명한다. 시스템 속에 추천 시스템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이 부분은 다소 어려워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 어느 정도 지식이 쌓이면 활용하기 좋을 듯했다.

  책은 입문자가 천천히 익혀나갈 수 있도록 해두었지만 분명 추가적인 학습도 필요할 듯했다. 책 내에서는 또 다른 책을 추천하기도 하는데 아무래도 초반과 후반의 난도 차이가 심해서 그런 듯하다. 그럼에도 추천 시스템 전반을 이해하기에는 괜찮은 책이 아닌가 싶다.

"한빛미디어 <나는 리뷰어다> 활동을 위해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양자역학 쫌 아는 10대 - 일상 어디에나 있는 아주 작고 이상한 양자의 세계 과학 쫌 아는 십대 16
고재현 지음, 이혜원 그림 / 풀빛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양자학이 나온 지도 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피부에 와닿지 않는 시간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는 사이 양자역학은 기술에 더욱 깊게 파고들었다. 양자 컴퓨팅이나 통신 등에서 실물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SF소설에서는 다중우주가 유행처럼 번졌고 경영에서는 <퀀텀 점프>가 유행어처럼 사용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삼성전자가 말한 퀀텀닷 디스플레이 때문에 조금 더 유명해졌을지도 모르겠다.


성인에게도 어렵고 과학자들에게도 어려운 양자역학을 10대들을 위한 용어로 설명하는 이 책은 풀빛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순식간에 문제를 풀어내고 인간을 복제하고 순간이동하는 모습은 SF에서 자주 만나는 장면이다. 다중우주 또한 그렇다. 작은 큐브 속에서 시공간을 이동하는 상상은 이제 흔한 것이 되어 버렸다. 그만큼 양자역학은 우리에게 익숙해져 버렸다.


양자역학하면 하이젠베르크나 슈뢰딩거가 생각나지만 시작은 막스 플랑크와 닐스 보어로부터 시작되었다. 뉴턴의 고전역학으로 설명하지 못했던 것을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이론으로 설명했고 이제는 양자역학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아인슈타인이 깔끔하게 정리해 놓은 상대성 이론과는 달리 양자역학은 여전히 어려운 학문이다. 아인슈타인은 자신조차도 양자역학을 이용해 광전 효과를 설명했지만 확률로 설명되는 양자역학을 도무지 인정할 수 없었다. 과학자들에게는 방정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만큼 아름다운 건 없었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은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라고 했지만 양자역학은 점차 많은 부분을 채워갔다. 


SF에서나 볼 법만 먼 미래의 이야기를 차치하면 양자 역학은 이미 많이 사용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레이저가 가장 인상 깊지만 반도체나  LED들 비롯한 수많은 최신 기술에는 양자역학이 사용되고 있다. 측정하는 순간 깨어진다는 특성 때문일까 관측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특징 때문일까. 뭔지 알 것 같은데 확인할 수 없는 애매모호한 맛이라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여전히 어려운 학문이라고 한다. 리처드 파인만은 아직 양자역학을 이해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까지 얘기했으니까. 그럼에도 계속해서 발달해 가고 있다. 중국은 양자의 이동을 성공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수많은 나라에서 양자컴퓨터를 개발하고 있기도 하다. 인류는 새로운 정보전쟁 중인 것이다. 


책에는 어렵지만 고전역학부터 천천히 설명해 준다. 운동 방정식과 그것으로 설명하지 못한 여러 현상들. 그리고 발견된 원자와 전자를 지나면 빛의 파동과 입자에 대해 설명하고 전자들의 점프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양자역학 자체가 쉬운 학문은 아니니 그 개념만 이해해도 꽤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는 성인이 읽어도 좋을만한 내용이었고 중고등학생 정도된 10대를 위한 내용인 듯했다. 


그래도 과학이라면 눈이 희번덕하는 아들은 재밌겠군이라고 얘기한다. 초3 남자의 허세와 기세겠지만 뭐 다 이해할 필욘 없으니까 광자와 양자가 뭔지만 알아도 괜찮으니까. 지금은 발전 진행 중인 양자역학이다. 우리 아이들은 양자 컴퓨팅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양자와 친해져 있는 것이 도움은 분명 될 것 같다.


그래도 '빛 쫌 아는 10대'를 읽고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는 딸에게는 너무나 어려운 책이 될 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가 사랑한 유럽의 도시 - 4가지 키워드로 읽는 유럽의 36개 도시
이주희 지음 / 믹스커피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가 여행을 하며 만난 유럽의 여러 도시에 대해 적혀 있는 여행 에세이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책을 집어 들었다가 단순한 기행문이 아니라 도시와 도시의 이야기를 풀어주는 책이었다. 36개 도시를 키워드로 풀어냈는데 그 내용이 심플해서 가볍게 읽어내기 좋았다. 몇몇 도시는 조금 더 깊이 있는 이야기가 궁금했고 몇몇 도시는 처음 알게 된 이야기도 있었다. 책이라는 키워드가 한 챕터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 나에게는 더욱 좋았다.


  파스텔 톤의 은은하고 예쁜 사진과 함께 담겨 있는 유럽 도시의 이야기는 믹스커피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그곳의 문화와 동화되는 작업이라고 한다. 이방인의 눈으로 바라보는 도시는 어떨까. 그저 아름답다고만 표현할 수밖에 없는 그 지점에 몇 가지 에피소드를 함께 풀어낸다. 수많은 전쟁이 있었지만 여전히 많은 흔적들을 가지고 있는 유럽의 이야기는 읽을 때마다 신선하다.


  도시 전체를 얘기하는 것 또한 너무 방대할 수 있어서 저자가 그 도시를 들른 이유에 대해 집중한다. 도시의 전체적인 분위기에 집중하기도 하고 하나의 사건에 집중하기도 한다. 가장 쉽게는 하나의 건물에 집중한다. 그것은 두 장 남지한 페이지에 부족하지 않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양이기 때문이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베를린 한복판에 있는 지하 도서관이었다. 구덩이를 파고 그 속에 책장을 놓고 유리로 덮었다. 책 한 권도 없는 도서관은 괴벨스가 행한 '책의 화형식'을 상징한다고 한다. 독일은 유독 과거에 대한 반성에 진심인 국가다. 독일은 매 총리마다 홀로코스트 희생자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한다. 히틀러의 '나의 투쟁'은 금서가 되었고 네오나치즘을 경계한다. 그들은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바이마르에는 괴테의 도서관이 빈에는 수도사들이 필사해 놓은 책들이 아름다운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슈투트가르트의 도서관은 한국인이 지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책에 관심이 많다 보니 아무래도 도서관 챕터가 가장 인상에 깊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스웨덴의 오슬로. 자연과 잘 어우러지는 오페라 하우스와 입센, 뭉크를 기념하는 카페는 인상적이다.


  작품은 코로나가 풀리면서 쏟아지는 여행 기행문이 아닌 가볍게 읽는 유럽사라고 해야 할까. 아는 지식을 얘기할 때에는 조금 더 깊은 얘기가 아쉬웠고 생소한 이야기에서는 가볍게 얘기해 줘서 좋았다. 하나만을 위한 여행. 조금 여유롭지만 깊이 있는 여행을 위해 좋은 제안이었다.


그림과 이야기가 있는 소소한 재미가 있는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