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 TOMY가 알려주는 1초 만에 고민이 사라지는 말 - 일, 생활, 연애, 인간관계, 돈 고민에 대한 마음 치료제
정신과 의사 TOMY 지음, 이선미 옮김 / 리텍콘텐츠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을 보고 기세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1초 만에 고민이 사라질 수 있는 말이 있을까? 수긍은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탁월한 깨달음은 트리거 같이 작동하면 모르겠지만 법륜스님의 강좌를 보고 있어도 갸우뚱하는 마당에 무슨 글로 채워져 있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책을 펴보니 책의 구성이 1초 만에 읽을 수 있는 단어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키워드와 짧은 설명으로 구성된 이 책은 리텍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고민이라는 게 참 아이러니 하게도 자신이 놓아주지 않은 것도 있지만 환경이 붙들게 만드는 경우도 분명 있다. '뭐 그럴 수 있지'라는 말을 입에 붙이고 산지도 꽤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고민과 번뇌가 많은 삶인 것 어쩔 수 없다. 한계에 부닥칠 때마다 현실과 기대 사이에서 방황한다. 그럼에도 '뭐 그럴 수 있지'라고 말해 보지만 현실은 늘 녹록지 않다.

  저자는 정신과 의사로 고민을 가지고 온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대화했다. 마음에 병이 생긴다는 건 바로 고민의 깊이가 너무 깊어져 어찌할 바를 모르는 상태인 거니까. 그런 경험에서 자신이 했던 말을 잘 갈무리해 두었다. 마음이 힘들 땐 긴 글을 읽는 것도 쉬운 건 아니라 하나의 키워드로 정리했다. 키워드가 무언지 궁금해서 아래의 한 두 문장을 읽다 보면 '그래, 그런 얘기지'라는 생각이 든다.

  위로의 말이 크게 다르지 않기에 자주 보고 듣던 내용들로 가득하다. 책을 들추며 '그래, 이런 말도 있었지'라는 생각을 잠시 하며 사색하게 된다. 모두 좋은 말이고 받아들이기에 따라 괜찮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 같지만 고민을 사라지게 만드는 건 결국 자신의 몫이니까. 그래도 '내 탓' 너무 많이 하면 안 되니까. 가끔 '세상 탓'도 해보고 그러는 게 좋다. 

  위로의 말 '문장수집' 같은 책이었었다. 이런 종류의 책을 리텍 출판사는 자주 출판한다. 그래서 그런지 구성과 정리는 깔끔하다. 자신에게 짧은 위로가 필요할 때, 상대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을 때 아무 곳이나 열어 읽으면 된다. 그야말로 단어장 같은 책이니까.

  자신에게 맞는 말을 만나는 것도 기쁜 일이지만 상황은 사람마다 다르고 선택은 결국 본인의 몫이니까. 책을 읽으며 마음에 환기를 시킬 필요가 있다. 마음의 문을 열어 신선한 공기를 채우는 것이 공기청정기를 돌리는 것보다 빠르고 나은 일임을 누구나 알 고 있다. 창을 열 용기와 수고스러움만 가지면 된다. 그 과정에서 이 책이 작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알아두면 쓸데 있는 유쾌한 상식사전 7 : 별난 국내여행 편 가리지날 시리즈
조홍석 지음 / 트로이목마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근에는 정보의 홍수라 이렇게 카테고리 별로 잘 정리된 책들이 인기다. 이 시리즈도 벌써 7번째 다. 6 번째에도 서평을 진행했었는데 준수한 내용이었지만 '이승만'에 급발진해서 서평이라는 본분을 잃어버렸다. 이번 책에도 '이승만'에 급발진할 뻔했지만 세상에는 다른 면을 보고 다른 게 이해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로 이해하기로 했다. 사실 책 자체로는 꽤나 흥미롭고 재미난 이야기들로 가득하기 때문에 그 점은 좋았기 때문이다. 일곱 번째는 국내 여러 곳에 대해 다뤘다. <나의 문화유산 기행기>와 약간 비슷한 콘셉트이지만 제대로 된 정보보다 잘못된 정보를 다루는 점에서 재밌었다.

  독특한 이야기를 가진 우리나라 곳곳을 따라 여행하는 이 책은 트로이 목마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시작은 <라제 통문>이다. 신라와 백제를 잇는 길이었다는 이야기로 단숨에 관광지로 등극했지만 실은 일제 시제에 운반을 위한 통로였을 뿐이었다. 우리나라에는 실적을 위한 거짓 정보가 얼마나 많을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는 단숨에 남이섬과도 이어지고 있다. 친일파 개인 소유의 섬으로 떠들썩했던 남이섬은 남이 장군과 그다지 상관이 없는 곳이었다. 나미나라에는 국기가 있고 대통령이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이 있을까. 한국에서 독립을 목표했지만 지금은 그저 기업이 운영하는 특수 관광지일 뿐이다. 

  재밌는 내용은 '부석사'와 '낙화암'이 두 곳에 있다는 점이었고 각자가 가진 에피소드도 좋았다. 특히 영주 부석사는 의상 대사가 세운 것으로 유명한데, 서산 부석사에도 조금 관련이 있는 듯했다. 템플 스테이는 서산 부석사에서만 하는데 영주 부석사가 워낙 유명해 사람들이 잘못 알고 영주로 자주 간다는 것이었다. 나도 서산에 '부석사'가 있는 줄은 몰랐다. 영주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서원인 '소수서원'이 있는데 '이미 무너진 교학을 다시 이어서 닦게 하라'는 의미라고 한다.  

  춘향전을 찾아 전국을 돌아가니며 기생에 대해 알아본다. 그리고 강원도에 이르러 이매창에 대해 얘기하는데 이매창은 지금 봐도 매력적인 여성인 듯하다. 지조와 절개까지 더해지니 더 멋스럽다고 할까나 시 한 수에 그녀의 마음이 모두 담겨 있어 글이란 이렇게 쓰는 거구나 싶었다. 

  에필로그에 나오는 독도의 역사에 대한 여러 이야기는 잘 정리되어 읽기가 좋았다. 역사적으로 보면 '대마도'도 조선이 정벌했던 땅인데 실효 지배를 인정하는데 일본은 그러지 못한다. 센카쿠 열도에 대해서는 당연한 듯한 태도를 보이면서 쿠릴 열도와 독도에 관해서는 집요하다. 

  별난 지역이라는 설정에 저자의 아버지께서 고향에 대해 써달라고 했을 만큼 재미난 에피소드도 있었다.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왜곡된 이야기를 바로 잡아주고 유명한 관광지가 아닌 곳을 알려줘서 신선했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가볼 곳이 널려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는 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 읽기 세창명저산책 100
박찬국 지음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대로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일이다. 자웅동체의 생물도 더러 있지만 대부분의 생물은 암수로 나눠져 있다. 그것이 진화에 유리한 측면이 그런 것이겠지만 그렇더라도 하나가 되려는 욕구는 본능에 가깝다. 프로이트는 성욕이 충족되지 못한 상태를 고통스러운 긴 상태라 보면서 이것에서부터 해방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하지만 프롬은 그것만이 본질이라고 한다면 자위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랑은 굉장히 복잡하고 힘든 것일 수 있다. 사랑은 공포처럼 본능에 충실하지 않다. 사람은 사랑에 대해 고민하고 연습해야 한다. 사랑은 이성에 의해서만 완결될 수 있다.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을 쉽게 풀어쓴 이 책은 세창미디어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인간은 이성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본능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본능의 강력함이 사라졌기에 인간은 욕망의 통제할 힘을 잃어버렸다. 배가 부른데도 더 많이 먹게 되고 발정기가 아닌데도 성욕에 사로잡힌다. 약해진 인간은 '욕망의 노예'로 전락하기 쉬우며 이를 위해서 이성의 힘을 길러야 한다. 그것을 잘 해내지 못하면 정신질환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불안한 인간은 '고립감'을 느낀다. 그리고 가장 바람직한 형태인 '사랑'을 찾는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건 지극히 엄격하게 사용해야 한다. 진정한 의미의 사랑은 자신의 개성을 유지하면서도 다른 사람과의 결합하는 것이다. 두 사람이 하나가 되면서도 또 각가의 존재로 남아 있어야 한다. (여기도 양자역학인가)

  사랑에 필요한 세 가지는 적극적인 관심, 책임, 존경이다. 어느 하나라도 부족하면 사랑은 욕망으로 변해 버린다. 참된 사랑은 수동적인 감정이 아니라 능동적인 활동이며 상대방의 매력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삶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사랑은 주는 데서 오는 큰 기쁨이다. 자신이 상대에게 기쁨과 쾌락을 줄 수 있다는 데서 오는 뿌듯함이다. 그것을 할 수 없다면 무력감과 좌절감을 느끼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이에게 아무것도 줄 수 없는 부모는 고통과 우울을 느낀다. 아무리 가진 것이 많아도 잃어버릴까 걱정하는 자는 부자일 수 없다. 가난이 고통스러운 것은 '주는 기쁨'을 빼앗기 때문이다. 

  분노와 증오는 따로 배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배울 필요가 있는 이유는 휘둘리지 않기 위함이다. 반대로 사랑은 저절로 일어나지 않는다. 사랑할 상대를 택할 때에는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조건을 따지게 된다. 그것은 스스로가 원하는 것이고 상대로부터 그것을 얻어내지 못하면 실망한다. 사랑은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무조건적인 사랑은 인격적으로 성숙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강렬한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에 대한 적극적인 판단과 약속, 즉 의지와 결단이 개입되어 있는 것이다. 사랑이 감정에 불과하다면 영원한 사랑은 존재할 수 없다. 영원한 사랑은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완숙한 인격을 위해 노력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현대인은 자기 자신의 목적이 아닌 목적을 위해 일하고 자신의 리듬이 아닌 일터의 리듬에 맞춰 살아가야 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현대인들은 이런 스트레스를 유아적인 방종으로 해결하려 한다. 현대인들이 사랑의 훈련을 기피하는 이유는 바로 '무노력, 무고통'이 훌륭한 삶이라고 퍼지고 있는 사회 현상 때문이기도 하다. 노동에서 해방되면서 오히려 나태해지고 노력을 두려워하는 심리 상태가 생겨 났다. 고통은 부정적인 것이 되었고 사람은 고통에 대한 공포를 가지게 되었다. 더 나아가 스스로 행해야 하는 훈련에 대해서도 거부감을 나타낸다. 관심과 노력 그리고 인내가 수반되어야 하는 '사랑'에 대해서도 같은 태도를 보이며 한 순간의 쾌락에 집중하게 된다.

  수많은 SNS의 '좋아요'는 현대인들이 '사랑을 하기 위해' 태어났다기보다 '사랑받기 위해' 살아간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자신을 충분히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은 타인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없다. 나르시시즘은 그저 이기주의일 뿐이며 이타주의는 자기기만이다. 자신을 충분히 사랑하는 자기애를 가지게 되면 그것으로부터 세상을 사랑하려 하게 된다.

  수동적인 자세는 종교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선인들이 말한 '사랑'을 행하는 이는 거의 없다. 주중에 사랑하지 못했음을 주말의 기도로 면죄부를 받는다. 세상을 이롭게 하려는 기도보다 자신의 안위에 대해 기도한다. 이는 부모에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사달라고 떼쓰는 것과 다르지 않다. 자식이 자라면 부모를 떠나 독립적인 삶을 개척하듯 종교도 그래야 한다. 

  행복이란 욕망을 충족시킬 때 주어진다. 그러나 이러한 욕망이 감각적 쾌락주의에 빠지게 된다면 쾌락만을 위한 물질에 의존하게 된다. 그리고 쾌락이 없어질까 불안하며 주위를 모두 쾌락의 수단으로만 바라보게 된다. 쇼펜하우어는 '욕망과 권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시계추 같은 삶'이라고 했다. 감각적 쾌락주의는 결국 우울로 향한다.

  결국 자신을 사랑하고 상대의 세상을 경험하고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성으로 생각하는 것을 행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과정에서 얻는 기쁨과 환희가 행복한 상태.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덕을 구현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많은 범죄들이 잘못된 사랑의 방식에서 출발한다. '인내의 뿌리는 쓰지만 그 열매는 달다'라는 속담이 마치 권위주의적인 표현이 되어 버리고 있지만 우리는 결국 힘을 들여서라도 배워야 한다. 사랑의 기술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계간 미스터리 2023.여름호 - 78호
전현진 외 지음 / 나비클럽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름은 미스터리의 계절이라고 할 만큼 공포와 호러의 작품들이 주목받는다. 그런 중요한 시기에 신인상이 없다니 안타깝다. 소름 돋는 작품보다는 조금 기발한 소재의 작품이 많은 여름호였다고 평하는 게 맞을 것 같다. 길고양이를 잔인하게 죽이는 이들을 추적하는 르포타주로 여름호는 시작했다.

  휴가를 주제로 한 네 편의 단편을 품고 있는 이 책은 나비클럽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인간의 잔인성은 어디까지일까. 사실 미스터리는 인간의 잔인함을 밑바탕에 깔고 있는 건 아닐까. 그 속에서 나타나는 두려움. 생명을 다룬다는 것이 재미가 되어 버린 세상이 조금 섬뜩하다. 동물의 박제는 긴 세월에 걸쳐 있던 하나의 작업이었지만 길고양이를 수시로 죽이는 사람의 심리는 인정하기 힘들다. 뿐만 아니라 그 속에 기쁨이 있다면 그 공포는 조금 더해 간다. 먹기 위해 죽이는 것과 흥미를 위해 죽이는 건 조금 결이 다르지 않을까. 늘 반박의 여지가 있는 물음일지도 모르겠지만 최소한의 인간다움이 필요할 것 같다. 모든 미스터리는 결국 해결되는 것을 목표로 하니까.

  휴가를 주제로 하는 네 편의 단편들에게서는 소재의 신선함은 있었지만 몰입을 불러내기엔 단편으로서는 조금 무리가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빠르게 전개하다 보면 파도처럼 밀려 들 스산함이 너무 순식간에 몰려와 뭔가 쉽고 그 긴장감을 유지하려다 보면 정해진 지면 때문에 너무 빨리 긴장을 해소해 버리는 아쉬움이 꼭 남는다. 이건 미스터리뿐 아니라 대부분의 단편들이 그런 편이다. 얼마 전에 읽은 아니 에르노의 <젊은 남자>는 굉장히 짧았는데도 꽉 차 있었는데, 이건 관심의 문제일까 독자의 노력의 문제일까 고민스러운 부분이다.

  이번 호에 시작하는 장편 <탐정 박문수>는 어사 박문수를 탐정으로 만들어 이야기를 전개한다. 아직은 예열하는 단계지만 그 표현이 재밌다. 서사를 쌓아가는 재미가 있고 그 시대의 문장과 언어를 만들어내는 작가의 노력이 잘 보이는 듯했다. 이번 호보다는 가을호가 더 기대되는 <탐정 박문수>다.

  이번 호에서도 좋았던 칼럼 <미스터리란 무엇인가>에서는 미스터리 게임에 대한 얘기가 나왔는데 나부터 아내, 처제들까지 모두 즐겨했던 <역전재판>의 얘기가 나와 반가웠다. "의뢰인! ~"라고 시작하는 대사가 아직도 또렷하고 가끔 우리끼리의 농담으로 여전히 쓰인다. 미스터리는 범죄의 해소라는 점뿐만 아니라 살아남은 사람에게 던지는 메시지 또한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시각이 좋았다. 흥미로움만으로 접근했던 미스터리에 이런 깊이를 생각해 보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이번 호에는 아쉽게도 신인상이 없었다. 그럼에도 심사평은 늘 좋은 방향을 제시한다. 미스터리는 어디에나 담길 수 있지만 그 개연성은 명확해야 한다. 판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시대에 맞는 설정, 사건의 경위 등에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생기면 미스터리는 힘을 잃는다.

  비문과 맞춤법이 맞지 않으면 심사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작가의 기본 소양이니까. 복선은 결과에 지나치게 가까이 있어서는 안 되며 회수까지 충분한 거리를 둬야 독자가 궁금해 따라온다는 조언이 특히 좋다.  언제 던지고 언제 거둘 것인가는 작가의 치밀한 계산 아래 진행되어야 한다. 

  이번에는 너무 범죄물 위주로 되어 있어 그렇게 공포스럽지는 않았다. 이런 종류를 잘 읽지 않는 나지만 지나고 나서도 섬뜩함은 생기지 않았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에는 샤머니즘을 바탕으로 둔 악령이나 요괴를 다루는 미스터리는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그 점이 조금 아쉬운 여름호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회찬 평전
이광호 지음, 평등하고 공정한 나라 노회찬재단 기획 / 사회평론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너털웃음이 어울릴 것 같은 위트 넘치는 남자. 한 손에서는 블랙베리, 다른 한 손에는 아이폰을 쥐었던 얼리어답터. 늘 청소 노동자와의 식사로 시작과 끝을 함께 했던 사람. 백지에 잉크 한 방울 떨어트린 게 그렇게 부끄러웠을까. 온통 검은 색인 정치인들도 널리고 널렸는데.. 최고의 공격은 '농담'이라고 했던 우리 시대 서민의 언어로 정치를 했던 사람의 모습이 궁금해 책을 열었다. 그리고 책에서 우리 정치사에서 진보가 걸어온 길을 만날 수 있었다.

  평전이라고 하기보다는 일대기라고 해야 할 만큼 사실 위주의 서술을 하고 있는 이 책은 사회평론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노회찬 하면 바로 떠오르는 것이 바로 당 대표 수락 연설로 유명한 '6411 연설'이다. 4시 반에 출발하는 6411번 버스의 풍경을 그리듯 얘기한 즉흥적인 연설이었다. 여전히 그는 우리 시대에 주목받지 못한 사람의 편에 서겠다는 다짐이었고 그런 일을 하지 못한 당에 대한 통렬한 반성이었다. 

  노회찬은 삼성 X파일로 스타덤에 올랐다. 국내 1위 기업과의 대결은 말 그대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다. 알지만 터트릴 수 없는 사실은 지금의 시대에도 여전하지만 당시에 그것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은 노회찬 뿐이었다.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이라는 제도가 만들어진 이유를 잘 사용했지만 황교안의 검찰은 노회찬을 통신보안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삼성과 관련자들은 모두 무혐의되었고 이건희는 증인으로 나오지 않았다.

  연이어 노회찬은 우리 사회의 전관예우에 대해 터트렸다. '만인을 위한 법이 아니라 만 명을 위한 법이다'라는 그의 말은 모든 것을 담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더욱 가옥하 다루는 경제 사범, 법조계 사범들을 우리나라는 '그동안 기여한 ~~', '진심으로 뉘우치고 ~~' 등을 이유로 감형을 시도했다. 하지만 묵묵히 일하며 '사회에 헌신한~~~' 이유로 감형되는 일은 없었다. 가진 권력이 클수록 책임도 커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다. 전관예우는 지금도 여전히 팽배하다. 

  노회찬을 삶을 드려다 보면 한국 진보 역사 그 자체를 보는 듯하다. 한 명의 십 대가 '교과서와 같은 삶'을 지향하며 시작한 인생이었고 자본주의라는 괴물의 목줄을 걸어보겠다고 목숨 걸고 싸웠던 일생이었다. 위트 넘치고 사람 좋아 보였던 그가 마르크스주의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 노동자의 안녕과 권리를 사수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는 점은 새삼스러웠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에 좌측에 서 있는 사람은 몇 명 없는 것 같기도 했다. 오른쪽에 서 있는 사람과 아주 오른쪽에 서 있는 사람들뿐이다.

  아무런 지지 기반도 없이 부딪쳐온 인생이었다. 거대 양당에 치이기 일쑤고 당내에서도 지지기반은 없었다. 개인의 호감으로 선거를 했다면 지지 않았어야 할 순간에도 집단의 결정에 의한 투표에는 번번이 졌다. 대중에게는 호감을 사는 일은 잘했지만 개인에게 호감을 사는 일은 잘하지 못했다. 

  지금은 다시 한번 거대 양당의 소용돌이에 존재감이 사라진 진보정당이지만 그가 생전에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당사에서 국회까지 걸어서 5분 거리. 국회의원을 내기까지 50년이 걸렸다. 노동자는 삶이 힘들어 작은 이익에서도 서로 다툼이 생긴다. 하나의 민의로 이끌어낼 분노가 없다면 이내 사그라든다. 기득권은 살만하기 때문에 자신의 이득이 될 것 같은 긴 시간도 똘똘 뭉친다. 민중이 기득권을 이길 수 없는 이유다.

  혹자는 얘기했다. 가난한 사람일수록 보수파가 되는지에 대해. 진보와 혁신은 세상을 소란스럽게 만들고 변화는 늘 고통이 따른다. 가난할수록 이것을 견디기가 어렵다. 그래서 혁명은 늘 순식간에 이뤄줘야 한다. 눈 떠보니 세상이 바뀐 것처럼.. 다 같이 살자는 메시지가 너무한 것이라면 적어도 사람답게는 살아야 하지 않을까. 

  분단의 특수한 상황은 이념의 편향을 가져다주었고 상대를 빨갱이로 몰아세우는 게 가능했다. 세계에 가장 영향력을 준 철학자가 누구인가는 질문에 '마르크스'는 압도적인 일 위를 차지했다. 그의 사상을 펼치던 많은 정치가들의 방법이 잘못되어 많은 부작용을 가지고 왔지만 그로 인해 복지 국가는 하나씩 정착되어 가기도 한다. 노회찬이 영국 강연을 갔을 때 빨갱이라며 손가락질하던 한 사장은 다음 강연에는 천만 원을 기부했다. 그는 '노회찬 같은 빨갱이는 필요해'라고 대답했단다.

  우리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국가 모델은 북유럽이다. 노르웨이, 스웨덴이라는 넓은 땅과 풍족한 자원 그리고 적은 인구는 우리와 같을 순 없지만 그들은 사회 제도에 대한 효능감을 느끼고 있고 사회 제도를 위해 기꺼이 세금을 더 납부할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그 속에도 불만은 존재하겠지만 국가의 철학이 사회에 스며들었다는 것이 중요하다.

  노회찬은 그런 면에서 21세기의 진화된 사회민주주의를 우리나라에서 싹을 틔우려 했다. 꿈은 현실과 부딪쳐 나와야 하는 것이고 실현 가능한 것이라고 했다. 대학을 졸업하고서도 노동자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용접을 배우고 용접공의 삶을 살았다. 누구보다 그 일을 잘해야 그들의 삶을 이해할 있다고 생각했다. 신뢰는 논리와 지식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헌신과 애정으로부터 나온다는 그의 말을 우리 정치인들은 기억해야 할 것이다.

  기부금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서 어쩔 수 없이 했던 거짓말. 그건 자신이 지켜온 신뢰를 내다 버리는 일이었기에 그는 참 많이 부끄러웠나 보다. 오십억을 받아도 안 받았다고 떳떳한 인간들이 판치는 세상에 행정 업무 실수로 처리하지 못한 두 번의 이천 만원. 그는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 더 부끄러웠는지도 모를 일이다.

  세상은 여전히 험난하고 조금 더 사람다운 사람은 사라져 가는 세상이다. 정치가 실종된 2023년의 현재에 노회찬이 더욱 생각나는 것은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서민의 말로 싸워줄 사람이 필요하다. 꼰대 정치가들보다 더 기회주의자 젊은 정치인들이 판을 친다. 그래도 용혜인 같은 의원도 있어 희망은 있다.

  거대한 기류 속에 내가 해내겠다는 생각은 오만하다고 했다. 자신은 거대한 진보의 기류 속의 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을 뿐이라고 했던 노회찬 의원. 노무현 대통령이 그렇게 가시고 노무현 정신이 세상에서 자라듯 노회찬 정신도 그렇게 조금씩 움트길 기대해 본다.

  6411번 버스를 타고 투명인간처럼 세상의 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이들의 존재가 더 이상 투명하지 않은 세상이 되길 이 책과 함께 기원해 본다.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이 조금 먼 길이라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이해하고 인정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